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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눈의 사제 서명원 교수 ‘가야산 호랑이’ 발간

    푸른 눈의 사제 서명원 교수 ‘가야산 호랑이’ 발간

    천주교 예수회 사제인 서명원(본명 베르나르 스네칼 위·60) 서강대 교수(종교학)가 성철 스님의 선(禪)사상을 설파한 책을 펴내 화제다.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퇴옹성철, 이 뭣고?’(서강대출판부 발행)가 그것. 그동안 불교 진리, 특히 성철 스님의 선 사상에 천착해온 서 교수가 지난 20여년 동안 성철 스님을 연구하며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던 논문 가운데 6편을 추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출간했다. 캐나다 태생으로 프랑스 보르도 의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1979년 사제의 길에 들어선 서 교수는 지난 2004년 ‘퇴옹성철 선사의 생애 및 전서’ 주제의 논문으로 프랑스 파리 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 2005년 서강대 교수로 임명된 뒤 지금까지 성철 스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외에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 불교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책의 큰 특징은 그리스도교 전통 속에 나타난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관계를 통해 돈오돈수의 우수성을 설명한 점. 서 교수는 책에서 “성철 스님은 간화선을 통해 누구나 단박에 구경각(究竟覺)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반면 그리스도교에선 단박에 깨쳐 단박에 수행(修行)이 이뤄지는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주장한다. 서 교수는 특히 ‘지눌 없는 성철’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고 성철 스님의 극단성에 빠지지 않으면서 돈오돈수의 핵심을 받아들일 때 한국불교가 더 아름답게 꽃피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익명의 60대 노신사 거액 채권 자선냄비에

    익명의 60대 노신사 거액 채권 자선냄비에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거액의 무기명 채권이 성금으로 들어왔다. 한국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지난 12일 명동 예술극장 앞 자선냄비에 6800만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이 성금으로 접수됐다고 15일 밝혔다. 구세군은 많은 눈이 쏟아지던 이날 오후 2시~2시 30분쯤 예순 살가량 돼 보이는 코트 차림의 신사가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고 사라졌으며, 나중에 확인하니 봉투에 무기명 채권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 채권은 한 시중은행에서 발행된 진품으로 확인됐으며 발행일이 2004년 2월 27일, 상환일은 2009년 8월 27일이었다.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연말까지 전국 350여곳에서 진행된다. 거리모금과 함께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물품후원, 정기후원회원 모집(1670-1908), ARS 모금(060-700-9390) 등도 진행된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디지털 자선냄비를 통해서도 기부할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한국풍수인물사’ 펴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한국풍수인물사’ 펴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흔히 풍수는 좋은 땅을 골라서 덕을 보자는 발복의 방편쯤으로 여겨진다. 신라 말엽 중국으로부터 유입됐다는 이른바 ‘술법 풍수’며 ‘음택(陰宅·무덤)풍수’가 그것이다. 실제로 거개의 풍수가는 이 중국 풍수에 매몰돼 있고 일반인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한국에는 발복의 차원을 넘는 상생의 자생적인 풍수가 있었다는 사실에 천착해 사는 풍수 전문가가 있다. 최창조(63)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한국 자생풍수를 알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리자는 차원의 책들을 세상에 내놓았던 그가 한국 자생풍수의 계보를 엮은 ‘한국풍수인물사’(민음사)를 펴내 화제다. “언제부터인가 풍수에는 좋지 않은 눈길이 쏟아지고 있어요. 덕을 보자는 욕심과 이기주의의 편식 탓이지요. 우리 자생의 풍수는 사실 그런 측면과는 멀고 오히려 더불어 같이 살자는 조화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 말마따나 책은 중국에서 풍수가 들어오기 훨씬 전 이미 이 땅에서 활동했던 이부터 고려·조선시대까지 살았던 상생의 풍수 흔적을 촘촘히 추적해 보여준다. 신라의 석탈해가 초승달 모양의 집터를 빼앗았다는 기록이며 선덕여왕이 여근곡(女根谷)에 백제 군사가 매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기록은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 흔적들은 한 틀로 꿰어진다. 모자라는 것을 도와서 채운다는 ‘비보’(裨褓)와 ‘개벽’이다. “도선국사는 1100개의 사찰을 창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본 그 사찰들은 한결같이 빼어난 길지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물이 차고 사람 살기에 불편한 땅들이 더 많았어요. 흠결 있는 땅을 찾아 좋은 곳으로 만들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결국 자생 풍수는 이 세상에 완전한 땅이란 없다는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건 땅이건 결함 없는 것은 없지 않습니까. 일부러 결함을 택해 그것을 고치려 든 게 자생풍수를 집대성한 도선 풍수의 근본인 셈이지요.” 철저하게 비보에 바탕을 둔 자생 풍수가들의 흔적은 전방위로 뻗쳐 있다고 최 교수는 거듭 말한다. 이를테면 고려 묘청이 천명했던 개벽사상이며 조선 건국 시 무학대사가 폈던 현실정치, 조선말 홍경래와 전봉준의 동학사상이 그 풍수의 부인할 수 없는 궤적이란다. “우리 자생의 풍수는 조상 묏자리 잘 쓰자는 음택보다는 조화로운 생활을 중요시하는 양택(陽宅·살아 있는 사람의 집터) 풍수였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의 지리학’이지요.” 자생 풍수를 외치며 풍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최 교수는 그 명망과는 달리 학계와 풍수가들로부터 외면당해 사는 학자다. 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 돌출된 사건이라고 한다. “어떻게 풍수에서 일률적인 계량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지금도 학계에서는 풍수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쉽지 않지요. 대개의 풍수가들 역시 제가 말하는 비보의 풍수는 귀담아듣지 않는 실정이지요.” 최 교수는 인터뷰 내내 ‘명당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곧 입에 올렸다. “명당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풍수에서도 가장 중시할 것은 사람의 삶이 아닌가요. 자연과 사람이 친화하는 최고의 방법을 찾는 게 진정한 풍수의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자생 풍수의 흔적들을 찾아 떠난다는 최 교수. ‘명당이란 없다’는 자신의 말에 거품을 무는 풍수가들, 과학적으로 설명하라는 학계의 채근에도 그의 자생 풍수 고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땅 못지않게 그 땅에 몸담고 의지해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배우가 무대 탓을 하고,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면 추해 보이지요. 결국 땅도 사람이 하기에 좋고 나쁨이 결정됩니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명당이지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어느새 50주년… 한국-로마교황청 공식 외교 수립

    한국과 로마 교황청이 지난 11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한국천주교는 12일 “일반인은 잘 모르고 있지만 교황청과 한국은 1963년 12월 11일 외교관계를 처음 맺고 평화와 자유, 인권 등 공동선 실현 등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교황청은 공식 수교에 앞서 1947년 8월 주한교황사절을 파견하는 등 1948년 유엔 승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국가로 승인받는 데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양국은 1966년부터 대사급 외교관계를 이어왔으며 한국은 1974년부터는 교황청에 주재 대사를 파견, 현재 주교황청대사관에서는 제13대 김경석 대사가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초대 교황사절인 메리놀외방전교회 패트릭 제임스 번 주교에 이어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제10대 교황대사로 재직 중이다. 교황청은 인구와 면적 등 규모만 봐선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가이지만, 국제사회 안에서 강대국 못지않게 높은 위상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현재 총 178개 국가, 유럽연합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도 특수한 형태의 관계를 유지한다.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타이완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계에 전한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교황청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우리는 모두 한국이 물질적 번영과 정신적 행복, 평화를 이뤄나가길 바라고 또 기도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십자가 성탄트리 종교자유 침해 논란

    공공장소에 십자가 달린 성탄트리를 설치하는 것은 종교자유의 침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개신교계가 강력 반발한 데 이어 조계종이 이른바 ‘십자가 성탄트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지난 6일 발표한 ‘성탄트리 꼭 십자가로 해야 하나’ 제목의 논평문. 종자연은 논평문에서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달린 성탄트리가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것은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십자가 성탄트리를 설치 허가한 공공기관은 공직자의 종교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공공의 장소에 성탄트리를 설치하는 것은 큰 종교적 불편함이 없이 함께 즐길 문화로 정착됐지만 십자가가 걸린 성탄트리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종자연의 이 같은 논평에 개신교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9일 성명을 발표,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 또한 전 세계적 문화의 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명백한 종교 자유의 침해이며 기독교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도전”으로 규정했다. 한국교회언론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성탄절은 비기독교인도 참여하지만 명백히 기독교의 대표적 종교기념일로 십자가를 뺄 수 없다”며 “기독교의 종교 기념일에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를 성탄트리에 다는 것을 두고 타종교에서 시비한다면 예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십자가 성탄트리’를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성탄트리를 둘러싼 종교 간 마찰로 비화할 조짐이다. 조계종 종평위는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와 서울·동두천·안동·제주·보령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 십자가를 다른 상징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종평위는 공문에서 “통상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의미로 3인의 동방박사가 별을 좇은 것을 의미하는 별이나 산타클로스를 상징으로 한다”면서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 허가한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예수님이 고통받고 돌아가신 것을 상징하는 것을 의미하는 십자가가 설치돼 종교적 위화감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종자연은 “십자가 성탄트리를 고집할 게 아니라 모두의 축제로 예수 탄생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12월 ‘십자가 성탄트리’ 논란이 일자 “크리스마스 트리 위의 십자가는 타종교 기념일 때 설치되는 상징물 등과의 형평성 관계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며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종교차별 오해가 없도록 개선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비움·채움·나눔… 절에 가니 절로 된다

    비움·채움·나눔… 절에 가니 절로 된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산사 체험.’ 연말연시를 앞두고 사찰들이 특별한 손님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송구영신 템플스테이’다. 12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전국 40여개 사찰이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한다. 가족단위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특별한 행사를 곁들인 ‘송구영신 스테이’에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용인 법륜사와 공주 영평사, 강화 적석사는 일출일몰과 함께하는 대표적인 ‘송구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 법륜사는 ‘꿈’을 주제로 풍등 날리기, 소원지 만들기, 스님과의 한담(閑談)으로 꾸며진 ‘새해맞이 드림(dream)’을 진행한다. 공주 영평사도 근심을 적은 종이를 태우고 소원등을 띄우며 자비명상, 타종체험으로 새해 아침의 새 마음을 다진다. 강화 적석사의 ‘비움, 채움, 나눔’도 일몰 일출에 맞춘 템플스테이. 포살 자자의 참회의식을 시작으로 재야의 종 1인 3타 타종과 108배 염주 만들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겨울산행을 즐기는 가벼운 트레킹 스테이도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프로그램. 전남 천년고찰 화엄사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사성암을 등반하며 영광 불갑사는 불갑산 등반과 더불어 해돋이, 전통놀이를 체험하게 된다. 1박2일간 떡국을 나눠 먹고 새해 소원을 빌며 산행하는 전북 부안 내소사의 무료 템플 스테이도 눈길을 끈다.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2박3일 일정의 신흥사 ‘설악산 권금성 해맞이 템플 스테이’와 북한산 등반에 떡국 공양, 차담이 어우러진 서울 금선사의 ‘해맞이 산행 템플스테이’도 독특하다. 그런가 하면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형 템플 스테이는 가장 인기를 끄는 행사. 가족영화제와 소원연꽃 만들기, 마음엽서 쓰기 등으로 꾸미는 강화 전등사며 해맞이 산행과 촛불명상, 윷놀이, 가마솥 고구마 굽기, 다도체험 등으로 짜인 대구 동화사의 템플스테이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고창 선운사의 ‘해맞이 삼보일배 템플스테이’와 공주 마곡사의 ‘새해맞이 수리수리콘서트’도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한편 연말연시에 앞서 일부 사찰은 독특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대산 월정사는 오는 24∼25일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산사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를 연다. 인제 백담사는 2014년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촛불 명상과 꿈·춤명상을 비롯해 별자리 찾기와 서원의 돌탑 쌓기 등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는 행사를 갖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민족주의로 가려진 아나키스트 신채호

    민족주의로 가려진 아나키스트 신채호

    신채호 다시 읽기/이호룡 지음/돌베개/332쪽/1만 8000원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굴곡 많은 삶을 산 단재 신채호(1880~1936). 봉건 유학자에서 자강운동가로, 자강운동가에서 민족주의자로, 다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사상적 변신을 거듭했지만 ‘한국의 대표 민족주의자’로 통한다. 신채호는 그 통념처럼 그저 민족주의자였을까. ‘신채호 다시 읽기’는 그 통념과는 다른 ‘아나키스트 신채호’를 부각시킨 책이다. 1910년대까지는 한국의 대표 민족주의자로 자리매김되는 게 맞지만 그 이후의 사상과 실천운동은 다르다는 게 핵심 내용. 신채호의 저술과 관련 문헌, 새 발굴 자료들을 분석해 그가 아나키즘 수용의 선구자이자 한국의 대표적 아나키스트였음을 밝히는 과정이 흥미롭다. 신채호는 1900년대에 제일 먼저 민족주의를 제창하고 1910년대 들어 민족주의에 기초한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해 민족주의자의 색채가 짙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통념이 고착화된 건 1960∼1970년대라는 주장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 관동군 장교의 이력을 가릴 도구로 민족주의를 내걸었고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민주화운동세력들이 민족주의를 앞세우면서 박정희 정권의 반민족성을 비판했던 시절. 강권(强權)에 맞서 사상을 실천에 옮긴 저항적 지식인의 표상인 신채호가 대표적 민족주의자로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책에 제시된 새 자료들은 통념과는 사뭇 다른 신채호를 새록새록 들춘다. 1905년 황성신문사 근무 시절 고토쿠 슈스이의 ‘장광설’을 읽고 아나키즘에 감명받은 신채호는 3·1운동을 계기로 아나키즘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1923년 발표한 ‘조선혁명선언’은 신채호의 아나키즘을 집대성한 글로 드러난다. 특히 ‘조선혁명선언’의 민중적 직접혁명론이 민족주의에 아나키즘을 접합한 것이라는 기존 학계의 주장을 일축해 주목된다. 신채호는 1936년 감옥에서 사망하면서 판결문 1통과 인장 1개, 수첩 2권, 서한 10여통, 중국 돈, 책 몇 권을 남겼는데 그중에는 ‘세계 대사상 전집’(크로포트킨 편)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신채호가 민족주의자보다는 아나키스트로 생을 마감했음을 보여 주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조계종 이번엔 봉은사 주지 임명 싸고 내홍

    조계종 이번엔 봉은사 주지 임명 싸고 내홍

    한국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이 삼상찮다. 최고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의원들의 승풍실추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더니 고위직 승려들의 ‘밤샘 술판’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승 총무원장은 ‘선거 뒷거래’를 둘러싸고 반대의견이 많았던 직영사찰 봉은사 주지 임명을 강행, 내홍에 휩싸였다. 결국 불교단체들이 자승 총무원장을 포함한 새 집행부에 대한 불복운동에 돌입할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 한 달을 맞은 조계종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한 중앙일간지의 보도로 알려진 충남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의 ‘밤샘 술판’은 이 사건 자체의 심각성에 더해 최근 잇따른 고위직 승려들의 일탈과 맞물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술 자리에는 중앙종회 의원 3명을 포함해 법명만 들어도 쉽사리 알 수 있는 승려 12명이 참석했다. 따라서 새 집행부가 범종단 차원에서 이어가고 있는 ‘자성과 쇄신’ 운동이 공염불 아니냐는 빈축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승풍실추 사건에 연루된 고위직 승려들은 중앙종회 의원이 대부분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을 맡았던 한 중앙종회 의원은 여직원들에게 한 성희롱 막말과 인격모독적 발언으로 결국 사임했다. 또 다른 중앙종회 의원은 자승 스님의 연임을 낳은 지난 34대 총무원장 선거 기간 중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같이 마신 여성의 도움으로 호텔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돼 대중에게 참회했다. 이에 앞서 한 중앙종회 의원은 술에 취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 실형까지 받았다. 자승 총무원장이 ‘밤샘 술판’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한국문화연수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술자리 참석자 전원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리는 등 이례적으로 즉각 강경 대응을 하고 나선 것도 최근 고위직 승려들의 잇따른 일탈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중앙종회가 5일 의장단 분과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해 최근 물의를 빚은 중앙종회 의원 5명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결정한 것도 그 런 차원에서 눈길을 끌었다. 자승 총무원장의 직영사찰 봉은사 주지 임명 강행은 종단의 분란을 예고하는 선거 후유증으로 특히 주목된다. 봉은사 주지로 임명된 원학 스님은 지난 선거 때 자승 스님의 선대위 고문을 맡은 종상 스님 추천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자승 스님 연임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종책모임 불교광장 대표 지홍 스님이 원학 스님의 임명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며 종회의원 사의를 표명한 게 조계종 새 집행부의 순탄치 않은 항로를 예고한다. 불교 단체들이 일제히 봉은사 주지 임명 철회와 자승 총무원장의 불신임을 천명하고 나선 것도 그런 측면에서의 연대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자승 총무원장이 봉은사 임명을 강행한 직후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이 막장 드라마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형태의 불복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을 발표, “34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며 “논공행상이라는 사적 이해관계 말고는 공적인 원칙과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선거 때 자승 스님의 연임 반대를 주장하며 조계사 경내에서 천막 단식농성을 벌였던 전국선원수좌회도 조만간 새 집행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전부터 파란이 예상됐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고] 비구니계 원로 지명 스님 입적

    [부고] 비구니계 원로 지명 스님 입적

    비구니계 원로인 용인 화운사 능인선원장 지명 스님이 지난 4일 오후 10시 40분 입적했다. 세수 93세, 법랍 80세. 1921년 수원 태생인 지명 스님은 일생을 참선 정진한 것으로 유명한 비구니계 선지식이다. 1933년 근현대 선불교의 중흥조로 불리는 만공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42년 설석우 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았다. 1953년 서산 개심사 주지를 맡아 사찰 복원 불사에 매진했으며 1962년 화운사 주지를 맡은 이후 재단법인 능인학원을 설립하고, 강원 등을 개설해 비구니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오는 8일 오전 11시 용인 화운사에서 전국비구니회장으로 엄수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대통령 책임지고 물러남이 명예로워… 고난 초래하더라도 십자가 외면 안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사제단 소속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사제단이 전국 단위의 공식 입장을 내기는 처음으로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이후 12일 만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4일 낸 입장문을 통해 “개신교, 불교, 원불교에 이어 천도교까지 관련 부정선거를 고백하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전주교구 사제들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제단은 전구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와 관련해 “시국미사는 민주주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였다”고 규정하고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게 반복해 온 위기 대응 방식”이라고 밝힌 사제단은 특히 ‘순교자’의 길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혀 천주교계에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제단은 “권력에 저항할 때마다 역사는 교회에 무거운 대가를 요구해 왔고 피로 얼룩진 순교역사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 준다”면서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제단은 교구별 릴레이 시국미사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및 부정선거 규탄을 이어갈 예정이며 첫 시국미사는 크리스마스 직전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기총 대표회장 “한교연과 통합” 내세워 연임 노리나

    한기총 대표회장 “한교연과 통합” 내세워 연임 노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한기총과 한기총에서 갈라져 나간 한교연의 통합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개신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홍재철 목사는 지난 3일 한기총 실행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연임에 성공하면 바로 ‘7인위원회’를 구성해 한교연과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것이 이뤄지고 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통합 대표회장을 따로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목사는 “한교연 차기 대표회장 후보들도 양 기구의 통합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6월 말까지 통합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그러면서 “한교연 대표회장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도록 보장하되, 그가 이를 원치 않는다면 나 역시 임기 중 언제라도 자리를 내려놓고 통합총회를 열어 제3의 대표회장을 뽑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한교연 측은 “양 기구 통합에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목사의 한기총-한교연 통합 발언이 나온 지난 3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는 ‘대표회장 임기 연임’을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대표회장 임기를 기존 ‘2년 단임’에서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바뀐데다 ‘직전 정관에 의해 구성된 본회 구성원에게도 적용된다’는 경과조치를 두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홍재철 목사의 대표회장 연임이 가능해진 셈이다. 실제로 홍 목사가 이날 회의에서 돌발적으로 낸 한기총-한교연 통합 추진 발언은 사실상 공약성 선언일 것이라는 관측이 개신교계에선 우세하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내년 1월 말 정기총회에서 치러질 예정. 이달 하순쯤 열릴 임시총회에서 정관개정안이 통과하면 홍 목사는 거침없이 차기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임시총회에서 출석 대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 따라서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가 말을 뒤집고 출마의사를 밝힌 홍 목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개신교계가 또 한 차례 요동칠 전망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명상하던 이용객 항의에도 ‘밤샘 술판’ 승려들 고성방가

    조계종 고위급 승려들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된 장소에서 밤샘 술판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3일 종단의 연수시설인 충남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 승려들이 밤새 술판을 벌인 사실이 확인돼 연수원장 초격 스님을 전격 경질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관련자 전원을 소환해 철저히 조사하고 모든 공직 사퇴서를 받을 방침이다.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중앙승가대 12기 동문들은 지난달 28일 밤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동기 모임을 가졌으며 이 가운데 12명 가량이 밤새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했다.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레이레이션룸에서 벌어진 술판에는 중앙종회 의원 3명을 비롯해 비구와 비구니들이 동참했다. 술을 마신 승려들 가운데는 지난 10월 총무원장 선거 때 자승 스님 캠프에서 활동한 조계종 중앙종회 3선 의원이자 한 사찰의 주지인 스님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불교계에 따르면 중앙승가대 12기는 중앙종회의원 6명을 포함해 종단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동기 모임을 통해 조직 결속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안에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다른 단체가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술판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술판이 끝난 자리에는 승려들이 마시고 난 1박스 분량의 소주병과 3박스 분량의 맥주캔, 먹다 남은 안주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종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부대중 및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유감과 참회를 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종헌종법에서 정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문화연수원은 조계종이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수행문화의 대중화,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목표로 2009년 조계종이 설립한 직영 수행문화도량이다. 이 연수원은 불교 관련 기관의 연수교육은 물론 정부·기업·학교 등 100여개 기관들이 연수 장소로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과 기업 연수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막에 우물 파는 것이 빈곤 퇴치 기술

    사막에 우물 파는 것이 빈곤 퇴치 기술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이경선 지음/뜨인돌/384쪽/1만 8000원 ‘국제사회가 빈곤 퇴치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원조를 하고 있는데도 왜 빈곤국가 사람들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첨단 과학이 판을 치는 21세기에 왜 인류의 절반 이상은 최소한의 기술혜택조차 누리지 못할까.’ 빈곤국가의 궁핍한 삶과 그곳에서 확인되는 과학기술의 불모현상에 고개드는 의문들. ‘빈곤은 저들의 숙명’이란 말로 그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세상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국경없는 과학기술자들’(SEWB)은 바로 그 빈곤국가 사람들의 열악한 삶을 바꾸기 위해 뛰는 사람들을 소개한 책이다. SEWB에 몸담아 실무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적정기술’이야말로 빈곤 퇴치와 과학기술의 균형잡힌 혜택의 첩경임을 사례를 들어 풀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적정기술’이란 ‘현지의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해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용되는 기술’로 요약된다. ‘빈곤은 대량생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에 의한 생산을 통해서만 해결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물레 운동’(1920년)이 그 기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1973년)고 주장했던 E F 슈마허의 ‘중간기술’이나 폴 폴락의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2007년)이 모두 ‘적정기술’을 표방한 실천적 대안운동으로 꼽힌다. 책은 그 ‘적정기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대안적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식수난을 겪는 남태평양 섬에 빗물탱크를 설치해 준 대학교수, 아프리카 사막에 우물을 파는 비정부기구(NGO),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오지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준 대학생 봉사단…. 특히 지금까지 각국 기업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번번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를 ‘지속가능성의 무시’라고 꼽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비록 책 속에 소개된 ‘적정기술’의 방향과 성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그 정신은 또렷하게 하나로 모아지는 듯하다. ‘시장가격의 높은 장애물 뒤에 놓인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넘을 수 있는 낮은 울타리 뒤의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시국 미사’ 파문 개신교·불교계 급속 확산

    ‘시국 미사’ 파문 개신교·불교계 급속 확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지난 대선의 국가기관 개입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27일 개신교 28개 목회자·평신도 단체로 구성된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승려 1000여명은 28일 오전 조계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승려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원불교 교무 200여명은 29일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는 전북 익산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대규모 시국 토론회를 연다. 천주교 사제단의 돌발적인 ‘시국 미사’가 사실상 국내 3개 주요 종단으로 확산된 셈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이후 잠잠하던 종교계가 봇물 터지듯 목소리를 높여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뭘까.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시국 미사’ 발언의 주인공인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에 즈음해 일제히 쏟아진 종교계의 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은 그 원인을 짐작케 한다. 기독교 공대위는 “종교계 성직자들이 강론과정에서 한 발언조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성직자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며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승려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 규명 요구에도 책임 있는 사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했던 원불교 교무들도 이번 시국토론회를 그 연장선에서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원불교 교무들은 그동안 천주교 사제단과 함께 연대활동을 해왔던 만큼 이날 시국토론회에 관심이 쏠린다. 결국 종교 고유의 영역에 대한 공권력 개입과 정부·정치권에서 사건 본질과는 동떨어진 여론몰이, 종교 폄훼로 집약된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 대통령의 사퇴, 혹은 참회에 맞춘 종교계의 집단행동과는 달리 사제단 ‘시국 미사’와 사제 발언을 문제 삼은 보수 성향의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26일 정의구현사제단 해체를 요구한 데 이어 27일 한국장로회총연합회와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반 국가적, 종북적 행위이자 망언으로 규정하고 사제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처럼 종교계의 주장과 행동이 엇갈리지만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 규명과 대통령 사퇴·참회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추세다. 실제로 다음 달 16일부터 25일까지 의장단 3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금식기도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던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는 29일 기도회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갖는다. ‘개신교평신도대책위’도 1만인 개신교인 선언 준비위원회를 구성,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참여불교재가연대를 비롯한 14개 단체가 모여 발족한 불교시국회의도 정부의 공개참회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연대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종교계는 이와 관련, 진원지인 천주교의 입장 정리와 그에 따른 움직임이 향후 추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나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교구를 비롯한 지역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조만간 교구별 모임을 통해 입장을 천명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따라서 교구별 사제의 결정에 따른 평신도들의 결집이 이어질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명사 27명이 들려주는 성철 스님 이야기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1912~1993) 열반 20주기를 맞아 저명인사 27인이 스님을 추모하는 글을 한 권으로 묶은 에세이집 ‘참선 잘하그래이’(김영사)가 출간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기획한 책에는 고은 시인의 추모시를 비롯해 전 동국역경원장 무비 스님,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박성배·고준환·김형효·고영섭·김호성·황순일 교수, 한승원·김성동 소설가, 홍신선·정호승·고형렬 시인, 이계진 전 국회의원, 스님 동상을 조성한 조각가 강대철씨의 글이 들어 있다. 책에서는 10년 동구불출(산문 밖을 나오지 않은 채 수행에 매진), 8년 장좌불와, 3000배의 만남 등 숱한 이야기를 남겼던 성철 스님과의 다채로운 인연담이 새록새록 풀어진다. 특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소개돼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성철 스님이 보조 스님의 화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는 무비 스님은 성철 스님을 이렇게 추모하고 있다. “성철 스님이 보조지눌 국사를 엄청 비난했던 것은 보조의 오류가 아니라 당신의 오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조의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저렇게까지 집요하게 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 백련불교문화재단 측은 성철 스님 20주기 다례재에 즈음해 ‘백일법문’ 증보판을 펴낼 예정이다. ‘백일법문’ 증보판에는 성철 스님 법문 중 기존에 빠졌던 선 관련 법문 100여쪽이 새로 추가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원불교 ‘햇빛교당’ 100개 세운다

    원불교 ‘햇빛교당’ 100개 세운다

    ‘햇빛교당 100개를 조성하고 원불교대사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16년 개교(開敎) 100주년을 앞둔 원불교가 이색 기념 사업계획을 밝혔다. ‘100주년 성업’을 기념한 종단의 중점 사업을 일반에 미리 공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개교 28일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에 따르면 원불교는 2016년까지 교회나 절에 해당하는 100개의 원불교 교당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서울 구로교당을 ‘제1호 햇빛교당’으로 정해 곧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구로 햇빛교당의 경우 하루 2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교당이 자급자족하고도 남는 양이다. 남는 전기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거나 한국전력에 팔아 사회공헌 사업에 쓰기로 했다. 원불교가 중점 사업의 하나로 일반에 공개한 햇빛교당은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과 맥이 닿는다는 게 원불교 측의 설명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교단 창립 때 경제자립과 상부상조를 위해 설립한 저축조합은 원불교가 자랑하는 큰 사안이다. 이 햇빛교당은 저축조합에 뿌리를 둔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해 조합원 출자로 태양광발전소 건립 비용을 조달하게 된다. 5만원 이상 내면 누구나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 가입 자격을 갖지만 출자금은 1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수익사업으로 인식되거나 전환될 위험성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햇빛교당과 연계해 절전운동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100개 절전소’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 정상덕 교무는 이와 관련해 “원불교를 창립할때 내걸었던 정신적, 물질적 개벽이 제대로 살아있는지 반성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뜻을 모아 착안한 중점사업”이라고 밝혔다. ‘원불교대사전’의 무료 공개도 눈길을 끄는 사안. ‘원불교대사전’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0년간 공을 들여 최근 펴낸 사전. 원불교의 역사와 문화, 주요 인물, 용어 등을 1300쪽 분량으로 총정리했다. 이 사전을 원불교 홈페이지(www.won.or.kr)와 네이버, 스마트폰을 통해 연말부터 일반에 무료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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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부사장 승진△SCM그룹장 강태길△세탁기사업담당 이호△창원생산그룹장 한주우◇전무 승진△평택생산그룹장 김주형△MC연구소플랫폼그룹장 김형정△MC미국마케팅담당 마창민△중남미지역대표(파나마법인장 겸임) 박세우△세무통상담당 배두용△브라질법인장 변창범△MC북미영업담당 이연모△TV사업담당 이인규△특허센터 특허전략·상표디자인팀장 전생규△미국법인장 조주완△노경담당 황상인◇상무 신규선임△남경디스플레이생산법인장 구호남△미국법인 산하 AE담당 김영은△사업기획담당 산하 김종현△세탁기드라이어사업실장 김종호△냉장고개발담당 산하 김현진△경영전략담당 노진서△GSMO B2B그룹 산하 민승홍△중국법인 화서담당 박승민△VE선행담당 박태화△CTO기획관리담당 배동수△사우디법인장 안득수△MC연구소 P2산하 여인관△대외협력담당 윤대식△MC피쳐폰담당 윤동진△HE연구소 선행연구실장 이기동△SBC컨텐츠담당 이상우△PC연구실장 이성호△GSMO브랜드매니지먼트담당 이정석△TV&AV북미영업담당 이천국△MC Sprint KAM 정수헌△MC연구소 P1산하 정호중△HE사업개선담당 조광희△세탁기생산담당 조재래△유럽B2B법인장 최영준△MC연구소 D1산하 최용수△한국커머셜기업담당 허재철△CTO실리콘밸리연구소장 사무엘 창 ■LG하우시스 ◇전무 승진△최고재무책임자(CFO) 김홍기◇상무 신규선임△품질·안전환경담당 박노웅△연구소장 이민희△표면소재사업부장 김광진△정도경영담당 이기혁◇전입△신유통·마케팅부문장(전무) 김명득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승진△TV 사업부장 황용기△OLED 패널 그룹장 차수열◇전무 승진△TV개발 그룹장 김명규△기술전략 그룹장 송영권△OLED TV 개발1담당 오창호△IT·모바일 영업·마케팅 그룹장 이동선◇상무 승진△중국경영관리담당 강승모△IT·모바일 개발5담당 김성호△TV 개발2담당 김점재△TV 마케팅담당 박종선△OLED 패널 개발담당 신우섭△연태법인장 이중희△IT·모바일 영업4담당 이창원△LTPS 기술담당 최홍석 ■GS에너지 ◇상무 신규선임△경영기획부문장 이태형 ■GS칼텍스 ◇전무 승진△생산2공장장 이두희△GS엠비즈 대표이사 장인영◇상무 신규선임△수급부문장 장창수△RM부문장 최우영△HCR부문장 오영철△영업기획부문장 이강영△서부소매사업부문장 하홍식△대외업무부문장 이영원◇전입△북경법인장 김태오 ■GS파워 ◇전무 승진△마케팅부문장 조효제◇상무 신규선임△기획·재무부문장 한기훈 ■해양도시가스 ◇전입△대표이사 고춘석 ■서라벌도시가스 ◇전입△대표이사 조항선 ■GS리테일 ◇전무 승진△전략부문장 김준경◇상무 신규선임△수퍼사업부 SD부문장 남시원△경영지원본부장 오진석 ■GS홈쇼핑 ◇상무 신규선임△해외사업부장 김원식 ■GS EPS ◇상무 신규선임△영업전략부문장 이재덕 ■GS글로벌 ◇상무 신규선임△생활물자사업부장 안운진 ■GS건설 ◇전무 승진△건축사업본부장 우무현△전력사업본부장 강철희△재무본부장 김태진△인재개발실장 박병창△UAE수행담당 승태봉△ERC프로젝트담당 안선식◇상무 신규선임△통합공무구매실장 최귀주△마리나 사우스 PD 백휘△남아시아엔지니어링센터장 임종민△플랜트구매1담당 오민석△홍보담당 허태열△토목1담당 박정수△플랜트해외영업지원담당 이우찬△건축기전담당 이용우△플랜트 서브사하라지역담당 서광열△토목프로포절담당 조성한△토목해외프로포절담당 고병우△플랜트수행설계2담당 이몽룡△KLPE 프로젝트 PM 서상수△PP-12복합화력발전소건설공사 PM 이동민△플랜트공사담당 이광일
  • 기독교 공대위도 대통령 사퇴 요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신부들이 ‘대통령 퇴진 시국 미사’를 연 데 이어 개신교계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기독교 공대위)는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 다양한 국가기관이 광범위하게 개입했음을 확인해 주는 수많은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기독교 공대위는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감리교정의평화위원회, 기독자교수협의회 등 28개 기독교 목회자·평신도 단체로 구성됐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 개신교계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으로 종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은 오히려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유린했고 이와 같은 부정 선거에 의해 탄생한 현 정권은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국가의 선거 개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장로회총연합회와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의회 등 보수 성향의 3개 기독교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5가 연동교회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구교구 사제들의 시국 미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사제들의 시국 미사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반국가적 종북 행위이자 망언”이라며 시국 미사 참여 사제들의 사과와 천주교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제단 시국미사 파문] 종교계, 파장 확산 전전긍긍

    종교계는 지난 22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이 종교계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개신교·불교의 일부 진보단체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시국선언과 금식기도 모임을 이어갈 태세여서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종교계는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 이후 25일까지 종단, 혹은 교단 차원의 공식적인 논평이나 대응 없이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25일까지 공식적으로 시국과 관련한 선언이나 집회를 선언한 종교 단체는 개신교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와 정의평화기독인연대, 불교계의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등 3개 단체. 목정평은 다음 달 16~25일 서울광장에서 의장단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금식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개신교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기독인연대는 다음 달 초 시국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이르면 28일쯤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부재에 대한 규탄과 참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종교계는 이 같은 선언과 기도모임에 ‘종교도 정치·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작 종교계 연대 행동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실천승가회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 이전에도 시국 선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불교계의 대표적인 진보적 승려단체”라며 “이들의 시국선언을 조계종 전체의 입장으로 봐선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목정평 총무 원용철 목사도 “목정평의 금식기도 모임은 정의구현 사제단 미사 이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지난 대선 무효 선언 말고도 교회 갱신과 회개를 위한 자정 운동의 성격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정웅기 운영위원장은 “종교계에서도 시국과 관련한 성직자나 신도들의 단체행동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부 종교계의 발언과 집단행동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몰아간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치권과 종교계 모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야심차게 뒤집는다 이번엔 중국 역사다

    야심차게 뒤집는다 이번엔 중국 역사다

    이중톈 중국사1/이중톈 지음/김택규 옮김/글항아리/200쪽/1만 2000원 지난날의 기록인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거역할 수 없는 진실의 궤적’, ‘승자의 입맛에 맞춘 이기적 각색’, ‘미래를 위한 통렬한 교훈’…. 이처럼 많은 정의와 개념이 혼재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공유의 흔적’이란 사실은 공통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에 걸쳐 변함없이 강조되는 사안이다. 역사의 중요성은 거역할 수 없는 명제라지만 후대에 뒤집어지는 역사와 역사적 사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중톈 중국사1’은 역사 다시보기를 시도한 역작으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현대적 시각으로 역사와 고전을 해석해 ‘중국대륙 최고의 역사 고전 해설가’란 별명이 붙은 인물. ‘2018년까지 모두 36권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시 정리하겠다’는 야심찬 선언의 첫 결과물이 바로 ‘이중톈 중국사1’ 선조(先祖) 편이다. ‘중국 역사를 다시 쓴다’는 저자가 통념처럼 굳어진 기존 학설을 뒤집어가며 풀어내는 선사시대 중국의 모습은 새록새록 새롭고 흥미롭다. 이를테면 중국 최초의 신이라는 여와는 뱀이 아니라 개구리이며 황제(黃帝)는 특정 인물의 지칭과는 먼 황제족의 1·2·3대 족장임을 들춰낸다. 그런가 하면 요임금과 순임금의 평화로운 선양(왕위를 물려줌) 신화는 말짱 거짓말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그 와전과 왜곡의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원래의 개구리 여와가 후대에 뱀으로 둔갑한 것만 해도 복희나 복희의 추종자 혹은 계승자가 통치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변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화와 전설 시대를 대표하는 제왕이나 문화영웅들을 실존 인물이나 상상의 산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로 간주한다. 서로 분리된 듯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사관이 독특하다. 이른바 ‘통하지 않는 통사’이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의미심장한 역사 서술에 담긴 재기넘치는 문체다. ‘엄숙함은 태도이고 발랄함은 표정’이라는 저자의 말 그대로 ‘서사시적 통사’로 읽히는 역사 다시보기의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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