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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이 남긴 화해와 평화… 응답하라, 대한민국

    교황이 남긴 화해와 평화… 응답하라, 대한민국

    “이해하고 용서하라.” 지난 4박 5일간 대한민국을 감동으로 물결치게 했던 ‘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 때로는 환하게 웃고 때로는 준엄한 얼굴로 꾸짖었던 그의 으뜸 메시지는 역시 화해와 평화였다. 출국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의 미사는 그 절정의 울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공식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교황은 휴가를 반납한 채 아시아의 청년들을 보기 위해 지난 14일 한국에 왔다. 4박 5일간 무려 1000㎞의 거리를 이동하며 치른 행사만도 20여개나 된다. 젊은이들을 위해 깨어 있으라고 격려하고 사제들을 향해서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누구도 주지 못했던 위로를 안겼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온정을 나눠 줬다. 거리로 나가라고 사제들의 등을 떠미는 낮은 사목은 가는 곳마다 실천의 증거로 화제가 됐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는 일갈은 교회와 사제들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깨우쳐 줬다. ‘가난한 자를 잊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한 사목은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과 겸손이었다.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줄곧 작은 차를 타고 이동한 것이나 손수 들고 다닌 검은 가방, 그리고 광화문 시복식 때 애써 낮춰 세운 제대도 소탈과 겸손의 방증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비바 프란치스코’라는 환호가 뒤따랐다. 고통받는 자를 지나치지 않고 손잡아 주는, 묵묵하고도 진한 사랑의 메시지는 한국 천주교 1번지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날 빛을 발했다. “길은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는 동행의 아름다움을 종교 지도자들에게 권유했고, 평화와 화해의 실천을 촉구했다. 남북이 갈라졌어도 같은 형제를 거듭 이해하고 용서하라고 말했다. ‘비바 프란치스코’의 울림은 이제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됐다.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일정을 큰 울림으로 마무리한 교황은 단출한 환영식을 끝으로 오후 1시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송전탑·쌍용차… 끝까지 ‘낮은 곳’ 밝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례하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3명을 비롯해 각계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교황은 직접 집전하는 미사 강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선포한다. 남북 천주교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명동성당 미사는 교황의 방한 전부터 시선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황이 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를 비롯해 여러 행사를 통해 거듭 화해와 평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허영엽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관되게 복음에 기반을 둔 평화의 중요성과 그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중시한다”면서 “교황이 한국에 오신 것은 아시아를 만나러 온 것인 만큼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염두에 둔 포괄적인 메시지를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미사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대거 초청됐다. 6·25전쟁 전 평양·원산·함흥을 비롯한 북한 지역 교구에 소속됐던 사제와 수녀, 신자 등 실향민 외에 새터민과 그 가족들,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 관계자 5명도 포함됐다. 한국과 교회의 미래를 위한 측면에서 중·고교생 50명도 초청됐으며 경찰과 환경미화원, 장애인, 메리놀 수도회, 천주교 사회봉사단체인 한국카리타스 관계자, 가톨릭 노동장년회원, 가톨릭 농민회원 등도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인술(仁術)을 펼쳐 지난해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은 치과의사 강대건(82)씨도 미사에 초청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기 직전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남을 갖고 성당에 입장하면서 서울대교구 직원을 비롯한 이들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한편 허 대변인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가 초청장을 보낸 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참석을 요청한 데 대해 내부사정상 참석이 어렵다는 답장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비바 파파’ 외침 속 세월호 유족 손 꼭 잡은 ‘감동 드라마’

    ‘비바 파파’ 외침 속 세월호 유족 손 꼭 잡은 ‘감동 드라마’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역사적인 초기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 일대에서 30분간 펼쳐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퍼레이드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한 교황이 국산 준중형차에 몸을 싣고 서울광장 끝자락에 도착한 오전 8시 42분, 새벽부터 자리 잡고 앉아 교황을 기다리던 천주교 신자 17만여명과 방호벽 밖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교황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9시 8분, 덮개 없는 흰색 차로 갈아타고 광화문 바로 앞 시복식 제단 쪽으로 차가 움직이자 여기저기서 ‘비바 파파’라는 외침이 퍼져 나갔다. “교황님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신자들이 건네는 간절한 인사에 교황은 환한 표정으로 일일이 손을 들어 화답했다. 지척에서 교황의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어대는 휴대전화 물결들 사이로 중간중간 차를 멈춰 교황이 어린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쓰다듬기를 십여 차례 거듭하며 광화문 앞 제단을 지나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광장 끝 자락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린 교황이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의 손을 꼭 잡았다. “교황님,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춘 김씨가 “저희가 쓴 편지를 드려도 되겠느냐”며 노란색 봉투에 담긴 편지를 보이자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교황의 왼쪽 가슴에 보이는 노란 리본 배지. 전날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 학생들이 잠깐 만나 선물한 그 리본이다. 살짝 비뚤어진 노란 리본을 바로잡으며 건네는 진심 어린 인사에 여기저기의 흐느낌이 얹혀진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뒤로한 채 다시 차에 올라탄 교황. 차에 올라서도 유족들을 한참 쳐다보며 퍼레이드를 이어 간 교황이 제단 앞에 도착해 사제단의 영접을 받은 시간은 9시 38분. 교황은 이날 시복식 내내 그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신답니다… 우리 정치권도 바뀔까요”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신답니다… 우리 정치권도 바뀔까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방한 첫날인 지난 14일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유족들에게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한 그는 이후 나흘 내내 가슴 한편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참사를 점차 잊어가는 우리 사회에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의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에게 세례성사(천주교 신자가 되는 의식)를 베풀었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로 정해졌고 교황으로부터 단독 세례를 받은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청년 12명의 세례를 집전했었다. 교황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가톨릭 순교자를 성인 전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예식) 때도 세월호 유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참사로 딸을 잃고 광화문광장에서 34일째 단식 중이던 김영오(47)씨는 이날 교황의 차량이 광장 끝에 다다르자 연방 “파파”(‘교황’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외쳤고 교황은 차에서 내려 김씨의 앙상해진 손을 잡았다. 시복식 현장에는 다른 세월호 유족 400명도 자리했다. 김씨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참사 100일이 넘도록 특별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어 교황님만 기다렸다”면서 “직접 만나서 위로받고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전하니 내 할 일을 다 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시복식에서 교황에게 ‘세월호 유가족은 가장 가난하고 보잘것없으니 보살펴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도와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건넸다. 김씨는 “교황님 덕에 전 세계에 유족들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게 됐다”면서 “교황의 진심 어린 메시지에 정부가 압박받겠지만 그래도 변화가 없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복식에 참가해 교황을 만난 고 최윤민양의 아버지 최성룡(62)씨는 “멀리서 온 교황님도 마음을 열고 우리 얘기를 들어주시는데 정작 같은 나라의 높으신 분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문제가 내부적으로 해결 안 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며 한숨지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교황, 北·中과 대화 의지… “관계 개선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 헬기로 충남 서산 해미성지와 해미읍성을 방문해 아시아 주교와 청년들을 잇따라 만나며 숨가쁜 사목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하며 한국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선포한 교황은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행사장과 연도에 몰린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변함없이 환한 웃음으로 축복을 전했다. 해미로 내려가기 전 숙소인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7)씨에게 세례성사를 베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미성지에서 먼저 한국 천주교 주교단 15명, 아시아 각국 추기경·주교 50명을 만나 공동기도를 하며 교회의 방향과 사목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교황은 특히 연설에서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북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교황청 미수교 국가와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 발언과 관련해 “교황이 구체적인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교황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과 선의의 대화를 나누고 수교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미읍성으로 이동한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식에 참석해 청년 참가자 6000여명과 아시아 주교단 50명, 일반 시민 4만 5000여명과 격의 없는 만남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종교 지도자들을 잠깐 만난 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3명을 포함한 각계 인사 1500여명이 참석하는 미사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끝으로 4박 5일간의 한국방문을 마무리하고 오후 1시쯤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iul.co.kr
  • 노란리본 단 파파, 고통받는 한국을 위로하다

    노란리본 단 파파, 고통받는 한국을 위로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광복절과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한국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거듭 축원하면서 고통과 아픔 치유에 천주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방한 이틀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아픔을 위로했고,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사목 행보를 이어갔다. 가톨릭계에 따르면 교황이 성직자 옷인 수단이나 미사를 집전할 때 입는 제의에 성물(聖物)이 아닌 다른 상징물을 부착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시민 등 5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인들은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성모승천대축일을 거행한다”면서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밝혔다. 교황은 또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됐던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해 대전으로 내려간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친 뒤 대전과 충남 당진 등을 찾았고, 가는 곳마다 신자와 시민들이 몰려들어 축복과 은혜를 청했으며 교황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교황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며 미사가 끝난 뒤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해 장애인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을 잇달아 만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가겠다”… 감동의 스킨십

    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가겠다”… 감동의 스킨십

    ‘짧은 만남, 깊은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기 직전 제의실 앞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단원고 학생 대표와 유가족 10명을 만나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교황이 외국 방문을 하면서 관례상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지만 이번 세월호 유족들 면담과 같은 만남은 이례적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남은 비록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한 첫날인 지난 14일 서울공항에서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에게 “아픔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줬다. 유가족들은 교황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정부와 의회가 나서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면서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버지를 광화문 미사 때 안아 달라는 요청에 교황이 고개를 끄떡였다고 전했다. 경기 안산에서 대전까지 십자가를 메고 걸어온 희생자 아버지 김학일씨는 “제의실에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으니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 달라”는 부탁에 교황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방한준비위원회 측은 “교황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교황이 십자가를 가져가는 데 필요한 절차는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담당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와 함께 교황에게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유가족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과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줄 것을 부탁하는 영문 편지를 전달했고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2명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전했다.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면서 유가족들이 선물한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줄곧 달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교황의 의지에 부합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을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도 세월호 참사 유족 600여명의 참석이 확정됐다. 한국천주교는 현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부근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을 시복식 때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교황을 볼 수 있도록 좌석을 제단 근처로 옮기도록 배려할 방침이다. 이 같은 교황의 각별한 관심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복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의 농성장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시복식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인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하는 텐트 등 2개동만 남기고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족들은 16일 오후 시복식이 끝나면 다른 천막들을 원래 위치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한편 세월호 범국민대책위원회도 15일 오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밤에는 시청광장에서 문화제를 열 계획이었으나,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해 문화제를 취소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헬로 파파… 화해의 씨앗 활짝 피어나는 계기되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헬로 파파… 화해의 씨앗 활짝 피어나는 계기되길”

    25년 만에 교황을 맞는 14일 전국은 들썩거렸다. 명동성당을 비롯한 전국 각 성당은 일제히 교황 환영 메시지를 담은 깃발,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으로 도착한 교황의 환영행사 생중계를 기차역과 터미널 대합실 등에서 TV로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천주교 신자들의 감격은 더욱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 근처 청와대 분수대 앞은 상기된 표정으로 교황을 맞이하려는 천주교 신자 200여명으로 북적였다. 모두 파란색 티셔츠를 차려입은 이들은 초대교회 공동체 운동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소속 교인들이었다. ‘복음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현수막을 든 교인들은 한국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로 복음송을 부르며 교황을 기다렸다. 그 앞을 지나던 교황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흘들어 줬다. 최용근(24·대학생)씨는 “교황님 영접을 앞두고 월요일부터 다 같이 기도하면서 말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며 “오늘 플래카드 드는 일을 맡았는데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전국 각 성당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자들이 찾아 기도를 올리며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교황 방한 첫날 사제들의 시선이 주목된 곳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교황이 맨 처음 사목 방문지로 택한 것이 주교회의인 데다 서울의 변두리까지 직접 찾아간 곳이어서 감격은 더했다.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천주교주교회의 건물 들머리에 늘어선 사제와 수녀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됐다. 교황대사관에서의 짤막한 개인 미사 후 청와대를 예방해 대통령 면담, 공직자들과의 만남을 하고 찾아온 교황을 친견한다는 설렘 때문이다. “교황님 도착하셨습니다.” 누군가의 외마디 알림에 모든 시선이 들머리로 향했다. 마침내 환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 걷는 교황의 현신. “교황님 고맙습니다. 어서오세요.” 반가운 맞음의 순간이 끝나고 사제의 안내로 7층 소성당에 들어선 교황의 기도 소리가 잔잔하게 퍼졌다. 교황의 기도를 지켜보는 사제와 수녀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며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현직 주교단 25명과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등 은퇴 주교 8명이 마음의 기도를 함께 바쳤다. 국내 16개 천주교 교구협의체인 주교회의는 대내외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교황청이나 외국 교회와의 연락 업무도 맡는다. 이날의 만남은 세계 가톨릭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이 지역 교회를 돌보는 주교들을 격려하며 세계 교회의 하나 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목 방문을 거듭 강조했던 교황이 먼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만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터. 그렇다 해도 한국의 사제들은 여독에 지친 몸으로 서울의 변두리까지 걸음해 준 교황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찍이 “주교들을 보려면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중곡동행을 고집했다. 1984년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식 집전차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의 주교단을 만난 곳은 숙소인 주한 교황대사관이었다. “이렇게 먼 길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가 끝나고 4층 강당으로 자리를 옮긴 교황에게 주교단을 대표한 강우일 주교가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건네자 반갑게 화답했다. “순교자들이 씨앗을 뿌리고 가톨릭 신자들이 대대로 물을 주어 이 나라와 세상의 미래를 위한 약속으로서 여러분에게 전해진 신앙이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기도로 이 땅에서 활짝 피어나기를 빕니다.” 이탈리아어로 답례 연설을 끝낸 교황이 환하게 웃었다. 주교들과 한 사람씩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자 어느새 오후 6시 30분. 교황은 그렇게 한국 땅에서의 첫 사목 방문을 마무리하며 중곡동을 떠났다. 그리고 숙소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한식과 양식을 곁들인 보통 가정집의 조촐한 저녁 식사로 한국 땅에서의 첫날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교황 침소 6평 남짓… 침대·옷장·탁자 달랑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 묵는 숙소 겸 집무실이다. 15일 대전가톨릭대에서 있을 아시아청년 대표와의 오찬과 17일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예정된 아시아주교와의 오찬을 제외한 모든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하게 된다. 교황이 외국을 방문할 때 방문국 주재 교황대사관이 교황청을 대신하는 관례에 따라 거소로 정해졌다. 총면적 2300여㎡, 건물면적 1600㎡ 규모의 2층 집으로 지어진 지 50년이 넘는 낡은 건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당한 궁정동 안가 자리 앞이다. 청와대와 인접해 재건축이 불가능한 탓에 냉난방시설조차 제대로 못 갖춰 당국이 교황 방한에 앞서 부랴부랴 에어컨을 수리했다고 한다. 침실은 1984·1989년 두 차례 한국에 왔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묵었던 곳이다. 침대와 옷장, 탁자만 놓여 있는 6평 남짓의 소박하고 검소한 공간으로 평소 파딜랴 대주교가 쓰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 내 유명 침대 제조업체가 교황이 사용할 침대를 기증할 의사를 밝혔지만 교황대사관 측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티칸에서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교황관저(교황궁) 대신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을 숙소로 고집한 교황의 뜻을 한국 천주교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이곳으로 이동, 교황대사 파딜랴 대주교와 대사관 직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에서의 첫 개인 미사를 봉헌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영접 통역한 정제천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영접 통역한 정제천 신부

    1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후 10여분에 걸친 영접 행사 내내 교황 뒤를 따르며 동분서주해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인물이 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4박 5일간 그림자처럼 교황을 수행하며 통역을 도맡을 정제천(57) 예수회 신부. 광주에서 태어나 33세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속된 예수회에 입회, 6년 뒤 사제품을 받은 해외통 신부로 유명하다. 1994년부터 2년간 스페인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 2009년 최종 서원했다. 정 신부가 이번 수행비서 겸 통역 담당자로 낙점된 건 교황방한을 앞두고 교황청이 예수회 한국관구에 요청한 데 따른 것.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 신부 중 한국에 있으면서 스페인어와 이탈리어에 능통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정 신부는 교황의 수행 및 통역 비서로 간택된 데 더해 다음달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예수회 한국관구장에 피선,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다. 실제로 서울공항 영접행사가 끝난 뒤 주한 교황대사관으로 이동하는 차 옆자리에 동승한 뒤 이날 하루 종일 교황과 동행했다. 숙소도 교황과 같은 주한 교황대사관으로 정해 교황의 첫날 밤부터 같은 지붕 아래 몸을 뉘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14일 아시아 국가 첫 국빈 방한

    프란치스코 교황, 14일 아시아 국가 첫 국빈 방한

    12억 천주교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이자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통하는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가 14일 한국천주교와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한 이후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브라질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요르단 3국에 이어 세 번째다. 아시아 지역 첫 방문이며 특히 순방이 아닌 한국 단독 방문이어서 세계인의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역대 교황이 한국을 찾은 것은 1984·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프란치스코가 세 번째로 이번 방문은 25년 만의 교황 방한인 셈이다. 14일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전 등 충청권을 오가며 4박 5일간 20여개의 행사에 참석하는 빡빡한 일정을 이어 간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인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를 비롯해 서울 광화문 124위 순교자 시복식, 성모승천대축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 네 차례에 걸쳐 대규모 미사를 직접 집전한다. 교황은 미사 중 강론을 통해 특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선포할 예정이며 특히 방한 마지막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례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강력한 주문과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나라 안팎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즉위 이후 ‘가난한 자와 가난한 교회’를 천명,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가라’고 외쳐 온 교황은 방한 중 천주교 사목 방향도 새롭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최고 성직자 30명과 아시아 각국 주교 60명이 교황을 따라 한국을 찾는다. 각종 미사와 집회 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롯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잇달아 만나 위로하면서 소통과 배려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입국을 앞둔 13일 오후 5시쯤 트위터에 한글로 적은 글에서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is@seoul.co.kr
  • [교황 방한 D-1] “세월호 눈물 내쫓고 미사 거행할 순 없다”

    [교황 방한 D-1] “세월호 눈물 내쫓고 미사 거행할 순 없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틀 앞두고 “교황 방한을 계기로 이 땅에 화해와 평화의 싹이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면서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대한 강제퇴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주교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교종(교황)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제일 먼저 찾아가는 분”이라며 “방한을 통해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주교는 메시지에서 “우리 사회는 남북한 냉전,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 급속도로 양극화된 계층 격차, 국가운영 시스템의 패착이 송두리째 드러난 세월호 참사, 병영 안의 비인간적 폭력의 일상화 같은 많은 번민에 휩싸여 있다”며 “교종이 124위 순교자의 시복미사를 손수 주례하고자 방문하는 것은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파묻혀 사는 우리가 순교자들의 충성과 신의를 상기하고 본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또 세월호 참사에 관한 별도 언급을 통해 “국회는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염원대로 철저한 진상 조사와 규명이 이뤄지도록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세월호 유족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특별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재합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타결될 때까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과 사랑의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고 강제퇴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생각나눔] 교황 대중 스킨십 막나?… 과잉 경호 논란

    [생각나눔] 교황 대중 스킨십 막나?… 과잉 경호 논란

    신자들과의 스킨십을 원하는 교황의 뜻을 이해 못한 과잉 경호인가, ‘A급 경호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인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불거진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해 가톨릭 교계와 시민, 경호 당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가톨릭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시복식’(한국인 가톨릭 순교자 124인을 ‘복자’로 추대하는 예식)에는 초청된 천주교 신자 20만명과 시민 등 10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정확한 경비·경호 인력에 대해 함구하지만 일각에서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와 비슷한 3만명이 동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장 인근 4.5㎞에는 방호벽(높이 90㎝)이 둘러쳐지며 시복식 참가자 20만명을 금속탐지기 300대를 동원해 꼼꼼하게 체크한다.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대규모 ‘경호 작전’에 부정적이다. 시복식에 초청받은 신모(26·여)씨는 “교황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한 행동으로 일반인에게 거리감만 준다”면서 “시복식에 공식 초청된 것인데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도록 하는 등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차모(27)씨도 “교황은 방탄차 대신 작은 차로 이동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는데 당국이 너무 유난을 떤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경호가 특히 비(非)신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해 교황과 가톨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시복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의 경호는 교황청 전례 원칙과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리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호 당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교황의 방문인 만큼 한 치도 소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 대학생 이모(당시 23세)씨가 교황 차량 쪽으로 뛰어들어 장난감 총을 발사했던 ‘악몽’도 무시할 수 없다.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상황에서 경호에 구멍이라도 뚫리면 조직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가톨릭계와 의견을 맞춰 방호벽 높이를 G20 행사(2m) 때보다 낮췄다”고 말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8년 미국 뉴욕을 방문해 카퍼레이드할 때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한국의 경호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의 농성 천막이 설치돼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천주교 측이 유족들과 일시 철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경찰이나 서울시로부터 시복식과 관련해 들은 말이 없다”면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천주교 밖에서 본 교황의 방한

    천주교 밖에서 본 교황의 방한

    천주교 바깥에서는 교황의 방한을 어떻게 볼까. 종교계는 나름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선과 기대를 가질 것이다. 이웃 종교인들이 서울신문에 보내온 기대와 제언을 요약한다. ■낮은 자를 향하는 교회의 사명 기대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 시절 작은 아파트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노숙자를 만나러 잠행하고 피부병 환자를 안고 입을 맞추며 청소년과 격의 없이 셀프 카메라를 찍는 등 소탈을 넘는 겸손과 인간적인 행보가 수없이 많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시끌벅적하다. 이러한 국가적 혼돈 속에 한 줄기 샘물처럼 교황 방한에 따른 요구가 많다고 한다. 생명, 평화, 통일, 노사 간 문제점을 일소시켜 달라는 종교적 행위로 생각된다. 한국사회가 존경받는 어른이 없다는 불행한 사회의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황이 오신다고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대전, 음성, 명동과 광화문의 동선이 전부인데도 국민의 마음은 축복받은 자의 기쁨으로 충만한 듯하다. 교황 순방이 주는 교훈 또한 명백하다. 교황의 품성인 겸손과 인간적인 심성뿐 아니라 낮은 자를 향한 행보를 바랄 것이다. 한편 세계 종교 지도자의 혜안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천주교 틀 속에 명예를 채우는 축복행사보다는 교회 밖 가난과 낮은 자를 향한 행보와 교회의 사명을 바란다. ■교황의 청빈한 삶 확산되기를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세상의 불의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는 12억 가톨릭인의 수장이지만 가톨릭 울타리를 벗어난 세계인의 지도자다. 청빈한 삶, 사랑의 실천, 불의의 배격이라는 기독교 전통이 훌륭히 되살아나 사회 변화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넓게는 그 물결이 다른 종교로, 세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렇게 교황의 삶이 주는 의미를 한국사회에 접목하는 쪽으로 나라가 떠들썩했으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단을 꾸려 여러 편의를 돕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지자체들의 태도는 과해 보인다. 교황의 소박한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방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가톨릭 내부 프로그램으로 짜인 것도 아쉽다. 짧은 방한 일정이라지만 세월호 참사 등 고통받는 시민들과의 만남도, 남북 긴장과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그분의 혜안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는 듯하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온 그분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와 종교계에 성찰과 전환의 좋은 자극을 기대했던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정직·겸손이 미덕 되는 사회 되길 정정숙 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겸손과 소박, 검소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과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한국가톨릭교회가 교황 방문으로 인해 한바탕 요동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단지 교황의 직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가난한 자에게 희망을’,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외롭고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분이다. 이번 방한 행보에도 그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 같다. 꽃동네 방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뿐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도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교황은 행보 하나하나에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과 베품을 이뤄 내고 있어 사람들에게 종교지도자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황의 기도와 메시지는 평화를 희망하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해 줘 더욱 빛난다. 생명의 존엄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 교황 방문으로 물질보다는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 정직과 겸손이 미덕이 되는 사회, 갈등을 넘어 이해와 포용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도록 종교인들이 앞장서 나가기를 기대한다.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로 희망 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홍보실장(목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우리가 이전 교황들로부터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런 모습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종교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파격으로 다가온다. 그분의 말들도 세상의 관심이다. “세계화는 여러 국가를 노예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들은 교회가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의 통제되지 않은 경제적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로 반대한다.” 파격적인 말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팽배한 배척의 정치와 불평등의 경제가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강조하는 모습에 신뢰가 더해진다. 그분의 행보와 말씀을 되뇌어 섬기는 이유는 그 ‘파격’ 뒤에 숨은 메시지 때문이다. 그분의 ‘파격’에는 줄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가난한 교회”의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고단한 현대인들은 그 메시지를 종교의 참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 전반에서 근본화·세속화의 우려가 있고, 사회로부터 걱정의 소리를 듣는 지경까지 왔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교회” 여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웃 종교끼리 우정 나누는 출발점 되길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사무총장 ‘로마에서 시작해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진다는 가톨릭 교황의 목소리. 그 가운데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과 목소리는 특별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 가톨릭은 그의 방한이 우리 사회, 특히 이웃 종교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에 대해 무심한 듯해 안타깝다. 교황의 방한이 단순히 가톨릭만이 아닌 이웃 종교와 우리 사회에 던지게 될 시대적 의미를 함께 짚어 내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움트게 하기 위한 노력을 심화할 대화 계기의 마련에는 눈을 돌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에서 방한이 마무리된다면 단순한 행사 참여의 들러리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려된다. 교황의 방한은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평화의 영을 주는 가난한 사람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오늘의 한국 종교계 전체를 향한 울림이어야 한다. 이웃 종교 사이의 ‘빛과 우정과 기쁨’을 나누어 우리 사회 전체를 ‘공존의 대화’로 이끌어 내는 희망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l.co.kr
  • ‘광화문 시복식’ 보러 100만명 모인다

    ‘광화문 시복식’ 보러 100만명 모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간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숨결이 깃든 곳을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교황 방한 중 예정된 행사만도 네 차례의 미사를 포함해 무려 20개.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정이다. 교황은 가는 곳마다 강론이나 연설, 참배를 이어가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청년대회는 교황 방한의 주목적이자 교황이 처음 참가하는 아시아청년대회인 만큼 세계 천주교계의 이목이 집중될 행사이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창시한 젊은이들을 위한 신앙축제다.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빛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란 주제의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22개국 1000명과 한국 900명 등 2000명이 참가하며 아시아 각국 주교 60명도 자리를 함께한다. 교황은 대회 마지막날 폐막 미사에 참가해 청년들을 격려하는 강론을 하며 대회와 관련해 청년들과 두 차례 별도의 만남도 갖는다. 대전가톨릭대에서 있을 청년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는 아시아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가 교황의 식탁에 함께 앉는 영광을 누린다. 아시아청년대회가 천주교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행사라면 광화문 시복식은 천주교계와 일반 대중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교황 방한의 하이라이트.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고 바티칸 바깥에서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극히 이례적인 전례여서 역시 세계 천주교계가 각별한 관심을 쏟는 행사이다. 시복식은 미사 도중 교황이 한국 초기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최고 영예인 성인에 앞서 복자로 공식 선포하는 전례. 천주교 신자 17만명을 포함해 많게는 100만명이 시복식 장면과 교황을 직접 보기 위해 모일 전망이다. 시복식 당일 광화문 미사에 앞서 교황의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 참배도 한국 천주교계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사. 서소문 성지는 1984년 시성된 103위 성인 중 44위, 이번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곳이다.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까지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는 한국 순교의 땅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곳을 교황이 미리 방문해 시복식 행사와 연결한다는 뜻이 담겼다. 시복식이 끝난 뒤 교황은 곧바로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한다. 여기서는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000여명,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방한 마지막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있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도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 한반도와 북한 동포들에게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교황이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세계에 전할지 주목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미사에 초청돼 교황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만난다. 한편 광복절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첨석할 예정이다.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이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 아픔을 어루만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청년을 위하여 순교자 기리며 평화 기원하며…사랑이 옵니다

    청년을 위하여 순교자 기리며 평화 기원하며…사랑이 옵니다

    ‘1282년 만의 비유럽권 출신 교황.’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해 세계인의 관심 속에 지난해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사도’로 불린다. 취임 이후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천명,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가라’고 고함치는 교황. 취임 후 단 두 차례만 해외 순방길에 나섰던 그는 왜 한국을 택했을까. 오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국천주교와 정부의 초청으로 성사된 세계적인 사건이다. 당연히 종교인과 정치인 신분 방한이란 양면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한은 종교적 목적, 즉 사목 방문의 비중이 크다. 4박5일간의 빡빡한 일정만 봐도 방한 첫날 청와대 방문을 빼곤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 초기순교자 124위 시복식, 순교 성지 방문에 집중돼 있다. 아시아와 청년, 순교의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되는 셈이다. 교황청과 한국천주교가 거듭 강조한 대로 교황 방한의 주 목적은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가다. 8월은 잘 알려진 대로 바티칸의 바캉스 시즌이다. 교황이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세 번째 해외 방문지로 아시아 한국을 택한 데 세계 천주교의 이목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평소 아시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관심은 아무래도 아시아 지역에서 위축된 천주교의 위상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의 무관심이 큰 문제로 대두된 실정이다. 여기에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평화와 화해를 줄곧 천명하고 실천하는 교황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에 주목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교황은 취임 이후 ‘한국은 아시아의 창이 돼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겼다. 그래서 방한 마지막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중 강론을 통해 발표할 메시지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소탈과 파격의 행보로 주목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을 향해서도 “도전하고 두려움을 떨치라”며 희망과 파격의 메시지를 쏟아낸다. 세상의 불의와 부정, 시류에 대항할 것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번 방한의 주 목적을 청년대회로 삼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교황은 방한 중 청년 대표들과 두 차례 만나는 것을 비롯해 대회 폐막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또 한 번 세계 청년들에게 선 굵은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한국 천주교는 외래 선교사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공동체를 태동시킨 독특한 역사를 갖는다. 목숨까지 바쳐 가며 신앙을 지켜낸 순교자는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103위 순교자의 시성식을 위해 한국에 도착한 뒤 땅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이라고 외쳤던 일화는 세계 천주교가 한국의 천주교를 어떻게 보는지를 가늠케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한 중 그 순교자를 향한 존중과 배려의 행보를 이어 간다. 광화문 시복식을 직접 주례하고 순교 성지를 잇따라 찾아갈 예정이다. ‘순교의 땅’과 맞물려 한국천주교가 차지하는 위상도 교황 방문의 주요한 요소로 꼽힌다. 유럽 성당에서 신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교세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한국 천주교는 ‘이상하리만큼’ 교세의 성장을 과시한다. 천주교 신도가 총인구의 10.4%를 넘어섰고 교황청에 보내는 분담금도 아시아 최고임을 한국 천주교는 공공연하게 말한다. 교황의 방한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화두는 역시 낮은 자세와 소통이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배려의 만남은 여러 차례 있을 전망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자 면담도 들어 있다. 그런 한켠에선 교황의 위상이며 행사에 치우친 이른바 ‘교황 마케팅’에 대한 우려도 불거진다. 교황청은 여러 차례 ‘교황의 메시지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해 왔다. 그래서 12억 천주교 신자들의 영적 최고지도자이자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이후 한국 천주교가 할 일은 많아 보인다. 한국 천주교는 분명히 긴장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朴대통령, 14일 공항서 교황 영접”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오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영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에 따르면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이날 로마 교황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공항에서 영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행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항에서는 특별한 행사나 예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행사에 관해 “교황은 박 대통령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것이며 공직자들과도 만남이 이뤄진다”면서 “이때 한국에서의 첫 번째 연설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때 세월호 참사 생존자 및 유족과의 만남과 관련해선 “최근 한국에서 수백명이 숨지는 엄청난 선박 침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면서 “교황은 생존자들과 함께할 것이며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관련해 “한국이나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노동, 세속화, 물질주의, 신앙, 문화 등에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교황께서 이런 문제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복 입은 아기예수·성모상…교황은 4괘 새긴 의자에

    한복 입은 아기예수·성모상…교황은 4괘 새긴 의자에

    오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는 한복을 입은 아기예수와 성모상이 등장한다. 교황이 미사 중에 앉을 의자에는 ‘건곤감리’ 4괘를 새긴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16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의 구체적인 그림을 공개했다. 미사에는 교황 수행단 성직자 8명과 각국 주교단 60여명,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 30여명 등이 참석한다. 사제 1900여명과 천주교 신자들, 행사를 지켜볼 시민들까지 많게는 10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은 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소박하고 간소하게 진행한다. 봉헌예식은 전례에 필요한 것 이외에 다른 봉헌을 일절 하지 않는다. 제단은 광화문을 배경으로 1.8m 높이로 설치하고 그 위에 가로 7m, 세로 1.5m, 높이 0.9m 크기로 제대를 만든다. 방준위는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성품을 존중하고 광화문 모습을 가리지 않기 위해 무대 높이를 낮췄다”고 말했다. 신자들과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교황의 뜻에 따라 시민과의 거리도 최대한 좁힐 예정이다. 제대에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가 조각한 한복을 입은 성모상 ‘한국사도의 모후상’이 놓인다. 비녀를 꽂은 정갈한 머리를 한 성모 마리아가 복건을 쓴 아기예수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띤 모습이다. 단 위에 세울 십자가는 가로 3.6m, 세로 4.6m 크기에 주물로 만들었다. 십자가엔 한국 순교자의 영성이 세계에 알려지기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방준위는 설명했다. 제대 양옆을 비롯해 곳곳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24대를 설치, 멀리서도 미사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다. 한편 행사 당일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4시 30분부터 운행한다. 오후 1시까지 시청역과 경복궁역, 광화문역 등 행사장 구역 안 모든 역에서 열차가 서지 않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교황, 세월호 희생자 가족·생존 학생 15일 면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난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5일 “교황께서 오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면담한다”고 밝혔다. 방준위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시복식 행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방준위는 또 오는 18일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한 북한 천주교 관계자들로부터 참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방준위는 “북한 쪽이 7월 말 여러 사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 왔다”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불참이 확실히 결정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헉슬리, 노자에 불교까지 술술~

    헉슬리, 노자에 불교까지 술술~

    영원의 철학/올더스 헉슬리 지음/조옥경 옮김/김영사/528쪽/1만 9800원 사람들은 난관에 부닥쳐 고통받을 때 자기 존재의 궁극적 이유를 스스로 묻곤 한다. 이를테면 ‘왜 사나’와 같은 질문이다. 그 궁극의 실재를 알기 위해 종교며 수행, 고전 등에 매달리지만 완전한 앎의 단계에 이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삶과 존재의 영원한 진리를 깨우쳐 실천한 이들을 우리는 성인이나 깨달은 자, 현자라고 부른다. 위대한 종교의 본질적이고 공통된 핵심 진리는 흔히 ‘영원의 철학’으로 불린다. 16세기 이탈리아 구약성경학자 아고스티노 스테우코가 처음 언급해 근대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본격적으로 사용했고 19세기 초월주의자들 사이에 퍼져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말이다. 책 ‘영원의 철학’은 20세기 그 ‘영원의 철학’을 대중에게 널리 퍼뜨린 올더스 헉슬리가 1945년 세상에 낸 ‘영원한 철학 선집’이다. ‘멋진 신세계’로 친숙한 올더스 헉슬리는 ‘20세기 중반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인’이란 평가를 받지만 철학자, 신비가, 사회현상에 대한 예언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인물. 책은 종교적·영적 주제에 몰입했던 그가 성인·현자급 인물들이 남긴 가르침에 해설을 덧붙인 지혜 모음집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공유하는 세계관·인간관·윤리관의 핵심을 27개의 키워드로 추렸다. 책에 배치된 420개의 인용문은 서양의 신비주의자, 성인, 문인뿐만 아니라 장자와 노자, 인도 경전, 불교 경전까지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한다. 그 명문들에 얹히는 해설에서 해박함과 천재성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인용된 문장만 읽어도 흥미로운 책이다. 스스로 거듭나고 깨달음으로써 ‘궁극의 실재’를 통찰한 인물들의 외침과 행동이 알기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바탕은 ‘모든 존재의 근거인 신성한 실재는 사고와 언어로는 접근할 수 없는 체험을 통한 직접적인 영적 앎의 영역’이란 데 있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진리는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서두를 장식한다. 그 결론은 ‘그대가 그것이다’이다. 신은 우리 안에도 저 밖에도 계시며, 영혼 속에도 영혼을 통해서도, 세상 속에서 세상을 통해서도 절대적 실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최종 목표는 그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이 실제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일이다.” 이 세상의 의미를 이렇게 푼 저자는 지금 현실에서 그 명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이렇게 제시한다.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아파하라. 이 모든 것을 신성하게 행하라. 그대의 가슴 외에 변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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