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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의 흔적, 美의 울림 되다

    사회의 흔적, 美의 울림 되다

    미의 역정/리쩌허우 지음/이유진 옮김/글항아리/556쪽/3만 2000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만나는 고색창연한 걸작 예술품, 굳이 걸작이 아니더라도 옛사람의 모습과 시절의 혼이 절절히 담긴 흔적 앞이라면 묘한 감상에 빠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평소 쉽게 얻지 못할 교훈까지를 덤으로 얻기도 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채 변함없이 우러나는 그 울림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미의 역정’은 바로 그 아름다움의 도도한 울림이 왜 생겨나는지의 궁금함을 풀어주는 역작이다. 저자는 ‘중국 현대미학의 제1바이올린 주자’라는 리쩌허우(李澤厚·1930∼)이다. 1980년대 문화혁명의 금욕주의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중국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상적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중국 계몽운동의 기수. 그는 미학자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 ‘미학은 제1의 철학’임을 소리 없이 강조한다. 그리고 그 미학의 종점은 바로 종교를 대신하는 것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선언으로 귀결된다. 중국 젊은이들이 베껴 쓰고 심지어 통째로 외웠다는 리쩌허우의 대표작인 이 책은 왜 그가 미학을 제1의 철학으로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기본 구성은 구석기시대 토템부터 시작해 상상 속 동물인 도철을 대표로 하는 청동 문양, 춘추전국시대의 이성정신 등을 거쳐 송·원나라의 산수화, 명·청의 문예사조까지 훑는 흐름. 편편에 숨은 사상과 미적 심미안이 그의 명성을 그대로 입증한다. 많은 이들이 ‘동양적 아름다움의 본질을 밝혔다’고 평가하는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누적과 침전이다. 곳곳에 그 흔적과 상징이 숨어 있다. 첫 사례는 구석기시대인 산딩둥인(山頂洞人)들이 적철석을 사용해 구멍을 꿰는 끈을 물들이고 시체 곁에 붉은 가루를 뿌리던 모습이다. 그 붉음은 선명한 붉은빛에 대한 동물적 생리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무술의례의 상징적 의미이다. 바로 자연형식(붉은색) 안에 이미 사회내용이 누적 침전된 것이다. 중국 선사시대에 보편적인 토템의 상징인 용비봉무(용이 날고 봉황이 춤춘다)도 산딩둥인이 붉은 가루를 뿌리던 원시 무술의례가 부호화·도상화된 것이다. 도공이 구워내고 사대부들이 즐겨 썼던 자기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송나라대 자기는 당대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깔, 명·청대의 용속한 아름다움과 완전히 다르지만 이 모든 것은 서로 보완하고 조화를 이뤄 한 시대의 미학 풍격이 됐다.” 흔히 ‘백대(百代)가 모두 진나라의 제도를 따랐다’는 말이 회자된다. 건축예술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든 시기의 건축은 선진시대에 다져진 기본규범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거기에도 중국 민족의 특징인 실천이성 정신이 담겼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 실천이성 정신은 종교로까지 연결된다. “시대 변천과 생활 발전에 따라 변한 중국 석굴예술은 중국 민족이 불교를 수용한 이래 개조·소화하고 벗어나기까지 자신의 형상 방식으로써 반영한다.” ‘아주 오래된 고전작품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그 속에 체현된 구조와 심리구조가 상응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오랜세월 누적, 침적되어 생긴 것이다.’ 이 메시지는 ‘중국문학 최고의 보물이라는 홍루몽에서 마지막으로 맺어진다. “홍루몽은 마침내 아무리 읽어도 싫증 나지 않는 봉건말기의 백과사전이 되었다. 상층 사대부의 문학이지만 이것이 묘사한 인정세태며 슬픔과 기쁨은 명대의 시민문예가 더할 바 없이 승화된 것이기도 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도화원 떠나 시장으로 나온 한국 근대 미술

    도화원 떠나 시장으로 나온 한국 근대 미술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301쪽/2만 5000원 요즘 그림·글씨를 포함한 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과 공간은 도처에 수두룩하다. 인터넷에선 그림이며 미술 작품을 팔고 사는 거래가 붐을 이룬다. 그런데 이 땅의 미술품 거래 역사, 이른바 상품으로서의 미술이 등장한 건 100여년 역사에 불과하다.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은 그 상품 미술의 역사를 들춰냈다. 조선시대, 특히 조선 전기 극도로 제한됐던 미술품, 즉 서화의 생산과 유통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상품화됐는지를 추적해 흥미롭다. 널리 알려진 대로 조선시대 서화를 만들어내고 향유한 건 직업화가인 화원과 양반가 사대부들에 국한됐다. 도화원 소속인 화원(畵員)과 사자관(寫字官)은 지극히 기능적인 생산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견이 안평대군의 명을 받아 몽유도원도를 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대부들이 즐겼던 서화도 그냥 즐기고 선물하는 향유 차원에 머물렀고 대중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글씨로 유명했던 문인 김구라는 사람은 자신의 글씨가 매매의 대상이 됐다는 소식에 수치심을 못 이겨 절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 후기 들어 양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도화원 폐지와 중국 서적 수입이라는 문화현상이 큰 원인이었다. 서화예술이 서울 양반 문벌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고 부를 획득한 중인·서민들 사이에서도 대중화됐다고 한다. 매매 중개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서울 광통교 부근에는 서화를 판매하는 서화포도 생겼다. 주문생산과 대량생산 단계에 든 것이다. 책에는 도화원 폐지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직업 화가들의 생활상이 비중 있게 포개진다. 저자는 결국 한국 미술 대중화가 신분사회가 해체된 근대 전환기의 생존 방편 중 하나였음에 주목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제강점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서화가들의 애환과 한국 서화에 미친 영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교황 방한·세번째 추기경 탄생 ‘경사’… 조계종 분열 ‘눈살’

    교황 방한·세번째 추기경 탄생 ‘경사’… 조계종 분열 ‘눈살’

    2014 갑오년은 종교계에도 굵은 일이 다발한 해였다. 세 번째 추기경 탄생과 교황 방한이란 겹경사로 천주교계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불교계에선 탈종과 분리의 메가톤급 불협화음이 잇따랐고 개신교계 역시 연합과 일치보다는 분열과 일탈이 우세했다. 그런 한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반성, 회개하자는 참회의 움직임이 종교계 곳곳에서 잇따랐다. ●겹경사로 주목받고 큰 과제 안은 천주교 ‘한국천주교의 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천주교계엔 경사가 이어졌다. 8월 4박 5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 ‘아시아청년대회와 125위 한국순교자 시복식 참가’를 위한 사목방문에서 교황이 보여준 낮은 사목과 소통 행보는 감동의 물결을 자아냈다. 세월호 유족들이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장애인 등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눈을 맞춰 위로하고 전한 사랑의 메시지는 ‘지도자 부재’의 한국에 교황신드롬까지 일게 했다. 방한 마지막 날 출국 직전 집전한 명동성당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선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해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굵은 메시지를 만방에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월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서임은 한국 세 번째 추기경 탄생으로 관심이 쏠렸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19명의 추기경 중 한 명으로 교황 선출권을 갖는다. 교황청을 비롯한 세계 천주교의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교황이 첫 아시아 단독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고 오랫동안 세 번째 추기경을 기다려왔던 한국에 큰 선물을 안긴 만큼 한국 천주교계도 개혁과 역할 측면에서 화답해야 하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고 고민 중이다. ●탈종과 이탈로 이타의 보살행 가려진 불교 천주교와는 달리 불교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재의 연속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중에서도 한국불교 선지식인 송담 스님(법보선원 이사장)의 조계종 탈종과 선학원의 조계종 이탈은 불교계 전체를 뒤흔들 만큼 여파가 큰 사태이다. 특히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라는 송담 스님 탈종은 종단 초유의 일. ‘법보선원과 조계종의 수행전통이 맞지 않아 승려로서 의무와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충격 선언을 한 스님의 탈종은 공양(시주)거부와 부패·도박·은처승·정치승을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재가불자 선언까지 부르는 등 논란이 계속 중이다. 법인관리법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선학원은 결국 조계종이 선학원 이사장인 법진 스님을 승적 박탈하는 멸빈 조치해 파국을 맞았다. 선학원은 ‘제2의 정화운동’을 선포하며 맞서 선학원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자승 총무원장 체제의 조계종은 ‘승려 도박사건’이후 종단 차원에서 추진해온 자성과 쇄신의 한편에서 ‘10·27법난 기념관’이 포함된 조계사 성역화를 강하게 밀어붙여 눈길을 끌었다. ●일치와 연합 구호만 무성했던 개신교 김영주 목사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재임과 이영훈 순복음교회 목사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양병희 목사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취임…. 연합기관 대표들의 연임과 경질을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았다. 특히 연초부터 교회연합과 일치에의 기대가 컸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NCCK는 김영주 총무의 재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최대교단 예장통합의 반발로 정의와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에 바탕한 진보적 연합기구 위상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NCCK에 속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기하성)의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옮긴 것도 관심 사안. 이 목사는 한기총에서 분리된 한교연의 새 대표회장과 긴밀한 접촉을 갖고 교회연합을 거듭 천명했지만 좀처럼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나 부터 반성해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회개 운동이 잇따랐고 NCCK와 진보 성향 목회자 단체들은 ‘세월호 백서’ 발간사업 등 재발방지와 사태해결 측면의 목소리를 높였다. ●차분히 내실 닦기에 매진한 민족종교 천도교·원불교·유교 등 민족종교는 종단 자체의 기념사업에 충실한 채 조용히 한 해를 보냈다. 천도교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벌였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유족회와 손잡고 농민혁명 정신선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원불교는 3대 종법사 대산 종산의 탄생 100주년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원불교 창교 100주년을 맞기 위한 준비를 차분히 벌였다. 유교는 최근덕 관장 구속 이후 취임한 서정기 관장이 유림사회의 화합과 친목에 바탕한 개혁작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서 관장이 행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처님 법대로”… ‘절구통 수좌’ 법전 스님 열반

    “부처님 법대로”… ‘절구통 수좌’ 법전 스님 열반

    ‘봉암사 결사’의 마지막 주인공이자 조계종 제11·12대 종정을 지낸 도림당 법전 대종사가 23일 오전 11시 25분 대구 도림사 무심당에서 입적했다. 법랍 73년, 세수 90세. 전남 함평 태생인 법전 스님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 어린 시절 서당에 다니면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속가에 두면 단명할 팔자’라는 말을 들은 부모님 결정으로 열네 살 때 출가했다. 영광 불갑사에서 설제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 장성 백양사에서 만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보살계를 각각 수지했다. ‘타사시구자’(拖死屍句子·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를 화두로 평생 정진 수행했으며 선방에 한 번 앉으면 구들장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해서 ‘절구통 수좌’로 통한다. 특히 1949년 성철·청담·자운 스님 등과 함께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이른바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다. 이때 ‘탁발도 수행’이라며 자운 스님 등과 탁발을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법전 스님은 특히 성철 스님과의 인연이 아주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1951년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성철 스님을 은법사로 모시고 정진하던 중 ‘도림’(道林) 법호를 받았다. 이후 경북 문경 대승사 묘적암에서 홀로 정진하던 중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한겨울 쌀 다섯 되로 밥을 지어 김치 단지 하나 두고 ‘내가 저 쌀이 다 떨어지기 전에 공부를 마치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겠다’며 석 달간 목숨 건 수행을 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성철 스님이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간 동구불출에 들 때 철조망 울타리를 친 주인공이며 인가도 성전암에서 성철 스님에게 받았다. 종단이 어렵던 1981년 중앙종회의장을 맡아 교단을 안정시켰고, 1982년 총무원장을 잠시 맡은 뒤 1985년부터 해인총림 수좌로 선원에 주석했다. 해인사 주지, 해인총림 방장, 원로회의 의장 등 종단 주요 소임을 두루 거쳤다. 2002년 3월 조계종 제11대 종정으로 추대된 이후에도 해인사 퇴설당에서 수행 정진을 계속했고 12대 종정까지 추대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어른 역할을 해왔다.영결식은 27일 오전 11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대한불교 조계종단장으로 봉행된다. (055)934-3000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빅 데이터 뚫고 인간의 존엄 지키려면

    빅 데이터 뚫고 인간의 존엄 지키려면

    검색되지 않을 자유/임태훈 지음/알마 펴냄/324쪽/1만 7500원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정보시스템의 발전상과 변화 속도는 이른바 ‘감시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한다. 얼마 전 발생한 이른바 ‘카카오톡 사찰’은 그 전조 현상의 아주 미미한 부분일 뿐이란 관측도 있다. 조지 오웰 소설 ‘1984’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 온 빅 브러더의 끝은 어디이고, 그 돌파구는 무엇일까. ‘검색되지 않을 자유’는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예고하는 강도 높은 ‘감시 사회’의 전망과 해결책을 함께 짚어본 책으로 눈길을 끈다. 빅 데이터 기술로 끝 모르게 정교해져 가는 정보자본주의에의 경고와 함께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정리했다. 철학과 사회학, 신경생리학, 건축공학, 전자·정보통신공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분석해낸 ‘빅 데이터 시대’의 개괄서인 셈이다. 정보자본주의란 지식과 인지가 부의 원천이자 중심이 되어가는 새로운 경제구조를 말한다. 책은 그 체제에서 탁월하게 통제 가능한 자원으로 전락하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고 공통으로 자율을 유지,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정보자본주의가 길러낼 인간을 ‘호모 익스펙트롤’(기대와 조정이 가능한 존재)로 명명한 저자가 제시하는 돌파구는 무엇일까. 책에서 그 방식은 의외로 다양하게 제시된다. 이를테면 지금의 ‘시각 중심주의 폭력’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기존의 소리 체계에서 이탈하는 노이즈를 만들어 빅 데이터의 포위를 돌파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지워져 ‘호모 익스펙트롤’을 양산하는 검색 시도를 근본적으로 막는 ‘시한부 데이터’의 가능성 대목이 흥미롭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내 아이는 [동성애자·장애인·정신분열증] 입니다

    내 아이는 [동성애자·장애인·정신분열증] 입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앤드루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열린책들/872·760쪽/각권 2만 2000원 세상엔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정신적·신체적 차이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장애인·성소수자가 대표적이고 천재도 남과 다르다는 차이의 측면에선 대동소이하다. 그런 ‘비정상’의 사람들은 대개 따돌림당하기 일쑤이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천주교가 인정하고 껴안은 성소수자처럼 특별한 경우가 없지 않지만 ‘차이와 다름’은 여전히 불편한 기피의 명제임에 틀림없다.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이탈리아 휴가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콜로세움, 다비드상 등 각종 볼거리를 계획한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 승무원이 ‘네덜란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비행에 변화가 생겨 네덜란드에 머물러야 한다. 당신은 이제 밖으로 나가 새로운 여행안내서를 사고 생소한 언어를 배워야 한다. 지인들은 이탈리아를 오가며 자랑을 늘어놓을 테지만, 그곳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슬퍼하면서 살아간다면 네덜란드를 즐길 마음의 여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유명 유아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 에밀리 펄 킹슬리의 말이다. 다운증후군 질환을 앓는 아들에 충격받아 사는 일상을 ‘예상 밖의 여행’이라 한 심경은 비정상 자식을 둔 부모의 가슴을 에둘러 드러낸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바로 그 비정상 자식을 둔 부모들의 절절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극복의 이야기를 통해 미처 생각지 못한 인간성과 가족의 정의를 곱씹게 한다. 저자는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한낮의 우울’을 쓴 미국 저널리스트. 매 순간 차이와 다름을 처절히 겪는 300여 가구를 인터뷰, 1600쪽의 방대한 보고서로 내놓았다. 인터뷰 분량만 해도 4만쪽에 이를 만큼 책에는 그 차이와 다름의 각론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DNA나 민족성, 문화적 규범, 언어, 심지어 종교까지 많은 것을 대물림받는다. 자식들이 부모와 공유하는 이런 것들은 삶에서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책은 부모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수평적 정체성’을 가진 자식과 부모의 문제에 천착했다. 동성애자, 청각 장애인, 소인, 다운증후군·자폐증·정신분열증 아이, 신동, 강간으로 잉태된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사는 법이라고 할까. ‘부모와 다른 아이들’, 즉 ‘예상 밖 아이들’을 만난 부모는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식을 정상의 보통사람들에 맞춰 살아가게 만들거나, 자식의 다름 자체를 인정해 살도록 돕는다. 책에는 그 두 부류의 실제 사례가 생생하게 교차된다. 장애와 비정상을 비방·차별 대상이 아닌 그저 또 다른 하나의 정체성과 다양성으로 인식하게 이끄는 게 책의 특장이다. 비정상의 자식을 보통 사람들에 맞추려는 부모들의 사례는 바로 이 책이 반면교사로 삼은 핵심 메시지랄 수 있다. 작은 키를 늘리는 하지연장술을 받은 아이는 팔다리 뼈가 산산조각 난 채로 수년 동안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 산다. 수화를 금지하고 발화 교육만 받도록 한 결과 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언어 자체를 잃었고 삶이 망가진 사례도 제시된다. ‘장애를 박멸하려는 부모,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비정상에 대한 호의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일 수 있다’ 미국서 살해된 자폐아동의 절반 이상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고 자식을 살해한 부모 중 절반이 ‘이타적 행동’이라고 주장함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 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가장 원초적이고 시급한 장소’ 2011년 뉴욕주에서 동성애자인 게이 간 결혼이 합법화된 과정은 그 적절한 예로 제시된다. 자폐증을 앓는 두 손주로 고통받았던 공화당 상원의원과 그에 동조한 의원들이 또 다른 차이를 인정한 게 결정적이었다. ‘다름과 차이는 비방·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정체성과 다양성의 하나일 뿐이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 ‘바레카이’의 대박에는 선천적으로 퇴행성 골반질환을 앓았던 이 공연 연출자의 스토리가 회자된다. 목발과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한 브레이크댄스를 고안해 연기자에게 자신이 했던 것처럼 목발 춤을 가르쳤다. 책의 저자는 그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기능하는 골반과 다리를 가졌다면 어떤 종류의 우아함은 어쩌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큰 슬픔 겪은 해… 그들의 희망과 위로 돼야”

    “큰 슬픔 겪은 해… 그들의 희망과 위로 돼야”

    성탄절을 1주일 앞둔 18일 종교계 수장들이 일제히 메시지를 발표, 나라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했다. 종교계 대표들은 한결같이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치유와 극복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올해는 뜻밖의 참사로 어려움과 슬픔을 많이 겪은 해였다.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관계자, 모든 국민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상처받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 주시기를 기도한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되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희망과 위로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으로 갈라져 고통받는 우리 민족이 믿음과 화해를 바탕으로 하루빨리 함께 민족의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절망과 슬픔 가운데 오신 예수 위로 되길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아기예수는 갈등과 분열, 억압과 살육이 자행되는 바로 우리 가운데 오신다. 그리고 그 아픔을 싸안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2014년 한 해, 이 나라에는 역사책에 기록으로만 남겨 놓을 수 없는, 지금도 눈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 슬픈 일이 많았다. 이런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모든 이에게 아기예수의 탄생이 큰 위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했나 반성해야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인류의 희망과 구원을 선포하신 예수님의 탄생이 부자들의 놀이 문화로 전락했다. 그 그늘에서 들리는 절규에 귀를 막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 온 봉사정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항변하기 앞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정신을 실천했는지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 ●세월호 상처 치유하고 남북 함께 웃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2014년 오늘, 예수의 이름은 희생과 사랑이다. 세월호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고 더 이상 억울한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다시 세워 나가야 한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분단의 현실을 딛고 남북 겨레가 자주 만나며 함께 웃음꽃을 피우도록 하자. 부모와 형제, 이웃은 모두 부처와 같이 대하며 우리 주변의 아픔과 고통을 보듬어 내 자신을 예수로 살아가자. 정리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이제 밥값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성철 스님이 살아계시면 뭐라 말씀하실지….” 성철(1912~1993) 스님을 평생 시봉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70) 스님은 어쩔 수 없는 ‘가야산 호랑이’의 상좌(제자)였다. 바람이 코끝을 에는 듯한 찬 날씨에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는 스님. 신도들이 연신 합장하며 인사를 건네자 일일이 맞인사를 한다. 이른 아침 ‘한국 불교 1번지’ 조계사 대웅전 앞 만남에선 좀 생뚱맞은 질문일까. 더군다나 총무원이 들어 있는 조계사는 성철 스님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최근 나온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 개정증보판 소감을 물었더니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온다. “돌이켜 보면 감회가 새롭지요. 큰스님이 설법한 지 반세기인 47년 만에 이렇게 대중에게 온전한 법 보시를 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성철 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方丈)에 추대된 뒤 첫 동안거를 맞아 대중에게 백일간 불교 전반에 대해 강설한 법문이 백일법문이다. 불교의 핵심 내용을 경론과 조사어록 등을 인용해 알기 쉽게 풀어낸, 한국 불교의 퇴색하지 않는 대중 교과서다. 선(禪)과 교(敎)를 불교의 핵심인 중도사상으로 회통해 일갈한, 성철 스님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법문이다. 그 법문을 일반 대중에게 처음 소개한 책이 성철 스님 열반 한 해 전인 1992년 세상에 나온 ‘백일법문’(장경각)이다. 이번 개정 증보판은 첫 판에서 빠진 법문 내용 중 테이프 14개 분량을 보완한 것이다. 처음 나온 초판 ‘백일법문’ 책을 보곤 시큰둥했다는 성철 스님이 살아 있다면 이번 백일법문에는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그때의 백일법문은 말할 것도 없고 22년 만의 개정 증보판 출간은 전적으로 상좌 원택 스님의 공이다. 억센 사투리 억양에 말까지 빨라 알아들을 수조차 없고, 녹음 상태도 썩 좋지 않은 그 법문을 일일이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을까. 2004년 원택 스님이 이끄는 성철선사상연구원에서 낸 CD가 첫 판 백일법문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증보판을 내기로 작심했단다. 스님의 백일법문 내용을 전한 책이 빈약했다는 자책과 스승에 대한 죄송함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다시 시작해 탄신 100주년인 재작년, 그리고 열반 20주기인 지난해에 개정판 출간을 맞추려 했지만 작업이 너무 어려워 늦어졌다. 찬바람을 피해 총총걸음으로 인근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실로 옮겨 ‘개정판에 만족하느냐’고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불쑥 법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저를 법정 스님에게 보낸 게 필생의 길이 되었군요.” 바로 성철 스님 법문집 ‘선문정로’(1981년)와 ‘본지풍광’(1982년)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야기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은 묘한 관계였어요. 경쟁자이면서 서로가 가장 인정하는 도반이랄까. 원고 뭉치를 꺼내더니 법정 스님에게 가져가라고 했지요. 그래도 글은 법정이 최고라면서….” 자신의 글에 대한 윤문을 부탁했으니 성철이 법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법정 스님도 글자 하나, 토 하나, 받침 하나도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낸다면서 최소한의 교정으로 성철 스님 글의 윤문을 마쳤어요. 그 스님에 그 스님이지요.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에 대해 비판을 가장 많이 했던 스님이었는데….” 원고 뭉치가 든 걸망을 메고 법정 스님을 찾아가 불일암과 유스호스텔을 돌며 윤문 작업을 한 끝에 ‘선문정로’ ‘본지풍광’을 냈고, ‘백일법문’도 그 바탕에서 시작해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선종 소의어록 ‘고경’ 시리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다. 원택 스님이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 공부를 하던 무렵 고향 친구와 함께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은 건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1년의 일이다. ‘성철 스님이라는 큰스님이 있으니 한번 만나 보자’는 친구의 권유에 그저 평생의 지남이라도 받아 볼 요량으로 방문했는데 그게 평생의 인연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쏙이지 말그래이.” 기대 속 첫 대면에 받은 지남치곤 허접했을까. 대실망이었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속이지 말라’는 그 말이 가슴에 켕겼고 결국 자신의 몸이 화장당하는 꿈을 꾼 뒤 해인사를 찾아 ‘삼서근’(麻三斤) 화두를 받아 ‘가야산 호랑이’의 상좌가 됐다. ‘살아서 20년, 죽어서 20년.’ 스승 성철 스님을 시봉한 햇수를 담아 영원한 시자 원택 스님이 즐겨 하고 즐겨 듣는 말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괴팍한(?) 스승을 모시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변함없이 성철 스님을 모셨고, ‘가야산 호랑이’의 마지막 임종을 지킨 것도 원택이었음을 알 만한 이는 다 안다. 성철 스님 입적 후 경남 산청 출생지에 겁외사를 세었고, 그곳에 다시 기념관을 지어 얼마 전 회향식을 했다. 힘겹게 지은 사리탑이며 연꽃 봉오리 모양의 연화대에 법구를 모신 관을 넣고 불을 넣은 파격적인 다비식을 치른 일 말고도 스승을 향한 그의 정성과 시봉 일화는 숱하다. ‘성철 스님 상좌.’ 자신에게 언제나 따라붙는 이 말이 질리지 않을까. 그래도 큰 소식 한번 하겠다며 출가한 납자인데 성철 스님을 뺀 ‘스님 원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야산 호랑이’ 스님에게 받은 화두 풀이는 잘됐을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무거운 침묵 끝에 돌아온 말은 역시 스승을 향한 자책이었다. “속이지 말라 하셨는데 여전히 속이고 살지요. 죽을 때까지의 숙제겠지요. 법정 스님과 함께하라며 보냈던 그 일은 일찌감치 성철 스님이 제게 내준 길이었어요. 그 길 뜻을 더 일찍 알고 풀었어야 하는데….” 그래서 원택 스님의 ‘백일법문’을 향한 집념은 그렇게 질겼나 보다. “큰스님은 제게 첫 대면에서부터 글을 보지 말라 하셨어요. 글 모르는 무식쟁이인 육조 스님(혜능)도 진리를 깨우쳤는데 대학까지 나온 녀석이 뭐하러 글을 보느냐며 글을 보는 저를 항상 나무라셨지요.” 크게 맘을 먹고 ‘스님 법문을 책으로 내야 스님 뜻이 온 세상에 퍼질 것 아니냐’는 직언을 드렸는데 그게 받아들여졌단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글 보지 말라’던 성철 스님의 지론과는 딴판이었다. “백일법문은 불교의 핵심이 잘 설명된 책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진리를 알려주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삼척동자에게도 친숙할 법한 이 말처럼 성철 스님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거인이다. ‘왜 달을 안 보고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느냐’고 세상을 혼내던 쩌렁쩌렁한 목소리, 절집을 찾는 이에게 어김없이 삼천 배를 시키던 그 무서운 호령은 여전히 ‘먼저 나를 낮춰 내려놓으라’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른 매다. 그 거인의 외침은 왜 열반한 지 21년이 지난 지금도 울림이 여전할까. 기다렸다는 듯이 상좌가 돌려주는 한마디. “세상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지요. 스님이라고 왜 유혹과 회유가 없었겠습니까. 흔들리지 않고 본분을 지킨 것이 그 답이 아닐까 합니다.” 그 ‘가야산 호랑이’는 ‘세상의 고통을 외면한 스님’이라는 세상 한편의 비판도 받았었다. 군사독재 시절 ‘보편의 정의’를 몸으로 보여줬던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과 왜 다르냐는 물음이기도 했다. “스님은 항상 자기를 바로 보라고 하셨지요. 남을 위해 기도하라 하셨습니다.” ‘중은 논두렁 베고 잠들다 죽어야 한다’는 성철 스님은 출가자의 속가 출입을 절대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집을 찾지 않아 상좌가 문상을 대신 했다. 원택 스님도 그 스승을 따랐다. “출가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성철 스님이 시좌를 시켜 ‘느그 아부지 돌아갔다’는 말만 전해준 기억이 생생합니다. 결국 장례를 잘 못 치렀어요.(웃음)” ‘내 상좌는 죽어도 해인사 본말사 주지가 될 수 없다’는 성철 스님 유지도 그대로 지켜진 셈이다. 절집 표현대로라면 ‘친인척 간 다툼과 알력’을 미리 막았다고나 할까. 상좌 36명 가운데 해인사 본말사 주지는 단 1명도 없다. 상좌들은 주로 선방을 지켰고 열 군데 사암 주지를 맡고 있을 뿐이다. 원택 스님도 해인사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 고심정사의 주지다. 성철 스님이 주석하던 해인사 백련암은 스승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자주 찾아 머무는 편이다. “형제간 다툼이나 알력도 피하고 폭넓게 퍼져 산 셈이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도망가지 말고 중노릇 잘해라.’ 출가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상좌가 안쓰러웠던지 성철 스님이 툭 던졌다는 말씀이다. ‘희한한 놈’ ‘곰새끼’라 부르면서도 ‘아무한테나 중 되란 소리 안 한다’던 스승의 말 한마디가 요즘 부쩍 가슴에 박힌단다. ‘참선 잘하그래이.’ 성철 스님이 임종 때 곁을 지킨 원택 상좌에게 남긴 유언이다. 그 유언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이제 자신만의 만행을 떠나고 싶은 건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흔히 ‘원택이 없었으면 성철이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상좌 원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찰나의 틈도 없이 손사래가 허공을 휘젓는다. “스님 뜻을 제대로 전하기나 한 건지 걱정인데….” 한국 불교계에 이름난 ‘절집 효자’, 원택이다. 옷깃을 여민 ‘절집 효자’가 인터뷰 말미에 얹은 마지막 말은 역시나 ‘스님 뜻을 완전하게 전하고 죽고 싶다’였다. 백련암 이름을 딴 백련불교문화재단은 그 희망의 텃밭이다. 30년쯤 전 ‘한국엔 왜 남방불교를 잘 아는 범어 전문가가 없느냐’는 스님의 질타에 ‘그럼 우리가 백련암에서 범어학자들을 키우자’고 원택 스님이 제안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그 재단을 토대로 스님의 정신을 올곧게 세우겠단다. 지난 11일부터 석달 일정으로 백일법문 강좌를 진행 중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열어 왔지만 47년 만의 개정판 출간으로 올해엔 더 신경이 쓰일까. “백일법문 개정판이 나왔다고 스님 뜻이 바뀌는 건 아니지요. 항상 해 온 대로 하고 있습니다.” 타협 모르는 ‘괴각쟁이’ 수행자 성철 스님,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크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선불교 거두 성철의 그림자 원택 원택 스님은 근현대 한국 선불교의 거두인 성철 스님의 상좌(제자). 경남 해인사에 주석하던 성철 스님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성철 스님 삶의 산증인이다.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중 고향 친구와 함께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을 만났고 이듬해 출가했다. 일만 배를 올려 첫 대면한 성철 스님에게 들은 ‘쏙이지 말그래이’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떠나왔던 백련암을 다시 찾아 제자가 된 인연담이 유명하다. 당초 ‘성철 스님 뺨이라도 한 대 올리겠다’며 호기 있게 찾았지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니 고마 중 되라’는 한마디에 머리를 깎았다. 성철 스님 생전 20년간 꼬박 시봉한 유일한 상좌다. 입적 후에도 ‘큰스님’ 뜻을 따라 20여년간 온몸을 바쳐 살고 있다. 성철 스님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챙겼고 입적 후에는 유지 받들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사리탑과 새 형식의 다비장으로 스승을 기려 불교계를 놀라게 한 ‘소문난 효자’다. 늘 “마음을 다해 시봉한다 했건만 돌아보니 큰스님을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다”며 존경과 그리움을 감추지 않는다. 성철 스님 생가터에 성철 스님 친딸이자 출가자인 불필 스님과 뜻을 모아 겁외사를 세웠고, 그곳에 기념관을 다시 지어 최근 개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고 성철 스님의 뜻에 따라 1987년 설립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해인사 백련암 감원, 부산 고심정사 주지를 겸한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성철 스님 입적 전해인 1992년 출간한 성철 스님 법문집 ‘백일법문’이 대업으로 평가되며 22년 만인 최근 그 개정증보판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 유년기 학대·소외… 악마, 눈을 뜨다

    유년기 학대·소외… 악마, 눈을 뜨다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마르크 베네케·리디아 베네케 지음/김희상 옮김/알마 출판/528쪽/1만 9800원 대형 범죄가 날 때마다 범죄와 범인의 엇갈린 상관관계가 큰 충격을 주곤 한다. 주변 사람들이 범인과 관련해 내놓는 증언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주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법 없이 살 수 있는 모범적인 분이지요” 같은 말들이다. 범죄가 흉악하고 잔인할수록 납득할 수 없는 그 모순으로 인한 충격은 더 크게 마련이다. “어디선가 은밀하게 악행만 범하는 사악하기만 한 인간이 있다면 그를 격리해 씨를 말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렇지만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 안에서 유동적으로 흐른다. 그럼 누가 자신의 심장 일부를 기꺼이 파괴할 수 있을까.”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일찌감치 갈파한 이 말은 그 모순을 적확하게 꼬집은 것 같아 놀랍다.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는 충격적인 연쇄살인과 사이코패스 범죄의 사례로 그 모순의 이유를 들춰냈다. 사례는 다큐멘터리나 범죄스릴러 영화나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희대의 범죄들이다. ‘인종 청소’ 명분을 내세워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부터 7년간 소년 30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친딸을 24년간 제 집 지하실에 감금해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아버지’ 겸 ‘남편’, 집을 호텔로 개조해 직원·투숙객을 고문 살해한 사이코패스…. 모두 어처구니없는 파격의 기행 탓에 ‘괴물’ ‘악마’로 불리는 이들이다. 저자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연쇄살인범의 고백’, ‘살인본능’ 등 범죄 3부작으로 유명한 독일 법의학자 겸 과학수사 전문가. 전작과 달리 범죄의 이유, 다시 말하면 범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쌓인 심리·정신적 변화에 주목했다. 책이 사례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핑계 없는 무덤 없듯 모든 흉악 범죄에는 어린 시절 겪은 강도 높은 학대와 무관심, 결핍이 공통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8∼12세의 소년들만 납치해 죽인 콜롬비아 연쇄살인범을 보자. 아이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끝에 머리를 자르거나 성기를 잘라 입에 꽂아 두는 등 치욕적인 방법으로 시체를 능멸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툭하면 매질을 당했지만 다른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그는 죄책감을 못 느끼는 새디스트와 아동선호 성 취향의 연쇄살인범으로 변해 갔다. 학대∼무관심∼학대∼불감이란 악순환의 발단은 어릴 적 비인간적 대우와 무관심이었다. 24년간 친딸을 지하실에 감금, 강간해 아이까지 낳게 한 범죄도 비슷한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범인의 어머니는 남편이 외도하자 복수로 불륜을 저지른 과정에서 그를 낳았다. 위로받고 싶었지만 오히려 피 흘릴 때까지 짓밟히는 매질을 당하면서 자랐다. 절절하게 도움을 청했지만 가족의 사랑 대신 학대를 받아야 했던 그는 ‘죽을 때까지 소유하고 강제해야 하는 잘못된 사랑’을 실천한다. 사랑하는 친딸을 평생 제 곁에 두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하실에 가둔 것이다. ‘생소할 것 없는 진부한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충격이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그리고 왜 끊어야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냉대와 추행당한 아이를 외면해 생겨나는 결과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저질러지는 광기 어린 범행이 눈길을 돌릴 수 없도록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범인 안에 숨은 희생자를 찾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저자의 맺음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자살의 역사를 통해 찾아낸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자살의 역사를 통해 찾아낸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허진 옮김/열린책들/328쪽/1만 8000원 ‘자살은 악인가, 불행한 운명에 대한 합리적 반응인가.’ 자살 공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첨예한 대립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제 목숨을 없애는 ‘자기 살해’는 신에게서 목숨을 훔치는 최고의 죄악이란 종교적 입장은 자살에 반대하는 상징적 메시지다. 그런가 하면 존재 이유 상실에의 최후 처방이라는 합리화는 철학 속 긍정적 반응의 표상이다. 과연 자살은 무엇인가.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은 죽지 않고 살아 내야 할 까닭을 자살의 역사를 통해 각인시키는 책이다.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바른 선택의 지름길이라고 했던가. 역사 속 자기 살해의 동기와 과정, 그 의미를 곱씹어 자살을 해부한 반(反)자살론인 셈이다. 그리고 그 지론은 ‘살아 있음이야말로 최고의 영웅’이라는 자존의 승리로 압축된다. 성경의 삼손과 고대 신화 속 존재인 스핑크스, 오이디푸스 어머니 이오카스테, 자기애의 처절한 상징 나르키소스, 사랑의 묘약에 속은 헤라클레스…. 신화시대와 고대 역사를 통해 회자되는 자살은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장려해야 할 대상으로 자주 비친다. 큰 상실이나 수치심, 어긋난 사랑의 끝인 만큼 비난받기보다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짙다. 저자는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1세기 스토아학파를 대변한다는 세네카의 죽음에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강요된 죽음 형식의 자살로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은 평소 자살에 반대했던 공통점을 갖는다. 그런 만큼 자살의 실행 자체가 아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대의 자살이 격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차분함으로 비쳤다면 종교에서의 자살은 대가와 응징을 벗어날 수 없는 죄악이다. 신의 말씀에 대한 거부이자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인 만큼 그 응징은 시신에 대한 모욕과 학대로 이어졌고 자살 전파를 차단하는 수단이었다. 책에는 자살에 대한 종교적 폭력과 야만에 반발해 생성된 철학의 흐름이 상세히 소개된다. 자살 동정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철학의 양상도 드러난다. 그 다양한 인식과 주장의 부침을 통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20세기 자살론의 두 거두인 뒤르켐과 카뮈의 자존으로 모아진다. ‘하루하루를 헤쳐 나가는 선택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영웅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세상과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이렇게 맺어진다. “우선 삶을 선택하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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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승진△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 조영신△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 나승식◇과장급 전보△장관 비서관 박성택△전력산업과장 이원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윤효식△가족지원과장 김가로 ■특허청 △정밀부품심사과장 고준석 ■코레일 ◇본사 <실·단장>△비서실 한병근△기획조정실 전찬호△감사실 정왕국△재무관리실 김기태△전기기술단 전재근<처장>△언론홍보 고범석△문화홍보 김경섭△창조경영 박진성△고객서비스 김양숙△감사기획 박영숙△행정감사 고준영△경영감사 이규영△청렴조사 김진준△물자관리 김진호△영업지원 신규용△운전계획 방기석△관광사업 이우현△교통시스템 차성열△전철 주용환◇지역본부장△대전충남 최길묵△충북 조대식△강원 김용수 ■KT ◇부사장△기업영업부문장 신규식△IT기획실장 김기철◇전무△부산고객본부장 편명범△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채종진△마케팅부문 IMC센터장 박혜정△강북네트워크운용본부장 윤차현△경영기획부문장 이문환△경영기획부문 재무실장 신광석△경영지원부문장 이대산△CR협력실장 박헌용△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윤경림△미래사업개발단장 박윤영△비서실 2담당 김인회◇상무△커스터머부문 커스터머기획본부장 김진철△영업본부장 이현석△비즈사업본부장 이홍재△업무지원단장 박경원△수도권강북고객본부장 안상근△수도권강남고객본부장 김재현△수도권서부고객본부장 장희엽△전남고객본부장 유양환△전북고객본부장 오만수△충남고객본부장 박형출△충북고객본부장 박종진△강원고객본부장 공대기△기업영업부문 융합ICT사업컨설팅담당 이상용△공공고객본부장 송희경△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장 김형준△마케팅부문 기업솔루션본부장 이선우△디바이스본부장 이현석△서비스개발본부장 윤혜정△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전략본부장 서창석△액세스망구축담당 정현민△현장기술지원단장 박재윤△현장기술지원단 코어망기술지원담당 오미나△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장 이성춘△IT기획실 IT전략기획담당 장재호△사업인프라담당 김준근△차세대시스템개발단장 우정민△경영기획부문 전략기획실장 박종욱△출자경영1담당 문정용△구매협력실 전략구매담당 이경준△경영지원부문 인재경영실장(그룹인재개발아카데미장 겸직) 이공환△CR부문 창조경제추진센터장 이승용△경제경영연구소장 박대수△홍보실장 오영호△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전략담당 송재호 (빅데이터센터장 겸직)△빅데이터센터 마스터PM 김이식△글로벌사업추진실장(글로벌사업개발단장 겸직) 임태성△고객최우선경영실 컨설팅지원단장 정화△윤리경영실 경영진단센터장 김원경△비서실 1담당 김형욱△비서실 2담당 마스터PM 윤경근 ■대림산업 ◇승진△사장(건축사업본부장) 김한기△전무 서홍 박희열△상무 김연기 한기현 이기용 이인홍 장상욱 홍범락△상무보 김원근 서영화 유원희 이종태 곽수윤 구민상 강영혁 양철원 이용상 이상석 조규태 정준호◇신규 선임△전무 박계홍 ■대림코퍼레이션 ◇승진△부사장 이상기◇신규 선임△상무 박장선 허돈 ■고려개발 △전무 이주익△상무보 김효락 ■삼호 ◇승진△상무 김원태 ■대림자동차 ◇승진△전무 현태욱 ■오라관광 ◇승진△상무보 엄기섭 ■대림C&S ◇승진△사장 송범 ■LS ◇부회장 승진△대표이사 이광우 ■LS전선 ◇부사장 승진△사업총괄 대표이사 윤재인△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명노현◇상무 승진△에너지해외영업부문장 이헌상◇신규 선임△소재생산부문장 박현득△전력생산부문장 이승찬△가온전선 전략기획부문장 CSO(이동) 정병관◇전보△CSO 주완섭 ■LS산전 ◇사장 전보△대표이사 COO 한재훈◇상무 승진△사업장지원부문장 겸 청주1사업장공장장 김기형△전력수배전사업본부 국내사업부장 오재석△QA센터장 연구위원 이진△A&D사업본부 해외사업부장 구본규◇신규 선임△천안사업장 공장장 어승규 ■LS-Nikko동제련 ◇전무 승진△제련소장 김영훈△LS글로벌 IT사업부장(이동) 박희석△지원본부장 구본혁◇상무 승진△원료담당 백진수◇신규 선임△리사이클링담당 정용석 ■LS엠트론 ◇사장 승진△COO 이광원◇신규 선임△상생협력부문장·CPO 겸 전주관리담당 구기본△자동차부품사업부장 박기형△중앙연구소 연구위원 이기택 ■예스코 ◇부사장 승진△한성 대표이사 CEO(이동) 장균식◇전무 전보△대표이사 CFO 천성복◇상무 승진△에너지사업본부장 COO 정창시 ■LS I&D ◇부사장 승진△PMO 총괄 김연수◇상무 승진△PMO 유럽담당 최창희△키프로스법인장 심현석 ■JS전선 ◇부사장 승진△LS엠트론 경영관리본부장 겸 CFO(이동) 이익희 ■LS메탈 ◇전무 전보△대표이사 CEO 남기원◇상무 승진△지원부문장 겸 CFO 정충연 ■대성전기 ◇전무 승진△기술연구소장 공준호◇상무 승진△신차개발본부 설계담당 연구위원 이성구◇신규 선임△전장사업부장 김남극△품질경영부문장 지대호 ■LS네트웍스 ◇상무 승진△글로벌사업본부장 겸 자원원자재담당 이장호◇신규 선임△브랜드지원부문장 최정호 ■GRM △상무 최차실 ■토리컴 △대표이사 CEO 전무 김환우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무 승진△전략유닛 김승환△AP차이나 찰스 가오◇상무 승진△AP차이나 경영지원실 김승수△아세안 RHQ 김영수△AP US 브래들리 하로위츠◇사업부장 승진△전략유닛 그룹기획디비전 황영민△전략유닛 AGO(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오퍼레이션) 이창규△AP 타이완 이선근 ■아모레퍼시픽 ◇전무 승진△신성장BU 심재완◇상무 승진△오설록디비전 이준식△마케팅전략유닛 고객전략디비전 김선자△럭셔리BU 설화수디비전 전진수△럭셔리BU 백화점디비전 노상철△SCM유닛 매스코스메틱 생산디비전 최재철△SCM유닛 물류디비전 이정열△경영지원유닛 구매지원디비전 신성철◇사업부장 승진△RR&D유닛 뷰티푸드연구디비전 신송석△R&D유닛 상해연구소 연재호△Mass BU 해피바스&메디안디비전 박태호△SCM유닛 오설록 생산디비전 이원호◇상무 전보△SCM유닛 개발&구매디비전 백주상△SCM유닛 생산디비전 임원길 ■에뛰드 ◇전무 승진△대표이사 권금주 ■에스쁘아 ◇사업부장 승진△대표이사 이지연 ■태평양제약 ◇상무 승진△헬스케어 생산디비전 이성우 ■퍼시픽글라스 ◇승진△대표이사 김재성 ■코스비전 ◇승진△대표이사 김성호 ■장원 ◇상무 승진△대표이사 이진호 ■동국제강 ◇부회장 승진△대표이사 장세욱◇상무 승진△포항제강소장 이태신△일본지사장 구장회△부산공장 관리담당 김연극△구매본부장 문병화◇이사 승진△원료담당 최우일△전략담당 곽진수△후판영업담당 김선회◇전보△열연사업본부장 남윤영△냉연사업본부장 이용수△부산공장장 김계복△경영지원본부장 이성호△인천제강소장 고광덕△칼라영업담당 임동규△봉형강영업담당 최원찬△미국지사장 김재붕△재무담당 윤병면△신평공장장 신병섭△포항제강소 생산담당 도경록△브라질제철사업단장 정상호△냉연도금영업담당 이동철△중국법인장 김기영△중앙기술연구소 연구부소장 임병문△포항제강소 품질담당 김광석△인천제강소 관리담당 박치안
  • 당당하게 뚱뚱하라

    당당하게 뚱뚱하라

    비만의 역설/아힘 페터스 지음/이덕임 옮김/에코리브르/288쪽/1만 5000원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많은 이들은 이 명제를 ‘뚱딴지 같은 소리’라며 비웃을 것이다. 살을 빼게 해준다는 다이어트 열풍과 광고의 홍수가 자연스러운 세태. ‘살찐 것’이 비웃음과 차별의 원인이고 죄악시되는 판에 비만을 편드는 말이 생뚱맞은 것은 틀림없다. ‘비만의 역설’은 그 생뚱맞은 명제를 정색하고 다뤄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책이다.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란 부제의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비만은 다이어트 대상이 아닌, 뇌를 살리기 위한 최상의 몸부림이다.’ 주장대로라면 살찐 사람들은 죄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비만 면죄부’는 이제 살을 뺄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왜 살이 찌는지를 고민해 해결책을 찾자는 대안의 실천으로 압축된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실례 한 편을 들여다보자. 똑같이 심근경색으로 급하게 병원에 입원한 두 사람. 51세의 A씨는 키 181㎝에 체중 75㎏으로 체질량지수 23. 같은 나이의 B씨는 키 176㎝에 체중 99㎏으로 체질량지수 37. A씨는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반면 B씨는 15년 전부터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경고받은 인물이다. 일반의 예측이라면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과체중자 B씨가 더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날씬한 A씨는 병원에 실려온 그날 중환자실에서 숨졌고, B씨는 상태 호전으로 닷새 후 병원을 떠났다. 이 결과는 특별 사례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와 뇌과학자들은 이런 정반대의 결과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단계에 들었다고 한다.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이기적인 뇌’를 쓴 독일 뇌과학자 아힘 페터스 박사. 책장을 넘기며 그가 시시콜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자면 ‘비만의 역설’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일관된 ‘비만 역설’은 이렇게 요약된다.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샘에서 뇌를 진정시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출하고 이때 뇌는 급속히 요구되는 포도당을 몸의 다른 곳에서 공급받는다. 이른바 ‘뇌 당김’ 현상이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한쪽은 뇌가 체내에 저장된 포도당을 끌어 쓰는 쪽으로, 대체로 마른 편이다. 책 서두의 심근경색증 입원 환자 A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쪽은 스트레스 시스템이 잘 작동해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체내에서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음식 욕구가 강해지고 더 많이 먹게 된다. 뚱뚱이 환자 B씨의 경우라고 한다. A씨와 달리 B씨가 호전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장 중요한 뇌를 살리기 위한 포도당 공급이 더 원활했기 때문이다. 말라깽이보다 뚱뚱이가 오래 살 수 있는 스트레스 대응의 차이인 셈이다. 그런 차이는 이미 의학·뇌과학계 양쪽에서 모두 인정하는 흐름이다. 책은 그런데도 그 차이를 애써 모른 체하는 제약회사나 병원 등 상업적 이해의 주체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한다. 과체중이란 ‘뇌를 살리기 위한 정상의 몸 대응’이지만 정상 체중과 대비한 해악과 척결의 개념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과체중은 없고 모든 이는 각자 뇌 작용에 따른 정상 체중을 갖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이 지론은 가설을 넘어 이제 실험 단계에 이르렀다. 확실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조금 이르지만 그 이론의 단초이자 비만 원인인 스트레스 없애기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책 속의 실험은 그 지론에 무게를 더한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5개 도시 거주 여성 4498명과 그 자녀들을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주시켜 15년 후 한 조사에서 잘 정착해 사는 여성들의 신체 건강이 나아졌고 비만도도 훨씬 낮았다. 인간이 살고 있는 스트레스 뭉치의 환경을 ‘상어가 살고 있는 물속’으로 표현한 저자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살찐 사람을 의지력 약하고 게으르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체중 증가의 주요인인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물속의 위험한 상어를 피하든지 힘을 합쳐 제거하자는 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의 위기, 그 이후를 논하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이매뉴얼 월러스틴 외 지음/성백용 옮김/창비/408쪽/2만원 ‘자본주의 체제는 없어질 것인가, 지금 위기를 딛고 영속할 것인가.’ 500년 지속된 자본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불안한 미래의 예증이 다발함은 새삼스럽지 않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있는가’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학자 5명이 위기의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화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랜들 콜린스, 마이클 맨,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크레이그 캘훈. 주로 자본주의 체제의 비판적 성찰로 눈길을 끌어 온 이들이다. 이들은 일단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동감한다. 5명 모두 세계가 수십 년간 계속될 험난하고 어두운 시기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후의 위기, 즉 자본주의의 종말 여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나는 지금의 체제가 필연적 위기 국면이고 2050년을 전후해 ‘자본주의 이후’로의 이행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른 측은 그와 달리 지금의 불안정·불평등이 자본주의 붕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엇갈린 주장과 달리 석학들의 현재 진단은 한결같이 어둡다. 그 진단에 따른 인류의 선택지도 두 갈래로 나뉜다. (위계질서와 착취, 양극화 특징을 그대로 갖춘) 지금보다 더 나쁜 체제이거나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민주적이고 평등한 전대미문 체제의 갈림이다. 그 전망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큰 충격과 도전으로 닥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이후는 죽음 같은 정체기도, 영원한 유토피아도 아닐 것이다.” 그런 전망에 얹어 석학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압축되는 듯하다. ‘곧 닥칠 도전의 시기,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능성의 선택은 전적으로 인간 사회의 노력과 의지에 달렸고 준비하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우리와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 식물

    우리와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 식물

    희망의 씨앗/제인 구달·게일 허드슨 지음/홍승효·장현주 옮김/사이언스북스/578쪽/1만 9500원 평생 침팬지를 연구하며 살아 ‘침팬지들의 대모’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박사. 그가 침팬지에 천착하기 시작한 계기는 놀랍게도 식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어린 시절 정원에 활짝 핀 꽃과 나무를 보며 평안을 얻곤 했다는 제인 구달이다. ‘희망의 씨앗’은 그가 매달린 숙명의 영역인 침팬지에서 벗어나 식물을 이야기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침팬지 세상에서 벗어났다지만 언제나처럼 ‘평화 사랑과 환경운동 전도사’로서의 생각을 식물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인간의 공감 영역을 다른 생명체의 정서적인 삶 속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인간들에겐 그저 단순하고 동질감 느끼기 어려운 동물이었던 침팬지. 제인 구달은 그 침팬지를 인간 사회와 많이 닮은 친숙한 영장류로 인식하게 만든 것처럼 식물도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생명체로 전환시킨다. 단순한 보호와 애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함께 숨 쉬는 공존의 파트너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식물을 보게 한다. 이야기의 축은 어린 시절 생활했던 영국 본머스의 외할머니 댁 정원부터 9·11 세계무역센터까지 곳곳에서 보고 들은 식물들의 세계다. 오랜 주식인 쌀과 간식인 초콜릿처럼 주변 생활 속 식물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부터 열대우림이나 희귀 난초처럼 개발과 욕심 탓에 죽어 사라지는 식물까지 다양한 세계가 펼쳐진다. 물론 그 바탕의 감정은 애정과 교감이다. 세계적인 식물 연구가 마이클 폴란은 이 책을 읽고 이런 소감을 남겼다. “동물계의 일원으로서 ‘희망의 씨앗’을 읽는 일은 다른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특히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들 지음/전대호 옮김/알에이치코리아/556쪽/2만원 2000년 한림원이 발표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쏠렸었다. 바다달팽이를 실험 동물로 삼아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 메커니즘을 규명한 에릭 캔들. 치매와 기억상실 치료의 길을 열었다는 대중적 관심에 더해 ‘분석 불가’로 여겨져 온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수상자인 유대인 과학자의 개인사가 회자됐었다. ‘기억을 찾아서’는 14년 전 노벨상 발표 때의 관심과 충격을 그대로 모아 대중에게 다시 전하는 듯한 책이다. 어릴 적 나치 치하 오스트리아에서 겪은 공포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과학 여정과 정신과학 발전사를 씨줄날줄로 엮어 자전적 형식으로 쓴 뇌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 태생인 저자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과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던 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빠져 뉴욕대 의대에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사람 정신과 기억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과학자로 돌아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억’을 화두로 삼아 평생 그 풀이에 매진해 온 그의 지론은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과 뿌리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나치의 공포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그가 뇌과학자로 기억을 평생 화두로 삼았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기쁜 순간들을 회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우리가 우리인 것은 바로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의 업적은 많은 과학자들이 인정하듯 세상을 크게 바꿀 성과로 평가된다.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에서 뇌세포가 물리적으로 변하는 성질, 즉 시냅스 가소성 분야에서의 쾌거는 기억과 학습 과정을 세포 단위에서 규명했다는 것이다. 그 성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칸트의 합리론과 로크의 경험론이 모두 타당함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습이 어떤 변화를 통해 뇌에 저장되는지, 그리고 기억이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한 것이 압도적이다.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저자가 의사에 안주했다면 인류는 지금만큼 뇌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평가처럼 결코 어렵지 않은 과학서인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건넨 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일찍부터 불확실성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핵심 문제들에 대한 나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남북 천주교 만남 성사되나

    남북 천주교 만남 성사되나

    남북한 천주교 신자들이 한데 모여 ‘신앙으로 하나 되자’는 신앙대회를 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남과 북의 천주교 관계자들이 내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기도를 통한 분단 극복과 남북 관계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명동성당 미사에 초청됐던 북 천주교의 불참으로 무산됐던 남북 천주교의 만남에 다시 기대가 쏠리고 있다. 4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등 천주교계에 따르면 남북한 천주교 관계자들이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 모 식당에서 만남을 갖고 신앙(기도) 대회 공동 개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베이징 회동은 남측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대화 제의를 한 데 대해 북한 측이 수용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 이은형(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이기수(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남궁경(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연구분과 대표)·유창연(대전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신부가, 북에서는 조선카톨릭교협회 장재언(사무엘) 위원장, 서철수(모세) 서기장 등이 참석했다. 이은형 신부 등 베이징 회동 참석자들은 이번 남북 천주교 만남과 관련해 “내년 분단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남북 경색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기도로 분단 상황을 극복하자’는 남측 제안을 북한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부는 특히 “만남에서 양측은 2015년 중 남과 북의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모여 신앙(기도) 대회를 여는 것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나눴다”고 덧붙였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모임에서 남북 천주교인들은 남북 신앙(기도) 대회 개최 장소와 규모, 참석 범위,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 실무 협의를 향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남북 천주교 관계자들이 만나 실무 협의를 하자는 우리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천주교계가 고무돼 있다. 천주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북경 만남에서 논의된 내년 남북 천주교 신자들의 만남은 그 규모나 명칭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이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 관계에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는 장이 된다는 사실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남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기도) 대회는 종전엔 없던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이례적으로 한국천주교 최고위 인사인 염수정 추기경의 개성 방북을 허용해 종교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중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 북한 천주교 인사들을 초청했지만 불참해 남북 천주교의 만남이 불발됐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티베트 수행자들 한국서 ‘법석’

    티베트 수행자들 한국서 ‘법석’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베트 명상 수행자들이 국내에서 잇따라 법문할 예정이어서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국대 국제선센터 초청으로 ‘담마 토크’라는 이름의 법석에 오르는 아남 툽텐 린포체(왼쪽)와 글렌 멀린 라마(오른쪽). 아남 툽텐 린포체가 13일 오후 2시 먼저 법석에 올라 ‘언제나 행복한 나’라는 주제로 설법한다. 티베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닝마파 불교수행에 입문한 아남 툽텐 린포체는 평생 은둔자로 산 라마 추르 로에게 가르침을 받아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 2005년 다르마타 재단을 설립해 미국을 중심으로 수행 지도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티베트 스님의 노프라블럼’ ‘알아차림의 기적’같은 책들이 번역, 소개됐다. 법문에서 복잡한 불교교리 강의보다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유머를 많이 쓰는 게 특징이다. 이어서 20일 법석에 오르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글렌 멀린 라마는 티베트 불교 학자이자 저술가 겸 티베트 고전 번역가. 탄트라 명상 지도자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12년간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스승 35명에게 불교 교학·수행을 배웠고, 특히 14대 달라이라마의 스승 ‘깝제 링 돌제창’과 ‘깝제 티장 돌제창’에게 밀교수행을 전수받았다. 멀린 라마는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세계순례를 하고 있으며 미국 25개 주요 도시를 매년 두 차례 순회 강연한다. 필라델피아 등 전 세계에 12개의 불교센터 건립을 돕거나 공동설립했으며 최근 ‘위대한 지도자-열네 분 달라이라마의 삶과 가르침’을 출간했다. ‘웃는 붓다’(laugh buddha)란 별명을 가질 만큼 위트 넘치는 법문으로 유명한 멀린 라마는 한국 법석에 올라 ‘자비, 지혜 그리고 에너지’ 주제의 법문을 한다. (02)2260-399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우주에서 깨달은 지구생활 비결은…

    우주에서 깨달은 지구생활 비결은…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크리스 해드필드 지음/노태복 옮김/더 퀘스트/336쪽/1만 4500원 우주비행사들이 목격해 전하는 지구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장관이라고 한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주 공간은 대체로 경외와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면 지구와 우주를 오가며 살았거나 사는 우주비행사는 우주와 지구의 양쪽에서 뭘 느낄까.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는 우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생활의 지혜를 설득력 있게 던져 주는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20년간의 훈련과 4000시간에 걸친 우주 체류 기록을 남긴 전직 우주비행사. 아홉살 때부터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워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을 지내며 숱한 탐사와 프로젝트를 실행, 지휘한 인물이다. 책에는 우주비행사며 우주 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과정이 꾸밈없이 담겼다. 마치 최근 흥행에 잇따라 성공한 우주 영화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속 장면처럼 생생하다. 책의 특장은 희귀한 체험을 다뤘으면서도 단순 보고서나 개인 삶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을 위한 지침서’란 원제가 드러내듯 일종의 교훈서로 비치지만 가르치려 들지 않는 담담한 어투의 메시지 전달이 돋보인다.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힘든 과정과 우주 도착 후 활동, 그리고 귀환 같은 예사롭지 않은 순간순간에 얹혀 전해지는 메시지들이 진솔하다. ‘자세를 잃는 건 목표를 못 이루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하고, ‘동료의 이익을 꾀함이 곧 내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제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우리 일은 결국 사소한 일의 모음이니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라’고도 한다. 그 일갈들은 이렇게 압축되는 것 같다. ‘최악에 대비하고, 그 과정을 매 순간 즐기라.’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피붙이의 정… 가족은 따뜻한 울림이었네

    피붙이의 정… 가족은 따뜻한 울림이었네

    가족/박동욱 지음/태학사/244쪽/1만 5000원 ‘흰저고리 입은 모습 눈앞에 어른거려(素服依依在眼前) 문 나와 자주 볼 제 뉘엿뉘엿 해 기우네(出門頻望日西縣). 돌아와 슬픈 말은 많이는 하지 마렴(歸來愼莫多悲語). 늙은 아비 마음은 너무나 서글퍼지리니(我心神己?然).’ 시집간 딸이 모처럼 친정 오는 날. 설레는 기다림에 딸이 고생스러운 시집살이를 하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아비의 심경이 담긴 한시 대목이다. 가족. ‘가장 핵심적이며 최소화된 형태의 사회단위’라는 딱딱한 정의에 앞서 피붙이의 어쩔 수 없는 정과 공유의 느낌이 먼저 다가오는 명제다. 그런데 ‘가족의 위기’라는 말이 무성하다. 정과 공유 대신 반목과 불통, 그에 따른 이탈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족만으로 살 수 없지만 가족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말처럼 버겁고 힘겨운 세상에서 나를 지탱하게 만드는 으뜸의 힘은 가족이다. ‘가족’은 그 가족의 살가움과 상련을 조선시대 한시(漢詩)들에서 건져 지금 우리 모습을 보게 만드는 묵은지 같은 책이다. ‘세상에 다시 없는 내 편’이란 부제 그대로 가족의 훈훈함과 가족끼리의 떼어놓을 수 없는 연대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한시 풀이 글 9편이 실렸다. 아버지와 딸, 자식, 아내, 남매, 할아버지와 손주,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인과 사위, 서얼, 첩 등 가족 구성원에 스민 마음의 기록들이 예사롭지 않다. ‘옛사람 늘그막에 자식 낳음 경계했으니(昔人衰戒生兒) 가을날 꽃 옮긴들 얼마나 보겠는가(秋日移花看幾時). 아이가 말 배우고 걸음마 하는 등불 곁에서(學語扶床燈影畔) 우연히 웃다가도 도리어 슬퍼지네(偶然成笑却成悲).’(이민구) 나이 들어 뒤늦게 얻은 아이를 보며 흐뭇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오래도록 자식의 그늘이 돼 줄 수 없는 부모의 심경이 애틋하다. 흔히 ‘아내’는 아픈 이름이라고 한다. 늘 남편의 부채이고 아픔이며 철저히 묵음으로 처리되는 슬픈 이름. 그 ‘아픔의 아내’에 대한 속 깊은 정리와 안타까움을 알게 모르게 표현한 시도 적지 않다. ‘밥 먹고 채소 밭을 느릿느릿 걸어가니 병든 아내 뒤따르고 아이들은 앞장서네. 인생의 이 즐거움에 더 바랄 것 없을 터이니 그 누가 수고롭게 백년 인생 보내는가.’(오숙의 食後) 딸, 아들을 통해 식구가 된 사위와 며느리를 향한 맘속 편린들도 그득하다. 시아버지 입장에서 며느리야 사랑스러우면서도 불편하고, 부모에게 사위야 믿음으로 딸을 맡긴 안달이 보편적인 심사일 터. ‘새파랗게 젊을 때 우리 집안에 왔으니 애정이야 부자간과 무엇이 달랐으랴. 구슬을 잃고부터 정 더욱 간절했는데 고개 넘자 눈물은 마구 흘러내리누나.’(김광욱) 딸이 죽었어도 자신을 찾아온 사위를 보고 죽은 딸자식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는 글이다. ‘절반의 자식, 백년의 손님’이라는 사위와 딸을 함께 가슴에 둔 장인의 사연이 애틋하다. 이 밖에도 절절한 아픔과 감동적인 마음 씀씀이를 볼 수 있는 한시들이 책에는 그득하다. 근엄할 것만 같은 조선시대 가족의 속내를 들여다보려고 애썼다는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표현에 인색해 건조하고 무뚝뚝했을 것 같은 그들의 삶도 지금 못지않게 따뜻하고 곰살궂었다. 어쩌면 가족이란 원천적으로 화해와 불화를 함께 지닐 수밖에 없는 이란성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그 말에 얹어 소개한 김수영의 현대시 ‘나의 가족’ 한 구절이 제격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조계종 스님·신도 현안 타개 함께 나선다

    조계종 스님·신도 현안 타개 함께 나선다

    조계종이 종단 문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종전과 판이한 형식의 대중공사를 진행한다.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가 그것으로 출가자와 재가 신도들이 모두 모여 종단의 현안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대화광장이 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종단 주요 현안을 놓고 100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하는 열린 대화마당 대중공사가 매월 한 차례씩 열린다. 100인 위원회는 교구본사, 중앙종회, 중앙종무기관, 원로중진, 강원, 선원, 율원, 비구니회, 포교신도단체, 시민사회단체, 학술 및 여성단체 등에서 추천한 출가자와 재가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현재 대중공사 참석자 100명을 추천받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대중이 확정되면 다음달 23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100인공사 출범식’을 거행한다. 총무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경기 화성 용주사에서 열린 제36차 교구본사주지회의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고 참석자들이 박수로 동참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불교에서 대중공사란 산중에서 스님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해 결론짓는 회의를 말한다. 조계종이 대중공사의 새로운 형태인 ‘2030 100인 대중공사’를 천명한 것은 종단에 산적한 문제뿐 아니라 불교계의 현안과 미래 준비를 출가자와 신도들이 머리를 맞대 상시적으로 숙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조계종은 백양사 ‘승려 도박 사건’ 이후 자성과 쇄신운동을 범종단적으로 벌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생명평화 1000일 정진’도 이어왔다. 조계종은 15년 후인 2030년을 백년대계 수립의 목표 해로 정해 그때까지 종단 대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먼저 내년을 1차 추진의 해로 잡았다. 조계종의 계획대로라면 대중공사는 철저하게 자유로운 난상토론으로 열리게 된다. 학술회의 형식을 지양하고 이해관계의 득실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무차평등 토론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와 관련해 “문제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다루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지혜와 뜻 결집, 그리고 그것을 통한 성찰과 탁마의 문화 정착을 유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총무원이 그와 관련해 정한 주제를 보면 승가청규와 승풍진작, 총무원장 선거제도, 사찰재정, 국고보조금, 불사, 사부대중 공동체 구현, 종헌종법 등 당장의 현안부터 장기적 과제까지 망라됐다. 종단의 백년 대계를 수립하는 기초를 마련하면서 신자들의 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의 장, 사부대중 지도자들의 열린 광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조계종의 설명이다. 첫 대중공사는 내년 1월 28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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