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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이 라마 한국 오면 사회 위로하는 멘토 될 것”

    “달라이 라마 한국 오면 사회 위로하는 멘토 될 것”

    “2000년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중 관계를 비롯해 국제 정세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달라이 라마의 위상도 이제 티베트 망명정부의 대표보다는 종교적, 영적 지도자로서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정치, 외교적 갈등 요인과 불협화음을 없앤다면 충분히 방한이 가능할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위원회장인 금강 스님(49·미황사 주지)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2017년 4월 방한을 목표로 불교계가 뜻과 힘을 모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불교계는 2000년 이후 여러 차례 달라이 라마 방한을 추진했지만 ‘외교적 상황’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불허해 방한이 번번이 불발됐었다. 금강 스님은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30여 차례나 방문했다”며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정치, 외교적 상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금강 스님은 특히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초청해 가르침을 경청해 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물질만능주의와 무한 경쟁으로 인한 인간 소외와 문화·환경 파괴가 심각한 지금 달라이 라마가 방한한다면 한국 사회에 위안과 힐링의 멘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전국에서 10만여명이 참여했고 연말까지 200만명이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위에는 현재 출가자와 재가자를 포함, 52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조만간 2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내년 3월 중 방한 추진단을 공식 발족해 종교와 정파를 초월한 범국민적 방한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편 지난 5일부터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하고 13일 귀국했다는 금강 스님은 달라이 라마로부터 ‘물러나지 말고 끝까지 추진하라’는 뜻이 담긴 친필 메모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금강 스님은 이와 함께 “달라이 라마는 ‘한국 정부가 허락한다면 모든 일에 우선해 한국을 방문,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아 팔만대장경을 참배하고 세계의 과학자들과 대화도 나누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고 전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에 육문 스님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에 육문 스님

    조계종 제11대 전국비구니회장에 육문 스님이 당선됐다. 육문 스님은 12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선거에서 총투표자 1184명 가운데 923표를 얻어 자민(245표) 스님을 제치고 당선됐다. 육문 스님은 1962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1973년 충북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11대 중앙종회의원, 전국 비구니선원 선문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은해사 백흥암 회주와 군위 법주사 주지 등을 맡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새 생명 위해 엄마들은 생명을 건다

    새 생명 위해 엄마들은 생명을 건다

    출산, 그 놀라운 역사/티나 캐시디 지음/최세문·정윤선·주지수·최영은·가문희 옮김/후마니타스/512쪽/2만원 출산 과정은 고통스럽고 불안한 체험이다. 인류는 그 고통을 생명 탄생을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아픔으로 여겨 왔고 일부 종교에서는 최고의 미덕으로까지 숭앙한다. 그러나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산모의 입장에서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고 목숨까지 담보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는 ‘임신한 여성은 무덤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을 감안한다면 출산의 고통과 위험성은 사라지고도 남았을 일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각종 통계는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한다. 18세기 후반 예일대 총장 에즈라 스타일즈 목사의 일기를 보면 이 시기 산모 사망률은 0.5% 정도였다. 19세기 1%로 올랐던 산모 사망률은 1930년대 초반 병원 분만 여성의 4.5%가 분만 도중 사망했다. 지금은 수술장갑이며 더 안전한 제왕절개술, 혈압 모니터, 진단용 초음파, 항생제 등 기술과 기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50만명의 여성이 출산하면서 사망한다. 1분마다 1명씩 사망하는 수준이다. 이런 모순과 상식의 괴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출산, 그 놀라운 역사’는 출산에 얽힌 놀라운 사실들을 파헤치고 있어 주목된다. 보스턴글로브 기자로 20년간 활동한 저자가 세 아이를 낳은 뒤 출산 과정에서 품었던 의문을 풀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한 출산보고서 겸 역사서로 읽힌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혼자 출산할 수 없는 영장류가 됐는지, 출산을 돕는 이가 어떻게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해왔는지, 출산 장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다양한 출산법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추적해 지금의 출산법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출산 방식은 바로 시대와 문화가 낳은 정치적 유산이며 당사자인 여성은 그 흐름에 따라갈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출산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연 분만을 의도했던 저자는 뜻하지 않게 제왕절개술로 첫아이를 낳았다. 출산의 주 장소로 병원이 자리잡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과 캐나다에서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방식의 보건의료 체계가 완성됐다. 재원이 마련되면서 출산 정책과 함께 출산이 이뤄져야 할 장소도 정해지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병원이었다.”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전체 출산의 30%가 여전히 집에서 이뤄지는 네덜란드의 독특한 사례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의 산모 사망률이 출산 10만명당 16명으로 미국의 17명보다 낮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도 조산사가 출산을 도운 여성들은 의사의 주도로 출산한 여성에 비해 제왕절개 비율이 낮고 유도분만이나 회음절개 등의 의학적 개입이 거의 없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이 포개진다. ‘출산을 앞둔 초보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후기를 찾아 읽는다. 출산 징후가 보이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 병원에 가고 제왕절개가 아니라면 오랜 시간 병원침대에 누워 산통을 겪다가 어느 순간 무통주사를 맞는다. 생각보다 진통시간이 길어지면 분만 유도제를 맞고 이 과정에서 관장, 제모, 회음절개로 이어지는 이른바 ‘굴욕 3종세트’를 겪고 아이를 낳는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기적’이라는 저자는 책에서 완벽한 출산법을 제시하거나 특정 분만 방식을 홍보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이렇게 결론짓는다. “완벽한 출산이란 완벽주의에 중독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관념이며 출산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우발적 상황이 개입될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⑧ 자살은 나 만의 죽음일까

     50대 가장이 암 투병중인 아내와 고교생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제적 이유로 부부가 가정불화를 겪다 동반의 죽음으로 끝난 비극이 서글프다. 살아내기가 죽을 만큼 힘들었다지만 꼭 그런 처참한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자살률이 높다. 벌써 11년째 달갑지 않은 최고의 불명예를 안고있는 셈이다. 정부와 종교계가 이런저런 자살 예방 캠페인과 운동에 나서고 있다지만 자살 소식은 도통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근래 들어 전해지는 자살의 배경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목숨까지 버리는 고통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엔 유난히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쏠린다. 그런데 죽음의 이유와 상관없이 종교계에서 자살을 보는 시각은 일반 사회의 인식보다 훨씬 더 나쁘고 결코 저질러선 안될 ‘최고의 악’이다. 불교에서는 자살을 타살과 같은 죄로 보며 자살뿐만 아니라 남에게 죽음을 찬탄하여 자살하도록 하는 것까지 금하고 있다. 생명은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한 방편이므로 수명을 단축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기독교에서 자살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죄악이다. 천부의 귀한 제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는 일이란 용서받지 못할 극악이다. 그래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자들은 가정에 자살이 발생할 경우 공동체에 쉬쉬하며 숨기기 일쑤이다. 다른 종교에서도 자살이 생명 존엄에 따른 절대불가의 원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종교계에서 자살을 용납할 수 없는 극악으로 여기는 큰 이유중 하나는 나 말고도 남까지 같이 해친다는 점이다. 남은 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지우는 해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자살은 개인적 행동이지만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13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종교가 없는 사람일수록 자살기도율이 높았다고 한다. 종교가 없는 경우가 무려 65.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종교를 갖고있는 인구 비율이 53.1%이라고 할 때 신앙인일수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자살 예방과 관련해 종교계의 역할과 노력은 커 보인다.  실제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복지부와 ‘자살예방을 위한 범 종교 협약식’을 가졌다. 각 종단과 교단이 자체적으로 자살 예방 운동을 벌이고 있고 연합의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우리나라 자살률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을 ‘공동체 삶의 붕괴’로 꼽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계에 쏟는 기대가 큰 것 같다. 평화로운 삶, 화합하는 삶, 나와 남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종교가 추구하는 많은 공동의 선(善)이 있다지만 ‘공동체 지킴이’로서의 종교 위치가 유난히 커 보인다. “종교계가 제 각각의 교리적인 말보다는 실천적인 자비, 사랑을 실행해야 한다”는 한 목회자의 말이 실감 난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⑦ 스님들이 외국어 경연대회?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⑦ 스님들이 외국어 경연대회?

     ‘스님들이 외국어 실력을 겨룬다’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다. 그런데 실제로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있을 행사이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아니 불교도 달라졌다고 생각할 이들이 많을 성 싶다. 선방과 절집에서 참선, 염불만 하는 줄 알았던 스님들이 외국어 경연대회를 연다니…. ● 14일 조계종 학인 스피치대회, 예선 거친 64명 ‘일전’  조계종 교육원이 여는 ‘제1회 조계종 학인 외국어 스피치대회’ 학인, 즉 사찰 승가대나 중앙승가대, 동국대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이 영어·중국어·일어로 사찰문화며 불교교리, 승가대학 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대중 스피치하는 대회란다. 예선을 통과한 개인 13명, 단체부 6팀 등 모두 64명이 외국어 실력을 겨룬다고 한다. 단체는 춤과 노래, 연극 요소까지 곁들인 오페라 형식의 공연까지 선보인다니 일단 실력들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스님 외국어스피치대회’가 일반에겐 생뚱맞아 보이는 게 당연할 터. 일반인들이 의아해하는 만큼이나 불교계, 특히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 입장에선 오랜 고심 끝에 낸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화두를 들고 참선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간화선(看話禪) 수행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조계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이다. 1700년 선(禪) 불교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부심과는 달리 정작 외국에서 한국불교를 알아주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서구 사회에서 불교는 티베트불교나 일본불교, 남방불교가 대종을 이룬다. 한국 선불교를 아는 이란 아주 드물고,서점에서도 한국불교 관련 책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방세계에서 한국불교는 한마디로 ‘뒷 전의 불교’인 셈이다. ●’뒷전’ 한국불교 위기감 반영... 더딘 ‘세계화’ 노력 첫 발걸음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염두에 둔 채 외국 유학중인 한국 스님들이야 어디 한 둘일까. 세계 각지에 흩어져 공부하는 한국의 학인들이 많다지만 정작 한국불교에 깊숙이 빠져 귀의한 외국인 입장에선 불교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이 땅에 들어와 공부하는 외국인 스님들은 한결같이 교리 이해며 절집 생활 적응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국 절집이며 선방에 들어와 산 지 불과 몇 년 안에 한국을 떠나는 푸른 눈의 수행자도 숱하다. 말로만 ‘한국불교 세계화’를 외칠 뿐, 그 실천의 행보는 소걸음처럼 더디기만 하다고 조계종 스님들 스스로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사실이다.  조계종이 전대미문의 ‘스님 외국어대회’를 여는 데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사정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대중들의 불교 외면과 이탈이다. 교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수행 탓에 점점 멀어져가는 썰물의 신행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표출이 만만치 않다. 신자들의 이탈에 더해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말해 뭣할까.  어쨌든 스님들의 외국어 경연대회는 불교계에선 큰 변화의 싹으로 비쳐진다. 세계화를 염두에 둔 외국어 포교의 토대를 쌓든, 대중들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마케팅 성격의 행사이든, 그 발상의 싹은 일단 고상해 보인다. 14일 오후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에서 스님들 외국어 겨루기를 한번 지켜볼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⑥ 달라이라마가 한국에 온다고?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⑥ 달라이라마가 한국에 온다고?

     불교계에 달라이라마 방한(訪韓) 설이 쏠쏠 흘러나온다. 전국 각 지에서 달라이라마 방한을 위한 법회며 서명운동이 줄기차게 이어진데 이어 최근 달라이라마의 환생 스승인 7대 링 린포체가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준비위원장 금강스님)를 방문해 격려하는 등 부쩍 분주해진 모습이다. 일부 불교 신자들은 ‘후년 봄쯤 달라이라마가 방한할 것’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낙관론까지 퍼뜨리고 있다. ● 추진위 방한 서명운동 등 전개... ’2017년 봄 방한’ 낙관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따져보면 불교계 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인도 동북부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정치적 지도자이자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적 각성과 새로운 삶을 이끌어주는 정신적 리더이기도 하다. 1950년 중국의 침공으로 120만 명 이상이 희생된 티베트. 그곳의 사람들은 지금도 그저 다람살라의 달라이라마를 보기 위해 몇 달씩 걸리는 희말라야의 험한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넘는다. 대부분의 티베트인들은 그의 사진 조차 제대로 눈을 마주쳐 바라보지 못할 만큼 달라이라마의 위상과 영적 힘은 위대하다.  그래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도 방한의 목적을 불교계에 국한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한국사회의 각성과 발전에 대한 멘토겸 대화자라는 거시적 명제를 방한의 동기로 삼았다고 한다. 조만간 그 목적에 맞춘 달라이라마 추진위의 구성과 방한일정을 공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 과거 몇차례 불발... 외교적 이해관계 얽혀 성사여부 불투명  그런데 지난 2000년의 일을 비롯해 이미 몇 차례의 방한 추진이 불발에 그쳤던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열망과 열기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외교적으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의 단골격 방한 불허 이유가 우선 떠오른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밀월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도타운 상황이고 보면 이번 방한 추진의 결과 또한 장밋빛 보다는 어두운 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그런데도 불교계는 “종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낙관적이다. 양국간 신뢰가 충분히 쌓인만큼 양국 정부의 양해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우선 크다. 여기에 방한추진회를 이끌고 있는 구성 인원들이 정치적, 종파적 특색을 띠지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정부에 방한 불허의 빌미를 제공할 요소를 미리 차단했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불교계의 상황도 곁들인다. ●불교계 ‘필생의 과업’ ... 실추된 한국불교의 각성도 과제  지금 상황을 종합해보면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향한 불교계의 입장은 ‘낙관’을 넘어 ‘반드시 성취해야 할 필생의 과업’이다. 그리고 그 과업에는 명예와 위상이 실추된 한국불교의 각성과 개선이란 큰 과제도 얹혀있다. 그 과업 달성의 이유며 과제 청산이란 의욕이야 탓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처럼 ‘티베트 승왕(僧王) 달라이라마에도 신경 써 달라’는, 정부를 향한 간절한 요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해와 공감의 한 켠에 자리를 틀고있는 묵직한 덩어리가 자꾸 걸린다.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출가자들이며 절집의 세속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달라이라마 방한 문제가 들먹여질 때마다 ‘왜 달라이라마여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곤 하는 것일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다람쥐 밥/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집 가까이 있는 올림픽공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토끼며 다람쥐 등 공원엔 아는 식구들이 꽤 늘었다.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동물들은 사람들과 아주 친하다. 먹을 것을 주고 쓰다듬는 사람들을 맴도는 녀석들은 꼬리를 흔들고 귀를 쫑긋대며 재롱떨기 일쑤다. 낯익은 토끼며 다람쥐들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방문객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오랜만에 찾은 올림픽공원. 커다란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돌려줍시다.’ 도토리를 죄다 주워가 다람쥐들이 먹을 게 없단다. 묵을 쑤려고 싹쓸이하는 이들도 있다니,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공원에 도토리가 얼마나 열린다고 가져다 묵까지 쑬 생각을 할까. 그 속 좁은 욕심이 얄궂다. 그래서인가. 그 신나게 뛰놀던 다람쥐며 토끼들이 별로 눈에 안 든다. 가만 돌이켜보니 올림픽공원 초창기부터 단골손님이었던 것 같다. 공원이 처음 생겼을 땐 토끼며 다람쥐들이 사람을 무서워해 도망 다니기 일쑤였는데, 이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다. 녀석들이 먹이를 가로채는 사람들을 무서워해 도망 다닌다? 아무리 생각해도 슬픈 일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⑤ 예배 강요

     학원가에 예배를 강요하는 폭력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있다. 유명 입시학원 대표이사가 지점 소속 원장과 강사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 예배에 참석하라고 강요해 소송이 접수됐다고 한다. 잊혀질 만 하면 또 터지곤 하는 개신교계의 고질이 또 도진 듯 해 안타깝다.예배 강요가 발생할 때마나 숱한 질타와 자성의 물결이 넘치지만 그 때 뿐이다. 이쯤 되면 심해도 보통 심한 망각의 병이 아닐 수 없다.  왜 종교를 강요하는가. 남의 종교와 믿을 권리를 왜 침해하는 것일까. 원치않는 강요는 엄연한 폭력이다. 문제는 폭력임을 알면서도 거듭하는 맹신과 억지의 반복이다. 국내외에서 일어난 그 무조건의 반복은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서울 강남 봉은사 법당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일으킨 이른바 ‘땅 밟기’ 사건이며 인도의 불교 성지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찬송 파티’를 벌여 세계인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 것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성경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없이 믿고 따라야 한다는 한국 개신교의 ‘성경무오설’이며 ‘문자주의’는 세계 기독교계에서도 소문 난 근본주의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리고 그 근본의 전형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끝 없는 전도와 강요의 실천으로 이어지곤 한다. 지금도 한국인의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있는 분당샘물교회 봉사 팀의 아프가니스탄 납치 피살 사건도 따져보면 ‘땅끝 전도’가 부른 희생에 다름 아니다.  내 것이 아무리 좋아도 남이 싫다면 권하지 않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하물며 목숨까지 아낌없이 버린다는 신앙의 차원에서 강요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폭력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같은 무슬림끼리도 자신의 교리를 전파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한다. 그런 무전도의 신앙 지역에서 ‘땅 밟기’며 ‘찬송 파티’를 벌이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자비한 일인 지는 이미 여러차례의 참사와 희생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종교는 문화다’ 세상의 많은 종교인들은 이제 이 명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화합과 공존의 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내는 상생 문화로서의 종교 만들기 말이다. 내 믿음과 신앙이 아무리 좋아도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외곬의 배타성은 이제 설 땅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 땅에선 ‘땅 밟기’같은 아집과 맹신의 전도며 강요가 계속된다. 이제 그만 멈출 때도 됐는데….  ‘교회 밖에서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의 들먹임은 이 땅의 많은 개신교인들에겐 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함께 평화롭게 어울려 살자’는 인류 보편의 정신인 원융과 화합만은 훼손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인간이 지닌 모든 윤리의 으뜸이라는 종교일진대.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④ 커밍아웃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 성(性) 소수자는 여전히 비정상의 부류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이나 교감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동성애자들이 적지않게 눈에 띈다. 그 성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종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듯 하다. 시선의 변화와 함께 대하는 태도도 훨씬 개방적이자 긍정적으로 바뀌어가는 듯하다. ● ‘절대금기’ 동성애자, 미국 개신교선 수용하는 교단 늘어  종교계에서 바라보는 성 소수자, 동성애자는 일반사회의 시선보다 훨씬 더 비정상적이고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사람들인 게 사실이다. 특히 기독교에선 여전히 공공연한 장소나 모임이라면 말도 꺼내지 못할 ‘절대 금기’의 영역이다. 그러나 목회자들이나 성직자들은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고민을 호소하는 신도들이 교회와 성당에 적지않다고 털어놓는다. 이제 종교의 영역에서도 성 소수자는 입에 담지도 못할 지옥행의 절대 악이 아닌 것이란 성직자들의 귀띔이 새삼스럽지 않다. 오히려 받아들여야 할 것인 지, 말 것인 지를 심각하게 결정해야 할 절박한 현실의 문제이다.  실제로 해외 종교계에선 성 소수자를 대하는 입장의 변화가 눈에 띄게 늘고있다. 미국의 개신교계는 동성애자들을 교회와 공동체 안에서 적극 수용하는가 하면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이 늘고 있다. 신학의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공통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미국 개신교계의 성 소수자, 동성애자 수용은 ‘약하고 소외된 자’를 보듬고 사랑하라는 사랑과 박애의 고귀한 실천으로만 보기는 힘들 것이란 주장이 물론 있다. 늘어가는 성 소수자들을 교회 안으로 흡수한다는 전도와 교세 확장의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교세가 크게 줄고 있는 개신교 입장에서 불가피한 현실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성 소수자애 대한 종교계의 인식과 대우는 사회 일반의 흐름과 얼추 비슷하게 바뀌어가는 듯 하다. 물론 그 정도와 속도는 비교할 수준은 못되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바티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동성애 커플도 하나의 가족 형태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게 대표적이다. 개혁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 행보에 맞춘 로마 가톨릭의 파격적 발표였다.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온 집단의 반발 탓에 보고서 채택은 되지 못했지만 기독교계를 뒤흔든 세기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 교황청 고위 사제 커밍아웃... 세상의 변화 앞에 종교적 사랑의 가치는?  1년이 흐른 뒤 로마 교황청이 또 다시 성 소수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일 시작된 시노드에 앞서 바티칸 신앙교리성에서 일하는 고위급 사제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했다고 한다. ‘동성애 문제에 뒷걸음질치는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맞서고자 사제가 중대 발표를 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고 보면 이번 시노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노드에선 지난해에 이어 동성애와 이혼·재혼 등 가족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최종 입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커밍아웃의 동기야 어쨌든 세계 천주교의 심장인 바티칸의 고위 사제가 커밍아웃하고 교황청이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교회 전체의 입장을 밝히기 직전이다. 한국 교회들도 눈여겨볼 게 많은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악마나 사탄 쯤으로 몰아가는 막무가내식 마녀사냥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에 먼저 눈떠야 하지 않을까. 물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영원히 빛나는 으뜸의 가치이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페이스북이 진짜 얼굴을 싫어합니다

    페이스북이 진짜 얼굴을 싫어합니다

    페이스북 심리학/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안진희 옮김/책세상/296쪽/1만 4800원 기술의 발달은 흔히 동전의 양면에 비유된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이라는 이기의 혜택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탐닉과 오·남용의 부작용이 따른다. ‘소셜미디어의 거인’으로 불리는 페이스북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란 측면에서 빠른 소통과 참여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한편 인간관계의 소원함과 자기 정체성 소멸에 대한 비판이 즐비하다. 지난 8월 24일 페이스북 하루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날 하루 지구상의 7명 중 1명은 페이스북에 접속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 병원에서는 페이스북과 관련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상담자가 줄을 잇고 있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기술의 발달 가운데 부작용과 그늘의 측면을 집중 분석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가 지난 3년간 모든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정리했다. 대상자들은 10대 청소년을 비롯해 엄마, 의사, 교사, 심리학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전문가 등 모든 계층과 부류가 포함됐다. ‘나는 페이스북 때문에 해고당했다. 우울증과 심한 요통을 이유로 병가를 냈는데, 그만 선탠과 파티를 즐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장님과 페친 사이라는 걸 깜빡했던 거다. 다시 출근했을 때 사장님은 날 해고했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불쾌했던 것은 뉴스피드를 확인하다가 아기가 관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본 일이다. 내 친구가 생후 3개월 된 아이가 죽었을 때 관에 담긴 모습을 진지하게 찍어 올렸다. 페이스북에 말이다.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끔찍하고 잘못된 일이다.” 이 사례 말고도 페이스북 사용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은 책에 수두룩하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 친구 끊기의 규칙과 영향, 사이버 폭력의 위험, 페이스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 사연들은 간단하게 한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가상과 현실을 분별하지 못해 느끼는 혼란이다. ‘보상과 쾌감 중추가 포함된 두뇌 영역에서 혈류 증가가 관찰되고 청각 처리와 시각 처리를 관장하는 영역에서 혈류 감소가 관찰된다.’ 2014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표한 인터넷 중독장애(IAD)에 관한 보고서이다. 인터넷에 접속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두뇌가 쾌감 영역에 더 집중하고 청각과 시각처럼 우리를 안전하고 기민하게 유지하는 두뇌 영역에서는 덜 집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결혼, 휴가나 행복한 이벤트를 담은 사진을 보고난 뒤 질투, 분노를 느꼈고 전체 이용자의 3분의1은 페이스북 사이트를 둘러본 후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우리는 항상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애쓰고 페이스북은 단지 그렇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타인의 삶의 온전한 그림이다.” 그리고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페이스북을 당신 삶의 반창고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당장 중단하고 폐기해야 할 문명의 이기일까. 저자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내면에는 새로운 기술 문명과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기능들을 신중하게 즐기면서도 자신에게 솔직하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관계 맺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페이스북의 가장 좋은 점이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임을 인정한 저자는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을 소상하게 적어 놓았다. “페이스북에서 한 친구를 칭찬했다면 현실에서도 반드시 누군가를 칭찬하라. 바로 그날 말이다.”“만약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보고 영감을 받는다면 단순히 ‘좋아요’나 ‘공유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데 그치지 마라. 자신에게 몸소 실천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 교회들 세계 평화·난민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한국 교회들 세계 평화·난민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교회는 언제나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제 모든 교회가 함께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기독교한국루터회의 준비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1일 방한한 무닙 A 유난(65) 루터교세계연맹(LWF) 의장. 유난 의장은 방한 직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 기독교계에 큰 자극을 준 한국 교회들이 평화와 인류, 전 세계 난민들을 섬기는 큰 사역에 주저 없이 동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LWF는 전 세계 98개국에서 145개 교단과 1억명의 교인이 소속된 세계 최대의 개신교 교단이다. 천주교가 대주교-추기경-교황으로 이어지는 세계적 단일 지휘체계를 갖는 것과 달리 루터교회는 각국 총회장이나 감독이 루터교세계연맹과의 협의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은 50개 교회에서 5000명의 교인이 소속돼 활동 중이다. “교회와 교인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크든 작든 모두 교회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루터교 세계교회 수장 자격으론 첫 한국 방문인 유난 의장은 특히 한국의 분단과 긴장의 대치 상황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은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무기 역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우리는 생명을 파괴하는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팔레스타인 난민 기독교인인 부모를 따라 팔레스타인에서 줄곧 살아왔다는 유난 의장은 “나의 방한이 분단된 한반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자극과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그래서 2일 오후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방문 행사를 각별하게 여긴단다. “한반도 분단선은 한국 루터교의 아픔이자 한국인의 아픔입니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에서 ‘우리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메시지도 한국인들에게 천명한다. “교회는 언제나 개혁해야 하고 개혁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밝힌 유난 의장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즈음해 개신교인들이 특히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령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16세기 초엽에 멈춘 게 아닙니다. 성령의 역사하심은 한국 루터교를 통해서도 계속돼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이제 한국 개신교인들이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교회가 아픔을 함께할 때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하는 지름길이 된다”고 밝힌 유난 의장은 2일 오전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교계 지도자 초청 조찬기도회를 한 뒤 판문점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 오는 4일 오전 서울 은평구 대조동 루터교회의 주일예배 설교에 이어 5일 기독교한국루터회 45차 정기총회 개회예배에서 설교와 특강을 한 뒤 6일 오후 출국할 예정이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③ 천주교는 이단이다?

     개신교계에 이단 논쟁이 뜨겁다.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발언을 둘러싼 갑론을박의 기 싸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교계 바깥에서야 뜬금없는 싸움에 고갯 짓을 할 만하다. 그런데 그 내막을 들춰보자면 웃지못할 사연이 또아리를 칭칭 틀고 있다. ●국내 최대교단 예장 “천주교는 이단” 주장  문제의 이단논쟁이 불거진 건 지난 달 대한예수교장로교(예장) 합동 총회에서의 일이다.일부 총대들이 느닷없이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명시돼 있다”“가톨릭은 이단이라고 만장일치로 공포해야 한다” 지난 해에도 예장합동 총회는 ‘천주교에서 영세받은 이들을 신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의한 터였다. 예장 합동이라면 자타가 장로교의 ‘장자 교단’으로 인정하는 국내 최대의 교단이다. 신자 수만 하더라도 272만 명을 웃돈다. 그 거대 교단이 느닷없이 천주교 이단과 천주교 영세자 불신을 천명하고 나섰으니 개신교계가 뒤집어질 만 하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먼저 이단의 정의부터가 애매모호하다. 개신교에서 이단이라 함은 원래 나와 다른 무리를 일컫는 개념에 머물렀던 정의였다. 교리와 믿음의 차이에서 생겨난 가름과 배제의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단의 논리는 줄곧 한국 개신교를 나누고 갈라져 싸우게 한 으뜸의 요인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분열도 양측이 몇몇 교단을 바라보는 이단의 시각 차에서 비롯됐고 그 균열 봉합은 멀어만 보인다. ●진정한 이단 정죄 이전에 내 안의 악다구이부터 몰아내야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만 하더라도 불과 20여 년전엔 이단의 시선을 받았던 교회다. 하지만 지금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단으로 보는 개신교인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개신교의 신행과 역할 차원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영향력을 행사하며 뭇 교단들의 부러움을 받는 교단이자 교회로 우뚝 섰다.  얼마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개신교계의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교단들이 앞장서 교황을 환영하며 그의 개혁적 행보를 높이 평가했었다. 그 와중에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국내 개신교계의 뜬금없는 논쟁이 우스꽝스럽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채 남의 티끌을 험잡는 모순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정한 이단 정죄와 척결이라면 내 안의 악다구니부터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 앞서 쿠바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념이 아닌 사람을 돕는 것이므로 봉사와 헌신은 절대 이념적이지 않습니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잣거리 포교 10년’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잣거리 포교 10년’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2층에는 허름한 불교 선원이 하나 있다. 산속의 고즈넉한 선방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선원이라기보다는 종교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은 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는 공간. 2005년 종교계의 이름난 마당발인 태고종 법현 스님이 저잣거리 포교를 시작한다며 이곳에 자리를 틀어 줄곧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며 도심 속 포교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지난 12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열린선원을 찾아 선원장 법현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기자가 찾은 열린선원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 지역 어른 100여명을 초청해 공양(식사)을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열린선원 열돌 기념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조계종 적문 스님이 직접 사찰음식을 제공해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10년을 맞아 지역 주민들께 식사 한 끼 대접하며 얼굴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열린선원의 신도들이 정성껏 끓인 미역국과 송편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적문 스님은 원래 사찰음식 전문가로 바로 이 자리에서 사찰음식을 오래 하셨는데 저에게 장소를 물려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그 자리를 담마(法) 요리 장소로 탈바꿈해 놓은 셈이지요.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담마를 요리하는 ‘열린선원’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카페에서 ‘열린 절’을 운영하다가 오프라인 사찰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와서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이 송송 열리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한자로 덧붙여 보자면 이웃을 즐겁게 한다는 뜻도 되고요. 물론, 이웃은 모두를 뜻합니다. 음식을 잘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담마를 잘 먹으면 건전해져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괴로움을 영원히 떠나게 되지요. 요즘 말로 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50년 된 재래시장 안에서 선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시장은 상인들 입장에선 가게 지키느라 여유가 전혀 없고, 손님은 물건 사서 돌아가기 바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역촌중앙시장은 골목이 좁고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더 복잡하고 사람들이 자주 엉키는 곳입니다. 평상시 누구도 절이나 스님에겐 관심이 전혀 없기 마련이지요. 처음에는 천도재를 지내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 고함치는 이도 있었고, 기도 시간 겹치지 않게 하라는 목사님, 개종을 약속해 달라는 목사님도 계셨지만 이제는 모두 정답게 지내고 있어요. 문 열고 고함쳤던 그분은 신도가 되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네를 다니다 보면 신자 아닌 분들도 거의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10년 동안 정이 들어서지요. 주민들의 복지 사각을 줄이고 보다 행복한 마을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복지두레위원회라는 단체에, 저도 종교인이 아니라 주민의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차상위 계층이나 어르신, 청소년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별도의 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활동합니다. →스님의 명성과 위상이라면 번듯한 공간에서 포교도 가능할 텐데 굳이 저잣거리로 뛰어든 이유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산속에 있지 말고 저잣거리로 나가 전법활동을 하라는 대승불교 선사들의 말씀을 오래전부터 새기고 살았어요. 비단 그 말씀이 아니더라로 청년시절부터 생활 속 불교를 위해 뭘 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저잣거리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언제 깊은 산중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집중 수련을 얼마나 해야 열반을 체험하고 견성 성불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선원이라면 불교 신행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까요. -바르게 아는 것을 전제로 한 바른 명상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린선원에서는 아는 불교, 깨닫는 불교를 지향합니다. 누구든 찾아드는 이를 반갑게 맞지만 4개월 과정의 참선문화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을 정회원, 나머지를 준회원 불자로 부르지요. 수료하면 정회원이라는 의미에서 불명(계명)을 주는데 불명은 남녀 모두 두 글자로 평등하게 합니다. 수료자들이 복습을 겸해 함께 참선하고 공부하는 ‘마음닦는 수요모임’도 진행하고 있고요. →열린선원에서 한글 법요집을 만들었다는데. 한글법요집이 굳이 필요한가요. -불교의식문이 인도 말과 한문으로 돼 있어 불자들은 물론, 진행 스님들도 뜻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어요. 이것을 개선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한글로 편성하되 원문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제대로 된 뜻을 담은 우리말로 구성했고 필요한 경우 법회와 불공 성격에 맞는 경전을 읽도록 했어요. 열린선원의 신도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스님은 차례에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도 벌여 화제가 됐는데.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명절 차례는 그 이름에 차(茶)가 들어 있으므로 당연히 차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차례(茶禮)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종교, 전통에 관계없는 일입니다. 특히 불자라면 불교식 차례를 올리자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급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조금 천천히 차를 올리는 차례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삼국유사 등 자료를 근거로 제가 제안해 20여년 운동을 펴왔고 이제 꽤 많은 가정에서 차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지요. →얼마 전 탈핵과 관련해 강한 입장을 펴 주목받았는데 불교에서 탈핵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존재라도 다른 존재를 불행하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 권리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 불행이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게 인과의 법칙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입니다. 불교사상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합니다. 불교에는 모든 존재에 무한 사랑을 보내는 자비관(메타바와나)이라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바로 불교의 소통이고 생태사상입니다. →최근 펴낸 수상집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속 벼슬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많은 출가자들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고요. 책임은 언제든지 맡을 수 있고, 권한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추워도 향기를 팔아서는 아니되지요. →종교계에서 스님은 마당발이란 별명으로 유명한데, 이웃종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불교 안에서 먼저 소통, 화합하고 이웃종교에까지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세계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인도의 힌두교 대표가 말하더군요. ‘모든 전쟁의 원인은 아가씨 하나 때문이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미스언더스탠드(오해)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시사하는 점이 있어요. ‘하나만 아는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라는 말처럼 내 종교를 제대로 알려면 이웃종교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웃종교라는 이름을 쓰는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내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쟁지역마다 종교갈등이 자리하는 것을 보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 보자, 함께 먹어 보자, 머물러 보자, 부대껴 보자’는 것이 종교 교류의 실질적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선원의 저잣거리 포교를 통해 스님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게 무엇인가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가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무엇을 해도 쉽고 재미있게 해서 삶에 유익하게, 내게도 이웃에게도 유익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저의 분야는 모든 삶을 다루는 불교입니다. ‘쉬운 불교 여는 도량, 바른 불교 닦는 도량, 밝은 불교 펴는 도량, 모두 함께 웃는 도량’으로 가꿔 가고자 합니다. 바라기는 ‘선교방편(善敎方便)연구소를 만들어 전법의 방법을 개발하고 전하는 일도 하고 싶고,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경전과 법요의식, 찬불가를 함께 엮은 불교성전을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수행결과도 보잘것없는 저와 열린선원에 대중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열심히 수행하도록 지도하고 전법하겠습니다. →새 도량을 꾸밀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열린선원은 선원 안에 화장실도 없어서 시장이 문을 닫는 밤이나 휴무일 때는 옥상의 화장실이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해요. 주차장도 없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지요. 신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서 수행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새 도량을 마련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시장이냐 산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시장 주변은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선원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두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한 평 사기’운동이라는 것을 많이 하지만 저희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한 뼘 불사’라는 이름으로 성금을 모아 볼까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무상(無相) 법현 스님은 교무·기획국장, 총무·교무·사회부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한국불교 태고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거친 종교계의 소문난 마당발. 2005년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저잣거리 포교를 주창하며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마당발 스님’이란 별명 그대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 종단협의회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등 불교종단 종무행정 활동을 하면서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맡거나 맡아 왔다. 대사회 활동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살림홍보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생명인권포럼위원, 생명존중헌장 제정위원,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 등을 맡아 학술, 사회활동을 하면서 전법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연기설의 입장에서 본 불안정성(엔트로피 증가)원리 연구’, ‘틀림에서 맞음으로 회통하는 불교생태사상’, ‘불교의 관점에서 본 원자력과 생명, 그리고 평화’ 등 논문과 ‘놀이놀이놀이’, ‘부루나의 노래’,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등의 저서가 있다.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를 신행과 전법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오래전부터 레크리에이션 포교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무국장 시절 한림대 정무형 교수의 제안을 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해 템플스테이를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 “저잣거리 포교 이유? 하루하루 바쁜 일반인 언제 산사 오겠나?”

    “저잣거리 포교 이유? 하루하루 바쁜 일반인 언제 산사 오겠나?”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2층에는 허름한 불교 선원이 하나 있다. 산속의 고즈넉한 선방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선원이라기보다는 종교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은 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는 공간. 2005년 종교계의 이름난 마당발인 태고종 법현 스님이 저잣거리 포교를 시작한다며 이곳에 자리를 틀어 줄곧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며 도심 속 포교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지난달 12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열린선원을 찾아 선원장 법현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기자가 찾은 열린선원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 지역 어른 100여명을 초청해 공양(식사)을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열린선원 열돌 기념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조계종 적문 스님이 직접 사찰음식을 제공해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10년을 맞아 지역 주민들께 식사 한 끼 대접하며 얼굴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열린선원의 신도들이 정성껏 끓인 미역국과 송편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적문 스님은 원래 사찰음식 전문가로 바로 이 자리에서 사찰음식을 오래 하셨는데 저에게 장소를 물려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그 자리를 담마(法) 요리 장소로 탈바꿈해 놓은 셈이지요.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담마 잘 먹으면 지속가능한 행복 얻어 →담마를 요리하는 ‘열린선원’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카페에서 ‘열린 절’을 운영하다가 오프라인 사찰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와서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이 송송 열리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한자로 덧붙여 보자면 이웃을 즐겁게 한다는 뜻도 되고요. 물론, 이웃은 모두를 뜻합니다. 음식을 잘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담마를 잘 먹으면 건전해져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괴로움을 영원히 떠나게 되지요. 요즘 말로 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50년 된 재래시장 안에서 선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시장은 상인들 입장에선 가게 지키느라 여유가 전혀 없고, 손님은 물건 사서 돌아가기 바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역촌중앙시장은 골목이 좁고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더 복잡하고 사람들이 자주 엉키는 곳입니다. 평상시 누구도 절이나 스님에겐 관심이 전혀 없기 마련이지요. 처음에는 천도재를 지내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 고함치는 이도 있었고, 기도 시간 겹치지 않게 하라는 목사님, 개종을 약속해 달라는 목사님도 계셨지만 이제는 모두 정답게 지내고 있어요. 문 열고 고함쳤던 그분은 신도가 되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네를 다니다 보면 신자 아닌 분들도 거의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10년 동안 정이 들어서지요. 주민들의 복지 사각을 줄이고 보다 행복한 마을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복지두레위원회라는 단체에, 저도 종교인이 아니라 주민의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차상위 계층이나 어르신, 청소년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별도의 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활동합니다. →스님의 명성과 위상이라면 번듯한 공간에서 포교도 가능할 텐데 굳이 저잣거리로 뛰어든 이유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산속에 있지 말고 저잣거리로 나가 전법활동을 하라는 대승불교 선사들의 말씀을 오래전부터 새기고 살았어요. 비단 그 말씀이 아니더라로 청년시절부터 생활 속 불교를 위해 뭘 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저잣거리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언제 깊은 산중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집중 수련을 얼마나 해야 열반을 체험하고 견성 성불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 깨닫는 불교 지향... 한글법요집, 신도들이 아주 좋아해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선원이라면 불교 신행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까요. -바르게 아는 것을 전제로 한 바른 명상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린선원에서는 아는 불교, 깨닫는 불교를 지향합니다. 누구든 찾아드는 이를 반갑게 맞지만 4개월 과정의 참선문화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을 정회원, 나머지를 준회원 불자로 부르지요. 수료하면 정회원이라는 의미에서 불명(계명)을 주는데 불명은 남녀 모두 두 글자로 평등하게 합니다. 수료자들이 복습을 겸해 함께 참선하고 공부하는 ‘마음닦는 수요모임’도 진행하고 있고요. →열린선원에서 한글 법요집을 만들었다는데. 한글법요집이 굳이 필요한가요. -불교의식문이 인도 말과 한문으로 돼 있어 불자들은 물론, 진행 스님들도 뜻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어요. 이것을 개선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한글로 편성하되 원문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제대로 된 뜻을 담은 우리말로 구성했고 필요한 경우 법회와 불공 성격에 맞는 경전을 읽도록 했어요. 열린선원의 신도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스님은 차례에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도 벌여 화제가 됐는데.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명절 차례는 그 이름에 차(茶)가 들어 있으므로 당연히 차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차례(茶禮)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종교, 전통에 관계없는 일입니다. 특히 불자라면 불교식 차례를 올리자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급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조금 천천히 차를 올리는 차례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삼국유사 등 자료를 근거로 제가 제안해 20여년 운동을 펴왔고 이제 꽤 많은 가정에서 차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지요. →얼마 전 탈핵과 관련해 강한 입장을 펴 주목받았는데 불교에서 탈핵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존재라도 다른 존재를 불행하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 권리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 불행이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게 인과의 법칙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입니다. 불교사상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합니다. 불교에는 모든 존재에 무한 사랑을 보내는 자비관(메타바와나)이라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바로 불교의 소통이고 생태사상입니다. ●벼슬이 닭벼슬보다 좋다고? 걸맞는 마음과 행동을 해야지... →최근 펴낸 수상집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속 벼슬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많은 출가자들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고요. 책임은 언제든지 맡을 수 있고, 권한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추워도 향기를 팔아서는 아니되지요. →종교계에서 스님은 마당발이란 별명으로 유명한데, 이웃종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불교 안에서 먼저 소통, 화합하고 이웃종교에까지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세계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인도의 힌두교 대표가 말하더군요. ‘모든 전쟁의 원인은 아가씨 하나 때문이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미스언더스탠드(오해)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시사하는 점이 있어요. ‘하나만 아는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라는 말처럼 내 종교를 제대로 알려면 이웃종교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웃종교라는 이름을 쓰는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내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쟁지역마다 종교갈등이 자리하는 것을 보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 보자, 함께 먹어 보자, 머물러 보자, 부대껴 보자’는 것이 종교 교류의 실질적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불교, 바른 불교, 밝은 불교... 모두 웃는 도량이 목표 →열린선원의 저잣거리 포교를 통해 스님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게 무엇인가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가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무엇을 해도 쉽고 재미있게 해서 삶에 유익하게, 내게도 이웃에게도 유익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저의 분야는 모든 삶을 다루는 불교입니다. ‘쉬운 불교 여는 도량, 바른 불교 닦는 도량, 밝은 불교 펴는 도량, 모두 함께 웃는 도량’으로 가꿔 가고자 합니다. 바라기는 ‘선교방편(善敎方便)연구소를 만들어 전법의 방법을 개발하고 전하는 일도 하고 싶고,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경전과 법요의식, 찬불가를 함께 엮은 불교성전을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수행결과도 보잘것없는 저와 열린선원에 대중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열심히 수행하도록 지도하고 전법하겠습니다. →새 도량을 꾸밀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열린선원은 선원 안에 화장실도 없어서 시장이 문을 닫는 밤이나 휴무일 때는 옥상의 화장실이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해요. 주차장도 없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지요. 신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서 수행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새 도량을 마련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시장이냐 산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시장 주변은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선원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두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한 평 사기’운동이라는 것을 많이 하지만 저희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한 뼘 불사’라는 이름으로 성금을 모아 볼까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무상(無相) 법현 스님은  교무·기획국장, 총무·교무·사회부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한국불교 태고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거친 종교계의 소문난 마당발. 2005년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저잣거리 포교를 주창하며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마당발 스님’이란 별명 그대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 종단협의회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등 불교종단 종무행정 활동을 하면서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맡거나 맡아 왔다. 대사회 활동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살림홍보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생명인권포럼위원, 생명존중헌장 제정위원,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 등을 맡아 학술, 사회활동을 하면서 전법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연기설의 입장에서 본 불안정성(엔트로피 증가)원리 연구’, ‘틀림에서 맞음으로 회통하는 불교생태사상’, ‘불교의 관점에서 본 원자력과 생명, 그리고 평화’ 등 논문과 ‘놀이놀이놀이’, ‘부루나의 노래’,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등의 저서가 있다.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를 신행과 전법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오래전부터 레크리에이션 포교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무국장 시절 한림대 정무형 교수의 제안을 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해 템플스테이를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 [김성호 기자의 종교 만화경] ② 종교 ‘썰물’

    각 종교마다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젊은 사람이 모자란다’는 푸념이다. 실제로 출가자가 위태로울 만큼 급속히 줄고있는 불교는 그 어느 때보다 고령화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신교, 천주교는 불교에 비해 고령화가 덜한 편이지만 역시 젊은 층 모시기에 여간 공을 들이는 게 아니다. 일찍부터 심각한 고령화 위기에 처했던 민족종교는 고령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혈안이 돼있다. ●저출산-종교계 추한 민낯이 ‘썰물’ 원인 종교계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아니 젊은 사람들이 종교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저출산 사회의 종교 외면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계 자체의 모순과 갈등이다. 우선 사회의 추세를 보자. 저출산의 인구 추이에서 종교계로의 인구유입 감소는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총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종교계로 유입되는 인구가 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로의 인구 유입 감소는 사회 전반의 인구 감소 추세와는 현격하게 다른 측면을 갖는다. 이를테면 종교를 갖거나 믿음을 지탱할 원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인 종교 내부의 모순과 갈등은 종교인구 감소, 특히 젊은 층을 종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더 심각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속된 말로 ‘정나미가 떨어져서’ 종교 근처에 얼씬도 하기 싫다는 젊은 층의 고언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그 정나미 떨어지는 모순과 갈등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목회자 세습이며 성직자의 성 추행, 정치판 못지않은 권력욕과 파벌 싸움, 속인 못지않은 성직자들의 윤택한 삶…. 그야말로 종교에 발을 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추한 얼굴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종교 본연의 가치와 미덕과는 아주 먼 것들 말이다. ●이벤트성 유인대책보다 내부 모순 치유 선행돼야 이가운데 종교계가 ‘종교 썰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요즘 부쩍 공을 들이는 건 주로 전자인 것 같다. 젊은 층을 교회나 절, 성당에 불러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춤을 춘다. 그런 각고의 노력 때문인 지 일부 교회와 성당에는 젊은 층의 발길이 어느 정도 다시 모이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문제는 그 반짝의 관심과 답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 가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의 성장을 지속해왔던 이 땅 교회들의 지난 날을 한번 반추해보자. 10∼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교회당과 예배당에 넘쳐났었다. 사찰과 성당에도 교회 수준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두터운 신도층을 형성했었다. 20년도 채 안돼 종교가 이렇게 존폐를 걱정할 만큼의 젊은층 이탈을 염려해야만 하는 상황과 이유를 종교계는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종교계 내부의 모순과 갈등 척결이 먼저임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농경생활이 우릴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농경생활이 우릴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지음/사이언스북스/352쪽/1만 7500원 ‘농경생활은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원시인은 대개 식인종이었다’, ‘인류는 원래 한 가족이었다’…. 인류사를 들먹일 때 흔히 거론되는 말들이다. 그런데 최근 인류학의 연구 성과는 지금까지 알려졌던 통념을 자주 뒤집어 주목받는다. ‘인류의 기원’은 그런 잘못된 상식의 오류와 원인을 살필 수 있는 책으로 눈길을 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와 과학전문기자(과학동아 편집장)가 만나 최신 인류학 이야기를 독특하게 소개했다. 수많은 인류의 진화과정 가운데 인류역사에 이정표가 된 사건과 고인류학의 트렌드를 22개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우선 농경생활이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명제를 보자. 저자들은 종족 연구며 화석 연구결과 등을 통해 수렵·채집의 시절에도 생활이 꽤 윤택했다고 말한다. 외려 농경 생활 시작과 함께 영양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몸집도 더 왜소해졌다는 것이다. 농경생활이 인류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진 건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출산율 증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현생 인류가 모두 아프리카에서 온 조상에서 진화했다는 ‘아프리카 기원론’도 뒤집는다. 최근에는 현생 인류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해 진화했다는 ‘다지역 진화론’이 더 힘을 얻고 있는 추세임을 보여준다. 책은 이것 말고도 큰 두뇌와 직립보행으로 인류가 얻게 된 장단점이며 인간의 노년기가 다른 동물과 달리 유독 연장된 까닭, 사람들의 피부가 하얗게 된 이유 등을 소개하는데 스토리텔링식으로 전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저자들이 콕 짚어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바로 인간의 유전자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그 변화의 주체는 다름 아닌 문화라는 것이다. “문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금의 노령 사회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진화를 새로운 양상으로 이끌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사교육 현장 보고서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펴낸 정찬용씨

    [저자와 차 한잔] 사교육 현장 보고서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펴낸 정찬용씨

    흔들리다 못해 붕괴의 낙담까지 요란한 공교육. 위기의 공교육을 메워 활개 치는 사교육. 그 틈새에서 ‘성공 신화’의 꿈을 먹고 맴도는 학생과 학부모. 이제 그 모순과 망국의 교육 부조리를 끊어야 하며 엄마들이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 게릴라’가 있다. 지난 1999년 베스트셀러 ‘영어공부 절대 하지 마라’로 센세이션을 불렀던 정찬용(58)씨. 그가 ‘내 자식도 빠질 수 없다’며 대책 없는 공부 대열에 휩쓸려 방황하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방부제 같은 쓴소리를 쏟아낸 책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들녘)을 세상에 내놓아 주목된다. 출간에 맞춰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 같은 비전문가가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겸손 섞인 한탄으로 인사를 건넨 정씨는 작심한듯 불만을 쏟아냈다. “이 땅의 교육과 관련한 모든 이들은 비틀린 교육의 심각함을 다 알고 있어요. 문제는 아무도 나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쌓인 것이 많을까. 할 말이 그토록 많은 것일까. “교육 행정 당국은 물론, 교육 전문가, 사교육 담당자들이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게 큰 이유입니다. 시스템을 바꿔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원치 않는 것이지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왜곡의 교육 시스템이라면 담당자들이 촛불시위라도 해서 바로잡아야 할텐데, 그렇지 않아요.” 정씨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나와 독일 도르트문트대를 거쳐 하노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경학자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귀국해 에버랜드 테마파크와 공원 설계 프로젝트를 마칠 무렵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의 한국 교육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처음 운동장 수업을 참관했는데 제식교육부터 시키는 것이었어요. 과제도 제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과 똑같은 수준인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학교와 교사들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부탁도 여러 번 했지만 ‘백년하청’의 무반응에 더 놀랐단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작은 대안학교를 세워 아들을 보냈고 직접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인터넷 강연을 하면서 만난 학부모들로부터 곪을대로 곪은 한국의 교육 실상을 알게 됐다고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인생이란 도식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지요. 일류대학 입학 정원은 극소수로 한정돼 있어요. 공교육의 주체인 학교와 교사들은 진실을 말하지만 사교육 주체인 학원과 강사들은 그렇지 못해요. 어떻게든 이득을 남겨야 하는 학원, 강사들이 인성교육에 신경을 쓸까요?” 진실보다는 학부모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허황된 꿈을 부풀리고 학부모, 특히 엄마들이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기 일쑤라는 것이다. “욕먹기를 각오하고 책을 썼다”는 저자는 인터뷰 도중 이 말을 자주 했다. “‘일부 몰지각한’이 아니라 ‘대다수의 지각 있는’ 이들이 더 문제입니다.” 알 만하고 많이 가진 이들이 더 극성이다. 서울 대치동 학생 대상의 한 조사에서 100%가 사교육을 받는다는 결과가 실린 기사를 보여준다. 그러면 왜 ‘미친 엄마’들이 틀을 깨야 할까. 남들은 다 사교육시키는데 나만 빠지면 손해 보는 것 아닐까. 저자는 그 대목에서 정색하고 말한다. “물론 왜곡된 교육의 1차적인 책임은 당국과 교육 전문가들이 져야지요. 하지만 가장 학생들과 밀접한 관계자는 엄마입니다. 책임질 사람들이 발을 빼는 상황에서 엄마들이 입시 공부가 아닌 사람답게 사는 교육을 요구하는 행동에 적극 나선다면 당국이나, 전문가, 사교육계도 어쩔 수 없이 방향 전환을 하게 될 것이란 믿음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입니다. 존중과 인정,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그들은 지구라는 큰 우주 속 한 부분으로 잘 성장합니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자신의 꿈과 욕망, 자존심, 심지어 과거의 복수심까지 투영시켜 사는 건 아닌지요.”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잊혀진 계절/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참 옷 가려 입기가 어렵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한데, 한낮엔 수은주가 30도 가까이 치솟는다. 널 뛰듯 요동치는 수은주에 장단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옷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것을 꺼내보고 저것을 만져보고. 아마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헷갈리는 심경들이 많을 듯싶다. 조금 두껍다 싶은 점퍼를 골라 입고 집을 나서는데 왠지 옛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어릴 적 이맘 때쯤이면 제법 찬 바람에 옷매무새를 다졌는데. 마을 뒷산 밤나무 사이로 번져오는 소슬바람도 꽤 삽상했고. 추석을 앞둔 동네 어른들의 가을걷이 몸짓들도 분주했었는데. 추수 끝 거둔 곡식이며 과일들을 돌려먹는 인심도 꽤 좋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중추가절이 좋긴 좋은가 보다. 선물 나르는 배달의 물결이 벌써 요란하다. 도시 삶에 쫓기다 보니 고향의 삽상한 소슬바람을 잊은 지 오래다. 지금도 그곳에선 가을걷이가 한참일까, 나눠 먹는 정도 여전히 도타울까. 얼마 전 지나다 보니 마을이 많이도 변했던데. 가을 옷 한 벌 갈아입었을 뿐인데. 오늘 아침 참 많은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노숙인 문화제...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선포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는 다음달 10일 오후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홈리스 문화제’를 마련한다. 지난해 개최했던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노래하다’에 이어,올해는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선포하다’라는 슬로건아래 더욱 확장해 연다고 NCCK는 밝혔다.  특히 지난 해 단순히 ‘음악’ 만을 매개로 진행한 것과는 달리 올해 문화제는 ‘극’과 ‘전시’가 어우러진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지방에서도 함께 참여해 미니콘서트와 노숙인들의 이야기, 목회자및 봉사자들과의 대화 등으로 꾸민다. 대전에서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보석 같은 남자들이 만드는 마당극’(벧엘의 집·원용철 목사)을 준비하며 부산은 부산 NCC 노숙인사회복귀위원회에서 부산 밥퍼를 중심으로 꾸린 합창단이 참여한다.  이에앞서 NCCK 홈리스대책위원회(위원장 함동근 목사)는 지난 18∼1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팀비전센터에서 참여 노숙인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팀워크를 다졌다. 이번 문화제의 모든 준비과정은 영화 ‘괴물’의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김경모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CCK는 노숙인에 대한 인식 개선 차원에서 10월 첫째 주간을 ‘홈리스 주간’으로 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NCCK는 이에따라 전국의 회원교회에 공동기도문과 예배문, 설교자료들을 보내 사회적 약자인 홈리스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고양시킨다는 계획이다.문의 (02)742-8981.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캔버스가 된 모래사장… 작품이 된 가을바다

    캔버스가 된 모래사장… 작품이 된 가을바다

    해변 풍경 속에 노를 단 두 개의 프레임이 설치됐다. 하나는 바닷물에 불안한 뗏목처럼 떠 있고, 다른 하나는 약간 불안정하게 기울어 모래사장에 세워져 있다. 부산 사상구 다대포에서 열리고 있는 ‘2015바다미술제’에 참가한 헝가리 작가 조셉 타스나니의 작품 ‘기억의 지속’이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28세에 헝가리로 이민한 그는 설치와 대지미술의 개념을 혼합한 이 작품에 대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해야 하는 이민자들의 삶과 그들이 두고 온 것에 대한 기억을 다뤘다”면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의 난민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 옆에는 네덜란드 작가 코르넬리스 알베르투스 아우언스의 철제 조형물 ‘바다의 메아리’가 설치돼 있다. 아우언스는 “세 개의 입방체를 표현한 이 작품은 바다를 배경으로 볼 때 완성된다. 중앙에 수직으로 세운 철 기둥을 통해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1987년 시작돼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부산의 대표적인 해양미술축제 바다미술제가 해운대, 광안리, 송도를 거쳐 다대포로 장소를 옮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막을 올린 2015 바다미술제에는 16개국 34개팀이 참여해 ‘보다-바다와 씨앗’(See-Sea & Seed)을 주제로 10월 18일까지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행사는 ‘산포하는 씨앗’, ‘발아하는 씨앗’, ‘자라는 씨앗’, ‘자라는 바다’라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본전시와 뉴질랜드의 피터린카이트사가 대형 연 퍼포먼스로 가을 바다를 풍성하게 꾸민다. 김원근의 조각 작품 ‘손님’과 김영원의 거대한 백색 조각 ‘그림자의 그림자’가 눈길을 끄는 해변에는 오노 요코의 ‘소망 나무’를 비롯해 관람객들의 사진으로 완성되는 앤디 드완토로의 ‘100명의 사람들’, 관객들의 호흡으로 완성되는 회화 퍼포먼스인 최선 작가의 ‘나비’, 어린이들이 만든 천 개의 바람개비를 그들이 바라는 꿈과 소원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치한 노주환 작가의 ‘사랑해요ㅡ천개의 꿈’ 등이 모래사장에 설치돼 있다. 사진작가 이명호는 다대포의 돌에 캔버스를 설치해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사라지면서 자연이 캔버스에 돌의 모습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전원길은 박스 형태로 제작된 틀에 보리 싹을 자라도록 하고 해변에 설치해 수직으로 자라는 보리가 수평선에 이르러 일체화되는 ‘녹색 수평선’을 설치했다. 영국의 조너선 폴 포어맨은 버려진 나무에 돌을 설치하고 날씨와 조류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도록 하는 해변 설치 작품으로 고독감과 고요함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밤에도 이어진다. 미디어아티스트 이경호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물 ‘생명의 씨앗, 어떻게 하실래요? 미래를 향한 일기’를 선보이고 이이남 작가는 레이저를 통해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과 패턴으로 몽환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빛의 움직임으로’를 선사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임동락 집행위원장은 “예년과 달리 전시작품 모두 초청작으로 구성해 전시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높였다”며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관객 참여형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색다른 미술 감상의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성호 전시감독은 “부산 동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가 소외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문화예술의 싹을 틔운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사람과 바다, 예술과 지역, 미술가와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따뜻한 교감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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