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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우리 개신교계에서 세습은 가장 고질적이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악습의 병폐로 꼽힌다. 그 승계의 방법도 종전 직계 자녀에게 담임 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주는 직접 세습과는 달리 다양한 변칙의 승계가 횡행한다. 얼핏 열거해도 그 변종의 세습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에게 담임을 하게 한 다음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그런가 하면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이며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까지 등장했다. ● 2013년 6월 이후 122개 교회 ‘세습’... 85개가 아들에 직접 세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지난 5월 공개한 ‘변칙 세습 현황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습 방식의 다양한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세습 사례를 수집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중 85개 교회가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 세습을, 37개 교회가 법망을 피한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지도 하기 어렵다는 소수의 개척 교회를 빼면 세습을 하지 않는 교회가 어느 교회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형식을 띠건 교회의 세습이 일반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극명해보인다. 무엇보다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 물질과 권력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세속화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와 ‘목사의 귀족화’는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임을 공인하는 격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로 통한다. ● 교단들 잇단 방지법에도 변칙세습 이어져... 식지않는 세습 욕망  그 세습을 향한 경계와 지탄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안과 바깥에서 높아져왔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자성과 개선의 몸짓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 원조’로 낙인된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작고하기 몇 달 전인 2012년 6월 세습을 회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운 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라면서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여파인지 일부 교단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와 바꾸자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사상 처음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데 이어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이 정기총회에서 잇따라 세습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변칙의 세습이 교단들의 순차적인 세습금지법 마련 이후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반연측은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 세습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개탄한다.  개신교 교단중 처음으로 지난 2012년 세습 방지를 결의했던 기감이 변칙세습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달 29일 총회 입법의회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012년 세습방지법을 통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10년간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500명 정원의 총대 중 411명이 투표해 찬성 212표, 반대 189표, 기권 10표가 나와 23표 차로 결의됐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총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교회에서 담임자를 결정하는 교회 의회제도의 결정권까지 박탈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지금 이땅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들로 비쳐져 안타깝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영토전쟁도 손들게 한 ‘첨단산업 비타민’ 희토류…자원전쟁 씨앗인가 기술혁명 상징인가

    영토전쟁도 손들게 한 ‘첨단산업 비타민’ 희토류…자원전쟁 씨앗인가 기술혁명 상징인가

    금속전쟁/키스 베로니즈 지음/임지원 옮김/반니/308쪽/1만 6000원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분쟁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해 영역 분쟁이 터진 지 17일 만에 돌연 일본이 항복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일본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희토류가 무엇이길래 강대국 일본은 그토록 나약하게 꼬리를 내렸을까. ‘금속전쟁’은 당시 센카쿠 분쟁을 비롯해 희토류를 둘러싼 마찰과 확보 전쟁, 대안을 들춰내 흥미롭다. 희귀 금속의 특징을 짚고 이와 관련한 경제, 정치적 세계사와 미래상을 소개한 흐름이 독특하다. 희토류는 란타넘계열 15개 원소(란타넘,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프로메튬,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루테튬, 스칸듐)와 이트륨 등을 합친 17개 원소를 가리키는 과학 용어다. 매장량이 적어 희귀하고 일일이 나누기 번거로워 이들 원소를 합쳐 희토류라 부른다. 지난 30년간 현대산업에서 귀중한 자원으로 부상해 ‘21세기의 석유’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0억개가량 판매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광섬유 케이블 코팅제, 헤드폰, 하드드라이브,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희토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지구 표면에 적당량이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채취에 적당할 만큼 집중된 곳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발견하더라도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높은 수요에 비해 정제, 가공 과정이 매우 어려워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저자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희소성으로 인한 ‘자원전쟁 씨앗’으로서의 희토류를 부각시켰다. 지난 10년간 콩고는 희토류를 둘러싼 종족 간 전쟁으로 황폐해졌고 5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활동을 벌일 때 지질학자들을 파견했는데 그들의 임무는 희소 금속의 매장량을 추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과 수출에서 독보적이다.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고 광산과 정제 시설 대부분을 갖고 있어 희토류 시장 거래 상품의 97%를 공급한다. 중국 의존성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자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든 사안들에 희토류 수출 카드를 꺼내 들기 일쑤다. 그러면 독점으로 인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대안은 없을까. 저자는 남극과 그린란드, 그리고 광산 폐기물인 이른바 ‘붉은 진흙’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메이카를 대안으로 우선 지목한다. 실제로 남극 대륙 곳곳에서 천연자원 공급량 조사와 평가를 명목으로 15개 이상의 국제 연구기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4000명의 과학자가 상주하고 있다. 물론 그 ‘대안의 땅’에서도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함을 염려한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12개국이 남극 땅 일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1991년 그린피스 주도하에 맺어진 ‘마드리드 의정서’ 때문에 금전적 이득을 위한 탐사와 채굴 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조약 개정이 예정된 2048년쯤 조약이 폐기되거나 크게 변경되면 지금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경금속 회사는 2013년 자메이카 정부와 손잡고 ‘붉은 진흙’ 가공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지금 지구촌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는 화석연료처럼 희토류도 언젠가는 고갈될 게 뻔하다. 그래서 각국은 그 대안으로 소행성 등 우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저자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환경, 인간의 삶, 정치적 동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다가올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금속의 샘물이 다 말라 버릴 때 20세기, 21세기의 기술 진보를 흥청망청 낭비해 버려 생태학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접어들거나 필요한 금속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끔찍한 미래를 맞게 될지, 아니면 금속 고갈에 대비해 평화로운 해법을 찾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적 자산을 제대로 투자할 능력이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0] 추락하는 종교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0] 추락하는 종교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우려한다’ 이제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종교를 보는 사회 일반의 공감 차원에서 자주 쓰이지만 그 비아냥의 주 표적인 종교계는 각성의 기미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죽하면 ‘종교 무용론’까지 등장할까. 악화하는 민심을 보면서 종교의 추락을 거듭 곱씹게 된다.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조사는 그 ‘추락의 종교’를 또 한 번 들춰내 민망하다. 신뢰도는 여전히 떨어지는 추세인 가운데 종교계며 성직자의 호감도 역시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만 16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였다. 우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종교계에 대한 신뢰도는 고작 11.8%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2%나 급락한 수준이다. 종교별, 성직자별 신뢰도는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여전히 천주교(39.8%)가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불교(32.8%), 개신교(10.2%)였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종교계에 대한 호감도와 비례했다. 신부가 51.3%로 가장 높았고, 스님 38.7%, 목사 17% 순이었다.  신뢰도가 폭락한 것과 달리 종교의 영향력에 대해선 40.4%가 증가했다고 응답해, 감소했다(19.4%)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영향력은 늘어나는데 신뢰도는 급속히 떨어진다고? 아이러니가 아닌가. 바로 기대에 못미치는 ‘한심한 종교’에 대한 냉정한 성적표 쯤으로 풀이된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종교별 영향력의 크기이다. 개신교가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이 42.3%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는 36.3%, 불교는 26.7%였다. 여타 종교에 비해 피부로 느끼는 사회적 접촉과 공감의 잣대는 개신교 쪽으로 많이 기울어있는 셈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모두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고 위로한다’는 항목에 대한 긍정 평가가 가장 높았던 반면 3대 종교 모두 재정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믿지 못할’ 종교에 대한 기대. 종교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세속에 물든 오염과 타락을 비판하는 경계의 민심이 날카롭다.  지금 세상에는 과학과 종교의 가치와 역할을 저울질하는 시비가 적지않다. 원리와 법칙에 충실한 믿음의 공공 영역인 과학이 바로 종교라는 입장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이유 탐색과 인류 공동선(善)을 추구하는 종교가 우월하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한다. 현실적인 효용 가치를 높이 사는 과학의 추종자들은 그래서 자주 ‘종교 무용론’을 들먹인다. 머지않아 종교는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이에대해 종교 옹호론자들은 부작용과 인간 존엄의 훼손을 들어 과학 위에 종교를 놓는다. 그런데 따져보면 과학이나 종교나 더 높은 삶의 지향을 목표로 하는 공공의 영역 아닌가. 그래서 종교가 더 청정하고 세속의 그늘에서 떳떳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게 아닐까.  ‘인류가 지닌 최고의 도덕률’ 종교를 높이는 이 명제가 갈수록 빛을 잃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땅의 많은 사찰이며 성당, 교회들엔 ‘참 나’(眞我)를 찾는 구도와 기도의 행렬이 넘쳐난다. 나치에 추방당한 최초의 비(非)유대인 교수라는 독일 신학자 폴 틸리히(1886-1965)의 말 마따나 정말 “종교는 인류의 최고의 영예이며 또한 가장 깊은 치욕”일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제5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 교수·언론인·행정 연구원 등 31명 심사

    제5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을 위한 외부심사위원장은 홍정선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내부 위원으로는 전성준 서울신문 문화사업부장, 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 구정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 전문위원, 서기봉 NH농협은행 공공금융부장이 참여했다. 교수와 행정기관 연구원 등 외부위원을 포함해 모두 31명이 심사했다. ■ 후원 NH농협은행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9] 어느 납자의 환속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9] 어느 납자의 환속

     세간에 한 스님의 환속이 화제다. 웬만한 일반인도 이름만 들으면 ‘아 그 스님’하고 금세 알아차릴 조계종 스님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이 주인공이다. 이런 저런 문화재 환수 운동에 앞장 서며 승속 모두에 이름을 꽤 알렸던 납자(衲子)가 돌연 환속을 했다니 놀라움의 탄성이 요란한 게 당연해 보인다. ‘애를 낳았고 더 이상 스님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는 환속의 선언에 네티즌들의 ‘놀라움 반, 질타 반’의 댓글이 연신 쏟아지고 있다.  불교계에 그 파격의 환속 소문이 돌았던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모 스님이 결혼해 애를 낳았고 조만간 환속 선언을 한다더라’던 그 소문 말이다. ‘설마 그 스님이’라는 의심이 현실로 드러난 건 얼마 전 당사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차례에 걸쳐 “최근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고 충격적인 글을 남기면서였다. “나는 더 이상 스님이 아니다”라며 스님 호칭 빼줄 것을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세상 잘못 50가지를 바로 잡겠다는 부처님과 약속을 지켰으니 승복 벗고 자유롭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꽤 명분있는 환속의 이유로 들린다. ● 혜문 “세상 잘못 50가지 바로 잡았으니...” 불교계 “절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조계종 종단 관계자들은 일반의 들썩임과는 다르게 시큰둥하다. ‘비구도 아닌 스님이 환속한다는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는 투의 싸늘한 반응 일색이다. 실제로 혜문은 사미계를 받았지만 비구계를 받지 않은 사미승의 신분이다.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비구 종단에서 정식 비구계를 수지하지 않은 스님인 터라 그닥 좋은 대우를 받진 못했다는 게 종단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절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라는 승단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실망감’‘배신감’운운의 반응을 이어감은 그간 혜문의 종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혜문은 꽤 많은 일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승단의 스님들이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던 해외의 우리 문화재 환수 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선 건 그 대표적인 업적이다.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자’는 그의 환수 운동은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2006년 도쿄대학으로부터 돌려받은 ‘조선왕조실록’ 47책과 2011년 일본 궁내청으로부터 환수한 ‘조선왕실의궤’ 등 1205책은 일반인도 잘 아는 대표적 환수 문화재로 통한다. 그 뿐인가 한국전쟁 와중에 사라졌던 대한제국 국새(國璽)며 조선왕실어보를 미국에서 찾아내 반환결정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문화재 환수의 상징, 거침없는 개혁행보... 대처-은처승 비난하던 그가... ‘문화재 환수의 상징’격 스님이란 점 말고도 혜문이 종단에서 보인 개혁의 거침없는 행보는 일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환속 소문이 퍼지면서 혜문은 이런 저런 변명 아닌 변명에 나서고 있는 눈치다. 애를 낳은 시점이며 환속의 명분 밝히기에 바쁘다. 오래 전 애를 낳았다는 소문과는 달리 최근 애를 낳았고, 자신이 출가해 몸담았던 봉선사의 주지 인선이 환속의 주 이유란 해명에도 나서는 입장이다. 지금 봐선 그런 변명과 해명이 소문과 화를 더 키우는 듯 하다.  전북 군산에는 독특한 일본식 사찰이 하나 있다. 고은 시인이 출가했다는 동국사이다. 고은 시인은 출가해 동국사에서 살면서 법당 앞 만리향의 향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 속엔 당시의 만리향 소회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많은 이들에게 그 만리향의 향기는 향기에 머물지 않은, 초심의 회상 쯤으로 읽히곤 한다. 고은 시인은 환속 한 뒤에도 가끔씩 동국사를 찾았다고 한다. 환속 시인의 옛 초심 추스리기가 아닐까 한다. ● 일반인들의 엄격한 출가승에 대한 기대가 컷던 탓인가  흔히 출가한 스님들은 납자라 불려진다. 사람들이 쓰레기로 버린 낡은 헝겊을 이것저것 모아 빨아서 기워 꿰매거나 누벼 회색물을 들인 납의(衲衣)를 입은 사람들. 비구나 비구니들이 스스로를 낮춰 부르기도 하는 이 말은 청정한 출가자의 상징이다. 혜문 납자의 환속을 향한 일반의 심중은 바로 그 엄격한 출가승에의 기대가 무너진 탓이 아닐까. ‘불교계의 좋은 인재를 잃었다’는 네티즌들의 토로가 그래서 더 안타깝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8] 교황의 패배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8] 교황의 패배

     지난 25일 폐막한 제14차 세계가톨릭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결과를 놓고 평가가 무성하다. 외신들의 평을 종합하면 대체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파 주교들에게 밀렸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시노드 이후 교황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조기 퇴임설’까지 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한국천주교를 포함한 각국 가톨릭 교회도 시노드 결과에 대한 반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교황 개혁 노선, 보수파 주교들에 밀려... 조기퇴진론까지 거론 이번 시노드는 가톨릭 개혁을 추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노선을 다시 평가받는 자리로 주목받았었다. 4일 개막 직후 이혼·재혼·피임·동성애·낙태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격론이 줄곧 이어져왔다. 그 와중에 시노드 진행에 문제를 제기한 13명의 주교가 ‘교황을 비롯한 진보파가 의견을 관철하려 든다’며 연명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하는 사태까지 터졌다. 편지에는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과 ‘교황청의 제3인자’라는 재정원장, 경신성사성 장관까지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이에대해 교황은 ‘음모는 없다’며 의제 관철을 주장했고 특히 ‘위로부터 분권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시종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노드 결과는 일단 외신들의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총회에서 주교들은 이혼·재혼한 신도도 사례별로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는 제한적인 길을 열어주었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입장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동성애 결혼에 대해 이성 사이의 결혼과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게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이제 가톨릭이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고 우선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닫힌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시노드였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보수 사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작은 승리를 얻어냈다”고 교황의 편을 들었지만 ‘보수의 판정승’이란 성적표가 대세를 이루는 느낌이다. ● 주교들과 마찰, 마피아 표적설 등 위기설속 교황 개혁 향배 관심그렇지만 언론들의 평가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시노드 폐막 미사에서 “교회가 교리에서 벗어난 신자들을 더 포용하고 덜 비판해야 한다”는 맺음말을 전했다고 한다. 마무리 미사 강론을 통해 가톨릭 개혁 입장을 지속할 뜻을 거듭 천명한 셈이다. 시노드에서 채택한 보고서는 강제성은 없지만 교리의 실천 측면에서 개별 교회와 신행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천주교는 미사 강론이나 집행 단계에서 이번 보고서의 해석을 놓고 적지않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입장을 따를 것이냐, 보수 주교들의 입장을 실천할 것이냐의 갈등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조기 퇴임을 비롯한 교황 위기설이 괜한 게 아닐 수 있다. 가뜩이나 ‘교황이 적을 너무 많이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 가톨릭 안팎에서 무성한 터이다. 지난해 6월 한 미사에서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며 ‘악을 숭배하는 표본’으로 규정한 이후 교황이 마피아의 주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는 설은 무성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필라델피아에서 야외미사를 집전하려던 교황을 공격하려는 음모를 기도한 혐의로 15세 소년을 체포했다. 이것 말고도 교황청 내부의 노선 갈등이며 주교들의 공공연한 마찰 설, 그리고 그에따른 음해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탈리아 언론이 보도한 ‘교황 뇌종양설’도 그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음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외치며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가라고 등을 떼밀어대는 개혁 교황. 이번 시노드가 그 교황의 향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취는 틀림없이 로마 가톨릭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물론 한국천주교도 피할 수 없는 대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7] IS의 코엑스 폭파 소동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7] IS의 코엑스 폭파 소동

     지난 주말 서울 강남 한복판이 테러위협으로 초비상 사태에 빠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조직 ‘안사르 알 딘’이 25일 코엑스를 폭파하려 든다는 첩보가 입수돼 빚어진 소동이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주재 한국대사관에 테러와 관련한 신고 전화가 걸려와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가 코엑스 전역을 검색하고 순찰했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다. ‘코엑스 수퍼마켓 테러’ 첩보내용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SNS 등에 “근처에 있으면 당장 피하라”는 글이 홍수를 이루었다고 한다.  한국을 겨낭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위협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며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알카에다를 비롯한 단체들이 경고 차원의 테러 메시지를 간헐적으로 보내왔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며 장소를 명시한 테러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뜩이나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량살상 목적의 사제폭탄 원료를 밀수입하려 한 외국인 5명을 적발해 국내입국을 차단했다’는 국정원의 보고까지 있었던 터라 공포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저 ‘막연한 위험군’ 쯤에 머문 수준일 것이다. 2001년 항공기 납치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린 9·11사건도 이 땅에선 희생과 아픔의 크기와 달리 먼 나라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참사 쯤으로 여겨진다. 2007년 분당 샘물교회 목사와 신도의 아프카니스탄 피랍, 살해 사건이 그나마 직접적인 위험성을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엔 먼 나라에서 있었던 참사로 인상지어진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양상이 크게 다르게 다가온다. 그 무장 세력들과 한국의 관계가 한결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국 청년 김모(18)군이 시리아 IS에 가담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 사실로 확인됐던 터이다. IS와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SNS나 유투브를 통한 포섭과 유인 공작은 아주 집요하고 현실적인 것이어서 젊은이들이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IS 가담차 제 나라를 떠나는 대학생이며 젊은 층의 러시가 이제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 IS 가담을 시도한 내국인 2명을 추가 적발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한다.  신정 국가체제를 지향하는 IS를 포함한 대다수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정통 이슬람의 교리와는 한참 괴리된 무리들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테면 전쟁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일반인을 공격해 죽이는 집단학살이나 여성학대, 자살 테러같은 잔학 행위는 보통의 무슬림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죄악이다. 그 뻔히 눈에 보이는 모순의 죄악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야만성을 보고도 왜 세계의 젊은이들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것일까.  청년들의 IS 가담은 IS의 속성과 조직 논리상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라고 한다. IS는 과거 어느 테러 세력보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이며, 현대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충성 맹세를 하는 테러단체가 늘고 있고 청년들의 동조가 IS 세력 확장 속도에 박차를 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이 IS를 도피처로 생각하는 인식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 땅에서도 부쩍 높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큰 소동을 불렀던 테러의 목표 지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 땅의 대표적 ‘청년 특구’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이번 코엑스 소동은 더 ‘섬뜩한’ 해프닝일 수 밖에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인사]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 김성호△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장김상수△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릉지청장 유재식△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장 이규원 ■연합뉴스 ◇논설위원실△논설위원실장 김종현◇편집국△국제에디터 김홍태△외국어에디터 황두형△경기취재본부장 이기창△광주·전남취재본부장 김장국△전북취재본부장 김종량△통일외교부장 정재용△미디어여론독자부장 임상수△IT의료과학부장 김대호△스포츠부장 천병혁△사진부장 도광환◇경영지원국△경영지원국장 문병훈◇정보사업국△정보사업국장 김경석 ■매경미디어그룹 ◇매일방송(MBN)△사장 장승준◇매일경제 <승진>△편집담당임원 겸 논설주간(전무이사) 박재현△논설실장(이사) 전병준△총무국장(이사대우) 전한우△공무국장(이사대우) 임득호△편집국 국차장 겸 레이더 총괄 서양원△논설실 논설위원(부국장대우) 윤경호△광고국 광고관리팀장(부국장대우) 김한종△편집국 경제부장직대 이진우△국제부장직대 박봉권△영문뉴스부장직대 정혁훈△모바일부장직대 최용성△과기부장직대 임상균△경제경영연구소장 김경도△중기부장직대 김대영△시설관리국 부장대우 송명섭<전보>△매경BIZ 대표 윤형식△매경닷컴 대표 겸 프리미엄부장 진성기△매경그룹 홍보실장직대 송정우△편집국 벤처지원부장 유진평△산업부장 위정환△지식부장 김정욱△증권부장 설진훈△교열부장직대 황인석△유통부장직대 김주영△기획특집부장직대 김웅철△오피니언부장직대 이은아△논설위원 이창훈 장박원△중부본부장 겸 취재부장 현문학△영남본부장 겸 취재부장 배한철◇매일방송(MBN) <승진>△편성본부장 겸 기획실장(전무이사) 류호길△매일경제TV 공동대표 서정희△기술국장직대(부국장대우) 장용수△사회1부장(부국장대우) 박진성
  • 7대 종단 대표 새달 방북…금강산서 종교인 평화대회

    7대 종단 대표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새달 9~10일 북한을 방문, 북측 종교인들과 평화대회를 개최한다. 23일 종교계에 따르면 남측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북측 조선종교인협회와 실무접촉을 통해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최근 합의했다. KCRP는 올해 초 남북종교인평화대회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북측과 중국 및 개성 등지에서 사전 접촉을 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행사를 위해 7대 종단의 수장을 포함, 남측에서 총 150여명의 종단 관계자가 방북할 계획이다. KCRP 관계자는 “남과 북이 이처럼 대규모로 만나는 대회는 현 정부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 사이에 화해의 물꼬를 터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당신도 마음이 아팠군요

    당신도 마음이 아팠군요

    상상병 환자들/브라이언 딜런 지음/이문희 옮김/작가정신/380쪽/1만 8000원 2009년 약물 과용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중가수 마이클 잭슨은 평생 과도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심한 여드름, 아버지를 닮은 ‘왕코’, 유난히 검은 피부…. 그 치부(?)를 대중에게 감추려는 회피의 몸부림에 온갖 잡담이 쏟아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무성한 소문과 잡담 이면에 숨은 그의 개인적 고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그 고통은 의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심기증’에 해당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건강염려증’이다.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몸에 질환이 있다고 의심하거나 더 심한 경우 의심이 반복되면서 행동양식으로 굳어지고 멈추라는 무수한 암시 따위에 아랑곳없이 같은 생동과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 이렇게 정의되는 심기증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근대적 사치의 과잉에서 비롯됐고, 21세기 들어서는 과도한 여가와 의학 지식, 혹은 사이비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지기 일쑤이다. ‘상상병 환자들’은 예술문화 계간지 ‘캐비닛’ 영국지부 편집장이 심기증을 앓았던 유명한 위인들을 들춰 흥미롭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몇몇 인물을 한번 들여다보자.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성통증과 불안에 시달린 신경병 환자였고,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사람들과 어울리길 꺼려 고독한 시간을 간절히 원한 소화불량증 환자였다. ‘백의의 천사’로 널리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자신을 ‘병사들의 어머니’로 여긴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작가 앨리스 제임스는 질병마저 예술작업의 일부라 믿었던 감각과민증 환자였고, 프로이트가 논문 제목으로 이용했다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저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나르시시스트로 성기와 털이 사라지는 망상에 빠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이른바 이름난 상상병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소상하게 풀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약초 연기 자욱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집필실에 스스로를 가둔 천식 환자였으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싫어해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까지 거부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또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은 여드름투성이에 딸기코인 얼굴과 왜소한 몸을 부끄러워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미용 시술에 극도로 의존했다. 책은 주로 작가나 예술가, 혹은 많은 글을 남긴 저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심기병을 앓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상상병의 환자들은 군주며 정치인, 재계 거물 등에도 폭넓게 포진했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이들이 앓고 있을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책의 특징은 그 마음의 병이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지 않다. “심기증의 역사는 더 확실하고 친숙한 의학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몸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의 숨은 구조를 드러낸다.” 그 말처럼 마음의 병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독자들이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종전 고통과 불안, 질병을 위인들의 위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속물로 여긴 것과 달리 상상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관점의 역전’이 돋보인다. 그러면 그 심기병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유명인사의 유명한 명구로 답을 대신한다. “건강은 없다. 우리는 기껏 중립 상태를 누릴 뿐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결코 건강하지 않으며 건강할 수도 없음을 아는 것보다 더 나쁜 병이 있을까”(존 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이 세상에서 내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내 몸이다”(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잠언집’) 옮긴이의 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주입되는 진단과 검사와 처방과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내면화되고 일상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불안을 가장 기뻐할 이들은 누구일까.”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백석예술대, 中 톈진외국어대와 상호 교류협력 체결

    백석예술대, 中 톈진외국어대와 상호 교류협력 체결

    백석예술대학교(총장 김영식)는 지난 22일 중국 톈진외국어대학교와 상호 교류 협력(MOU)을 체결했다.중국 톈진에서 진행된 이번 협약식에는 백석예술대 김영식 총장을 비롯, 김성호 대외협력처장, 톈진외국어대 쉬우강 총장 등 10여 명의 주요 보직자가 참석했다.백석예술대 측은 “이번 MOU를 통해 양교의 학생들이 졸업 후 상호 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학문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협약이 상호교류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톈진외국어대는 1964년 설립된 중국의 권위 있는 8대 외국어 대학 중 하나로, 어학 특성화 교육기관이다. 이미경 기자 btfseoul@seoul.co.kr
  • [새 책] 다윈-워홀-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병은?-상상병 환자들

    [새 책] 다윈-워홀-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병은?-상상병 환자들

      상상병 환자들, 브라이언 딜런 지음/이문희 옮김/작가정신/380쪽/1만 8000원    2009년 약물과용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중가수 마이클 잭슨은 평생 과도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심한 여드름, 아버지를 닮은 ‘왕코’, 유난히 검은 피부…. 그 치부(?)를 대중에게 감추려는 회피의 몸부림에 온갖 잡담이 쏟아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무성한 소문과 잡담 이면에 숨은 그의 개인적 고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그 고통은 의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심기증’에 해당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건강염려증’이다.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몸에 질환이 있다고 의심하거나 더 심한 경우 의심이 반복되면서 행동양식으로 굳어지고 멈추라는 무수한 암시 따위에 아랑곳없이 같은 생동과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 이렇게 정의되는 심기증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근대적 사치의 과잉에서 비롯됐고, 21세기 들어서는 과도한 여가와 의학 지식, 혹은 사이비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지기 일쑤이다.  ‘상상병 환자들’은 예술문화 계간지 ‘캐비닛’ 영국지부 편집장이 심기증을 앓았던 유명한 위인들을 들춰 흥미롭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몇몇 인물을 한번 들여다보자.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성통증과 불안에 시달린 신경병 환자였고,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사람들과 어울리길 꺼려 고독한 시간을 간절히 원한 소화불량증 환자였다. ‘백의의 천사’로 널리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자신을 ‘병사들의 어머니’로 여긴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작가 앨리스 제임스는 질병마저 예술작업의 일부라 믿었던 감각과민증 환자였고, 프로이트가 논문 제목으로 이용했다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저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나르시시스트로 성기와 털이 사라지는 망상에 빠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책에는 이른바 이름난 상상병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소상하게 풀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약초 연기 자욱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집필실에 스스로를 가둔 천식 환자였으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싫어해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까지 거부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또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은 여드름투성이에 딸기코인 얼굴과 왜소한 몸을 부끄러워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미용 시술에 극도로 의존했다.  책은 주로 작가나 예술가, 혹은 많은 글을 남긴 저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심기병을 앓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상상병의 환자들은 군주며 정치인, 재계 거물 등에도 폭넓게 포진했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이들이 앓고 있을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책의 특징은 그 마음의 병이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지 않다. “심기증의 역사는 더 확실하고 친숙한 의학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몸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의 숨은 구조를 드러낸다.” 그 말처럼 마음의 병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독자들이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종전 고통과 불안, 질병을 위인들의 위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속물로 여긴 것과 달리 상상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관점의 역전’이 돋보인다.  그러면 그 심기병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유명인사의 유명한 명구로 답을 대신한다. “건강은 없다. 우리는 기껏 중립 상태를 누릴 뿐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결코 건강하지 않으며 건강할 수도 없음을 아는 것보다 더 나쁜 병이 있을까”(존 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이 세상에서 내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내 몸이다”(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잠언집’) 옮긴이의 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주입되는 진단과 검사와 처방과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내면화되고 일상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불안을 가장 기뻐할 이들은 누구일까.”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6] 수능 삼천배 철야기도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6] 수능 삼천배 철야기도

     대학입시 철을 앞두고 종교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국의 이름 난 사찰이며 교회, 성당들이 수험생과 학부모 모실 채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해마다 이 때 쯤이면 어김없이 목도할 수 있는 연례 행사.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자 연례의 ‘당연한’(?) 풍속도 쯤으로 다가온다.  서울 강남의 고찰 봉은사는 올해 가장 먼저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정진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다음달 13일 있을 수능시험을 앞두고 25일 대웅전, 법왕루, 임시법당 등에서 3000배 철야정진 기도를 진행한다고 한다. 도심 속 천년 고찰 봉은사가 또 한 차례 야단법석을 이룰 전망이다. 봉은사에 이어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며 이른바 ‘기도 발’ 잘 받는다는 영험한 종교 명소들에서도 비슷한 기원의 종교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개신교의 예배당이나 천주교의 성당에서도 설교, 미사 때마다 ‘수능 시험 잘보게 해달라’는 기도며 강론의 말씀들은 이미 넘쳐난다.  시험 당일 외국어 듣기평가 시간이면 비행기 이착륙도 멈추는 나라, 새벽부터 수험장 앞에서 수험생을 격려하는 후배·동문들의 응원전이 전쟁터 못지않은 나라, 시험 시간에 늦은 수험생을 경찰이 차량이며 오토바이로 부랴부랴 수송하는 나라…. 경쟁의 열기가 뜨거운 입시 당일의 수험장에 들어가보면 ‘왜 입시 제도가 이 모양인 지’,‘꼭 이래야만 하는 지’ 같은 의심과 불평은 묻히기 일쑤이다.  그 살풍경의 뒷 전엔 늘상 ‘우리 아들 딸, 실수없이 시험 잘 보라’는 염원과 바람의 신심이 넘쳐난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내내 수험장 문 밖에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학부모며 가족들의 행렬이 아주 익숙하게 펼쳐진다. 그 뿐인가, 시험 시간에 맞춘 정숙한 기도와 간절한 신심의 몸짓들은 사찰과 교회, 성당에서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학업 원만성취’‘부처님 가피’‘하느님의 보우하사’같은 입시 철 단골 축원이며 설교, 강론엔 ‘지나치다’는 여론이 쏠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지나치다’는 기도와 축원의 열기며 행렬이야 어찌 학부모들 만의 탓일까. ‘기복 신앙’의 절실한 단면이라지만 신앙이 있고 없고를 떠나 너도 나도 그 행렬에 동참하게 되는 것을. 그리고 3000배 같은 힘겹고 피곤한 몸짓들도 ‘자식 잘되라’는 생각 앞에선 터럭처럼 하찮기만 한 것을?.  기복 신앙이면 어떨까. 어차피 종교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나의 행복과 남의 평안을 함께 비는 기원의 문화 영역이다. 위로는 깨달음(菩提)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의 바른 삶을 추구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높은 경지라면 더 좋겠지만, 일반의 신행에선 ‘나의 절박함’이 우선 아닌가. 기복의 신행을 탓 하기 앞서 세상의 모순된 허물이 더 큰 ‘눈엣 가시’가 아닐까.  올해 봉은사 ‘3000배 철야정진’엔 또 얼마나 많은 신심이 모일까. 밤을 새워 몸을 굽히고 펴는 용맹의 정진 마디마디에엔 얼마나 많은 간절함이 담길까. 철야정진을 알리는 봉은사 안내문의 문구가 눈에 쏙 든다. ‘삶을 돌이켜 참회하고 청정한 삶을 살아갈 계기’ 그 청정한 문구 대로 내 절박함이 남의 안녕과 평화로 곧장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절박한 기도에 얄팍한 ‘종교 상술’들만 얹히지 않는다면….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⑮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⑮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정치권은 왜 눈치를 보나’ 요즘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돌아가는 추세가 참 희한하다. 종교계는 대부분 과세에 찬성하는데 정작 정치권은 미적미적 딴 청이다. 주인과 객이 뒤바뀐,우스운 양상이 아닐 수 없다.●정치권 ‘성스러운(?) 종교 행위 근로 개념으로 보는게...’ 과세에 미온적  종교계는 원래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일단 성직자와 교직자들의 성스러운(?) 종교 행위를 근로의 개념으로 본다는게 영 마뜩치 않았던 것이다.스님이나 목사, 신부의 법회며 예배, 미사까지 정부가 근로의 영역에 포함시켜 세금을 매긴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세금을 매긴다면 어떤 부분, 어느 정도를 대상으로 삼아야할 지의 구분이 막막했던 사정도 종교인 과세 반대의 적지않은 요인이었다. 실제 종교계에서 과세 대상에 포함될 성직자는 그닥 많지 않다는 게 종교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개신교의 경우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준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가 전체 목회자 가운데 얼마나 될까. 천주교 신부나 절집의 스님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찬성 쪽으로 돌아선 건 예외없는 과세라는 ‘조세 평등주의’의 요구가 컸던 때문이다. 더이상 종교계를 향한 사회 일반의 과세 요구를 ‘남의 집 일’마냥 모른 체하고 물러설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대부분 수 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과세 찬성의 입장을 밝혀왔고 개신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성향의 교단들이 과세 찬성 입장을 앞다투어 천명하는 한편 교회와 목사들 사이에 ‘자발적 납세운동’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천주교 사제들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원천징수를 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부 보수 교단이 종교인의 고유 종교행위에 대한 과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종교인 과세’는 대세라는 여론이 형성돼있는 게 분명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한 포털사이트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합니다’ 제하로 전국민 서명운동에 앞선 예비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500명을 목표로 지난달 24일부터 진행된 서명은 벌써 목표치의 80% 이상을 넘겼다고 한다. 네티즌들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한 찬성’이고 모든 종교인들이 과세에 동참하라는 압력으로 비쳐진다. 한편으로는 종교인 보다 정치권을 염두에 둔 우회적 캠페인의 성격도 엿보인다.●조세소위 의원 9명중 2명만 ‘과세’ 찬성... 또 무산되려나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회의 법률 제정 없이도 종교인 과세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2016년 1월부터 과세 추진 방침을 정했다. 지난 8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소득에 대한 과세를 법률에 명시하겠다고 밝힌 터이다. 그런데 네티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자연은 “정부가 종교인 과세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종교인 과세 시행에 꼭 필요한 사전 절차인 법률 명시에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항간에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여야의원 9명 중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 의원은 단 2명 뿐이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설문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번에도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일반의 ‘조세 평등주의’에 대한 요구와 종교인들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에따른 종교인들의 과세 동참 천명이 확산되는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국회의원들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말할 나위 없이 내년 총선을 의식한 눈치보기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공연히 종교계를 건드려 표심을 잃지 않겠다는 속내가 빤히 읽힌다. 정작 종교계는 내겠다는데….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우너 kimus@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⒁ 종교 수장들의 사형 폐지 공동성명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⒁ 종교 수장들의 사형 폐지 공동성명

     사형제(死刑制)에 대한 일반의 심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인권 침해와 경솔한 생명의 경시를 우려한 반대 입장이 있는가 하면 극악 죄를 지은 인권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재발 차단을 위해 영구격리해야 한다는 찬성의 입장 또한 만만치 않다. 사형집행을 둘러싼 각국 추세도 그 법 심리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인권 침해나 오판 위험성, 권력유지 수단의 악용 등 부작용을 근거로 많은 나라들이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없애는 흐름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 약 3분의 2 이상이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이 사형을 폐지했고 사형이 존치하고 있는 나라는 58개국 정도이다. ●사형은 스스로 참회할 기회 마저 박탈... 종교계, 일반사회보다 부정적 종교에서 사형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 일반에 비해 훨씬 부정적이다. 생명 존엄의 훼손과 인위적 멸실에의 강한 거부감 때문이다.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는 살생을 근본으로 여겨 특히 반대입장을 공고히 한다. 죽음이란 단멸의 끝이 아니라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하나의 과정인 만큼 사형제는 제 잘못을 스스로 참회하여 새롭게 태어날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으로, 다음생인 내생까지 이어져서 한 생명의 새로운 탄생을 처음부터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기독교는 천부의 생명·인권설과 심판론에 기울어있긴 하지만 인위적이고 법적인 죽임에 대한 인식은 불교 못지않게 부정적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국내 7대 종단이 20일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원불교 교정원장, 천도교 교령, 유교 성균관장,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이른바 7대 종단의 수장이 뜻을 모았다. 성명에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 생명존중의 세상을 만들자’는 종교인들의 간곡한 호소가 담겼다. 모처럼 종교계 대표들이 한 데 모은 연대의 호소가 절절하다.  그런데 사형제에 대한 사회의 심리가 갈리는 것 못지않게 종교계에서도 그 논란은 어수선하다. 이를테면 사회에서 사형이나 다름없는 성직자 신변에 대한 극단의 조치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다. 무거운 죄를 저지른 수행승을 승단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불교의 멸빈(승적박탈)과 개신교의 출교(黜敎)는 사형에 해당하는 종교계의 대표적 극단 처형이다. 지금 조계종의 큰 이슈가 되고있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멸빈(1994년) 조치는 종단을 휘청거리게 만들 만큼 뜨거운 사안으로 떠올랐다. 개신교에선 ‘교회 바깥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종교 다원주의 발언으로 유명한 감리교의 고(故) 변선환 감리교신학대 학장의 출교가 여전히 회자된다. ●비정성적인 종교계의 멸빈-출교도 돌이킬수 없는 희생 불러올수도 서의현 원장의 경우 지금 개혁종단이 있게 한 1994년 정화운동의 소산이란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범법과 범계 행위에 대한 종단 대중들의 벼랑끝 조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멸빈 조치의 절차와 동기 소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감리교 변선환 학장의 경우 1992년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부인했다’는 죄목으로 감리교회법상 최고형인 ‘출교’ 형을 받아 23년이 흘렀지만 교단 차원의 공식 복권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법으로 사람을 정죄하고 목숨을 끊어 거세하는 사형 선언과 집행은 백 번의 걸러내기와 재확인도 모자랄 것이다. 정의와 절차를 도외시한 비정상의 정죄와 집행은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원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어느 한쪽의 폭력에 의한 격리와 단명은 더욱 심각한 불협화음과 충돌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종교계의 멸빈과 출교에 세속의 잣대가 자주 겹쳐보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7대 종단 수장들의 사형제 폐지 공동성명에 종교계의 속 사정을 조심스럽게 얹어본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⑬ 육두품 교회

     “우리 교회는 강남의 육두품 교회입니다” 얼마 전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가 한 시사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입에 올렸다는 한 대목이다. 신라시대의 신분제인 골품(骨品)에 빗댄 오 목사의 교회 구분에 따르면, 사랑의교회는 왕족이나 귀족 반열에 들지 않은 교회이다. 성골(聖骨), 진골(眞骨) 다음의 평민계층(六頭品) 교회라고 봐야 한다. ‘교회에 무슨 골품제’냐고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을 듯 싶다. 하지만 개신교계에서 ‘골품제’는 일반의 반응과는 달리 공공연하게 통하는 용어이다. •부모가 목사면 성골, 장로-권사면 진골, 일반신자면 육두품 개신교계에서 회자되는 골품제의 정의는 대개 목회자의 구분 짓기로 알려져있다. 이를테면 부모가 목회자인 목사는 성골에 속하고 부모가 장로·권사이거나 장인이 목사인 경우 진골 축에 든다. 일반 신자였을 경우 육두품이란 계급이 매겨지는 것이다. 목회 현장에 몸담을 예비 목사들 사이에서도 이 골품제는 자연스럽게 통용된다고 한다. 물론 ‘진담반 농담반’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겠지만….  오 목사의 ‘육두품 교회’ 발언은 어찌보면 낮은 곳으로 몸을 굽히는 소신일 수 있다. ‘적어도 우리 교회는 으시대고 군림하는 다른 대형교회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의 천명일 게다. 실제로 사랑의교회는 초대 고(故) 옥한흠 목사의 인도아래 ‘가장 대표적이고 건강한 복음주의 교회’라는 수식어를 한동안 달았었다. 그러다가 ‘논란 많은’ 교회로 평가절하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 교회는 강남의 대표 교회 격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받는 교회임에 틀림없다.  그 교회의 부침에는 초대형 예배당 건축과 담임인 오 목사 자신의 논문표절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이 묻혀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런 마당에 몸을 낮춰 ‘성골, 진골은 아니다’라는 교회 자평이 낮춤의 겸손이라기 보다는 저간의 사랑의교회에 쏟아진 뭇 시선을 돌리는 변명 쯤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따져보면 성골, 진골이나 육두품이나 모두 선택받았다는 ‘선민 의식(選民意識)’의 발로가 아닌가. 그리고 그 선민의 의식은 당연히 평신도와는 다른 목회자로서의 위상에서 생겨난다. 길 잃은 양에게 길을 인도하는 목자야 응당 존경받는 빛과 소금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 또한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는 성경의 말씀을 염두에 둔다면 ‘선민’의 의식은 별로 존중받지 못하는 헤게모니의 한 축일 뿐이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사제’라며 교회민주주의를 치켜세운 ‘만인사제(萬人司祭)’설도 있지 않은가. 그 옳지 못한 선민의 의식이 군림과 폭력의 시작이 아니었으면 한다. •순종의 강요보다 하느님 말씀에 충실한 복음 전파자가 절실  성골, 진골, 육두품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 목사의 구분 짓기를 거꾸로 해석하면 5두품, 4두품, 1두품의 교회는 훨씬 더 소중하고 복음의 가치에 충실한 ‘하느님의 집’일 것이다. ‘우리교회는 육두품 교회이다’ 그 모순의 발언이 더 생뚱맞고 머리를 흔들게 한다는 투의 반응들이 괜한 게 아닐듯 싶다. 가뜩이나 지금 우리 ‘하느님의 집’들에는 군림과 복종이 난무하는 판이다. 순종의 강요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 진짜 복음의 전파자가 절실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골품제는 신라를 무너지게 만든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 교회는 강남에서 성골이나 진골이 아니라 6두품 교회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이 많이 온다” ‘촉망받는 차세대 목회자’로 이름을 떨쳤던 오 목사는 왜 하필 신라를 뒤흔든 골품제를 입에 올렸을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⑫ 바티칸의 한국 대우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⑫ 바티칸의 한국 대우

     바티칸 라디오가 지난 9일 오후 5시부터 한국어 웹사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신자와 재외 동포들도 바티칸 소식을 한국어로 발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다. 569돌 한글날을 맞아 바티칸이 배려한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천주교계는 당연히 크게 환영하는 눈치다. 그런데 희희낙락의 환영 한켠에 볼멘 소리가 적지않다. 한국천주교에 대한 바티칸의 대우 탓이다.• 9일부터 바티칸라디오 한국어 웹사이트 서비스 교황과 교황청, 교회 생활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바티칸 라디오 웹사이트는 ‘교황의 목소리(Voix du Pape)’라 불린다. 그동안 37개국 언어, 13개 문자로 발행돼왔다. 아시아에선 중국어·일본어·힌두어·타밀어·말라얄람어·아랍어가 배정돼있었고 이번에 스와힐리어·현대히브리어와 함께 한국어가 추가된 것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방한을 계기로 한국 주교회의와 바티칸 방송국간 협의가 진행돼온 끝의 성과다. 한국천주교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국어 뉴스 서비스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한국천주교계가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귀띔한다. 그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볼멘 소리는 충분히 이유있어 보인다. 위상에 걸맞지 않은 홀대에 대한 ‘이유있는 불만’이랄까. 그리고 그 큰 이유는 바로 한국천주교의 위상이다. 국내 천주교 신자 수는 지난해말 현재 556만971명을 기록했다. 총인구 5241만9447명의 10.6%가 천주교 신자인 셈이다. 아시아에선 국민 10명중 8명이 천주교 신자인 필리핀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한국천주교 관계자들은 “한국 교회가 교황청에 보내는 납부금과 헌금은 세계 8번째로 많고 아시아에선 1위”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한국천주교의 고위관계자들은 그런 저변의 불만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진화에 나서곤 한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천주교는 묵묵히 역할과 소임을 다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주교에서 목숨처럼 중시하는 순명(順命)의 다짐인 셈이다.•홀대 불만 이전에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일침이 커 보이는 이유는?그 순명의 다짐 때문일까. 두 명의 교황이 한국을 다녀갔다. 1984년 한국 순교자 103위를 성인으로 인정하는 시성식(諡聖式)을 여의도에서 직접 주재한 요한 바오로 2세와 지난해 8월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던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교황이 한 나라를 거푸 방한하기란 여간 드문 게 아니다. 어찌보면 한국천주교에 대한 바티칸의 홀대와 그에대한 불만이 두 교황의 방한으로 적지않게 사그라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불만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터져나온다. 새 추기경 임명에 한국 교회가 배제됐을 때나, 한국을 향한 바티칸의 쓴소리가 있을 때 처럼. 홀대에 대한 이유있는 불만도 좋고 ‘제 역할과 소임을 다한다’는 순명의 다짐도 좋다. 하지만 그 불만의 진동에 던져지는 지적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보인다. ‘과연 우리는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 말이다. 신자 위에 군림하는 성직자의 권위주의며 교회의 세속화는 그 물음의 근거로 들먹거려진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바티칸을 방문한 한국 주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색하고 던진 일침이 유난히 커 보였다.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비열한 회사 이상한 회사 참 나쁜 회사

    비열한 회사 이상한 회사 참 나쁜 회사

    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데이비드 와일 지음/송연수 옮김/황소자리/528쪽/2만 8000원#1. 오하이오의 한 케이블 설치기사는 미국 제일의 케이블 설치회사인 캐스콤 로고가 붙은 작업복 차림으로 캐스콤이 요구하는 새벽 시간에 타임워너사의 케이블 수리 중 사망했다. 하지만 캐스콤도, 타임워너도 유감만 표시했을 뿐 법적 책임에서는 발을 뺐다.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는 작업 단위로 돈을 받는 자영업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2. 빈센트 스미스라는 29세 남성은 리용 앤 산스 허쉬 초콜릿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섭씨 50도의 초콜릿 탱크 속으로 떨어졌다. 10여분이 지난 뒤에야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스미스는 사망한 뒤였다. 감사 결과 작업상 여러 건의 보건안전 규정 위반이 드러났지만 허쉬는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무관한 하청업체 소관이었으니까. 미국에서 다반사인 노동 현장의 사고와 대응을 보여 주는 일련의 사례들이다. 미 노동부 산하 근로기준분과 첫 종신행정관인 경제학자가 쓴 ‘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에서는 이것 말고도 노동시장의 위험한 변화를 고발한 안타까운 실상이 세세하게 풀어진다. 그리고 그 위험한 변화를 저자는 한마디로 ‘균열 일터’로 집약해 표현한다.‘균열 일터’란 쉽게 말하자면 일터가 쪼개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자세하게 풀이하자면 하청, 아웃소싱, 위탁경영, 프랜차이즈, 간접고용, 비정규직, 도급제도 등 기업들이 기능과 인력을 외주화하는 경향을 말한다. 혁신의 논리를 앞세워 ‘비핵심 역량’을 털어내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 IBM은 공장 노동자들까지 직접 고용했지만 현재의 애플은 전 세계 75만명 직원 중 단 6만 3000명만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이미 전 세계의 노동시장은 그 ‘균열 일터’의 늪 속에 깊숙이 빠져 있다. 책은 바로 그 같은 기업들의 전략으로 인해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노동환경과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경비며 청소, 제조, 관리 등의 기능을 외부 시장으로 분리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고 고용 관계는 불안정해졌으며 일터는 더 팍팍해졌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의 ‘고용 털어내기’를 현대사회의 일자리와 일터의 모습을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일터의 균열’은 당연히 비정규직 양산이며 노동조건 악화는 물론 실질임금 정체, 중산층 붕괴, 부의 불평등 문제를 낳는다. 실제로 저자는 “현장 조사 결과 사내에 있던 대다수 직종의 실질임금이 사실상 정체됐고 대기업이 전 직원과 함께 수익을 나누던 곳에 균열이 생기면서 경제활동으로 창출된 가치를 배분하는 방식에도 불평등이 점증하고 있다”고 썼다.그렇지만 자본과 노동, 그 어느 쪽에도 일방적인 책임을 돌리지는 않는다. 대신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법, 제도 같은 사회적 방책들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미국 현상과 사례들에 치중됐지만 지금 노동문제의 핵심을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한 점이 도드라진다. 공공정책이 기업의 일거양득 행태를 방치해 왔다는 지적을 비롯해 현행 노동관계법과 근로규정이 달라진 고용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변화된 시대에 맞춰 새롭게 적용되는 법적 판단이며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의 역할, 기업이 혁신적 기업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규제하는 시민사회의 행동 방향은 이 땅의 노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추천의 말을 통해 이렇게 쓰고 있다. “미국 사례들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이러한 조직적 변화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우리 노동자들도 경제 및 기업의 조직화 방식, 미래지향적 삶의 방식에 대해 성찰적 토론을 왕성히 해 나가야 할 때다.”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⑪작은 교회들의 신선한 반란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⑪작은 교회들의 신선한 반란

     한국 개신교의 발전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이다. 개신교가 전래된 지 100년이지만 그 성장과 확산의 추세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이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순복음교회 말고도 대형 교회들은 여전히 지교회를 늘려가고 있고 예배도 평일 예배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한켠에선 한국 개신교의 성장 추세가 꼭지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않다. 1·2세대 목회자들의 전성시대를 딛고 3세대 목회자들이 맹활약중이지만 교회를 떠나는 ‘종교 썰물’의 현상에 대한 우려가 개신교계에 퍼져있다. 그래서 대형 교회들은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을 떠나 앞다투어 해외로 해외로 진출한다. 무리한 해외 선교와 그 후유증이 터져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의 무리한 전도와 교세 확장은 외국의 교회들마저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지칠 줄 모르는 선교 열정’과 ‘의심없는 믿음’이란 말로 미화하는 한편으로 부정의 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양적 성장에 치우친 외형의 중시 탓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기독교 교세가 급속히 쇠태해 교회 건물이 잇따라 사라지고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그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예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최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번째란다. 성서연구와 영성수련, 마을 지역운동 등 13개의 소주제로 나눠 진행된 박람회가 제법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성장이 아닌 성숙’을 모토로 삼았다는 박람회 주최측의 귀띔이 신선하다.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의 세 가지 기치도 눈에 쏙 든다.지금 대형 교회들의 지향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사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성장 지상주의와 세속화에 대한 반성, 개선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담임목사 세습이며 매매, 금권선거, 목회자 범법행위, 탈세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자성의 몸짓과 개선의 연대운동이 번졌지만 언제나 그 때 뿐이었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0% 정도의 대형 교회 빼곤 대부분의 교회가 유지하기도 힘들만큼 교세가 영세하다. 신학교를 졸업한 신학생들의 10%만이 정규직 목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자립 교회들은 전국에 넘쳐난다. 따져보면 종교인 과세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일반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곳도 10%의 대형 교회일 것이다.  다행히 작은교회 박람회 첫 행사 이후 전국의 작은 교회들이 성장 아닌 성숙의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미니 박람회가 줄을 잇는단다.권위주의의 교회가 아닌, 신도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교회를 지어가자는 새로운 전환의 물결이다. 특히 신학대학원 신대원생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니 희망의 싹이 보인다.  교회는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다. 진정한 하느님의 종,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보자는 작은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천주교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남북 지도자들 새로 대화하길”

    천주교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남북 지도자들 새로 대화하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5일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광복·분단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열린 미사에는 주교단과 사제단, 남녀 수도자,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와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자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현직 주교 전원과 2명을 제외한 퇴직 주교 등 주교 27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사 30분 전에는 참석자 전원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드렸다. 이날 미사는 주교회의 민화위가 2013년부터 추진해 왔으나 남북 관계 악화 탓에 열리지 못한 ‘남북 신앙대회’를 대신해 마련됐다. 김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위한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며 “남북한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자존의 입장에 서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새롭게 대화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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