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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칠 수도” “품을 수도”… ‘현대판 소도’ 조계사의 고민

    “내칠 수도” “품을 수도”… ‘현대판 소도’ 조계사의 고민

    ‘조계사는 현대판 소도?’ 조계종이 속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밤중 불쑥 조계사를 찾아와 은신한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사회 일반의 분위기를 살피는 눈치다. 내 집에 들어온 절박한 중생을 내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엄연한 수배자를 무한정 품고 있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한 위원장은 신변 보호 요청에 더해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현 시국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조계종 내부에선 ‘어떻게 야박하게 내칠 수 있느냐’는 동정론 한쪽에 ‘왜 계속 조계사냐’는 푸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 23일부터 지난해 1월 14일까지 조계사에 은신하면서 조계종단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에 앞서 1994년 철도노조 집행부,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 1998년 현대중기산업 노조원, 2002년 발전노조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잇따라 조계사로 숨어들었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나섰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수배를 피해 의탁한 곳도 모두 조계사였다. 수배자의 잇단 은신과 관련해 조계종이 겪는 큰 갈등은 당연히 믿고 의지해 찾아온 손님의 대우 여부이다. 조계종은 자비와 관용을 으뜸으로 삼는 한국불교의 맏형 격 종단이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종단의 위상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과 면담하면서 “갈 데가 없었는데 믿고 의지할 곳이 조계사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수배자들이 잇따라 조계사를 찾는 이유는 자비와 관용의 종단이란 점 말고도 정말 몸을 맡길 수 있는 마지막 은신처란 점 때문이다.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운동 관련 수배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명동성당은 노조파업 시위 주도자들의 단골 피신처로 바뀌면서 2000년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농성 이후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 불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종교 시설로는 조계사가 유일한 은신처가 된 셈이다. 결국 이번 한 위원장의 은신 문제는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어떤 수순을 밟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화쟁위는 조계종이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2010년 구성한 특별기구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철도노조 박 부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때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철도파업 사태를 본격적으로 중재하면서 사회 일반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 위원장이 화쟁위에 중재 요청을 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 17일 불교계에선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어려움을 당해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자비를 베풂은 종교 단체 본연의 역할”이라면서도 “폭력시위의 진위와 그 책임성 여부는 얼마든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전 사무총장은 “먼저 범법의 기준을 개인적인 차원인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를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계가 사회와 정치권의 인식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확립할 때 온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韓 교회, 유·불·무속 세계관 섞인 ‘비빔밥’”

    “韓 교회, 유·불·무속 세계관 섞인 ‘비빔밥’”

    개신교 신학자가 한국교회를 ‘비빔밥’에 빗댄 쓴소리를 내 화제다. 주인공은 이승구 합신대 교수(조직신학). 이 교수는 지난 16일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세계관동역회 세미나’를 통해 “성경엔 없는 종교 형식이 샤머니즘, 불교, 유교와 섞여 있다”며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비빔밥 종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비신자들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큰일을 앞두고 지내는 고사를 기독교인들은 형식만 바꾼 예배로 대체해 드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담임목사가 바빠 부목사나 전도사가 예배를 인도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형식만 다를 뿐 비신자의 고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남편, 아내에게 다시 태어나도 자신과 결혼하겠느냐고 묻는 불교적 사고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하늘에서 기도하심으로 우리가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유교적 사고 등 비슷한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구약, 신약이 뒤섞인 신앙생활도 지적했다. 구약 의식과 제사는 신약시대엔 하면 안 되는 것인데도 예배를 제사와 동일시하는 등 성전 개념과 사제의식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목사들이 스스로 제사장적·선지자적 기능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신학교를 ‘선지 동산’이라며 신학교 졸업생들이 자신을 선지자로 생각하는 것이나 예배당 내 십자가며 촛대 형상들이 모두 성경적 유산이 아님에도 무분별하게 수용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성경에 따라 철저히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기독교 세계관에 철저하다는 것은 성경에 철저하다는 것이고,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외쳤던 종교개혁적 정신에 철저하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조계종 “한상균 위원장 거취, 정부와 중재 모색하겠다”

    조계종 “한상균 위원장 거취, 정부와 중재 모색하겠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신변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계종 화쟁위원회(화쟁위·위원장 도법 스님)는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화쟁위는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엄격한 법 집행의 필요성과 종교단체로서의 자비행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의견 등 찬반 논란을 모두 가벼이 여길 수 없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또 한 위원장이 요청한 중재와 관련해 “정확한 요청 내용과 각계각층의 의견, 사회 갈등 해소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면밀히 살펴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중재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서 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 등과 대화를 나눈 뒤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서 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조계종 지도자들께서는 한 위원장을 설득해서 검찰에 출두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범법자이기 때문에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크게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대변인 일감 스님 명의로 논평을 내고 “집권 여당의 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 종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 간섭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서 위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3] 현대판 소도, 조계사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3] 현대판 소도, 조계사

     ‘조계사는 현대판 소도?’ 조계종이 속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 밤중 불쑥 조계사를 찾아와 은신한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사회 일반의 눈치를 살피는 눈치다. 내 집에 들어온 절박한 중생을 내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엄연한 수배자를 무한정 품고 있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한 위원장은 신변 보호 요청에 더해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현 시국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 한상균 민노총위원장 “의지할 곳 조계사뿐”... 종단 진퇴양난 형국 조계종 내부에선 ‘어떻게 야박하게 내칠 수 있느냐’는 동정론 한 켠에 ‘왜 계속 조계사냐’는 푸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 23일부터 지난해 1월14일까지 조계사에 은신하면서 조계종단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에 앞서 1994년 철도노조 집행부부터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 1998년 현대중기산업 노조원, 2002년 발전노조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잇따라 조계사로 숨어들었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나섰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수배를 피해 의탁한 곳도 모두 조계사였다.  수배자의 잇딴 은신과 관련해 조계종이 겪는 큰 갈등은 당연히 믿고 의지해 찾아온 손님의 대우 여부이다. 조계종은 자비와 관용을 으뜸으로 삼는 한국불교의 맏형 격 종단이다. 불교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종단의 위상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측과 면담하면서 “갈데가 없었는데 믿고 의지할 곳이 조계사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수배자들이 잇따라 조계사를 찾는 이유는 자비와 관용의 종단이란 점 말고도 정말 몸을 맡길 수 있는 마지막 은신처란 점 때문이다.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운동 관련 수배자들이 마지막 은신처로 삼았던 명동성당은 노조파업 시위 주도자들의 단골 피신처로 바뀌면서 2000년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농성 이후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 불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조계사가 최후의 은신처가 된 셈이다. ● “사회와는 다른 종교계 보편적 가치체계 중요”... 화쟁위 결단 주목 결국 이번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은신 문제는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어떤 수순을 밟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화쟁위라면 조계종이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010년 구성한 특별기구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3년 철도노조 박태만 부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때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철도파업 사태를 본격적으로 중재하면서 사회 일반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상균 위원장이 화쟁위에 중재 요청을 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 17일 불교계에선 처음으로 입장문을 발표, ”어려움을 당해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자비를 베풂은 종교 단체 본연의 역할”이라면서도 “폭력시위의 진위와 그 책임성 여부는 얼마든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해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전 사무총장은 “먼저 범법의 기준을 개인적인 차원인 지, 공익을 위한 것이냐를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계가 사회와 정치권의 인식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확립할 때 온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민노총위원장, 조계사에 신변보호·화쟁위 중재 요청

    지난 14일 서울 도심의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측에 신변보호를 공식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18일 오전 조계사 부주지인 원명 스님,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과 만나 신변보호와 함께 현 시국 문제에 대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갈 데가 없었는데 믿고 의지할 곳이 조계사밖에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19일 오후 2시 화쟁위원회를 열어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 결과에 상관없이 당분간 종단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출장 중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귀국하는 21일쯤 입장을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노총은 “조계종이 한 위원장에게 다음달 초까지 조계사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맞닿아 있다, 천재성과 광기

    맞닿아 있다, 천재성과 광기

    미쳤거나 천재거나/체자레 롬브로조 지음/김은영 옮김/책읽는 귀족/568쪽/2만 5000원 “미쳤거나 천재거나.”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8월 라디오방송에 출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해 던진 화제의 언사다. ‘미치광이 아니면 천재’라는 그 말은 천재보다는 ‘미친 사람’ 쪽에 둔 비아냥으로 들린다. 그런데 트럼프의 극단적인 김정은 평가와 달리 천재들은 대체로 병적이고 퇴행적인 특징들을 공통적으로 갖는다고 한다. 그 ‘천재들의 광기’를 알아보고 일갈한 문헌은 숱하다. ‘미치광이가 현자를 가르친다’ ‘아이와 바보는 진실을 말한다’ 같은 속담이 있는가 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피력했다. “많은 이들이 머리에 생긴 울혈로 인해 시인이 되고, 예언자가 되고, 무당이 된다. 광기에 사로잡혀 훌륭한 시를 낸 이들이 치료받고 나면 더이상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 5월 타계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를 들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쥔 이 천재 수학자는 평생 정신분열증으로 고통받았다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역사 속 유명한 천재들의 광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들춰내 흥미롭다. 법의학과 범죄인류학 창시자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정신의학자가 실증적 조사를 통해 천재의 특징과 그 능력 뒤에 숨겨진 광기를 자세히 분석한다. 니체, 뉴턴, 쇼펜하우어, 루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천재들의 기행을 소설처럼 풀어 천재성과 광기의 비밀스러운 메커니즘을 폭로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책에 드러난 천재들의 정신병적 기행과 퇴행의 양상은 대체로 이렇게 모아진다. 매우 대비되는 성격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오락가락하며 자의식과 자부심이 강하면서 매우 이른 나이에 기괴한 방식으로 천재성을 드러낸다. 많은 경우 마약류나 흥분제와 각성제를 남용했고 호젓하게 한곳에 몰두하지 못한 채 계속 떠돌아다닌다. 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열정을 접지 않는다. 로베르트 슈만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다 구조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극단적 감정에 시달린 보들레르는 유리 깨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 상점 유리창에 화분을 던질 만큼 충동적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여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성적 대상인 여성들에겐 열렬한 구애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루소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상대로 모략을 꾸민다고 의심해 모든 요소들을 자신에게 적대적인 범주에 넣었다. 심지어 ‘서간문 2집’에선 이렇게 고백한다. “무엇이든 실행을 겁내는 나태한 영혼과 조금의 불편도 참지 못하는 괴퍅한 기질이 한 성격 안에 결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성격을 기반으로 ‘나’라는 존재가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파스칼은 열살 때 접시에 나이프가 부딪히는 소리에 영감을 얻어 음향이론 정립에 나서 열다섯 살에 원뿔곡선에 관한 걸출한 논문을 썼다. 중국의 독보적 시인 이백은 술과 더불어 영감을 얻고 결국 술 때문에 죽었다. 그렇다면 천재들의 광기는 무엇일까. 저자의 주장은 일단 ‘한쪽이 극도로 발전해 한쪽이 모자라게 된다’는 이론에 편승한 듯하다. 그렇지만 뇌의학적 근거와 통계적 뒷받침이 허술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인종과 유전이 천재성과 광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영웅과 제왕의 모험적이고 화려한 역사를 전달하는 데 진력하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 중요하게 보이는 전쟁에 대해선 시시콜콜히 기록하며 열심이었지만 심리학적 측면에 대해선 전혀 도외시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곱씹어볼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광기란 어느 시대에 발현되는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먼 옛날 야만과 미개의 시대에 광기의 폭발이 만연했던 게 대표적 예이다. 천재의 광기가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 역사 속에 편입되는 운명을 맞고, 아니면 정신병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천재와 정신이상의 현상은 유사하며 또 일치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자연이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최고의 불운이라고 할 광기에 대해선 존중하는 마음을, 동시에 천재의 걸출함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것엔 경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천재는 정해진 궤도를 지키며 도는 행성이 아니라, 궤도를 잃고 지구 표면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유성과 같은 존재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도입을”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도입을”

    한국 개신교계가 일반 사회의 눈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에의 지나친 예속이다. 실제로 대형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에서 돈과 관련한 비리와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교회, 목회자의 과도한 지출이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과 맞물려 지탄의 으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을 앞두고 개신교계 내에서 사례비(교회에서 교역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나 보수) 책정, 교회 지출 등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하다. 최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서울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련한 교회 재정 세미나는 비뚤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국교회의 재정건강성 증진을 통한 신뢰회복을 목표로 2005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힘을 모아 결성한 연대단체다. ‘목회자 처우, 공과 사의 구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목회자 사례비의 성격과 운영방식, 그리고 대안적 기준 마련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감리교신학대 유경동 기독교윤리학 교수와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의 주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유경동 교수는 “목회자 사례비는 성직수행의 노동이나 교회 재정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하나님이 부탁하신 거룩한 소명을 감당할 때 주어지는 선물임을 먼저 각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교회별로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를 지적하고 목회자 간 빈부격차 해소방법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유교수는 “교회별로 들쭉날쭉한 목회자 사례비는 기준 설정이 안 된 탓이 크다”면서 과도한 사례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사회의 호봉제를 참고해 교단별 호봉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목회 기간과 교회재정, 학력,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재무와 회계법을 기반으로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일반적 상식을 초월한 지출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집행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목회자가 당초 교회가 책정한 사례비를 초과해 집행한 금액은 목회자 개인의 지출인데 이를 교회의 공적인 지출에 포함시킨다면 신도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계사는 따라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가 사회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바람직”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바람직”

     한국 개신교계가 일반 사회의 눈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에의 지나친 예속이다. 실제로 대형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에서 돈과 관련한 비리와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교회, 목회자의 과도한 지출이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과 맞물려 지탄의 으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을 앞두고 개신교계 내에서 사례비(교회에서 교역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나 보수) 책정, 교회 지출 등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하다. 최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서울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련한 교회 재정 세미나는 비뚤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국교회의 재정건강성 증진을 통한 신뢰회복을 목표로 2005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힘을 모아 결성한 연대단체다.  ‘목회자 처우, 공과 사의 구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목회자 사례비의 성격과 운영방식, 그리고 대안적 기준 마련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감리교신학대 유경동 기독교윤리학 교수와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의 주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유경동 교수는 “목회자 사례비는 성직수행의 노동이나 교회 재정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하나님이 부탁하신 거룩한 소명을 감당할 때 주어지는 선물임을 먼저 각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교회별로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를 지적하고 목회자 간 빈부격차 해소방법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유교수는 “교회별로 들쭉날쭉한 목회자 사례비는 기준 설정이 안 된 탓이 크다”면서 과도한 사례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사회의 호봉제를 참고해 교단별 호봉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목회 기간과 교회재정, 학력,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재무와 회계법을 기반으로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일반적 상식을 초월한 지출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집행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목회자가 당초 교회가 책정한 사례비를 초과해 집행한 금액은 목회자 개인의 지출인데 이를 교회의 공적인 지출에 포함시킨다면 신도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계사는 따라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가 사회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어떤 퇴진/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어떤 퇴진/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최근 두 거물의 퇴진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예사롭지 않은 두 퇴진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극명하게 교차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됐다가 성추행 의혹으로 이틀 만에 자진 사퇴한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국 고별 무대를 환호 속 눈물로 장식한 발레리나 강수진(48)이 그 엇갈린 명암의 주인공들이다. 한평생 한길을 걸으며 쌓아 온 업적과 명성이 상반된 평가로 마무리되는 두 퇴진의 극적인 대비가 안타깝다. 최몽룡 교수가 한국 고고학계에서 인정받는 역사학자라면 강수진은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로 추앙받는 무용인이다. 최 교수는 노태우 정부 때 고교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뒤 2011년까지 사용된 마지막 국정 교과서의 고대사 집필을 맡았고 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7년 편찬한 고교 역사 교과서에선 상고사 집필을 맡았다. 일부 학계에선 검증되지 않은 고고학 발굴 성과를 성급하게 교과서에 수록한 사례를 들어 최 교수를 비판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서울대에서 30년 넘게 후학을 가르치며 고고학계를 지탱해 온 역사학자로 평가받는다. 강수진은 15세 때 모나코로 발레 유학을 떠나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은 데 이어 이듬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연소 무용수로 입단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로 활동하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장을 맡아 무용가와 발레단 대표의 역할을 병행해 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궈 왔던 화려한 이력의 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 교수는 부끄러운 성추행의 불명예를 안았다. 국정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 선정 사실이 알려진 뒤 자택으로 찾아간 일간지 여기자에게 성적 농담과 신체 접촉을 했다는 추문의 끝이다. 여기자 추행에 앞서 최 교수는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로부터 “집필진을 맡지 말라”는 목소리를 감내해야 했다. 집필진 사퇴 압력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까진 좋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추행으로 막다른 길을 자처한 셈이다. 그 불명예는 최 교수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일 수 있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 편찬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집필진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전한 노학자가 안고 살아야 할 여생의 멍에가 안타깝다. 그런 반면 발레리나 강수진은 떠나는 순간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선보인 ‘오네긴’ 전막 공연에서였다. 내년 7월 이 작품의 독일 공연을 끝으로 30년간의 현역 발레리나 인생을 접고 은퇴하기 앞서 고국 팬들에게 선사한 마지막 공연. 공연이 끝난 뒤 2200명의 관객이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강수진은 고별 무대를 마무리한 뒤 이런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끝이지만 시작입니다.” 흔히 마지막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고들 한다. 이른바 ‘유종의 미(有終之美)’다. 그런데 아름다운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만류했던 동료 학자와 제자들 말을 더 잘 들을 걸 그랬다. 사필귀정인가 보다.” 노학자의 뒤늦은 토로가 왜 이렇게 허허로운가. kimus@seoul.co.kr
  • 미주 한인들 ‘백악관 베삭법회’ 청원운동

     미국의 한인 불교 신자들이 ‘백악관 베삭법회’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불교계에 따르면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과 성원 스님 등이 최근 이메일을 통해 “미국에 있는 한국, 티베트, 중국, 일본, 스리랑카, 태국 등 불교인들이 공동으로 백악관에서 매년 베삭법회를 할 수 있도록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삭이란 남방 국가의 음력 체계로 5월 15일을 말하며 부처님 탄생일, 성도일, 열반일 모두를 포함하는 불교의 최고 성스러운 날로 꼽힌다.  이들에 따르면 성원 스님이 ‘2016년 백악관 베삭법회 추진 전미특별불교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청원운동은 현재 워싱턴 DC 지역 불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향후 뉴욕 원각사, LA 고려사, 필라델피아 관음사 등 한국의 주요 사찰들이 적극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에서는 기독교의 조찬기도회, 유대교의 유월절 밤 축제기도회, 힌두교의 디왈리 빛 축제 기도회, 이슬람의 라마단 금식 회향 기도회가 매년 주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불교 행사는 열리지 않고 있어 아시아 불교국가 불자들이 연대해 백악관 베삭법회 봉행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한 청원인이 10만 명을 넘을 경우 대통령이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UN은 지난 1999년 총회에서 ‘UN이 정한 부처님 오신날’ 지정 이후 매년 5월 15일 기념법회를 봉행하고 있으며 캐나다 토론토는 지난 2013년 ‘베삭 데이’를 부처님오신날로 선포한 바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평화 통일·日 위안부 항의’ 금강산서 외친 남북 종교인들

    ‘평화 통일·日 위안부 항의’ 금강산서 외친 남북 종교인들

    남북한 종교인들이 금강산에 모여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과거 청산에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대표회장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와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조종협·협회장 강지영)는 지난 9~10일 금강산호텔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종교인모임’을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남북 종교인들은 공동성명에서 “남북 종교인들은 7·4 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존중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서로의 신앙과 교단을 존중하고 종교인 사이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인들은 특히 “최근 일촉즉발의 교전 직전까지 치닫던 긴장 상태가 극적인 고위급 접촉으로 완화되며 남북 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남북 종교인들이 잦은 교류를 통해 자주적 통일 운동을 추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일본이 독도 강탈에 광분하며 평화헌법 9조를 폐기하고 군국주의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연대해 일본에 지속적으로 항의할 것을 다짐했다. KCRP 7대 종단 대표단 150명과 조종협 대표단 50명 등 200명이 참여한 행사에서 남북의 종교인들은 종교계별 상봉 모임을 갖고 구룡연, 삼일포를 함께 산행하며 우의와 친목을 도모했다. 남측 7대 종교 대표들이 방북한 것은 2011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 공동모임과 기도회’ 이후 4년 만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강산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상징이고, 민족의 분단을 뛰어넘으려는 수많은 노력이 금강산에서 결실을 맺었다”면서 “종교인들은 평화를 소중히 가꾸고 끝까지 인내하며 희생해 통일의 씨앗을 싹 틔우자”고 당부했다. 강지영 조종협 협회장은 “북과 남 사이에 친척 상봉과 노동자축구대회 등 관계 개선의 전환적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시기”라며 “7·4 공동성명 등 북남합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자”고 말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2] 평신도 박람회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2] 평신도 박람회

    한국천주교의 자생적 신앙 태동과 목숨을 버려 신앙을 지킨 순교자 규모는 세계 천주교계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는다. 세계천주교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로 꼽히기 일쑤이다. 우선 신앙의 태동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1756-1801)이 중국에서 세례받고 귀국해 서울 명동성당 인근 명례방에서 모임을 가진 게 한국천주교의 시작이라는 게 정설이다. 초기 명례방 집회가 합당한 전례 형식을 갖췄는 지를 놓고 이견이 없진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천주교인들은 명례방 집회를 한국천주교의 시작으로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외부 선교사 없이 스스로 신앙을 싹 틔워 뿌리내린 자생종교에의 큰 자부심이다. 이벽, 권철신, 정약용 등이 강학회를 열어 천주교 교리를 탐구, 전파한 천진암 성지도 한국천주교가 자생 신앙임을 뒷받침하는 큰 흔적이다. ● 한국 순교자수 2만명... 전국 곳곳 순교의 흔적그런가 하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버린 순교자의 수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이다. 한국천주교의 순교자 수는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에 이른다. 그 순교의 흔적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있다.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절두산(切頭山) 성지며 최대의 처형장이었던 서소문, 새남터, 해미, 전동…. 모두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희생의 흔적들이다. 그 순교의 희생은 한국을 찾은 두 명의 교황도 높이 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8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순교자 103위를 성인 품에 올린 시성식(諡聖式) 집전차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입국 직후 무릎을 꿇고 땅에 입맞추며 ‘순교의 땅’이라 외쳤다.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절두산 성지였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에 앞서 먼저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했다. 그 자생적으로 태동해 숱한 순교자를 낳았던 한국천주교의 신자 수는 지금 556만 971명에 이른다. 전체인구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45위이며 아시아에선 5번째로 많다. 평신도 단체도 50여개가 넘는 수준이다. 성직자들조차 한국의 평신도 단체를 모두 알고 있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따져보면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도 평신도들의 노력 끝에 성사된 사건이다. 지난 1984년 성인 품에 오른 103위는 사실 대부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었다. 그 시성식 이후 평신도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켜낸 이 땅의 이름없는 평신도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주교회의 측이 받아들여 성사된 게 지난해의 시복식이다. 그런데 그 희생과 역할에 비해 평신도들이 받는 대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국천주교 공동체를 떠받치는 바탕이자 중추이면서도 늘상 변두리에 위치한 보조자 역할에 머물 뿐이다. 그와 관련해 평신도들의 위상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왔지만 개선의 조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 ‘답게 살겠습니다’란 주제로 평신도박람회... 한국 천주교의 주역 답게 되길평신도 단체 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14~15일 명동 가톨릭회관 앞마당과 명동성당 마당, 1898광장 등에서 각 사도직 단체의 부스를 마련해 전시회와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민다고 한다. 30여개 단체가 참가해 서로의 활동을 이해하고 협력해 세상 복음화의 사명 실천을 다짐하는 행사. 사도직 단체 상호간과 일반 신자들의 천주교 이해 폭을 넓힌다는 게 박람회 취지와 관련해 주최측이 밝힌 설명이다. 그런데 그 핵심은 ‘답게 살겠습니다’라고 한다. 평신도들의 피와 희생으로 탄탄하게 선 한국천주교 공동체. 그 공동체의 ‘부인할 수 없는 주역’들이 정말 ‘답게 살게’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범죄성과 창의성 알고보면 한 뿌리

    범죄성과 창의성 알고보면 한 뿌리

    인류의 범죄사/콜린 윌슨 지음/전소영 옮김/알마/1000쪽/4만 2000원 원시시대 이후 인류가 저질러온 참혹한 범죄의 모습들은 때로 인간에 대한 절망적 회의까지 낳는다. 지구상에서 동족을 살해하는 유일의 동물인 인간 본성을 놓고 니체는 “전쟁에 대한 의지는 평화에 대한 의지보다 강하다”고까지 역설했다. ‘인류의 범죄사’는 인간의 범죄성과 폭력성의 근원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인간은 원래부터 사악한 존재인가’라는 물음부터 시작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흥미롭다. 책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범죄상이 수두룩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뼈를 이용한 무기로 사람을 살해하는 법을 이미 익혔다는 대목부터가 놀랍다. 베이징원인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 뇌를 파내는 식인종이었고,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도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종이었음을 폭로한다. 종교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15세기 프랑스 귀족으로 잔 다르크의 전우였던 질 드 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문, 살해를 일삼은 변태행위를 즐겨 ‘원조 연쇄살인범’으로 통한다. 20세기 들어서도 그 가학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학적 성도착자 게오르크 그로스만은 사람을 유인해 살해한 뒤 인육을 먹고 살았고, 하노버의 프리츠 하르만은 젊은 남자 부랑인들을 죽여 시체를 고기로 내다 팔았다. 책의 특장은 그 가학적인 범죄들을 관통하는 맥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초기 문명부터 19세기 초까지는 생리적 욕구와 관련된 생존형 범죄가 대부분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채우려는 범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존경의 욕구가 범죄의 주종을 이루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자기 존중 및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련된 범죄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공통점은 ‘가혹하고 효율을 지향하는 인간들이 모두 좌뇌인이었다’는 것이다. 좌뇌형은 목적달성 이외의 모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원하는 게 있다면 무리하게 낚아채서라도 손에 넣으려 한다. 저자는 좌뇌형 인간들은 성취를 바탕으로 단기적 안정과 쾌락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결같이 패배하고 좌절했음을 들춰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서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들의 말로는 모두 불행했다. 그 대목에서 천재적 작곡가 베토벤의 사례가 도드라진다. 베토벤은 자신을 언짢게 한 웨이터에게 수프 접시를 내던질 만큼 독선가의 행동을 보였으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폭력에 의지하지 않았다. 파괴적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음악이라는 방편으로 정제해 사용함으로써 창조적 성취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조계종 총무원 강남시대… 한국불교 1번지 바뀐다

    조계종 총무원 강남시대… 한국불교 1번지 바뀐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서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로.’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 총무원이 늦어도 10년 이내에 강남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불교 1번지’의 모습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3일 느닷없이 “10년 이내에 총무원 청사를 봉은사로 이전할 계획”임을 밝혔다.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가 종로구 견지동 전법회관 1층에서 개최한 ‘브리지센터 카페 바라밀’ 개관식에 참석해 깜짝 선언을 한 것이다. 자승 스님은 “총본산성역화 불사를 10년 내에 마무리 지을 것이고 총무원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봉은사 인근의 부지 매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총무원 시대’를 전격 예고한 셈이다. 조계종 총본산성역화 불사추진위원회 총도감을 맡고 있는 총무부장 지현 스님도 “현행 총무원 청사가 입주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공간이 협소하고 본래의 건립 목적에도 맞지 않다”며 자승 총무원장의 깜짝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현 스님은 “자승 스님은 성역화 사업과 맞물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본 취지를 살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종무 행정 기능을 봉은사 쪽으로 이전하고 문화 관련 부분을 현재의 기념관에서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현 스님은 “총무원 이전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5~6년 내에 중앙종무기관을 봉은사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총무원 강남 이전 계획을 거듭 확인해준 셈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총무부장 지현 스님의 발언대로라면 ‘한국불교 1번지’인 조계사 일대가 대대적으로 바뀌게 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정화운동을 통해 창종된 조계종단의 빛과 그림자가 혼재한 역사적 현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우선 총무원을 비롯해 중앙종회, 포교원, 교육원 등 대부분의 중앙종무기관이 모두 강남으로 옮기게 된다. 특히 자승 스님은 “총본산성역화 사업이 추진되면 향후 5년 이내에 전법회관의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행 총무원 청사를 신도 단체 등을 위한 공간으로 배정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신행과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해 불자와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 쓰고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1~4층은 중앙종무기관 사무공간이 입주해 있고 불교중앙박물관, 국제회의장, 지하 전통문화예술공연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 봉은사는 현재 중앙종무기관이 위치한 조계사보다 공간이 넓어 총무원 청사 입주에 적당하다는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무원 청사를 강남 봉은사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는 우선 봉은사 인근 예식장을 매입해 총무원을 이전할 계획이다. 봉은사 예식장 매입에는 부채를 포함해 70억원이 소요되고 추가 부지 매입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사 이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집행부의 행정에 반발하는 스님과 신도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세종시 총무원 분소 설치’ 계획도 무량회, 무차회, 백상도량 등 이른바 ‘3자 연대’의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한편 총무원은 총본산성역화 불사와 그에 따른 청사 이전 계획을 오는 16일 ‘총본산성역화 불사를 위한 모연의 밤’에서 밝힐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사제들부터 성경 실천, 교회 쇄신 할 것”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들이 교회 쇄신 노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사제들이 후속 실천사항을 자발적으로 논의해 내린 첫 결정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5일 천주교계에 따르면 청주교구 사제들은 최근 교구 사제 전체회의를 통해 신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등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후속 실천사항’들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십일조를 통해 이웃들을 돕고, 먼저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나눠 신자들이 복음의 기쁨을 보다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청주교구 사제들이 이번에 결의한 실천사항들은 아래에서부터 의견을 모으고 열린 토의를 거쳐 내놓았다는 점에서 종전 사제들의 쇄신 운동과는 차별화된다. 청주교구 사제들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교구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교구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서 교구민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서의 참모습을 원하며 신앙성숙을 위해 성경 공부와 친교·화해·일치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구 사제들은 신자들의 뜻을 수렴해 지난 4월 ▲사제들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살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실천에 나서고 ▲신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제가 될 뜻을 밝혔었다. 지난 7월 지구별 회합을 통해 사제 개개인의 의견을 모은 뒤 이번 사제 회의에서 전체 논의를 통해 각 본당에서 사제들이 직접 성경공부반이나 성경통독반을 운영하고, 본당 복지예산을 규정대로 전액 집행할 것에 합의했다. 한편 청주교구 사제들은 2016년 1월 1일 신년교례회를 통해 스스로 다짐한 실천사항들을 담은 ‘사제선언문’(가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전쟁 중인 시리아 난민·교인 위해 힘 모아 달라”

    “전쟁 중인 시리아 난민·교인 위해 힘 모아 달라”

    “한국의 천주교 교회는 평신도들의 피흘림과 순교를 통해 지금의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 처절한 고통을 딛고 일어선 한국의 교회가 다른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 없지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위기에 처한 시리아의 그리스도인’ 심포지엄과 국제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ACN) 한국지부 설립 기념미사 참석차 방한한 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 ACN 총재를 맡고 있는 피아첸차 추기경은 심포지엄에 앞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교회와 국민들은 숱한 박해와 고통을 겪은 만큼 남의 아픔도 잘 알 수 있다”며 “전쟁 중인 시리아의 난민과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는 일치된 하나님의 몸이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 몸의 지체입니다. 몸의 한 부분이 아프면 전체가 아픈 것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기도하면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북한의 상황과 관련해 “종교의 자유는 모든 자유의 열쇠와 같다”면서 “전 세계인이 억압된 북한의 자유와 삶에 대해 각성하도록 화해의 차원에서 기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함께 배석한 시리아 홈스 대교구장인 장아브도 아르바흐 대주교도 “한국 천주교에 숱하게 발생했던 순교가 지금 시리아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와 국민들이 시리아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도움을 베풀어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네덜란드 출신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텐 신부가 설립한 ACN은 굶주리던 독일 난민들에게 음식과 이불, 옷 들을 기부하며 활동을 시작해 현재 140여 나라에서 원조 사업을 벌이고 있다. 21개국에 지부가 있고 지난 7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지부가 설립됐다. ACN 한국지부는 이날 심포지엄을 연 데 이어 5일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피아첸차 추기경이 공동 집전하는 설립 기념미사를 연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우리 개신교계에서 세습은 가장 고질적이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악습의 병폐로 꼽힌다. 그 승계의 방법도 종전 직계 자녀에게 담임 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주는 직접 세습과는 달리 다양한 변칙의 승계가 횡행한다. 얼핏 열거해도 그 변종의 세습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에게 담임을 하게 한 다음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그런가 하면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이며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까지 등장했다. ● 2013년 6월 이후 122개 교회 ‘세습’... 85개가 아들에 직접 세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지난 5월 공개한 ‘변칙 세습 현황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습 방식의 다양한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세습 사례를 수집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중 85개 교회가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 세습을, 37개 교회가 법망을 피한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지도 하기 어렵다는 소수의 개척 교회를 빼면 세습을 하지 않는 교회가 어느 교회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형식을 띠건 교회의 세습이 일반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극명해보인다. 무엇보다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 물질과 권력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세속화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와 ‘목사의 귀족화’는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임을 공인하는 격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로 통한다. ● 교단들 잇단 방지법에도 변칙세습 이어져... 식지않는 세습 욕망  그 세습을 향한 경계와 지탄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안과 바깥에서 높아져왔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자성과 개선의 몸짓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 원조’로 낙인된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작고하기 몇 달 전인 2012년 6월 세습을 회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운 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라면서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여파인지 일부 교단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와 바꾸자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사상 처음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데 이어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이 정기총회에서 잇따라 세습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변칙의 세습이 교단들의 순차적인 세습금지법 마련 이후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반연측은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 세습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개탄한다.  개신교 교단중 처음으로 지난 2012년 세습 방지를 결의했던 기감이 변칙세습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달 29일 총회 입법의회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012년 세습방지법을 통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10년간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500명 정원의 총대 중 411명이 투표해 찬성 212표, 반대 189표, 기권 10표가 나와 23표 차로 결의됐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총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교회에서 담임자를 결정하는 교회 의회제도의 결정권까지 박탈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지금 이땅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들로 비쳐져 안타깝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영토전쟁도 손들게 한 ‘첨단산업 비타민’ 희토류…자원전쟁 씨앗인가 기술혁명 상징인가

    영토전쟁도 손들게 한 ‘첨단산업 비타민’ 희토류…자원전쟁 씨앗인가 기술혁명 상징인가

    금속전쟁/키스 베로니즈 지음/임지원 옮김/반니/308쪽/1만 6000원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분쟁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해 영역 분쟁이 터진 지 17일 만에 돌연 일본이 항복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일본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희토류가 무엇이길래 강대국 일본은 그토록 나약하게 꼬리를 내렸을까. ‘금속전쟁’은 당시 센카쿠 분쟁을 비롯해 희토류를 둘러싼 마찰과 확보 전쟁, 대안을 들춰내 흥미롭다. 희귀 금속의 특징을 짚고 이와 관련한 경제, 정치적 세계사와 미래상을 소개한 흐름이 독특하다. 희토류는 란타넘계열 15개 원소(란타넘,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프로메튬,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루테튬, 스칸듐)와 이트륨 등을 합친 17개 원소를 가리키는 과학 용어다. 매장량이 적어 희귀하고 일일이 나누기 번거로워 이들 원소를 합쳐 희토류라 부른다. 지난 30년간 현대산업에서 귀중한 자원으로 부상해 ‘21세기의 석유’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0억개가량 판매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광섬유 케이블 코팅제, 헤드폰, 하드드라이브,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희토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지구 표면에 적당량이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채취에 적당할 만큼 집중된 곳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발견하더라도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높은 수요에 비해 정제, 가공 과정이 매우 어려워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저자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희소성으로 인한 ‘자원전쟁 씨앗’으로서의 희토류를 부각시켰다. 지난 10년간 콩고는 희토류를 둘러싼 종족 간 전쟁으로 황폐해졌고 5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활동을 벌일 때 지질학자들을 파견했는데 그들의 임무는 희소 금속의 매장량을 추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과 수출에서 독보적이다.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고 광산과 정제 시설 대부분을 갖고 있어 희토류 시장 거래 상품의 97%를 공급한다. 중국 의존성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자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든 사안들에 희토류 수출 카드를 꺼내 들기 일쑤다. 그러면 독점으로 인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대안은 없을까. 저자는 남극과 그린란드, 그리고 광산 폐기물인 이른바 ‘붉은 진흙’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메이카를 대안으로 우선 지목한다. 실제로 남극 대륙 곳곳에서 천연자원 공급량 조사와 평가를 명목으로 15개 이상의 국제 연구기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4000명의 과학자가 상주하고 있다. 물론 그 ‘대안의 땅’에서도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함을 염려한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12개국이 남극 땅 일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1991년 그린피스 주도하에 맺어진 ‘마드리드 의정서’ 때문에 금전적 이득을 위한 탐사와 채굴 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조약 개정이 예정된 2048년쯤 조약이 폐기되거나 크게 변경되면 지금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경금속 회사는 2013년 자메이카 정부와 손잡고 ‘붉은 진흙’ 가공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지금 지구촌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는 화석연료처럼 희토류도 언젠가는 고갈될 게 뻔하다. 그래서 각국은 그 대안으로 소행성 등 우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저자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환경, 인간의 삶, 정치적 동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다가올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금속의 샘물이 다 말라 버릴 때 20세기, 21세기의 기술 진보를 흥청망청 낭비해 버려 생태학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접어들거나 필요한 금속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끔찍한 미래를 맞게 될지, 아니면 금속 고갈에 대비해 평화로운 해법을 찾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적 자산을 제대로 투자할 능력이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0] 추락하는 종교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0] 추락하는 종교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우려한다’ 이제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종교를 보는 사회 일반의 공감 차원에서 자주 쓰이지만 그 비아냥의 주 표적인 종교계는 각성의 기미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죽하면 ‘종교 무용론’까지 등장할까. 악화하는 민심을 보면서 종교의 추락을 거듭 곱씹게 된다.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조사는 그 ‘추락의 종교’를 또 한 번 들춰내 민망하다. 신뢰도는 여전히 떨어지는 추세인 가운데 종교계며 성직자의 호감도 역시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만 16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였다. 우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종교계에 대한 신뢰도는 고작 11.8%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2%나 급락한 수준이다. 종교별, 성직자별 신뢰도는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여전히 천주교(39.8%)가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불교(32.8%), 개신교(10.2%)였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종교계에 대한 호감도와 비례했다. 신부가 51.3%로 가장 높았고, 스님 38.7%, 목사 17% 순이었다.  신뢰도가 폭락한 것과 달리 종교의 영향력에 대해선 40.4%가 증가했다고 응답해, 감소했다(19.4%)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영향력은 늘어나는데 신뢰도는 급속히 떨어진다고? 아이러니가 아닌가. 바로 기대에 못미치는 ‘한심한 종교’에 대한 냉정한 성적표 쯤으로 풀이된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종교별 영향력의 크기이다. 개신교가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이 42.3%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는 36.3%, 불교는 26.7%였다. 여타 종교에 비해 피부로 느끼는 사회적 접촉과 공감의 잣대는 개신교 쪽으로 많이 기울어있는 셈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모두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고 위로한다’는 항목에 대한 긍정 평가가 가장 높았던 반면 3대 종교 모두 재정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믿지 못할’ 종교에 대한 기대. 종교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세속에 물든 오염과 타락을 비판하는 경계의 민심이 날카롭다.  지금 세상에는 과학과 종교의 가치와 역할을 저울질하는 시비가 적지않다. 원리와 법칙에 충실한 믿음의 공공 영역인 과학이 바로 종교라는 입장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이유 탐색과 인류 공동선(善)을 추구하는 종교가 우월하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한다. 현실적인 효용 가치를 높이 사는 과학의 추종자들은 그래서 자주 ‘종교 무용론’을 들먹인다. 머지않아 종교는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이에대해 종교 옹호론자들은 부작용과 인간 존엄의 훼손을 들어 과학 위에 종교를 놓는다. 그런데 따져보면 과학이나 종교나 더 높은 삶의 지향을 목표로 하는 공공의 영역 아닌가. 그래서 종교가 더 청정하고 세속의 그늘에서 떳떳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게 아닐까.  ‘인류가 지닌 최고의 도덕률’ 종교를 높이는 이 명제가 갈수록 빛을 잃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땅의 많은 사찰이며 성당, 교회들엔 ‘참 나’(眞我)를 찾는 구도와 기도의 행렬이 넘쳐난다. 나치에 추방당한 최초의 비(非)유대인 교수라는 독일 신학자 폴 틸리히(1886-1965)의 말 마따나 정말 “종교는 인류의 최고의 영예이며 또한 가장 깊은 치욕”일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제5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 교수·언론인·행정 연구원 등 31명 심사

    제5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을 위한 외부심사위원장은 홍정선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내부 위원으로는 전성준 서울신문 문화사업부장, 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 구정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 전문위원, 서기봉 NH농협은행 공공금융부장이 참여했다. 교수와 행정기관 연구원 등 외부위원을 포함해 모두 31명이 심사했다. ■ 후원 NH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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