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레시어터 새달6일부터 ‘창고’ 공연
항상 여유로운 유머를 보여주지만 정작 문제에 접근할때는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안무자겸 춤꾼 제임스 전.그가 ‘현존’ 시리즈에 이어 또 하나의 야심작을 내놓았다.
서울발레시어터가 다음달 6일부터 11월4일까지 한전 아츠풀센터에서 선보이는 ‘WAREHOUSE’(창고).평범한 일상인이 지난 70년대와 80년대의 길목에서 반추(反芻) 하는 우리의 현대사를 남성 무용수들이 주도하는 복고풍의 추억발레로 꾸미면서도 코믹하게 한 흥미있는 작품이다.
70년대의 고교시절과 청년기를 관통하는 80년대,그리고 이젠 중년이 되어 사회라는 틀 안에서 한 구성원일 뿐인 이른바 386세대,혹은 모래시계 세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김민기의 ‘친구’‘아침이슬’ 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노래들과 함께한 히피문화와장발단속,청바지와 이데올로기의 교차점에서 웃고 울며 아파하던 시간을 관통해,이젠 ‘아저씨’라는 호칭이 어울리는한 남자의 시선으로 좇아간다.
클래식부터 팝,가요,국악,재즈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춤 동작을 따라 흐르는가하면 갖가지 볼거리들이 쉴사이없이 무대에 등장한다.멀티큐브를 이용한 영상과 노름마치가 빚어내는 현장 라이브,서커스단 광대 품바들의 관객유도,객석과 로비를 이용한 무대구성등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통해 발레의정형성을 탈피하려는 의도가 짙은 작품이다.
안무자 제임스 전의 설명대로 비언어 퍼포먼스 성격이 짙다.
막이 오르면 우선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우리의 삶이 무대위에 설치된 대형 앨범을 통해 투영된다.고교시절 어설픈포즈의 단체사진부터 과거의 편린들이 무대를 통해 차츰 현실로 다가선다.만원 통학버스,교복,빵집,미팅,첫키스,군대,첫경험,데모,디스코텍,홍등가,결혼….멀지않은 과거의 희로애락이 춤과 영상으로 풀어진다.
36회의 장기공연이란 점 말고도 이번 공연이 갖는 특성은적지않다.발레 공연에서 흔한 외국 안무자,스태프를 배제했다.스트라빈스키와 트윈 폴리오,퀸,그리고 사물놀이도 어우러진다.
그동안 서울발레시어터를 떠나 활동하던 로돌포 파텔라(미애틀란타 발레단)와 정운식(유니버설 발레단)이 주역 무용수로 귀향하여 힘을 보탠다.
줄리아드 예술대를 졸업하고 모리스 베자르발레단,플로리다 발레단을 거쳐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낸 제임스 전.‘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명확하다’는 평을 얻은 그가 ‘또하나의 분신’이라며 자신있게 내놓은 새 작품이 무대에서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김성호기자 ki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