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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낭소리·똥파리… ‘다양성영화’ 더 사랑받게 제도적 장치 필요

    워낭소리·똥파리… ‘다양성영화’ 더 사랑받게 제도적 장치 필요

    2000년대 후반부터 ‘다양화’ 고민 시작 작은 영화들 관객과 쉽게 만날 수 있어야현재 한국영화는 대기업 자본을 기반으로 ‘산업화’의 동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산업이 ‘다양성을 만족시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건강한 영화계라면 획일화한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관객들과 쉽게 만날 수 있고, 또 저예산 작은 영화도 성공할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계는 정책적 차원에서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주목할 작품도 연이어 등장했다. ‘다양성영화’란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영화인들의 요구에 부응해 영화진흥정책 내에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처음 제안한 용어다.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포함한 비주류 영화의 통칭이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와이드 릴리즈로 배급·상영하는 영화를 배제한 상대적 범주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다양성영화 영역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그해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사건이기도 했다. 바로 순제작비 1억원대 초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이충렬)가 3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이다. 또 같은 해 독립영화 배우 출신 양익준의 감독 데뷔작 ‘똥파리’는 독립영화이면서 주류영화의 가능성까지 보였다. ‘낮술’(노영석 감독) 역시 범상치 않은 코미디 감각을 선보이며 관객의 흥미를 끌었다. 2010년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질문한 ‘경계도시2’(홍형숙), 2011년은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의 쾌거로 평가된 ‘돼지의 왕’(연상호)이 날것 그대로의 한국 사회를 보여 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6년이라는 제작기간 끝에 완성된 ‘마당을 나온 암탉’(오성윤)이 22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으로 평가됐다. 2012년은 용산 참사 사건을 냉철하게 재구성한 ‘두 개의 문’(김일란·홍지유), 건축가 정기용의 삶과 공공건축 철학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정재은), 한국영화 최초로 ‘배리어 프리’ 버전을 동시 개봉한 ‘달팽이의 별’(이승준) 같은 다큐멘터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슈화와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013년은 제주 4·3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가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지역 영화의 가치를 일깨우기도 했다. 2014년에는 다양성영화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가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다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1억 2000만원의 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이 480만 관객을 동원, 현재까지도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를 기록 중이다. 2015년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소셜포비아’(홍석재),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안국진)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 등이 주목받았다. 한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김성호)은 같은 시기 개봉한 ‘국제시장’에 밀려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극장까지 소유한 대형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 이슈를 재차 공론화시켰다. 이 시점 ‘다양성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위 ‘아트버스터’로 불리는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해외 예술영화가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배급되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의 생존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상업영화 시장이 돼 버린 다양성영화의 영역을 엄밀히 검토하고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 두 보살, 조계종에 50억원 기부… 종단 개인 기부금 사상 최고액

    두 보살, 조계종에 50억원 기부… 종단 개인 기부금 사상 최고액

    두 여성 불자가 대한불교조계종에 현금 50억원을 기부한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종단에 낸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법명(法名)이 설매(73)와 연취(67)인 두 보살은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50억원 전달식을 가졌다. 37년 간을 도반으로 지낸 둘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짓는데 써달라며 돈을 기부했다. 설매 보살은 전달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부 배경에 대해 “우리는 잠시 돈을 가지고 사용하다가 빈몸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그것을 어디다 남겨둔다기보다 (돈은) 삶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발원을 했는데, 뜻밖에 금년에 조계종에서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세우겠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원력을 듣고서 인연을 지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떠올렸다. 연취 보살도 “부처님의 업을 다시 펴는데 (기부금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두 도반은 1982년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6살 위인 설매 보살이 연취 보살을 석가모니 가르침의 길로 인도했다. 이들의 기부는 ‘비승비속(非僧非俗)’인 설매 보살이 먼저 1억원을 준비하며 시작됐다. 연취 보살은 본인 소유 건물를 판 돈으로 나머지 49억원을 마련했다. 두 보살은 내년 2월말까지 현금으로 50억원 기부를 완료할 계획이다. 인도 부다가야는 석가모니가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두 도반은 조계종 측에 현지에 사찰을 건립하면 그 이름을 ‘분황사(芬皇寺)’로 짓고, 사찰 마당에는 소박한 석등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분황사는 경북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절로, 원효와 자장이 거쳐간 곳이다. 조계종은 향후 종단 불사위원회를 열어 기부금 활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美 우파들이 설계한 민주주의의 위기

    美 우파들이 설계한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세상을 살기 좋게 발전시켜 온 양 축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그 양 축은 대개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선 자본주의의 거대한 득세 탓에 고조되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자주 들먹거려진다. 미국 듀크대 교수이며 역사학자인 낸시 매클린은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그 위기의 원인과 전말을 폭로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민주주의 구축이 은밀하게 오랫동안 진행돼 온 작업이었음을 들춰내 흥미를 끈다. 매클린이 지목한 두 ‘원흉’은 바로 1986년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과 억만장자 찰스 코크이다. 매클린은 뷰캐넌이 재직했던 조지메이슨대에 방치된 한 문서보관소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문서들을 훑어 그 흑막사를 낱낱이 공개한다. 뷰캐넌은 “우리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정치구조에서는 독재가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는 언급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코크는 우파 경제학자 뷰캐넌을 철저하게 신봉했고 1970년대부터 뷰캐넌 사상을 전파하는 우익단체들에 거대한 돈을 투자했다. 두 사람은 특히 학계와 정치권에 구축한 영향력을 급진 우파가 지지하는 법안의 통과에 활용하는 방식을 밀어붙였다. 책에 따르면 그 은밀한 작전의 효과는 전방위에 걸쳐 나타난다. 2011년 위스콘신주는 노조 관련 법안을 손질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협상권을 대부분 박탈했다. 그 무렵 공화당이 지배하는 몇몇 주에서는 사립학교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공립대학을 포함한 공립학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41개 주에 걸쳐 저소득층이나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노인층 투표를 제약하는 법안이 180건 이상 발의됐다. 2013년엔 ‘오바마 케어’ 예산을 깎기 위해 16일간이나 정부를 셧다운시킨 사태도 있었다. 지금 코크가 형성한 네트워크에는 공화당 당직자보다 세 배나 많은 인력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도 코크의 네트워크에 속한 기관 중 여러 곳과 일한 바 있는 주요 일원임을 밝혀낸 저자는 코크와 뷰캐넌의 이른바 ‘자유지상주의’ 운동을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다른 이들의 삶에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에 대해서는 어떤 간섭도 들어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인구 집단을 병리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분할하려는 운동에 불과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계 “3·1운동 민족대표는 33인 아닌 50인이었다”

    종교계 “3·1운동 민족대표는 33인 아닌 50인이었다”

    ‘불교, 천도교, 기독교 세 종교가 단일한 목적하에 연합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흔히 1919년 일제에 항거한 3·1운동을 놓고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각 종교의 입장과 이해에 치우친 과정과 역사의 해석 탓에 3·1운동 정신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도, 계승되지도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이다. 그런 상황에서 불교, 천도교, 기독교가 머리를 맞대 3·1운동의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하고 평가한 공동자료집이 출간돼 종교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3개 종교의 역사학자들이 3년여의 공동 작업 끝에 낸 자료집은 8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1~2권이 당시 언론에 보도된 3·1운동을 소개하고 있다면 3~7권은 3·1운동에 참여한 민족대표에 얽힌 자료를 세밀하게 담고 있고 마지막 8권은 민족대표들의 묘소와 생가 등 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자료로 엮었다. 자료집의 가장 큰 특징은 3·1운동의 시작과 과정을 어느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은 시선으로 집대성했다는 점이다. 자료집은 우선 3·1운동이 종교계의 주도로 시작된 항거였음을 못 박고 있다. 1910년 일제가 강제합병을 한 이후 정치단체와 사회단체 모두를 폐지시켜 사실상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단체는 종교단체와 교육단체뿐이었다. 그러므로 “종교단체와 교육단체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보다 전반적인 지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은 3·1운동을 계획하면서 먼저 민중의 신망을 가진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박영효, 윤치호, 한규설, 김윤식, 윤용구, 송병준 같은 인물들과 교섭해 동참하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채 결국 종교단체와 학생들의 연합으로 3·1운동을 일으켰다.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족대표가 50인이었음을 밝혀낸 점이다. 지금까지 3·1운동 민족대표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자료집을 보면 3·1운동이 전개되기까지 더 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3·1운동과 관련해 출판법,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48명이다. 여기에 독립선언서에 서명은 했지만 중국 상하이로 이주해 해외 독립운동을 벌인 김병조와 옥중 순국한 양한묵까지 더하면 3·1운동 민족대표는 50인이다. 불교계의 참여와 관련한 해석도 색다르다. 민족대표 중 불교계는 용성 스님과 만해 스님 두 명뿐 대다수가 천도교 외 기독교 인사였지만 불교계가 참여하면서 종교 운동이 아닌 민족운동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자료집에는 범어사와 해인사, 통도사, 동화사, 마곡사 등 사찰 스님과 신도 대중들이 주도한 만세 운동 등 불교계의 활동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법현 스님은 “이번 자료집이 민간에서 만든 최초의 종합 집대성 자료라는 의미에 더해 불교도 정확히 제 몫을 했음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료집에 따르면 민족대표의 유적지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57곳)이었고 다음은 충청권(26곳)이었다. 이에 비해 제주도 지역엔 1910년 말 안악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된 남강 이승훈 선생의 유적지만 남아 있어 비교된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는 이와 관련해 “제주도에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유적지와 3·1운동 1년 전 일었던 항일운동 발생지가 있다”며 “이들 유적지는 3·1운동 이전의 유적지이지만 기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우리는 급변하는 동북아의 생명 환경 속에서 안전과 안락보다는 위기와 도전을 선택하며 책임적 신앙인으로 응답할 것을 요청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출판된 공동자료집은 이 시대를 향한 우리들의 책임 있는 응답의 준거요, 지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울지마 톤즈’가 못 담은… 故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울지마 톤즈’가 못 담은… 故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남수단 톤즈에서 사랑을 실천하다 암으로 선종한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의 10주기(2020년 1월 14일)를 맞아 이 신부를 다시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펼쳐진다. 의대를 졸업한 이태석 신부는 2001년 사제 서품을 받고 곧바로 톤즈로 떠나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사제. 톤즈의 아이들에게 의사이자 선생님이었고 사제이자 친구였지만 암 투병 끝에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우선 이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울지마 톤즈: 슈크란바바’가 내년 1월 초 극장가에 선보인다. ‘울지마 톤즈: 슈크란바바’는 KBS미디어가 제작하고,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가 제작 지원 및 감수한 다큐멘터리 영화. 2010년 개봉 이후 4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으로 전편에 미처 담지 못한 이 신부의 인터뷰와 마지막 모습이 공개된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 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를 발족, 이 신부의 10주기 미사와 함께 1962~2010년 이 신부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10주기 미사는 2020년 1월 12일 오전 11시 광주 살레시오중·고교 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주례로 봉헌된다. 미사 참가자들은 담양천주교공원묘원의 이 신부 묘소도 함께 참배한다. 한편 기념사업회는 이 신부의 생애를 담은 영상물을 내년 상반기 공개하고, 전기도 내년 말쯤 발간할 계획이다. ‘이 신부의 나눔 정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전도 마련한다. 2007년 발족한 수단어린이장학회는 톤즈에서 사목 활동을 하는 이 신부를 돕기 위해 소규모 후원을 시작했으며 이 신부가 선종한 뒤인 2013년부터는 후원국을 확대해 동티모르, 말라위, 몽골, 방글라데시, 잠비아, 캄보디아, 필리핀, 에티오피아,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 여러 나라를 지원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불교 출가자 절반은 비구니… 더이상 사회 정의에 눈감을 수 없다”

    “한국 불교 출가자 절반은 비구니… 더이상 사회 정의에 눈감을 수 없다”

    고령·투병 비구니 위한 요양시설 확보 불교계 남녀 불평등 해소 등 노력할 것“한국 불교에서 비구니는 전체 출가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승가인데도 잘 드러나지 않아요. 비구니들이 갈 길을 찾아 실천하는 데 전력하겠습니다.” 지난 9월 4년 임기의 제12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선출된 본각(67) 스님은 지난 25일 서울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비구니의 위상 강화와 대 사회적 역할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동국대 철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중앙승가대 교수로 26년간 재직한 본각 스님은 ‘6남매 출가’라는 집안 내력으로 유명하다. 성철 스님 맏상좌인 천제 스님을 비롯해 2남 4녀가 모두 출가했다. 막내인 본각 스님은 세 살 때부터 절에서 살았지만 1976년 대학 졸업후 석남사로 돌아가면서 ‘진짜 출가’를 했다고 말한다. “대학교 시절 머리를 기른 채 공부하고 석남사로 돌아와 3000배를 올린 다음날 새벽 발우에 비친 모습을 보곤 전생(前生)에도 출가자였음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조계종 승적을 가진 비구니는 5000명 정도. 한국의 비구니회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활성화됐다면서도 출가자 감소와 고령화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비구니 회장 선거 때 제일 공약도 바로 비구니 스님들이 안정적으로 수행과 전법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복지체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고령, 혹은 몸이 아픈 비구니들이 의지할 요양시설이 많이 부족해요. 비구니회가 신뢰할 만한 역할을 한다면 비구니 스님들의 주거공간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비구니회관에 ‘국제 사미니 강원’을 열어 한국에서 비구니계를 받고 싶어하는 해외 사미니들을 국내로 초청해 교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불교계의 평등과 관련해선 “자유가 구속되고 남녀 불평등이 심한 곳으로 비친다는 근본적인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도 “오랜 역사를 갖는 승단에서 갑자기 기본룰이 불평등하다며 치고 들어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평소 비구니들은 뭘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본각 스님은 “이제 비구니들도 더이상 정의에 눈감을 수 없다”며 비구니회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밝혔다. 환경 문제 해결과 미혼모, 노숙자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겠단다. 본각 스님은 취임식 날 비구니 스님들에게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며 도시락통과 젓가락을 나눠줬다. 역대 비구니회 회장들과는 달리 비구니회관에 상주하겠다는 그는 선거에 나서면서 ‘학자로 살던 사람이 왜 (불교) 정치판에 뛰어드느냐’는 주변의 시선에 “나는 회장도 수행으로 살겠다”고 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동기 나쁜 기억, 삶이 병든다

    아동기 나쁜 기억, 삶이 병든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448쪽/1만 9800원세 살 적 버릇이 여든 간다고 한다. 어릴 적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이나 생각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아기와 유년기에 벌어진 사건이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 이론대로 어린시절의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은 성장한 이후의 정서와 정신적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린시절 유독성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어른이 된 뒤 어쩔 수 없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산다면 어떨까.미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이 책을 통해 어릴 적 불행과 그로 인한 질병의 연관성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고발한다. 저자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빈민 지역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개설해 운영해 온 인물. 일반적인 치료법으론 쉽게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신체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성추행 당한 아이, 천식 등 질병 시달려 정서적 어려움을 상담하기 위해 진료소를 찾아온 멕시코 이민자 출신 가정 일곱 살짜리와의 만남은 그의 연구 인생에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충동조절 장애와 만성 천식, 습진을 앓는 아이의 키가 네 살 아래의 평균 정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유를 따지던 중 아이가 어릴 적 부모의 가까운 지인에게 성추행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어릴 적 겪은 문제점과 질병의 연관성에 천착했고 수많은 임상실험과 연구 결과를 분석한 체험적 보고서로 펴낸 게 이 책이다. 책에서 실증해 보이는 어릴 적 스트레스와 질병의 관계는 충격적이다.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질환, 이혼, 그리고 그로 인한 신경계, 호르몬계, 면역계 질병.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노출 빈도를 재는 지표인 ACE 지수를 질병과 연결한 연구 결과는 놀라운 것들이다. 우선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배, 알코올의존 가능성이 5.5배, 정맥 주입 마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10배에 달했다. ACE 2점 이상은 0점인 사람에 비해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하는 비율이 2배 이상이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어릴 적 유독성 스트레스를 겪은 이들이 담배나 술처럼 해로운 도파민 자극제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면 삶의 초기에 역경을 겪는 일이 뇌의 도파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류층에서도 아동기 스트레스 많아 어릴 적 불행과 질병의 유관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건 1998년 ‘미국 예방의학 저널’에 실린 논문 ‘아동학대 및 가정 기능장애와 성인기 주요 사망 원인들의 관계’가 처음이다. 성인 1만 7421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논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놀랍도록 흔하다는 것이다. 전체의 67%가 어릴 적 최소한 한 가지의 부정적 경혐을 했고 네 가지 이상인 사람도 12.6%나 됐다. 네 가지 이상을 경험한 이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컸고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5배나 높았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그 상관관계가 특정 인종이나 계층, 지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회와 공동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을 거둔 상류층 모임에 우연히 갔다가 참석자 10명 중 절반가량이 자신이 겪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관련한 과거사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어릴 적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질병이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나만 생각하는’ 풍토를 지적한다. 아동기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과 정신 건강 관리,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 섭취, 명상 등을 통한 마음 달래기를 권한 저자가 책 말미에서 특히 강조한 건 바로 예방이다. 예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해결책임을 주장한 저자는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기본 검사에 유독성 스트레스 검사를 반드시 추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고기’로 길러지는 동물들…그 불편한 진실을 꼬집다

    ‘고기’로 길러지는 동물들…그 불편한 진실을 꼬집다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캐스린 길레스피 지음/윤승희 옮김/생각의길/368쪽/1만 8000원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동물들을 보살피려는 노력도 다양하게 확산된다. 그런 반려 동물에 대한 애정과 달리 사람들은 소, 돼지처럼 식용 동물들의 고통에 대해선 대개 눈감거나 당연한 듯 여긴다. 왜 같은 동물인데 사람들의 시선은 영 딴판일까. 채식주의자인 미국의 비판적동물연구학자는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를 통해 “동물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과 삶의 발자취를 갖고 있는 생명”이라고 말한다. 식용 제물로 희생되는 동물의 생명과 가치에 주목한 책은 농장과 도축장, 경매장을 찾아다니면서 육식이 불러오는 문제를 생생하게 기록한 고발적 르포르타주로 읽힌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경매장에 끌려온 송아지, 전기봉으로 고통당하는 수소, 경매장에서 강제로 분리된 송아지와 어미 소, 출산이 임박한 어린 암소.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로로 사육되는 농장과 양계장 등에서 저자가 마주한 동물들의 고통은 처참할 정도다. 효율적인 달걀 생산을 위해 품종 개량을 거친 산란계 암탉은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다. 이 닭들은 수세대동안 육종한 결과다. 가장 알을 잘 낳는 닭들을 골라 번식시키고 다음 세대에서 다시 가장 알을 잘 낳는 개체를 골라내 교배시키기를 반복한 결과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정상의 몸으로 바뀐 것이다. 소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임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놓는다. 불교계에선 그런 사육 동물들의 고통이 인간에 전이돼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만든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경매장에서 탈출한 수소가 사살된 것을 놓고 “질 좋은 고기를 버리게 돼 안타깝다”는 말을 들은 저자는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말았다”고 했다. 저자는 “죽인다는 것은 당연히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폭력과 기본권리의 침해를 동반한다”고 주장한다. 어릴 적 자신도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겼음을 고백한 저자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비폭력을 위해 헌신하고 살인이 일반화되는 것에 끈질기게 저항하는 반전 운동가가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행위가 일상화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은 부당하다” 면서 대규모의 공장식 사육장과는 달리 동물들이 인간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동물보호처를 가 볼 것을 적극 권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무지개 원리’ 저자 차동엽 신부 선종

    ‘무지개 원리’ 저자 차동엽 신부 선종

    ‘무지개 원리’와 ‘행복선언’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던 천주교 인천교구의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가 12일 오전 선종했다. 61세. 인천교구에 따르면 차 신부는 마지막 자리를 함께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와 동료 사제들에게 “항상 희망을 간직하시라”, “서로 용서하시라”는 말을 남기며 이 시대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 강한 책임과 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 화성 태생인 차 신부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에 입학해 1991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를, 사목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인천교구 하성본당 주임신부, 인천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인천교구청 보니사시오 대강당에 마련됐으며 장례미사는 14일 오전 10시 답동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된다. 장지는 인천 서구 백석 하늘의 문 성직자 묘원. (032)765-696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법당훼손 사과’ 손원영 교수 “내년 복직”

    ‘법당훼손 사과’ 손원영 교수 “내년 복직”

    법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를 대신해 사과하고 법당 복구 기금을 모금해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당한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가 복직할 전망이다. 법원이 파면 무효 판결을 내린 데 이어 학교 측이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쫓겨난 지 3년여 만의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1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에 취한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 개운사에 들어가 법당과 불상을 훼손한 일에 대해 손 교수가 대신 사과하고 법당 복구를 위한 기금을 모았다. 이에 대해 서울기독대를 운영하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학교법인 환원학원은 ‘손 교수의 행위가 교단 신학에 맞지 않는다’며 2017년 2월 그를 파면했다. 환원학원 측은 당시 “본 대학과 법인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함으로써 정체성에 대한 성실성이 훼손됐다”며 파면 이유를 밝혔다. 이후 손 교수는 법원에 제소했고 1, 2심 모두 승소했지만 학교 측이 복직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고 최종 시한인 지난 4일까지 학교 측이 상고하지 않아 손 교수가 최종 승소한 셈이 됐다. 지난달 11일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환원학원이 2017년 2월 내린 손원영 교수 파면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선고하면서 학교가 손 교수에게 2017년 3월 1일부터 복직할 때까지 매월 임금 상당액과 이자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손 교수의 언행이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나 서울기독대의 정서와 반하는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대학이나 공공기관 활동 자격 제한 ▲모금 활동 성금을 불상 제작이 아닌 종교 간 평화를 위한 모임에 기부 ▲종교 간 상호 존중과 평화라는 공익적 측면 등을 고려해 “파면이 사회 통념상 징계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여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손 교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학교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복직 명령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법원 판결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소멸한 만큼 이르면 내년 새 학기부터 학교에 복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백양사 총림 23년 만에 해제…“철회하라” 전남 시민단체 반발

    백양사 총림 23년 만에 해제…“철회하라” 전남 시민단체 반발

    한동안 잠잠하던 조계종이 또 내홍으로 시끄럽다. 23년 만에 전남 장성 백양사 총림(叢林)을 지정 해제한 탓이다. ‘지정 요건 미비’라는 이유로 총림이 해제되자 백양사 측이 즉각 해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전남 지역 불교 시민사회단체도 반발하면서 마찰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정 해제 조치가 다른 총림으로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놓고 조계종 사찰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최근 정기회에서 ‘백양사 고불총림 지정 해제의 건’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 출석 의원 76명 중 67명이 찬성해 가결시켰다. 고불총림이 총림법에서 규정한 총림 구성 요건을 ‘현저히’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우선 해제의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고불총림 지정 당시 서옹 스님 생존 시에만 총림을 인정하기로 조건부 지정했다는 점도 해제 사유로 제기됐다. 화엄회 간사 도심 스님은 대표 발의를 통해 “조건부 총림으로 지정된 백양사는 서옹 스님 열반으로 사실상 총림 자격을 이미 상실했고 조건부 지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백양사가 총림다운 실질 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상황이 악화돼 왔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총림 지정 해제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총림 해제가 결의됐지만 통도사는 이듬해 3월 다시 총림으로 지정됐다. 당시 통도사 총림 재지정은 1998년 종단 사태라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것이었지만 총림 지정 조건 미비를 이유로 해제되기는 백양사 고불총림이 처음이다. 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는 1947년 만암 스님이 고불총림을 개창했지만 한국전쟁 때 소실된 뒤 1980년 복원을 시작해 1996년 서옹 큰스님이 다시 총림으로 공식 승격시켰다.총림 해제로 백양사는 주지 선출을 비롯한 사찰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은 “중앙종회는 백양사와 사전 협의가 없었고, 총무원의 개선 요청과 별개로 긴급하게 처리한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토진 스님은 특히 “충분히 개선할 의지가 있고 개선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총무원이 제시한 개선 요청 시한이 남았다”며 “고불총림 백양사 총림해제 건에 대한 향후 남은 절차에서 다시 검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을 방문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조만간 지역사회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불교에서 총림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한다. 현재 백양사(고불총림)를 비롯해 통도사(영축총림), 해인사(가야총림), 송광사(조계총림), 수덕사(덕숭총림), 범어사(금정총림), 동화사(팔공총림), 쌍계사(쌍계총림) 등 8대 총림이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총림이 출가자와 공부하는 학인(學人) 스님의 감소 탓에 총림 조건을 상실하거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의 최근 8대 총림 실사 결과에 따르면 총림 구성 요건을 모두 운영 중인 곳은 영축총림이 유일했다. 5개 총림은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두 곳은 아예 율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백양사 고불총림 해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임시회에서 일부 종회 의원들은 “학인 수 감소는 어느 총림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총림 구성 요건 미비 등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할 것을 요청했지만 소수 의견으로 남았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출가자 급감과 그에 따른 학인 부족은 총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구본사도 비슷한 형편”이라며 “종단 교육 체계의 검토와 함께 방장의 주지 추천 권한 등 총림 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불교 30년 후 어떤 모습일까

    ‘30년 후 한국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또 불교는 무슨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단이 30년 뒤 한국불교의 미래와 역할을 스님들에게 직접 묻는 대대적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는 오는 연말까지 법랍 10년 이상 조계종 모든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국불교의 미래설계를 위한 설문 조사에 돌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조계종을 포함한 한국불교의 중장단기 과제와 전략 수립에 대한 기초적인 여론을 스님들에게 직접 묻는 종단 차원의 첫 설문 조사다. 지금 한국불교는 출가자 감소와 인공지능(AI)의 등장, 수행체계의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설문 조사는 그런 위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설문 대상이 방대하다. 전국 25개 모든 교구, 법랍 10년 이상인 스님 9455명이 해당된다. 설문 조사는 결계와 포살법회 등 대중 모임이 열릴 때 방문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설문 내용도 무려 102개나 된다. ‘스님이 바라는 신도상’, ‘시대변화에 따른 사찰의 역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출가자 감소’, ‘종단의 미래지향적 종책’, ‘시대에 맞는 신행과 계율’, ‘청규와 수행’ 등이다. 조계종은 교구, 법랍, 연령, 거주공간, 성별 교차 분석을 시행한 뒤 연내 결과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지금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 등 개개인의 위기가 아닌 종단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불교의 지속가능한 존립과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고 종책을 개발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반성하는 학살자 반성없는 범죄자, 용서는 가능한가

    반성하는 학살자 반성없는 범죄자, 용서는 가능한가

    모텔에서 투숙객을 살해한 ‘한강 시신 훼손’ 사건의 피고인, 장대호에게 엊그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용서를 구하고 싶지 않다’던 장대호는 손톱만큼의 반성도 없었다. 유족에 대한 사죄와 뉘우침은커녕 취재진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용서받지 못할 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장대호가 사과나 반성을 했다면 용서받을 수 있었을까. 사건을 나치와 홀로코스트 피해자 유대인의 관계로 옮겨 보자.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장교가 임종 직전 한 유대인 앞에서 사죄하고 용서받았다면 진정 용서받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제2차 세계대전기 한 나치 장교와 유대인 사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프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유대인 말살정책’의 총책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비롯해 무려 110명의 나치 전범을 색출해 심판대에 세운 ‘나치 헌터’ 시몬 비젠탈(1908~2005)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대인인 비젠탈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일가친척 89명을 잃고 아내와 단 둘만 살아남았던 인물. 그는 강제수용소에서 수용돼 있던 중 죽음에 임박한 한 나치 장교의 병실에 불려가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수백명의 유대인을 좁은 집에 몰아넣은 뒤 불을 질렀고,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범죄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나치 장교 앞에서 침묵한 채 병실을 나섰던 비젠탈은 이후 번뇌에 빠졌다. ‘용서했어야 할까’, ‘나의 용서가 모든 유대인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비젠탈은 그 체험을 자전적 소설로 담은 ‘해바라기’를 1969년 발표하면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 물음에 전 세계 지식인, 종교인, 예술가 53명이 답변을 전해 왔고 소설 ‘해바라기’에 그 답변들을 묶어 1976년 출간한 게 ‘모든 용서는…’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1997년 개정판을 옮긴 것으로 2006년 ‘해바라기’라는 이름의 한국어판에 빠진 부분을 모두 수록한 완결·완역판인 셈이다. 53인의 글은 가치관과 입장에 따라 다양하다. ‘섣부른 용서는 희생자에 대한 배신’,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라면 하느님조차 피고인일 뿐’, ‘그의 인간성에 경의를 표한다’…. 이탈리아 화학자 프리모 레비는 ‘만약 그를 용서했다면 더 큰 고통에 직면했을 것’이라 단언하고 미국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는 ‘섣부른 용서는 악을 희석시킬 뿐’이라고 거든다. 미국의 유대교 신학자 앨런 버거는 ‘값싼 은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런가 하면 달라이 라마는 ‘기억하되 용서하라’고 일갈하며 데스몬 투투 주교는 ‘용서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독자들은 이 화두를 놓고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를 놓고 많은 상념에 빠져들 듯하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일본군 위안부처럼, 엄연하지만 여전히 가해자의 사죄 없는 역사의 아픔에 포개져 더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용서와 화해의 방향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용서는 상대방에 대한 진실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대역사기록센터’를 설립해 나치 전범을 추적했던 비젠탈은 1996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 옛 유고슬라비아의 테러 주동자들을 단죄하도록 촉구했다. “보스니아 사태는 그야말로 반인류적인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종 청소며 남녀노소를 불문한 민간인 학살이며 무슬림 여성에 대한 강간 등 비록 홀로코스트라는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그 당시의 공포를 상당 부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강제수용소에서 나치 장교를 용서하지 못한 일을 두고 번뇌에 빠진 비젠탈에게 유대인 친구가 던졌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끙끙 앓는 소리를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일단 우리가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고 이 세상이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사람들이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게 된 다음이라면 그 용서니 뭐니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할 시간은 충분히 있을 거야.”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백석예술대, 세상과 소통하는 ‘만화애니메이션 졸업전시회’ 개최

    백석예술대, 세상과 소통하는 ‘만화애니메이션 졸업전시회’ 개최

    백석예술대학교(총장 윤미란) 디자인미술학부(학부장 조애래)에서 제17회 만화애니메이션 졸업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 5일 오프닝행사를 시작으로 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백석예술대학교 백석비전센터 3층 비전갤러리에서 열린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는 백석예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이 ‘창세기 1장 1절’을 주제로 웹툰 60편과 애니메이션 16편, 8편의 출판만화 등을 출품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며 학생 각자의 독특한 개성으로 빚어진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한 디자인미술학부 김재호 교수는 “천지창조의 영감으로 학생들이 인간의 상상 그 이상의 작품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하는 작가들이 되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의 훌륭한 작가로서의 발전을 기대했다. 전시회장을 찾은 백석예술대학교 김성호 대외협력부총장은 “학생들의 노력이 멋진 결실로 나타나 감사하고 뿌듯하다”며 “사회로 첫 걸음을 내딛는 여러분들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화는 비언어적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다”라며 “학생들에게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적극 격려했다. 방배(백석예술대)역 2번 출구에 위치한 백석예술대학교는 이웃과 함께하는 대학을 실현코자 전시, 연주는 물론 각종 공연을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오는 11월 13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제28회 스토리가 있는 음악쉼터가 백석비전센터 1층 하은홀에서 열릴 예정이며 제4회 백석미디어페스티벌이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교내 비전갤러리와 메가박스(이수)에서 개최된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영상미디어 작품 35편, 3D 애니메이션 3편, 단편영화 40편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자금성을 중심으로 3000여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중국 베이징의 전통 뒷골목 후통(胡同). 1980년대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재개발되면서 옛 모습을 대부분 잃었지만 원(元)대 이후 80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역사의 수장고이자 삶의 터전이다. 자금성이며 만리장성, 천안문 같은 걸출한 명소에 가려져 건성건성 보고 지나치는 관광지쯤으로 여겨지는 곳.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는 그 먼지에 뒤덮인 수장고를 열어젖혀 역사 속에 숨었던 공간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놓은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 6개월간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던 현 서울신문 사회부장 이창구씨. ‘유서 깊은 후통에서 중국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권유로 매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후통 곳곳을 누볐다. 그 발굴 작업(?)을 통해 건져 올린 망각과 방치의 역사며 인물들의 면면이 방대하고 흥미롭다. 맨 앞에 배치한 ‘독립운동가의 거리’에선 우리 독립운동사의 숨은 명장면이 숱하다.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 후통 28호, 김원봉의 의열단이 암약했던 와이자오부제 후통, 신채호 선생의 활동상이 혁혁한 난뤄구샹과 진스팡제…. 특히 허우구러우위안 후통의 이회영 선생 집이 독립투사의 아지트였음이 밝혀져 놀랍다. 매일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이 찾아왔다는 증언을 보면 이회영의 집은 독립운동가들의 집합처이자 망명객들의 사랑방, 독립운동 본부였음에 틀림없다. 발굴 작업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깃든 이색적인 거리로 이어진다. 전통 담뱃대 가게며 골동품 가게, 고서점, 표구방이 즐비한 옌다이셰제, 공묘와 국자감이 있는 궈쯔젠제….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후통은 중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공간이다. 타 후통에선 늘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는 루쉰의 연민과 동심 가득한 얼굴을 찾아내고, 화 후통에서는 청을 멸망시킨 장군 차이어가 위안스카이에 의해 가택 연금당했던 고통을 읽는다. 신문기자답게 순례의 자전거 페달은 베이징의 진보 신문 징바오를 창간해 ‘중국 기자정신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사오피아오핑(邵萍)의 혼이 깃든 웨이란 후통 30호에서 멈춘다. 5·4운동의 발기인이었던 사오피아오핑은 결국 총살당했다고 한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징바오의 옛 건물 앞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내부 모순과 부패에 스스로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사] 행정안전부, 충남 아산시, 매일산업, 한국금융연구원

    ■ 행정안전부 ◇ 국장급 전보 △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사무국장 김성엽 ■ 충남 아산시 ◇ 서기관 승진 △ 평생학습문화센터소장 김성호 ◇ 사무관 전보 △ 사회복지과장 윤연옥 △ 둔포면장 유지상 △ 축수산과장 김동윤 △ 온양1동장 김만태 △ 도로과장 한영석 △ 공공시설과장 박종열 △ 감사위원장 정영제 ■ 매일산업 △ 편집국장 이강미 ■ 한국금융연구원 ◇ 발령 △ 임진 가계부채연구센터장
  •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프랑스 왕정체제를 허문 시민혁명 프랑스대혁명(1789)의 뿌리는 계몽주의 사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가들과 비평가들은 그 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을 풍자에서 찾는다. 왕실에 만연한 사치와 향락, 특히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탕과 성적 문란을 향한 대중들의 분노. 거리에 뿌려지는 앙투아네트의 문란상을 담은 포르노그래피며 시·소설, 낙서…. 그 풍자로 분노한 대중은 결국 콩코드광장에서 두 사람을 처형했고 공화정 체제를 이끌어 냈다. 프랑스대혁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풍자는 ‘비판적 웃음’의 속성을 갖는다. 현실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부정과 모순된 현실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통한 이상 세상의 구현을 노린다고 할까. 하지만 풍자는 사회통념에 크게 역행하지 않는 시각과 사회 발전을 향한 냉철한 시선을 가질 때 빛을 발한다. 거꾸로 지나친 왜곡과 특정 집단의 이익에 기울 때 사회적 공감은커녕 부메랑의 참극으로 끝나기 일쑤임을 역사는 역력히 보여 준다. 풍자의 역풍은 근래 우리 정치계에서도 또렷하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이 국회의원회관에 걸려 논란을 빚었고, 이에 앞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한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해 말썽을 빚었다. 나체로 풍자된 박 전 대통령 곁에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침몰하는 세월호를 곁들인 풍자화 ‘더러운 잠’은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끝에 전시를 주최한 민주당 의원은 6개월 당직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고 ‘육××놈’, ‘불×값’,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같은 비속어가 동원됐던 연극 ‘환생경제’도 결국 ‘여의도’ 대표였던 한나라당 의원의 사과로 매듭지어졌다.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식의 진영 싸움 중에 불거졌던 일그러진 풍자는 모두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아 불쾌한 여운만 남긴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풍자 만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화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자유한국당이 안데르센 동화를 패러디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선 문 대통령이 간신들 말에 속아 실체가 없는 ‘안보 재킷’과 ‘인사 넥타이’를 착용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면서 국민들의 비웃음을 산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둘 수 없지.” “차라리 우리 집 소가 낫겠어.” 영상 안에서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의 비난 목소리도 등장한다. ‘천인공노할 내용’이라거나 ‘비판에도 품격을 지키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 논란을 빚었던 꼴사나운 풍자 세태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된 듯해 씁쓸하다. 장원급제하고도 방방곡곡을 떠돈 김삿갓은 숱한 방랑기를 남겨 여전히 회자된다. 일부 문학계에선 ‘한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칭송까지 받는 김삿갓의 세상 풍자록인 방랑기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욕심 없는 청빈과 사심 없는 절제 때문이 아닌가. 대중들의 풍자는 정치인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kimus@seoul.co.kr
  • 개신교 신자 5명중 4명 기독교 정당 정치 참여 반대

    한국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기독교 정당의 정치 참여에 반대하며 ‘태극기 부대’에 참여한 교인은 2.9%에 불과하다. 이같은 사실은 (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개신교인 1000명과 비(非)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2019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 79.5%가 반대 입장을 보인데 비해 찬성은 5.2%에 그쳤다. 보통, 혹은 모르겠다는 응답은 15.2%였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참여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교인의 2.9%만이 참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참여했다고 응답한 교인중 5회 미만 참여는 2.6%, 5회 이상은 0.3%에 불과했다. 이와관련해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언행을 놓고는 개신교인의 절반이 훨씬 넘는 64.4%가 ‘전 목사가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려 된다’는 입장도 22.2%나 됐다. 이에비해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교인은 10.1%, ‘적극 지지한다’는 신자는 3.3%로 전 목사 언행에 사실상 동의하는 교인은 13.4%에 불과했다. 특히 전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과 관련해선 개신교인의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동의한다는 8.8%에 그쳤다. 보통이나 잘 모르겠다는 답은 19.3%였다. 이상철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은 설문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극단적 극우 행보를 보이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개신교인의 3분의 2가량이 반감을 보이지만 13.4%라는 옹호 세력이 있다.”며 “이것은 개신교가 극우 정치에 말릴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위험성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신교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동성애를 놓고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의견이 엇갈렸다. 개신교인의 58.4%가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동의했지만 비개신교인은 25.0%에 그쳤다. 또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에 개신교인의 22.9%, 비개신교인의 48.2%가 응답해 개신교인 여부에 따라 입장차가 크게 나뉘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개신교 신자 5명중 4명 기독교 정당 정치 참여 반대

    한국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기독교 정당의 정치 참여에 반대하며 ‘태극기 부대’에 참여한 교인은 2.9%에 불과하다. 이같은 사실은 (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개신교인 1000명과 비(非)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2019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 79.5%가 반대 입장을 보인데 비해 찬성은 5.2%에 그쳤다. 보통, 혹은 모르겠다는 응답은 15.2%였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참여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교인의 2.9%만이 참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참여했다고 응답한 교인중 5회 미만 참여는 2.6%, 5회 이상은 0.3%에 불과했다. 이와관련해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언행을 놓고는 개신교인의 절반이 훨씬 넘는 64.4%가 ‘전 목사가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려 된다’는 입장도 22.2%나 됐다. 이에비해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교인은 10.1%, ‘적극 지지한다’는 신자는 3.3%로 전 목사 언행에 사실상 동의하는 교인은 13.4%에 불과했다. 특히 전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과 관련해선 개신교인의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동의한다는 8.8%에 그쳤다. 보통이나 잘 모르겠다는 답은 19.3%였다. 이상철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은 설문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극단적 극우 행보를 보이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개신교인의 3분의 2가량이 반감을 보이지만 13.4%라는 옹호 세력이 있다.”며 “이것은 개신교가 극우 정치에 말릴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위험성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신교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동성애를 놓고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의견이 엇갈렸다. 개신교인의 58.4%가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동의했지만 비개신교인은 25.0%에 그쳤다. 또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에 개신교인의 22.9%, 비개신교인의 48.2%가 응답해 개신교인 여부에 따라 입장차가 크게 나뉘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혼男도 신부 허용, 연말 교황 결정에 달렸다

    기혼男도 신부 허용, 연말 교황 결정에 달렸다

    시노드 투표 결과 찬성 128표·반대 41표 구속력은 없지만 900년 금기 깨는 사건 “성직자 부족 해소… 교세 확장에도 도움” “전통을 하루아침에 허무는 위험한 편법” 표결은 안 했지만… 여성 부제 인정도 촉각 ‘결혼한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 허용?’ 요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천주교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세기적인 이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가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권고안을 냈기 때문이다. 올 연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올해 시노드에서 주교 대의원들은 남미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 대한 사제 서품 허용 여부를 표결에 부쳐 허용 권고안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28표, 반대 41표였다. 사제 수가 턱없이 부족한 아마존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구성되고 안정적인 가족을 지닌 공동체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남성’이란 자격 단서를 달아 사제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권고안은 올 연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종 결정에 따라 효력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노드의 권고안은 구속력이 없으며 ‘사도적 권고’ 형식을 통해 교황이 결정하고 선포하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천주교계는 교황이 아마존 지역에서 기혼 남성에 대한 사제품 허용을 결정할 경우 900년 만의 가롤릭 전통을 깨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제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서 어쩔 수 없는 허용’, ‘가톨릭의 전통을 하루아침에 허무는 위험한 편법’ 등 이번 시노드 권고안을 놓고 천주교계에선 보수·진보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허용 찬성 측은 갈수록 가속화하는 천주교 신자 감소를 해결하고 교세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치켜세운다. 이들은 개신교나 동방정교회, 영국 성공회에서 오래전부터 사제의 결혼과 출산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에 비해 반대 측은 ‘사제 독신’이란 천주교 전통의 전형을 하루아침에 깨는 단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천주교도 초기엔 사제 결혼에 특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중세 들어 종교의 세속화가 논란이 되면서 금욕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에서 독신제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천주교계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면서도 이 독신주의가 교리가 아닌 규율과 전통이라는 점을 감안해 바뀔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시노드는 프란치스코교황이 2017년 ‘사제 독신주의’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요청해 열렸다. 기혼 남성에 대한 사제품과 함께 여성 부제 허용도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이번 시노드에선 가톨릭이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사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진 않았다. 대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 말미에 “초기 교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며 관련 연구를 지속할 뜻을 비쳤다. 전형적인 입장이 나올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천주교에선 여성 사제는 물론 단 한 명의 여성 부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황이 여성 부제 허용 쪽에 방점을 찍을 경우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안봉환 신부는 “기혼 남성 사제와 여성 부제 인정은 종교적 문제에 국한한 교황 혼자만의 독단적 판단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연말 교황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천주교 안에서 지적돼온 사안들에 대한 성찰과 파급 효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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