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청담평전·성철법어집 출간 “스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빈 연못에 바람이 울고 있다
“설령 금생에 성불(成佛)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을 다 건져놓고 부처가 되겠다.”.흔히 청담(1902∼1971)스님은 일제시대 대처승제 도입으로 왜색이 짙어진 경향에 맞서 본연의 한국불교로 돌아가자는 ‘불교정화운동’의 선봉장으로 각인된다.참선과 수행,법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정화불교’인식에 갇힌 채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던 것이다.
‘빈 연못에 바람이 울고 있다’(혜자·이상균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는 이처럼 부분적으로 왜곡됐던 청담 스님의 행장을 더듬어 참모습을 전하려 애쓴 평전의 가치를 갖는다.
생애를 19개의 에피소드로 훑어간 책에서는 스님의 고뇌와 사람·불교계에 대한,알려지지 않았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출가에서부터 만공 스님등 은사들과의 만남,조계종 종풍 확립의 기반이 된 문경 봉암사 결사,정화논쟁,열반까지 일관된 사상과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생생하다.
겨우 작은 어린아이가 들어갈 만한 토굴에 공양(음식) 드나들 자리만 남긴채 문에다 문을 박고 정진한 문수암 안거며,한국 불교의 분기점을 이룬 봉암사 결사때 가사·장삼을 회색으로 물들이고,발우는 철발우를 써야 한다는 등 17개 항의 규약을 고집해 이후 수행자들의 계명이 되게 한 상황도 상세하게 드러난다.
이승만 정권시절 비구·대처승의 알력에서 불거진 정화운동의 꽃 ‘6비구 할복사건’도 소설처럼 풀어진다.9800원.
■이 뭐꼬
철저한 수행과 거침없는 말투로 ‘가야산 호랑이’라 불린 성철(1912∼1993)스님.열반 때까지도 숱한 화제를 뿌린 스님이 남긴 것은 누더기 장삼 한 벌과 안경,서책뿐이었다.
‘이 뭐꼬’(성철 지음,원택 엮음,김영사 펴냄)는 성철스님의 상좌인 원택스님이 성철 스님의 대표적인 법문을 추린 책이다.
‘이 뭐꼬’는 스님이 대중들에게 자주 들었던 대표적인 화두.“‘이 뭐꼬’라는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깨치게 되고 마음의 본래모습을 알 수 있다.”는 스님의 설명마따나 책은 허상에만 얽매인 세인들이 자신을 한번 들여봄직한법문들로 가득하다.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 사회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을 물이로다.”“나는 본래 푸른 산이나 바라보고 흰 구름이나 쳐다보며 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산(山) 사람이다.나의 말에 속지 말라.”“요즘 보면 밥을 먹는 사람보다 밥에 먹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이것은 인간 자신의 존엄성을 상실한데서 비롯되었다.”
스님은 지난 93년,출가했던 바로 그 자리인 해인사 퇴설당에서 “참선 잘하거라.”는 말을 남긴 채 열반했다.
장좌불와 8년,동구불출 10년에 대쪽같은 고집과 선풍으로 일관한 스님의 예사롭지 않은 삶의 편린들이 녹아있는 말들이다.8500원.
김성호기자 ki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