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말하는 인간의 존재
21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안은미컴퍼니가 선보일 현대춤 ‘정원사´는 어려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안은미 특유의 춤언어로 아이들의 시선까지 무난하게 끌어들이는 신작이다.
춘향이며 바리 같은 우리의 전통 소재를 익살스럽게, 때로는 엉뚱하게 해석하는 안은미 춤세계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파격의 무대. 천(天)·지(地)·인(人)의 조화를 큰 틀로 삼아 만물과 어울리고 부대끼는 인간의 욕심과 존재가 다양한 볼거리에 얹혀 풀어진다.
하늘과 땅의 가운데 서 있는 인간이란 늘상 무언가를 꿈꾸고 이루려다 좌절하며 살아가는 존재. 태초부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출발부터 끝까지를 무대 위에 설정, 얽히고 설킨 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을 ‘정원사’가 지켜보는 흐름이다.
‘몸으로 쓰는 인간 존재의 시적 우화’. 안무자 안은미의 설명 그대로 춤은 무용수들의 다양한 몸짓이 무대 위 원색의 물결과 파격적인 의상, 스토리의 기발한 반전과 맞물리며 마치 우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끌어간다. 결국 실패와 좌절 속에서 다시 일어서고 살아가는 모습을 ‘파격과 도발의 춤꾼’ 안은미 특유의 춤언어로 풀어 힘과 의지를 살려내는 작품이다.
스펙터클한 시각적 장치와 쉼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몸짓들에서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의 무대를 지루하지 않게 장식해가는 안무자의 내공이 읽힌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곳의 숨은 장치들에는 아이들의 시선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담겼다. 독무,3인무,4인무, 군무로 이어지는 짤막짤막한 춤에 흥미롭게 연결한 음악도 무대를 살려주는 요소.
안무자 안은미가 연출을 맡아 로만 기온, 고흥균, 강태석, 김선미, 남현우, 박명훈, 이수진, 임현애, 정완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031)783-8000.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