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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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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6)원불교 원광조 교무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6)원불교 원광조 교무

    경기도 안성의 한겨레중고등학교는 북한을 이탈한 새터민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을 준비시켜주는 중·고교 통합 특성화학교. 원불교가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이 학교에선 100명의 학생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반으로 나뉘어 한국의 생활과 교과과정을 익히며 새 터전에 적응하는 법을 새록새록 배워가고 있다. 이곳엘 가면 학생들은 물론 32명의 한국인 교사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인기 최고인 젊은 여성이 단연 눈에 띈다. 학생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친구인가 싶으면 어느샌가 엄한 선생님으로 회초리를 드는 원광조(32·본명 타시돌마·인도) 사감.2007년 초 이곳에 부임해 새터민 학생들의 밤낮 생활을 책임지는, 원불교 유일의 외국인 여성 교무이다. ●새터민 학생 돌보는 유일한 외국인 여성교무 외국인으로 원불교에 귀의한 교무는 독일출신 한 명, 광조 교무를 포함한 인도출신 두 명 등 총 세명. 이가운데 한국에 살고있는 유일한 외국인 교무가 광조 교무이다. 전체 교무의 절반가량인 3000여명의 여성 교무중 유일한 외국인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 델리 교당 교무인 오빠와 함께 원불교에 연을 맺어 줄곧 한국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 타시돌마, 아니 광조 교무에게 한국은 무엇일까. 검은 치마, 흰 저고리에 단정하게 쪽진 머리. 일반인들이라면 대뜸 원불교의 상징쯤으로 떠올리는, 여성 교무들의 정복차림새다.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사감 광조 교무에겐 이 차림이 썩 잘 어울린다. 이국인의 얼굴만 아니라면 걷는 걸음걸이며 매무새가 마치 오랜세월을 원불교에 몸담아 살아온 한국의 뭇 여성 교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히말라야산맥 북서단과 라다크산맥 사이의 고원지대인 인도 라다크의 불교집안에서 8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광조 교무. 그는 얼핏 봐도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말썽을 많이 부린 말괄량이.”라고 어린 시절을 소개하면서 “경찰이 되는 게 꿈이었다.”는 말을 붙인다.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종의 예비대학교 2학년 재학중 경찰시험에 합격해 면접까지 통과했다고 한다. 한국의 부모나 인도의 부모나 자식 욕심 많기는 마찬가지. 부모들은 ‘남녀 평등’을 늘상 입에 올리며 자녀들을 모두 의사로 키우려는 욕심이 많았다고 한다. 원불교에 귀의해 델리교당 교무가 된 오빠와 인도에 살고있는 두 언니도 모두 의대 출신. 집안의 반대에 막혀 경찰의 꿈을 접고 타이완의 한의대에 진학할 요량으로 혼자 준비할 때인 1994년이었다. 라다크에 원불교 병원이 문을 열어 한국의 원불교 관계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 한국에서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다니던 오빠의 “한국에서 한의학 공부를 해보라.”는 권유에 주저하다가 우연히 라다크 병원 행사엘 갔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당시 서울 강남교당 교무였던 박청수 교무였다. ●몸을 아끼지 않는 한 여성교무에 반해 한국행 “여자의 입장에서 그토록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을 챙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원불교가 무엇인 지도 모른채 인간 박청수 교무를 먼저 알게 된 것이지요.” 원불교, 아니 ‘인간 박청수’에 반해 한국행을 결심, 박 교무가 시무하던 서울 강남교당에 몸을 담은 것은 1997년 7월. 본격적인 원불교 공부에 앞서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교당에서 원불교 기초 교리를 배우며 한국말을 열심히 익히는 인도 처녀에게 강남교도들은 살붙이처럼 지극한 정성을 쏟았던 것 같다. 당시 자신의 학비며 용돈을 댄 이른바, 은(恩)부모들이 지금 생각해도 여간 고마운게 아니란다. 원광대 원불교학과와 원불교대학원 대학교를 졸업하고 강남교당 교무로 시무를 시작한게 2004년.6년간의 원불교 공부를 마치고 마침내 출가, 원불교 사람이 된 것이다. 광조(光照)란 법명은 교무 일을 시작하면서 박청수 교무가 지어준 이름. 원불교의 원(圓)자로 성을 삼고 ‘세상에 널리 빛을 비추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박청수 교무 역시 어머니로부터 “한 가정에 매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 큰 뜻을 펴라.”는 말을 듣고 출가의 원을 세운 인물이다. 지금 한겨레중고등학교 사감이 된 것도 박청수 교무의 권유를 따른 것이라니 그와 박 교무의 인연은 꽤나 질긴 것이다. 한데 새터민 학교 사감자리를 맡은 게 박 교무와의 인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신입생 면접 자리에서 원불교 교무로 무슨 일을 하고싶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엉뚱하게도 “북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답을 냈다. 막연히 북한 주민들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만 알았지, 북한의 실상을 전혀 모른채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운명인 것 같아요. 말이 씨가 됐다고 하나요. 이렇게 여기서 북한 출신 학생들과 같이 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사람살이는 모두 인연 공덕의 연속이죠” 학생들에게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는 사감이지만 사실상 잠자리까지 24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부대낀다. 기초 영어 교육이며 인생상담도 그의 몫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학생들을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대한다. 당연히 학생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았던 어린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고 살갑게 맞아주기 위해 지난 가을학기부터는 대구사이버대학에 편입학해 미술치료학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살이가 모두 인연공덕의 연속이지요.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나 모두 인연의 끈으로 매인 것인데 어느 누구에겐들 소홀히 대할 수가 있습니까.” 이곳의 학생들과 생활하다보면 ‘언제 그 어렵고 고달픈 생활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씀씀이와 행동거지들이 분방하다고 한다.‘지난 시절의 힘든 때를 생각하라.’고 야단치지만 그 때 뿐. 그래도 닫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앞서 내가 먼저 마음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을 세우자.’ 원불교 교도들이 아침저녁으로 마음에 새기는 수행지침으로 늘상 마음을 다진다. “모든 일이란 것이 원래 좋고 나쁨 없이 상황에 따라 생겨나는데 근본원인을 따지지 않고 생겨난 것만 보게 되는 게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힘겨운 상황에서도 좋은 이, 나쁜 이를 가리지 않게 해달라고 거듭 거듭 이렇게 되뇌이며 자신을 추스린다.“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말을 하면서도 쪽진 머리가 흐트러질까 연신 손 빗으로 머리를 매만진다. 원불교 여성 교무, 즉 정녀(貞女)라면 응당 하도록 되어있는 독신서약도 원불교법을 따라 당당하게 하겠단다. 한국의 사찰을 찾아 좌복(방석)에 앉아 목탁을 치다가 주지 스님에게 혼났던 지난 일을 들춰내며 “한국의 종교를 너무 모르는 철부지”였다는 광조 교무. 비록 철부지 말괄량이였지만 이제는 한국과 한국종교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다. “원불교 교무가 아니었다면 의사가 되어있을 것이지만 나 보다 남을 먼저 보고 생각하는 더 큰 의미의 의사로 살겠다.”는 광조 교무, 아니 타시돌마. 학교 문을 나서는 기자에게도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안성 글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원광조 교무는 ●1975년 인도 라다크 출생 ●1994년 한의대 진학 준비중 라다크에서 박청수 교무 만나 원불교 귀의 ●1997년 서울 강남교당 생활 ●2002년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2004년 원불교대학원 대학교 졸업 ●2004년 강남교당 교무로 시무 ●2007년 한겨레중고등학교 사감
  • 유럽·한국 안무가 성남서 워크숍

    유럽과 국내 안무가가 만나 다각도로 교류하는 무용 레지던스 프로그램 ‘땅따먹기 프로젝트’가 9일부터 2주간 성남아트센터를 비롯한 경기도 일대에서 펼쳐진다. 경기문화재단과 성남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유럽과 국내에서 각각 8명의 안무가가 참가해 리서치, 워크숍, 쇼케이스 등을 통해 서로의 춤과 문화를 나누게 된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전인정 씨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2주간 매일 춤 작업과 회의,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모란 5일장, 수원성 등을 탐방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참가자들이 엮어낸 다양한 시도와 교류의 성과는 15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친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다. 무용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교류를 위해 인류학자, 디자이너, 작곡가,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이 프로그램은 젊은 예술가들의 시야와 춤 세계를 넓힌다는 계획하에 마련된 것”이라며 “서로의 고유 영역을 적극 침범하면서 이해와 소통을 추구하는 놀이의 개념을 실현하자는 취지로 ‘땅따먹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재단법인 ‘행복세상’ 출범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나 법령 개선방안 등을 연구하는 재단법인 ‘행복세상’ 창립대회를 열었다. 행복세상은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모든 국민이 안정된 삶을 누리고 약자가 보호받는 나라 등을 목표로 한다. 행복세상에는 김 전 장관을 초대 이사장으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장대환 신문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부처님 초기 설법 원형대로 느껴보세요”

    남방불교의 핵심인 ‘니까야’(부류·부파를 뜻하는 팔리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멸한 뒤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결집한 초기불교 경전.부처님의 초기 설법을 원형 그대로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적인 교훈이 풍부해 국내에서 그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니까야’ 중 네번째에 해당하는 ‘앙굿따라 니까야’가 비구니 스님에 의해 처음 한국어로 완역됐다. 초기불전연구원 원장인 대림(왼쪽 사진·45) 스님이 주인공. 경주시내 골방에서 2년여 동안 수행하다시피 공을 들여 지난해 8월 제1,2권을 번역출간한 뒤 지난 4월 제3,4권에 이어 제5,6권을 내 전6권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매 권의 분량만 해도 500∼600쪽. ‘앙굿따라 니까야’는 주제별 숫자를 기준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묶은 것.2300여개의 경(經)이 들어 있으며 해탈에 이르는 수행 체계와 방법을 일상생활과 연계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대림 스님이 이번에 완역한 ‘앙굿따라 니까야’는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아함경’가운데 대승적 요소가 많은 ‘증일아함경’에 해당한다.‘빠알리(팔리) 텍스트 소사이어티’(영국)가 1932년 낸 영어 번역본이 저본.1935년 일본에서 ‘남전대장경’ 속에 이 번역본을 일어로 번역해 포함시킨 뒤 70년 만에 완역한 것이자 ‘최초의 한국어 번역’이란 큰 의미를 갖는다. 1983년 자운 스님을 은사로 비구니계를 받은 대림 스님은 봉녕사 승가대를 졸업하고 인도·미얀마 등에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초기 불교를 공부해 한국에선 남방불교 연구의 선구로 꼽힌다. 불교수행의 백과사전으로 통하는 ‘청정도론’과 ‘아비담마 길라잡이’를 펴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사회 곳곳 그늘 찾아 연합봉사”

    오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는 3000여명의 목회자가 참여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기독교계가 교파를 초월한 대사회 목회자 봉사단체인 한국교회희망연대(한희연)를 발족해 이날 출범식을 갖는 것이다.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목회자들이 성도와 함께 봉사에 뛰어들기 위해 조직”한 단체. 교회와 목회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반기독적 정서를 인식, 사회참여 측면에서의 책임의식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벼른다.●10개 교단 120개 교회 목회자 참여 참여하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통합, 합동정통, 고신, 감리, 성결, 한국기독교장로회, 침례, 합신, 하나님의성회 등 10개 교단. 영락교회를 비롯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교회, 종교교회, 은평성결교회 등 개신교계의 중대형 교회들이 대부분 들어 있다. 각 교단에서 12개씩 총 120개 교회의 목회자가 함께 하며 이들 말고도 대학생선교회를 비롯한 기관 사역단체와 초교파 교회, 해외교회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희연’은 10일 출범식을 가진 뒤 세계선교·국제봉사·사회봉사·긴급재난·인재양성·외국이주민·국제조직위원회 등 7개의 위원회 체제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 최홍준(부산호산나교회), 박은조(분당샘물교회), 이윤재(분당한신교회), 피영민(강남중앙교회), 옥성석(일산충정교회), 박성민(한국대학생선교회), 권태진(군포제일교회).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가 위원회를 이끄는 책임자들이다.●오는 성탄절을 연합활동 첫 계기로 교회 대표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에서 발기인 준비대회를 열어 이철신(영락교회) 목사를 상임대표로, 정삼지(제자교회)·최이우(종교교회)·양병희(영안교회)·한태수(은평교회)·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공동대표로 뽑아놓았다. ‘한희연’의 약칭은 구약성서 속 희년(禧年·50년마다 노예를 해방하거나 빼앗은 땅을 되돌려주던 유대 풍습)의 정신을 되살린다는 뜻에서 딴 것. 약칭과 관련, 참여 목회자들은 “우리 기독교계의 대사회 봉사가 대부분 개별 교회 차원에서 이뤄져 사회 전체를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한희연은 그동안의 활동과는 달리 ‘연합’과 ‘봉사’를 핵심주제로 택해 사회 곳곳의 그늘진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활동한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머리가 아닌 허리” 역할을 강조하며 수평적인 사역 중심의 모임에 전격 뜻을 모은 ‘한희연’은 오는 성탄절을 연합활동의 첫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살풀이나 승무 같은 우리의 전통춤을 새로운 몸짓과 형태로 볼 수 있는 신선한 무대가 마련된다. 8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질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고을사 월하보(月下步)에’. 이 무용단이 새 감독을 맞아 종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정기공연작이다. 공연 이름 ‘고을사 월하보에’는 궁중무용 ‘춘앵전’ 노래인 창사의 한 구절을 딴 것.‘곱디고운 달빛 아래에서의 걸음’이라는 뜻 그대로 전통춤의 진수들을 다양한 안무의 볼거리들로 비틀어 보여준다는 의도가 담겼다. 한 명의 안무자가 아닌, 여러 무용수들이 직접 안무를 맡은 게 큰 특징. 중견부터 신예까지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이 안무가로 변신해 승무며 춘앵전, 수건춤, 향발무, 박접무를 해체한다. 막이 오르면 ‘하나 더하기 둘’(안무 최형선·백진희)을 통해 우리 전통춤의 기본으로 불리는 승무와 살풀이의 새로운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두번째 무대는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성공한 신사와 떠돌이 각설이를 통해 우리의 참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람ㆍ꿈을 꾸다’(안무 양선희·정미라). 이어서 승무와 관련있는 민속 소재들을 다양하게 끌어내 보여주는 젊은 안무가들의 ‘감성적 유혹 혹은 위험’(안무 김혜자·안덕기)으로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얼핏 봐도 화려한 복식과 우아한 몸짓의 정형화된 궁중무용, 즉 정재(呈才)에 치중하던 국립국악원의 행보와는 많이 다르다. 무용단의 단원들이 안무와 무용의 영역을 넘나들며 기량을 과시하는 이 파격 무대를 떠받치는 이들은 젊은 작곡가 이경섭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부원장인 무대미술가 최상철.(02)580-3394.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교무금도 휴대전화로 내세요”

    ‘교무금을 휴대전화로 납부한다.’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세계 천주교 교구 가운데 처음으로 유선과 무선이 통합된 사목행정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24일부터 시범운영 중인 이른바 ‘정약종 프로젝트’. 한국 천주교가 지난 1997년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모든 교구를 한 전산망으로 연결하도록 구축한 양업시스템 가운데 무선시스템으로 모든 교구가 활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각종 행정 서비스를 무선으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공지사항 전달, 주보 보기, 교리상식, 미사시간 검색 같은 교회의 각종 정보와 콘텐츠를 휴대전화로 제공하게 된다는 것. 신자들이 휴대전화로 교무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행사 참가신청은 물론 신부 등 사제들과의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의정부교구는 이와 함께 가톨릭포털사이트인 굿뉴스와도 연계해 각종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서비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소회의실에서는 한국 교회의 모든 사목행정을 전산망으로 연계하는 통합양업시스템 개발 착수식이 있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전국적인 통합양업시스템이 개통돼 연말에는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주일미사 참여않는 천주교 냉담자 68% “가족 때문에…”

    주일미사 참여않는 천주교 냉담자 68% “가족 때문에…”

    천주교 교인 가운데 주일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종교활동을 쉬는, 냉담자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세례를 받아 입교하는 과정에서도 가족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천주교 수원교구가 최근 교구내 쉬는 신자 3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천주교계의 가정사목이 큰 과제임을 드러냈다. ●냉담자 갈수록 늘어날 전망 조사에 따르면 냉담의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67.8%가 배우자 또는 배우자 이외의 가족 때문임을 들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신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냉담자는 겨우 21%뿐. 냉담의 이유로 배우자를 든 응답자 가운데 여성이 38.8%, 남성이 15.7%로 나타나 남성보다는 여성이 배우자로 인해 더 많이 냉담 상태에 빠지게 됨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냉담자의 72.1%가 견진성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견진성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냉담 원인 가운데 가족이 아닌 교회 안 요소를 묻는 항목에선 39.6%가 ‘고해성사가 불편해서’에 응답해 가장 많았다. 이밖에 ‘전례가 무의미하거나 복잡해서’(15.4%),‘본당 활동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12.4%),‘경제적 문제 때문’(10.0%),‘성직자에 대한 실망과 상처 때문’(9.2%)순으로 많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가 지난 27일 명동성당 별관에서 개최한 제7차 연구발표회에서도 신자 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냉담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와 냉담자 문제는 천주교의 큰 숙제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천주교세 발표에 따르면 신자수는 2010년 522만 2043명(총인구의 10.7%),2015년 583만 3481명(11.8%),2020년 644만 4918명(1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주일미사 참여율은 2010년 24.7%,2015년 22.8%,2020년 21.2%로 차츰 감소하는 등 냉담자 비율도 2014년 40.8%,2015년 41.2%로 증가해 천주교계의 내적 침체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67%가 가족 영향으로 입교 한편 수원교구 설문에 따르면 입교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가족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본인 의지로 세례를 받은 응답자(58.6%) 가운데 ‘가족 일치를 위해 동일한 종교를 갖고 싶어서’(29.2%),‘가족이 함께 세례받기 위해’(23.6%),‘혼인미사를 위해’(13.7%) 등 총 66.5%가 가족 영향을 입교 이유로 들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당나라서 지장보살로 추앙받은 신라 김교각 스님 1000여년만에 불상되어 돌아오다

    신라 왕족 출신으로 당나라에 건너가 지장보살로 추앙받아온 김교각(696∼794) 스님의 입상(入像) 봉안 법회가 23일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명진스님)에서 열렸다. 한·중수교 15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제작해 기증한 3m 높이의 이 입상은 지난 20일 중국 구화산 육신보전에서 점안법회를 봉행한 뒤 중국 종교사무국 예샤오원 국장이 이운단을 이끌고 한국으로 모셔왔다. 이 조각상은 봉은사 법회 후 김교각 스님의 고향인 경주에 있는 동국대 캠퍼스에 봉안된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이날 법어를 통해 “일천년 전 신라왕손께서 붉은 비단옷을 버리고 황해 건너 안후이성 구화산에 도착해 기운 누더기가 열근 무게 되도록 정진하더니 지장(地藏) 대성위(大聖位)에 올랐다.”면서 “근역(槿域)과 중화(中華)의 불이(不二)를 육신불(肉身佛)로 시현(示現)한 이래 양국민의 전통 우의는 빈주불이(賓主不二)로 법류(法流)와 함께 면면(綿綿)하였다.”고 밝혔다. 신라 성덕왕 19년(720년) 중국으로 건너간 김교각 스님은 구화산에서 75년간 수행했다. 생전에 스님의 교화활동이 지장보살과 흡사하다고 해서 중국인들로부터 ‘신라 김교각 중국 지장왕’으로 불리고 있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이 구원을 받을 때까지 자신은 부처가 되지 않겠다며 중생제도에 나섰던 보살이다. 김교각 스님이 입적한 뒤 3년이 되는 해에 유해가 담긴 항아리를 열어보니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 신도들이 등신불로 만들어 육신보전이라 불리는 탑에 봉안했다. 봉은사에서 봉안법회를 가진 입상은 등신불이 아니라 따로 제작한 지장보살상이다. 이날 법회에는 이용희·이상득 국회부의장, 닝쿠푸이 주한중국대사,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 등 4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젊은 춤판 & 중견의 춤사위

    중견 안무가와 신진 춤꾼들. 다시 보는 명작 레퍼토리와 첫선을 보이는 신작들.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국립무용단 안무가 페스티벌’은 한자리에서 다양한 안무가의 춤 레퍼토리들을 대비해 볼 수 있는 짭짤한 춤판이다. 춤판은 크게 ‘동동(東動)’(28·29일,12월1·2일)과 ‘명작 시리즈’(12월6∼8일)로 나뉘어 진행된다.‘동동’이 국립무용단 실험무대인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를 통해 두각을 보인 젊은 안무가들의 춤판이라면 ‘명작 시리즈’는 원로, 평론가, 학계 인사들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 중견들의 레퍼토리를 다시 보는 자리.‘동동’ 무대를 장식할 안무가는 국립무용단원 이지영(황진이)·김남용(너는 왜 내가 아니고 너인가)·정소연(나이스 피싱)과 리을무용단원 홍은주(2007 바라기-슬레이브),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 이혜경(구토), 숙명여대 강사 이미희(거대한 풍경). 위선과 편견에 맞서 살았던 여인 황진이가 요즘 세태에 맞춰 되살아나는가 하면 탐욕으로 갈라진 인간관계가 춤을 통해 회복된다. 그 ‘명작 시리즈’의 주인공은 나름대로 독특한 춤 세계를 일구며 중견 그룹의 리더로 평가받는 안성수(틀)·김윤진(침묵하라)·김윤수(空)의 3인. 일상에 안주하는 게으름과 그것을 깨려는 예술가의 치열한 예술혼, 첨단기술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고민하는 현대인, 허욕과 허영된 삶으로부터의 해방 갈구란 주제들이 다양한 춤 언어와 볼 것들에 담겨 차례로 무대 위에 옮겨진다.(02)2280-4114.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겨자씨가 우레 일으킨다”

    “藕絲 倒須彌(우사체도수미)하고 芥子 飜雷電(개자곤번뢰전)이로다.”(연뿌리 속의 실로써 수미산을 끌어 넘어뜨리고, 겨자씨가 우레와 번개를 흔들어 일으킨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불기(佛紀) 2551년 동안거(冬安居) 결제를 맞아 22일 전국의 수행 납자들을 격려하는 법어를 발표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한국기독교 100년 목회자 참회 기도회

    목회자들이 지난 100년간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참회하는 대규모 기도회가 열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총회장 김영태 목사) 총회가 26일 오후 1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남녀 전도사를 포함, 교단 목회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하는 ‘목회자 참회 기도회’. 한국 장로교회에서 처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지 100년만에 목회자들이 지난 100년간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삶에 부족함이 많았음을 고백하고,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은다. 기도회의 가장 큰 의미는 길선주 목사 등 7명의 한국인들이 1907년 9월17일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처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을 기념하는 자리란 점. 초대 목사 7명의 후손을 비롯해 목사 안수 연도별 대표자, 올해 목사 안수를 받은 700여명 등 모두 1000여명이 참가한다. 목회자들은 이날 한국교회가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 목회자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백하고 철저한 회개와 영성 회복 등을 통해 한국교회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다짐하는 목회자 윤리강령을 선언할 예정이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안티 기독교’ 기독교가 자초?

    ‘안티 기독교’ 기독교가 자초?

    ‘한국의 안티 기독교 바람은 기독교계가 자초한 화?’ 수년 전부터 교회를 겨냥한 교회 밖 사람들의 비판과 반대의 몸짓들은 ‘안티 기독교’라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 이제는 집단행동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분당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이후 한국 개신교계를 향한 질타와 공격은 많은 교회들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한국교회언론회가 2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5가 연동교회에서 여는 ‘안티 기독교 토론회’는 한국사회의 이같은 흐름과 관련해 뭇사람들이 교회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따지는 자리로, 개신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회를 비방·공격하는 이른바 악플러들과 대화를 시도해 주목받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 호주 시드니 사랑방교회의 지성수 목사, 교회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온 세계와기독교 변혁연대 정강길 연구실장, 안티 기독교단체인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의 이찬경 회장이 패널. 안티 기독교 단체 책임자와 해외 목회자, 진보 성향 신학자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아무래도 반기련의 이찬경 회장. 이 회장은 미리 배포된 ‘안티 기독교를 표방하는 이유’ 발제를 통해 “신의 정의를 부르짖고 공의의 하나님을 이야기하면서 신의 심판을 설교하는 종교 엘리트들의 부패가, 그들보다 더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신도들보다 더 치졸하고 야비하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이냐.”고 묻고 “이런 이유로 우리는 기독교가 자정능력이 아예 없었거나 상실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스스로를 정화하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깨끗해지라고 강요하는 기독교의 모순은 서글픈 이야기”라며 “타문화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으로 문화의 상대성·다양성에 대한 존중도 없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사망 사건이 순교로 미화되는 현실은 이런 기독교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지성수 목사는 “2007년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는 자연재해이지만, 한국교회가 아프간 인질 사태로 만난 쓰나미는 분명한 인재”라고 못박았다. 지 목사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인 통치가 소위 자생공산주의인 NL파를 양산했듯이, 한국교회의 병리 현상이 안티 범람현상을 초래했다.”며 “그 동안의 한국 교회의 무분별·무차별·비문명적 선교활동의 부작용이 ‘기독교 박멸’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고 짚었다. 지 목사는 그러나 “서구의 안티는 기독교에 대하여 논리적 반증이나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한국 안티의 특징은 매우 감정적”이라며 “어느 종교나 가지고 있는 종교 일반의 현상을 기독교만의 문제로 보는 등 기독교를 피상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심층적·구조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5)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5)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

    ● 한국 최고의 해외포교사 ‘숭산´스님 뒤를 잇다 2004년 입적한 전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은 오랜 기간 해외포교를 통해 숱한 외국인 제자를 낳은 선사이자, 한국 최고의 해외포교사로 꼽힌다.27일 서울 화계사 대적광전서 있을 숭산 스님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하는 외국인 제자 스님만도 21개국 170명.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계룡산 자락의 국제선원 무상사를 기자가 찾았을 때도 추모제를 준비하는 스님들의 움직임이 여간 부산한 게 아니었다. 여러 외국인 스님들을 총지휘하느라 바쁜 조실 대봉(大峰·57·미국·속명 로렌스 시컬) 스님을 대면한 것은 한참을 기다린 끝이었다. 바쁜 결에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좌복에 꼿꼿하게 앉은 스님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한국의 외국인 스님으론 유일한 숭산 스님 전법(傳法) 제자이자, 숭산의 법맥을 이은 맏형인 때문일까. 전법 제자라 함은 오계와 십계를 받은 제자 중 법사와 지도법사를 거쳐 확실한 공안(화두) 수행을 인정하는 인가를 받은 스님에게만 주는 자격. 숭산 스님 제자 가운데 하버드 출신 현각과 무상사 주지 무심(미국), 그리고 한국 스님 도관 등 세 명이 인가를 받았지만 전법 제자의 반열엔 오르지 못했다. 그러니 숭산의 제자들이 유일한 전법 제자인 대봉 스님에게 깍듯한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쪽 끝 필라델피아 근교, 인구 5000명의 작은 마을인 엘킨스 파크 태생인 대봉 스님에게 숭산은 방황의 끝을 매듭짓게 한, 그야말로 큰 산이었다. 코네티컷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에게 삶은 어려서부터 퍽이나 풀기 힘겨운 의문의 점철이었다고 한다.“왜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이들이나 예외없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일찌감치부터 범상치 않은 의심에 매달려 살았던 그가 물리학과에서 1년6개월 만에 심리학과로 전과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대학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직한 병원에서 환자 심리상담 일을 3년쯤 했을까.‘내가 나를 구제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 불현듯 회의를 느껴 그만두고 도자기 굽는 일이며 용접 등 닥치는 대로 막일 터를 전전하다가 잠수함 만드는 공장에 몸을 담았다. 끝 모를 방황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잠수함 공장의 단순노동을 하면서 뜻밖에 내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으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던 중 막연히 불교의 스승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당시 예일대 옆에 2년여 전 문을 연 뉴헤이븐 선원을 찾았다. 뉴헤이븐 선원은 숭산 스님의 제자인 예일대 교수들이 뜻을 모아 세운 선원.“며칠 뒤 숭산 스님의 큰 법문이 있다.”는 말에 밤잠을 설치기를 한참 뒤. 마침내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는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30년 전인 1977년 5월의 일이다. ● 30년전 숭산 스님의 법문 듣고 방황의 길 접어 “어떤 게 미친 것이고 어떤 게 미치지 않은 것인가.” 법문을 듣던 한 청중이 불쑥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끊임없이 의심을 거듭해 왔던 바로 그 화두였다. 숭산 스님의 답은 과연 무엇일까.“네가 많이 집착한다면 많이 미친 것이고, 조금 집착한다면 조금 미친 것이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미치지 않은 것이다.” 10여년간 대학 공부와 막노동일을 했지만 터럭만큼도 생각해 보지 못한 답이었다.“모든 사람들이 ‘나’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두 미쳐 있다. 헛된 나를 버리고 진실한 ‘참나’를 찾고 싶다면 참선수행을 하라.” 한국불교에 귀의할 마음을 굳혀 잠수함 공장 일을 단박에 그만두었고 한달 뒤 프로비던스 선원으로 출가,30여년째 부처님 제자로 살고 있다.1984년 프로비던스 선원에서 사미계를 받았고 4년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선원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나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정했지만 부모들은 맏아들을 불가(佛家)에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유대인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한 CEO 할아버지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을 줄 알았던 장남이 속세를 떠난다니 부모의 실망이야 오죽했을까. 숭산 스님을 만난 뒤 1년쯤 지난 때였을까. 가족들이 숭산 스님을 집으로 초대해 스님을 떠보느라 온갖 질문공세를 퍼부었다고 한다.“종교를 빙자한 세일즈맨이 아닌가.”“맞다. 대자대비를 파는 세일즈맨이다.” 마침내 숭산 스님의 그릇을 본 가족이 아들의 길을 인정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완강하던 부모님이 숭산 스님에게 마음을 연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을의 분위기가 조금 도움이 됐다고나 할까….” 어릴 적의 고향 엘킨스 파크는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독특한 곳이었던 것 같다. 영국계 퀘이커 교도들이 정착해 화합과 평화의 고장으로 일군 펜실베이니아주의 도시답게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남부에서 피신해온 흑인 노예들이며 유대인, 이탈리아인들이 분란 없이 잘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 교회며 성당, 사원들이 모임도 열고 함께 크고 작은 행사도 가졌다고 하니 예사 마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못내 아쉬워하는 부모와 친척들을 뒤로한 채 서울 화계사로 들어온 게 1984년 9월. 당시 숭산 스님은 대봉 스님과 함께 사찰 40여곳을 일일이 돌며 한국 절집들의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한국 사찰을 조금 알게 됐을 때 미국 프로비던스에 ‘금강선원’이 문을 열게 됐다. 화계사 생활 한 달 만이었다.‘금강선원’에 마땅한 지도법사가 없어 사실상 주지격인 도감을 맡아 다시 미국으로 가야 했다. 이후 화계사와 미국의 ‘금강선원’을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한국말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한국불교를 택해 자원해서 화계사 국제선원에 들었던 만큼 한국불교에 깊숙이 빠지고 싶었는데…. 그땐 숭산 스님이 야속했지요. 하지만 이것도 길이려니 여기고 매년 동안거는 꼭 한국에 들어와서 났지요.” 한국에서 비구계를 받고 무상사에서 함께 수행 중인 주지 무심 스님이 일찍부터 한국포교에 나섰다면 조실 대봉 스님은 해외 생활에 더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무심 스님은 개띠여서 한 곳에 오래 머물렀지만 나는 호랑이띠를 타고나 이곳저곳을 떠돈다.”며 웃는다. 프랑스 파리선원 주지, 캘리포니아 무문선원 주지, 보스턴 케임브리지선원 주지 등 유럽·미국의 선원에서 초심자들을 지도하다가 한국에 정착한 것은 1993년 9월. 무상사 국제선원을 막 짓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지금은 대웅전이며 선원 같은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그때만 해도 첩첩산중에 잠자리 겸 법당만 달랑 갖춘 조립식 건물 한 채만 서있었다. 부엌도, 화장실도 물론 없었다. 공양(식사)을 하려면 2㎞쯤 떨어진 절 아래 마을 식당까지 내려가야 했다. 대소변 해결할 시설도 마땅히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선원을 짓는다는 기쁨에 참선수행을 빼곤 온통 인부들과 함께 공사에 매달렸다.1999년 가을에야 미국인 명행 스님이 처음 선원으로 들어왔으니 계룡산 자락의 무상사를 6년간이나 홀로 지킨 셈이다. ● “말(言)은 낙엽과도 같아 입 밖에 나면 모두 허무한 것”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되짚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기자를 겨눈다.“너는 누구냐.” 눈앞에 날아든 살에 머뭇거리다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허튼소리로 방패를 삼았다.“아무 것도 아닌데 말은 누가 하는고.” 어차피 거량이 안 될 바에야 일찌감치 입을 닫는 게 상책.‘뻔뻔한 묵언’으로 하늘을 가리자니 기자의 빈 잔을 채우며 말을 잇는다. “말은 떨어지는 낙엽과도 같아 입 밖에 나면 모두 허무한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살지요. 수행자들은 말을 안함으로써 힘을 얻고, 속인들은 말을 많이 해야 힘을 쓴다고 하던가요.” 크게 한 방을 맞아 비틀거리다가 “은사 스님(숭산)의 가르침대로 잘 살고 있느냐.”는 허튼소리를 또 한번 뱉고 말았다.“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아갈 따름입니다. 순간순간마다 점검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무상사의 대중들을 이끌며 수행방향을 잡아주고 있는 조실 대봉 스님의 길과 초발심엔 변함이 없어 보였다.“내가 이곳 국제선원 무상사에 있는 것만으로도 외국의 수행자나 한국불교에 귀의할 뜻을 가진 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는 대봉 스님.“한국불교에서 길을 찾는 눈 푸른 납자들에게 초발심을 잃지 않고 올곧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소임”이라며 추모제에 참석할 외국인 스님들의 명단을 챙겼다. 계룡산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그림 감상 노하우 가르쳐 드립니다

    그림 감상 노하우 가르쳐 드립니다

    미술관을 나서면서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한번쯤은 품었음 직한 희망사항.‘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배울 순 없을까?’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미술 관람객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요량으로 지난 14일부터 장기 기획전을 마련했다. 전시 제목도 아예 ‘그림 보는 법’이다. 물론 그림 감상법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만 터득하면 작품 앞에서 이유 없이 주눅이 들어 온전한 감상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관객들에게 미술관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림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면서 “나날이 새롭고 다양해지는 현대미술 작품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시의도를 밝혔다. 현대미술 감상법의 핵심 키워드는 ‘주제’‘구성’‘기법’ 등 크게 세 가지. 세 부문으로 전시공간을 나누어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8명의 작품 30여점을 소개했다. # 주제 첫 코너는 ‘깊이 있는 주제’편. 그림의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을 귀띔해 주기 위해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엄선했다. 죽음, 사랑, 기쁨 등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깊이 있게 다뤄온 안창홍, 정복수, 김명숙의 작품이 전시됐다.1980년대 농촌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룬 민중미술 작가 이종구,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드러낸 김성룡과 양대원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 구성 주제를 감 잡았다면 ‘구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화면 속 이미지들 사이의 구도를 형태와 색채로 명쾌하게 제시한 작품(남경민·이희중), 특정 색채와 이미지들의 크기 비례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키거나(송명진), 과감한 시점 처리와 화면분할이 돋보이는 작품(유근택·김성호·홍경택) 등이 현대미술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 기법 마지막 코너는 ‘기법’이다. 단박에 ‘이 그림은 ○○○것’으로 인식될 만큼 차별화된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들이 동원됐다. 문신 이미지로 알려진 김준, 목탄을 애용하는 이재삼, 실리콘 점묘화로 디지털 감성을 표현해온 황인기의 작품 등이 나왔다. 에듀케이터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데다 작품마다 상세한 설명도 붙어 있다.40분 남짓 꼼꼼히 전시실을 돌고 나면 그림 보는 눈높이가 훌쩍 올라가 있을 만하다. 복권기금을 지원받은 전시여서 21일까지는 관람료가 없다.22일부터 내년 2월2일까지는 유료전시가 계속된다. 겨울방학 기간 어린이들에게도 꼭 한번 보여줄 만하다.(02)736-437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장기기증 앞장 현대重 노조, 복지부 장관 표창 받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성호)가 장기기증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2007 장기기증 기념행사에서 장기기증 활성화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들어 사랑의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쳐 김성호 노조위원장과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 최길선 사장 등 임·직원 6217명이 한꺼번에 장기 기증 약속을 했다. 지난 9월에는 장기기증 운동본부와 자매결연을 하고 노동조합 홈페이지와 각종 행사를 통해 꾸준히 장기기증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장기기증 운동을 비롯해 앞으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 사회에 공헌하는 선진복지 노조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실리·합리 노선을 내걸고 올해로 13년 연속 분규 없이 노사 임·단협을 타결하는 등 선진 노사관계의 모범 노조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이별의 情恨 춤사위로 풀어내다

    이별의 情恨 춤사위로 풀어내다

    ‘가시리 가시리잇고…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이별의 숨막히는 정한(情恨)을 애틋하게 노래한 고려가요 ‘가시리’는 애절한 가사와 순박한 맛으로 해서 이별가의 으뜸으로 통한다.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이 ‘가시리’를 콜라주 형식으로 다듬어낸, 같은 이름의 창작춤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부산대 무용과 교수 정귀인과 부산현대무용단이 한국의 춤 사위와 영상을 현대적으로 버무려낸 작품. 한국적 춤사위와 리듬, 민족 정서를 바탕으로 삼아 독창적인 현대 춤을 무대에서 일궈내는 안무가 정귀인의 색채가 어김없이 드러나는 무대이다. 만남과 헤어짐, 생성과 소멸이라는 대비적인 이야기를 고려가요 ‘가시리’에 연결해 풀어낸 게 흥미있는 요소.‘가시리’의 극적인 내용들을 짤막짤막한 춤사위며 볼거리들에 담아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흐름이다. 무엇보다 현대 춤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은채 우리에게 친숙한 정서의 춤사위를 현대적 무대기법으로 살려낸 게 큰 특징. 인체과학을 응용한 무용수들의 표현기법과 작품 분위기를 이끄는 입체적 영상미술, 현대와 전통을 넘나드는 음악이 모두 새겨볼 부분이다. 안무자 정귀인과, 홍순미 황지현 김옥련 이승대 박성호 김소영 박주영 하지원 김현진 권윤희 이나라 등 부산현대무용단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02)2187-6222.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인사]

    ■ 서울신문 (미디어전략센터)△연구위원 김성호(사업국)△부국장 겸 사업기획팀장 강동형(편집국)△사회부장 박정현△기획탐사〃 박현갑△편집〃 손석구△체육〃 이춘규△공공정책〃 김민수△경제전문기자 오승호■ 노동부 ◇전보 △중앙노동위원회 기획총괄과장 金珉奭△중앙노동위원회 법무지원과장 鄭秉源■ 대한불교 진각종 (통리원)△총무국장 효심△기획〃 정효△관재〃 서원△포교〃 신혜△문화사회〃 원암△건설〃 원혜(교육원)△교법국장 법경△교육〃 관명(대한불교진각문화전승원)건립추진팀 건설담당 원주
  • [공직 인맥 열전] (11) 문화관광부(하)

    [공직 인맥 열전] (11) 문화관광부(하)

    요즘 문화관광부는 아무나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문화부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자리는 한정돼 있지만 지원자는 많은 탓에 자연스레 최상위 성적 우수자만 문화부에 배치받는다. 올해도 고시+연수성적 1등이 문화부로 왔지만 부처 내에선 이제 별 화젯거리도 아니다.‘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까닭을 문화부 사람들은 ‘가치의 변화’로 해석한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 변화가 ‘끗발 있는 부서’보다 ‘만족도 높은 부서’를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행시·연수성적 1등 문화부로 우진영 홍보관리관과 모철민 관광산업본부장은 ‘문화부 2대 신사’로 통한다. 인격적으로 부원들을 대한다는 점 외에도 두 사람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다 서울 출신으로, 행시25회 동기다. 현 직책을 맡기 직전엔 모두 해외문화원장(우진영:뉴욕문화원장, 모철민:프랑스문화원장)을 지냈다. 우 국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등으로 ‘불려다니며’ 외부 파견근무를 많이 했고, 모 본부장은 프랑스문화원장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문화계 인사들을 발 벗고 도와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고 전한다. 심장섭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과 김성호 재정기획관은 군 출신이다. 심 단장은 육사 36기, 김 기획관은 해사 35기다. 전혀 군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심 단장은 부원들 사이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김 기획관은 부처 살림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일의 성격상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지만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다. 김재원 미디어진흥단장은 업무처리에서 예리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똑똑한 척’ 안 하고 친화력이 커 부처 내 ‘팬들´이 많다. 방송통신융합준비단장을 겸하고 있다. 성남기 문화정책국장은 과장 시절 문화부 내 과장 보직을 가장 많이 역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문화부 업무를 두루 꿰고 있다. 강봉석 예술국장은 비고시 출신이나 고시·비고시를 막론하고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문화부 조직 및 인사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한 ‘조직통’이다. 조현재 체육국장은 왕성한 추진력으로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 과정에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본부 최고위 여성간부 과장급 2명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박광무 문화도시정책국장은 ‘성실 그 자체’란 평가를 받고 있고, 김갑수 문화도시조성국장은 기획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중론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찬 문화산업진흥단장은 ‘인격자’로 알려져 있다. 일처리뿐 아니라 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한다. 유진환 감사관은 일의 성격에 걸맞게 꼼꼼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녔다. 김대관 관광레저도시추진기획단장은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출신으로 레저도시 추진을 위해 영입된 공모직 인사다. 도시 기획·조성 단계부터 전체 그림을 그려 왔다.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인 김기홍 문화사회비서실 행정관은 업무 추진력과 친화력이 뛰어나고, 문화부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술고래’로 유명하다. 문화부 본부 ‘최고위’ 여성 간부는 과장급으로, 모두 두 명이다. 서울신문의 7년전 ‘공직인맥열전’ 기사에서 “투지 높은 홍일점 여성 과장”으로 묘사된 서영애 당시 청소년수련과장은 현재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기획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여성 과장 박명순 국어민족문화팀장은 자기보다 직급은 낮지만 나이 많은 남자 부원들과 마찰 없이 지낼 만큼 노련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임의 삶은 거울입니다”

    “임의 삶은 거울입니다”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호러스 N 알렌(1858~1932)은 이땅에 개신교가 전래될 무렵 가장 먼저 의료선교를 통해 복음전파에 나섰던 선교사로 꼽힌다. 알렌이 세운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에서 올린 예배는 바로 남대문교회(담임목사 조유택)의 모태이다. 그런가 하면 2004년 입적한 전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은 한국 불교계에선 최고의 해외 포교사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개신교계와 불교계가 두 사람의 업적과 삶을 되새기는 대규모 행사를 나란히 열어 주목된다. ●교회 설립 120주년에 돌아보는 선교사 알렌 한국 기독교사를 볼 때 알렌이 1887년 11월 21일 제중원에서 올린 예배의식은 남대문교회의 출발로 기록된다.1884년 9월 상주 선교사로 한국에 온 알렌이 민영익을 치료한 뒤 조정의 신임을 얻어 1885년 설립한 게 제중원. 이후 제중원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같은 외국 선교사들이 입국하는 창구로 한국 개신교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내에선 청량리 중앙교회를 비롯해 25개 교회를 개척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 15년간 선교 중이다. 당시 을지로 구리개(현 외환은행 본점 자리)의 제중원이 1904년 세브란스병원으로 바뀌어 그곳에 있던 교회가 남대문밖 복숭아골로 이전하면서 남문밖교회, 남문외교회, 남대문밖 제중원교회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 독립운동가이자 법조인으로 부통령까지 지낸 함태영이며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이갑영도 남대문교회 출신이다. 특히 의료계 인사 중 세브란스 1회 졸업생인 김필순을 비롯해 한국 정형외과의 태두라는 이용설, 연세대 부총장을 역임한 김명선 등 많은 의사들이 이 교회에 몸을 담았었다.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남대문교회가 오는 17일 오후 2시 이 교회에서 여는 세미나는 초기 선교사 알렌을 다시 보는 자리. 의료선교를 통해 교회를 설립한 알렌의 가족사를 비롯해 선교, 의료, 외교 활동을 조명하게 된다. ●외국인 제자들이 마련한 숭산스님 3주기 행사 “단지 모를 뿐 오직 할 뿐”이라는 명언으로 회자되는 숭산(1927~2004). 생전 티베트의 달라이라마와 베트남의 틱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와 더불어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재에 소개될 만큼 세계 각국에 한국불교를 널리 알려 한국불교 최고의 해외포교사로 꼽히는 스님이다. 올해 3주기를 맞아 열리는 추모제는 예년과 달리 30여개국 선원 120곳의 외국인 제자 170여명과 국내의 문도들이 뜻을 모은 행사.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스물여섯 살 때 숭산 스님을 만나 출가, 포교 중인 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과 같은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숭산 스님과 해외포교를 다녔던 무상사 주지 무심 스님이 추모제를 주도한 눈 푸른 선승들이다.20∼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선 스님의 생전 활동사진과 유품을 전시하고 영상물도 방영한다. 모두 외국인 제자 스님들이 애지중지하던 소장품들이다. 전시에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폴란드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 출간된 숭산 스님의 법어집이 소개된다. 추모제 참가차 방한한 외국인 스님들은 24∼26일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에서 수행 정진한 뒤 27일 오전 10시 수유리 화계사 대적광전에 모여 추모다례재를 봉행한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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