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김성호
    2025-08-20
    검색기록 지우기
  • 공식
    2025-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88
  • [씨줄날줄] 쓰러지는 병사/김성호 논설위원

    대한민국 최고의 수의학자요 생명공학자로 우뚝 섰다가 급전직하한 황우석 박사. 최초로 인간 체세포핵을 난자에 주입해 세포분화를 이끌어 내며, 불세출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 그를 추종불허의 인기인에서 반윤리적 과학자로 끌어내린 건 조작의 탄로였다. 진실과 진리의 바른 추적이 아닌 왜곡, 은폐의 병든 양심을 철저히 응징당한 것이다. 황우석 허위논문 사건 이후 수년 간 조작과 허위의 사슬이 줄줄이 드러났다. 신정아 학력조작이 불거지더니 인기 연예인, 교수, 정치인, 목사, 심지어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강남 모 선원의 주지까지. 자고 나면 터지는 허위와 조작의 연쇄 탄로에 많은 이들은 ‘속았다’는 억울함보다는 세상에 만연한 기만에 더 허탈해했을 것이다. ‘사진 저널리즘의 전설’로 영웅시되는 헝가리 출신 종군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1954년)의 대표작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1936년부터 3년간에 걸쳐 스페인을 초토화시킨 스페인내전의 한 전투에서 총탄을 맞고 죽어간 병사의 모습을 담은 ‘쓰러지는 병사’. 스페인의 한 대학교수가 사진속 배경과 병사의 모습이 조작 연출된 허위임을 주장했다는데. 논란을 따라 사진속 현장을 추적한 취재진과 역사학자들이 교수의 손을 들어줬단다. 스페인 내전의 아픔과 긴박한 전투현장을 단 한장의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쓰러지는 병사’. 이 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로버트 카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거쳐 베트남 인도차이나전쟁 종군 중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사진기를 놓지 않았다는 그의 정신을 후대는 ‘카파주의’로까지 칭송했는데. 사후 55년만에 밝혀진 진실앞에 카파는 무슨 말을 할까. 청문회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허위와 조작으로 해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라지는 우리의 유명인사들. 어디 고위직 후보자 청문회의 일그러진 인사뿐이랴. 제자의 논문까지 훔치는 표절 교수며, 외국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버젓이 베껴 시청자를 우롱하고도 할 말 다 하는 방송 제작진…. 이제 ‘카파주의’의 정의를 한번 바꿔봄은 성급한 것일까. ‘진실은 하나뿐이고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인사]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전보 △체육국장 김기홍△미디어정책〃 김갑수△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 신용언△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직위 파견 김성호◇과장급 전보△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 도서관정책과장 박명순△체육국 국제체육〃 박위진△홍보지원국 정책포털〃 김현환△국립중앙도서관 사서능력발전〃 박찬석△국립대한민국관건립추진단 건립〃 정세웅△한국예술종합학교 시설관리〃 정창성△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과장급 직위 파견 신호석 ■특허청 ◇부이사관 △기계금속건설심사국 자동차심사과장 설삼민◇서기관△정보기획국 정보기획과장 박형식△〃 정보협력팀장 윤원길△특허심판원 심판관 이병엽 ■조달청 ◇부이사관 승진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백명기△시설사업국 시설총괄과장 지순구◇서기관 전보△전자조달국 정보기획과장 안상완△구매사업국 자재구매과장 황병호△시설사업국 공사관리팀장 강정세◇서기관 승진△제주지방조달청장 한덕수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이은일
  • [길섶에서] 약속/김성호 논설위원

    30년 전, 검은 교복에 몸을 가둬 살던 시절. 느닷없는 충격에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대통령의 서거, 그것도 총격에 의한 급거라는. 라디오에 흐르는 장송곡조의 선율은 왜 그리 생뚱맞았는지. 진실은 알 수 없었고 알려주는 이도 없던 시절. 철부지들은 나름대로 왁자하게 무슨 말들을 주고받았는데. 전직 대통령의 서거. 30년 전의 충격에 얹혔을까. 늦은 밤 몸을 뒤척이다 책장에서 빼어든 고등학교 졸업앨범. 촘촘히 박힌 동그란 얼굴들이 새롭다. 어디서 뭘하며 살고들 있는지. 대통령의 죽음에 오늘 밤, 30년 전의 철없던 말들을 떠올리고 있지는 않을까. 추억의 얼굴 여행을 하다가 시선이 꽃힌 한 녀석. 맘이 통해 단짝처럼 어울려 다녔는데.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더니 이민을 가 외국인이 되었고. 30년 전 그날 유난히 대통령의 죽음을 서러워했던 친구. 오늘밤엔 뭔 생각을 할까. 앨범 갈피에 접힌 약속 메모. ‘30년 후 크리스마스 정오, 덕수궁 돌담에서 만나자 OOO’ 그러고 보니 올해가 아닌가. 한데 친구는 기억이나 하고 있으려나.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운무/김성호 논설위원

    동반 산행이 더디고 힘들기만 하다. 높지 않은 산이건만. 나이 탓이겠지. 결혼 직후였던가? 설악 오색에서 대청봉을 단박에 함께 올랐다간 달음박질쳐 내렸었는데. 자꾸 뒤처지는 박씨가 안쓰럽다. 나이 탓이겠지. 평소 좀 더 챙겨줄 것을…. 몇 년만에 함께 맞춰 떠난 산 속으로의 휴가. 눈에 띄게 약해진 아내의 모습을 알아챈 것만도 큰 수확이겠지. 남해 12경에 드는 산. 오름길이 험하다. 정상서 굽어보는 다도해가 압권이라고. 경사가 왜 이리 가파른지. 박씨는 아주 엉긴 채 경사길을 네 발로 걷는다. ‘쉬었다 가자.’는 하소연 연발. 다도해 절경이 아른거려 박씨를 채근해본다. 되돌려지는 ‘끙끙’ 소리가 아침 산 속을 채운다. 정상 아래 깎아지른 바위. 마지막 고비인가보다. 누군가 매어놓은 바위틈 밧줄이 고맙다. 정상에 서자 사방팔방이 온통 희뿌연 운무(雲霧)뿐. 다도해 절경은 도통 보이질 않고…. 실망한 표정을 보았는지 박씨, 한마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더 좋구먼.’ 그래 맞다. 뭘 더 챙겨 보자고 기를 쓰고 올랐던 것인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김광태(전 문일고 교장)승태(안양대 총장)씨 모친상 이희열(키미데이타 회장)장우상(목사)안제성(세유무역 대표)송영수(한양대 교수)씨 빙모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2)3010-2292 ●이고재(사업)필재(성남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영미(일요신문 스포츠팀장)왕재(한라건설 해외사업본부 과장)씨 부친상 김성호(사업)씨 빙부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3010-2236 ●김봉일(뉴질랜드 뉴스툰 발행인·전 무등일보 기자)씨 빙부상 13일 전남 영광군 법성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9시30분 (061)356-4444 ●박영세(부산시 복지건강국장)씨 별세 13일 부산의료원, 발인 15일 오전 6시30분 (051)607-2659 ●최석하(시인·전 대구MBC 국장)씨 별세 창인(인터웍스미디어 대리)씨 부친상 13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15일 오전 7시30분 010-8020-0066
  • [씨줄날줄] 사제의 순결/김성호 논설위원

    천주교에서 부제(副祭) 이상 서품을 받은 성직자는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한다. 하느님만을 추종하며 하느님을 위해 몸·마음을 온전하게 바친다는 독신서약. 정결과 청빈·순명의 서약인 이 종신서원은 사람 앞의 약속이 아닌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철저한 다짐이다. 이 맹세와 약속을 깨는 죄악에는 모든 성사(聖事)의 자격박탈, 심하게는 파문의 중벌이 따른다. 로마 가톨릭에서 이 종신과 독신의 서약은 변치 않는 철칙으로 통해 왔다. 성직자에게 정결과 청빈, 순명을 요구함은 비단 천주교만의 원칙만은 아닐 것이다. 불교에선 간음하지 말라는 불사음(不邪淫)을 으뜸 오계(五戒)중 큰 덕목으로 새겨 수행자세를 다짐한다. 원불교에서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위단의 자격으로 독신자격인 정남(貞男)·정녀(貞女)의 몸가짐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천주교가 엄하게 독신·정결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성욕·물질적 탐욕이 빚을 공동체의 붕괴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천주교의 사제는 예수의 부활을 증거한 12사도의 후예로 인정받는 신의 대리인. 종신의 독신서약을 한 신의 대리인이라지만 태생의 기본욕구에 흔들리는 인간의 일탈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사제시절 여성편력 탓에 뒤늦게 툭툭 불거지는 친자확인 소송과 비난을 톡톡히 치르는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한국여성 성마리아와 결혼해 바티칸으로부터 파문당할 위기에 놓였던 벨링고 주교. 어디 이뿐일까. 빈발하는 사제들의 소년 추행과 동성애 등 성적 탈선 때문에 세계의 천주교가 골머리를 심하게 앓고 있는 실정이다. 로마 교황청이 여성과의 동거며 자녀출산을 사제들에게 허용할 조짐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성(性)문제로 인한 친부(親父)소송과 비용을 피하고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르몽드지의 폭로기사다. 바티칸은 펄쩍 뛰며 사실을 부인했지만 천주교계에선 이미 감지됐던 사실. 피임, 낙태금지 등 천부의 인권존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잣대를 세상에 들이대 왔던 로마 가톨릭. 신 앞의 절대약속도 인간의 기본욕구 앞에선 무너지는 것일까. 종신서원, 독신서약이란 단어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넥타이/김성호 논설위원

    좋아도 못 하고,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간절히 원해도 할 수 없는 입장이나, 죽도록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터. ‘독불장군’ 없단다. 홀로 사는 삶이 아닐진대 더불어 함께하는 방법찾기가 현명하지 않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는데. ‘넥타이 매기 싫어 직장생활 못하겠다.’ 넥타이 혐오론을 펴던 대학동창이 있었다. 친구는 고집대로 직장생활을 접었다. 한데 20여년이 지난 얼마 전, 멋진 넥타이를 매고 보란듯이 모임에 나타난 게 아닌가. 아침마다 넥타이 골라 매는 일이 마냥 즐겁단다. 아침회의 때마다 넥타이와의 전쟁을 일삼는 선배를 만난다. 맸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선배에게 똑딱이 단추 달린 넥타이를 권했었다. 한동안 안 보이던 선배, 오늘 또 거울 앞에서 넥타이 전쟁이다. 죽기보다 싫다던 넥타이를 매고 20년만에 자랑삼아 나타난 동창생. 20여년 넥타이 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넥타이와 짜증 섞인 씨름을 일삼는 선배. 두 사람의 차이는?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검은 눈물 석유(김성호 글, 이경국 그림, 미래아이 펴냄) 석유에 대한 관심이 온실효과 덕분에 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온실효과의 제일의 원인이 석유이기 때문. 석유는 무엇인지, 왜 가격은 상승하며 전쟁을 일으키는지, 석유는 과연 고갈되는지, 석유의 대체에너지로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복합적으로 답변했다. 1만 2000원. ●공포버스(파울 반 룬 글, 휴고 반 룩 외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여름무더위를 싸늘하게 식혀주는 공포 판타지. 밤에만 출발하는 공포버스는 유명한 동화작가 온노발이 만든 행사로 저주받은 그림, 아이 잡아먹는 마녀, 걸어다니는 해골 등 소름이 쪽 돋아나는 이야기 8편을 읽어준다. 네덜란드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문학상 수상작. 9800원. ●못말리는 10명의 공주 이야기(쥘리에트 소망드 등 10명의 글, 세실 위드리지에 등 10명 그림, 박언주 옮김, 한울림어린이 펴냄) 신데렐라, 백설공주, 숲속의 잠자는 공주를 찾는다면 책을 덮어야 한다. 어질러 공주, 성형수술을 한 핑크돼지 공주, 수다쟁이 공주, 떼쟁이 공주, 개구리공주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공주들이 대거 등장한다. 1만 6000원. ●재미있는 생물(댄 그린 지음, 사이먼 바셔 그림, 전대호 옮김, 해나무 펴냄) 과학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앙증맞고 깜찍한 학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책. 세포나 DNA, 염록소, 줄기세포 등 어려운 단어들을 쉽게 이해할 만한 그림으로 잘 설명했다. 1만원. ●전쟁영웅 이야기(박윤규 지음, 보물창고 펴냄) 외침으로부터 나라와 민족을 구한 우리나라 장수들을 다뤘다. 특히 고구려의 영토를 최대로 넓힌 광개토대왕이나 수나라를 몰락시킨 을지문덕 장군 등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나 그리스의 알렉산드로 대왕에 비견하고 있다. 치우천황, 대무신왕, 연개소문, 김유신, 장보고, 강감찬, 삼별초, 이순신, 임경업, 전봉준 등을 다뤘다. 1만 6000원.
  • [씨줄날줄] 외상 장부/김성호 논설위원

    1960·70년대 동네 가게마다 허름한 공책이 늘상 걸려 있곤 했다. 시골의 점방도, 도시의 점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름아닌 외상 장부이다. 물건을 집어들곤 ‘달아 놓으라.’는 한 마디만 남기면 됐다. 장부에 적었다가 대개 한달 단위로 몰아 결산하는 외상. 가게주인도 손님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던 그 거래는 지금 생각해도 흥미롭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주머니가 조금씩 두둑해지면서 사라져 간 우리의 추억속 외상 장부. 지금이야 신용카드 영수증쯤이 대신한다고 할까. 신용카드도 따져 보면 외상은 외상이니. ‘달아 놓으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가게주인이나 손님이 함께 무탈하게 웃었던 거래. 40대를 넘긴 중·노년층이라면 그 외상 장부를 가끔씩 떠올리지나 않을까. 1980년대 중반쯤만 해도 서울 도심의 광화문, 무교동에는 외상이 통하는 허름한 술집들이 몇몇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달아 놓고 먹는’ 술집들이었다고 했다. 술집이라야 맥주 막걸리에 파전 북어포 따위를 파는 집. 주인이 없어도 먹은 내역과 이름만 어딘가에 적어 놓고 가면 그만이었다. 일종의 외상 장부인 셈이다. 그런 집들에 주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밤을 꼬박 새우는 올빼미족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이야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거의 잊혀진 채 몇몇 사람만 기억할 추억의 외상 술집 하나가 화제다. 1910년 이전부터 1978년까지 사직동에 있었던 명월옥이란 집. 외상 먹은 사람 300여명과 외상 내역을 촘촘히 적은 장부 3권을 서울역사박물관이 찾아냈다고 한다. 주인장의 머리숱이 적어 대머리집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는데. 신문기자며 문인, 공무원, 탤런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사들이 장부에 수두룩하단다. 지금이나 그때나 단골 외상은 여전한가 보다. 외상 장부에 1950년대 말부터 12년동안의 외상 내역이 깨알같이 적혔는데, 같은 이름이 숱하다고 하니. 따져 보면 외상손님 버선 발로 뛰어나가 반길 술집 주인이 어디 있을까. 인정 어린 외상 거래의 바탕은 분명 믿음이다. 40년 전쯤 우리 동네에 흔했던 외상 장부가 그랬듯이. 오늘 어디서 외상 장부를 하나 만들어 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추락하는 교사는 날개가 있다?/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추락하는 교사는 날개가 있다?/김성호 논설위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작가 이문열은 자신의 이 작품을 졸작이라 혹평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저자의 평과는 달리 희망의 메시지를 떠올린다.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다시 날아오를 비상(飛上)에 대한 희망. 이 ‘추락 날개’를 우리 교사들에 빗대 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의 큰 화두인 ‘공교육 정상화’ 흐름에서 핵심이면서도 비켜 세워진 주변인 입장의 교사들 말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교육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교육경쟁력 향상을 타깃 삼은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성적우수 자율형 공립학교 확대, 학생성적-교사연봉 연동, 전국학력평가 도입이 골자다. 요즘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교육개혁의 방향과 어찌 그리 닮았을까. 오바마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우리의 공교육 살리기에 가까운건 우연이 아닌 듯싶다. 틈날 때마다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그다. “미국 학생의 과학·수학 능력이 한국의 학생들보다 뒤지고 있다.” “미국 교육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한국처럼 학교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자리를 내어준 채 겉도는 우리 실상을 제대로 보고 입에 올린 찬사들인지…. ‘자율과 경쟁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당·정·청이 관련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효과에선 무엇 하나 속시원한 게 없다. 사교육비에 칼 빼들고 학원 단속에 나섰지만 수강시간과 장소를 옮기는 편·불법 풍선효과가 드세다. 학교 선택권과 학교자율 확산 차원에서 추진한 자율고는 신청률 저조로 목표치도 못 채울 형편이다. 거꾸로 워싱턴 DC의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가 주도하는 공교육 살리기에 우리가 눈독을 들이니 아이러니다. 이른바 ‘미셸 리’ 효과라 불리는 개혁돌풍의 중심엔 교사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무능력 교사나, 교육성과가 부진한 학교의 과감한 퇴출이 주효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교사 368명을 해고하고 45명의 교장을 갈아치웠다. 반면 부임 전보다 4배나 오른 250억원의 돈을 교사 경쟁력 강화에 썼다고 한다. ‘오바마 프로젝트’도 교사를 중시한다. 학생 성적을 높인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해 우수인력을 교직으로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교사 중시와 달리 한국은 학교와 커리큘럼 변화에 치중한다. 그래서 교사들이 자주 참교육의 실천자보다는 감시·견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지난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발표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부담 절감 차원의 교과목 줄이기와 교육과정과 수업시간 재량편성…. 시험과목 위주 수업의 우려가 쏟아지고 일부 교사들의 집단행동도 보인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밝혔다.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법제화 없는 교원평가제가 가져올 부작용이 들먹거려진다. ‘촌지 교사’ 신고자에게 최고 3000만원을 주겠다는 신고포상금제도 찬반 논란이다. 입법예고 1주일 만에 철회했지만 우리 교사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이라는 떠받침과는 달리 일탈에선 준범죄인 취급받는 교사들. 양단의 간극에서 우리 교사들이 비상하기 위해 달아야 할 날개는 무엇일까. ‘한국교육을 본받으라.’는 칭찬에 안주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의 사교육 근절책을 따라 ‘학파라치’라도 적극 나서야 할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슈워제네거의 칼/김성호 논설위원

    자신의 집 대문을 강제로 열던 중 경찰에 체포된 흑인교수를 옹호하다 곤경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백악관서 내가 그랬다면 총 맞았을 것”이라며 흑인교수를 잡아간 경찰을 공개비난했단다. 경찰이 ‘과도한 흑인옹호’라며 들고일어나자 백기투항했는데. 문제의 교수와 그를 체포한 경찰을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회동을 갖는단다. 오바마가 ‘지나치다’싶게 흑인교수를 편들고 나선 건 인종차별에 대한 반발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은 아닐 터.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흑인과 히스패닉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잘 알고 있는 그다. 지지율 하락의 와중에 첨예한 ‘흑백대결’ 불씨를 대놓고 건드렸는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위기에 내놓은 ‘백악관 맥주파티’. 쇼맨십의 해법이 분란 진화에 도움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근육질 배우 출신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칼부림을 했단다. 심각한 재정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한 주정부를 살리기 위해 촬영한 비디오장면이다. 한 공무원이 주정부 차량을 경매로 팔아 예산절감을 이루자고 제안한 내용을 실감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자리에 앉은 채 60㎝ 크기의 칼을 쥐고 섬뜩하게 흔들며 ‘예산삭감’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주정부 소유차량 4만대 중 15%가량을 팔아 24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공무원이 낸 아이디어. 260억달러 수준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주지사 슈워제네거에게 아이디어는 눈물겹게 고마웠나 보다. 친구 주지사가 보내온 칼까지 들고나와 절절하게 감사의 뜻을 전했으니…. 문제의 영상은 슈워제네거 트위터에 올린 지 이틀 만에 무려 12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단다. 할리우드 스타의 터미네이터식 액션이 일단 관심은 끌고 있는 셈이다. 예산절감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빈곤층과 노인들의 반발도 클 수밖에. “경솔한 행동 아니냐.”는 지적에 슈워제네거는 “어려운 때 유머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단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백악관 맥주파티와,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의 칼부림 액션 유머. 이쯤 되면 불끄기 방편들도 슈퍼스타급이 아닐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스포츠 브랜드가치 높일 것”

    대한체육회(KOC)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최종준(58)씨가 선임됐다. 대한체육회는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첫 통합이사회를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날 이사회에는 21명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성호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천신일 대한레슬링협회장 등 초중량급 인사 17명이 대거 참석했다. 이사회에서는 최종준(58) 전 프로축구 대구FC 사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하고 11개 분과 위원장도 임명했다. 최 신임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프로씨름 등에서 실무와 경영을 맡았던 스포츠 전문경영인(CEO) 출신이다. 최 총장은 “개인적인 영광 못지않게 부담이 크다. 그동안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잘 활용해 국민을 한데 묶고 경제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는 체육회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 기본적으로 구조와 제도, 운영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마케팅과 관련해 그는 “체육회는 예산의 90∼95%를 국고에서 보조받는 상황이라 자체 수입이 너무 적다. 자체 수입을 늘리고 베이징올림픽 세계 7위의 한국스포츠 브랜드 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총장은 국민생활체육회의 법인화 방안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도 각국 올림픽위원회(NOC)가 생활체육을 관장하도록 명시돼 있다. 체육단체가 이원화되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길섶에서] 명예 살인/김성호 논설위원

    1937년 세계를 감동시킨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영국왕 에드워드 8세와 미국 유부녀 심슨의 결혼. 사랑을 위해 왕좌를 박찬 왕, 그리고 왕관까지 버리게 만든 이혼녀. 보통사람 눈에 그 결혼은 분명 ‘일탈의 맺음’이었다. 그 맺음의 고리는 초월적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숨겨진 각별한 사연이 있었을까. 사우디아라비아 공주님이 망명을 했단다. 런던여행길에 만난 영국인과의 사랑서 얻은 아기를 영국으로 건너가 몰래 낳았다는데. 그것도 함께 사는 사우디왕족 남편을 속인 채 영국으로 대동해서. 아랍 부국의 공주자리도 버릴 만큼 영국남자가 그리 좋았을까. 영국 법원은 망명신청을 받아들였단다. 공주의 튀는 로맨스만으로 보기엔 전하는 사연이 조금 슬프다. 명예살인. 순결을 잃거나 혼외정사한 여인을 아버지 아니면 오빠가 죽여 없애는 이슬람 율법상의 잔혹 처벌. 공주는 혼외정사가 발각돼 가족에게 명예살인을 당할 운명이었다는데. 사랑일까, 견딜 수 없는 악법세상으로부터의 목숨 건 탈출일까. 공주님 속을 어찌 알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만델라 데이/김성호 논설위원

    아프리칸스어로 분리·격리를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씻지 못할 오명의 역사를 갖는다. 17세기 이후 이주한 백인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비백인(非白人)을 차별해 온 억압, 멸시의 대명사 아파르트헤이트. 1948년 네덜란드계 백인 위주의 국민당 정부수립 후 공식제도로 시작돼 수많은 이들을 사지와 감옥으로 보냈다. 유색인종의 참정권을 막고 다른 인종간 혼인을 금지해 백인 특권 유지와 강화를 밀고갔던 아파르트헤이트. 이 불평등의 체제유지는 1976년 요하네스버그 주변 흑인집단거주지역 소웨토서 터진 폭동으로 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유색인종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졌고 1981년 헌법개정에 이어 10년전 인종차별 철폐의 헌법발효를 끌어냈다. 남아공에서의 인종차별 소멸엔 숱한 이들의 희생이 거름이 됐다. 넬슨 만델라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일등공신. 인종차별에 맞서 탄압받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회원을 7000명에서 10만명으로 늘려 놓았다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44세때 종신형을 선고받아 27년을 감옥서 보내고 70대 초반 석방된 만델라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듬해인 1994년 대통령이 됐다. 세상 사람들은 그해를 남아공에서 350년간의 인종차별이 종식된 해로 부른다. 얼마전 만델라의 91번째 생일, 남아공에선 전국적인 자선행사가 하루종일 있었다. 자신의 생일을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는 ‘나눔의 날’로 해 달라는 만델라의 요청을 정부와 국민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통령, 여야 의원, 고위공직자들이 불우노인 위문잔치며 거리청소에 나서는가 하면 노숙자들에게 담요를 건네는 등 나눔의 손길이 하루종일 이어졌다는데…. 남아공 정부는 만델라의 생일을 우리 국경일 수준의 ‘만델라 데이’로 공식 지정했다고 한다. ‘갈라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 ‘경제 인종차별을 가져온 위인’이란 엇갈린 평을 받는 만델라. ‘아프리카의 정치적 대부’로 불리는 그가 흑백화합과 인종차별 종식을 위해 변함없이 지켰던 통치철학은 ‘관용과 화해’였다고 한다. ‘만델라 데이’, 지정할 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지리산 야단법석/김성호 논설위원

    경황없이 시끌벅적한 상황의 속칭인 야단법석. 세속의 어수선한 뉘앙스와 달리 불교계의 야단법석은 정제되고 경건한 의미를 갖는다. 야외에 세운 단,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서 부처님 말씀을 듣도록 마련한 자리라는 뜻이다. 지금이야 큰 법당이며 번듯한 사찰이 널렸지만 부처님 재세 시에야 그리 넉넉했을까. 오가다 조그만 자리 하나 깔아 법을 전해 듣던 소박한 공간의 이름이다. 전법·설법의 작은 종교적 공간이지만, 야단법석은 크기에 제한되지 않는 열린 소통의 큰 자리로 통한다. 많은 불교경전이 보여 주듯 스승과 제자, 출가승과 재가불자들의 꺼림 없는 대화와 토론장인 셈이다. 보시를 중시해 모든 이들이 차별없이 동참하는 무차법회(無遮法會)며 무차선회(無遮禪會), 무차회…. 이 자리들은 바로 덕과 자비를 골고루 나누고 받자는 야단법석의 연장이다. 다음달 중순 지리산 자락의 실상사 일원에서 흥미로운 야단법석이 열린다. 닫힌 선방을 벗어나 전국을 돌며 민초들을 만나는 탁발순례를 이었던 도법 스님이 별러 온 자리란다. 이번엔 한국불교 수행풍토를 작정하고 겨눌 모양이다. 전국선원 수좌대표 스님에게 수행에 대한 질문도 21개나 보내 놨다니 아무래도 법석이 심상치 않다. 법석은 역시 무차의 법회로 진행된다고 한다. 4박5일간 매일 두 시간씩 스님, 일반인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 꺼낼 수 있다니. 불교수행에 의문과 의심을 품었던 이라면 회심의 자리가 될 법도 하다. 한국 불교에선 철통같은 간화선 수행법을 놓고 부닥칠 절벽끝 담론들이 어찌 정리될지 궁금하다. 가뜩이나 “수행 따로 삶 따로”라며 불교풍토에 화살을 겨눠 온 도법 스님이었으니….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의 야단법석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건 한국 불교계에 정색하고 의문부호를 던진 도법 스님의 행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쌓이고 막힌 의문들을 속시원히 꺼내 흔들어 보자는 열린 소통에 대한 쏠림이 아닐까. ‘헌정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여야 동반점거’ 우리네 선량님들, 코흘리개들도 식상해하는 코미디 법단(法壇) 싸움을 내려놓고 여의도 가까운 한강 둔치에라도 나가 소박한 야단법석 한번 벌여봄이 어떨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메세나 특별법/김성호 논설위원

    기업은 이윤 창출을 궁극이자 원초적 목표로 삼는다. 그런 생래의 특성을 갖는 기업이 가시적 효과없는 투자와 비용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은근하고 긴 터울의 속성을 갖는 문화예술에야 오죽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예술분야는 전통적으로 기업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건 즉각의 이윤을 넘는 특장을 뒤늦게 발견하고부터다. 시대의 보편정서와 공통가치를 담는 문화의 힘이 단기의 물리적 현실이익을 뛰어넘는다는 가치의 발견이다. 유무형 문화유산을 앞세운 강국들에서 시작된 문화산업이 굴뚝산업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각광받는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단기의 가시적 이윤보다 훨씬 소중한 인류보편의 미덕과 장기의 부가적 효과를 갖는다는 문화예술.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이익을 좇아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기업.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처음 시작된 게 바로 메세나다. 196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기업예술후원회가 효시로 한국에선 1994년 발족한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를 처음으로 삼는다. 150여개 기업들이 가입해 ‘1기업 1문화운동’이니 문화예술인 후원, 메세나대상 시상 등을 꾸준히 벌여왔고 이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6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등 62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전년도 대비 11.5%나 줄었다고 한다. 대기업이 출연한 문화재단 지원이 전체의 30%나 된다니 군소단체나 개인이 받는 지원혜택은 여전히 가뭄의 단비 격이다. 메세나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나마도 기대하기 힘든 열악한 상황. 물론 경제불황 탓이 크다. 지금 추세라면 기업들의 지원이 더 위축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간접지원보다 메세나협의회를 통한 기업의 도움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문화예술계는 입을 모은다.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준다면 문화예술계를 향한 기업의 기부와 지원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메세나협의회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중인 메세나특별법(가칭)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촌지교사/김성호 논설위원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촌지(寸志). 말뜻이야 얼마나 좋은가. 누군가를 향한 배려와 고마움이 묻어나는 작은 정성의 촌지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흔하다. 굳이 촌지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을 뿐이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소박한 마음 씀씀이들.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좋은 말, 촌지가 우리네 교사들과 만나면 오염된 속어로 자주 변한다. 학교서 일어나는 ‘작은 정성’ 촌지. 과연 이 촌지는 모두 검은 거래일까. 비양심과 비뚤어진 일탈일까. 촌지를 확인한다며 교사의 차량 트렁크며 소지품을 까발리고. 학교는 촌지 시비가 두려워 스승의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서울시교육청이 ‘촌지교사 신고 포상제’를 없던 일로 되돌렸다. 입법예고까지 한 조례안을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최고 포상금 3000만원까지 내걸었는데. 교사 말고도 일반인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나 보다. 보편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미숙 행정의 말로일까, 아니면 교사들을 향해 학부모들이 든 커다란 회초리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장맛비/김성호 논설위원

    쏟아진다. 아니 아예 퍼붓는다. 그렇게 덥더니, 어제 오늘 장맛비답게 내렸고 내린다. 올해엔 장마로 피해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할 터인데. 장맛비에 울고 웃는 이들이 한둘일까. 그래도 이왕이면 비 때문에 울지 않고 모두들 장마철을 잘 넘겼으면….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다. 바지는 허벅지 위까지 다 젖었고. 장맛비라지만 너무 내린다. 몇 시간째 쉼 없이 퍼붓고 있으니. 조금 피해 가자. 무교동 상점 앞. 비가림 천막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섰다. 나와 같은 생각들인가 보다. 조금 피해 가자고. 두셋, 서넛씩 어깨를 붙여 선 채 쏟아 내는 말, 말, 말들…. 옆 청년이 내뿜는 담배 연기. 폭우에 겹쳐 눈앞이 몽롱하다. 연기처럼 피어나는 어린 시절 시골 고향 생각. 이렇게 옹기종기 피를 피했었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아무 지붕 밑이고 몸을 숨기곤 했는데. 소나기에 피어나는 흙먼지도 신기했고. 마른 땅이 비를 맞아 피워 내는 흙냄새는 어찌 그리 구수했던지. 그런데 이 쏟아지는 비는 언제나 멈추려나. 이참에 고향 생각이나 좀 더 해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1Q84/김성호 논설위원

    요즘 문화예술계에서 주인공이나 작가의 선택은 작품 흥행이며 책 판매를 결정짓는 으뜸 요인이다. 연극·영화판에서 흥행의 보증수표랄 수 있는 인기배우를 주연 캐스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출판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인기 작가=베스트셀러의 등식이 철칙처럼 작용하는 마당에 출판사들의 인기작가 모시기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봐야한다.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출판가의 어려운 사정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인문학 서적의 경우 500권 정도만 팔려도 ‘아주 잘 팔린 책’이라는 부러움의 찬사가 붙는다. 소설도 1만권 정도를 팔기가 쉽지 않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인기작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군소출판사들이 문 닫는 모습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불황과는 관계없는 무풍지대의 작가로 통한다. 1987년 낸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상실의 시대’)이 100만부 팔린 것을 시작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해변의 카프카’를 비롯, 국내출판 작품들이 줄줄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니…. 우리 출판사들 입장에서야 놓치기 싫은 ‘블루 칩’이 아닐까. 지난 5월 일본서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가 국내에서 또 한차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 직후 100만부가 팔려 나간 베스트셀러. 문학세계가 국내 번역출판을 맡으면서 선(先) 인세 십수억원을 제시했다는 말이 떠돈다. 선인세 십수억원이라면 책 100만권 이상을 팔아 작가에게 줄 인세를 미리 주는 액수이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답다. 굴지의 출판사들이 10억∼13억원의 선인세를 제시하고도 판권경쟁서 고배를 들었단다. 몇몇 중소 출판사들도 경쟁에서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번 하루키 작품 ‘해변의 카프카’ 국내 출판 때 지불한 5억원보다 선인세는 무려 두배 이상 뛰었다. ‘블루칩’ ‘보증수표’ 모시기가 장난이 아니다. ‘책 안 팔린다.’며 엄살을 일삼던 우리 출판사들. 제살 깎아먹기보다 우리 출판시장 살리기에 십시일반으로 마음들을 한번 써봄이 어떨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팝 황제 장례식/김성호 논설위원

    서른여섯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그녀는 아주 굴곡 많은 삶을 살았던 여인이다. 뭇 여성들의 동경을 받는,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화신이었다가 왕세자와의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끝 파경, 의문의 교통사고와 죽음. 험한 결혼생활에 아랑곳하지 않는 헌신적 삶과 파경후 전세계 불우아동과 아픈 이들에게 쏟았던 애정…. 범상치 않게 살다간 그 다이애나의 장례식을 사람들은 ‘세기의 장례’라 불렀다. 실패를 딛고 꿋꿋하게 일어선 인간승리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왕세자비 스타의 마지막을 보기 위함일까. 장례식날 웨스트민스터사원 주변엔 수백만명이 몰렸다. 장례식 장면은 187개 나라에서 TV중계되었다. 가수 앨튼 존이 장례식장서 부른 추모곡 앨범은 순식간에 3300만장이 팔려나갔고 한다. 얼마전 우리 천주교계가 떠나보낸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도 흔치 않은 ‘관심집중’의 자리였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양심, 줄기차게 사랑·봉사를 실천했던 종교인의 위상 때문일까.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추모객은 명동성당에서만 40만명에 달했다. 로마 교황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 당일 명동대성당 안팎에는 1만 2000명이 모였다. 여전히 묘소엔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50의 나이로 급사한 ‘팝 황제’ 마이클 잭슨 장례식이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영결식장인 뉴욕 스테이플스센터 입장권 1만 7500장을 인터넷을 통해 배부하자 무려 160만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입장권 안내 사이트의 조회수만도 5억회. 사망 이후 앨범 판매량은 오히려 40배나 늘었다고 하니 숨이 져서도 여전히 황제는 황제다. 많은 사람들을 모이고 추도하게 만드는 죽음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마이클 잭슨의 직접사인과 잘못된 편린들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하지만 추모열기는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으니…. 오바마 대통령도 동정어린 한마디를 보탰다고 한다. “가수로서 잭슨의 훌륭한 재능은 비극적이고 슬픈 개인적인 삶과 함께했다.” 단지 스타의 식지 않는 후광 때문일까. 어떨까, 마이클 잭슨 죽음 이후 번지는 이 신드롬을 한번 깊숙이 연구해봄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