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김성호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 김문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 김경두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 백민경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 이제훈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92
  • 고통·갈등속에서 희망 찾는 시인의 삶

    고통·갈등속에서 희망 찾는 시인의 삶

    시인에게 글(시)쓰기란 천형((天刑)이요, 축복이라 한다. 그 천형은 뼈를 깎는 고통의 감내이고 축복은 처절한 산고 끝의 결실일 것이다. 물론 그 천형과 축복은 삶을 향한 옹골찬 진정성과 성찰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주 구도자며 수도자의 반열에 놓이기도 한다. 흔히 ‘과작의 시인’이란 수식이 따라붙는 천양희(69). 고희를 앞둔 시인 천양희에게도 글쓰기란 예외없는 천형이요, 축복이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지 어언 반세기. 비록 시집 4권의 많지 않은 결실에도 불구하고 그 ‘이룸’은 알알이 치열한 삶과 성찰의 궤적이다. 최근 세상에 내놓은 산문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열림원 펴냄)는 천양희 시인의 삶이 차라리 구도자의 과정이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기 고백의 연속이다. “나를 시인으로 만들고 키운 건 순전히 아버지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박두진 시인”이라는 천양희. 70평생 어쩔 수 없는 시인의 자리를 지키게 한 그 세 사람의 존재는 뺄 수 없는 삶의 기둥이다. 그리고 세상의 아픔과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죽음까지를 염두에 두고 불쑥 찾아갔던 내변산의 직소폭포는 견뎌내야만 하는 삶에의 극적인 반전 처. 그래서 그 반전의 장소는 13년 만에 축복의 결실인 대표시 ‘직소포에 들다’로 맺어진다. 어릴 적 이발소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시인의 삶을 여전히 든든하게 받쳐주는 좌우명과도 같은 지침. 그중에서도 “오늘이 비참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삶”이라는 구절은 회의와 실의 속에서도 그를 번번이 시인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천둥과도 같은 울림이라고 한다. 산문집을 관통하는 반복의 메시지는 역시 ‘시인이란 무엇인가’이다. “시란 갈등 속으로 들어가서 고통의 고리를 잡는 것 이상의 것이다.”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이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는 이 세상이 싫을 뿐” “시에는 불혹이 없다.언제나 혹하는 새로움이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시인들에게 때로는 따끔한 매로, 때로는 가슴 시린 사랑의 손길로 다가오는 고백의 성사들. 그저 시인에게만 파고드는 수사로 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원고지를 대하면 원고지 사각형의 모서리가 절벽처럼 느껴져서 거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는 천 시인. 그 치열한 글쓰기와 살아냄은 “오늘은 여생의 첫날”이고 ”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이라는 희망과 내일에의 기대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홍경선(전 숙명여고 교감)씨 별세 승용(전 인하대 총장)승우(자영업)승원(인하공전 교직원)씨 부친상 한승협(한승협치과 원장)한은수(제네켐인터내셔날 대표)씨 장인상 2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2)3410-6914 ●김성호(사업)성대(현대건설)성관(회사원)종근(중앙지법 부장판사)씨 부친상 오영석(금융감독원 팀장)씨 장인상 26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8일 오전 7시 (02)2650-2743 ●신철순(안세 회장·전 삼성전자 전무)씨 별세 태휘(삼성생명 차장)씨 부친상 장문상(삼성에버랜드 부장)씨 장인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6 ●정오복(경남신문 사회부 부장)씨 모친상 27일 부산 영락공원, 발인 29일 오전 9시 (051)790-5061 ●윤종순(마장고 교사)종극 종철(경기도 농업기술원)종진(SK텔레콤 BMC 팀장)씨 부친상 27일 수원 연화장, 발인 29일 오전 7시 (031)217-7112 ●임병화(GTB 상임감사·대림운수 회장)씨 장모상 27일 원주기독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33)741-1994 ●김기영(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홍보팀장)씨 장인상 26일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발인 28일 오전 9시 (051)990-6646 ●서대석(전 변리사협회 회장)씨 별세 2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9일 오후 1시 (02)2227-7572
  • “정부의 문화재 인식 변화 진정성 지켜볼 것”

    “정부의 문화재 인식 변화 진정성 지켜볼 것”

    “자비의 종교인 불교 사찰에서 오가는 이를 막고 통제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여당 측의 인식 변화가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변화의 진정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문화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문화재는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소중한 유산입니다.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관리·유지·보수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차라리 문화재를 해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승 스님은 이날 템플스테이 예산 파문 후 정부·여당 인사의 조계종 사찰 출입을 봉쇄했던 종전 입장에선 현격히 유연해진 모습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문화재를 홀대하는 정부·여당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일단 다음달 10일 석가탄신일 봉축 법요식엔 정부·여당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모든 의식에도 참여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조선왕실의궤 새달 돌아오나

    조선왕실의궤 새달 돌아오나

    일본 궁내청에 소장된 조선왕실의궤 81종 167권을 포함한 일제 약탈 도서 1205권의 국내 반환과 관련해 불교계가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불교계에 따르면 약탈 도서 반환 일정이 확정되는 즉시 일본 도쿄에서 한·일 양국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환국 기념 축하 연회’ 개최를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과 홍릉(고종과 명성황후 합장릉), 강원도 월정사 오대산 사고 등지에서 환국 환영 행사를 잇따라 열 예정이다. 불교계가 이처럼 환영 행사를 서두르는 것은 최근 일본 국회에서의 비준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약탈 도서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 간에 체결된 반환 협정에 따라 반환키로 돼 있었지만 야당인 자민당이 정기국회에서 협정 비준을 거부한 데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반환 일정이 지연돼 왔다. 불교계는 그동안 강경하게 ‘반환 반대’ 입장을 지켜온 자민당의 입장이 유연해졌고 다음 달 15일 일본 외무대신의 방한에 이은 20∼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이 맞물려 있어 조기 반환을 낙관하는 눈치다. 일본 국회는 지난 18·22일 두 차례에 걸친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 심사에 이어 27일 외무위 표결, 28일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의원 의원 30명 중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이상인 20명을 차지하는 만큼 중의원 비준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불교계의 관측이다. 지난 22일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운영위원장인 법상 스님, 사무처장인 혜문 스님과 함께 일본 중의원 외무위 심사를 참관한 이상근 실행위원장은 “반환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이 20명이고 자민당을 뺀 다른 야당도 긍정적이거나 조건부 찬성 의사를 보여 협정 비준 통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0일 열릴 상원 격인 참의원 국가안보위원회와 11일 본회의 통과도 의원 구성상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환수위 측의 전망이다. 환수위 측 전망대로라면 약탈 도서는 참의원 비준 통과 후 양국의 외교·행정 절차를 걸쳐 다음 달 말이나 6월 초쯤 반환될 예정이다. 불교계가 국내외에서 반환 환영 행사를 열기로 계획한 것도 그 무렵과 맞물려 있다. 불교계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 후 귀국길에 상징적으로 의궤 한권쯤을 갖고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번지고 있다. 불교계의 앞선 기대와 달리 일본 국회의 상황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2일 중의원 외무위 심사 때 일부 자민당 의원이 독도 영유권과 반환 조건 등을 문제 삼았다는 전언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자민당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의 이탈이 있을 경우 향후 일정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불교계를 포함한 국민의 기대가 또다시 실망으로 바뀔 것인지는 결국 28일 중의원 본회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창세기 히브리어 원전 역주서 발간

    구약성경 첫 권, 창세기를 성경 히브리어 원전인 ‘마소라 사본’의 원뜻과 소리를 충실히 살려 번역한 역주서가 나왔다. 방석종 전 감리교신학대(구약학) 교수가 3년간 매달려 세상에 낸 ‘창세기 역주’(전통문화연구회 펴냄)다. 기독교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마소라 사본을 토대로 창세기 역주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땅에서 우리말로 성경이 완역된 지 올해로 100년째. 기독교계는 예배용 공용 성경 개역 개정(1997년)·천주교 성경(2005년)을 비롯해 공동 번역(1978년)·표준 새 번역(1993년) 등 공용 번역을 통해 원문과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옛 번역을 답습한 부분이 많아 여전히 신자들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목회자들도 적지 않은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창세기 역주’의 가장 큰 특징은 원문의 뜻과 음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이다.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를 원음주의에 따라 표기해 이삭·이사악은 이츠하크로, 벧엘·베텔은 베트엘로 쓰는 식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 부분에 히브리어의 문법적 설명 외에도 각종 자료를 붙여 뜻을 상세하게 밝혔다. 자세한 소제목을 달아 제목만으로도 단락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책의 탄생 경위도 예사롭지 않다. 평생 구약학 연구에 매달려 온 방 교수가 지도하던 은평감리교회의 교육과정 ‘모세오경 연구 과정’이 출발점이다. 작은 독회 모임에서 번역을 계획해 이 교회 목사, 장로, 권사를 비롯한 신학·국어·교정 전문가 100여명이 3년에 걸친 독회와 감수, 윤문, 교정 작업을 했다. 역주서의 시작과 끝이 모두 은평감리교회의 작품인 셈이다. 이 모임은 앞으로 모세오경을 모두 간행할 예정이다. 주로 동양 고전 번역 출판에 치중해 왔던 전통문화연구회가 책 출판을 맡은 것도 흥미롭다.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회장은 “이 땅에서 종교 간 갈등의 수위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며 “서양 고전의 정수인 기독교 경전을 번역하는 일은 동서 고전을 통한 종교 간 이해와 평화 차원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출판 배경을 밝혔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물러나겠다”…교회 사유화 논란 조용기 목사, 눈물 쏟으며 큰절

    “물러나겠다”…교회 사유화 논란 조용기 목사, 눈물 쏟으며 큰절

    교회 사유화 논란 속에 사퇴 압력을 받아 오던 조용기(75)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교회 내 모든 직책에서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원로목사는 2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회에서 “저의 할 일은 다 끝났다. 이 목사(이영훈 담임목사)님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겼다.”면서 “남은 여생 주를 위해 열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원로목사는 설교 도중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바닥에 엎드려 1만여명의 신자들에게 큰절을 했다. 그는 “요 근래 우리 교회가 저로 말미암아 많은 시련과 환난이 있는 것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자백한다.”면서 경영권 문제 등을 둘러싼 외부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이영훈 담임목사에 대한 지지 발언도 곁들였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사라진 것의 소중함은 되돌려질 수 없는 상실로 인해서 더 간절하다. 다시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그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라면 간절함의 깊이는 더하게 마련이다. 산업화 이전 대다수 민초들이 겪고 넘어야 했던 이른바 보릿고개의 추억은 어찌 보면 잊어야 더 좋을 아픈 경험일 터. 그런데 많은 이들이 어려운 그 시절의 보릿고개를 자주 입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 ‘갯마을 하진이’(박형진 지음, 보리 펴냄)는 그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으며 부대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정겹게 반추한 책이다. 고향 전북 부안군 변산 모항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50대 중반 농사꾼 시인의 유년담. 들로 산으로, 바다로 어울려 쏘다니며 울고 웃던 고향 친구들과의 천진난만한 이야기들을 축으로 어렵던 그때 그 시절을 수채화처럼 풀어낸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구수한 호남 사투리로 끌어간, 동화 같은 사건들. 배 속의 회충 탓에 반복하던 배앓이, 명절에만 먹어보는 흰 쌀밥의 희열, 어른들의 눈을 피해 해대던 밭 서리….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악동들의 천진한 놀이며 장난에 얹힌 추억들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0대를 넘긴 세대라면 너나 없이 겪었을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공유의 시간들이 간절해진다. 책은 단순한 추억 건져내기에 머물지 않은 채 묘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무난하게 읽히는 낭만과 추억의 이야기들엔 시인 특유의 앙금들이 또렷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고향을 등진 이웃들, 벌어먹고 살 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거나 가출한 친구들…. 편하게만 읽어도 좋을 어린시절의 추억 여행에 담긴 상실과 그리움의 메시지는 어른, 아이의 관심을 모두 잡아끄는 독특한 울림으로 살아난다. 고향을 떠나버린 친구들을 향해 저자인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집을 떠나 돈 벌어 오겠다는 동무들은 이제껏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면 하진이는 갯벌로 나가 바다를 바라봅니다. 그 애들도 하진이를 그리워할까요?” 95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지난 21일 서울신문사 1층 카페에서 만난 그와의 인터뷰도 차라리 빗물 전도에 가까운 자리였다. “빗물은 돈입니다. 천박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잘만 쓰면 복이요, 행운인데 가치를 몰라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다는 지론이다. 그 빗물 예찬의 바탕엔 중앙 집중식 물 관리의 모순과 위험에 대한 증오 수준의 반감이 있다. “강물을 모아 식수며 생활용수·산업용수를 대주는 댐 같은 집중식 물 관리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 붕괴 같은 큰 위험을 예고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말이지요. 빗물은 어디서든 모을 수 있고 간단한 시설만으로 손쉽게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하늘의 선물이 어디 있습니까.” ●방사능비 우려는 시대착오적 오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물이라는 그의 빗물 예찬에 지금의 산성비며 방사능비는 큰 방해의 요인일 터. 한 교수는 그 산성비, 방사능비는 괴담 수준의 시대착오적 오류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빗물에 먼지며 불순물 같은 성분이 섞여 있다 해도 땅에 떨어지면서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사실을 외면한 여론몰이에 불과합니다. 생태 환경과 오염에 일찍 눈떴던 서구며 이웃 일본조차도 산성비 운운하는 데엔 생뚱맞다는 반응인데….” 서울대 토목공학과 학사와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목 전공자. 이력을 보자면 천연의 빗물 예찬이 아닌, 대규모 댐이며 토목사업에 더 천착해야 할 것 같은 인물이다. 수(물)처리 전문가로 살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2000년 봄 큰 홍수가 났을 때였다. “여기저기서 홍수 대책을 요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좌절했습니다.” 논문 한편 쓰기보다 현실 문제를 푸는 생활 도우미로 살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우연히 빗물에 눈을 돌리게 됐단다. ●서구식 중앙집중 물 관리 집착은 모순 사실 이 땅의 물 관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선 것으로 인정받는다. 멀리는 고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이 그렇고 삼국시대 대형 저수지며 조선시대 측우기뿐 아니라 지금 행정단위인 동(洞)에도 다름 아닌 물의 공동 이용과 관리 개념이 배어 있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지역과는 달리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한반도의 강수에 대비한 지혜다. 그런 탁월한 대비의 지혜를 제쳐둔 채 굳이 서구식 중앙 집중의 물 관리에 매달림은 모순이라는 말이 괜한 것일까. ●스타시티 빗물시설 각국에서 벤치마킹 그의 빗물 전도의 결실은 이미 곳곳에 스며 있다. 2002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 설치한 빗물 수집·이용 시설이며 직접 설립한 서울대 빗물연구소를 통한 서울대 건물들의 빗물 시설 마련,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인 스타시티의 3000톤짜리 빗물 시설…. 스타시티엔 빗물 시설을 벤치마킹하려는 각국의 전문가가 몰려들고 있으며 그 성과는 2008년 국제물학회지 커버스토리에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됐다.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선 앞다투어 빗물 관련 조례를 만들거나 설치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할 천혜의 자원이라는 빗물은 여전히 홀대와 기피의 대상이다. 이는 상식을 외면하는 태도와 물 처리 관련 이익집단의 ‘물의 장벽’이 큰 요인이라고 한 교수는 거듭 지적한다. “이제 불쏘시개는 마련됐고 불만 지피면 된다.”는 한 교수. 그의 ‘빗물 바이러스’는 언제쯤 폭넓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더니…

    교회 안에서 주먹다짐을 벌여 물의를 빚었던 소망교회 전직 목회자를 이번에는 신도가 고발하는 등 ‘소송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최모(53) 전 부목사는 김모 담임목사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2월 말쯤 이 교회 한 신도로부터 고발당했다. 이미 김 담임목사 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최 전 부목사 등이 같은 달 “먼저 폭행을 당했다.”며 김 담임목사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담임목사는 지난 1월 2일 소망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사목활동 배정표에서 빠진 데 불만을 품고 항의하던 최 전 부목사 등 2명에게 얼굴을 맞아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최 전 부목사 등을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최 전 부목사 측은 “오히려 내가 폭행을 당했다.”며 김 담임목사를 고소했었다. 이에 대해 교회 신도가 최 전 부목사 측을 상대로 다시 고발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추가 고소장이 제출돼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해당 목사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빠르면 이달 말쯤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청소년 친구’ 조성태 신부 선종

    불우 청소년의 친구 살레시오 수도회 조성태(안드레아) 신부가 20일 간암으로 선종했다. 53세. 조 신부는 1978년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한 뒤 광주 가톨릭대, 살레시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뒤 서울 구로3동 천주교회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성북동 살레시오 수도원장을 지냈다. 이때 신학생들과 밤거리로 나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인도하고, 갈 곳 없는 학생들을 돌보는 데 힘썼다. 미술을 좋아해서 지난해 국전 비구상 부문에 입상했고, 시집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내놓기도 했다. 시신은 가톨릭 의대에 기증했다. 빈소는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 수도회 관구관 7층 대성당. 장례식은 22일 오전 9시. (02)828-3500.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소망교회 사태, 이제는 ‘맞고소’ 진흙탕 싸움

    교회 안에서 주먹다짐을 벌여 물의를 빚었던 소망교회 전·현직 목회자들이 맞고소를 잇달아 제기해 ‘소송 사태’로 치닫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소망교회 김모 담임목사가 지난 3월 말 자신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받던 최모(53) 전 부목사 등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 김 담임목사의 고소는 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최 전 부목사 등이 지난 2월 말 “먼저 폭행을 당했다.”며 김 담임목사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담임목사는 지난 1월2일 소망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사목활동 배정표에서 빠진 데 불만을 품고 항의하던 최 전 부목사 등 2명에게 얼굴을 맞아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지난 2월 말 최 전 부목사 등을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최 전 부목사 측은 “오히려 내가 폭행을 당했다.”며 김 담임목사를 고소했었다. 이에대해 김 담임목사는 최 전 부목사측을 대상으로 다시 고소를 제기, 소망교회 목회자 폭행사건이 소송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추가 고소장이 제출돼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해당 목사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빠르면 이달 말쯤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미디어전략실 심의위원 김성호 ■외교통상부 △조정기획관 이정규 ■통일부 ◇과장급 전보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백태현<통일정책실>△이산가족과장 오충석△정착지원〃 강종석<교류협력국>△교류협력기획과장 박광호△남북경협〃 윤민호△사회문화교류〃 서두현<남북협력지구지원단>△관리총괄과장 박철△운영협력팀장 최영준<남북회담본부>△회담3과장 김병대<통일교육원>△교육총괄과장 서정배△지원관리〃 이정옥<남북출입사무소>△출입총괄과장 김명상<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교육훈련1과장 김호성 ■환경부 ◇고위공무원 전보 △상하수도정책관 송재용 ■중소기업청 ◇서기관 승진 △중소기업정책국 국제협력과 김봉덕△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 충남사무소장 임길상△경남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장 정원탁 ■아시아경제신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이의철<이코노믹리뷰>△편집국장 조영훈△편집국50+팀장(부국장) 송광섭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대우 △제작부장 양윤모 ■데일리안·EBN △마케팅국장 오인환 ■고려대 △한·러 대화(Korea Russia Dialogue·KRD) 사무국장 허승철 ■KTB투자증권 ◇부사장 승진 △기관영업본부 이창근◇전무 승진△비서실 최희용△리서치센터 박희운△자산운용본부 박상현△중국사업본부 윤승용△기업금융팀 김진영◇상무 승진△채권금융팀 김경일△채권영업팀 김상철△법인영업팀 류재상◇상무보 승진△준법감시팀 윤준홍△자산운용팀 박주일 ■현대자원개발 △에너지자원본부장 상무 김원기△경영지원본부장 윤병섭◇부장△바이오자원 김용진△에너지광물 김성환△신재생환경 김광회△경영지원 한태일
  • 초기불경 ‘니까야’ 4부 세계 첫 완역

    부처님이 직접 한 말씀을 고스란히 담은 경전인 파알리어 경장 중 가장 긴 말씀들을 엮은 ‘디가니까야’가 한글로 완역됐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2년 6개월간의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은 역저. 원고지 1만매 분량, 신국판 1560쪽에 무려 2931개의 주석을 단, 방대한 복원 번역본이다. ‘디가니까야’는 장아함경으로 알려진 초기불교 경전. 초기경전은 보통 출가자 생활규범을 담은 율과,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경, 경의 해석과 설명을 모은 논의 삼장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디가니까야’는 다섯 부분의 경 가운데 길이가 긴 말씀을 모아 ‘길게 설하신 경’으로 널리 통한다. 한국 불교계에선 2006년 각묵 스님의 3권짜리 한역본에 이어 두 번째 한역본을 맞게 된 셈이다. 전 회장은 이번 ‘디가니까야’ 한역에 따라 ‘쌍윳따니까야’(2002년), ‘맛지마니까야’(2003년), ‘앙굿따라니까야’(2008년)를 포함해 4부 니까야를 세계 최초로 모두 완역한 인물로 기록됐다. ‘디가니까야’는 부처님 열반 직후 제자들이 모여 부처님 생전의 말씀을 모은 이른바 1차결집 이래 전승돼 온 대표 초기경전. 한역본 대승경전과 달리 부처님 말씀의 가감 없는 진수를 그대로 알 수 있는 경전으로 인정받는다. 우주와 인간, 삶과 역사, 윤회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고 무엇보다 바른 마음챙김(正念)을 진정한 도의 핵심으로 가르치며 마음과 지혜의 해탈을 완성한 부처님의 아라한 경지를 볼 수 있는 언어들이 돋보인다. 이번 ‘디가니까야’는 붓다고사의 정통주석서 수망갈라빌리시니에 바탕해 풀어낸 설법 모음집이란 게 특징. 다른 경들에서 소개됐던 잘못된 견해 62가지를 정교하게 분석한 것을 비롯해 고행주의자의 삶, 신통의 기적, 과거칠불의 사회적 지위·이름·주요제자 생애까지 상세히 묘사해 놓았다. 불교의 핵심인 연기와 1에서 10까지 불교의 법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돋보인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완전한 열반의 큰 경’. 부처님이 마지막 생애에 한 일과 말씀, 사건들이 놀랄 만큼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모든 형성된 것들은 부서지고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마지막 유훈의 형성과정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가섭이 부처님의 법을 이어받았다고 흔히 알려진 삼처전심 중 ‘곽시쌍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비롯해 일반 통설의 허구를 파헤친 점이 흥미롭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조용기 목사·가족 역할 제한…갈등 봉합인가 분란 시작인가

    조용기 목사·가족 역할 제한…갈등 봉합인가 분란 시작인가

    여의도순복음교회 갈등 봉합인가,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인가.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들의 잇단 ‘교회 사유화’ 행보로 말썽을 빚어온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17일 교회 내 최고의결기구인 당회(당회장 이영훈 담임목사)가 조 목사와 그 가족들의 교회 내 역할 제한을 결의한 것이 계기다. 이번 당회 결정은 교회가 조 목사와 가족들의 교회에 대한 영향력과 소유권을 차단하고 나선, 순복음교회 초유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 목사를 비롯한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장남 조희준 국민일보 전 회장,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 등 당사자들의 반응에 따라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당회 결정 이행 밀어붙일 태세 교회는 당사자들과 그들이 속한 기관에 당회의 결정을 이행하도록 촉구할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법상 당회의 결정은 모든 교인이 따라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교회 측은 이른바 교회 사유화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가족들이 당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교회 출입과 교회 내 사무실 철거 등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회의 입장을 밀어붙일 태세다. 문제는 당회의 결정이 얼마만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있다. 당회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을 비롯한 조 목사의 입지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고, 부인 김 총장(해외선교)과 장남 희준(엘림복지타운), 차남 민제(국민일보)씨에게 교회 지분을 사실상 부분적으로 부여해 놓고 있다. 따라서 교회 안팎에선 이들 가족의 교회 사유화에 대한 원천적 봉쇄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17일 당회의 결정 과정은 그런 관측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당회에 참석한 장로 548명 가운데 479명이 역할 제한 안에 찬성했고 66명이 반대했다. 반대 표를 던진 장로들은 조 목사 가족들의 지분 분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반대 장로들의 반발 심리에는 조 목사의 영향력과 카리스마가 이전같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계에는 가족이 “조 목사의 영향력이 남아 있을 때 재산정리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가족들이 앞다투어 교회와 교회 기관의 요직을 맡고 나선 것도 바로 조 목사의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다. ●조 목사 입과 거취에 교회 운명 걸려 등록 교인이 80만명에 이르는 교인기준 세계 최대의 단일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결국 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운명은 조 목사의 입과 거취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조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순복음선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 관련 단체들의 재산과 운영의 중심이다. 각 제자교회의 헌금 중 20%가 순복음선교회로 귀속되는 만큼 교회와 관련기관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을 조 목사가 여전히 갖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조 목사의 명확한 거취 표현이 있다면 가족들의 사유화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 뻔하다. 교회 측은 당회 결정을 강행할 태세이면서도 일단 조 목사의 거취를 살피는 입장이다. 조 목사는 당회 직전 이영훈 목사에게 서신을 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장직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국민일보 노조가 경영권 침탈을 문제 삼아 조 목사 부인 김 총장과 장남 희준씨를 검찰에 고발한 것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조 목사의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 목사는 2007년 담임목사를 퇴임하면서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에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기관에 친·인척 중용을 배제하고 3년 후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의 시한은 다음 달 14일이다. 순복음교회가 잡음을 씻고 순항할 것인지, 교회와 조 목사 가족 간, 교인들 간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휩싸일 것인지는 다음 달 14일이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윤곽 드러나는 사법개혁안] 존폐 기로에 선 중수부… ‘스타검사’ 후일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명운을 최종 결정한다. 중수부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1층은 현대사의 줄기를 바꾼 곳이다. 비리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뇌물 기업인들은 한번 이곳에 들어오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현관을 나서기 어려웠다. 검찰 최고 엘리트로 인정 받는 검사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가가 치열하게 맞붙은 전장이었다. 하지만 부실수사 등으로 특검을 부르는 등 공과가 교차한다. 중수부 출신 역대 ‘스타 검사’들의 후일담을 추적해 본다. ●승승장구 1981년 4월 발족된 중수부의 첫 작품은 1982년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어음 사기 사건.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에서 ‘스타 검사’가 양산됐다. 다수가 평검사에서 주목받는 스타로 떠올랐다. 서울지검에서 중수부로 파견됐던 이명재, 김성호, 안대희, 박주선 검사는 훗날 검찰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명재 검사는 이후 승승장구, 1998년 중수부장이 됐다. 2002년에는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김성호 검사는 중수부 과장을 지내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6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 2년 뒤에는 국정원장을 맡았다. 안대희 검사 역시 2003년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총지휘했고, 2006년 대법관이 됐다. 중수부가 처음으로 대통령 가족에게 ‘사정의 칼’을 댄 사건은 1988년의 5공 비리 사건.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 47명이 구속됐으며, 이때부터 정권 실세도 검찰의 ‘칼날’에 떨게 됐다. ‘스타 검사’도 많이 나왔다. 중수2과장 신승남 검사는 대검 차장을 거쳐, 2001년 검찰총장이 됐다. 중수4과장 이종찬 검사는 1999년 중수부장을 맡았고, 2008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중수부에 합류한 서울지검 특수부장들도 훗날 비약했다. 심재륜 특수1부장은 1997년 중수부장이 돼 한보비리 수사를 총지휘했고, 최경원 특수2부장은 법무부장관까지 올랐다. 강신욱 특수3부장은 2000~2006년 대법관을 지냈다. 하지만 한보비리에서 미적거리는 수사로 최병국 중수부장이 도중하차했다. 중수부가 1993년 진행한 율곡사업비리 사건에서 주목받았던 검사는 함승희 검찰연구관이었다. 당시 ‘수표 추적의 귀재’로 불렸던 그는 이듬해 서산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고, 이후 정계에 입문해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7년 5월 15일 대검 특별조사실. ‘한보비리’에 연루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방에 들어섰다. “들어오기 전 아버님과 통화했는데, 조사 잘 받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은 “당신한테는 아버님이지만, 국민에게는 대통령이오. 공무원으로서 듣기 거북하니 그런 표현은 삼가 주십시오.”라며 냉담하게 응대했다. 현철씨를 구속한 이 과장은 2008년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수부에서 활동한 검사 상당수가 검찰에 남아 있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수사한 김진태 검사는 현재 대구지검장을 맡고 있다. 한보비리 수사팀에 파견됐던 홍만표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김경수 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여곡절 중수부 ‘검객’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이후 평탄치 못한 길을 걸었던 검사들도 적지 않다. 장영자 사건에서 중수4과장으로 활약했던 신건 검사는 중수부장과 법무부 차관을 거쳐 국정원장에 올랐지만,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연루돼 후배들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신 검사는 현재는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박주선 검사는 1998년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하다 이듬해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그는 ‘세번 구속 세번 무죄’라는 이른바 ‘3종3금’의 시련을 겪었다. 2008년 총선에 출마해 광주 동구에서 전국 최고인 88.73%의 득표율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승남 검사는 2002년 검찰총장 재임 시절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중도 퇴진해 특검을 불러왔다. 이후 수사기밀 누설 혐의로 중수부에 소환돼 13시간 동안 후배에게 밤샘 조사를 받았다.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 중수부에서 활약한 검사들이 꼭 출세가도를 질주했던 건 아니다. 장영자 사건의 중수2과장이자 주임검사였던 성민경 검사는 ‘비운’의 스타다. 성 검사는 ‘전형적인 전투형 검사’라는 호칭과 함께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검사장에 오르지 못했다. 1987년 서울 북부지청장에서 승진 대열에서 탈락, 옷을 벗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정진석 추기경 부활절 메시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17일 ‘2011년 부활 메시지’를 통해 “우리 인생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노력과 희생의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오는 24일 부활절에 맞춰 이날 발표한 메시지에서 “부활을 맞이하며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죄와 죽음의 세력을 극복한 부활의 기쁨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가 현재 맞닥뜨린 불행의 원인은 삶의 모든 것을 경제 중심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시련이 크다 해도 정의와 진리, 그리고 사랑이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추기경은 “오늘의 세상에서 해야 할 교회의 역할은 막중하고 분명하다.”면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조용기 목사 교회 내 역할 제한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들의 교회 사유화 논란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7일 조 목사와 그 가족들의 교회 내 역할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를 열어 조용기 원로목사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장·국민일보 회장 직을,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한세대와 해외 선교만 맡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인준했다. 또 장남인 조희준 국민일보 전 회장은 엘림복지타운 또는 해외 교회 관련 기관 중 하나만 선택하고 차남인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은 국민일보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 운영위원회는 앞서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해 당회에 상정한 바 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남을 다스리기 전에 나를 완성하라

    흔히 정치와 사회의 양상은 시대를 따라 반복된다고 한다. 곱씹어보면 과거의 역사에서 새기고 얻을 교훈이 많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십 실종의 시대’라는 지금, 역사 속에서 건져낼 해법은 어떤 것일까.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정옥자 지음, 문이당 펴냄)는 조선시대 지식인의 대명사인 선비를 한국적 리더십의 전형으로 제시한 책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의 역사 에세이집. 저자는 책에서 우리의 문화인자로 면면히 유전되어온 선비정신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한국형 리더십임을 줄곧 강조한다. 어느 시대와 나라건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적 책무를 진 집단은 지식인 그룹이기 마련. 저자는 조선시대 지식인 선비는 권력자의 참모쯤으로 기능한 서양의 지식인과 달리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 주체로 차별화한다. 단순한 지식 종사자에 머물지 않은 채 지식과 교양을 갖춰 학행일치를 실천에 옮긴 국가사회의 중추적 역할자라는 말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는 선비의 꼿꼿함은 말할 것도 없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정신이 바탕이다. 철저하게 완성된 인격체가 되고서야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평범한 이치. 서릿발 같은 기개와 지조로 의리를 지켜 외경의 대상이 되고 선공후사(先公後私)와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생활신조를 목숨같이 여기는 고집도 수기치인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정과 의리를 중심축으로 삼은 그 선비의 삶과 정신을 ‘맑음의 미학’으로 표현한다. 그 말마따나 책에는 리더로서의 전범이 될 만한 선비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가 특히 조선의 선비와 사대부, 왕에게 공동의 목표가 있었음을 강조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경쟁과 협력으로 시대의 현안을 함께 해결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지적.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에 만연한 개혁·권력병과 기업문화에 대한 질타가 단순히 역사학자의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 울림으로 뻗친다. 1만28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다산·추사·초의 통해 본 다도의 진수

    차와 관련해 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을 뜻하는 항다반(恒茶飯)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평범한 항다반은 종교적 의미에선 심오한 경지에 닿아 있다. 다도(茶道)와 선도(禪道)는 같은 맛이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차를 마시는 행위를 통해 정신을 닦는다면 도(道)를 수행하는 선(禪)과 다를 바 없다니 범상치 않은 함의다. 최근 불교의 다도와 다례를 넘는 일반의 차 문화가 붐을 이룬다. 값비싼 다기를 차린 겉치레의 의식도 난무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런 정신 빠진 허울만의 차 문화 범람을 기본지식의 부재 탓으로 돌린다. 한마디로 무식의 소치라는 말이다. 그런 항간의 지적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책이 나왔다.‘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정민 지음, 김영사 펴냄). 다산, 추사, 초의 등 17∼18세기 조선사회를 풍미했던 선지식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한국 차 문화 바로보기를 외친 역저다. 저자는 2006년 ‘한국의 다성’ 초의선사의 ‘동다송’에 전하는 ‘동다기’의 지은이를 뒤집어 차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 철석같이 다산의 저서로 알려졌던 동다기의 저자가 진도로 귀양간 이덕리의 것이었음을 사료를 들춰 밝혀낸 인문학자다. 책은 ‘동다기의 오류’말고도 잘못된 한국 차 문화의 실수를 냉정하게 꼬집는다. 다산의 말로 회자되는 ‘차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는 ‘음다흥국론’의 허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적 차 고전이라는 ‘동다송’의 분절독법 오류 지적도 돋보인다. 각 구절 밑에 해당 전거를 각주로 달아놓은 것을 단락표시로 착각한 탓에 불과 40여구에 불과한 한 편의 시를 수십 토막으로 잘라 읽는 무지의 소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신라, 고려시대에 흥성했던 차 문화는 조선시대 멸절의 수준까지 내몰렸던 역사를 갖는다. 저자는 다산, 추사, 초의등 한국 차문화 중흥조 세 사람에 머문 안목을 겸허히 여긴다. 그러나 일일이 발로 뛰어 뒤져낸 서신이며 시문들을 분석해 새로 쓴 752쪽 분량의 차 문화사는 결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3만5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위기의 개신교 종결자는/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의 개신교 종결자는/김성호 논설위원

    한국 개신교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발단이다.금권선거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새로 선출된 대표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자격없음’ 선고를 받았다. 교회가 사회법의 제재를 받아 대표회장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임 회장 측은 새 대표회장 자격 박탈에 이어 당선 무효까지 밀어붙이는 태세다. 전임·신임 대표회장 양측으로 나뉘어 벌이는 이전투구의 끝이 어디인지 가닥이 안 잡힌다. 한국 개신교의 뼈대요 몸통이라는 한기총의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져 혼돈에 빠진 것이다. 혹자는 한기총 내분을 놓고 개신교의 위기까지 들먹거리느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번 금권선거 논란을 빚은 전임·신임 대표회장은 바로 한기총의 중심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소속이다. 전임 회장이 예장 통합 측이고 신임 대표회장은 예장 합동 측이다. 이 통합과 합동이 어떤 교단인가. 1959년 진보 성향의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가입에 대한 견해 차로 갈라선 이후 견제와 알력이 끊이지 않은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들이다. 이들 교단과 관련된 다른 교단들이 눈치를 살피는 건 당연하다. 이번 내홍이 한국 개신교의 위기로까지 해석되는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표회장 선거 잡음을 넘어 한기총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한 개신교 단체들이 한기총 해체운동에 나선 데 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한기총 해체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돼 서명자가 7000명을 넘어섰다.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오늘부터 한기총 해체를 위한 릴레이 토론회를 갖는다고 하니 개신교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것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내홍의 당사자를 포함한 한기총 관계자들은 개선의 목소리를 앞다투어 내고 있다. 그 무성한 개선책을 쏟아내면서도 “한기총 해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은 단호한 것 같다. 이제 한기총의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없는 상황인데도 교회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더는 돈과 권력이 하나님의 나라를 대표하지 못하도록’이라는 노골적인 해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보다.물량주의와 대형화에 매몰된 교회의 울타리만 높다. 지금 목소리가 드높은 한기총 해체의 명분은 말할 것도 없이 종교의 일탈이다.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제사장이요, 난장판 속의 추상 같은 예언자여야 할 교회의 실종. 그것은 돈·정치에 물든 성역의 훼손이고 ‘자기 신앙의 확신’과 ‘타 종교에 대한 독선’도 구별하지 못하는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많은 신학자들은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누누이 강조한다.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존중하며 신앙과 삶의 근원적 권위로 인정한다는 교회의 미덕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회엔 근본주의적 배타성과 종교적 오만이 난무한다. 봉은사 땅 밟기, 이슬람국가 한복판에서의 선교, 이슬람채권(수쿠크) 봉쇄…. 시쳇말로 ‘갈 데까지 갔다.’는 회의론의 근거다. 그런데도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회복하자는 곳곳의 신음과 호소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만 겉도니…. 지금 우리 교회를 향해 ‘위기는 기회다.’라고 말하면 생뚱맞을까. 해체보다 다시 짓는다면 어떨까.신학자들의 말 그대로 한국교회가 잃어선 안 될 소중한 유산을 탄탄히 다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종결자는 누구일까. 우선 모범과 표상의 위상을 스스로 박찬 지도자들이 결자해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타락과 오염의 극치”라는 한기총을 해체의 위기에서 건져내려면 말이다. 그 다음은 신도들의 몫이다. 신성한 교회가 ‘한국 정치판의 큰손’이 되는 데 일조한 틈은 없는 것인지, 성공은 오로지 신의 축복이라는 왜곡된 신학에 너무 빠져들지는 않았는지. ‘성전을 허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지금보다 더 절실한 적이 있었던가…. kim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