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준설토 암초’
정부의 4대강(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살리기 사업이 준설토 처리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강에 물을 가두기 위해 바닥을 파낼 때 나오는 수억㎥의 준설토를 처리할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설토 처리의 어려움은 낙동강 유역에서 가장 심각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도, 고령~구미 구간 슈퍼제방 고려
경북도는 16일 낙동강 살리기 사업 경북 구간(221㎞)인 구미 등 9개 시·군에서 발생될 준설토 양이 2억 969만 300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별로는 구미가 7779만㎥로 가장 많고, 상주, 칠곡, 고령, 안동, 성주, 예천, 의성, 문경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준설토 양은 경주 남산(해발 494m, 남북 8㎞, 동서 4㎞)만 한 산 4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또 경남 1억 8004만 9000㎥, 대구 2752만 2000㎥, 부산 2548만 9000㎥를 감안하면 낙동강 전체 사업 구간에서 발생할 준설토 양은 모두 4억 4275만 3000㎥에 이른다.
도는 이들 준설토 처리를 위해 우선 해당 시·군에 국가하천 10㎞를 기준으로 하천으로부터 3㎞ 떨어진 지점이나 평균 운반거리 10㎞를 초과하지 않은 범위 에 준설토 1억 205만 8000㎥(판매가 8000억원 추정) 정도를 쌓을 수 있는 야적장을 확보토록 했다. 나머지 1억 763만 5000㎥는 침수 농지 등에 보내 농경지 리모델링에 활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시·군들은 엄청난 양의 준설토를 장기 보관할 야적장 부지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도의 방침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고령지역에서 나올 준설토 2174만 8000㎥를 높이 10m, 폭 25m로 쌓아 처리할 경우 총연장이 무려 낙동강 고령 구간 55㎞에 걸치는 길이다.
●국토부 “처리장 확보 안되면 폐기처분”
도는 준설토 처리를 위한 부지 확보난이 심각하자 지난 15일 시·군 관계자 회의를 소집했으나 별다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시·군 관계자들은 “늦어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착공되는 오는 9월까지 준설토 처리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 탓에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군의 준설토 야적장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준설토를 이용해 낙동강 고령~구미 구간(89㎞)에 강을 따라 ‘슈퍼 제방’을 쌓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준설토 처리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끝내 처리장 확보가 어려울 경우 준설토를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운하백지화국민운동 경남본부와 지리산댐 반대 대책위는 15일 경남도청에서 공동 회견을 갖고 “낙동강에서 15년간 쌓인 토사가 1.3억㎥가량인데 정부 안대로 4.4억㎥를 3년 안에 준설할 경우 하천바닥이 급속히 낮아져 주변 구조물이나 둑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