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개혁의 핵심… 은행 규제안 ‘볼커룰’ 도입
미국 은행들은 앞으로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사모펀드를 소유하거나 이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되며, 이사진이 승인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통해 고위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규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5개 기관은 10일(현지시간) 잇따라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이른바 ‘볼커룰’ 최종안을 승인하고, 2015년 7월 21일부터 발효키로 했다고 밝혔다.
볼커룰이라는 명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을 지낸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이 정책의 주요내용을 제안한 데 따라 붙여진 것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사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월가 개혁정책의 일환이다.
이날 승인된 최종안은 은행의 자기자본거래를 대부분 금지했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기자본, 차입금 등을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자기자본거래는 평소에는 은행의 고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규제를 추진해 왔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가 급등락으로 선의의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관행인 ‘시장조성’을 위한 자기자본거래는 허용키로 했다.
자산 5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은 2015년 7월 21일부터 이 규정을 시행해야 하며, 나머지 은행들은 2016년부터 시행해야 한다. 또 JP모건체이스, 씨티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당장 내년부터 이사진, 경영진이 승인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만들어 규정 이행 상황을 규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책에 대해 은행들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이 위축될 수 있는 데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은행의 통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자기자본거래를 구별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제 우리 금융시스템은 더 안전해졌고, 미국 국민은 더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금융시장의 관행을 바꿔놓을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용어클릭]
■볼커룰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만든 규제로, 자기자본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투자 등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경제회복 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인 폴 볼커의 제안이 대폭 반영돼 볼커룰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