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간·안보 의제로 열흘간 ‘세계중심’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공동체 추진을 목표로 태동했으나, 최근에는 안보, 테러, 에너지, 전염병, 부패 분야까지 범위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 APEC 기간 중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면서 국제적인 축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정 및 행사
부산 APEC의 공식행사 기간은 12일부터 19일까지다. 각종 비공식 부대행사는 11일부터 21일까지다. 따라서 적어도 10일간은 부산을 비롯한 전국이 APEC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공식 행사는 12일 최종고위관리회의의 개막과 함께 테이프를 끊는다. 고위관리회의는 참가국의 차관보 또는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로, 사실상 이 기구에서 구체적인 의제가 협의된다. 여기서 합의된 내용이 각국 통상장관급 각료들이 참가하는 각료회의를 거쳐 정상회의로 넘겨진다. 이번 부산 APEC의 일정도 최종고위관리회의(12∼13일)→합동각료회의(15∼16일)→정상회의(18∼19일) 순으로 전개된다.
최종고위관리회의에는 각국에서 220여명이, 합동각료회의에는 250여명이 참석한다. 회의 장소로는 해운대 ‘벡스코’가 주로 이용된다. 정상회의는 1,2차로 나뉘어 열리는데, 각각 벡스코와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정부간 회의 일정기간에 기업인 모임이 겹친다.70여명이 참여하는 기업인 자문회의는 14∼16일 열린다. 이어 800여명이 참석하는 CEO서밋이 17∼19일 개최된다.
비공식 부대행사로는 11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송 페스티벌’이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12∼19일 한국 전통 음식 시연 및 시식회가 벡스코 글라스 홀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투자환경설명회가 14∼17일 부산시청에서 개최되며,15∼21일에는 벡스코 전시 2홀에서 IT전시회가 열린다.17일에는 광안리 해변에서 멀티미디어 해상쇼가 펼쳐진다.
●주요 의제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는 무역·통상은 물론, 안보·환경 등 다양한 관심사가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허리케인 등 각 회원국의 자연 재해 및 테러 대책과 관련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회의 의제는 경제·통상 등 분야,2차 회의는 인간·안보 등이 의제로 정해졌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WTO(세계무역기구),DDA(도하개발어젠다) 등이 주로 다뤄지며, 인간·안보 분야에서는 대테러, 보건안보(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에너지(고유가 대책 등), 자연재해에 대한 재난 대비(미국 허리케인,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특히 부산 APEC 정상회의는 ‘보고르 선언’의 중간점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보고르 선언이란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차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것으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 2020년까지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고위관리회의와 합동각료회의를 거쳐 정상회의 폐막 직전 채택될 ‘부산 로드맵’이 어떤 성과를 담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부산 로드맵’이란 ‘부산 선언문’ 속에 들어가는 별도의 보고서로, APEC이 출범한 이래 공식적인 첫 평가서라는 데 의미가 깊다.
이와 함께 이번 APEC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이 채택될지도 관심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이번 APEC을 한반도 냉전 해체 선언의 장으로 삼고 21개국 세계 정상들이 모인 국제사회로부터 한반도 냉전 해체를 유도하는 유용한 무대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어 평화선언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 채택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인 구속력을 담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APEC에서는 또 테러 및 재난에 대한 대책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여, 어떤 식으로든 관련국간 우호가 증진되는 모양새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