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후 범여권 통합의 3대 돌출변수
1. 김홍업의 정치행보와 DJ의 속마음
4·25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업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못했던 형(김홍일 전 의원)과는 파괴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업씨가 목소리를 키울 경우, 그것은 사사건건 DJ의 의중, 즉 김심(金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홍업씨는 26일 아침 일찍 동교동 자택으로 DJ에게 당선인사를 가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DJ의 후광’에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사양하지 않았다.
DJ가 홍업씨에게 건넸다는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덕담과, 홍업씨가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게 밝혔다는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신 것은 처음 봤다. 평생 그렇게 반갑게 저를 맞이해준 적이 없었다.”는 소회 등이 여지없이 공개되는 정황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행보가 ‘홍업=DJ 대리인’ 쪽으로 향할 것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이런 홍업씨가 그의 말대로 “통합에 최대한 협력”한다면 범여권 통합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의 시야가 민주당과 DJ의 정치적 이익으로만 좁혀진다면 통합은 세력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어려워질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 심대평 ‘충청 독자세력화’ 나설까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는 범여권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충청권 독자세력화’를 주장,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자신의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민심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서는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정 전 총장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화답해 ‘정-심 연대’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상당하다. 심 대표는 정 전 총장과 결합하면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고, 정 전 총장은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심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몸값’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국민중심당이 충청권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호남과 충청을 결합시키는 ‘서부벨트론’을 유효한 대선 승리 카드로 보고 있는 범여권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이되 판세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막판에 가서야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3. 정세균 ‘제정당 연석회의’ 파장은
26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대통합을 위한 제 정당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연석회의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주장하는 방법이다. 현 열린우리당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정 의장은 재·보선 결과를 제안 명분으로 삼았다.‘무소속 돌풍’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재·보선을 통해 대통합의 당위성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물론 ‘후보 중심의 제3지대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임을 분명히 했다. 기존 정당을 구체적으로 접촉해 늦어도 다음달부터 6월10일 이내에 ‘후보자 중심의 정당’ 틀을 짜겠다는 복안이다.
조정식 홍보기획위원장은 제 정당 연석회의 역할에 대해 “후보들이 독자적인 세를 구축한 뒤, 오픈프라이머리와 신당 창당을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제3신당의 ‘키(Key)맨’은 대선후보이기 때문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경우, 늦어도 5월 이내에 출마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여권과 유력후보들이 ‘각자도생’ 중인 상황에서 제 정당 연석회의는 불가측성을 더할 전망이다. 오히려 이 제안은 당내 주자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소리로 들린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