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李대통령에 바란다] 전·현정권 실세들의 조언
국민의 압도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초기 혼란상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떠해야며,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서울신문은 창간 104주년을 맞아 전·현 정권에서 대통령을 근접 보좌한 인사들의 경험을 통해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덕목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과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민주당 의원,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받은 설문 결과를 지상좌담 형식으로 싣는다.
■ “CEO와 대통령은 다르다…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적 성장과정에서 체감한 사회 변혁 욕구를 대통령이 된 뒤에 실현하려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시대상황과의 괴리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과거사 청산과 국가보안법 철폐 등은 1980년대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화투쟁을 할 당시에는 절박한 과제였을지 몰라도 그의 집권기에는 국민의 절대 관심사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생회복을 여망하는 국민의 염원보다는 정치에 과잉욕구를 보인 측면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본인이 개발독재 시대에 기업인으로서 꿈꿨던 정치적 리더십을 지금 실현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빈 사무실에 불을 끄라고 독촉한다든지, 현장으로 달려가 공사감독관 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박정희식 리더십’을 연상시킨다. 이런 ‘계몽형 리더십’은 민주의식이 급성장한 지금의 국민 수준과 충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임태희 의원 청와대 회의 때 이 대통령이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는 장면이 가끔 텔레비전에 비친다. 모두가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게 된다면, 그것은 계몽형이라기보다는 솔선수범형이 아닌가 싶다. 이 대통령이 과거의 프레임에 얽매여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청계천 복원을 위해 주민들을 4000번이나 찾아다닌 일화는 유명하지 않은가. 대통령께서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시는 분이다. 미래를 언제나 꿈꿔 왔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병헌 의원 자신의 오랜 정치적 비전을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정치지도자의 핵심 덕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보화시대를 겪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앨빈 토플러의 저서를 통해 정보화 시대의 가치와 흐름을 예측하고 자신의 비전으로 만들었다. 자문기구를 활성화하고 국내외 석학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대통령의 비전을 진화시켜야 한다.
●이광재 의원 역사를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의 관점에서 크게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정경유착을 척결했고,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을 청산했을 뿐 아니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시대변화에 따라 동맹의 성격규정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동맹만 하더라도 안보와 경제 일변도에서 환경, 보건 등으로 이슈가 다양해지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환경오염 논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은 그동안 곁가지로 여겨져온 이슈들이 동맹관계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변화된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이 시대변화를 입체적으로 읽는 안목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 의원 국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 의식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분야가 국방, 외교와 같은 거시 담론에서 환경, 안전과 같은 민생 이슈로까지 확산되는 게 당연하다. 정부로서도 이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미·중·러·일의 4강 외교를 강화해 이전 정권에서 왜곡된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동맹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전 의원 이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칭했다. 그러나 외교적 관계는 단순히 경제적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문화, 환경,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총체적 평가를 통해 진전되거나 후퇴한다. 한·미관계에서 쇠고기 수입문제는 경제교역 측면에서는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검역주권포기, 국민 건강권 위협 등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이번 사안을 경제교역의 한쪽 측면에서 한정 짓는 잘못된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자세가 오히려 한·미 국민간의 불신까지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의원 미국한테 잘 보이려다가 국민도 잃고, 미국에도 못 보이고 있다. 이전 정권 때는 ‘대북 퍼주기’라고 비판하더니 지금은 옥수수를 준대도 북한이 안받는다고 하고 있다. 새로운 한·일관계 역설하고 귀국하자마자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로 시끄러웠다. 바삐 다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섬세함과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이때가 되면 대통령은 보통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가. 또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까.
●임 의원 제대로 일 한번 못해보고 금쪽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 차분한 마음으로 일할 시간과 기회를 국민들이 주셨으면 한다.
●전 의원 취임 후 4개월이 지나면, 내각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추진하려는 국가 정책의 큰 가닥들이 잡히게 된다. 언론과의 허니문 관계도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정부 비판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선거 당시 자신을 당선시켰던 국민의 지지율을 지속시키고 싶은 욕심이 들게 된다. 그래서 충분한 검토 없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발표하거나,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와 관계 없이 자신의 신념 체계에 기반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나친 자신감과 조바심으로 충분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절제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의원 정권은 유한한 것이고 5년은 짧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핵심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공직사회를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집단으로 다듬어야 한다. 대통령은 큰 것만 결정하고 총리와 내각에 권한을 확실히 줘야 한다. 국무조정실과 국정홍보처를 부활하고, 경제부총리를 신설해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취임 초 몇가지 실책으로 큰 위기에 몰렸으나 과감한 자기교정으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임 의원 정치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루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 개각 등은 여론에 따라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한 노력의 결과로 봐달라.
●전 의원 이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두 번씩이나 했다. 문제는 교정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충분히 그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국정의 전면 쇄신을 얘기하다가 슬그머니 소폭개각에 그친 것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4년 반의 임기가 남아 있는 최고 권력자라는 교만한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민심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의원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처음엔 어려웠는데 나중엔 시민들 지지가 높았다. 이를 기억해 자신감을 갖는 건 좋은 일이나 현재 국면은 매우 심각하다.CEO와 대통령은 다르다. 반쪽 또는 그들만의 나라와 인맥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편중인사, 코드인사 논란이 나오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개선책은 없을까.
●임 의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인물을 뽑더라도 잡음이 일고 문제가 지적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공평무사한 인사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지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단기적으로는 인재풀을 넓히고 인사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해법이다.
●전 의원 대통령이 자신과 비전을 공유하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상식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균형에 집착해 정무직 공직자나 공공기관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형식에 대한 필요성을 일부에서 보고했지만 묵살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이나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보은인사를 위해 법에 명시된 임기를 무시한 채 공개적으로 점령군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또 대통령의 합리적 인사를 보좌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는 인사위원회를 신설했고 참여정부는 이를 활성화시켰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폐지했다.
●이 의원 청와대가 인사를 주도하는 폭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주요 장·차관과 9개의 ‘공룡 공기업’ 사장만 임명하고 나머지 공기업은 내부승진을 원칙으로 하면서 평가를 철저히 해 나가는 방향이 좋다.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독점욕이 강해진다는데 개선책은 없나.
●임 의원 다원화된 사회에서 대통령 1인의 의사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면, 결국 얼마나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 같다.
●전 의원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쉬운 시절은 선거운동기간이다.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다 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닥치게 된다. 재정 수요와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조급함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조급함이 더 센 권력, 더 큰 권력을 지향하게 만들고, 자칫 제왕적 통치스타일을 가져올 수 있다.
■ “다양한 참모진 견해 청취하면 실세 부작용 막을 것”
●이 의원 권력은 권력자가 자제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 내각에 ‘정무 차관직’을 신설해서 여당 상임위 간사 등이 차관을 맡아 일해 나가면 정부와 국회 간 협조가 좋아지고 국회의원들은 국정경험을 축적해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정권 실세의 전횡에 대한 논란 역시 정권에 따라 끊이지 않는데.
●전 의원 대통령 주변에는 두 부류의 참모가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과대포장해 실세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과 자신이 하는 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특정인이나 기관만의 보고와 견해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참모진의 견해를 청취하는 태도가 실세의 부작용을 막는 근본 해결책이다.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의 보고는 때론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도 가능했다.
●이 의원 시스템으로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참여정부에서는 민정, 인사, 비서실장 등이 각기 서로 다른 자료를 기초로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대통령은 업무의 태반이 정당과 의회에 대한 설득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들은 정치권에 장악 욕구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친노(親盧)인사들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18대 총선을 앞두고 빚어진 한나라당 공천 내홍은 특히 대통령의 여당 장악 욕구로 해석되기도 한다. 수평적 당·청관계는 한국적 현실에서 요원한 과제인가.
●임 의원 대통령은 한 정당의 후보에서 출발하지만 일단 선출이 되고 나면 행정부의 수반이 되고, 정당은 의회에서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대통령과 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를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는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협력 관계의 강화, 건전한 긴장관계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전 의원 본질적으로 정치문화의 전근대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회와의 정당한 관계 설정보다 여당이라면 무조건 대통령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편의적 관계 설정을 선호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과 의회에 대한 설득 대신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공천권에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비전과 철학 있는 지도자라면 오히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의원 정부와 국회의 활발한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장관 보좌관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무 차관제를 만들어 당과 정부가 협력하도록 만들고, 대통령이 상임위 별로 주요 법안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여당내 차기 대권주자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도 불편한 느낌이다. 당·청분리를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정동영·김근태 두 유력 주자를 내각으로 불러들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영남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대통령이 여당의 대권주자를 인위적으로 견제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임 의원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가 될 정치인들을 견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당의 책임 정치를 실현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폭넓게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치인 입각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당의 책임 정치를 실현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폭넓게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치인 입각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전 의원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정운영보다 최선의 방책은 없을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여권 내 대권주자들 때문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방해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주자들 역시 차기를 위해서 현직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불안해질수록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쏠리는 힘은 커지고 그만큼 권력누수가 빨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여권 내 차기주자들에 대한 관리와 견제에 일정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의원 과거 대통령들은 레임덕이 온다는 이유로 당내 대선 주자들의 활동을 극도로 자제시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대선 후보감이 되는 사람들을 총리와 장관에 기용해서 함께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농단 논란 역시 정권이 바뀌어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여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처신이 논란이 됐다. 이런 정치문화를 개선할 방도는 없을까.
●임 의원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들과 이상득 의원을 병렬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의원이 무슨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전 의원 정치문화적 측면에서 친인척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히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어느 정도는 사적 관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불순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영광 뒤에서 알게 모르게 불편함을 겪는 친인척들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보다는 세심한 관심과 배려로 친인척에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차단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이 의원 떠나는 길이 최선이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대선주자 시절부터 누려온 압도적 지지율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게 오히려 집권 초 국정난맥상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대통령의 심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또 지지율이 추락했을 때 대통령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임 의원 국가 지도자들이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흔하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가 발달할수록 국민들은 다양한 욕구를 표출하는 데 반해 이를 즉각즉각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만층이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지지율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그 등락만으로 정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지지율이 하락하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전 의원 이 대통령은 압도적 당선으로 자신감이 지나쳐 상당히 교만한 수준까지 가 있었음을 어법과 표정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지지율이 높을 땐 국정운영의 자신이 생기고 청와대 안의 분위기 전체도 좋아진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치면 교만해지고 교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런 전철을 밟았다. 우리 국민은 착하고 용서를 잘하는 국민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 어린 반성으로 통치 스타일을 과감하게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 민심을 얻어야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는다. 바른 말 하는 참모가 필요하다. 만약 촛불이 장마철이고 방학이라 꺼질 것이라고 보고하는 참모가 있다면 즉시 파면해야 한다. 거리의 촛불시위대를 구속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보는 수백만을 볼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직언과 교언(巧言)을 구분하는 일이 무척 힘들 것 같다. 인(人)의 장막을 뿌리치고 정확한 민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 의원 ‘크로스체크’이다. 대통령이 되면 수많은 정보가 올라온다. 비서진이 됐건 비선 조직이 됐건 아부와 조언, 직언도 많이 올라온다. 직언과 교언을 구분하는 일은 힘들지만 다양한 참모, 기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골라낼 수 있다. 인의 장막에 갇히지 않으려면 대통령 스스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측근들보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측근들에 의한 인의 장막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구중궁궐 청와대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외부인사와 현장의 숨소리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이 의원 얼핏 보면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는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모두 그 나름의 힘이 있고, 감각이 있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의견이 잘 조화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광삼 김상연 나길회기자 carlo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