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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에 PKO파병 검토

    정부는 강진이 발생한 아이티의 구호활동과 치안유지를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PKO)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현지 치안수요가 커지면서 유엔이 각국에 파병 규모를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PKO 파병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국방부에서 현지 수요와 가용 병력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파병 규모 등은 검토가 끝난 뒤에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요청에 따라 각 회원국이 십시일반식 추가 파병을 통해 총 1500명의 경찰인력과 2000명의 평화유지군을 아이티에 더 배치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아이티에는 각국에서 차출된 9000여명의 군과 경찰인력이 ‘치안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군 이선희(43) 소령만 파견돼 활동 중이다. PKO를 파병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뉴스&분석] 정운찬 ‘밥 정치’… 대선주자로 뜨나

    정치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한국 정치에서는 특히 밥 먹는 만남이 중요하다. 정치권 지각변동의 이면에는 늘 ‘밥집 정치’가 무성했다. 2002년 대선 당시 J 의원이 처음엔 약체였던 대선주자의 밥 먹자는 제의를 무심코 거절했다가 그 주자가 나중에 대통령이 됐을 때 땅을 쳤다는 일화도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8일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밥을 먹는 일정을 시작했다. 정 총리는 서울 범강남권 지역구 의원 8명과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19일 강북권 지역구 의원들과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21일(오찬)과 22일(만찬) 이틀에 걸쳐 경기 지역 의원들과 만난다. 이어 2월 임시국회 전까지 인천·강원·경남·경북·부산·대구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과 잇따라 식사할 계획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라는 게 총리실에서 밝힌 명분이다. 하지만 ‘대선주자 정운찬’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예사롭지 않다. 한나라당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10여명씩 끊어서 소그룹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비상하다. 과거 총리들은 당 전체 의원 모임에 초청되거나 비밀리에 소규모로 만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총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원 전체와 연쇄적으로 스킨십을 갖는 그림은 아주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나 ‘누릴 수 있는’ 일정이다. 좋게 해석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 총리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연쇄 회동은 ‘대선주자 정운찬’의 면접시험과 같은 성격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의원들은 정 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그가 대통령감인지를 자연스레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정 총리 입장에서도 의원들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세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제 정 총리는 의원들에게 “세종시 문제로 그동안 바빠서 의원들과 소통을 못했는데 의원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도 밝히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세종시 전선의 건너편에 포진한 의원들을 포섭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주목된다. 이날 이혜훈 의원이 친박(친 박근혜)계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것은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오찬 후 기자에게 “누굴 만난다고 해서 내가 생각이 바뀔 사람으로 보이느냐.”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다만 “정 총리가 은사라서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이 의원은 정 총리의 제자다. 참석자는 이 의원을 빼면 이종구·김충환·유일호·이범래·박영아·안형환·김용태 의원 등 모두 친이(친 이명박)계나 중도다. 공성진·전여옥·원희룡·구상찬·김성태 의원 등은 외유 등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범래 의원은 “총리가 ‘앞으로 세종시는 국회의 몫인데 대국적인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종구 의원은 “정 총리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라면서 “(정 총리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상연 강주리기자 carlos@seoul.co.kr
  • 연말정산 궁금? 국번없이 110 누르세요!

    할 때마다 복잡한 연말정산, 궁금할 때는 어디에 문의해야 할까. 국세청에 전화를 걸어도 되지만 올해부터는 제일 간편한 방법은 국번없이 전화번호 ‘110’을 누르면 된다. 2007년 5월 개소된 110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민원 콜센터다. 연말정산뿐 아니라 모든 정부정책, 지방자치단체 정책, 민·형사 법률 문제에 이르기까지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 범위가 거의 무제한적이라는 게 권익위측의 설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14일 “이젠 민원인이 일일이 담당 부처가 어디인지 알아보고 전화번호를 찾는 번거로움 없이 무조건 110을 누르면 된다.”면서 “정부 민원 창구의 일원화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10 콜센터에는 106명의 상담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 만약 자세한 민원 상담이 필요한 민원인이라면 바로 해당 부처로 연결해주고 있다. 이들 상담원들은 각 부처로부터 상담을 위한 전문지식을 교육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 연말정산을 앞두고도 국세청의 교육을 받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세종시수정안 발표] 충청권 여론 50% 찬성이 관건

    11일 발표된 세종시 수정안의 성패는 앞으로 전국적인 여론과 충청권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크게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수정안에 대한 국민 전체 여론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충청권 여론도 동반 호전되는 경우다. 정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수정안 발표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정안 찬성이 더 높지만 충청권에서는 60~70%가 원안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보도된 서울신문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9부2처2청의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원안에 대해 전국적으로는 반대(52.7%)가 찬성(40.3%)보다 높았지만, 충청권에서는 찬성(62.4%)이 반대(33.7%)보다 많았다. 만약 수정안에 대한 전국 여론 지지도가 60% 이상 올라가고 충청권의 찬성 여론이 과반을 넘는다면 수정안은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2일 “충청권에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이 50대50까지만 가도 정부는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국 여론과 충청권 여론이 나란히 악화되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볼 것도 없이 수정안의 패배다. 가장 난해한 경우는 전국적으로 수정안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아지는 반면 충청권 여론은 악화되거나, 호전되더라도 과반을 못 넘을 때다. 아무리 전국 여론 지지도가 높더라도 직접 이해당사자인 충청 민심이 돌아서지 않는다면 정부가 마냥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충청 여론이 좋아질 때까지 사안이 장기 표류할 개연성이 높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어떤 이슈가 발발했을 때 1차적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기간을 보통 10일로 본다. 그리고 2차 여론 형성 기간은 이슈 생산 이후 한 달로 잡는다. 결국 한 달 안에 여론전의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21일쯤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1차 민심이 드러나고, 이어 다음달 14일 설날을 전후해 나타나는 여론이 최종적으로 수정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교수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반대 여론에 부닥치면서 2개월을 끌지 못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 설득을 위한 결정적인 승부수를 띄우고 싶다면 한 달 이내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수정안 성패의 기준으로 삼을까.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앞에 나서는 대신 각종 언론매체들이 내놓는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케이스처럼 당사자(정부)가 직접 여론조사 기준을 정하고 실시, 공표하는 일은 벌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MB 세종시 설득전 시동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세종시 문제가) 뜻밖에 너무 정치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장과 도지사 등 광역 자치단체장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 개인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다를 수 있고, 야당 내에서도 다를 수 있다.”면서 “그게 무슨 소속에 따라서 그냥 완전히 의견이 뭉쳐지는 것은(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현안이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적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지방의 산업단지도 원형지로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면서 “앞으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지역의 기업에) 원형지 공급을 원칙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원형지는 부지조성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로 공급되는 것이어서 공급가격이 싸다. 수요자는 원형지를 필요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논란과 관련, “정치적 차원이 아니고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적 차원인데 이렇게 (국론분열로) 가는 게 안타깝다.”면서 “저는 (세종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처럼 세종시 때문에 다른 지역이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세종시에 갖다 놓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것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때문에 혁신도시 등 지역들이 많은 걱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른 기업을 더 유치할 만한 땅도 (세종시에는) 없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종시 수정 추진과 관련, “그동안 해온 이상으로 온 힘을 다해 (국민에게) 세종시 발전 방안을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우리가 정성을 다해 국민에게 열심히 설명하면 국민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지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성수 김상연기자 sskim@seoul.co.kr
  • [세종시 수정안] 기업 투자 이행 안하면? “땅환수 등 법적담보장치 마련”

    11일 발표된 세종시 수정안의 궁금증을 정부의 설명을 토대로 문답형식으로 정리한다. →나중에 기업이 약속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정부는 특별한 사유 없이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토지환수 등 법적 이행 담보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 정부 임기인 2012년까지 착공할 시설은 철저히 확인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원안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이 부지조성, 광역교통시설, 주택건설사업 등으로 계획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필요가 없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정부청사 1단계 1구역도 과학 비즈니스벨트 본부를 비롯한 다른 사무실로 활용이 가능하므로 공사는 계속 추진한다. →정부청사가 오지않으면 그 사업비는 어디에 쓰나. -원안 예산 중 정부청사 이전 관련 사업비 1조 6000억원은 수정안의 첨단과학기반 조성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수정안을 시행하려면 정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가. -아니다. 원안 예산 8조 5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수정안에 따르면 세종시 부지 안에 40만명, 그 주변에 10만명을 수용한다고 했는데, 10만명을 위한 위한 택지개발사업을 추가로 하나. -자족용지를 확대하면서 주거지가 줄어 부득이 10만명을 세종시 외곽에 수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주변지역 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다. →교통망은 어떻게 되나. -전국에서 2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교통체제를 구현한다. 다른 도시와의 광역 교통망 계획을 원안보다 1~2년 단축하고 2015년까지 대전에서 세종시, 오송을 잇는 새 교통수단을 구축키로 했다. 세종시 내 중심순환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사업 기간도 원안보다 단축, 2015년까지 완공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뉴스&분석] 원안보다 예산 2배 -고용 3배 자족도시로

    [뉴스&분석] 원안보다 예산 2배 -고용 3배 자족도시로

    삼성·한화·롯데·웅진 등 굴지의 기업에서 첨단제품을 생산한다. 고려대·KAIST 등 명문대에서 첨단학문을 연구한다.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연구소·융복합연구센터·국제과학대학원을 거느린 ‘세종국제과학원’(가칭)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견줄 만한 첨단기술을 개발한다. 외국어고·과학고·특수목적고·자율형고교 등 우수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한다. SSF를 비롯한 외국기업과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맞먹는 문화시설에서 여가를 즐긴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현실이 된다면 앞으로 10년 뒤 이런 ‘명품도시’를 충남 연기군에서 볼 수 있다. 수정안의 세종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무(全無)한 유형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도시인 경남 창원시나 행정도시인 경기 과천시와 같은 아날로그식 계획도시가 아니다. 첨단기업과 첨단과학이 만났다는 점에서 송도신도시와 대덕연구단지를 합쳐놓은 컨셉트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밝힌 수정안의 핵심은,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계획(원안)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기업을 유치해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의 대전환이다. 관건은 세종시가 자족할 수 있느냐다. 행정부처만 덩그러니 옮겨놓으면 공무원들이 밤에는 서울로 퇴근해 버려 유령도시가 된다는 점이 원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생겨 자족기능이 갖춰진다는 게 수정의 당위론이었다. 수정안은 기업 등이 2020년까지 직접적으로 고용할 인구가 8만 8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식당 등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고용인구를 15만 8000명으로 잡았다. 합하면 총 고용인구는 24만 6000명이다. 원안 8만 4000명의 3배다. 이들의 가족과 대학생까지 포함하면 세종시 인구는 50만명이 된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과거 신도시의 예를 보면 일자리가 만들어진 뒤 5~10년 안에 유발 고용효과가 나타났다.”면서 “한화 같은 기업은 당장 올해부터 공장을 착공, 인력을 뽑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안은 또 원안의 2배인 16조 5000억원을 세종시에 쏟아붓는다. 원안에 이미 예산으로 책정된 8조 5000억원에 기업과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등 민간형 투자 8조원을 추가한 개념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산법이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도 있다. 전체(50만명)의 절반(24만 6000명)이 고용인구라면, 산술적으로 아이 둘을 둔 4인가족의 부부들이 전부 취업한 격으로 ‘완전고용’의 유토피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용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곁들여진다. 첨단업종은 소수의 고급인력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연기군에서 단순직종을 뺀 신규채용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고급인재를 다른 데서 빼오는 개념이라면, 그 가족은 서울에 남으면서 ‘기러기 가족’이 양산될 수도 있다. 수정안이 명문고 유치 등 자녀교육 구상을 비중있게 담은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수정안은 또 원안보다 10년을 앞당긴 2020년까지 세종시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입주와 고교 설립 등 상당 부분이 현 정부 임기인 2012년 이전에 시작된다.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속도로 보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상연 강주리기자 carlos@seoul.co.kr
  • [세종시 수정안] 영세민 임대아파트 1000가구 제공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의 원주민에 대한 지원대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의 5대 원칙 중 하나로 제시했을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이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수정안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주민 가운데 1000여가구가 1억원 미만의 소액 보상금만 받아 어렵게 살고 있는 점을 감안, 임대료가 무료나 다름없는 수준인 임대아파트(일명 행복아파트)를 추가로 지어주기로 했다. 원안에 따라 이미 건립 중인 500가구말고도, 500가구를 추가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총 1000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셈이다. 입주 시기도 2012년 말에서 내년 말로 1년을 단축한다. 또 원안에 따라 현재 건설중인 경로복지관 100가구 외에, 추가로 100가구를 더 지어 독거노인 대부분을 수용키로 했다. 수정안은 원주민의 취업을 100% 책임진다는 목표다.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에게는 공원관리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60세 이하 주민과 자녀들에 대해서는 ‘이주민 취업 지원센터’를 설치해 맞춤형 취업알선을 해주기로 했다. 연구소 등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에는 원주민 고용을 의무화하고, 민간기업에는 세제혜택 등으로 채용을 유도키로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오늘의 눈]‘무례한’ 정부당국자들 귀하/김상연 정치부 차장

    [오늘의 눈]‘무례한’ 정부당국자들 귀하/김상연 정치부 차장

    국무총리실 같은 정부부처 당국자들을 취재하면서 느끼는 건데, 다른 취재원들과 좀 다른 면이 있다. 이런 식이다. 기자 처음 뵙겠습니다. 서울신문 출입기자입니다. 당국자 반갑습니다. 내가 그 회사 홍길동 부장이랑 친한데…,길동이는 잘 있죠? 세상에, 길동이라니…. 이런 무례(無禮)도 입에서 나오면 저절로 말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심리는 자명하다. 자신이 기자의 상급자와 막역한 사이니까 기사를 쓸 때 잘 알아서 살피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저열한 공격을 당하는 순간 기자는 공포에 떠는 게 아니라, 모욕감에 전율한다. 심장박동 수가 현저히 증가하면서 혈압이 급상승하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된다. 왜냐고? 당국자가 기자의 상급자를 막 호칭한다는 것은 그 하급자인 기자를 자신의 아래로 규정하려는 무의식의 발로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간다면 역(逆)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기자가 어떤 당국자한테 그의 상급자(차관급이라고 하자)를 들먹이면서 “홍길동 차관 잘 아는데, 길동이 잘 있나요?”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길동이라고 부르기’ 전략은 결과적으로 100% 실패한다. 객관성을 직업의 절대 덕목으로 삼아야 하는 기자도 인간인지라 이런 악덕에 봉착하면 그의 하위(下位)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오기로 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자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홍길동 부장님 잘 계신가요? 내가 사실 홍 부장님이랑 동창인데….” 상대 화자(話者)를 배려해 친구한테도 존칭을 붙이는 사람을 보면, ‘아, 참 인품이 훌륭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심장박동이 안정되고 혈관이 온순해지면서 세상이 찬란하게 보인다. 더 훌륭한 사람도 있다. 상급자와 아는 사이라는 점을 아예 밝히지 않는 타입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다른 경로로 전해 들으면, 기자는 그 당국자에 대해 존경을 넘어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길동을 길동이라 부르면 안 된다. carlos@seoul.co.kr
  • 세종시 ‘속도조절론’ 부상

    오는 11일쯤 발표되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여권에서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속도조절론’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5일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여론이 우호적으로 나타나는 게 최상이지만, 만약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아 찬반 논란이 격화된다면 2월 국회에서 성급하게 처리하기보다는 4월 국회, 아니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처리해도 나쁠 게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조절론의 배경엔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득실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이어질 경우 충청권에선 불리할지 몰라도, 역(逆)으로 지방선거 승패의 척도가 될 서울시장 선거 등 수도권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실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은 세종시에 9부 2처 2청의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원안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신문 신년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 응답자의 27.3%만이 원안에 찬성한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66.7%나 됐다. 인천·경기에서도 찬성은 36.4%, 반대가 56.2%로 나타났다. 반면 대전·충청은 찬성 62.4%, 반대 33.7%였다. 이 관계자는 “찬반 입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법안 처리를 무리하게 강행하다가는 한나라당 내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 간 분열로 지방선거에서 어려움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차라리 논란을 이어가되 결정적인 당내 분열은 피하는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보다는 세종시라는 정책으로 전선이 형성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 수정안이 넘어온다고 당장 표결할 수는 없을 것이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2월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그러나 “속도조절론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라면서 “수정안이 충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2월 국회에서 큰 충돌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는 게 지방선거 전략의 최선”이라고 말했다. 속도조절론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세종시 수정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침에 입각해 충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이달 안에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하)] 원안 찬성론자 53.7% “수정안내용 보고 결정”

    세종시에 일부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추진해야한다는 원안에 대해 찬성 의견(40.3%)보다 반대 의견(52.7%)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62.4%)과 광주·전라(52.9%)에서는 찬성이 많았다. 반면, 서울(66.7%)과 인천·경기(56.2%) 등 수도권에서는 반대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런 결과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보다는 특정 지역 개발에 따른 이해득실에 대한 판단이 보다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판단이 크게 개입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해 ‘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들도 찬성 의견(47.8%)과 반대 의견(46.7%)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혹은 평가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특정 지역 개발에 따른 실익의 측면에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큰 방향인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서는 ‘정부 수정안의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66.8%)이 ‘정부 수정안의 내용에 관계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 하겠다.’는 의견(20.8%)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수정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은 서울 지역(81.9%)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대전·충청(59.4%), 인천·경기(62.5%) 지역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원안을 찬성하는 경우에도 ‘정부 수정안의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53.7%인 반면,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견은 31.4%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안’에 대해 반대했던 응답자들의 경우에도 ‘정부 수정안의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는 의견은 78.5%인 반면, ‘기존 입장을 고수 하겠다’는 의견은 1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범교수·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정가 ‘빅7’ 새해 승부수] (1)정운찬 국무총리

    [정가 ‘빅7’ 새해 승부수] (1)정운찬 국무총리

    ‘국무총리 정운찬’이라는 종목은 올해 ‘정치 주식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주식이다. 잘하면 블루칩으로 도약할 수도 있고, 안 되면 깡통계좌로 급전직하할지도 모르는 양극단의 잠재력을 품고 있다. 정치권에 자산도, 부채도 없는 벤처주식이라는 정체성이 그의 약점이자 강점이다. 정 총리의 주가를 좌우할 결정적 재료는 세종시다. 오는 11일 발표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호재로 작용한다면 그는 일약 우량주로 등극할 공산이 크다. 반면 악재가 된다면 쓸쓸히 객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세종시 총리는 안 될 것”이라는 말로 배수진을 사양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정운찬이라는 이름 석자를 세종시의 운명과 동일시하고 있다. 정 총리는 내정되자 마자 도발적으로 세종시 논란에 불을 붙였고, 줄곧 저돌적으로 논쟁을 추동한 ‘미스터 세종시’다. 공(功)도 과(過)도 대부분 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 총리의 대선주자군(群) 진입은 우리 정치 역사상 매우 보기 드문 양태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비(非) 정치권 출신 총리들은 피비린내 나는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주자 그룹의 하위권에서 맴돌다가 스러졌다. 유일하게 주가를 높인 케이스가 이회창(현 자유선진당 총재)씨다. 그는 총리로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를 치받음으로써 체급을 올렸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그에게 독이 됐다. 대통령은 차기를 보장해 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못되도록 어깃장을 놓을 정도의 힘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권력투쟁으로 권력을 불리는 ‘이회창식’이 아닌, 정책으로 권력을 견인하는 미답(未踏)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세종시라는 뜨거운 감자를 맨손으로 집어드는, 어찌보면 무모한 승부를 시작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기존의 정치공학적 계산법으로는 도박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정운찬식 정면승부가 통한다면 정 총리는 ‘소신’으로 포장된 ‘실적’을 브랜드로 얻게 된다. 지난 2007년 대선은 가시적인 실적(청계천)을 보유한 이명박 후보가 강고한 지역기반을 갖춘 후보와 민주화운동 경력을 앞세운 후보, 화려한 언변과 이미지로 치장한 후보들을 모조리 제압한 선거였다. 만약 2012년 대선에서도 시대정신이 이런 지도자형을 원한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이 여론전에서 승리한다는 이중 가정이 맞아떨어진다면, 정 총리는 대선가도의 유리한 고지를 예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가정이 현실화하더라도 정 총리가 풀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약한 권력의지다. 야권 관계자는 3일 “2007년 대선 때 정 총리가 출마를 접은 진짜 속사정은 돈과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작심하고 그것을 만들겠다는 욕망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권력은 결국 본인이 쟁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길에 떨어진 보석을 줍기 위해서는 손에 흙을 묻혀야 하는 법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상)]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 최우선 과제

    [신년 여론조사(상)]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 최우선 과제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로 진입하는 새해를 맞아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크게 세 가지 함의(含意)를 갖고 있다. 첫째, 2010년 정국에 대한 민심 선행지수로서의 역할이다. 특히 11일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살펴볼 수 있다. 세종시에 정부부처 중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원안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찬성 응답층 중에서도 정부의 수정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수정안의 내용에 관계없이 기존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또 반대 응답층에서도 수정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수정안 내용에 관계없이 기존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견보다 훨씬 높았다. 둘째,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정당에 민심의 현 주소를 제공하고 있다. 정권 중반에 펼쳐진 역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은 참패했다.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유권자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보고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 응징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수행 지지도가 50%에 육박하고,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보다 높았다. 야당이 전통적으로 내세워온 ‘정권심판론’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안 먹혀들어 갈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셋째, 집권 3년차의 이명박 정부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이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새해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정 현안으로 ‘일자리 창출’과 ‘서민 생활 안정’을 꼽았다. 반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민심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김형준교수·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외교·통일·국방 업무보고

    ■ 외교 - MB, 외교관 구태 질책… 외교부 “國格 제고” 외교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외교통상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외교관들의 구태를 통렬히 질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에 대한 이 대통령의 비판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작심하고 질책을 가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4일부터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 중 수위가 가장 높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에 ‘헌신’과 ‘봉사’, ‘희생’을 강조했다. 이를 뒤집으면 외교관들이 애국심이 부족하고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오지로 파견돼도 보다 낫고 편한 곳으로 이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이라는 대목은 외교부 입장에선 아주 뼈아픈 지적이다. 외교관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나라를 위해 멸사봉공하는 자리가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자리로 여기는 폐단을 지적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가깝게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외교부의 안이한 행태를 접하고 실망한 끝에 질책을 가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멀게는 이 대통령이 기업인 시절 해외시장을 누빌 때 외교관들의 무사안일한 구태를 현장에서 목도한 기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외교부는 새해 외교 목표를 ‘국격(國格) 높이기’에 두겠다고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국력이 아니라 국격이라는 표현을 쓴 데 유념해야 한다. 과거 한국의 지상과제가 힘을 키우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커진 힘을 제대로 써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데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통일 - 북핵 해결 우선… 인도적물자 중심 北 지원 통일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년 업무 계획의 큰 줄기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기존의 정책 목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대북 민간단체 지원에 있어 지원 대상의 전략적 선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제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단체보다 순수 인도적 물자 지원에 주력하는 민간단체 위주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질병예방·긴급구호 물자 위주의 지원단체, 영유아·임산부·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대북 지원 사업과 해당 민간단체의 규모, 역할 등을 고려해 역량을 갖춘 단체 위주로 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는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최소한의 순수 인도적 대북 지원만을 허용한다는 정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유성진씨 억류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통일부는 올해 북측과 협의하에 개성·금강산 출입체류합의서를 완벽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 개성·금강산 출입체류 합의서에는 우리 측 인원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조사 받을 경우 접견권과 변호인 조력권 보장이 명시돼 있지 않다. 통일부는 2010년을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판단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해결방안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을 6자회담 및 남북회담에서 의제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국방 - 부대 경계·관리 용역… 1병사 1자격증 추진 국방부는 군 교육훈련 집중을 위해 부대 경계와 관리를 외부용역에 맡기기로 했다.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투력 약화에 대비해 교육 훈련을 강화하는 대신 훈련요건을 보장하기 위해 부대 경계 등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또 군 입대로 대학을 휴학한 장병들을 위해 여가시간 중 학점 취득제를 도입하고, 고교 중퇴자의 검정고시를 지원하기로 했다. 군 복무기간 중 자격증 1개 이상 취득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대학은 군의 핵심 실무그룹인 중령급 전원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으로 전환한다. 국민 편익과 효율적 군사시설 관리를 위해 전국에 분산된 1800여개소의 군사시설을 작전임무 단위별로 600여개소로 통합 배치할 계획이다. 민원이 많이 생기는 군 비행장 주변 고도제한과 관련, 군 비행장 주변 비행안전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고도제한 기준을 설정, 군·민 갈등을 해결하기로 했다. 현재 1군사령부와 3군사령부, 제2작전사령부의 부대 구조와 편제 장비도 재편하기로 했다. 국방운영 선진화를 목표로 경영 효율화를 통한 예산절감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군 경리단을 국군중앙경리단으로 통합해 군수·시설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쟁계약을 늘리기 위해 민간업체의 참여가 제한됐던 군수품 전용규격의 45%를 상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점프 코리아 G20시대를 열다

    점프 코리아 G20시대를 열다

    세계 제2차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든 1943년 11월27일 연합국 측 정상 프랭클린 루스벨트·윈스턴 처칠·장제스(蔣介石)가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났다. 그들은 카이로선언의 한 귀퉁이에 한국 관련 내용을 특별조항으로 끼워 넣었다. ‘현재 한국민이 노예상태 아래 놓여 있음을 유의하여 앞으로 한국을 자유독립국가로 할 결의를 가진다.’ 당시 건조한 모래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던 미국·영국·중국의 수뇌들은 노예상태에 있는 이 나라가 60여년 뒤 내로라하는 정상들을 서울로 불러 모아 지휘봉을 잡으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재무장관 회의를 모태로 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 마디로 전 세계 ‘유지’들의 모임이다. G20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세계 GDP의 90%가 넘는다. 국력으로만 따지면 ‘G20=전 세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래 G8로 운영되던 선진국 정상 모임은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얻어맞고 역부족을 드러냈다. 그해 11월 한국·중국·인도·브라질 등 힘이 커진 신흥국을 포함한 G20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시대적 요청이었다. G20은 지역에 따라 자동 편입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G20도 대륙별 안배를 하긴 하지만, 본질은 국력 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한·중·일 3국이 모두 포함된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특히 G20 정상회의는 아직 태동 단계여서 초기에 의장국을 맡은 것은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더욱이 비(非) 영·미권에서는 한국이 첫 의장국이다. 한국이 올해 11월 제5차 G20 의장국이 된 요인은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독특한 위상 때문이다. 미국·중국·러시아처럼 덩치가 커서 서로 견제하지도 않고, 영국·프랑스처럼 서로 으르렁대지도 않으며, 독일·일본처럼 주변 나라에 피해를 끼친 과거사도 없다. ‘평화’다. 국제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자수성가해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원조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다. ‘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글로벌 시스템으로 거듭난 나라다. ‘도전’이다. 평화와 꿈, 도전을 버무려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에 최적임자가 한국임을 세계가 인정한 것은 아닐까. 현재 세계 13위권인 한국의 GDP가 2020년쯤 되면 영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한 초강대국이었다. 그 나라를 전체 부(富)에서 우리가 앞지르는 것이다. 지하에 누워 있는 처칠이 벌떡 일어날 일이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간판 정비와 같은 하드웨어를 치장하는 일도 좋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의식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의 덩치는 급성장했지만 정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지체 상태다. 몸싸움을 밥 먹듯 하는 국회, 극한의 이념대립을 즐기는 편집증, 사소한 이슈에도 확 쏠려 버리는 대중의 조증(躁症)을 치유하지 않는 한 ‘2010 서울 선언’은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목표는 우리끼리 자축하며 만세를 부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온 세계에 영육(靈肉)의 모범을 제시함으로써 세계가 우리를 향해 만세를 부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또 하나의 ‘한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MB “외교관 봉사·희생정신 가져야”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외교관은) 아프리카 등 오지로 파견돼도 보다 낫고 편한 곳으로 이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으며 “(외교관은) 화려한 직업이기 전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관에게는) 세계질서를 선도하는 사고의 변화와 희생정신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2009년 한 해는 외교나 안보, 국방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외교는 관례에서 벗어나서 세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제도 진전은 없으나 진전을 위한 기초는 성공적으로 닦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후 참석자들과의 환담에서 공적개발원조(OD A) 분야에서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민간이 ODA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면서 “나 또한 퇴임하면 NGO 활동으로 세계와 국가에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업무보고에서 유엔평화유지군(PKO) 참여규모를 현재 401명에서 중장기적으로 1000명 이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수단과 콩고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주요 재외공관에 G20 담당관을 지정,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무기조달·획득체계 개선을 통한 예산 절감을 위해 외국에서 무기를 살 때 무기중개상(에이전트)의 개입을 배제하고 정부 간 직거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군 내부 인사와 에이전트 사이에 리베이트 수수를 막고, 중개수수료를 절감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제안한 북핵 일괄타결 구상인 ‘그랜드 바겐’을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통해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도 추진키로 했다. 김성수 김상연 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용산참사 타결] 정공법 리더십 ‘유종의 미’

    용산참사 협상 타결의 ‘정치적 수혜자’는 정운찬 국무총리다. 물론 정 총리가 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일이 유종의 미를 거둠으로써 결과적으로 정 총리의 정면돌파형 리더십이 주목받게 됐다. 정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 10월3일 추석을 맞아 용산참사 분향소를 전격 방문, 주위를 놀라게 했다. 참혹한 인명피해로 심기가 험악해질 대로 험악해진 유족들과의 대면은 화약을 안고 불섶으로 뛰어드는 일처럼 무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현장에서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정 총리는 무릎을 꿇고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빠른 해결을 돕겠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정 총리의 약속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의 말은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실제 정 총리는 지난 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올해 안에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정 총리가 30일 협상 타결 소식에 맞춰 보도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도 이미 협상 진척 상황을 꿰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용산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총리가 된 뒤 불쑥 그곳에 갔었는데…(언론에)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고 문제가 해결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美-하얏트 · 中-신라 · 日-롯데

    美-하얏트 · 中-신라 · 日-롯데

    지난 16일 서울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장충동 신라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앞서 지난 9월24일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리셉션이라는 큰 행사를 이 호텔에서 열었다. 지난 6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남동 하얏트호텔에 묵었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 호텔에서 잠을 청했다. 지난 10월9일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부부는 소공동 롯데호텔에 묵었다. 지난 1월 서울을 찾은 아소 다로 당시 총리 역시 이 호텔에 짐을 풀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9일 “정부는 해당 국가에서 원하는 호텔을 잡아주는 것을 의전의 원칙으로 한다.”면서 “미국 고위 인사들은 하얏트, 중국은 신라, 일본은 롯데호텔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미국 인사들은 미국 호텔 체인점인 하얏트를 편리하고 친숙하게 느낀다고 한다. 테러에 민감한 미국 측으로서는 남산 기슭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하얏트가 경호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하는 측면도 있다. ‘필수 방문 코스’인 용산 미군기지가 인근에 있는 점도 유리하다. 하얏트호텔 관계자는 “미국 고위 인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우리 호텔에 묵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중국 마케터(판촉 전문가)를 일찌감치 기용,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중국 전문 마케터를 양성한 호텔은 국내에 몇 안 된다.”고 말했다. 시내와 어느 정도 격리돼 있고 영빈관의 외관 등이 동양적으로 친숙한 점이 중국 VIP들의 입맛을 당긴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호텔은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회의를 갖기에 편리한 스위트룸 구조와 숙련된 일본어 통역, 완벽한 치안 등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 공관이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있어 서울 도심에 위치한 롯데호텔에 일본 정상들이 별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런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해당 국가에서 처음 관계를 ‘뚫은’ 호텔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에 국가별 호텔 선호도가 생기는 것일 뿐이라는 단순한 분석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포털서도 통한 ‘이재오의 힘’

    포털서도 통한 ‘이재오의 힘’

    국민권익위원회가 28일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자주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 답변을 알려주는 코너를 ‘국민 신문고’란 이름으로 네이버에 상설하자는 제의를 네이버가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들의 민원 소지 자체를 줄임으로써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서비스는 내년 초부터 시작된다. 국민 신문고 코너가 네이버에 진출하게 된 배경에는 이재오(얼굴) 위원장의 ‘힘’과 추진력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권익위는 전임 위원장 시절인 지난 4월부터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에 국민 신문고 서비스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포털들은 적극적인 화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8개월 만인 이달 21일부터 다음과 네이트가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서비스를 미뤄 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경기 분당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MOU 체결식에서 “아무리 하찮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도 국민 개개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고충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네이버가 정부와 국민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대통령은 CEO 장관은 영업이사

    대통령은 CEO 장관은 영업이사

    지난주 말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작됐다가 끝났다. 이 대통령은 47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수주 직후 지체 없이 서울로 돌아왔다.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에 1박3일짜리 초단기 순방인 셈이다.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여러 곳을 장기간 도는 전형적인 대통령 순방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기업인의 출장을 연상시킨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모습은 아니다. ●李대통령 1박3일 ‘UAE 출장’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상외교의 경향이 변하고 있다. 과거 외교장관급에서 이뤄지던 협상들에 이젠 정상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상들이 뒷짐 지고 있다가 장관이 올리는 서류에 서명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익을 위해 격식을 벗어던지고 외교의 최전선에서 뛰는 정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때문에 ‘대통령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장관은 영업이사’라는 말도 회자된다. 지난해 11월 처음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이런 변화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G20은 원래 1999년 재무장관 회의로 출범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이다. 장관들한테만 맡겨 놓기엔 현안이 너무 중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긴요하다는 시대상황이 정상들을 모이게 했다. 1989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도 원래는 각료급 협의체였으나 지금은 APEC 정상회의로 더 주목받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8일 “예전 같으면 외교장관이 하던 일을 지금은 대통령들이 나서는 시대”라고 말했다. ●간소한 업무형 순방이 대세 순방의 외양도 변모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간소하고 실용적인 정상외교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서 부인 미셸 여사를 동반하지 않았다. 8일간의 순방에 홀몸으로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업무형 순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일본과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에서 하룻밤씩만 묵고 관광일정은 잡지 않았다. 그가 각별히 신경 쓴 중국에서만 3박4일간 머물면서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둘러본 게 전부였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이 도쿄에 머물고 있는 도중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떠난 것도 파격적이다. 유럽에서는 정상들의 1박2일형 순방이 일반화돼 있다.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은 CEO형 순방의 일선에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UAE 순방뿐 아니라 앞서 이달 중순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도 비행기에서 하루를 자는 1박3일 일정으로 강행군을 펼쳤다. 예전 대통령들 같으면 이왕 먼 길을 떠나는 김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식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기업인처럼 목표로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귀국하는 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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