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0.8% “껑충”/올 6% 상승… 연말억제선 도달
◎폭염으로 과채류값 크게 올라
기록적인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과일 및 채소류 가격의 폭등으로 지난 8월의 소비자 물가가 비교적 큰 폭인 0.8%나 올랐다.이로써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말까지 6%를 기록,연말 억제 목표선에 닿았다.
1일 통계청과 한은에 따르면 8월에는 일반미·쇠고기·돼지고기·갈치와 가전제품 가격이 떨어졌으나 늦더위가 중순 이후까지 이어져 과채류 값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바람에 전체 소비자물가는 0.8%가 올랐다.
생산자(도매)물가 역시 일반미와 갈치 등은 내렸으나 폭염과 국제가격 상승으로 상추·수박·파·달걀·돼지고기 등 농축산물과 석유류 값이 급등해 1.1% 올랐다.작년 말에 비해서는 3%가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가운데 0.73%가 과채류값 폭등에 따른 것이고 기타 농축수산물·공산품·개인서비스 요금·전세값 등은 모두 합해 0.07%에 그쳤다.상추와 수박은 8월 중 79.8%와 48.7%가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0.15%와 0.14% 씩 올렸고 파·포도와 복숭아·오이 등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일반미·갈치·돼지고기·수입 쇠고기 등은 내렸고 가전제품·합판 등의 가격인하로 공산품이 올들어 처음으로 0.1%가 내렸으며 공공요금·집값·개인 서비스 요금 등은 0.1∼0.2% 오르는 데 그쳤다.
경제기획원의 김병일 국민생활국장은 『작년 가을에는 냉해로 쌀과 과일 등 가을 농작물값이 크게 올랐으나 올해에는 고추를 빼고는 작황이 좋은 데다 최근 국제 원자재 시세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 추석 이후에는 물가오름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많다』며 『연말까지의 상승률은 당초 억제 목표 6% 언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설/쌀·과일 작황좋아 오름세 곧 꺽일듯
물가가 「마지노 선」에 걸렸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올들어 8월까지 6%를 기록,연말 억제 목표선을 꽉 채웠다.과채류값이 일시적으로 너무 크게 올라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여름철 늦더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짐으로써 계절적인 요인이 톡톡이 한 몫을 했다.
예컨대 상추는 8월 평균 가격이 3백75g당 2천3백63원으로 작년 8월의 6백94원에 비해 3.4배로 뛰었고,오이는 10개에 1천7백13원에서 3천5백12원,수박은 1개에 4천5백41원에서 8천3백80원으로 올라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8월 하순부터 기온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데다,쌀과 과일 등의 작황도 호조를 보여 추석 이후에는 오름세가 한풀 꺾이고 연말의 물가상승률도 6%를 크게 넘지 않을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일의 추석을 전후해 제수 및 선물용품 등 성수용품과 명절에 편승한 각종 개인서비스 요금의 인상이 걱정된다.정부가 선물 안주고 안받기,제사상 간소화 운동 등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검소한 추석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물가는 경제활동의 총체적 결과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옳다.그렇다면 정부가 「때려잡기」식의 단기적인 품목별 물가관리에 매달리는 것은 효율에서는 물론,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지수관리에서 벗어나,불가피한 경우는 과감히 인상을 용인하고,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활황세가 과열로 치달아 80년대와 같은 과소비나 물가불안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안정기조를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전체 거시경제를 꿰뚫는 종합적인 물가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같은 역할이 정부의 몫이라면 물가안정을 위한 국민들의 책임과 의무도 무시할 수 없다.최근 경기상승과 함께 내구 소비재와 오락 서비스 지출 등에서 나타나는 국민들의 과소비 성향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기획원의 이용희 물가정책과장은 『비싼 것이 잘 팔리고,다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잔뜩 차려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과소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건전한 소비행태 정착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