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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하) 정부대책 아직 먼길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하) 정부대책 아직 먼길

    “저마다 석면 전문가라고 행세하지만 제대로 된 전문가는 거의 없다.” 1970년대부터 석면을 연구해 온 백남원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4일 “이제 겨우 석면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단계인데, 제대로 석면을 분석하거나 해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석면 함유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고, 제거할 수 있는 전문가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정부나 학계 모두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전문가라고 먼저 우기면 그만이다. ●철거비용 10배… 업체들 ‘눈독´ 노동·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석면 분석·해체 기술자를 교육시킬 만한 기관이 없고, 분석·해체 업자에 대한 등록, 인증, 지정, 허가 등의 제도도 없다. 장비 기준도 물론 없다.”고 말했다. 어떤 업체든 석면 제거 계획서만 잘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해체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석면 해체업’이 건설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 급부상한다. 지하철의 경우 1개 역마다 10억∼50억원의 석면해체 비용이 들어간다. 석면을 제대로 제거한 뒤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기존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얘기다. 석면 해체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보호마스크와 방진복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들도 한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석면 수입업자가 해체업자로 시장이 커지면서 단순 철거업체들은 대부분 석면 해체업으로 돌아섰다. 과거 석면을 수입해 떼돈을 벌었던 업자들이 속속 해체업에 뛰어드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경란 사무국장은 “과거 수입업자들은 어느 제품에 석면이 함유된지를 잘 알기 때문에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해체업을 하고 있다.”면서 “석면 조사자, 해체업자, 사업주와 감독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면 해체를 둘러싼 과열현상은 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석면을 처리하지 않고 건축물을 철거하는 현장을 포착해 노동부에 신고한다고 협박, 수억원을 갈취한 석면연구소 소장과 환경전문지 사장 등 4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최고의 석면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들이었다. 백남원 전 교수는 “석면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사회 문제가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선점하려는 이전투구도 벌어진다. 현재 석면 관련 협회 3곳 가운데 2곳은 노동부에서,1곳은 환경부에서 인가를 받았다. 대학 교수나 업체를 중심으로 꾸려진 협회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공인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하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강료는 3일 교육에 1인당 10만원 이상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돈 앞에서는 업자나 교수나 마찬가지”라면서 “앞으로는 석면 자격증 장사가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석면 관련 교육을 위임할 수 있는 근거법을 마련하고, 석면 해체업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석면의 공포 (하)] [서울신문 탐사보도] 건축땐 권장… 철거땐 ‘엉성한 폐기’

    [석면의 공포 (하)] [서울신문 탐사보도] 건축땐 권장… 철거땐 ‘엉성한 폐기’

    정부의 석면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석면의 수입·제조·사용에서 건축물의 철거에 이르기까지 석면 관리에 관련된 부처는 노동·건설교통·환경·문화관광·교육인적자원부 등이다. 그러나 부처간 협조체계가 없고 범정부적인 석면 관리 시스템도 없다. 현재로서는 석면을 직접 다루는 근로자들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노동부가 석면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석면 규제가 이뤄진다. 석면이 공기중에 비산(飛散)되면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피해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 소관의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대기중의 석면 관련 기준이 없다. 일본은 대기 중의 석면 입자수를 1㏄당 0.01개 이하로 규제한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신예섭 사무국장은 14일 “공사장 안에는 석면 농도의 기준이 있고, 바깥에는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석면 가루가 공사장 안에서만 머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령간, 부처간 좌충우돌 법령간 충돌 현상도 심각하다. 건축법 시행규칙 24조에서는 건물주나 해체업자는 건축물 철거시 시·군·구에 통보해야 하며, 기초단체장은 신고서를 검토해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면 지방노동관서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화재에 대비해 석면시멘트판(석면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내벽재)을 쓰도록 권장한다. 건물을 지을 때는 석면 사용을 권장하고, 철거할 때는 석면을 철저히 없애라는 충돌과 모순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석면을 규정대로 해체해도 폐기가 문제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제조·해체 현장에서 나온 비산 위험이 있는 석면 제품만 지정폐기물로 관리한다.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석면 제품은 일반 건설폐기물과 함께 처리된다. 한 해체업체 사장은 “우리가 아무리 잘 처리해도 최종 폐기업체가 다른 폐기물과 마구잡이로 합쳐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석면 채광이 끊겼고, 석면 사용의 전면금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9개 업체가 석면채광을 목적으로 광업권을 갖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석면 폐해에 무감각하다는 방증이다. 충남의 S광산 소유주 이모씨는 “석면과 유사한 해포석을 채굴하려고 광산을 개발했다.”면서 “석면과 비슷한 광물은 무조건 석면 광산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규제 실효성도 떨어져 석면 관련 규제는 실효성을 상실했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노동관청으로부터 석면 제거 허가를 받고 철거된 건물은 749곳에 불과하다. 한 해 8만∼10만동의 건축물이 철거되는 것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건물만 석면제거 허가를 받고 철거되는 셈이다. 환경부는 석면 함유 건물을 600만채(2005년 기준)로 추정한다. 정부는 1993년부터 석면 원료를 취급하는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건강 관리수첩을 교부하고, 퇴직 후 매년 무료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까지 관리수첩을 교부받은 근로자는 558명 뿐이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경란 사무국장은 “철거 신고 의무를 위반해도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되는데 누가 규정을 지키겠느냐.”면서 “석면 철거를 감독하는 근로감독관도 전국에 230명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석면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범정부 차원의 관리 시스템 및 석면 제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 책임연구원은 “국무조정실 등이 부처별 협력체계를 구축해 석면 사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석면 질병의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대 김정만 교수는 “석면 조사인력 및 분석기관, 전문철거업체, 이들을 관리·감독할 인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석면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법령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가톨릭의대 김형렬 교수는 “석면에 의해서만 발병되는 악성 중피종은 일본처럼 무조건 국가가 배상하고, 폐암은 노출이 가능한 직업에 종사했고 잠재기간이 충족된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환경보건법에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피해보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석면의 공포 (하)] 피해자 집단 소송사태 오나

    [석면의 공포 (하)] 피해자 집단 소송사태 오나

    석면의 위험성이 점차 알려지면서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과 산재 인정 여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심은 미국·일본처럼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의 대규모 피해보상 소송으로 이어지느냐에 모아진다. “1976년부터 1982년 사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옛 제일화학에서 일하신 분들을 찾습니다.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으로 진단이 나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보상소송을 낼 예정입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고 폐암에 걸리신 분이나,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일했던 부인을 악성 중피종으로 떠나보낸 A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A씨는 이 글을 보고 참여 의사를 밝힌 수십 명의 전직 근로자·유족들과 함께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A씨는 “회사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발급하게 돼 있는 건강관리수첩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석면과 관련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은 석면과 질병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석면·폐암 관련 판결은 총 23건이나,14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20여년간 흡연을 했더라도 근무했던 지하철 역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폐암이 발생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지난 13일 판결은 재해인정에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손해보상소송은 사업주의 고의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직업병과 관련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과 다르다. 사업주가 석면의 위험성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게 소송의 핵심이다. 노동건강연대 대표인 강문대 변호사는 “사업주는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으므로 석면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면서 “근거 법령은 없지만 당연하고 내재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고의과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소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석면 질병의 잠복기가 20년 이상이고, 발병 후 곧바로 사망할 가능성이 많아 석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질병에 걸린 원인이 환경적인 것인지, 유전적인 것인지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석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고서는 승소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인이 석면으로 인한 손해보상소송을 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정부도 국민도 ‘죽음의 가루’ 불감증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정부도 국민도 ‘죽음의 가루’ 불감증

    지난 8일 찾은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현장. 굴착기 5대가 부지런히 건축 폐기물을 퍼담았고, 쉴새없이 물을 내뿜는 대형 스프링클러는 공사장에서 흩날리는 먼지와 여름의 더위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달동네가 그렇듯, 이 지역의 낡은 주택들은 거무튀튀하게 색이 바랜 슬레이트를 수십년째 지붕에 이고 있었다. 값싸고 불에 타지 않는 슬레이트는 도시·농촌을 가리지 않고 지붕재로 인기였다. 하지만 슬레이트는 석면을 30% 이상 함유한 위험 물질이다. ●마구잡이 석면 해체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할 때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석면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나씩 떼서 옮겨야 한다.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공사장 옆 P아파트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공사업체에서 알아서 처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공사장 인부의 말은 달랐다.“어떻게 그걸 일일이 떼서 처리합니까. 공사 시작부터 굴착기로 찍어 내렸지요.” 시민들과 인부들은 석면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고, 석면덩이 제품을 마구 해체해도 관리감독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석면 먼지는 공사현장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의 3층짜리 상가건물의 리모델링 현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인부들이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굵고 큰 못을 뽑는 연장)를 들고 천장을 부수고 있다. 천장재는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매캐한 먼지가 풀썩 솟았다. 석면이 함유된 천장재를 제거하려면 현장 전체를 비닐로 둘러싼 뒤 못을 하나씩 빼고 천장재를 차례로 제거해야 한다. 공사 업체나 근로자들은 시간과 돈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이유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함께 현장 취재에 나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이승철 연구원은 “제거작업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천장재 철거”라면서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해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전국 84개 건물의 석면 분포를 조사한 결과,76개 건물(90%)의 건축재에 석면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도명 연구소장은 “텍스와 같은 천장재는 부서지기 쉬우면서 석면 함유량도 많아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이 없기는 학교도 마찬가지. 지난해 1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던 서울 반포주공3단지 내 원촌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안전조치 없이 아파트를 철거해 석면에 노출됐다.”며 공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해체작업은 수업시간을 피해 어렵사리 진행됐고, 지금은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생활 주변에는 온통 석면덩어리 주변에 학교를 끼고 있는 건축현장은 전국적으로 504곳. 하지만 공사현장에 석면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억 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범조사와 예방교육을 벌일 예정”이라면서도 “석면은 날리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석면 함유 건물은 6개월마다 정밀 조사해 비산 위험성을 측정하고, 학교를 폐쇄한 뒤 석면 해체작업을 벌이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1985년 학교보건법(AHERA)을 제정해 학교 건물의 석면 함유 여부를 모두 조사했다. 자동차의 제동장치인 브레이크 라이닝에 석면이 들어간 제품은 지난해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석면이 들어간 재고품이 유통되고 있다. 한 카센터 직원은 “석면 제품과 비석면 제품의 가격차가 많게는 40배 이상”이라면서 “대형 트럭이나 택시는 저렴한 석면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면이 들어가지 않은 브레이크 라이닝은 3만 7000원, 석면 제품은 860원이다. 석면이 들어간 브레이크 라이닝은 지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거리 곳곳에서 석면 가루를 내뿜는다. 단열재, 방음재 등 주택 내부 자재는 물론 바닥의 비닐타일, 세탁기, 헤어드라이어에도 석면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신예섭 사무국장은 “가끔 큰 사고가 나야 유출되는 방사능보다 아무 때나 날리는 석면이 더 위험하다.”면서 “정부나 국민이 석면에 너무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중) ‘위험지역’ 지하철역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중) ‘위험지역’ 지하철역

    “예상보다 심각하다.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을 뿐만 아니라 석면이 공기중에 날리는 비산(飛散) 가능성도 크다.” 서울신문이 한양대 노영만 교수팀이 작성한 방배역 ‘석면지도’를 분석한 결과 승강장·역무실·매표실·대합실·복도·계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지하철 석면지도는 국내에서 처음 작성된 것이다. 정부·학계·지하철노사·시민단체의 석면 전문가 20명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팀은 방배역 석면지도를 보고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방배역은 내년 초부터 폐쇄될 전망이다. ●석면지도 작성… 예상보다 심각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배역 승강장 천장의 35개 채취 시료에서 모두 석면이 발견됐다. 승강장 천장에서 석면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닥에 떨어진 2개 시료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승강장 천장에 뿜칠된 석면은 열차 통과시 발생하는 강한 열차풍으로 비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승강장 천장과 벽, 내부 계단 천장, 민원실 바닥에서는 백석면 외에 트레몰라이트 등 독성이 강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김동일 교수는 “트레몰라이트 등은 백석면보다 발암 위험이 100배 이상 높다.”면서 “대부분 백석면이 수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독성이 강한 다른 종류의 석면도 많이 수입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석면보다 발암위험 100배 김 교수는 “공기중 석면 농도는 공공장소 기준치(0.01개/㏄)보다 낮지만 기준치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고, 극소량에 의해서도 중피종이 유발된다.”고 경고했다. 신설동역도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TF팀은 역사 폐쇄보다는 심야 시간대 작업을 권고했다. 환승역이어서 폐쇄가 쉽지 않은 데다, 승강장 천장보다는 열차가 지나는 선로 천장에 석면 뿜칠이 많이 돼 있어 운행을 전면 중단하지 않는 한 역사 폐쇄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일단 방배역과 신설동역의 석면부터 처리한 뒤 석면이 검출된 다른 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한양대·을지로입구·신림·시청·선릉·상왕십리·삼성·봉천·문래·낙성대·교대·서초·충무로·숙대·성신여대입구 등 조사한 17개 역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 서울메트로 노조 허철행 산업안전부장은 “조사한 역은 의심이 가는 곳을 선택해 조사한 것뿐이며, 서울의 다른 역사나 개통된 지 오래된 부산지하철도 조사를 하면 석면이 검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자체 조사결과에서 서울 1·2·3·4호선에 건축마감재와 환기 및 전기설비, 전동차 부품 등에 석면이 사용됐다.1∼4호선 모두 1993∼2000년 실시된 역사 리모델링 공사에서 석면자재를 철거한 다음에 다시 석면자재로 재시공됐다. 심각성에 비해 석면 제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비산 가능성이 있는 방배역은 이달 중순부터 응급조치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제거작업 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김근수 시설본부장은 “제대로 된 업체가 없어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비산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석면 피해 ‘악성 중피종’ 얼마나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석면 피해 ‘악성 중피종’ 얼마나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머나먼 남의 일일까. 일본 간사이 노동자안전센터가 발표한 악성중피종 사례.40여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60대 일본 남성은 악성 중피종이 발견된 지 3년만에 숨졌다. 석면공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1970년대 학교 신축공사를 할 때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료 교사들은 그가 학교 청소를 유난히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석면전국연합’은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6가지로 분류한다. 직접 직업노출과 간접 직업노출, 가정내 노출과 근린 노출, 환경 노출, 노출원 불명 등이다. 숨진 일본인 교사의 경우는 ‘간접 직업노출’에 해당된다. 노동자는 물론 노동자의 가족, 공장 주변 주민, 일반 시민들까지도 피해에서 안전하지 않다.2005년 ‘구보타 사태’의 피해자 중 한 여성은 석면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고 왼쪽 폐를 떼어냈다. 조사 결과 그녀가 나고 자란 효고현에 바로 구보타 공장이 있었다. 단지 공장 주변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중피종에 걸린 ‘근린 노출’ 피해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에 대한 석면 관련 역학조사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악성 중피종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2001∼2006년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아 건보공단에서 보험금을 청구한 사람은 모두 1177명이다. 이 기간에 악성 중피종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근로자가 모두 46명임을 감안하면 일반인들에게도 악성 중피종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다음 회에는 석면 관리의 문제점과 대안을 다룹니다.
  • “70여가구중 환갑 때까지 생존자 드물어”

    “70여가구중 환갑 때까지 생존자 드물어”

    지난 4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두 시간쯤 달려 도착한 충남 홍성군 덕정마을은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이었다.40세 이하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뜰에는 간간이 노인들의 모습만 보였다. 나지막한 뒷산이 마을을 넉넉하게 끌어안았고, 논에는 푸릇푸릇한 모가 종아리 높이로 자랐다.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노인들은 저마다 ‘석면의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 지금은 70여가구밖에 남지 않은 덕정마을이 일제시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을 포함해 1000여명의 노동자가 석면 원석을 캐고 나르던 기억은 이제 몇몇 주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들이 전하는 석면광산의 기억은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3대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이정석(79)씨는 광천석면광산의 50여년 역사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자신도 열두살 때부터 30년간 광산에서 일했다는 이씨는 “눈꽃이 핀 것처럼 돌가루와 석면가루가 소나무에 하얗게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석면 원석을 보면 가느다란 흰 줄이 있어. 그게 석면이거든. 그걸 뽑아 내려고 돌을 빻았지. 그땐 마스크 같은 게 있나. 그냥 먼지를 다 마시는 거야.” 건강검진은커녕 변변한 보신책(保身策)도 없었다.“수당받는 날 돼지고기 몇 점 사먹는 거지. 목에 쌓인 먼지 씻는다고….”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 광산… 1000여명 일해 광복 이후 광산이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광천석면광산의 규모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1983년 폐광 직전엔 근로자 수가 1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출 후 잠복기가 긴 석면의 특성 탓에 광산과 주민 피해의 상관관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온 가족이 광산에서 일했다는 홍순표(48)씨는 가족의 대부분이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홍씨의 아버지 3형제가 모두 광산에서 일했는데, 아버지 홍종수씨는 1970년 51세에 사망했고, 큰아버지 홍갑수씨는 10년 뒤 66세에 세상을 떴다. 작은아버지 홍수복(74)씨는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있지만 관절염이 심하다. 홍씨의 고모와 고모부 역시 광산에서 일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요절했다. 홍씨의 형은 17세 때 굴이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다. 홍씨는 “그땐 병원도 가지 못한 어르신들 대부분이 병명도 모르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기침이 잦고 오랫동안 앓았던 기억만 남아 있다. ●“마스크 없이 석면가루 먼지 그대로 들이마셔”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장 이조민(64)씨는 마을 출신 피해자를 거의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장의 입에선 사람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가장(家長)이 죽고 나머지 가족들이 외지로 간 사람도 많고…다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신○○ 형제도 둘 다 폐병으로 죽고, 강○○씨 아버지, 김○○씨 아버지…죄다 환갑잔치도 못 치르고 죽었으니 악상(惡喪)이 많았지.”이장 자신도 어머니(사망 당시 57세)를 폐암으로 잃었다. 지금은 서울에 사는 이석동(66)씨의 아버지도 광산 생활 15년이 죽음으로 돌아온 경우다.1967년 이씨의 아버지는 5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진단은 폐결핵이었지만, 이씨는 석면으로 인한 폐암일 것으로 믿고 있다.“담배도 피우셨지만 워낙 석면 먼지를 많이 드셨어요. 돌아가시기 3∼4년 전까지 광산에서 일하셨으니까요. 정확한 병명을 모르니, 애꿎은 결핵약만 드셨지요.”아버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주위에 환갑을 못 넘기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옛날엔 폐결핵이 흔했다지만, 덕정마을은 주변 마을에 비해 훨씬 심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석면 때문이지요.” ●인근 담산리 주민 중 폐질환 사망자 없어 대조적 국립 홍성의료원 진료기록에서도 덕정마을의 심각함은 드러난다. 내원자의 병명 기록이 남아 있는 2000년 이래 폐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상정리(덕정마을 포함) 주민은 41명이었고,7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으며,3명이 사망했다. 인구가 비슷한 인근 담산리 주민 중 같은 기간 폐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한때 수만평에 이르는 3개 광구를 갖췄던 덕정마을의 석면광산은 녹화작업으로 풀숲이 우거졌다. 지금은 석면 원석을 캐내 천길 낭떠러지가 된 절벽과 발에 차일 정도로 흔한 흰색 석면줄을 품은 돌멩이들이 당시의 엄청난 작업량을 짐작케 할 뿐이다. 광산은 과거가 됐지만, 광산이 남기고 간 석면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홍성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앞으로 40년간 늘어날 환자 유럽 25만·일본 10만3000명 석면 사용량은 산업화에 비례한다. 건축 자재나 자동차 부품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사용량도 폭증했다. 부작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대규모 피해가 먼저 나타났고, 한국 등의 후발 산업국가에서 피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 단계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위험성을 따질 겨를도 없이 석면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50∼60년대 보일러공에게서 먼저 악성 중피종이 집단 발병했다. 보일러를 단열성이 뛰어난 석면으로 감쌌던 탓이다. 영국에선 1970년대 글래스고·버밍엄 등 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중피종이 확산됐다. 미국은 1972년부터 석면 규제를 시작했으나 세계적인 공감대는 1980년대에 이르러서 형성됐다. 일본은 1983년부터 일부 석면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1999년에는 유럽연합(EU) 13개국이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2002년 1월엔 프랑스가 독일·이탈리아에 이어 8번째로 석면의 생산·수입·판매를 불법화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서야 청석면·갈석면의 사용을 금지했고, 모든 석면의 사용 금지는 내년에야 실현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아직 석면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권위있는 보건잡지 ‘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따르면 2004년에 환자수가 정점을 지난 나라는 미국 뿐이다. 유럽은 2015∼2020년, 일본은 2025년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0년간 늘어날 환자의 수도 유럽 25만명, 일본 10만 3000명, 미국 7만 2000명, 호주 3만명 등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매년 10만명이 석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가톨릭대 의대 김형렬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향후 25년간 석면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급증하는 아시아의 석면 사용을 막는 일이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현재 건설공사가 활발한 중국·인도·태국 등에서 석면 사용량이 늘고 있다.”면서 “비극을 답습하지 않도록 모든 석면 사용을 하루빨리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석면은 허가된 살인도구… 통제 못한 정부 책임 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 놓인 심정을 아십니까.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노동·환경단체들은 지난달 18∼19일 서울대병원에서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석면 전문가, 환경 운동가, 직업병 전문의, 사망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이들은 악성 중피종과 싸우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두 피해자였다. ●“폐렴인 줄만 알았는데…” 창밖에는 비가 내렸다. 하이숙(54·여)씨는 “날이 궂으면 기침이 더 심해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하씨는 국내 최대 석면공장이었던 부산 연산동의 제일화학에 1971년 5월부터 2년 4개월간 다녔다. 최근 집단 피해 조짐이 보이고 있는 바로 그 공장이었다. 현재는 ‘제일E&S’로 이름이 바뀌었고, 공장도 양산으로 옮겨졌다.1992년부터는 석면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씨와 동료들은 천으로 된 일반 마스크만 쓴 채 석면 가루가 풀풀 날리는 공장에서 일했다. 석면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1 정도여서 공기중 분진을 99.97% 이상 걸러내는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5년 전 하씨는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에서는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어 큰 병원으로 갔으나 의사는 “왜 자꾸 폐가 굳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씨는 1995년에 석면폐(진폐증)로 사망한 동생을 떠올렸다. 동생 역시 같은 공장에 다녔다. 하씨는 의사에게 “석면 공장에 다녀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당신이 뭘 아느냐.”는 면박만 돌아왔다. 폐병 환자라는 주변의 멸시를 참고 견뎌온 하씨는 결국 2005년에 악성 중피종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직업병으로 인정돼 산재 처리를 받았다. 그러나 완치가 안 된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좌절하며 살아간다. 같은 공장에 다녔던 하씨의 남편도 걱정이다. 남편 하재복(56)씨는 “죽어가는 아내를 보는 것도 괴롭고, 내가 언제 이 몹쓸 병에 걸릴지 몰라 괴롭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은 심각성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38년 동안 건축 현장에서 일한 나카무라 사네히로(59) 역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목수로, 현장 감독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던 나카무라는 2003년 2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흉막에 악성 중피종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기껏해야 2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나카무라는 죽을 각오로 그해 5월 수술대에 올라 오른쪽 흉막을 들어냈다.15시간의 긴 수술이 다행히 성공적이어서 생명을 지금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나카무라는 “수술이 아무리 잘 됐어도 완치가 안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했다.”면서 “죽을 때까지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는 요즘 석면피해자 가족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계단을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약해졌다. 나카무라는 “일본은 석면 때문에 큰 홍역을 치러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허가된 살인도구인 석면 제품을 무책임하게 생산한 업자나, 그 위험성을 통제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처럼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한국은 미리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과 제품을 잘 처리해 대재앙을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용어클릭 ●석면 단열성, 내화성, 내마모성이 뛰어나 건설자재로 많이 사용되는 솜 같은 물질로 슬레이트,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석고보드, 단열재 등에 널리 사용됐다. 몸 속에 들어가면 폐에 박혀 사라지지 않고 석면폐, 폐암, 악성 중피종 등을 유발한다. 청석면, 갈석면, 백석면, 악티노라이트, 안소필라이트, 트레모라이트 등으로 나뉜다. ●악성 중피종 석면에 의해서만 유발되는 암으로 흉막(폐막), 복막 등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사망한다. 석면 노출 후 20년 이상 경과한 뒤 발병하며, 치사율은 100%다. ●구보타 사태 석면을 함유한 외벽재와 파이프를 생산해 온 일본의 대형 석면공장인 구보타의 근로자와 주민에서 중피종 환자가 발견됐다고 1995년 발표돼 일본 사회를 큰 혼란에 빠트렸던 사건.1978∼2004년 사이에 근무한 전·현직 종업원 79명이 중피종 등으로 숨졌고,18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장 주변 주민 3명에게도 중피종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구보타 피해자는 1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회에는 지하철 등 생활 주변의 석면 문제를 다룹니다.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상)] ‘조용한 살인’ 시작됐다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상)] ‘조용한 살인’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도 ‘죽음의 섬유´로 불리는 석면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의 옛 석면 광산과 부산 연제구의 옛 석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집단 석면 피해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5년 일본 열도를 석면 공포에 몰아넣었던 ‘구보타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신문이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의 석면 광산이었던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을 현지 취재한 결과, 석면광산에서 근무했던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폐 질환 등으로 일찍 사망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일제가 1937년 중·일전쟁 때 본격 개발한 덕정마을 석면광산(광천석면광산)은 1941년을 전후해 최대 채광량을 기록했다. 광산 바로 아래에는 원석을 분쇄해 석면을 뽑아내는 공장도 있었다. 폐광 주변에는 지금도 석면을 함유한 원석이 뒹굴고 있다. ●덕정마을에 악상(惡喪)이 많은 이유 취재팀이 과거 광산에서 근무한 가족 구성원(4촌 이내)이 있는 35가구를 자체 조사한 결과 60세 이전에 사망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구가 10가구였다. 오래 전에 사망해 건강검진기록 등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유족들은 “기침을 많이 했고, 폐가 좋지 않았다. 석면 때문에 사망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홍순표(49)씨의 경우 광산에서 일했던 아버지, 큰아버지, 고모, 고모부가 60세를 전후해 세상을 떠났다. 김윤화(60)씨의 남편은 2002년 57세에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김씨는 “남편은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사망 9개월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다.”면서 “병원에 가니 의사가 먼저 ‘석면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징용으로 끌려와 광산에서 30년을 일한 김요련(89·마을 최고령)씨는 “광산과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 가운데 환갑을 넘긴 경우가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국립암센터에 자료를 요청한 결과 1998년 이후 5년동안 홍성군의 폐암 환자는 517명이었다. 인구가 9만여명으로 비슷한 이웃 예산군의 458명보다 훨씬 많았다. 석면으로 발병하는 암인 악성 중피종 환자는 홍성군에서 2명이었고, 예산군에서는 전무했다. ●부산 옛 석면공장 피해자 잇단 발생 덕정마을의 석면 피해가 묻혀진 과거라면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옛 제일화학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1970∼80년대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제품 생산공장이었던 제일화학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사이에서 중피종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화학에서 18년간 근무했던 전복남(여·1993년 사망·당시 55세)씨는 사망직전 악성 중피종 산재피해자 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초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조사에서 연사공(練絲工)으로 일한 전씨는 1992년부터 정확한 병명조차 알지 못하고 가슴 통증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전씨는 1993년 5월 중피종 판정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사망했다. 1971년부터 2년여간 같은 공장에서 근무했던 하이숙(54·여)씨도 2005년에 중피종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함께 일한 하씨의 여동생은 11년 전 석면폐(진폐증의 일종)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1976년부터 5년간 근무했던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역시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A씨의 아내는 지난해 중피종으로 숨졌다. 원진노동환경연구소 최상준 책임연구원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우리보다 산업화가 앞섰던 국가들이 대규모 석면 피해를 이미 경험했으며, 우리나라도 그 시기가 곧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성 이창구·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한국 로펌계 김앤장이 평정”

    “한국 로펌계 김앤장이 평정”

    국내 1위로 평가받아온 김앤장이 국내 로펌업계를 완전히 평정했다.29일 발간된 아시아의 법률전문 월간지인 ‘아시아 로(Asia law)’ 5월호에 따르면 김앤장은 금융, 지적재산권, 기업자문, 정보통신(IT), 송무 및 중재, 인수합병(M&A)등 모두 6개 분야의 평가 가운데 5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태평양, 5개분야서 3위 김앤장은 지난해 평가에서 기업자문과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이었다.2위를 차지했던 금융과 송무 및 중재 분야에서 1위로 뛰어올랐고, 신설된 평가 항목인 인수·합병(M&A)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로는 “김앤장이 한국의 로펌 투표에서 한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잡지는 “김앤장이 외국 고객들에게 한국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는 한 기업 고문변호사의 평가를 소개했다. 김앤장의 권오창 변호사는 아시아 로의 보도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팀플레이를 통해 전문성을 높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6개 분야 가운데 5개 분야에서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로는 “서울·도쿄·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태평양은 미국·유럽과 아시아에 기반한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몇몇 한국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외국 고객을 대리하고 있다.”면서 “태평양은 몇개의 획기적인 M&A 거래와 첨단의 자본시장, 재무거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송무 및 중재, 기업자문, 해상 분야에서 각각 1위와 2위,3위에 올랐었다. 광장도 5개 분야에서 2∼5위를 차지했다. 광장은 2005년 7월에 중국으로 확장했고, 같은 해 8월에 지적재산권의 선도기업인 제일특허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IT, 송무 및 중재, 지적재산권 등 3개 분야에서 1위에 올랐던 지난해에 비하면 평가가 하락한 셈이다. 세종은 금융과 기업자문, M&A등 3개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4개 분야에서 순위에 올랐다. ●율촌, IT쪽에서 광장 제치고 1위에 IT분야에서 광장(2위)과 김앤장(3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율촌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해에는 IT분야에서 광장이 1위, 충정과 세종이 2위, 화우가 3위를 기록했다. IT분야의 순위가 확 뒤바뀐 것이다. 아시아로는 “30명의 파트너와 130명의 직원을 갖고 있는 율촌은 4개 분야에서 이름을 올렸다.”면서 특히 IT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2위를 기록한 김장리는 2005년 2월 바른과 합병한 곳이나 아시아 로는 김장리로 표기해 눈길을 끈다. 바른의 김동건 대표변호사는 “김장리와 바른은 합병됐다. 하지만 외국에는 아직도 김장리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유로머니(Euromoney)가 매월 발간하는 아시아 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아직 법률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주요 국가들의 로펌을 대상으로 평가를 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설문조사에는 7500개 기업법무팀과 75개 다국적로펌이 참여했다. 박지윤 김민희 기자 jypark@seoul.co.kr
  • “시민 안전 지키려 할 일 했을 뿐인데”

    한 교정공무원이 지하철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해 다른 승객의 안전을 지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구치소 수용기록과에 근무하는 김석주(40) 교사(교정직 8급 공무원).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쯤, 김씨는 서울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고속터미널역에 다다를 무렵, 키 173cm가량 되는 남자가 욕설을 해가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통로 문이 열리지 않자 발로 유리 창을 깨고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유리 파편이 튀고 다른 승객까지 위험할 것 같아 붙잡은 뒤 교대역에서 공익근무요원에게 인계했다. 자칫 끔직한 사태로 번질 수도 있었지만 김씨의 용기 덕분에 모면할 수 있었다.김씨는 “순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이 떠올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면서 “공연히 공치사를 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홍성규 김민희기자 cool@seoul.co.kr
  • “결핵 감염 위험 감수… 국민건강에 눈 부릅떠”

    “결핵 감염 위험 감수… 국민건강에 눈 부릅떠”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국립 결핵연구원은 결핵의 날을 앞두고 결핵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온 100여명의 일선 보건소 직원들로 북적였다. 같은 시각, 연구원 3층 미생물과. 직원 20여명의 표정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날아든 산적한 결핵균주를 대상으로 검사가 시작된 탓이다.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다지만 순간의 방심이 곧 감염으로 이어지기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검사실에서 감염된 검사원만 5∼6명에 이른다. 검사실 초입에 ‘감염위험!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섬뜩한 문구가 붙은 이유다. 검사원 김태형(29)씨는 “하루 손만 10여차례 씻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전했다. 현재 연구원 미생물과에는 결핵균과 싸우는 검사원 24명과 3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매년 23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박영길(49)미생물 과장은 “검사원 한명이 하루 평균 20여개, 연간 5000여개의 샘플을 검사한다. 매우 거친 일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동안 식사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자리를 뜰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지난 86년 연구원에 입사해 결핵검사로만 20여년 잔뼈가 굵은 결핵통이다. 검사실은 이미 노후돼 오는 2009년쯤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이전하게 된다. 공간도 부족해 균 보관기를 검사실 밖 복도에 놓아야 할 정도로 공간도 부족하다. 검사실에선 결핵균 검출을 위해 도말검사와 배양검사가 이뤄진다. 가래를 슬라이드에 얇게 발라 결핵균만 선택적으로 염색해 관찰하거나 체온과 같은 온도에서 균을 증식시키는 방법이다. 검사원들의 처우는 초봉 1500만∼1800만원선이며, 계약직 채용이 잦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결핵연구원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세계 20대 결핵연구원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결핵균 관리까지 도와주고 있다. 직원들의 남다른 사명감도 엿볼 수 있다.6년차 검사원인 강희윤(32·여)씨는 “최근 학생들의 집단 발병을 DNA 지문검사를 통해 밝혀냈다.”면서 “좀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첫 아이를 출산한 검사원 김민희(31)씨도 “사실 아이에게 전염될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이 위험하지만 모두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인문학 배우며 희망 키워요”

    “사람은 희망으로 삽니다.” 21일 오후 4시30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 노숙인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성 프란시스 대학 3기 신입생 21명의 입학식에서 임영인 다시서기센터 소장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식사와 잠자리 걱정에 입학생들의 삶은 절망적이었지만, 이런 삶에도 희망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희망을 찾기 위해 모였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입학생들은 오는 26일부터 1년 동안 역사와 철학, 문학을 배울 예정이다. 강사는 서울대 미학과 교수 김문환씨와 도서평론가 최준영씨, 철학 아카데미 공동대표 박남희씨,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박한용씨다. 어디서든 ‘특급 대우’를 받는 교수진이다. 강사료와 수업 지원을 맡는 삼성코닝 이석재 사장도 입학식에 참석했다.2005년 회사 창립기념식 때 화환 대신 쌀을 받아, 그 쌀로 만든 떡을 다시서기 센터에 기증하면서 만들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10년차 마라토너인 이 사장은 “마라톤을 할 때 고통을 참고 뛰다 결승점이 보이면 어느덧 고통은 사라지고 완주의 기쁨만 남는다.”고 격려했다. 나이도 그동안의 경험도 모두 다른 입학생들의 표정에는 어색함과 머쓱함이 교차했다. 최고령자가 63세이고, 여성 노숙인도 1명 포함됐다. 입학생인 정천교(43)씨는 “앞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1년간 열심히 배우겠다.”며 웃었다.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하)] “배우면 돈이 생겨 밥이 생겨…”

    8일 오후 7시 서울역 지하도. 기자는 무료급식을 받으러 온 노숙인 150명에게 성 프란시스 대학 3기 수강생 모집 전단지를 돌렸다. 그들은 손사래부터 쳤다. 밥 한 끼를 위해 3시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필이면 밥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문학이라니. 한결같이 “그걸 배우면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반문했다.“댁 같은 사람을 보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현실에 맞는 얘기를 해야지….”라며 대놓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간혹 한 명이 관심을 보여도 동료 노숙인이 제지한다.“이런거 해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전단지를 나눠주던 손이 멈칫했다. 내면의 힘을 준다는 인문학 과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인문학을 배운다고 밥과 집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인 탓이다. 활동가들도 그것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여성성공센터 W-ing 박지영 사무국장은 “지혜가 뭔지도 모르는데 지혜를 가지라는 건 무리죠.”라고 인정했다. 인문학 과정의 ‘이상’과 노숙인의 ‘현실’간의 괴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노숙인들이 전단지를 받아 들기까지 1년이 걸릴지,5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굴하지 않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은 그래도 인문학이 노숙인에게 희망이기 때문이다. 박 사무국장이 전하는 일화에서 그 희망이 엿보인다.“우리 학생들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란 말을 배웠어요. 한번은 학생들끼리 다툼이 생겼는데, 누군가가 욕을 하자 한 학생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잖아. 네가 욕하면 사람들이 너를 그런 사람으로밖에 안 보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때 느꼈죠. 아, 배워야 하는구나.”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하)] 클레멘트 코스 창시 얼 쇼리스 교수 이메일 문답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하)] 클레멘트 코스 창시 얼 쇼리스 교수 이메일 문답

    12년 전 미국 뉴욕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얼 쇼리스(69)는 “클레멘트 코스에서는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2005년 방한했던 그는 한국을 “세계 어느 곳보다 열정과 지성, 친절함이 넘치는 곳”으로 기억했다.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얼 쇼리스는 “내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한국의 활동가와 교수들에게 항상 빚진 기분”이라며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클레멘트 코스의 창시자로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나. -먼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클레멘트 코스 활동가는 전세계에 200명이 넘는다. 그래서 이제 이 코스는 ‘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됐다. 나는 그저 동지일 뿐, 교실에 있는 사람들이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역사를 가르치든, 보티첼리 그림을 감상하든 클레멘트 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교실이다. 요즘 소외계층, 고3들에게 인문학 수업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차별받는 가난한 유색인종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육을 받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대학에 많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화와 전통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클레멘트 코스가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처음 꿈꾸었던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나. -오는 6∼7월 가나에서 코스가 시작되면 5개 대륙에서 클레멘트 코스가 가동된다. 솔직히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성과다. 내 첫번째 꿈은 각각의 문화에 맞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멕시코에서는 쿠스코 문명을, 한국에서는 유교 문화를 가르칠 수 있다. 이런 교양을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통해 널리 퍼뜨리고 싶었다. 학생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훌륭한 질문을 떠올릴 기회를 주는 게 소크라테스적인 방법이다. 교수들이 질문에 답만 하는게 아니라 질문도 하는 것이다. 교육의 진수는 학생이니까. ▶클레멘트 코스를 통해 가장 감동받은 순간은 언제였나. -클레멘트 코스 수료생 중에서 치과의사가 2명, 철학박사와 간호사, 패션 디자이너, 영문과 교수가 각각 1명씩 배출됐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12년 전 정말 구제불능이었던 한 여성이다. 그녀는 코스를 다 마치지 못했다. 노숙자 쉼터에 있는 자신의 방문을 닫고 불을 지르는 소동을 벌인 뒤 그녀는 우리를 떠났다. 끔찍했다. 그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몇 달 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름을 바로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바로 그 여성이었다. 편지에서 그녀는 우리를 떠난 뒤 어떤 식의 공부도 하지 않았지만, 가끔 코스에서 배웠던 개념들이 생각났다고 고백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반 고흐와 키츠가 그녀를 떠나지 않았고 그녀도 그들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그녀는 대학에 입시 원서를 내 합격했다. 인문학의 힘이 얼마나 끈질긴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훌륭한가. ▶한국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왜 인문학을 선택했나.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다보면 그들이 대부분 인문학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또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면 생활 교육에 대해 얘기한다. 생활교육은 사람들에게 생각하고 혁신할 준비를 하게 해준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인문학은 과학이나 법학, 의학보다 뛰어나다. 법학 같은 학문은 옛날부터 해온 일을 반복할 뿐이지만, 인문학은 항상 새롭게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 오늘 시 한 편을 읽는다면, 그 시는 어제와 같은 시가 아니다. 인문학을 배우는 사람은 영원히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 학생이 후에 직업교육을 받고 경영학이나 과학이나 법학을 공부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한국에는 훌륭한 교수들이 많다. 빈자들의 내적 능력을 발전시키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을 품게 해주고 싶었던 나의 꿈을 그들이 이뤄나가고 있다. 빚을 진 기분이다. 모든 학생은 기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게 된다. 새롭게 인문학을 배우게 될 한국의 재소자 36명을 응원한다. 나도 감옥에서 가르쳐 봤는데, 그 때 그들이 나에게 배운 것보다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게 더 많았다. 아마도 한국의 교수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성공을 거둘 것이다.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얼 쇼리스는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설자이자 자문위원회 위원장. 시카고대 출신으로 젊은 시절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한 적이 있다.1972년부터 미국 잡지 ‘하퍼스 매거진’ 편집장을 지냈다. 일흔을 앞둔 최근까지 클레멘트 코스가 도입되는 국가를 찾아 강연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저서 ‘희망의 인문학’이 번역, 출간됐다.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위축된 자존심 되살려 ‘다시서기’ 부축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위축된 자존심 되살려 ‘다시서기’ 부축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어머님” 시를 읽던 K(57)씨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술에 기대던 자신을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보낸 어머니가 떠오른다. 시를 읽고 감상을 말하라는 면접이 영 거북하다.K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정신이 났지만, 노숙생활에 찌든 습관은 버려지지 않는다.”면서 “돈도 필요 없고, 그저 열심히 공부해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면접통과. 13일 오후 1시 K씨는 서울 용산의 다시서기센터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 성프란시스대학 예비과정 강의실에 앉았다.K씨처럼 스스로 인문학을 선택한 노숙인들의 수업은 약간의 당혹감을 내비친 의정부 교도소 수용자들의 수업과는 달리 활기찼다. 서울 대방동 여성성공센터 W-ing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도 3개월째 인문학 과정을 밟고 있다. 이날을 시작으로 교도소에 파고든 인문학은 이미 노숙인과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돈을 쥐여 줘도 곧 노숙 대열로 복귀하고, 죄의 대가를 치르고 출소했다가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직업교육을 받아도 또 성매매를 하는 순환을 끊기 위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이 인문학 과정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인문학 과정은 2∼3년 전 다시서기센터와 성공회대 평생학습센터, 광명시 평생학습센터 등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강사는 대부분 박사 학위 소지자로 서울대 김문환 교수도 올해부터 노숙자 대상 강의 하나를 맡았다. 문학과 역사, 철학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가르친다. 노숙인 대상인 성프란시스대학은 두 차례, 성매매 피해여성 대상인 W-ing 인문학 코스는 한 차례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난 학기 성프란시스대학 학생들은 명화를 보러 미술관을 찾고, 선사시대 집터를 보러 답사도 갔었다.W-ing 인문학 코스 강의에서는 소설 ‘제인에어’를 재구성하거나 성매매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도, 학생들끼리 관계를 만들어가는 작업도 쉽지만은 않았다. 임영인 신부는 “인문학을 배우면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돼요. 안 보이던 허물이 보이게 되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견디지 못하고 3개월이 채 못돼 과정을 포기한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인문학은 ‘중독성’이 있었다.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왔다. 택시기사 일을 얻은 학생은 3시간 동안의 벌이를 포기하고, 수업을 챙겨들었다.W-ing을 뛰쳐나갔던 한 여성도 결국 돌아왔다. 12년 전 ‘클레멘트 코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뉴욕에서 노숙자와 에이즈 환자, 빈민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창시한 얼 쇼리스. 그는 소외된 이들이 밤하늘 별처럼 수많은 희망을 품게 되고, 도망쳤다가도 돌아오게 만드는 이 과정의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문학의 힘은 끈질기고, 가난한 우리 학생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그의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통하고 있다.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재소자, 철학강의 30분만에 “저기요…”

    재소자, 철학강의 30분만에 “저기요…”

    위기를 맞고 있는 인문학이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삶의 정체에서 헤매던 교도소 수용인과 노숙인,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서다. 이들은 낯선 인문학에서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찾고 있다. 소외계층에게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일명 ‘클레멘트 코스’의 한국판이 정착하고 있다.13일 의정부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인문학 강의를 계기로 이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클레멘트 코스의 현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인문학을 배운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나중에 어떻게 살지 알고 싶었는데,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막막했죠. 다음 수업이 기대됩니다.” 13일 의정부 교도소에서 미국의 ‘클레멘트 코스’와 같은 인문학 수업을 처음으로 들은 수용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1995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클레멘트 코스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말한다. 노숙인과 수용자, 마약 중독자 등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기보다 인문학적인 교육을 통해 살아갈 힘을 주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노숙인과 성매매 피해여성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은 개발돼 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용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동운 교도소장은 “수용자 재(再)사회화를 위한 직업훈련은 많았지만, 정작 인간의 내면과 자아를 성찰하게 하는 과정은 없었다.”면서 “인문학 강의가 수용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 복귀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사와 학생 모두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수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학생은 잔뜩 긴장했고, 강사로 나선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30분 정도 지났을까. 조 대표가 짐짓 자신이 영화 ‘강원도의 힘’ 출연자라고 너스레를 떨자, 한 수용자가 “촬영을 어디에서 했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강릉과 속초라고 지명이 나오자 수용자들이 활짝 웃는다.“우리 집이 거기예요. 참 좋지요.” 교감이 통한 듯했다. 수업내용과 관련된 질문도 간간이 나오며 수업은 서서히 제 궤도를 찾아갔다. 조 대표는 6주 동안 수용자들과 함께 정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는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철학을 이용해 삶을 이겨내는 방법을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용자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성프란시스大 수료생 작품 들여다보니

    인문학과 노숙인, 인문학과 성매매 여성, 인문학과 재소자…. 균형이 없어 보이는 이 조합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각자의 판단에 따라 기준은 다르겠지만, 자신에 대한 인정과 성찰, 사회에 대한 긍정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인문학의 정신이라면 1·2기 성프란시스대학 수료생들의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숙을 하며 내일이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마주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의 상자는 얼마나 크고 높고 두꺼운 것일까? 나의 그림 속에는 창문이 있고 문이 있다. 하지만 항상 그 문들은 닫혀 있고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다. 상자와 그림 속의 집 모두 닫혀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웃기지 않는가? 상자의 존재를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정작 주인공인 나는 그림에도 상자 안이든 밖이든 존재하지 않는다.”-C씨의 ‘나의 상자 안과 밖’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신발 밑에 낙엽 밟히는 소리/그 소리가 천둥소리/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고요하게 사라진다.”-H씨의 ‘소리’ 현재를 살폈기에 문제의 발단이 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비로소 원망의 시선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과거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러셨던가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도 기쁘게 하는 것도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이, 너를 잘 아는 사람이 아픔을 주고 힘들게 하는 거라고…결국은 저는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자로 몰락해 집에서 왕따가 되어 버렸죠.”-K(여)씨의 ‘아버지 전상서’ 어렵게 마주한 자신이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간다/기어서 간다/보이지 않는다/동백꽃 끌어안고 달팽이는/붉은 피 봄을 만나러 간다”-A씨의 ‘희망’ 1년 동안 인문학 수업을 받은 이들은 더 이상 희망을 피하지 않는다. “생각만 하여도 설렌다/기대도 크다 두렵기도 하다/다들 하는 짓인데 짐짓 강한 척해 본다/무거운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홀가분하기도 하다. 돈키호테가 부럽다”-L씨의 ‘취직’ 자신을 마주 본 이들은 사회로 눈을 돌린다. 자기에게 향한 사랑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처지가 비슷한 ‘독거 초등학생에게 띄우는 글’에서 Y씨는 격렬하지만 농도가 짙고 성숙한 사랑을 표현한다. “너에게 독거라는 엄청난 삶의 짐을 지워준/내가, 우리가, 사회가 원망스럽다…우리는 더불어 살 것이다…단 네가 해야 할 것이 있다/하늘을 보아야 할 것이며/꿈을 꾸어야 할 것이며/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며/사랑을 가져야 할 것이며, 천사이어야 할 것이다./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모든 걸 취소한다./하지 말라!절대 하지 말라!/그냥 너의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뛰어놀고, 웃고/잠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너는 예전부터 천사였으니까!”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2007 이들을 주목하라] (8) 끝 악바리 연습벌레 김민희

    [2007 이들을 주목하라] (8) 끝 악바리 연습벌레 김민희

    “올해 주니어 탁구 대표에 뽑힌 뒤 만리장성을 넘는 첫번째 주니어 여자 선수가 되겠습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김민희(16·호수돈여중3)는 새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고등학생 언니들을 모두 제압하고 3관왕도 차지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중국 주니어 대표에게 번번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 지는 것을 못 참는 ‘고약한’ 성격 탓에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잠을 못 이룬다. ●악발이 꿈나무 김민희는 올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린다.“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 나가 중국 선수와 겨뤄 보니 실력차를 절실하게 느꼈어요. 중국 선수들은 볼에 회전을 주면서도 실수하지 않고 랠리하는데, 나는 힘으로만 세게 치니 실수가 많아요.”소녀답지 않은 조숙한 면도 있다.7∼8시간의 맹훈련이 끝나도 쉬지 않는다.1시간은 개인 연습을 더 해야 직성이 풀린다. 또래보다 파워가 좋다고 하지만 팔굽혀펴기를 매일 150개는 해야 한다. 집에 가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일지를 쓰면서 하루 연습의 장·단점을 되돌아본다. 컴퓨터로 탁구 경기 동영상을 다운로드, 선배들의 모습을 분석한다. 그것도 모자란다. 거울 보고 스윙연습을 30분은 해야 잠이 온다. ●‘탁구는 내 인생’ 민희는 시작부터 탁구와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도마초교 2학년 때 탁구선수인 언니 진희(호수돈여고2)와 처음 똑딱이 볼을 쳤지만 예사롭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도마초교 최홍규 감독이 김민희의 소질을 단번에 알아보고 권유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성격도 잘 맞는다. 자신의 별명이 “다리가 짧다고 ‘숏다리’”라고 시원하게 말해 물어본 사람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활발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뒤로 물러나 생각한 뒤 라켓을 다시 잡는 침착함도 엿보였다. 김민희는 오른손 셰이크 올라운드형으로, 포핸드·백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게 장점이다. 체력과 스피드도 뛰어나다. 이건섭 호수돈여중 코치는 “탁구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노력하는 선수다.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체계적인 지원과 구력만 쌓이면 탁구계를 이끌 재목”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김민희 프로필 생년월일 1991년생 4월8일 대전생/ 체격 162㎝,55㎏/ 발사이즈 250㎜/ 가족관계 2녀중 둘째/ 별명 숏다리/ 취미 음악듣기(휘성, 씨야) ‘싸이질’/ 학력 대전 도마초등-호수돈여중/ 존경하는 선수 왕리친(중국·세계1위)
  • [사고] 서울신문 인턴기자 최종합격자

    ●편집직 : 김동현 전준영 ●취재직 : 강주리 구동회 김민희 박창규 이경원 이재연 정서린 한상우 ●사진직 : 손형준 ●업무직 : 곽미진 이예호 ※ 합격자는 11월 20일(월요일) 오전9시까지 본사 6층 인사팀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문의사항 경영전략실 인사팀(02)2000-9524
  • 라디오 방송들, 가을 콘서트로의 초대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라디오 방송들이 마련한 콘서트가 풍성하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과, 인기 가수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진다. KBS 해피FM ‘최백호 김민희의 라디오 챔피언’은 26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가을 콘서트-추억과 낭만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남진·송창식·김도향·정훈희·심수봉·윤시내·김수희 등 한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중견 가수들이 총 출연, 열정의 무대를 꾸민다.‘애모’‘내 마음 갈 곳을 잃어’‘바보처럼 살았군요’‘그때 그 사람’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콘서트 진행을 맡은 최백호씨는 “오랜 세월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끈질긴 생명력의 중견 가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는 오는 31일 오후 6시10분 라디오 챔피언을 통해 방송된다. KBS 제3라디오(AM639㎑)는 20일 오후 8시 서울 평창동 재즈카페 ‘김준 재즈클럽’에서 ‘청년작가’ 박범신이 함께하는 특별한 콘서트 ‘비우니 향기롭다’를 마련했다. 작가의 문단후배와 제자들, 지인들이 게스트와 방청객으로 참석, 문학과 함께한 박 작가의 외길 33년 여정을 돌아보고, 그의 소설과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박 작가가 직접 부르는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29일 오후 4시부터 제3라디오에서 방송한다. SBS 파워FM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최화정과 하하가 진행하는 ‘사랑 모아 콘서트’를 다음달 4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내 88마당에서 갖는다. 비·SS501·인순이·YB·손호영·MC몽 등 정상급 가수들과 파워FM DJ인 김창완·이수경·컬트·박소현·허수경·심혜진 등이 출연, 풍성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콘서트는 다음달 14일 낮 12시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통해 방송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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