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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희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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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온실가스 증가율 가속도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농도가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는 12일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 온실가스의 농도를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99년 370.7(1은 공기분자 100만개 중 1개)이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8년 391.4으로 20.7 늘어났다. 전 지구 농도가 같은 기간 367.6에서 384.9으로 17.3 늘어난 것에 비하면 3.4이 높은 수치다.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안면도에 있는 기후변화센터와 비슷한 규모로,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 있는 료리 관측소에서 관측된 2007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386.7이었던 데 비해 같은 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90이었다.메탄의 대기중 농도도 지난 10년간 매년 1.9ppb(공기분자 10억개중 1개)씩 꾸준히 짙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농사 전자기후도 나온다

    농사 전자기후도 나온다

    해마다 청명(양력 4월5일)이면 농사를 준비했고 망종(6월5일)이 되면 씨를 뿌렸다. 추분(9월23일)은 결실할 때가 됐다는 알림이었다. 예로부터 24절기는 농부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100년간 한반도 기온 1.5도↑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24절기는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1.5도나 올랐다. 지난 30년간 제주도의 감귤은 꽃 피는 시점이 10일 단축되고 생육기간은 30일 연장됐다. 언제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고창학(52)씨는 기후 변화 때문에 감귤 생산량이 몇 년째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정작 대신 심어야 할 작물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어 더 고민이다. 고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낙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농협이나 농업기구센터 같은 곳에서 구체적인 대체작물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연구들이 민간분야에서 진척되고 있다. 24절기를 대신해 새롭게 등장한 ‘전자기후도’가 대표적인 예다. 내년 4월 완성을 앞두고 있는 ‘전자기후도’는 구체적인 영농 방법과 작물의 최적지 등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도로, 윤진일 경희대 생명과학대 교수가 개발중이다. 지면일사량과 개화시기 등의 정보를 토대로 기후 변화에 따른 작물의 재배 가능지역을 1㎞ 단위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시험판이 나와 있고 내년 4월이면 완성된다. 전자기후도가 완성되면 토양, 기후, 작물 등을 넣어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다. 농사를 처음 짓는 사람이라도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민간분야보다 더디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들어서야 대응 과제를 내놓고 망고·아보카도 같은 아열대 작물의 재배법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도 절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관계자는 “연구도 아직 시작단계”라고 말했다. 어업 분야는 지원조차 미미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해양변동 모니터링 대책’을 연구하고 있는 서영상 박사는 “남해안에서 참치가 대량으로 잡히지만 냉동시설이 없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해양 프로그램의 경우 2003년부터 매년 1억 5000만원씩 지원되다가 올해 4억원으로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빈약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박건형 김민희기자 kitsch@seoul.co.kr
  • 홍대 미대 실기고사 단계 폐지

    홍대 미대 실기고사 단계 폐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학의 미대는 실기시험을 폐지하는 등 입학전형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활용하는 대학에 최고 3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며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카이스트(KAIST)에서 일반고생 150명을 입학사정관들의 심층면접으로 선발하겠다며 정부의 ‘공교육 살리기’에 구체적으로 화답한 이후 생긴 일련의 현상들이다. 홍익대학교는 11일 2010학년도 미대 입시 자율전공 전형(100명 선발)에서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하고 2013학년도에는 미대 입시 모든 전형에서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다. 그동안 미대입시에서 실기고사를 둘러싼 폐해가 많았던 터여서 다른 예체능대학들의 동참 여부가 주목된다. 홍대는 2009학년도 미술대학 자율전공 입시에서는 총점의 10%를 차지하는 면접전형에서 실기 평가를 시행했으나 2010학년도부터는 이를 미술전문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다면심층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점차 실기평가를 활용하는 모집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올해 중3이 치르는 2013학년도 미대 입시에서는 신입생 860명 전원을 실기고사 없이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날 2010학년도 입시에서 총정원 3772명의 23.5%에 해당하는 886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9학년도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된 180명의 5배에 가까운 숫자다. 886명은 ‘학생부 우수자 전형’(450명), ‘과학영재 전형’(110명), ‘세계선도 전형’(200명), ‘월드KU 전형’(50명), ‘사회공헌자 전형’(30명), ‘체육특기자 전형’(46명) 등으로 나뉜다. 한국외국어대도 201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총 678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수시 2학기 모집에서 5개 특별전형의 모집인원 425명 전원, 정시전형의 정원외 특별전형인 농어촌학생특별전형(135명), 전문계고교졸업자특별전형(51명), 기회균등선발전형(67명) 등 253명이다. 이는 전년도 76명보다 약 9배 늘어난 인원이다. 한양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정원 5201명의 19.8%인 1031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다. 수시 모집인원 1564명 중 606명, 정시 모집인원 3637명 중 425명으로 나뉜다. 한양대는 이와 함께 학생부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학업우수자 전형 대상을 지난해보다 54%가량 많은 190명으로 늘리고, 공학인재 전형을 통해서도 67% 많은 80명을 뽑기로 했다. 건국대는 오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정원 3350명의 30%에 해당하는 1005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 100여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 입시(2010학년도)에서는 350명을 선발한다. 김승훈 김민희 유대근기자 hunnam@seoul.co.kr
  • 3월 자살 ‘이상 급증’ 10·20代가 위험하다

    3월 자살 ‘이상 급증’ 10·20代가 위험하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이모(27·여)씨가 아파트 1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지난 5일 오전 11시30분쯤 부산 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씨가 떨어져 숨진 것을 아버지(48)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늦깎이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얼굴 부위에 심한 피부병을 앓아 왔다. 이 때문에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이씨는 “얼굴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고 토로하곤 했다. 최근까지 이씨는 새 학기를 준비 중이었다. 지난 7일 탤런트 장자연씨가 우울증세 등으로 자살하면서 젊은이들의 ‘봄철 자살’이 또다시 세간의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상 봄철에 자살률이 높은 데다 새로운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등 신상의 변화가 많은 계절이라 스트레스에 취약한 젊은층의 자살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청년실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젊은이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됐던 자살 예방교육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은 10~20대들의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하는 계절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3월이 되면 친구 문제로 자살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상담 요청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10~20대들의 자살을 유발하는 근접자살요인 중 하나가 인간관계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날씨 변화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가 겹치면 자살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게 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한국적 특성상 봄철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자살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봄철 자살’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책 ‘자살론’에서도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여름, 봄, 가을, 겨울 순으로 자살률을 보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개 2월에서 3월을 넘어가는 사이 자살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5년 2월에 736건이던 자살자 수가 3월에는 1309건으로 573건이나 증가했다. 2006년 2월에 816건이던 수가 3월엔 1006건으로 190건 증가했다. 2007년의 경우는 2월부터 자살자가 늘어나 1월엔 806명이던 것이 2월에 1189명, 3월에 1141명이 됐다. 특히 부모 세대와는 달리 빈곤 같은 사회적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에 좀더 자살 예방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39.2%(2006년 기준)에 이르는 데도 자살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은 2008년 현재 서강대, 서울대, 제주대뿐이다. 남윤영 국립서울병원 박사는 “학교에선 입시교육에 바빠 선진국처럼 체계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자살의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 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국회폭력’ 강기정·문학진 의원 조사

    국회 폭력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4월 국회 전까지 관련 사건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 검사장)는 9일 무소속 최욱철 의원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불러 조사했다. 최 의원은 검찰의 소환에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다가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자 검찰에 출두했다. 최 의원은 2007년 강원랜드 감사로 재직하며 강원랜드를 찾은 고교 동문과 지역단체 회원 등에게 숙박 등 각종 편의를 제공,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최 의원은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이 전 수석은 2004년 총선과 2005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측근 노모(구속기소)씨를 통해 사업가 조모씨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수석에 대해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폭력과 관련, 민주당 강기정·문학진 의원을 이날 조사했다. 강 의원은 애초 당 회의를 이유로 경찰 출석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나와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강 의원을 상대로 사건 경위와 당시 회의장 내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12월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권경석 위원장의 입을 막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8일 국회사무처에 의해 고발됐다. 이에 앞서 문학진 의원은 국회 폭력 사태로 고발된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점거하자 문을 해머로 부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국회 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남부지검도 이날 민주당 당직자 신모씨를 피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이석 김민희 박성국기자 hot@seoul.co.kr
  • 골목길, 그 추억까지 개발할 수 없나요

    골목길, 그 추억까지 개발할 수 없나요

    서울 강남과 강북을 한번에 잇는 편리한 교통 탓에 옥수동은 값싼 ‘전·월세방 천국’에서 수억원대 ‘고급 아파트 천국’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김 소장은 빼곡하게 붙어 있는 주택가 골목길을 걸으며 “옥수동은 건축가 없는 건축물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옥수동 주택의 단상을 들려주었다. “1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옥수동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원래 1층짜리 집들이 점점 한층 한층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그때그때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서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개발차관(AID)을 받은 돈으로 지었거든요. 예를 들어 서로 붙어 있는 집인데 하나는 5층이고 다른 하나는 6층이에요. 서로 다르게 층수를 올리다보니 그렇게 된 거죠. 또 무수한 계단이 이어져 있기도 합니다. 계단을 끝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다시 그 계단이 다른 계단으로 이어져 있기도 하죠. 모두 한번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지어졌기 때문이죠. 같은 건물이지만 층마다 외벽 색깔이 다른 데도 있습니다. 질서도 없고 도면도 없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주택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재개발되면 ‘이윤’을 위해 천편일률적인 비둘기집이 만들어지겠죠.”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던 삶의 터전 옥수동 주택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꼭 닮았다. 얽히고 설킨 채 얼굴 맞대고 살아서 그럴까, 옥수동 사람들은 누가 누구라고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비슷하게 닮아버렸다. 동네 입구에서 17년째 목화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 김성무(44)·최종현씨는 이 동네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김씨는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요. 여기선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훤히 알아요. 가족 같은 이웃이지요. 그래선지 손님들도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넉넉하게 웃었다. 옥수동을 닮았다. 이들 부부는 “재개발이 되면 정들었던 이웃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딸내미 둘 키우며 살아온 옥수동이 그대로 없어지는 게 서운하고 아쉽다.’는 김씨 부부의 한숨이 짙다. 38년 전 옥수동에서 태어난 차희경씨는 역시 옥수동에서 태어난 딸 혜원(6)이의 손을 잡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 중턱에 있는 차씨의 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어린 혜원이가 혼자 들락날락하기 위험해 보였다. 항상 차씨가 데리고 다닌다. 여섯살배기를 항상 데리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라도 옥수동이 싫어질 법한데, 차씨는 “이게 다 행복”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어렸을 적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누비면서 뛰어놀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어요. 그 추억을 잊지 못해 결혼해서도 여기서 살고 있어요. 우리 딸에게도 그런 정겨운 추억을 갖게 해주고 싶어 이런 불편쯤은 감수하죠.”라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차씨에게 재개발이 반가울 리 없다. “어디 가서 아파트 한 채 사기도 모자란 보상금도 문제지만, 30년 추억이 서린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파요. 꼭 갈아엎고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요.”라며 차씨는 되물었다. 그 옆에서 골목길을 올라가던 김말덕(76) 할머니는 기어이 눈물을 내비쳤다.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다 먼저 떠난 남편과 사별하고 30년 전 옥수동에 정착해 4남매를 길러낸 김 할머니다. 팍팍한 세월을 동네 친구들과의 수다로 견뎌냈는데, 이제 동네가 재개발되면 무슨 재미로 그 답답한 아파트 골방에 박혀 있겠냐는 게 할머니의 사연이었다. ●일상의 역사도 가치가 있다 옥수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쥐꼬리만 한 보상금만큼이나 그들의 삶터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분노했다. 몇 십년간 고수해온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부정(否定)되는 것은 그들 자신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없다. 김 소장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 약자일지 모르겠으나 문화적으로는 강자예요. 제가 사진을 찍으러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면 재개발 업자들은 ‘뭐 이런 잡동사니를 다 찍나.’ 하는 눈빛이지만 동네 할머니들은 ‘이런 곳이 서울에 또 어디 있겠어. 잘 찍어놔.’ 하며 격려해줘요.”라며 자랑했다. 옥수동뿐 아니다. 서울의 곳곳은 재개발과 뉴타운 광풍에 밀려 점차 옛 정취를 잃어버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조그만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골목길, 그 길을 걸을 때 뭉글뭉글 풍기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는 자꾸만 들어서는 네모반듯한 아파트에 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김 소장은 “한양이 조선의 도읍이 된 1394년부터 사람들은 서울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왔어요. 그런 역사들이 동네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다 없애버리면 어떡하나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탈리아는 골목길로 유명한 곳이 많습니다. 불편하기 이를데 없지요. 물도 안 나오고 웬만한 차도 들어가기 힘듭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곳에 사는 건 그 정도의 문화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보존을 잘해서 관광지도 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는 겁니까.” 김민희 이영준 안석기자 haru@seoul.co.kr
  • [대한민국 극&극]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대한민국 극&극]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한국인과 간장은 2000년된 친구다. 두산 백과사전은 “대두류가 2000년 전에 한국에 전래됐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무렵부터 장을 담그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써놓았다. ‘삼국사기’에는 683년 왕비를 맞을 때 예물 품목에 간장과 된장이 들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간장은 한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다. 간장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같은 간장이라도 언제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맛과 색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간장의 극과 극을 찾아봤다. 조선 시대 종갓집에서 150년 동안 전해내려온 간장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조선간장을 비교해 봤다. 양쪽은 각각 ‘전통’과 ‘과학’이라는 각자의 비기(祕技)를 내세웠다. ■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150년 전 간장이 지금껏 전해진 것은 조상을 기리고 섬기는 마음 때문입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예안 이씨 종가 이득선(67)씨는 5대째 전통 간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5대조 이원집 공에서부터 시작돼 이상달(4대조), 이정열(3대조), 이용승(2대조)에 이어 지금의 이씨에게 전수됐다. 예안 이씨가 외암마을에 뿌리를 내린 것은 조선 명종 때다. 50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초가와 돌담, 정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70여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각 집들은 옛 관직명이나 출신 지명을 따 참판댁, 감찰댁, 참봉댁, 송화댁 등으로 불린다. 이씨 집은 ‘참판댁’으로 불린다. 조부 이정열 공이 조선 고종 때 이조참판을 역임해서다. ●200일 지극정성으로 빚어지는 간장 “간장은 정성입니다. 오랜 공을 들인 뒤에 나오는 간장이라야 제 맛을 내고, 100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 빛과 향기가 온전합니다.” 이씨의 ‘간장론’이다. 실제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200여일의 지극정성으로 만들어진다. 간장 제조는 9월부터 시작된다. 우선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쑨 뒤 가을볕에 50~60일 말린다. 메주가 갈라질 때쯤 뜨거운 방으로 옮겨 줄줄이 널어놓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해로운 균은 죽고, 이로운 균만 살아남는다. 보통 20일 정도 소요되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후 1주일가량 햇볕에 말린다. 방 안의 열기로 물러진 메주가 딱딱하게 굳어지면 솔(칫솔 등)에 물을 묻혀 깨끗이 닦고 2~3일 햇볕에 말린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장을 담그기 전에 또 한 번 메주를 물로 골고루 닦은 뒤 햇볕에 2~3일 말린다. 바짝 마르면 장독의 소금물에 넣는다. 50일 정도 지나면 독 안의 메주가 갈라지고, 소금물이 2cm 정도 준다. 이때 소금물을 가마솥에 붓고 40분~1시간 정도 끓이면 비로소 간장이 된다. 이씨는 “소금은 최소 3년 이상 묵혀둔 것을 사용해야 하고, 소금과 물의 비율은 계란을 띄웠을 때 3분의1 정도 위로 솟아오르게 맞춰야 일품 간장이 된다.”고 귀띔했다. 소금물에는 메주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첨가된다. 간장 색을 진하고 윤기 나게 하고, 균을 없애는 옻나무·숯, 머리를 맑게 하는 호두, 간장을 부드럽게 하고 고소한 향기가 나도록 하는 깨, 독 안에서 열기를 뿜어내 메주가 잘 우러나도록 하는 고추 등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다. 간장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보통 정월장, 2월장, 3월장으로 나뉜다. 이씨는 “올핸 정월에 장을 담갔다. 3월말이나 4월초쯤 간장을 만든다. 매년 이렇게 만들어진 간장 중 1되씩 5대조부터 내려온 간장독에 부어 1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간장 숙성, 돌의 두께와 일조량 좌우 간장을 숙성시키는 데에도 독특한 비법이 있다. 바로 받침돌의 두께와 일조량이 그것이다. 장독은 동쪽에 30cm 이상 두께의 자연산 돌 위에 올려놓는다. 오전에 해가 뜬 뒤 오후 2시까지 장독은 햇볕에 데워진다. 동시에 받침돌도 볕을 받으면서 서서히 달궈진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2시 이후에는 오전 동안 데워진 받침돌 열기가 이튿날 아침까지 지속되며 독을 따뜻하게 데운다. 이씨는 “겨울철에도 상온(가열 또는 냉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기온, 보통 15도)을 유지하고, 온도 변화가 거의 없어 장이 잘 익고 맛이 좋다.”고 전했다.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향후 이씨의 장남 준종(42)씨에게, 그 이후에는 준종씨의 첫째아들에게 전수된다. 이씨는 “간장은 종손을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면서 젊은 날 일찍 작고한 형을 애달파했다. “전 종손이 아닙니다. 형님께서 아들 없이 딸만 놓고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대신 맥을 잇고 있습니다. 형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 첫째아들이 형님의 양자로 입적한 만큼 제 사후에는 종손을 통해 대를 이어갈 겁니다.” 김승훈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겉으로는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다. 굴뚝에선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쑥 솟아오른 철제 탱크는 끝간 데를 모르고 줄지어 서있다. 간장공장은 냄새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들큼하니 콩 찌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간장이 익어가는 철제 탱크에선 짭쪼름하고 구수한 향취가 맴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샘표식품 간장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7만㎘의 간장을 만들어낸다. 집에서 해먹는다 해서 ‘집간장’이라고도 불리는 조선간장은 전체 생산량의 1%를 차지한다. ●과학적 장 담금으로 승부 공장장인 오경환 상무는 “간장은 과학”이라고 단언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간장은 집에서 만드는 간장과 달리 잡균을 제거하고 발효에 꼭 필요한 균만 넣는다. 그래야 맛도 선명하고 발효도 빨리 된다. 아스퍼질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균, 일명 ‘황국균’을 배양하는 기술이 간장의 핵심이다. 황국균은 종균관리 연구소에서 1주일간 배양한 뒤 메주에 넣는다. 전체 메주 함량의 0.3%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좋은 메주를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또 공장 간장의 맛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균일하게 날 수 있는 것은 간장의 맛을 결정하는 단백질 함유량(T.N.)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탓이다. 콩에 든 단백질은 가수분해돼 간장 속에서 아미노산으로 바뀌는데, 이 아미노산이 간장 고유의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산업규격(KS)에 따르면 간장 안에 단백질이 1% 들어있으면 표준, 1.3%는 고급, 1.5%는 특급이다. 0.8% 이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대개 집에서 만드는 간장은 0.5% 정도다. 이 공장에서는 원액의 양을 조절해 생산되는 모든 간장을 1.5%가량으로 맞춘다. “메주 외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 조선간장의 맛은 특히 이 단백질 함유량에서 승부가 난다.”고 오 상무는 설명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간장이라도 집에서 만드는 방법과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 이 공장에서는 양조간장·진간장·유기농간장·조선간장을 만드는데 소맥을 넣는지, 당분을 첨가하는지 아주 작은 차이만 있을 뿐 메주를 쒀 간장을 만드는 과정은 동일하다. 간장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잘 씻은 콩을 물에 담가 불린 후 고온·고압 조건에서 찌는 ‘침지/증자’ 과정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황국균을 띄워 메주를 쑤는 ‘제국’ 과정이 뒤따른다. 메주는 42시간 띄운다. 2박3일 걸린다고 해서 공장에서는 ‘3일 메주’라고 부른다. 완성된 메주는 소금물에 담겨 발효 탱크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조선간장은 숙성에 4개월 정도 걸린다. 일정하게 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1년 내내 28~30℃를 유지해야 한다. 탱크 안에서 소금물과 함께 숙성된 메주는 ‘제미’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짜서 간장을 만들어내는 공정을 ‘압착’이라고 한다. 여기서 간장과 메주 찌꺼기가 만들어지는데 찌꺼기는 동물 사료 등으로 이용된다. 다 만들어진 간장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알코올(1.5% 첨가)을 넣고 살균 과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포장된다. ●“종갓집 간장은 이미지에 불과” 한때 진간장 같은 산분해간장에서 유해물질인 클로로프로판디올(MCPD)이 검출되고, 또 맛을 위해 화학첨가물인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간장이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상무는 “식품에는 기준치가 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들어있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들어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면 난감하다.”면서 “일상적인 간장 섭취량으로는 인체에 무해한 정도다.”고 했다. 오 상무는 100년 묵은 종갓집 간장이 대량생산된 간장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집에서 만든 간장은 아무리 오래됐어도 영양학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이미지에 불과하죠. 다만 오래 보존됐다는 가치가 있고, 색깔은 좀 진하겠죠. 그래도 우리 간장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수는 없으니 우열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오 상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공장 간장의 장점은 일정 수준의 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대중성’에 있는 셈이다. 간장 공장 사람들은 동맥경화 억제, 당뇨병 개선 등 많은 장점을 가진 간장이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었다. “4개월 숙성된 간장이라고 얕보지 마십시오. 과학으로 빚어낸 우리 고유의 맛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김승훈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서민 식탁서 삼겹살 사라진다

    서민 식탁서 삼겹살 사라진다

    남녀노소가 즐겨먹는 음식이자 황사를 막는 음식으로 알려진 돼지고기가 올봄 서민들의 식탁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불황 때문에 지갑은 얇아진 반면 지난해 광우병 파동 이후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서다. 한국양돈협회에 따르면 3월 현재 돼지고기 1㎏당 가격은 4773원(도매 기준)이다. 지난해 이맘때 3245원과 비교하면 1년 동안 1500원 정도 오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돼지고기 소비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수입산보다 가격이 비싼 국내산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정육점에서는 “죽겠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H정육점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삼겹살 한 근에 1만원을 넘으니 지난해보다 돼지고기 매출이 4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광우병 파동이 일던 5월 무렵부터다. 그 해 1월만 해도 1㎏당 2860원이었던 돼지고기 값은 5월엔 4500원, 6월엔 5000원까지 올랐다.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삼겹살 1인분에 1만원’을 받기 시작하던 때다. 전통적으로 황사나 바깥 나들이 때문에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하는 봄엔 가격이 더 오른다. 서울 서대문구 E정육점 관계자는 “보통 한 근(600g)에 1만원쯤 하는 삼겹살이 5월쯤엔 1만 6000원까지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양돈협회는 지난 3일을 ‘3·3 삼겹살데이’로 정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지만 마진율을 대폭 낮춘 반짝 행사였던 터라 지속적인 가격 인하라고 보긴 어렵다. 한국양돈협회 김동환 회장은 “오는 5월쯤이면 돼지고기 가격이 쇠고기를 추월할까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박근령 “이사장직 박탈 재심 신청”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동생 지만씨와 갈등을 빚어온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자신의 이사장직 박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6일 밝혔다.박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근화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재판 결과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견됐다.”면서 ”성동교육청이 이미 위헌결정이 난 법률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걸었던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박 전 이사장은 2004년 미승인 임대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성동교육청으로부터 이사장 자격을 박탈당했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그는 “동생 지만씨가 육영재단 폭력 강탈의 배후에 있다.”면서 “동생과 동생의 비서실장 정모씨는 2007년 11월28일 용역과 한센인 100여명을 동원해 나와 간부들을 쫓아냈고 이후 측근인 오모씨를 사무국장으로 앉혀 재단을 폭력으로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생이 재단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성동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박지만씨가 서울 동부지법에 재단 임시이사 선임신청서를 낼 때 이원우 임시이사장 등 9명을 추천하면서 “성동교육청 박모 과장과 협의를 거쳐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한편 육영재단 임시이사장측 용역업체 직원 수십명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재단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어린이회관 유치원 입학식이 연기됐으며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한 어린이와 학부모 30여명이 돌아가기도 했다.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국민·사회가 수용할 수 있느냐 끊임없이 고민”

    “국민·사회가 수용할 수 있느냐 끊임없이 고민”

    1955년 10월13일 대법원은 ‘축첩(蓄妾)’ 행위를 불법 무효로 규정했다. 1988년 12월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가 교환원의 정년을 낮춘 것이 ‘남녀차별금지규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고, 2005년 7월에는 여성을 종중(가문)의 구성원으로 인정했다. 여성의 권리를 끌어올리는 데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판결들이다. ● 성전환자·부부강간 인정 판결 지난달 부산지법은 ‘성전환자(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 인정’과 ‘부부간 강간 인정’ 등 두 차례의 판결을 통해 여성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판결의 주인공은 부산지법 민사항소 2부 고종주(60·사법시험 22회) 부장판사. 2002년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전환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도 그였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6일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국민과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서 정당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은 어느 판사나 갖고 있는 당연한 마음가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획기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한다. 성전환자의 성별전환 인정을 포함한 세 사건 모두 어떤 요건을 선택해 어떤 시기에 인정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그의 판결문은 인터넷상에서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지난해 2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 사건을 맡았을 때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과 심리학 이론을 인용한 ‘인지부조화’라는 말을 사용했다. 지난달 판결 내린 성전환자 강간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오늘을 기점으로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바꿔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고 신은 좋은 신체와 건강한 정신을 준 것이다.’라며 진심어린 훈계를 잊지 않았다. ● 화제의 판결문… 시집도 펴내 5년 전 시집 ‘우리 것이 아닌 사랑’을 발간하기도 한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감정을 가장 감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면서 “판결을 내릴 때도 항상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박건형 김민희기자 kitsch@seoul.co.kr
  • “아무리 몸 불편해도 재능 키우며 희망 찾으세요”

    “아무리 몸 불편해도 재능 키우며 희망 찾으세요”

    1995년, 당시 46세의 김성애씨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앓아왔던 류마티즘 관절염 때문에 온몸의 관절이 변형됐다. ●꿈에서 어머니 보고 그림 시작 식물인간처럼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삶이 덧없다고 생각해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뜬 지 며칠 후, 꿈에서 ‘넌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은 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김성애씨.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김씨가 4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 더 스페이스에서 열린 ‘여류사랑 희망공감 전시회’의 주인공이 됐다. 이 행사는 대한류마티즘학회(이사장 이수곤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부터 주최한 여류사랑 캠페인의 일환이다. 류마티즘 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날 ‘목련이 필 때’라는 제목의 작품을 직접 그린 김씨의 곁에서 손가락 네 개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희아씨가 연주를 했다. 김씨는 “아무리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도 재능은 있게 마련이다. 삶을 포기하지 말고 재능을 키우면서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김씨는 지금도 매일 3~5시간씩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린다. ●매일 3~5시간씩 그림 그려 관절염이 턱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나면 피곤해서 곧바로 쓰러진단다. 그렇지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준 그림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와 화가 조광호·연제식씨 등이 기증한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과 탤런트 김래원씨 등도 참석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다큐 ‘나의 마음은… ’ 할머니 “일본 사죄하라”

    다큐 ‘나의 마음은… ’ 할머니 “일본 사죄하라”

    “일본은 사죄하라. 그리고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마라.” 재일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87)할머니가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에 보낸 경고다. 송 할머니는 1993년 재일 위안부 피해자로서는 최초로 일본 총리와 국회를 상대로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0년에 걸친 투쟁은 2003년 대법원에서의 패소로 끝났지만, 송 할머니는 “(재판은 졌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송 할머니의 지난 10년은 고스란히 기록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감독 안해룡·2월26일 개봉)’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2일 이 영화의 양징자 프로듀서를 통해 송 할머니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어떻게 위안부로 끌려 가게 됐나. -나는 1922년 충청남도에서 태어났어. 16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정해준 결혼이 싫어 첫날 밤에 가출했지. “전쟁터에 가면 결혼 안 해도 혼자 살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됐어. 중국 무창의 ‘세계관’이라는 위안소에 있었지. 지금도 내 옆구리와 허벅지에는 군인들에게 칼로 베인 상처가, 팔에는 가네코(子)라는 당시의 이름이 문신으로 남아 있어. 사내 둘을 낳았는데 키울 수가 없어 남한테 맡겼지. 1945년 일본이 망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거기서 조선인을 만나 살게 됐어. →재판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1992년 1월에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관여했다는 정부 문서가 나왔어. 그때 일본 시민단체들이 ‘위안부 110’이라는 핫라인을 개설해 피해자에 대한 제보를 받았지. 그때 내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과 만나게 됐어. 1993년 4월5일 이들과 함께 소송을 하게 됐지. 위안부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하는 게 좋다 싶어서 10년 동안 여러 곳에 다니면서 증언을 하고 국회 앞에서 농성도 했어. →왜 사죄나 배상보다는 “전쟁을 하지 마라.”고 말하는가. -전쟁에 있어서는 일본 군인과 위안부였던 나, 모두가 피해자야. 전쟁이 나면 모두 죽어. 아무도 득을 보는 사람이 없어. 욕심 때문에 전쟁을 하는 거야. 남의 것을 내 것으로 하려고 하니까. 왜 자기 나라 전쟁에 조선 여자를 끌고 갔는가. 일본에 이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전쟁 때 천황이 군인들에게 담배를 보내 준 것도 내가 봤어. 자기 나라 국민에게 전쟁 잘 하라고 응원하는 바보가 어딨어? 억울하기도 하고 배상도 받아야지. 하지만 아무리 말해 봤자 일본은 바뀌지 않으니까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핸드볼큰잔치] 전승 우승… ‘산’들은 높았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7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온 두산과 벽산건설이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깔끔한 전승 우승을 일궈냈다. 13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월드스타’ 윤경신(36·두산)은 우승은 물론 최우수선수(MVP)상과 득점상(73골), 역대 최다골 기록(556골) 등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핸드볼큰잔치의 큰 별로 우뚝 섰다.두산은 1일 성남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핸드볼큰잔치 남자부 결승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를 28-23으로 제압하고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결승전은 경기 시작 5분 동안 딱 1골, 10분 동안 단 4골이 터질 만큼 팽팽하게 전개됐다. 양팀의 촘촘한 패스와 한 박자 빠른 슈팅은 결과 예측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두산은 윤경신(9골), 도요다 겐지(5골), 박중규(5골) 등이 골고루 살아나며 일찌감치 격차를 벌려 전반을 13-7로 마쳤다. 인천은 후반 들어 유동근(6골), 김민구(7골)의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4관왕’ 윤경신의 중거리포에 밀려 마지막까지 4~5점차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여자부에서는 ‘우생순 사령탑’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벽산건설이 김온아(11골), 문필희(9골), 박정희(8골) 등을 앞세워 용인시청을 38-29로 물리쳤다. 경기 초반 ‘주포’ 김온아가 상대 이정희에게 묶이고, 7m 드로마저 김민희(방어율 34%)의 선방에 막혀 고전한 벽산은 후반 체력이 떨어진 용인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흐름을 바꿨다. 결국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내리 5골을 꽂아 38-29, 9점차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1월 효명건설을 인수해 창단한 벽산건설은 이번 대회 풀리그 예선과 토너먼트 결승을 거치는 동안 한 차례의 패배도 없이 8연승으로 우승하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윤경신과 문필희(27·벽산건설)는 대회 남녀 MVP에, 강일구(33·인천도개공)와 이민희(29·용인시청)는 우수선수에 뽑혔다. 득점상은 두산의 윤경신(73골)과 벽산건설의 김온아(21·81골)에게 돌아갔다. 윤경신은 “13년 전보다 스피드도 좋아지고 수준은 높아졌다.”면서도 “선수층이 얇아 부상을 달고 사는 것, 관중석이 썰렁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대학 일반조교 대량해고 칼바람

    봄을 준비하는 여의도의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다. 그러나 “내일부터 해고”라는 통보를 받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서수경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에게 봄햇살은 미처 닿지 못했다. 명지대는 “학교 재정이 악화돼 어쩔 수 없다.”며 지난 1월 서 지부장을 비롯한 명지대 일반조교 9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대학노조를 비롯한 노동단체는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벌인 치사한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학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비정규직 종합세트’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교는 대학원생이 교수를 보좌하거나 수업 진행을 돕는 학습조교를 떠올리기 쉽지만 일반조교들은 정직원과 똑같은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산업기술대에서도 7년차 이상 조교들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자연퇴직을 유도하고 있어 학교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도 한양대, 한남대 등 4개 대학 206명의 조교들이 노조를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숫자가 적어 영향력도 미약하다. 대학 조교들의 해고사태는 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 2년째를 앞두고 비정규직 해고의 초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민희 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전여옥 폭행사태 진짜 테러맞나 휴가 내놓고 ‘출근하시는’ 우리 부장님은 日 제삿밥 먹는 아버지 7억에 살수있는 세계의 집 TV 없이도 vs TV가 없으면 미친 금값, 팔땐 왜 이리 쌀까
  • [인사]

    ■감사원 ◇승진 △감사·국제기획관 이재덕■국민권익위원회 ◇승진 △경제민원조사단장 이연흥△정책협력〃 이내희◇부이사관 승진△주택건축민원과장 김준배△청렴정책총괄〃 임윤주△제도개선기획〃 박세기◇과장급 전보△기획재정담당관 박계옥△민원조사기획과장 이충호△행정문화교육민원〃 배문규△상담안내〃 백승수△경제분야행정규칙개선팀장 강장원◇서기관 승진△기획재정담당관실 오정택△도로수자원민원과 강낙호△청렴정책총괄과 나성운△제도개선기획과 박범서△심사기획과 김범일■기획재정부 △미래기획위원회 미래기획단 공동단장 장영철△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추진기획〃 조경규◇부이사관△재정기획과장 김재훈△미래기획위원회 미래기획단 이원식△G20기획조정위원회 기획조정관 장호현△G20기획단장 최희남△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추진기획단 기획총괄팀장 허점욱◇서기관△G20기획단 기획과장 류상민△〃 국제협력과장 김태주■통계청 ◇승진 △통계교육원장 변효섭◇과장 전보△지역경제통계과장 민경삼■특허청 △전기전자심사국 특허심사정책과장 김민희■국립환경과학원 ◇부장급 전보 △기후대기연구부장 이석조△물환경연구〃 정동일△환경건강위해성연구〃 한진석△생태연구〃 유병호△국립환경과학원 정일록 정영희 김학주 김삼권◇과장급 전보△측정기준과장 차준석△위해성평가〃 최경희△환경역학〃 유승도△화학물질거동연구〃 신선경△대기환경연구〃 김정수△대기제어연구〃 김종춘△기후변화연구〃 홍유덕△물환경제어연구〃 권오상△먹는물연구〃 김태승△수질총량연구〃 류덕희△자연보전연구〃 서민환△생태평가〃 김명진△바이오안전연구〃 정현미△교통환경연구소장 홍지형△자원순환연구센터장 오길종△낙동강물환경연구소장 이재관△영산강〃 최훈근△국립환경과학원 장성기 김종민 김필제 최성헌 신찬기 장남익■농수산물유통공사 △수출이사 윤인택■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 ◇전보 △운영실장 이규호△능력개발〃 장국찬△혁신전략팀장 이달형△해외협력〃 최성식△훈련기획〃 정재은△능력지원〃 김용복△연구개발〃 홍형식△교학처장 허본△산학협력〃 유만희△행정〃 임석순△교학처장 김영근△산학협력〃 장인창△행정〃 이상건△원장 김용만△교학처장 오태환△산학협력〃 김채진△행정〃 김영일△원장 박종철△교학처장 김동환△산학협력〃 이범수△행정〃 김준열△교학처장 이을순△행정〃 전성규△교학처장 황윤학△행정〃 홍종호△교학처장 최형순△행정〃 박태용△교학처장 오영록△행정〃 함채선■한국원양산업협회 ◇전무 △해외협력본부장 김민곤◇상무△경영지원본부장 이남교■머니투데이 ◇취재본부장 △경기 김춘성△인천 윤상구△부산 윤일선△경북 신계호■한국기술교육대 △기획처장 조현찬△행정〃 허동갑△능력개발교육원장 임경화△대외협력실장 윤정식△생활관장 김재우△연수지원본부장 김의경△교육〃 이주영■풀무원 ◇승진 △전문위원 류영기 손상수△상무 윤희선△상무보 임종길 이상부 김광용△상무보 이필유 김형환△부사장 구본민△상무보 이우봉△부사장 남제안△상무 김정선
  • [나눔 바이러스 2009] 이런 ‘잡 셰어링’은 안돼요

    [나눔 바이러스 2009] 이런 ‘잡 셰어링’은 안돼요

    정부와 기업들이 실업대책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금 삭감 형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이를 악용한 부당행위도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초 목표인 고용 창출보다 오히려 근로 조건을 악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삭감 분위기 타고 부당행위 속출 외국계 전자기업인 K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지난달 노사관계 전문가 C씨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회사가 임급 반납을 유도해 그 돈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지난해 평균치 수익을 내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 김씨는 “회사가 임금 삭감 열풍에 편승해 임금을 반납하게 하고 이를 성과급으로 돌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월급과 성과급은 별도의 재원으로 분리돼 지급돼야 한다. 이에 대해 K사는 “여러 검토안 중 하나였을 뿐 아직 실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근로조건 악화·내수부진 부작용도 중소 부품업체 H사의 경우 임금 삭감의 한 형태인 무급 휴직을 강제로 실시하려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H사는 지난달 생산·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3~6개월간 무급휴직을 내도록 했다. 회사의 경영사정으로 휴직을 지시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휴업에 해당하므로 평균임금의 70%에 이르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휴업이 아닌 개인 사정에 의한 휴직으로 처리해 임급지급을 회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잡 셰어링은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임금 삭감을 목표로 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한다. 일자리 대책마저 친기업적으로 진행되는 탓에 본래 취지인 고용창출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최영우 한국노동연구원 교수는 “임금 삭감은 노동자들의 생계 유지에 악영향을 미쳐 내수 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노동시간 줄여 고용 유지 실제 선진국에서 진행돼온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노동 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 때 유한킴벌리가 노동시간을 줄여 2교대에서 3교대로 늘리는 대신 고용을 유지해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경우다. 1993년 유럽 자동차산업 침체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자 폴크스바겐사는 노사합의를 통해 주당 32시간이던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임금도 10% 삭감하되 수당을 나눠 지급해 노동자들의 월 수령액은 변화가 없도록 했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도 한몫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사는 2007년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대졸 초임 삭감과 비슷한 이중임금제를 도입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운전자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 이대통령 헬기 발언에 누리꾼들 ‘열 받네’ ”민주노총은 예산 50%를 비정규직 등에” ”추기경님의 발톱을 깎아드렸습니다” 임세령씨 올해 주식 배당으로 11억원 대교협의 고려대 고교등급제 조사 왜 문제?
  • 대학원 고액 등록금 어디 쓰이지?

    최악의 취업난 때문에 ‘도피성’ 대학원 진학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대학원 등록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원은 대학에 비해 입학 정원이 적어 상대적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그러나 대학원 등록금 역시 연 1000만원을 넘는 돈이 들어가지만 한 번도 산정 기준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공개된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 대학원에 등록한 이모(26)씨는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학교를 괜히 등록했나 보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2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씨는 고시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문제는 4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이었다. 이씨는 “대학원의 경우 조교를 하지 않으면 장학금 혜택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이씨는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등록금도 거기에 맞춰 동반 상승했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학원도 많이 늘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0년 16만 9590명이던 석사과정 지원자는 2006년 19만 5512명으로 3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대학원 숫자도 늘어 2000년 129개이던 일반대학원 수는 2006년 149개로 늘었다. 전문대학원의 경우 2000년 53개에 불과하던 것이 6년 뒤에는 3배 가까이 증가한 138개나 됐다. 여기에 발맞춰 대학원 등록금은 대학과 비슷한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대학원 평균 등록금은 과정에 따라 460만~481만원이었다. 인상률은 6.7~7%포인트. 같은 해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인 6.7%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대학에 비해서는 장학금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 한 대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장모(26)씨는 “대학원에서는 학부 때 주어지는 성적 장학금이 없고, 복지장학금도 학부에 비해 상당히 빈약하다. 장학금 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이진선 간사는 “최근 문제가 된 연 2000만원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록금이 대학원 등록금 문제의 대표적인 예”라면서 “대학 등록금보다 등한시됐던 대학원 등록금에 대해서도 이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식지 않는 김추기경 추모열기] “그의 뜻 따라 우리 삶 변할 때”

    [식지 않는 김추기경 추모열기] “그의 뜻 따라 우리 삶 변할 때”

    “김 추기경님이 떠난 자리를 보며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는 슬픔에만 빠져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 추기경님을 모범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정진석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는 추모미사가 22일 낮 12시부터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원묘지와 서울 명동성당 등 전국 성당 1800여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교황특사이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한 명동성당 미사에는 2800여명이, 서울대교구 염수정 총대리 주교가 집전한 공원묘지 미사에는 25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명동성당은 이른 아침부터 신도들과 일반 시민, 취재진으로 붐볐다. 명동성당 종탑의 종이 울리며 미사가 시작되자 한승수 국무총리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 대성전 안에 모인 1200여명이 통로까지 가득 메웠다.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마당과 문화관 꼬스트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를 함께했다. 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한국 사회의 큰 어른을 잃은 지난주 내내 이념과 계층과 세대를 넘어 끝없이 이어진 추모 행렬에서 우리가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면서 “‘고맙습니다.’라는 추기경님의 유언은 반대로 우리가 추기경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아집과 이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 김 추기경님이 전파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에 눈을 떠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추기경의 사진과 생전 말씀이 담긴 카드와 열쇠고리, 좌우명이 담긴 묵주가 명동성당과 공원묘지를 찾은 신도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어졌다. 염 주교는 “김 추기경은 언제든지 성당 문을 열라는 의미로 열쇠고리를 선물로 줬다.”고 설명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김 추기경님의 통장에 남았던 1000만원이 안 되는 잔고는 묵주 대금 등으로 다 나갔다.”면서 “생전에 가졌던 모든 것을 다 나누고 가신 셈”이라고 전했다. 경남 밀양에서 3시간 동안 차를 달려 묘지를 찾은 황주연(27)씨는 “명동성당을 찾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달려왔다.”면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고민으로 불면증에 시달리셨는데 하늘나라에서는 잘 주무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뜻을 담은 ‘감사와 사랑’의 운동을 꾸준히 펼쳐나가기로 했다. 우선 이날부터 4월5일(사순절)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라는 김 추기경의 말씀이 적힌 플래카드와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한다. 김민희 박성국기자 haru@seoul.co.kr
  • [식지 않는 김추기경 추모열기] 수백억짜리 추모공원 논란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기념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추모공원을 세우는 방안이 나오고 있으나 서울대교구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소박한 추모방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추모미사가 열린 22일 경북 군위군은 300억원을 들여 33만㎡의 땅에 김수환 추기경 추모공원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위군 군위읍 용대리에는 김 추기경이 4살 무렵부터 8년가량 살던 집이 남아 있다. 군위군은 김 추기경 선종 전부터 이곳에 추모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고 앞으로 5년간 동상, 추모비, 성모동상 등을 세우기로 했다. 이 사업을 위해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예산 지원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대교구는 “별도의 기념관 건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허영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이날 “다른 단체나 개인이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서울대교구에서는 추기경의 이름을 내세우거나 별도의 건물을 짓는 것을 원치 않았던 생전의 유지를 받들어 기념관 건립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교구에서 계획 중인 명동 개발이 이뤄지면 역대 교구장들의 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인데, 김 추기경은 12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국장은 “군위군으로부터 사전 협의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도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계제가 아니지 않으냐.”면서 경북도지사의 추모공원 건립 지원 요청과 관련된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천주교 신자들도 호화판 기념사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모(40·대구)씨는 “추기경께서 평생을 무소유 정신으로 사셨는데 수백억짜리 추모공원이 웬말이냐.”면서 “종교 지도자를 기린다는 취지 아래 자치단체를 홍보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은정(41·경기 분당)씨도 “선종 직후 열기에 휩쓸리지 말고 추기경님 뜻대로 소박하게 추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우리들의 바보’ 잠들다] “아! 스테파노님” 1만8000여 추모객 하늘길 배웅

    [‘우리들의 바보’ 잠들다] “아! 스테파노님” 1만8000여 추모객 하늘길 배웅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잘 가세요.”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다. 안타까운 조문객들은 운구차라도 만져보려 손을 뻗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이 치러진 20일 오전 11시40분. 장례미사를 마치고 김 추기경을 실은 관이 대성전을 빠져나왔다. 앞장선 십자가에 영정이 뒤따랐다. 서울대교구의 가장 젊은 사제 8명이 관을 들었다. 명동성당 하늘 위로 조종(弔鐘)이 울려퍼졌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렇게 떠났다.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진행된 장례미사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한 8000여명의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는 미사를 바라봤다.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 특사 자격으로 집전한 장례미사는 기도 후 성수를 세 번 뿌리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정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사랑하십시오.’라는 김 추기경의 유언처럼 감사와 사랑과 용서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50분쯤 참석자들이 줄지어 영성체를 받는 성찬전례가 고요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오전 11시5분부터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강우일 주교, 이명박 대통령 등 각계의 고별사가 이어졌다. 고별사 낭독이 시작되자 고요했던 대성전 안팎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김 추기경의 관이 성당을 빠져나오자 흐느낌은 절정을 이뤘다. 신부들이 관을 들고 대성전을 나와 운구차가 대기해 있는 성당 앞 마당으로 이동하자 추모객들은 “추기경님, 사랑합니다.”라고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신자들은 성호를 긋고 하얀 미사포를 벗어 흔들며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아쉬워했다. 운구 차량은 오후 1시15분쯤 경기 용인 성직자묘지에 도착했다. 2000여명의 추도객이 운집한 가운데 하관예식이 진행됐다. 정 추기경이 기도를 한 뒤 관에 성수를 뿌렸고, 묘지관리원 6명이 광목 천으로 관을 내렸다. 추도객들의 입에서는 가톨릭 성가가 흘러나왔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관이 끝난 뒤 정 추기경이 다시 성수를 뿌렸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추도객들은 묵주기도를 올렸다. 흙을 덮는 순간이 되자 봉분 주변으로 주교들이 도열했다. 정 추기경이 성수를 뿌린 뒤 주교와 유족들, 김 추기경의 비서신부와 비서수녀가 성수를 이어 뿌렸다. 삽으로 흙을 뿌리는 의식도 같은 순서로 진행됐다. 유족들의 표정에서는 진한 슬픔이 배어나왔다. 오후 2시쯤 관은 흙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무덤 위에 놓여진 하얀 국화 몇 송이가 김 추기경의 하늘길을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김민희 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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