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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男권총 트로이카 시대… 50m ‘마의 581점’ 정조준

    한국 男권총 트로이카 시대… 50m ‘마의 581점’ 정조준

    한국 남자 사격에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진종오(33·KT)가 원톱이라면 최영래(30)와 이대명(24·이상 경기도청)은 그 뒤를 바짝 쫓는 도전자들이다. 변경수 사격대표팀 총감독은 5일 “우리는 50m 권총에서 세계신기록도 새로 쓸 수 있다. 진종오와 최영래, 이대명이라는 에이스들로 한국 사격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자 사격 50m 권총은 세계기록과 올림픽기록이 가장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종목이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알렉산드르 멜레니티예프(옛 소련)가 본선 581점을 쏜 이래 32년째 기록을 경신한 선수가 없다. 올림픽마다 ‘최초’ 기록을 갈아치워 온 진종오는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과 2연패를 동시에 해내며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무명에 가까웠던 최영래가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가세했다. 최영래는 2010년 국가대표에 선발된 늦깎이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나 세계선수권대회 경험도 없다. 사격 입문도 단양고 1학년 때로 남들보다 늦은 편이고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2010년 한화회장배 전국대회 공기권총 우승으로 진종오의 대회 3연패를 저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대명과 한솥밥을 먹게 된 지난해부터. 최영래는 지난달 초 진천선수촌 미디어데이에서 “대명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격선수로는 나보다 위인 만큼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돌아본 바 있다. 이대명과 경쟁하며 최영래의 기량은 급성장했다. 상승세를 몰아 최영래는 올해 초 여섯 차례 치러진 선발전에서 이대명을 제치고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변 감독은 “최영래는 차분하게 끝까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대기만성형이라 아직 앞날이 기대된다.”고 최영래를 평가했다. 대표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맛본 이대명 역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06년 10월 남자 공기권총 사상 최연소로 국가대표를 단 이대명은 2009년 뮌헨월드컵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진종오 등과 함께 50m 단체전 우승을 일구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10m 개인전과 단체전, 50m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사격에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3관왕을 거머쥐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펜싱 女플뢰레 단체전 銅… 남현희 개인전 ‘한풀이’

    펜싱 女플뢰레 단체전 銅… 남현희 개인전 ‘한풀이’

    남현희(31·성남시청)가 울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던 검객은 2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이 확정되자 피스트 위에서 서럽게 흐느꼈다. 지난달 28일 개인전에서 4위에 그친 한을 이날 단체전에서 풀었다. 남현희와 정길옥(32·강원도청), 전희숙(28·서울시청), 오하나(27·성남시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동메달결정전에서 프랑스를 45-32로 꺾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기도 했고, 남현희에게는 2회 연속 메달이라는 값진 기록을 안겼다. 남현희는 “개인전이 끝나고 칼 가방을 챙기며 펑펑 울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베잘리에게 또 진 것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3등, 4등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승에 올라가지 못한 게 속상해서 울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단체전도 남았는데 계속 흔들리면 팀에 마이너스가 되니 크게 울고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넌 왜 수비밖에 못하냐’는 글을 보니 (개인전 패배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남현희는 억울했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몸의 왼쪽만 많이 쓰다 보니 골반이 틀어져서 다리 통증이 심하다. “공격에 들어가서 다리를 찢을 때마다 아팠다. 진통제는 먹어 본 적이 없고 도핑 걱정에 참고 뛰었다. 점수가 나면 쾌감 때문에 아픈지도 몰랐을 텐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통증에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동메달결정전을 치를 때는 허무해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제대로 경기 운영이 될 리가 없었다. 1, 2세트까지 베잘리에게 무력하게 끌려갔다. “관중석에서도 베잘리의 이름만 나왔는데, 3세트를 시작하기 전에 왼쪽 관중석에서 어떤 남자분이 쉰 목소리로 ‘남현희 파이팅’을 외쳐 주셨다. 나를 보러 와 주셨는데 이렇게 물러설 순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런데 결국 정신적으로 무너져서….”라며 남현희는 씁쓸해했다. 그래도 함께 뛴 동료들이 있어 마지막에 웃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휩쓸었던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서 그동안 단단히 다져온 팀워크를 자랑했다. 경기 도중 왼손 중지가 꺾였던 전희숙은 “동메달을 딴 순간 팀 생각을 했다. (함께 하니) 기쁨 두배 감동 두배!”라며 환하게 웃었다. 4년을 벼려온 검으로 금메달을 낚아 올리지는 못했지만, 남현희는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일단 지금은 좀 쉬고 싶다. 1999년 국가대표가 되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태릉선수촌에서 새벽 운동부터 꼬박꼬박 훈련해 왔다. 잠깐도 쉬지 못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다. 휴식기를 갖고 몸을 만들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남현희의 눈은 어느새 다시 빛나고 있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IOC “신아람 공동 은메달 불가” … 대한체육회 요청 거부

    IOC “신아람 공동 은메달 불가” … 대한체육회 요청 거부

    신아람(26·계룡시청)에게 공동 은메달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대한체육회(KOC)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올림픽 펜싱 사상 최초로 타이머 오작동의 피해자가 된 신아람은 IOC의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3일 런던 올림픽파크 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직후 대책 회의 결과 ▲기계 오류에 대한 국제펜싱연맹(FIE)의 해명과 보상 ▲FIE와 체육회의 공조 아래 IOC에 추가로 공동 은메달 요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 가운데 공동 은메달에 대해 IOC가 ‘심판의 명백한 부정 행위가 아니라면 제도, 규정, 판정 문제로 추가 메달을 주는 선례를 남기기 어렵다’는 통보를 해 왔다.”고 밝혔다. 올림픽 사상 판정 이후 추가로 메달을 수여한 사례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심판의 뇌물 스캔들이 드러났을 때뿐이었다. 최 사무총장은 이어 “FIE로부터 테크니컬 미팅을 통해 기계 결함을 보완하겠다는 약속과 신아람 선수의 올림픽 정신을 기리기 위해 특별상을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또 IOC에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기로 결정했고 IOC 역시 공문이 오면 즉시 조사에 착수해 빨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CAS 제소에 대해서는 “기계 결함은 제소 사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체육회의 대응 방식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하다. 실효성도 없는 일을 왜 추진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박용성 회장이 일찌감치 “판정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신아람에게 3, 4위 결정전에 출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공동 은메달 수여를 추진한 점은 앞뒤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사무총장은 “공동 은메달은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한국 국민과 신아람의 자존심을 위해 추진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설픈 체육회의 일 처리는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의 공분과 허탈감만 사게 됐다. 한편 신아람은 FIE가 주기로 한 특별상 수상과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은 전날 여자 플뢰레 단체전을 지켜본 뒤 “특별상 수상 여부는 전적으로 신아람의 뜻에 맡긴다.”고 말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5일 새벽 다시 한 번 ‘태~환민국’

    5일 새벽 다시 한 번 ‘태~환민국’

    박태환(SK텔레콤)이 자유형 1500m 결승에 진출,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3일 영국 런던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4분 56초 89로 라이언 코크런(캐나다·14분 49초 31)에 이어 3조 2위, 전체 출전 선수 31명 중 6위로 결승에 올랐다. 세계기록(14분 34초 14) 보유자인 4조의 쑨양(중국)은 14분 43초 25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이 종목 최고기록은 14분 47초 38(한국기록). 박태환은 이 종목에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지만 올림픽 결승 출발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결승은 5일 오전 3시 36분(한국시간)에 열린다.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딴 박태환이 1500m에서도 메달을 보태면 역대 올림픽 자유형 200·400·1500m에서 모두 메달을 딴 두 번째 선수가 된다. 역대 올림픽 자유형 200·400·1500m에서 모두 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의 대니얼 코왈스키(호주)뿐이다. 박태환이 1500m에서 메달을 챙기면 한국 선수로는 여름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최다 메달리스트가 된다. 남자 유도의 김성민(25·수원시청)은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100㎏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지도 2개를 받아 브라질의 라파엘 실바에게 유효패,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앞서 김성민은 준결승에서 테디 리네르(프랑스·랭킹 1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절반패했다. 캐리비안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 태생으로 파리에서 자란 리네르는 세계선수권에서 4회나 우승한 이 체급 최강자다. 셔틀콕 남자단식의 간판 이현일(요넥스)은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준결승에서 세계 1위 린단(중국)의 현란한 라켓에 눌려 0-2(12-21 10-21)로 완패,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이현일은 리총웨이(말레이시아·세계 2위)에게 진 중국의 천룽(랭킹 3위)과 5일 오후 5시(한국시간) 동메달을 다툰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엉뚱·발랄 ‘4차원 소녀’ 런던의 샛별로

    엉뚱·발랄 ‘4차원 소녀’ 런던의 샛별로

    “머리 자르고 싶어요.” 금메달을 딴 소감치고는 참 엉뚱했다. 김장미(19·양주시청)가 1일(현지시간)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기지에서 열린 25m 권총 결선에서 201.4점을 쏴 본선 591점을 더한 합계 792.4점으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네 번째 금메달이자 남자 공기권총의 진종오(33·KT)에 이어 사격에서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 소녀가 가는 곳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발랄한 성격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때문이다. 하지만 사선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냉철했다. 처음 총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입문 이유는 그저 “학교에 걸린 소년체전 우승 플래카드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단다. 그때 권총이 아닌 소총을 잡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갑순과 이은철이 사격 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소총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덧니 때문에 소총을 잡기가 불편했고 기록도 잘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코치의 권유로 권총으로 바꿔 잡았다. 그날의 선택으로 김장미의 인생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009년 아시아유스게임과 이듬해 유스올림픽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땄다. ●마지막 5발 남기고 재역전 ‘승부사’ 국가대표 선발전과 런던올림픽 본선까지는 거침이 없었다. 4개의 시리즈로 진행된 이날 결선에서도 2시리즈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2·3시리즈에서 주춤하는 사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잉(중국)이 바짝 따라붙더니 결국 김장미를 2위로 밀어냈다. 하지만 이게 ‘4차원 소녀’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 순간 “은메달은 싫었어요. 이왕이면 금메달을 따자, 생각하고 다시 집중했죠.”라고 돌아봤다. 마음을 다잡은 김장미는 마지막 4시리즈에서 만점인 10.9점을 포함해 5발 중 4발을 10점대에 꽂아넣는 집중력으로 역전승을 일궜다. 한국 여자권총에서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여갑순 이후 여자선수로는 20년 만이다. 그는 다음 날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원래 이 종목 쿼터를 획득하지 못해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쿼터를 교환 신청해 어렵게 출전했다. 그랬는데 따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때 머리 못 다듬어 울상 시상식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 선수촌 미용실에 예약했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듬지 못했다고 울상이었다. “다 같이 회식을 하고 싶다.”는 김장미에게 한 기자가 “영국은 물가가 비싸다.”고 말하자 “에이, 금메달도 땄는데 괜찮아요. 제가 쏠 거예요.”라고 통 큰(?) 면모를 보였다. “CF 제의가 들어오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따라 “어이쿠, CF 들어오면 감사합니다.”라며 주위를 웃겼다. 또 어릴 적 꿈이 공항 경찰특공대원이었다며 “금메달 땄잖아요. 사격 계속해야죠.”라고 말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다음 목표로 밝히면서는 “저희 집 옆에서 해요.”라고도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스피드’ 한국 펜싱 골리앗 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펜싱 강국 코리아! 한국 대표팀은 2000년대 이후 유럽 일색인 펜싱계에서 ‘외톨이’였다. 중국과 일본은 프랑스, 헝가리 등에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해 훈련했다. 과거 한국도 그런 식이었다. 김용율 펜싱대표팀 감독은 “당시 웬만하면 128강, 잘해야 64강이었다. 아무리 해도 4강에 들어가지 못하니 국제대회도 의미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종주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선수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데 체격에서 밀리니 제대로 성적이 나올 리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 김 감독은 “따라하기만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우리 것을 해보자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해서 남들이 다 유럽을 따라할 때 한국은 남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국내 선수들로 코칭 스태프를 꾸리고 우리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관건은 스피드였다. 유럽 선수들이 한 발을 뛸 때 한국 선수들은 두 발을 뛰어 상대의 허점을 노리게 했다. 유럽 선수들이 즐겨 하는 손 공격보다 발놀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체력 훈련이 필수였다.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과 기술 훈련이 이어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플뢰레에서 김영호가 금메달, 에페에서 이상기가 동메달을 따며 물꼬를 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남현희(31·성남시청)가 은메달로 맥을 이었다. ‘한국형 펜싱’의 결실은 이번 대회에서 맺히기 시작했다. 당초 금메달 1개, 동메달 1~2개 정도를 점쳤던 한국은 ‘금메달 0순위’ 남현희가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숨은 진주’들의 활약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일까지 한국은 펜싱 3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따낸 강국으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지난 4월 러시아 대표팀이 우리와 전지훈련을 함께하자고 하더라. 전에는 우리가 돈 주고 같이하자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러시아”라고 뿌듯해했다. 한국 펜싱이란 다윗이 유럽이란 골리앗을 거꾸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뚝심이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녀 세계를 뒤집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녀 세계를 뒤집다

    김지연(24·익산시청)이 1일(현지시간) 피스트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한국 기자들은 일제히 수군거렸다. “저 선수 누군지 알아?” 누구도 답을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거의 무명이었던 김지연이 난생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남녀 통틀어 아시아 최초로 사브르 금메달이란 엄청난 역사를 썼다. 태권도와 육상을 했던 김지연은 부산 재송여중 1학년 때 교사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태권도를 하고 싶었고 부모님도 반대했지만 “언니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아” 덜컥 접어든 길이었다. 어렸을 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부산디자인고 1학년 때 플뢰레에서 사브르로 바꿨다. 김지연은 “플뢰레를 못해서 감독님이 사브르로 바꿔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찌르기만 하는 것보다) 마구 후려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국가대표가 됐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할 정도였다. 그때 태릉선수촌에 멍하게 앉아 있던 김지연을 눈여겨본 사람이 김용율 펜싱대표팀 감독. “지켜보니 플레이가 괜찮아 감독 추천으로 합류시켰다. 발이 빨라 잘 키우면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지연은 올해 프랑스 오를레앙 국제그랑프리 3위, 터키 안탈리아 국제월드컵 2위에 올랐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150위권 밖이었던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런던올림픽 4강, 잘해 봐야 동메달일 것으로 봤던 김 감독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김지연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매리얼 재거니스(미국)에게 5-12까지 뒤지던 상황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뒤, 결승에서도 불 같은 공격으로 단숨에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김지연은 “원래 힘들면 잘 포기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달랐다. 정말로 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생각보다 32강부터 눈앞의 상대만 이기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금메달을 만지작거리던 김지연은 “이러고 있어도 실감이 안 난다. 로또를 맞은 기분”이라며 웃더니 다음 날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는 “폭포수에서 노를 젓는 꿈을 꿨다.”고 소개했다. 이어 “펜싱은 나의 전부”라면서 “칼을 휘두르는 게 너무 좋다. 훈련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女배구 퍼펙트 쌍포… 9년 만에 삼바춤 잠재웠다

    ‘죽음의 조’를 넘기도 불가능해 보였던 여자배구가 잇단 괴력으로 8강행 청신호를 켰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김연경(흥국생명)-한송이(GS칼텍스) ‘쌍포’와 촘촘한 그물 수비로 세계 2위 브라질을, 그것도 3-0(25-23 25-21 25-21)으로 완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이 브라질을 꺾은 것은 지난 2003년 그랑프리대회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그동안 속절없이 이어져 온 13연패의 무겁고 긴 사슬도 끊었다. 한국은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에서 17승 38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미국에 져 불안하게 출발한 한국은 30일 난적 세르비아를 잡은 데 이어 이날 ‘대어’ 브라질마저 낚으면서 1패 뒤 2연승(조 2위)으로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8강행에도 파란등이 들어왔다. 1위는 3연승의 미국. ‘월드스타’ 김연경이 선봉에 선 한국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동메달) 이후 36년 만에 메달을 다짐하며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팬들은 물론 배구 관계자들조차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잠재된 ‘괴력’을 한껏 발산하며 신화 재현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이날 승부는 서브와 수비에서 갈렸다. 한국은 목적타 서브로 브라질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몸을 던지는 호수비로 상대의 파상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한국은 1세트 14-13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황연주(현대건설)의 무회전 서브를 발판으로 단숨에 3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승리에 1점만을 남긴 24-20에서 저력의 브라질에 내리 3점을 허용하며 역전 위기에 몰렸다. 이때 한송이가 상대 블로커를 뚫는 스파이크를 폭발시켜 힘겹게 세트를 가져왔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2세트에서도 브라질 특유의 고공 강타를 악착같은 수비로 살려낸 뒤 거포 김연경의 통렬한 백어택, 양효진(현대건설)의 속공으로 착실히 점수를 보태 승부의 추를 한국으로 기울였다. 한국은 3세트 22-19로 앞선 긴박한 상황에서 천금 같은 한송이의 쳐내기 득점과 정대영(GS칼텍스)의 중앙 속공이 이어지며 ‘파란’을 완성했다. 김연경은 21점을 터뜨렸고 한송이도 16점을 몰아 쳐 공격을 선도했다. 양효진이 중요한 순간 블로킹 3개로 상대의 공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등 한국은 가로막기에서 7-5로 앞섰다. 8강 진출에 희망을 부풀린 한국은 3일 밤 10시 45분(한국시간) 터키와 4차전을 치른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런던eye] 대한체육회·펜싱협회 이번엔 어른들 집안싸움 눈물 마르지 않는 신아람

    신아람(26·계룡시청)은 아직도 울고 있다. 4년을 준비한 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날개가 꺾였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와 대한펜싱협회는 힘을 합쳐 그를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힘겨루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신아람이 억울한 판정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후 체육회와 협회는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그날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동메달 결정전 출전을 거부하는 신아람과 펜싱대표팀에 “경기에 나서라.”고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계속 항의를 하면 신아람 선수가 블랙카드를 받고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펜싱협회는 “억울함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동메달 결정전에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 섭섭하다.”고 했다. 신아람이 피스트를 떠나려 하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한 논리로 그가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하면 오심을 그냥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었다.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체육회는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펜싱협회 관계자 전원을 팀코리아 하우스로 호출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끄고 잠적했다. 박 회장이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그날 대책회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박 회장이 동메달 결정전을 나가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 아니었겠느냐.”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펜싱연맹(FIE)이 신아람에게 주겠다고 한 ‘특별상’을 놓고 비생산적인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두 단체 사이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체육회는 FIE와의 조율을 통해 ‘명분’을 얻었으니 이를 탈출구로 삼자는 것이고, 협회는 메달이란 ‘실리’를 얻어야 억울함이 풀릴 것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동 은메달을 주는 것도 아니고 허울만 좋은 특별상으로 은근슬쩍 이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체육회를 의심하고 있다. 갈등의 골 때문에 요즘 체육회와 협회는 같은 런던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이 선수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 골이 깊어질수록 신아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요원해진다. 집안 다툼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두 단체만 모르고 있다. haru@seoul.co.kr
  • 막내가 金 쏘았다

    막내가 金 쏘았다

    경기장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함께 터져나왔다. 2일(한국시간)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 기지의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 내내 선두를 지키던 사격대표팀의 막내 김장미(20·부산시청)는 마지막 한 시리즈(5발)를 남겨두고 천잉(중국)에게 0.8점 차로 역전을 당했다. 평정심을 잃고 무너질 법도 했다. 그러나 ‘깡’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장미. 곧바로 10.1을 쏘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시리즈에서 51.8점을 쏜 김장미는 총 792.4점(본선 591+결선 201.4)으로 2008년 베이징대회 챔피언 천잉을 1점 차로 제치고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33·KT)에 이어 사격에서 나온 두 번째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에게는 네 번째다. 김장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한 여갑순 이후 여자 선수로는 20년 만에 금메달을 쏜 선수라는 영광도 함께 안았다. 김장미는 시상대에 올라 활짝 웃었다. “끝나고 잠깐 울컥하기도 했지만 금메달 땄으니까 웃자는 생각으로 웃었다.”고 했다. “원래 모니터를 안 보는데 세 번째 시리즈가 끝나고 나도 모르게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은메달을 따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다시 집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열린 본선에서 김장미는 올림픽 신기록인 591점을 쏘며 기세를 올렸다. 완사 298점, 급사 293점으로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루나 타오(호주)가 세운 올림픽신기록(590점)을 1점 경신했다. 학교에 걸린 소년체전 우승 플래카드가 멋있어 보여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다는 김장미는 성인 무대에 데뷔한 올해 깜짝 우승 행진을 이어가며 단박에 주목받았다.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데 이어 4월 런던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는 이 종목 결선 세계기록(796.9점)을 갈아치우며 단숨에 ‘금메달 0순위’로 떠올랐다. 김장미는 “메달 따면 해외여행, 못 따면 국내여행을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갈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女하키 텃세에 눈물

    맑았던 하늘에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소나기가 되어 들이닥쳤다. 영국다운 날씨에는 익숙하다는 듯 객석을 꽉 채운 관중들은 아랑곳없이 ‘팀 GB’를 연호했다. 여자 하키 B조 한국-영국전이 열리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런던 올림픽파크 리버뱅크 아레나. 유니언잭 일색인 이곳에서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스틱을 휘두르는 11명의 한국 선수들은 마치 덩그러니 떠있는 섬 같았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1차 중국전에서 0-4로 진 참이었다. 조 2위로 8강에 진출하려면 이날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했다. 전반전. 비가 온 터라 필드는 미끄러웠다. 한국 선수들의 패스는 매끄럽지 않았다. 주장 이선옥(31·경주시청)이 송곳같이 공을 찔러 주며 공격의 물꼬를 터 보려 했지만 선수들은 덩치 큰 영국의 수비에 가로막혀 좀처럼 스트라이킹 서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전반 6분. 니콜라 화이트의 황소 같은 돌파를 막지 못하고 선제골을 허용했다. 스틱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후배의 조급한 마음을 짐작한 언니들은 “괜찮아, 시간 많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전반 18분 드디어 찬스가 왔다. 김다래(25·아산시청)가 골키퍼를 앞에 두고 짧고 강하게 공을 밀어넣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여자하키팀이 넣은 첫 골이었다. 후반 17분 한혜령(26)의 페널티골, 22분 박미현(26·이상 KT)의 그림 같은 장거리골이 터져 3-3이 됐다. 아직 10분이 남아 있었다. 해볼 만했다. 한 골만 넣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하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쉼 없이 내달린 다리를 재촉해 상대 골문을 두들겼다. 그때, 일이 터졌다. 천은비(20·KT)가 스틱을 갖다대 고의로 영국 선수의 슛을 방해했다며 주심이 페널티 코너를 선언했다.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킹 서클 밖에 있었다. 서클 안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면 페널티 코너는 성립되지 않는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홈 텃세’이기도 했다. 임흥신 감독은 모자를 벗어던지고 “말도 안 돼!”라며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주심의 선언에는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조지 트위그가 페널티슛 후 흘러나온 공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한국의 수비진은 흔들렸다. “어, 어~.” 하는 사이 클로에 로저스가 또 골을 넣었다. 1분 만에 두 골을 내줬다. 순식간에 점수는 3-5로 벌어졌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박미현은 “그게 골이 아닌데…. 그것만 아니었으면 역전시킬 수 있었는데….”라며 눈물만 뚝뚝 흘렸다. 임 감독은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우리 애들은 어쩌나. 4년을 올림픽만 바라보고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억울해서 어쩌나.”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대표팀은 2일 일본과 3차전을 갖는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하루에 첫 金2개… 열대야 잊은 밤

    하루에 첫 金2개… 열대야 잊은 밤

    ‘불굴의 사나이’ 송대남(오른쪽 33·남양주시청)이 2일 새벽(한국시간)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끝난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90㎏급 결승에서 애슐리 곤살레스(쿠바)에 연장 11초 만에 안뒤축으로 절반승을 거두고 대회 5번째 금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 후배들에게 밀려 서른셋의 늦은 나이에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밟은 송대남은 최근 무릎 수술을 딛고 올림픽 정상에 올라 인간 승리를 일궈냈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꺼번에 2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사격대표팀의 김장미(왼쪽·20·부산시청)도 단단히 사고를 쳤다.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 기지의 올림픽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201.4점을 쏴 본선 591점 합계 792.4점으로 우승했다. 한국에 안긴 사격 두 번째 금메달. “금 따면 세부, 은 따면 국내여행”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당돌한 스무 살의 김장미는 선수단에 대회 네 번째 금메달을 선물하며 꿈에도 그리던 필리핀 세부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글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사진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펜싱 신아람 준결승서 억울한 패배…AFP “역대 5대 오심 중 하나”

    펜싱 신아람 준결승서 억울한 패배…AFP “역대 5대 오심 중 하나”

    팡트(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동시 공격으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차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역시 동시 공격이었다. 마지막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고, 상대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리고 경기는 끝났다. 이 모든 상황이 단 1초 동안 일어났다. ●1·2차 방어후 ‘1초’ 3차 공격뒤에도 ‘1초’ 31일로 열전 나흘째를 맞은 런던올림픽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식 이하의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수영 박태환과 유도 조준호에 이어 이번에도 피해자는 한국 선수였다. 이날 새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 오른 신아람(26·계룡시청)이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 최악의 오심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신아람은 준결승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맞아 연장 접전 끝에 분패했다. 준결승은 3회전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에 들어갔고 연장 스코어도 종료 1초를 남긴 상태에서 5-5 동점이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연장전 우선권을 얻은 신아람이 승리해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 ●오심 충격에 신아람 동메달 획득도 좌절 하지만 1초를 남기고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하이데만이 세 차례 공격을 하는 동안 전광판 시계는 1초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선방하던 신아람은 결국 하이데만의 세 번째 공격에 실점했고, 경기는 마치 하이데만의 득점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종료됐다. 심재성 펜싱대표팀 코치가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30분 동안 심판진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신아람은 피스트(펜싱경기장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심 코치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한국선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 문제를 제소했다. 대한체육회(KOC)도 국제펜싱연맹(FIE)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FIE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올림픽 기간 항의에 대응하는 공식 기구인 기술위원회는 한국 팀의 항의가 근거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AFP통신은 ‘신아람이 흘린 통한의 눈물’이란 제목 아래 “제대로 판정이 나왔더라면 신아람은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충격에 빠진 신아람은 피스트를 떠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다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내려갔다.”고 전했다. AFP는 이 소식을 역대 올림픽에서 일어난 5대 오심 중 하나로 꼽았다. 오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아람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쑨위제(중국)에 시종 앞서 나가다 3라운드 중반 역전당하며 11-15로 져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한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권택용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하이데만의 세 차례 공격에 걸린 시간은 각각 0.06초와 0.19초, 1.17초 등 모두 1.42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되지 않은, 뒤로 빠지는 동작까지 고려하면 시간은 더 걸렸을 것”이라는 게 권 박사의 지적이다.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런던eye] ‘헝그리정신’ 흐르는 개천에서, 이제 용 안 납니다

    1980년대 초반 태어난 내게 첫 스포츠의 기억은 임춘애(43)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에서 깜짝 3관왕에 등극한 그녀의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말은 어린 마음에도 깊게 남았다. 나중에 왜곡된 기사임이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내게 스포츠는 ‘헝그리 정신’의 다른 이름이었다. 물로 빈 배를 채워가며 뛰고 또 뛰면 저 멀리서 금메달이 기다리고 있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금메달을 이로 깨물다 보면 어느새 부와 명예가 한꺼번에 찾아와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 그땐 그랬다. 그때만 해도 개천에서는 가끔 용이 나곤 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다. 떡장사를 하는 홀어머니에 손가락 빨고 있는 여섯 동생을 뒤로 하고 쌍코피 흘려가며 교과서를 달달 외면 저 멀리서 소위 명문대 입학 허가서가 기다리고 있고, 졸업을 하면 어느새 부와 명예가 한꺼번에 찾아와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 그런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뭘 하든 등수부터 매기고 보는, 뭘 하든 학연으로 연결짓는 나쁜 버릇을 들여놓긴 했지만, 엘리트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었다. 그게 고단한 1970~80년대를 헤쳐온 한국의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요즘 개천은 물이 말랐다. 운동이든 공부든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아이가 서울대에 가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란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오래된 농담처럼 이제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은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한다. 스포츠라고 예외가 아니다. 선수의 천부적 재능과 남다른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돈과 관심, 시간을 들인 만큼 선수의 성적은 좋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다. 불행히도 한국 스포츠계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메달도 못 따는데 뭐하러 공 들이나.’라며 투자를 등한시하고, 그래 놓고서 줄줄이 예선 탈락하면 ‘그럴 줄 알았지. 우리는 원래 안 되지.’라며 혀를 차고 만다. 물론 정부나 스폰서 등의 도움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어려워도 해보자.’는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런던에 와서 보고 들은 일부 종목의 안이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임춘애 라면 먹던 시절을 얘기하는 건가. 박태환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 haru@seoul.co.kr
  • ‘골리앗’ 틈에서 183㎝ ‘다윗’ 돋보였다

    ‘골리앗’ 틈에서 183㎝ ‘다윗’ 돋보였다

    “(쑨양은) 크니까 나랑 똑같이 해도 차이가 나잖나.” 지난 30일 오후 8시(현지시간) 자유형 200m 결선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박태환(23·SK텔레콤)은 환하게 웃으며 짐짓 엄살을 부렸다. 막판까지 쑨양(21·중국)에게 이기고 있다가 1분44초83으로 함께 들어온 것을 설명하면서였다. “마지막 5m까지는 이기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가겠더라. 막판에 좀 따라잡혔다. 그런데 내가 좀 빠른 것 같았는데…”라고 농을 건넸다. 박태환은 야닉 아넬(20·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자유형 200m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보탰다. 금메달보다 소중한 은메달이었던 것은 신체 조건이 기록을 좌우하는 게 200m이기 때문이다. 단거리에선 큰 키와 긴 팔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야니크 아녤(202㎝)과 쑨양(198㎝)의 체격은 183㎝에 불과한 박태환을 압도한다. 쑨양이 두 팔을 벌린 길이는 2m로 박태환(192㎝)보다 8㎝나 길다. 이런 이유로 200m에서 아시아 선수가 둘이나 시상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환은 “다른 선수였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들어올 걸’이라고 아쉬워했겠지만 같은 아시아인인 쑨양이라 괜찮았다.”고 작지 않은 의미를 뒀다. 체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박태환이 값진 수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연습이었다. 박태환은 “아녤이나 쑨양이 연습을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하루 주어진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한다. 불리한 체격에도 200m에서 스피드를 낼 수 있었던 건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3년간 스피드 훈련을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m 역대 최고 기록을 낸 10명 가운데 박태환(1분44초80으로 역대 7위 성적·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유일한 아시아 선수다.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런던올림픽에서 400·200m를 끝낸 뒤 박태환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한국 취재진과 마주하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200m에서는 메달 걱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민들께서 시합 전부터 금메달을 떠나 응원을 많이 해 주셨다.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400m에서 겪은 충격의 여파는 남아 있었다. “아녤과 쑨양, (라이언) 록티(미국)가 메달 경쟁을 할 줄 알았다. 자신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넘치지도 않았다. 메달을 못 딸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메달을 못 따도 대한민국 대표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레이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다.”고 덧붙였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경기로 3일 1500m 예선을 남겨 둔 박태환은 “쑨양의 주종목이라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200m만 생각했다. 1500m에서는 좋은 기록을 내고 마무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16세 소녀에게 타임키퍼 맡기다니…

    신아람(26·계룡시청)을 울린 ‘멈춘 시간’ 오심은 허술한 경기 규정과 부실한 운영이 어우러져 빚어진 사고로 드러나고 있다. 김창곤 국제펜싱연맹(FIE) 심판위원은 “경기를 마치고 타임키퍼가 누구인지 보니 16세 소녀더라.”면서 “큰 일이 벌어진 것을 보고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 하는데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며 답답해했다. 이날 경기의 기술위원회는 한국의 항의에 대해 “FIE의 테크니컬 규정(t.32.1과 t.32.3)에 따르면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결정할 권한은 심판에게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FIE는 이 조항에서 “시계에 문제가 있거나 타임키퍼가 실수했을 경우 심판은 직접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타임키퍼는 심판의 ‘알레’(시작) 신호에 맞춰 시계가 다시 작동되도록 조작하는 진행요원이다. 규정에 따르면 시계가 1초에서 멈춰 있는 동안 심판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십 번이고 다시 공격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셈이다. 심판은 피스트를 바라보면서 전광판에 표시되는 시계를 보고 경기를 진행한다. 계속해서 빠른 공격이 오가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이런 경우 타임키퍼가 이를 지적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FIE 규정(t.32.2)은 ‘시계가 전자판독기와 자동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경기에서 시간이 만료되면 타임키퍼는 큰 소리로 ‘알트’(멈춰)를 외쳐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우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타임키퍼의 자격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이에 따라 16세 소녀가 타임키퍼를 맡고 있었던 것. 더 큰 문제는 분명히 잘못된 상황인데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재성 코치는 “기술위원들과 심판위원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나를 만나서는 ‘이해한다’고 말해 놓고 정작 결정은 번복하지 않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런던 김민희기자·연합뉴스 haru@seoul.co.kr
  • 雨神도 風神도 무릎 꿇었다

    雨神도 風神도 무릎 꿇었다

    한때 ‘양궁=대한민국’이란 등식이 만들어졌다. 올림픽 메달을 헤아릴 때면 첫손가락에 가장 먼저 양궁을 꼽았다. 1972년 뮌헨대회부터 4년 전 베이징대회까지 한국양궁은 남녀 16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태극마크를 다는 건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 금메달이 아니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양궁의 세계 평준화가 속도를 더한다지만 한국양궁은 “그러면 비바람 속에서 한 번 겨뤄보자.”며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있다. 한국 여자양궁이 폭우와 바람을 뚫고 올림픽 7연패를 일궈냈다. 이성진(27·전북도청), 최현주(28·창원시청),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가 30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210-209, 1점차로 꺾고 금메달을 합작했다. 마지막 궁사 기보배가 8점차 뒤진 상황에서 화살을 9점에 꽂아 살얼음 같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8년 서울대회~2008년 베이징대회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수확해 여자단체전 7연패. 종일 폭우가 퍼붓다 그치다를 반복한 날씨가 되레 금메달 수확을 도왔다. 양궁에서는 “날씨가 나쁠수록 잘 쏘는 팀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있다. 장영술 총감독은 이틀 전 “차라리 폭우라도 쏟아지면 좋겠다. 왜? 변별력이 생기니까.”라고 했다. 꼭 들어맞았다. 약속이나 한 듯 이날 세 차례 경기에서 폭우와 바람은 세계 최고의 궁사들이 모인 사대에서만큼은 한국 편이었다.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한국이 1엔드 첫발을 10-8-10점에 쏜 뒤 맑았던 하늘에 금세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돌변한 날씨에 당황한 관중들의 소란 탓에 덴마크는 7-6-4점을 쏴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108-107로 앞선 3엔드 때 일본 선수들이 사대에 섰을 때부터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이 잠시 주춤한 사이 한국은 3엔드 첫 발을 3명이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지던 결승 때는 아예 금메달을 확신했다. 악천후 속에 중국 선수들의 영점 조준이 흔들리면서 한국이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그 흐름은 끝까지 뒤집히지 않았다. 한국선수단은 31일 0시(한국시간) 현재 금 2, 은 1,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공동 4위를 달렸다. 북한은 금 2, 동메달 1개로 6위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다.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런던올림픽] 악 ~ 男사이클 도로 박성백, 산악구간서 체인 끊겨 결국 기권

    [런던올림픽] 악 ~ 男사이클 도로 박성백, 산악구간서 체인 끊겨 결국 기권

    런던답지 않게 맑은 하늘이 버킹엄궁을 내려다보는 28일 오후(현지시간). 그곳에서는 남자 사이클 도로 경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비노크로프(카자흐스탄)가 5시간45분57초로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끊으며 깜짝 우승을 했고, 그 뒤를 따라 250㎞를 숨차게 달려온 선수들이 참았던 탄식을 내뱉었다. 그 너머에 박성백(27·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었다. 레이스 중간에 자전거 체인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기권을 하고 주최 측이 제공하는 차로 돌아왔다. 끊어진 것은 체인만이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8위를 기록하고서 4년 뒤에는 50위권 안을 노려보겠다던 간절한 꿈도 함께 끊어졌다. ●선두 그룹과 내리막길 레이스 중 불운 경기가 끝나고 그를 만났다. 새까만 흙먼지가 그대로 달라붙어 있는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박성백은 한숨부터 쉬었다. “레이스 중반, 박스힐이라는 원형 산악 구간을 9바퀴 돌아야 한다. 선두 12명 그룹 안에 든 채 박스힐에 들어갔는데 얼핏 내려다보니 체인이 조금 튀어나와 있더라. 조심해서 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갑자기 체인이 툭 끊어졌다. 하필이면 산악구간을 탈 때라 길이 좁아서 스페어 자전거를 가져올 수 없었다. 이러는 사이 뒤를 따라오던 후미그룹과도 10분 이상 격차가 났다. 주최 측이 제공한 자전거를 타고 달려봤지만 너무 기록 차이가 나서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운이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체인이 끊어진 것은 박성백이 유일했다. 한국 사이클 대표팀의 역사상으로도 처음이었다. 물론 경기 전 자전거는 철저하게 점검했다. 체인이 끊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더 가슴아픈 것은 그의 불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가장 빨리 들어왔지만 의문의 실격처리로 금메달을 빼앗겼다. 속상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제가 더 잘해야죠.”란 대답이 돌아온다. 박성백은 3구간까지만 해도 2시간 초중반대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12위로 선두 그룹에 끼어 있었다.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초반에 확 치고 나가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었다.” 느낌이 좋아서 목표로 했던 50위권에 충분히 들겠다는 생각에 박성백은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체인이 끊어지는 순간, 그동안 죽을 듯 힘들었던 훈련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오늘 하루를 바라보고 3일에 250㎞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는데…” 박성백은 눈길을 떨궜다. ●“韓선수 출전 늘었으면… 혼자 외롭다” 이제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그에게 목표를 묻자 “한국 선수들이 많이 올림픽 출전권을 땄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견제해 주는 팀플레이가 요구되는 사이클 종목에서 혼자 외롭게 달리는 것이 힘에 부쳤다고 한다.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4년간 또 올림픽 메달이라는 숙제가 생겼다. 내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박성백은 경기장을 떠났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박태환(23·SK텔레콤)은 처음에 취재진을 보고 웃었다. 울음을 감추려는, 한숨이 섞인 울음이었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눈이 벌게지더니 5분쯤 지나자 기어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마를 부여잡고 눈물을 참아 보려고 애쓰던 박태환은 결국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라며 황급히 짐을 챙겨 들었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가 열린 28일(현지시간). 박태환의 인생에서 가장 기나긴 하루였다. ●“인터뷰 내일하면 안돼요” 눈물 이날 오전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예선 3조 4번 레인에 선 박태환은 3분46초68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보이는 것은 실격을 알리는 ‘DSQ’란 글자였다. 멍해진 박태환은 자리를 떴다. 실격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라고만 답했다. 대한체육회와 마이클 볼 코치를 비롯한 SK텔레콤 전담팀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이의 제기를 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박태환은 숙소에 앉아 있었다. “계속 기다렸다. 시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했다.”고 박태환은 상황을 전하면서 가슴을 쳤다. 전담팀 관계자는 숙소로 전화를 걸어 “내일(자유형 200m)을 준비하자. 그래도 아직 모르니 포기하진 말자.”고 했다. 옛 스승인 노민상 SBS해설위원은 “전화를 해보니 숙소에서 울고 있다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4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한국 측의 이의를 받아들여 판정을 번복했다. 극적으로 결선 진출이 가능해졌다. 소식을 들은 박태환의 표정은 담담했다. 서둘러 몸을 풀었다. 결선까지 채 5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그러나 예민한 박태환에게 실격 소동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쑨양에 뒤져 올림픽 2연패 좌절 오후 7시 51분. 다시 아쿠아틱센터에 선 박태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물 앞에 섰다.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4번에는 쑨양(21·중국)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스타트를 했다. 250m 지점까지 앞서며 올림픽 2연패의 꿈을 부풀렸던 박태환은 쑨양의 무서운 뒷심에 밀려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고 말았다. 박태환은 경기 뒤 “지금 내겐 은메달도 값지다. 마음먹은 만큼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며 “내 수영 인생에서 2009년에 가장 밑으로 내려갔는데, 그런 상황이 오늘 하루 다 이뤄진 것 같다. 그게 좀 힘들다.”고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런던올림픽] 女사격 김장미 결선진출 실패… 男펜싱 구본길 8강 무산

    [런던올림픽] 女사격 김장미 결선진출 실패… 男펜싱 구본길 8강 무산

    한국의 메달 사냥이 계속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30일 0시 15분(이하 한국시간) 현재 금·은메달 1개씩에 동메달 2개에 그치며 당초 목표했던 ‘10-10’(금10·종합10위)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사격에서 메달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김장미(20·부산시청)는 29일 여자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13위에 그쳐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의 조영숙도 10위에 머물렀다. 16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하키 대표팀은 런던의 리버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세계 5위)과의 A조 예선 1차전에서 0-4로 완패했다. 네덜란드(세계 1위), 영국(세계 4위), 벨기에(세계 16위), 일본(세계 9위), 중국과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은 다음달 1일 0시 영국과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김경옥(28)은 유도 여자 52㎏ 이하급 로살바 포르치니티(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연장까지 치른 접전 끝에 판정패,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난 데 이어 지네토 프리실라(프랑스)에게도 유효 2개를 내주고 판정패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구본길(23·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0·서울메트로), 김정환(29·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개인전에서 8강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허선미(17·제주 남녕고)는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예선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개 종목 합계 50.599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단 평행봉과 평균대에서 실수를 범해 평소 자신의 평균 점수보다 약 3점이 깎였다. 허선미는 2조 경기를 마친 현재 18위에 머물러 24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이 어렵게 됐다.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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