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5년 연속 ‘두자리 승수’
박찬호(LA 다저스)가 5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일궈냈다.
박찬호는 24일 밀러파크에서 벌어진 미국 프로야구 밀워키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6과 ⅔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빼내며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아 팀의 3-1 승리를견인했다.
이로써 박찬호는 97년 14승을 시작으로 98년 15승,99년 13승,지난해 18승에 이어 5년 연속 10승(6패) 고지에 우뚝 섰다.방어율도 3.00에서 2.93으로 낮추며 다시 2점대에 복귀했다.박찬호는 3회초 역전의 디딤돌이 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고 5회초에는 원바운드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루타를 터뜨려 공수에서 빛났다.
박찬호는 이날 밀워키의 천적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밀워키를 상대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고 5승을 기록한 자신감과 힘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제구력으로 맞혀잡는 노련미가 돋보였다.
그러나 출발은 불안했다.1회말 선두타자인 데본 화이트를외야 플라이로 잡은 박찬호는 론 벨리아드와 제로미 버니츠에게 연속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3루의 위기에 몰렸고 리치 섹슨에게희생플라이를 허용,선취점을 내줬다.밀워키전 18이닝 무실점 행진 끝.
2회초 아드리안 벨트레의 우월 동점포로 어깨가 가벼워진박찬호가 2회말을 가볍게 넘기자 3회초 다저스 타선이 전세를 뒤집었다.내야안타로 출루한 알렉스 코라를 박찬호가 보내기 번트로 2루까지 보내자 매케이 크리스텐슨이 2루수 글러브를 맞고 흐르는 내야안타를 빼내 2-1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박찬호는 3·4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했고 5회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화이트를 범타로 처리,한숨을 돌렸다.1점차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다저스는 6회초 숀 그린이 통렬한 1점포를 터뜨려 박찬호의 승리를 지원했다.
박찬호의 최대 고비는 3-1로 앞선 7회말.1사에서 엔젤 애체바리아의 내야 뜬 공을 1루수 에릭 캐로스가 조명 탓에 볼을 놓쳤고 곧바로 마크 로레타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매트 허지스에게 넘겼다.허지스는 대타 루이스 로페스를 데드볼로 출루시켜 2사 만루의 최대 위기를맞았으나 화이트를 투수앞 땅볼로 요리,박찬호의 승리를 지켰다.박찬호는 오는 29일 새벽 5시 콜로라도를 상대로 3연승과 시즌 11승에 도전한다.
김민수기자 kimms@.
■박찬호, 5년 연속 ‘두자리 승수’ 의미.
박찬호가 5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일궈냄으로써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특급 선발’임을 공고히 했다.
박찬호가 5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은 올해는 4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챙긴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박찬호는 지난해 자신의 한시즌 최다인 18승을 거뒀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으로 보는 이들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것이 사실.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제구력 난조’의 고질병을 완전히 치유했다.또 ‘홈런 공장’의 불명예도 벗었고 ‘좌타자 공포증’도 말끔히 씻었다.한마디로 믿음직한 특급 선발로 거듭난것.
박찬호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3가지‘사건’이 있다.비록 홈런 1방에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지난 11일 꿈의 무대인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 올스타 투수 11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당당히 마운드에 섰다.마침내 특급투수 반열에 올랐음을 공인받은 셈.또 6이닝이상 투구하며3점 이내로 막는 이른바 선발투수의 기본 덕목인 ‘퀄리티스타트’를 무려 15경기 연속으로 펼쳤다.타선의 지원만 있었다면 다승 선두도 가능했을 놀라운 수치다.게다가 지난 19일 밀워키전에서는 생애 두번째 완봉승을 ‘무사사구’로장식, 좀처럼 공략하기 힘든 구위임을 과시했다. 무엇보다도 5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쌓을 만큼 단 한차례의 부상도 없어 각 구단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샀다.고액 연봉 투수들이 잇단 부상과 몸사리기로 제 구실을 못하기 일쑤인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 때문에 박찬호의 내년 몸값이 미국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내년 FA(자유계약선수) 대상 선수중 최대어인 박찬호의 연봉이 2,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던 현지 언론은 최근 1,600만달러가 적절하다고 보도했다.박찬호가 천문학적인 연봉으로 메이저리그의 연봉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라는우려 섞인 목소리도 그의 가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뉴욕 메츠 등으로 트레이드설이 나돌고 있는 박찬호의 첫 포스트시즌 등판 여부가 주목된다.
김민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