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 삼성 박종호 아시아최다 34연속 경기 안타
‘박종호,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15일 프로야구 삼성-LG의 경기가 펼쳐진 대구구장 전광판에 아시아 신기록을 축하하는 문구가 일찌감치 아로새겨졌다.0-0이던 1회말 삼성 선두타자 박한이의 2루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맞은 무사 3루.연속경기 안타 아시아 신기록에 도전하는 박종호(31)가 팬들의 환호속에 첫 타석에 들어섰다.상대 우완 선발 장문석을 의식,왼쪽 타석에 들어선 스위치히터 박종호는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 2개를 속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냈다.박종호는 볼카운트 0-2에서 구속 140㎞짜리 3구째 가운데 직구가 눈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2루 베이스를 타고 넘는 깨끗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로써 박종호는 올시즌 11경기를 포함해 지난해 8월29일 수원 두산전부터 3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1979년 일본의 다카하시 요시히코(당시 히로시마 카프)가 세운 아시아 기록을 무려 25년 만에 갈아치웠다.지난해 ‘국민타자’ 이승엽(일본 롯데)이 일본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보유한 시즌 55호 홈런을 39년 만에 경신한 데 이어 또 한번 한국야구가 일본에 승리를 거둔 것.1941년 조 디마지오(당시 뉴욕 양키스)가 세운 미국 메이저리그의 56경기 연속 안타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탄력을 받은 박종호의 안타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92년 LG에 입단한 박종호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98년 현대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서는 마치 날개를 단 듯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최고의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종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수에서 견실한 플레이로 4년간 22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13년 만에 야구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삼성은 이날 2-5로 졌고,LG는 단독 2위에 올랐다.
기아는 문학에서 마해영(3점)-홍세완-박재홍(이상 1점)의 시즌 첫 3타자 연속 홈런포로 7-3으로 승리,SK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기아는 부진했던 이종범 마해영 박재홍이 나란히 시즌 첫 홈런을 신고,부활을 예고했다.SK 박경완은 8호 홈런을 쏘아올렸으나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선두 현대는 수원에서 마이크 피어리의 호투와 심정수의 마수걸이 홈런 등으로 롯데를 4-0으로 일축,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롯데는 2경기 연속 완봉패로 5연패에서 허덕였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박종호 일문일답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소감은.
-일본에서도 오래도록 깨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록을 세우게 돼 너무 기쁘다.
어떤 세리머니를 준비했나.
-1회에 안타를 친 뒤 1루 관중석을 향해 ‘팬 사랑,야구 사랑’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언더셔츠를 보여줬다.
대기록을 세운 원동력은.
-운동장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했고,운도 많이 따랐다.감독님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동료들이 많이 도왔다.
안타를 쳐낸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어제 야간 경기 뒤 갖는 낮 경기여서 집중력이 떨어졌다.하지만 장문석 투수가 정면 승부를 했고,나 또한 초반에 적극 공략하려고 했다.
세계기록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다만 열심히 해서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
최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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