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풀어쓴 구약성서/‘신의 전기’ ‘성서이야기’나란히 출간
◎신의 전기창조와 파괴 두얼굴 가진 야훼 그려/성서 이야기성서적 지식·신앙체험 절묘한 조화
구약성서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다룬 교양서가 나란히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의 북 칼럼니스트인 잭 마일스가 쓴 ‘신의 전기’(김문호 옮김,지호)와 일본 작가 이누가이 미치코(견양도자)의 ‘성서이야기’(이원두 옮김,한길사).이 책들은 성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간증서류의 딱딱한 종교서적은 결코 아니다.그보다는 지은이의 문학적 필력과 세계를 통찰하는 역사의식이 도도한 물결을 이루는 거대한 장편 서사시에 가깝다.
야훼 하느님,그는 누구인가.선과 사랑으로 인간을 다스리는 전지전능한 존재인가.아니면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우주의 장난꾼’에 불과한가.이런 물음들로부터 출발하는 마일스는 ‘신의 전기’에서 성서에 대한 기존의 메마른 역사주의적 연구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는다.성서를 한편의 문학작품으로 다루는 것은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 볼때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 작품은 성서를 야훼가 등장하는 연극무대로 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이 작품에서는 야훼라는 주인공이 등장해 창조자,파괴자,전사로서의 변화무쌍한 역을 펼친다.연극의 절정은 야훼와 욥의 심각한 대결장면이다.가슴에 고동이 일고 숨을 죽이게 하는 절정의 순간이 지난 다음 남는 것은 주인공이 물러간 빈 들판뿐.그것은 마치 고도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와도 같다.그러나 그 빈 들판은 이내 인간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덮이고,연극은 종막으로 치닫는다.
‘신의 전기’는 성서 비평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룬다.지난 200년동안 어느 누구도 지식사회에 군림해온 성서사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성서를 예술작품으로 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러나 마일스는 이런 역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성서를 철학적 상상력이 넘치는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한다.‘신의 전기’는 지난해 미국의 퓰리처상을 받은 베스트셀러다.
‘성서이야기’는 전세계의 버림받은 기아의 땅을 찾아다니며 기독교 박애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이누가이 미치코의 기독교적 휴머니즘이돋보이는 작품이다.이누가 이는 전전 우익청년 장교들에 위해 암살당해 정당정치의 막을 내리게 한 ‘비운의 총리’ 이누가이 츠요시(견양의)의 손녀.이 책은 구약시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와 구약민들의 생활사,각 부족의 집단적 역사,성서에 등장하는 다윗이나 솔로몬 같은 주요 인물들의 삶 등을 다룬다.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인류 최초의 문명권중 하나인 수메르 문화권 출신이라는 점,‘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엄격한 법도는 중근동 지역의 관습에 비춰볼 때 파격적으로 완화된 사랑의 형벌이라는 점,그리고 솔로몬 왕의 구리 정제기술 개발 등 흥미로운 사실들을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성서는 태초에서 종말에 이르기까지 창조주이자 구주인 하나님이 그리는 한편의 시나리오다.그런 만큼 선택된 한 민족만을 상대로 하는 구약과 만민을 상대로 하는 신약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이누가이는 구약을 역사의 흐름으로,신약을 ‘오실 이’ 즉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해석한다.그런 점에서 “구약은 신약을 내면 깊숙이 간직하고 있으며 신약은 구약의 완성”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지은이의 성서적 지식과 신앙체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읽는 이들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틔어줄 의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