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 Disease] 뇌정위 수술 국내 첫 도입 강남성모병원 김문찬 박사
현대의학에서도 아직까지 뇌는 성역이다.그래서 뇌를 다루는 의료인들은 수술이든,시술이든 모든 치료행위에 임해 스스로 겸손하고 진지하지 않을 수 없다.“뇌는 어떤 예단도 허용하지 않으며,어떤 오만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료인들의 고백은 차라리 절박하다.이처럼 뇌를 신앙처럼 여기며,뇌에서 존재의 의미를 구하는 의료인 가운데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김문찬(57) 박사는 단연 우뚝하다.그가 뇌에서 구한 고뇌와 업적이 이를 증명한다.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뇌정위(定位) 방사선수술을 성공시켜 한국 의학의 위상을 바꿨다.
“그 때가 지난 87년이었는데,뇌혈관 기형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었습니다.이 수술의 성공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질환을 치료하는 시발점이었다는 점,환자의 고통은 물론 심리·경제적 부담까지 덜었으며,치료 효과가 예전의 두개골을 열어 수술하던 때에 비해 놀랄 만큼 좋아졌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었습니다.”그를 만나 ‘신의 영역’에 도전한 뇌정위 방사선수술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얘기했다.
●단1회 투사로 외과수술보다 효과
먼저,김 박사의 경력을 보면 ‘뇌정위 기능적 신경외과’라는 용어가 눈길을 끄는데….
정상적인 뇌는 기능적으로 억제와 항진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그런데 병변에 의해 이 균형이 깨지면 몸의 특정 부위가 떨리는 진전증,운동이상증,경직증,통증,간질처럼 기능항진 상태가 되거나,감각 및 운동마비,안면마비같은 기능저하 상태가 오게 된다.이럴 경우 병적으로 기능이 항진된 부위를 파괴하든가,기능을 억제하도록 신경계를 자극해 특정 증상을 치료하는 전문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 병증에 적용하는 첨단 수술법이 바로 정위 방사선수술이라는 뜻인데,그 원리를 설명해 달라.
이온화된 방사선의 세포 소멸효과를 이용한 치료법이다.방사선을 2∼6주에 걸쳐 병변 부위에 쏠 경우 복구가 가능한 손상을 입는 정상세포와 달리 종양세포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괴사한다.정위 방사선수술은 이런 일반적 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병변 부위에 고선량(高線量)의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아 1회 시술로 외과적 수술 이상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정위 방사선수술의 효용은 무엇인가.또 이 수술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어떤 것이 있나.
1회 방사선 투사로 치료하며,기존 치료법과 달리 중요 장기의 병변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다.또 정상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반면 병변 세포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기존 방사선으로 치료가 어려운 종양에도 효과가 크다.악성 및 양성 뇌종양,뇌혈관 기형,간질 등 뇌의 기능성 장애 등이 치료 대상이다.
●뇌종양 진단·치료… 정신질환도 대상
치료 대상을 거론하자 김 박사는 “뇌의 기능항진이 초래하는 통증,운동이상증,경직증,간질,정신질환,신경내분비질환을 주요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 정위수술법이 발달하면서 뇌종양의 진단 및 치료,뇌동맥류,뇌혈관 기형,뇌 속의 이물질 제거 등이 모두 치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그의 설명은 마치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거침없었고,이 대목에서 정위 방사선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는가 하면 중증 신경병성 통증 환자에게 역시 국내 처음으로 ‘뇌운동 피질자극수술’을 성공시킨 그의 임상 이력이 돋보였다.
예를 들어,이 수술법을 이용한 간질 치료법을 소개하면
약물치료가 한계에 이른 환자의 경우 정위수술법으로 뇌 속에서 병변 부위를 찾은 뒤 이 부위를 제거해 항진된 신경흥분도를 정상화시키는 파괴술이나,소뇌피질 혹은 치상핵을 자극해 위축된 뇌의 억제기능을 활성화해 증상을 개선하는 자극술을 적용한다.
정신이상은 어떤가.
정신이상은 사고,정서,행동에 관여하는 뇌 부위(변연계)의 기능항진이 초래하는 질병으로,주로 정위수술을 이용한 고주파 응고술을 적용하는데 갈수록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병증별로는 우울증,불안신경증,강박반응성 신경증은 예후가 좋은 반면 정신분열증은 그렇지 못하다.
●청력·시력장애 정복할 날 머잖아
김 박사는 지금까지 두개골을 열어 수술했던 방식과 달리 뇌정위 방법으로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병증이 뇌의 깊은 곳에 있는 경우 3차원 방식에 의한 고주파 응고술을 이용하며,전극을 뇌의 특정 부위에 이식해 만성적으로 뇌를 자극,병증을 치료하는 심부뇌자극술도 적용할 수 있다.또 첨단 장비인 감마나이프나 사이버나이프같은 정위적 방사선을 이용해서 뇌종양이나 파킨슨씨병 등을 치료한다.”이처럼 활용예가 다양한 정위적 방사선치료법은 별도의 마취없이 두개골에 작은 구멍 하나만 내면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뇌종양,뇌출혈이나 뇌경색 등 각종 뇌질환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크게 늘고 있다.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화한 사회의 영향에다 병증을 찾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예전에는 뇌질환의 경우 미리 치료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아니다.발병률도 높지만 치료율도 높다.완치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제는 어떤 뇌질환이든 임상적으로 접근할 수는 있다.그것이 희망이다.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는 뇌질환 치료법의 한계와 이후의 가능성을 설명해 달라.
어떤 치료법도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다.따지고 보면 병증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정상의 한계를 일탈한 것 아닌가.그러나 의학기술의 진보도 눈부셔서 최근에는 청력이나 시력장애에 대해서도 미세전극을 감각중추에 이식해 치료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아마 기능적 신경외과 분야의 경우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는 일도 쉽지 않을 만큼 놀라운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뇌수술의 불모지였던 우리 의학계에 뇌정위 수술법을 알렸듯 이제는 또다른 신기원을 향해 가야 한다.”며 넉넉하게 웃었다.
■ 김문찬 박사는
▲가톨릭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영국버밍햄의대 뇌정위기능 신경외과 및 통증클리닉 senior-registrar▲대한뇌종양학회장▲대한 뇌정위기능 신경외과학회장▲대한 신경외과학회 학술상임위원장▲대한신경외과학회 WFNS 국제대표위원 등 역임▲현,대한 신경외과학회 국제교류 위원장▲가톨릭대 의대 신경외과학교실 주임교수▲대한신경외과학회 차기 이사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