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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명의 교수가 분석한 BTS의 8색 매력...“시대정신에 전세계 열광”

    8명의 교수가 분석한 BTS의 8색 매력...“시대정신에 전세계 열광”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많고 많은 아이돌그룹 가운데 왜 유독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됐을까. 8명의 교수가 각자 분야에서 각자 시각으로 방탄소년단의 8색 매력을 연구한 대중서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국제정치학, 사회학, 미디어 연구 등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의 분석을 담은 ‘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사진)‘를 낸다고 27일 밝혔다. 필자들은 미국의 팝이 장악한 세계 대중문화 질서 속에서 한국 음악인이 주류로 나서서 이처럼 존재감을 확보한 적이 없었다면서, 방탄소년단을 그저 아이돌그룹이 아닌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연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대중문화나 문화산업 분야 연구에서 벗어나, 분석 분야 역시 국제정세, 방탄소년단 노랫말, 그리고 소통 등으로 다양화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문화지형 변화를 우선 요인으로 짚는다. 미국 문화 주도 지형에 변동이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위계가 약화했고, 여기에 취향 다변화, 디지털 미디어 개인화 등이 진행돼 한국 아이돌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한국 아이돌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지닌 예술가’로 차별화한 점을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매력을 다룬 신문 기사를 분석해보니 ‘텍스트(퍼포먼스, 실력)’, ‘생산(케이팝 시스템)’, ‘소비(팬덤)’, ‘사회(밀레니얼세대)’, ‘분배(소셜미디어)’의 이른바 ‘문화 다이아몬드 모형’에서 고루 역량을 보였다.하영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방탄소년단의 무게감을 꼽는다. 방탄소년단을 단순한 문화 혼종이 아닌, ‘현대 문명의 한계를 고쳐보려는 21세기 신문명 건축의 전위체’로 결론짓는데, 이들이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뜻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던지는 메시지를 중시했다. 히트곡 ‘FAKE LOVE’를 비롯해 여러 곡에서 진정한 자기애와 공생의 모색, 문명의 자기모순 극복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가치를 담아 공명을 준다는 것이다. 노랫말을 분석한 김수정 국민대 사회학과 객원교수도 진정성, 유대의식, 향상심과 온전한 삶에 대한 열망을 품은 노랫말이 곧 ‘시대정신’이 됐고, 전 세계 청년세대의 공감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혜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 댓글을 분석했는데,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처럼 팬들의 소통이 아닌, 팬인 ‘아미’가 팬심 표현 수단으로 할 정도로 강렬하다고 설명했다. 안미향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대중음악 전문매체 ‘빌보드’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2017년을 기준으로 긍정적 기사가 급증하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차별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 사례가 문화강국의 꿈을 꾸는 한국에 시사점이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가끔’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 한류 외교도 벤치마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처럼 보편적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스토리텔링, 연대의식 고취, 취향 공동체, 초국적 문화네트워크 구축,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공공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홍보보다 공감과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제2의 방탄소년단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최병구 저작권위원회 신임 위원장

    최병구 저작권위원회 신임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24명 가운데 8명을 새로 위촉하고, 전체회의에서 최병구(전 문체부 종무실장) 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25일 밝혔다. 위원들 임기는 2024년 1월 24일까지 3년이며, 위원회는 저작권 분쟁 알선·조정, 저작권위탁관리업자의 수수료와 사용료 요율 심의 등을 맡는다. 신임 위원은 최 위원을 비롯해 문철기 법률사무소 여산 변호사, 오혜자 청주초롱이네도서관 관장, 우진영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은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정지석 법무법인 남강 변호사, 차미영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보이는 영혼 ‘소울’ 어른도 많이 봤구나

    보이는 영혼 ‘소울’ 어른도 많이 봤구나

    디즈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이 침체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0만명대에도 못 미치던 주말 관객 수가 4배 가까이로 껑충 뛰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울’은 지난 주말 사흘(22~24일) 동안 30만 3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체 점유율은 84.4%나 된다. 평생 꿈꾸던 밴드와 공연하게 된 날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 음악 교사 조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를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지난 20일 개봉한 이후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만명을 넘었다. ‘소울’의 선전으로 주말 동안 전체 관객 수도 36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주말(8만 7000여명)의 4배 수준으로, 주말 관객이 30만명을 넘은 것은 ‘원더우먼 1984’ 개봉 첫 주인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30만 8000여명) 이후 4주 만이다. 다만 현재로선 주목할 작품이 없어 ‘새해전야’, ‘몬스터 헌터’ 등이 개봉하는 설 연휴 전까지 ‘소울’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 영화 ‘커넥트’, 방글라데시의 체스 천재 소년 이야기 ‘파힘’, 판타지 호러 ‘모추어리 컬렉션’ 등이 개봉해 10위권에 진입했지만 관객 수가 각각 1만명에도 못 미쳤다. ‘소울’의 약발이 다하면 또다시 극장가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연말연시임에도 ‘원더우먼 1984’ 외에 별다른 신작이 개봉하지 않아 주말 관객 수가 8만명대까지 추락했고, 둘째 주(8~10일)에는 지난해 4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글쓰기는 다이어트… 기자들만의 ‘서랍 속 비법’은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글쓰기는 다이어트… 기자들만의 ‘서랍 속 비법’은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만, 글 쓰는 일은 항상 어렵습니다. 결과물 역시 매번 만족스럽지 않고요. 서점에 들르면 글쓰기 코너에 들러 신간이 나왔는지 꼭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간결하고 명확한 글을 지향하는 기자들의 글쓰기 방식은 기본 중의 기본일 겁니다. 다른 글을 쓸 생각이 있더라도, 우선 기자들이 알려주는 글 쓰기 방법을 배워 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우선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하는, 글쓰기 비법’(한울)입니다. 저자 이상록은 15년 동안 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했고, 이상우는 입시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칩니다. 글엔 일가견이 있는 형제가 짧고 쉽게 글을 쓰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문장은 짧게, 무조건 쉽게 쓸 것. 수동형 표현을 삼가고, 수식어를 최소화할 것. 나아가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고 요약해 보고, 사실과 의견 그리고 주장을 구분하는 일을 해 보라는 내용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입니다. 책은 기사와 논술처럼 목표가 뚜렷한 글을 쓰는 방법을 잘 추렸습니다. ‘말은 쉽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2부에 넣은 뉴스를 고쳐 보는 실전 연습 코너가 유용합니다.현직 기자와 기자 출신 교수가 미국 기자들을 관찰하고 글 쓰기 비법을 뽑아낸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이담북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우리도 최근엔 스트레이트성 기사보다 이야기가 담긴 기사를 많이 쓰고 있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글감을 다루는 방법을 우선 소개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조언합니다. 얻은 정보를 검증하고 반박하라는 내용도 흥미를 끕니다. 취재원 진술만 믿지 말고, 공문서 등을 통해 교차 확인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미국 기자들은 기사 쓰기를 체계적인 설계의 영역으로 여긴다”는 내용은 별표를 칩니다. 기사를 고민할 때 마치 건물을 설계하듯 재료와 구성을 고민하며 공학적인 방식으로 아웃라인을 짜라는 말입니다. 책골남도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좀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gjkim@seoul.co.kr
  • ‘도시개발 전문가’ 문체부 장관 후보에...당혹스런 문화계

    ‘도시개발 전문가’ 문체부 장관 후보에...당혹스런 문화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데 대해 ‘정치적인 인사’라는 의견이 무성하다. 문화 분야 경력이 아예 없는 데다가, 자신을 ‘도시전문가’라고 밝힌 그의 지명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더 크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비서를 맡으며 정계에 발을 황 후보자는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는 86운동권 막내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 때 인수위 행정관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실·참여수석실·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을 거쳤고, 2011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선대위의 정책특보로도 활동했다. 황 후보자는 2015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으며 당으로 복귀해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의원으로 나설 당시 지역구의 도시개발 위주 공약을 내걸었다.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에도 ‘양천토박이·도시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발탁에는 그간 경력보다 친화력과 기획력이 높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터라 여권에선 ‘프레스 프렌들리’로 손꼽힌다. 특히,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육로 방북 과정에서 군사분계선을 차량이 아닌 도보로 건널 것을 제안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그의 말을 들었고, 많은 화제가 됐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중앙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이바지했으며, 당 홍보위원장을 책임져 대 언론에 탁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장관이 될 경우, 결국 이런 장점이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황 후보자도 지명된 직후 “코로나19로 문화, 예술, 관광, 체육 분야의 접근성이 취약해졌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내부에선 ‘친문인사’ 장관으로서 지난해부터 줄곧 어려움을 겪는 문화계의 문제를 타개할 과감한 정책, 한류 확산을 위한 홍보 전략 등을 추진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문화 분야 경력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도시전문가로서 양천구 개발을 걸고 국회의원이 됐지만, 현재 개발이 더딘 상황으로 안다”며 “장관으로 이름값을 높이고 22대 국회의원에 도전하려는 포석이 눈에 뻔히 보이는 터라 어떤 정책을 펼칠지 의문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애초 영화계 인사가 거론됐던 터라, 이 분야에서도 날 선 목소리가 나온다.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은 “영화 부문에 문외한인 국회의원 출신을 장관으로 내세운 것은 문화정책이 정치적 논리로 가는 것”이라면서 “황 후보자가 현 박양우 장관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인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장관은 어차피 정무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경모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본부장은 “황 후보자가 소통 능력이 탁월하고,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장관 활동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예술인 복지 향상과 문화향유권 확대 등에 노력한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위축된 데다 특히 두 칸 띄어 앉기 의무화 등 방역 지침에서 소외감을 토로하는 공연계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내비쳤다. 황 후보자와 뚜렷한 인연을 찾을 수 없는 공연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좌석 간 거리두기가 강화된 공연계는 방역지침 변화가 절실한데 새 장관이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편견 없이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출신이어서 인사 청문에서 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대체로 나오지만,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내부고발자 실명 언급 사건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황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당직 사병의 실명을 언급하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렸다. 고발 직전까지 갔지만 황 후보자가 사과하며 마무리됐다. 황 후보자가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던 글은 현재 모두 지워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보이는 영혼 덕에 삶의 의미도 보일까

    보이는 영혼 덕에 삶의 의미도 보일까

    영혼들 탄생 전·사후 세계 모험담 그려기발한 상상력·화려한 그래픽 등 감동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세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 번쯤 상상해 보지만 아마 흐릿하게 그리다 말지 않았을까. 20일 개봉하는 월트디즈니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은 그 세계를 유쾌하고 매우 흥미롭게 빚어낸다. 인간의 감정과 기억 작동 방식을 재미있게 풀어낸 ‘인사이드 아웃’(2015)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이 또다시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23년 전 아들 보고 ‘태어나기 전 세상’ 구상 뉴욕 브루클린에서 기간제 음악 교사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기로 한 날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영혼만 남은 조는 사후 세계에서 도망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이곳은 탄생 전의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곳이다. 조는 본의 아니게 지구에 가기 싫어하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포기한 문제의 영혼 22를 설득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닥터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에서 딸의 감정에 관한 호기심으로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라는 설정과 5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독특한 세계관에 49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열광했다. 이번에도 영혼과 그들을 관리하는 ‘제리’처럼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제리가 어떻게 영혼들을 관리하는지, 영혼이 어떻게 저마다 성격과 관심사를 지니게 되는지 그리고 그 영혼들이 지구에 내려와 살아가면서 재능을 어떻게 발현하는지 보여 준다. 이 세계는 전작 ‘인사이드 아웃’과 마찬가지로 빈틈없는 작동 방식을 갖췄다. 전작에서 선보였던 ‘무의식의 세계’처럼 무아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영혼이 노니는 구역을 표현한 부분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피트 감독은 자료를 통해 “23세가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함께 시작된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아기들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는데, ‘과연 그게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다. ●빼어난 그래픽, 감성적인 음악 눈길 조와 영혼 22는 태어나기 전 세상과 현실 곳곳을 누빈다. 이 모험의 동선이 다소 복잡해 다소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단점을 상쇄한다. 탄생 전 세계는 파스텔톤, 사후 세계는 흑백 그리고 현실 세상은 화려한 컬러로 그렸다. 현실 세계 캐릭터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한데, ‘유(you) 세미나’를 관리하는 제리들은 피카소 드로잉처럼 표현했고, 크기도 들쭉날쭉 초현실적이다. 영혼은 파란색 2등신으로 귀엽게 그려 낸 덕에 조의 죽음은 어린 관객들에게도 무서운 사건이 아니다.흑인 음악가가 주인공인 까닭에 양복점, 동네 이발소, 재즈 클럽 등에서 특유의 흑인 문화가 드러난다. 특히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중간중간 나오는 연주 장면에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선율 흐름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개봉 전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제스처와 표정이 확실히 보이지 않으면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진정성도 감소한다”면서 공을 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사후 세계와 탄생 전 세계,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주인공을 따라 시청각 만족까지 주는 영화의 끝자락에서 주인공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쯤 되면 영화 제목 ‘소울’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영혼’(소울)의 모험담인 동시에 우리 삶이 어쩌면 재즈의 즉흥연주를 의미하는 ‘소울’과 같지 않은지, 떠올리게 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인사이드 아웃’에 열광했던 당신, ‘소울’에도 매료될 수밖에

    ‘인사이드 아웃’에 열광했던 당신, ‘소울’에도 매료될 수밖에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세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 번쯤 상상해 보지만 아마 흐릿하게 그리다 말지 않았을까. 20일 개봉하는 월트디즈니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은 그 세계를 유쾌하고 매우 흥미롭게 빚어낸다. 인간의 감정과 기억 작동 방식을 재미있게 풀어낸 ‘인사이드 아웃’(2015)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이 또다시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23년 전 아들 보고 ‘태어나기 전 세상’ 구상 뉴욕 브루클린에서 기간제 음악 교사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기로 한 날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영혼만 남은 조는 사후 세계에서 도망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이곳은 탄생 전의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곳이다. 조는 본의 아니게 지구에 가기 싫어하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포기한 문제의 영혼 22를 설득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닥터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에서 딸의 감정에 관한 호기심으로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라는 설정과 5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독특한 세계관에 49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열광했다.이번에도 영혼과 그들을 관리하는 ‘제리’처럼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제리가 어떻게 영혼들을 관리하는지, 영혼이 어떻게 저마다 성격과 관심사를 지니게 되는지 그리고 그 영혼들이 지구에 내려와 살아가면서 재능을 어떻게 발현하는지 보여 준다. 이 세계는 전작 ‘인사이드 아웃’과 마찬가지로 빈틈없는 작동 방식을 갖췄다. 전작에서 선보였던 ‘무의식의 세계’처럼 무아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영혼이 노니는 구역을 표현한 부분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피트 감독은 자료를 통해 “23세가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함께 시작된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아기들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는데, ‘과연 그게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다. 빼어난 그래픽, 감성적인 음악 눈길 조와 영혼 22는 태어나기 전 세상과 현실 곳곳을 누빈다. 이 모험의 동선이 다소 복잡해 다소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단점을 상쇄한다. 탄생 전 세계는 파스텔톤, 사후 세계는 흑백 그리고 현실 세상은 화려한 컬러로 그렸다. 현실 세계 캐릭터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한데, ‘유(you) 세미나’를 관리하는 제리들은 피카소 드로잉처럼 표현했고 크기도 들쭉날쭉 초현실적이다. 영혼은 파란색 2등신으로 귀엽게 그려 낸 덕에 조의 죽음은 어린 관객들에게도 무서운 사건이 아니다.흑인 음악가가 주인공인 까닭에 양복점, 동네 이발소, 재즈 클럽 등에서 특유의 흑인 문화가 드러난다. 특히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중간중간 나오는 연주 장면에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선율 흐름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개봉 전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제스처와 표정이 확실히 보이지 않으면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진정성도 감소한다”면서 공을 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사후 세계와 탄생 전 세계,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주인공을 따라 시청각 만족까지 주는 영화의 끝자락에서 주인공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쯤 되면 영화 제목 ‘소울’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영혼’(소울)의 모험담인 동시에 우리 삶이 어쩌면 재즈의 즉흥연주를 의미하는 ‘소울’과 같지 않은지, 떠올리게 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내 고전 저작물 25편, 5년간 中 대륙에 번역본 출간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고전을 비롯한 중요 저작물 25편씩 모두 50편을 번역·출판하는 내용의 ‘한중 고전 저작 상호 번역출판’ 양해각서를 18일 체결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중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합동전문가위원회는 모두 10명으로, 한국과 중국 1명씩 2명의 공동 위원장을 둔다. 위원들은 출판, 도서관, 인문, 외교 분야 전문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양측은 자국의 고전이나 최근 출판물 가운데 50~100종을 선정해 3개월 내에 상대국에 도서 목록을 제공하고, 이 목록에서 25종을 골라 출판까지 진행한다. 각자 상대국에서 출간하는 도서의 번역·출판 비용을 부담하는데, 문체부는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초판 물량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고 예산 2억원을 우선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담당자는 “한한령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방법의 하나”라며 “우리 추천 도서에는 고전뿐 아니라 현대물을 많이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구사일생 그리고 대격변, 세계적 역사학자가 본 유럽의 100년

    구사일생 그리고 대격변, 세계적 역사학자가 본 유럽의 100년

    세계적인 역사학자 이언 커쇼가 쓴 유럽 현대사 저작이 출간됐다. 1914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 남짓 역사를 각각 928쪽, 1128쪽에 이르는 2권의 책에 담았다. 시기별로 나눈 각각의 책 부제에 당대를 설명하는 문구를 붙였다. 1권 제목은 ‘유럽 1914-1949: 죽다 겨우 살아나다’인데, 저자는 20세기 전반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술회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 그리고 혁명과 대공황까지 있었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당시 유럽의 파국 원인으로 4가지를 제시한다. 인종·민족주의 갈등의 폭발, 강대국의 치열한 영토 개정 요구, 격심한 계급갈등,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와 볼셰비즘의 승리다. 1권의 마지막 해를 1949년으로 잡은 것은 전쟁 여파 때문이다. 1945년 5월 공식적인 교전이 끝났지만, 전쟁 직후 유럽에는 실질적인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2권 제목은 ‘유럽 1950-2017: 롤러코스터를 타다’로 했다. 지난 70년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겪으면서도 이탈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유럽의 가장 큰 곤경으로 ‘냉전’을 꼽는다. 공산당 정권은 1953년 동독, 1956년 헝가리, 1981년 폴란드처럼 자국민 저항을 폭력으로 억누르기도 했다. 1989년 동유럽 공산당 정권 붕괴에 이어 1991년 소련이 몰락하면서 냉전은 해소됐지만, 이후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저자는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의 탈식민화를 비롯해 1973년 오일쇼크,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성장에 타격을 입은 유럽을 살핀다. 1990년대 이후 유럽 통합과 이민자들의 이입으로 ‘유럽인들만의 유럽’을 지키려는 포퓰리즘까지 아우른다.커쇼는 히틀러 전기 ‘히틀러Ⅰ-의지 1889-1936’과 ‘히틀러Ⅱ-몰락 1936-1945’로 유명하다. 2000년 최고의 역사 저작에 주는 울프슨 역사상에 선정됐고 2002년에는 역사학 발전 기여 공로로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도 받았다. 2012년 라히프치히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소복소복 섶다리에 쌓인 추억

    [그 책속 이미지] 소복소복 섶다리에 쌓인 추억

    마을 장정들은 해마다 가을걷이를 끝낸 뒤 버드나무를 베어다 강에 기둥을 세운다. 그 위에 솔가지를 꺾어 깔고, 땔감으로 쓰기 적당한 나무의 잔가지를 올린다. 그 위에 넓게 떼어낸 잔디를 엎어 깔면 푹신푹신한 섶다리가 완성된다. 땔감으로 써야 온당하지만, 물 건널 이를 위한 마음으로 엮었다. 강원도 영월 주천강에 놓인 두 개 섶다리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남을 위해 만든 다리에도 푸근함이 쌓인다. 저자가 15년 동안 시골 마을 이곳저곳에서 만난 옛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옛집과 마을 문화, 그리고 나이 든 촌부에 이르기까지. 어렸을 적 마주했던 풍경 속엔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 기억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대동여지도에 컬래보된 기술을 고르시오

    대동여지도에 컬래보된 기술을 고르시오

    대동여지도의 가치가 계승된 GPS 조선 회화 ‘동궐도’ 부감법과 드론 등 첨단 기술과 박물관 속 문화재 연결 전통 유산 속 기술은 변주하며 현존 미래 그리는 통찰력 키울 수 있을 것 뛰어난 전통 유산에는 당대 최고 기술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기술 중엔 지금도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것도 있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와 공과대학의 첨단 기술을 연결해 보고 싶었다. 고려대 인문대학과 공과대학 교수진이 모였고, 여기에 학예사와 전통기술 복원자를 비롯한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합세해 대중강연을 기획했다. 2019년 10~12월 열린 10회짜리 ‘우리 유산에 새겨진 첨단 미래를 읽다´ 얘기다.‘첨단×유산’은 이 강연을 글로 풀어 엮었다. 책은 우수한 유산에 현대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조선 회화의 정수로 꼽히는 궁궐 그림 ‘동궐도’의 부감법을 최첨단 드론 기술과 비교해 보자. 동궐도는 어느 정도 높이에서 그린 그림일까. 지금으로 치면 서울 종로 5가에 있는 30층 높이 건물에서 내려다본 것과 비슷했다. 동궐도는 위로 갈수록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먼 것일수록 작게 그리는 서양의 원근법과는 정반대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입체감을 살리고, 동시에 먼 곳도 세밀하게 살린 독특한 방식이다. 최신 드론 기술은 시선은 비슷하지만, 나아가 3D 화상까지 구현한다. 드론이 이동하면서 수천장의 사진을 찍으면 이를 연결해 3D 도면으로 만들 수 있다. 최신 드론으로 오차 범위를 2% 이내까지 줄였다. 책은 고려청자의 뛰어난 빛깔을 디스플레이와 묶어 설명하기도 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들을 위한 길잡이 책 ‘선화봉사고려도경’ 21권에 고려청자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도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엷은 청색)이라 하는데, 근래 들어 제작 기술이 정교해져 빛깔이 더욱 좋아졌다’는 내용이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비색의 비밀은 흙에 있다. 청자는 점토를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아무 흙이나 사용하지 않는다. 강진과 부안 지역 논밭의 1m 아래에 있는 태토를 사용한다. 이 태토에 들어 있는 1~2% 철분이 오묘한 색을 낸다. 여기에 유약으로 납이 아닌 나무 재를 바르는 점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을 뜻하는 RGB 값으로는 고려청자의 색을 구현하기 어렵다. 그린그레이와 같은 회청색도 아니고, 블루그린처럼 청록색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엔 양자점 발광 다이오드를 사용하는 QLED 기술까지 이르렀다. 정확한 색 구현을 넘어, 휘고 접고 말 수 있는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내는 일도 가능하다. 이 밖에 대동여지도와 사람 없이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비교해 보는 일도 재밌다. GPS 기술을 바탕에 둔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상을 살펴보며 자율주행기술에서 대동여지도의 가치와 정신이 어떻게 계승됐는지 확인해 본다. 또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태를 담아 묻었던 조선의 태항아리와 최근 주목받는 냉동 인간과 유전자 가위 등 바이오기술을 교차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일도 의미 있을 터다. 전통 유산에 담긴 기술들은 그저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변주하며 현재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궁금해진다. 전통 유산의 기술을 잘 살펴보면, 미래에 관한 통찰력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계속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는 아이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지 않다!

    계속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는 아이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지 않다!

    “5년 전만 해도 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성 짙은 소설로 주목받은 소설가 주원규(큰 사진) 작가가 신작 ‘아이 괴물 희생자’(작은 해리)에 관해 설명하다가 말을 줄였다. 그는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이후 강남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메이드 인 강남’을 비롯해 tvN 드라마 ‘아르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등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로 들췄다. 그가 2011년부터 9년 동안 거리에서 만난 6명의 청소년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번 책도 상당히 어둡다. 재희, 강이, 푸른, 혜주, 나영, 건혁(모두 가명)과 나눈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와 함께 저자가 그들의 속사정을 서술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이들은 처음엔 부모로부터 도망친 ‘아이’였지만, 경계선을 벗어나 ‘괴물’로 변했다. 친부에게 성폭행당해 집을 뛰쳐나왔던 아이는 몸을 팔아 연명하고, 부모에게 매일 맞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다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집에서 나온 아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결국 우리 사회의 ‘희생자’인 셈이다.저자가 2010년부터 만나 온 청소년은 어림잡아 300명이 넘는다. 고교 중퇴 경험이 있는 저자는 그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 쉼터나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2015년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내기도 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사회로 돌아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그는 “최근엔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고 환기시키고자 책을 썼다. 그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에도 쉼터 관리자가 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내거나, 오히려 쉼터에서 만나 범죄에 더 깊이 연루되는 일도 벌어진다. 저자는 무엇보다 중학생, 고교생을 둔 부모들이 책을 한 번쯤 읽고 시선을 바꾸길 기대했다. “우리 애는 이런 애들과 다르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면서 “혐오의 시선이 아닌, 고민의 시선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희망, 절망으로 바뀌기까지...‘아이, 괴물, 희생자’ 낸 주원규 소설가

    희망, 절망으로 바뀌기까지...‘아이, 괴물, 희생자’ 낸 주원규 소설가

    “5년 전만 해도 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성 짙은 소설로 주목받은 소설가 주원규가 신작 ‘아이, 괴물, 희생자’(해리)에 관해 설명하다 말을 줄였다. 그는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이후 강남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메이드 인 강남’을 비롯해 tvN 드라마 ‘아르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등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로 들췄다. 그가 2011년부터 9년 동안 거리에서 만난 6명의 청소년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번 책도 상당히 어둡다. 재희, 강이, 푸른, 혜주, 나영, 건혁(모두 가명)과 나눈 날것 그대로 인터뷰와 함께 저자가 그들의 속사정을 서술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이들은 처음엔 부모로부터 도망친 ‘아이’였지만, 제도권의 경계선을 벗어나면서 ‘괴물’로 변했다. 친부에게 성폭행당해 집을 뛰쳐나왔던 아이는 길거리에서 자신의 몸을 팔아 연명하고, 부모에게 매일 맞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다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집에서 나온 아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결국 우리 사회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저자가 청소년들을 만난 건 지난 2010년부터로, 어림잡아 300명이 넘는다. 고교 중퇴 경험이 있는 저자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 쉼터나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2015년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내기도 했다.“글쓰기 수업을 할 때만 해도 이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희망보다는 절망감이 더 커졌고요.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 이번 책을 썼습니다.” 그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에는 쉼터 관리자가 성폭행을 당한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해 데려가라 한다거나, 쉼터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범죄에 더 깊이 연루되는 모습들이 나온다. “‘제도권 안의 청소년’과 ‘제도권 밖의 청소년’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간에는 제가 주로 만났던 ‘경계에 있는 청소년’이 있습니다. 제도권 밖의 청소년은 사실상 범죄자들인데, 이들이 쉼터에서 애들을 만나 데려가기도 합니다. 쉼터가 이를 철저히 분리시켜야 합니다. 아이들과 더 소통해야 하고요. ‘우리가 돌봐준다’는 식의 낭만적인 생각만으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저자는 무엇보다 중학생, 고교생을 둔 부모들이 책을 한 번쯤 읽고 시선을 바꾸길 기대했다. “우리 애는 이런 애들과 다르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면서 “혐오의 시선이 아닌, 고민의 시선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주가 고공행진에 주식 서적 판매도 5.5배 폭등

    [단독] 주가 고공행진에 주식 서적 판매도 5.5배 폭등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면서 주식투자 열기도 유례없이 뜨거운 가운데, 관련 서적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책 판매가 늘었지만, 과열한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마냥 좋게만 볼 현상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서울신문이 교보문고에서 받은 관련 서적 판매량 추이에 따르면, 올해 1~11일 주식·증권 서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65%에 이르렀다. 지난해 100권 팔렸던 책이 무려 565권이나 나갔다는 뜻이다. 주식 서적이 속한 경제·경영 분야 판매량은 이 기간 176.1% 신장했는데, 주식·증권 서적이 관련 분야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1~11일 경제·경영 분야 도서 판매량 상위권 10위 안에 주식과 재테크 관련 서적이 모두 7권이나 됐다. 이 분야 2위는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리더스북)였다. 이어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2020 개정판’(길벗) 개정판이 3위,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비즈니스북스)가 5위,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메이트북스)이 9위에 올랐다. 이밖에 100쇄를 찍은 ‘돈의 속성’(스노우폭스북스),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베가북스), ‘부의 대이동’(페이지2북스)과 같은 재테크 관련 서적도 인기를 끌었다.주식·증권 서적 판매량을 분기별로 살펴보니, 지난해 주식 투자 열기가 확산하는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해 1분기 판매량은 2019년 1분기에 비해 191.0%로 늘었고, 2분기에 214.0%에 이르렀다.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자 주식장으로 돈이 쏠린 3분기에는 349.8%로 껑충 뛰었고, 주가가 3000에 가까웠던 4분기에는 무려 402.5%까지 상승했다. 유튜브를 비롯해 주식 투자 관련 정보를 얻을 통로가 많지만, 재테크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신규 투자자 유입이 늘면서 이들이 책을 골랐다는 게 서점가의 분석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30~40대 남성들이 주로 하던 주식 투자가 전 연령대로 확산하면서 초심자를 일컫는 ‘주린이’를 위한 주식·증권 서적이 판매량 상위권에 포진했다”면서 “주식 시장 과열에 따른 판매 증대 현상인 만큼, 거품이 꺼지면 책에 관한 관심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더우먼도 못 구한 극장… 추억의 영화로 ‘돌려막기’

    원더우먼도 못 구한 극장… 추억의 영화로 ‘돌려막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 1984’가 극장가를 지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신작이 개봉을 미루면서 재개봉 영화가 빈틈을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원더우먼 1984’ 누적 50만명 씁쓸한 1위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흘(8∼10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8만 735명에 불과했다. 새해 첫 주말이었던 전주(1∼3일) 14만 9000여명에서 절반 가까이나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4월 둘째 주말(10∼12일) 9만 8000여명이었던 역대 주말 최저점까지 뚫었다. ‘원더우먼 1984’는 주말 동안 2만 6000여명을 더하며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50만 7000여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일 관객 수 5만명대로 출발해 3일째에 10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관객이 확 줄었다. 개봉 3주차를 맞아 평일 관객 4000명대, 주말에는 1만명대를 이어 가고 있다.●신작 실종… 재개봉 작품만 코로나 특수 주말 극장가 2위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다. 9000여명의 관객으로 전주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 영화는 2004·2008·2013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국내 재개봉으로, 신작이 뜸한 틈을 노려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봤다. 3위는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독립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차지했다. 개봉 직후 ‘화양연화’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최근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에 이어 음악영화 ‘라라랜드’와 ‘비긴어게인’도 재개봉했다. 이들이 지난달 개봉한 ‘조제’, 지난해 11월 개봉한 ‘도굴’, ‘이웃사촌’ 등과 순위를 다투고 있다. 7일에는 ‘쌍천만’ 영화였던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했고, 2편 격인 ‘신과함께-인과연’이 오는 21일 재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캐롤’도 27일 재개봉한다. 20일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외에는 별다른 기대작이 없는 가운데, 신작 영화의 고군분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참상을 폭로한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미스터 존스’와 수전 서랜던·케이트 윈즐릿 주연 ‘완벽한 가족’,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실화를 그린 ‘걸’ 등이 새로 개봉해 10위 안에 진입했다. 관객 수는 각각 2000∼4000명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더우먼’도 힘 못쓴 극장가...신작 대신 재개봉 ‘악순환’

    ‘원더우먼’도 힘 못쓴 극장가...신작 대신 재개봉 ‘악순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 1984’가 극장가를 지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신작이 개봉을 미루면서 재개봉 영화가 빈틈을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흘(8∼10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8만 735명에 불과했다. 새해 첫 주말이었던 전주(1∼3일) 14만 9000여명에서 절반 가까이나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4월 둘째 주말(10∼12일) 9만 8000여명이었던 역대 주말 최저점까지 뚫었다. ‘원더우먼 1984’는 주말 동안 2만 6000여명을 더하며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50만 7000여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일 관객 수 5만명대로 출발해 3일째에 10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관객이 확 줄었다. 개봉 3주차를 맞아 평일 관객 4000명대, 주말에는 1만명대를 이어 가고 있다.2위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다. 9000여명의 관객으로 전주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 영화는 2004·2008·2013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국내 재개봉으로, 신작이 뜸한 틈을 노려 재개봉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봤다. 3위는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독립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차지했다. 개봉 직후 ‘화양연화’를 제치고 2위에 올랐지만 예매율이 저조해 롱런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이와이 슌지 감독 ‘러브레터’에 이어 음악영화 ‘라라랜드’와 ‘비긴어게인’도 재개봉했다. 이들이 지난달 개봉한 ‘조제’, 지난해 11월 개봉한 ‘도굴’, ‘이웃사촌’ 등과 순위를 다투는 모양새다. 앞서 7일에는 ‘쌍천만’ 영화였던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했고, 2편 격인 ‘신과함께-인과연’이 오는 21일 재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 영화 ‘캐롤’도 27일 재개봉한다. 20일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외에는 현재 별다른 기대작이 없는 상황 속에서 신작 영화의 고군분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참상을 폭로한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미스터 존스’와 수전 서랜던·케이트 윈즐릿 주연 ‘완벽한 가족’,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실화를 그린 ‘걸’ 등이 새로 개봉해 10위 안에 진입했다. 관객 수는 각각 2000∼4000명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가목표 진보·보수 모두 “경제”… “北도 우리” 31%에서 14%로 뚝

    국가목표 진보·보수 모두 “경제”… “北도 우리” 31%에서 14%로 뚝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15년째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국가 목표에 관해서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경제 발전’을 최고로 꼽았다. 분단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북한에 냉정해지고, 일자리 경쟁으로 다문화에 냉담해지는 기류도 보인다.비영리 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출간한 ‘2020 한국인의 정체성’(동아시아연구원)에 담긴 내용들이다. 연구원은 2005년부터 5년마다 1000명 규모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사회학 전공 교수들에게 맡겨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관, 사회 참여, 갈등 인식, 대외 인식 변화 등을 분석한다. 한국인은 한민족 역사와 대한민국에 관해 대체로 높은 자긍심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의견은 2005년 52.9%에서 2010년 62.3%, 2015년 61.7%, 2020년 59.1%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묻자 ‘대한민국 국적 유지’가 95.2%로 가장 높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와 법을 따르는 것’이란 응답이 2005년 77.5%에서 2020년에 무려 94.3%로 뛰었다. 탈북민에 관한 인식은 ‘북한 사람’이라는 응답이 2005년 42.9%에서 2020년 23.2%로 크게 줄었고, ‘남한 사람’이라는 응답은 43.9%에서 47.8%로 올랐다. 혈연적, 인종적 의미의 민족 정체성보다 시민적, 정치적 의미의 국가 정체성이 강화됐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국가의 목표에 관한 질문엔 ‘경제 안정’(28.0%)과 ‘경제 성장’(18.1%)이라는 가치 가 지난 15년간 한결같이 1, 2순위로 꼽혔다. 특히 이런 선호는 모든 세대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였고, 보수와 진보 이념적 성향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안전한 사회’(12.2%)와 ‘공정한 사회’(9.0%), ‘개인의 자유가 존중을 받는 사회’(7.6%)가 뒤를 이었다. 정책 선호 방향에서는 복지(30.7%)보다 성장(69.1%)을 더 우선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강화(61.4%)를 공정 시장경제를 위한 규제 강화(37.8%)보다 선호했다. 2020년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 2005년부터 계속 1위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또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어 노무현,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순으로 높았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9위, 1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역했던 5월에 설문을 시행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13.9%), ‘형제’(17.8%), ‘이웃’(21.8%), ‘남’(18.6%), ‘적’(19.1%), ‘무관심’(8.8%)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우리’로 보는 인식은 2005년 30.5%에서 2020년 13.9%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41%의 응답자가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통일 방식도 ‘공존형 통합’(44.9%)이 ‘남한식 체제’(43.3%) 못지않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전체의 53%가 ‘통일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통일이 더는 민족적 동질감에 근거한 당위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데 긍정적이었던 인식은 10년 사이 감소했다. 2010년엔 ‘단일민족·단일문화국가보다 다민족·다문화국가를 지향한다’는 비율이 60.6%였지만 2020년에는 44.4%였다. 한국인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한 비율이 2020년 42.7%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일자리 경쟁과 같은 실질적인 이유로 다문화 냉담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맥락에서 다문화 문제를 토론하는 게 적합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 해의 시작, 고르고 고른 8권과 함께

    한 해의 시작, 고르고 고른 8권과 함께

    새해 결심이 ‘다독’인데,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이 선정한 올해 첫 추천도서 8권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사서추천도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학예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4개 분야에서 각 두 권을 꼽았다.문학예술 추천도서 ‘열다섯 마리 개’(①·삐삐북스)는 캐나다의 각종 상을 휩쓴 작가 앙드레 알렉시스의 첫 국내 출간작이다. 토론토의 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신 아폴론과 헤르메스가 근처 동물병원에 있는 15마리 개에게 인간의 지능을 부여하고, 개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내기를 하는 이야기다. 영하 41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바깥세상 사람들과 풍요로운 지역 ‘스노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비한 소설 ‘스노볼’(②·창비)도 흥미롭다. 스노볼의 디렉터를 꿈꾸던 바깥세상 소녀 전초밤이 현역 최고의 디렉터인 차설을 만나고,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사회과학 분야 추천도서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③·마음의숲)는 우리 몸을 살리는 식사법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영양 구성 그리고 건강한 음식 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④·북트리거)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개념, 사상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담았다.자연과학 분야 추천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⑤·행북)은 SF에 등장했던 공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됐는지를 보여 준다. ‘우주를 만지다’(⑥·특별한서재)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로 구성된 물질세계를 물리학으로 설명한다.좋은 책을 소개하는 길잡이 책도 살펴보자. 인문학 분야 추천도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⑦·민음사)는 독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고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별 독서 리스트를 제안한다. 예컨대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설국’, ‘햄릿’,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권하고,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으로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추천한다. ‘걸작과 졸작 사이’(⑧·반니)는 작가들의 치열한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보티첼리, 고야 등 유명 화가의 걸작과 졸작을 비교해 보고, 그 차이점 26가지를 알려 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노무현보다 더 나은 대통령은 누구?

    노무현보다 더 나은 대통령은 누구?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15년째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국가 목표에 관해서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경제 발전’을 최고로 꼽았다. 분단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북한에 냉정해지고, 일자리 경쟁으로 다문화에 냉담해지는 기류도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 15년째 업적 평가 ‘1위’ 비영리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출간한 ‘2020 한국인의 정체성’에 담긴 내용들이다. 연구원은 2005년부터 5년마다 1000명 규모 설문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사회학 전공 교수들에게 맡겨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관, 사회 참여, 갈등 인식, 대외 인식 변화 등을 분석한다. 15년간 궤적에는 한국인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보인다. 우선 한국인은 한민족 역사와 대한민국에 관해 대체로 높은 자긍심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의견은 2005년 52.9%에서 2010년 62.3%, 2015년 61.7%, 2020년 59.1%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념과 세대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판단하는 시각은 상당히 갈렸다. 보수층·미래통합당 지지자·60세 이상 한국인들은 이승만과 미국정부의 역할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반대로 진보성향·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젊은 응답자일수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2020년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는 2005년부터 계속 1위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또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무현,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순으로 높았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9위, 1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역했던 5월에 설문을 시행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묻자 ‘대한민국 국적 유지’가 95.2%로 가장 높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와 법을 따르는 것’ 응답이 2005년 77.5%에서 2020년에 무려 94.3%로 뛰었다. 이에 비해 인종적 의미의 정통성을 가리키는 ‘한국인의 혈통을 가지는 것’ 응답은 같은 기간 80.9%에서 81.1%로 소폭 상승했다. 탈북민에 관한 인식은 ‘북한사람’이라는 응답이 2005년 42.9%에서 2020년 23.2%로 크게 줄었다. ‘남한사람’이라는 응답은 43.9%에서 47.8%로 올랐다. 연구진은 “혈연적, 인종적 의미의 민족 정체성보다 시민적, 정치적 의미의 국가 정체성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가 최우선 목표 ‘경제안정’, ‘경제발전’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도 점차 뚜렷해졌다. 국가의 목표에 관한 질문에 ‘경제 안정’(28.0%)과 ‘경제 성장’(18.1%)이라는 가치가 지난 15년간 한결같이 1, 2순위로 꼽혔다. 특히, 이런 선호는 모든 세대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였고, 보수와 진보 이념적 성향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안전한 사회’(12.2%)와 ‘공정한 사회’(9.0%), ‘개인의 자유가 존중을 받는 사회’(7.6%)가 뒤를 이었다. 정책 선호 방향에서는 복지(30.7%)보다 성장(69.1%)을 더 우선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강화(61.4%)를 공정시장 경제를 위한 규제강화(37.8%)보다 선호했다. 진보 성향은 그동안 경제성장보다 복지를 우선하고, 규제완화보다는 사회적 규제강화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성장과 규제완화를 복지와 규제강화보다 먼저 꼽았다. 최근 증대하는 미·중 갈등 사이에서 ‘균형적 태도’를 꼽는 경향이 강했지만(2005년 64.2%, 2020년 63.9%), 굳이 한쪽을 꼽는다면 중국(11.1%)보다 미국(24.9%)과의 관계 강화를 더 지지했다.북한에 관한 태도는 점점 냉랭해지는 추세다.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13.9%)’, ‘형제’(17.8%), ‘이웃’(21.8%), ‘남’(18.6%), ‘적’(19.1%), ‘무관심’(8.8%)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우리’로 보는 인식은 2005년 30.5%에서 2020년 13.9%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관련해 통일에 관한 인식도 회의적으로 바뀌었다.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2005년 17.4%에서 2020년 8.9%로 급격히 낮아졌다.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 ‘통일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통일 반대론은 2020년 조사에서 53%로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 41%의 응답자가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통일 방식도 ‘공존형 통합’(44.9%)이 ‘남한식 체제’(43.3%) 못지않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통일 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문제를 떠안지 않으려는 태도로 여겨진다. 실제로 전체의 53%가 ‘통일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공고해진 분단 체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면서 “통일이 더는 민족적 동질감에 근거한 당위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자리 위협” 다문화에 부정적 반응 늘어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감소했고, 다문화화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가 늘었다. 2010년 조사에서 ‘단일민족·단일문화국가보다 다민족·다문화국가를 지향한다’는 비율이 60.6%였지만 2020년에는 44.4%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이 기간 2.4%에서 13.1%로 5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한국인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한 비율이 2020년 42.7%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일자리 경쟁과 같은 실질적인 이유로 다문화 냉담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방안은 유효하지 않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맥락에서 다문화 문제를 토론하는 게 적합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새해 첫 달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1월 추천서

    새해 첫 달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1월 추천서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지만, 어찌 됐든 새해가 시작됐다. 보람찬 새해 첫 달을 책으로 힘차게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사서추천도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학예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4개 분야에서 2021년 1월 추천도서를 선정·발표했다. 사서들은 문학예술 추천 도서로 ‘열다섯 마리 개’(삐삐북스)와 ‘스노볼’(창비)을 꼽았다. 캐나다의 각종 상을 휩쓴 작가 앙드레 알렉시스의 첫 국내 출간작 ‘열다섯 마리 개’는 ‘개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토론토의 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신 아폴론과 헤르메스는 근처 동물병원에 있는 15마리 개에게 인간의 지능을 부여하고, 개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내기한다. 의식을 가진 개들은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개와 예전의 존재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개로 나뉜다. 영하 41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바깥세상 사람들과 풍요로운 돔 형태의 지역 ‘스노볼’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비한 소설 ‘스노볼’도 흥미롭다. 스노볼에서의 삶을 드라마로 편집해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액터, 액터의 삶을 극적으로 편집하는 디렉터, 돔 안의 세상을 구축한 이본 미디어 그룹 일가가 등장한다. 스노볼의 디렉터를 꿈꾸던 바깥세상 소녀 전초밤이 현역 최고의 디렉터인 차설을 만나고,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사회과학 분야 추천도서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마음의숲)는 우리 몸을 살리는 식사법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영양 구성, 그리고 건강한 음식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한 끼 이상은 채식 위주 자연식을 하고, 항바이러스 음식인 도라지와 마늘, 양파를 먹으라고 권한다.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 3와 오메가 6, 비타민, 루테인 등 영양소와 보충제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북트리거)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개념, 사상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담았다. 부제가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인 이유다. 환경, 교육,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부동산, 정치 등에 퍼진 차별과 불평등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영국 과학자 조엘 레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행북)과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의 ‘우주를 만지다’(특별한서재)를 선정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SF에 등장했던 공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됐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스마트폰 결제는 1966년 프레더릭 폴이 소개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시대’에서, 영상 통화는 휴고 건스백의 1925년 작 ‘랠프 124C 41+: 2660년의 로맨스’에서 등장했다. ‘우주를 만지다’는 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미시세계(원자)와 거시세계(우주)로 구성된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물리학의 한 축을 이루는 삶을 이미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물리학 이야기를 친숙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삶과 우주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담긴 시도 소개한다.좋은 책을 소개하는 길잡이 책도 흥미롭다. 인문학 분야 추천도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민음사)는 고전을 소개하는 독서 에세이다. 사람들은 마음 상태나 기분에 따라 노래를 선택하고 여행을 하는데, 저자는 책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독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고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별 독서 리스트를 제안한다. 예컨대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설국’, ‘햄릿’,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권하고,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으로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추천한다. ‘걸작과 졸작 사이’(반니)는 작가들의 치열한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보티첼리, 고야 등 유명 화가의 걸작과 졸작을 비교해보고, 걸작이라 부르는 작품과 조명받지 못했던 숨겨진 작품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작가는 생명력, 자유, 상상력 등 걸작의 조건을 모두 26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졸작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예술가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열한 노력의 산물, 걸작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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