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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와글 북소리… 싱글벙글 북잔치

    와글와글 북소리… 싱글벙글 북잔치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서 개막 프랑스 등 32개국 91개사 참여 신간 일찍 보고 책도 싸게 사고“유시민 작가 사인회가 토요일에 있어요. 그때도 꼭 오세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출판사 돌베개 부스 앞에 유시민 작가가 최근 출간한 ‘역사의 역사’ 입간판이 걸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책이다. 이경아 편집부 팀장은 “책을 300권 정도 가져왔는데 토요일 저자 사인회를 대비해 더 많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출판사 ‘리수, 책읽는 고양이’ 부스는 예쁜 책표지로 만든 엽서가 지나가는 이들을 잡는다. 앙증맞은 책 표지에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터진다. 김현주 실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작은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면서 “유명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에서도 좋은 책을 낸다는 사실을 많은 독자가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적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많다. 자녀를 데려온 김선희씨는 “그림책이나 아동 전집을 할인 판매한다는 이야길 듣고 행사장을 찾았다”면서 “여러 책을 비교해 보고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중랑구립도서관 조진숙 사서는 “출판사들의 책 전시 방법을 살피고, 출판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행사라 매년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국내관에 234개사, 국제관에 주빈국인 체코를 비롯해 프랑스·미국·일본·중국 등 32개국 91개사가 참여했다. 기본적으로 1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에 ‘재밌는 행사가 많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전년도의 2배 수준인 20만명이 몰렸다. 도서전의 올해 주제는 ‘확장’이다. 새로운 매체 시대를 맞아 책을 대하는 선입견을 허물자는 의도다. 특별기획전으로는 그동안 하위문화로 여겨져 온 라이트 노벨을 모은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 전자출판과 오디오북을 체험할 수 있는 ‘전자출판’, 다양한 잡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잡지의 시대’가 준비됐다. ‘여름, 첫 책’ 프로그램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국내 판타지 소설의 거장 이영도 작가가 10년 만에 내는 신간 ‘오버 더 초이스’를 필두로 ‘역사의 역사’(유시민),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이승우),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지승호) 등 10개 출판사에서 준비한 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다. 도서전 홍보대사인 배우 장동건씨의 기증 도서도 만날 수 있다. 장씨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행나무) 등을 기증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행사”라면서 “책에 관한 애정을 가지면 침체된 출판 시장의 분위기도 살릴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행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화예술계 女 58% “성희롱·성폭력 경험”

    문화예술계 女 58% “성희롱·성폭력 경험”

    88% “문제 제기 안 하고 참아”웹 드라마 감독 A씨는 배우지망생 B씨에게 출연을 제의하면서 술자리를 가진 뒤 “모텔에 가자”며 B씨를 잡아끌었다. B씨가 이를 거부하자 “오늘 나랑 모텔에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했다. A씨에게 당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 대학교수 C씨와 D씨는 다수 학생에게 상습적으로 스킨십을 요구하고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2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대학 학생인권센터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센터 측은 오히려 교수 입장만 대변했다.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여성의 57.7%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5명 가운데 3명꼴로 당한 셈이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은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불거진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지난 3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주도로 출범해 100일간 활동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종사자 37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여성 응답자 2478명 가운데 57.7%인 1429명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음란한 이야기를 하거나 외모를 성적으로 평가하는 등 언어적 유형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울러 프리랜서(44.7%), 계약직(34.7%), 정규직(27.1%) 순으로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피해 경험이 많았다.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87.6%는 문제 제기 없이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했다. 이유는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69.5%)가 가장 많았고 ‘문화예술계 활동에 불이익이 우려돼서’(59.5%) 등이 뒤를 이었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 부서 내에 ‘국’ 또는 ‘과’ 규모 전담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피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예술가의 지위와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가해자에 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등도 정비할 방침이다. 이우성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올해 안에 전담 기구를 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저녁 있는 삶 오면 함께하는 삶 어때

    저녁 있는 삶 오면 함께하는 삶 어때

    다음달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늘어나는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개인 취미생활도 좋지만 함께하는 커뮤니티 생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직장 동료였던 김정현(34)·배수용(37)씨가 최근 함께 낸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책은 지역 내 공동체로 자리매김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유럽의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탐방하고 기록했다. 18일 만난 김씨와 배씨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5개국을 돌며 17곳을 방문해 그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커뮤니티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점들을 제안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둘이 함께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은 ‘왜 우리는 커뮤니티 활동을 잘 못할까?’ 하는 고민에서부터였다. 3년 전 지역 도서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비정규직 부당 처우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데 동감했다. 올바른 커뮤니티 운영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외국의 커뮤니티를 직접 보고 오자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이런 계획을 온라인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 올렸고, 400만원을 모았다. 돈이 모이자 사표를 내고 2016년 5월 30일부터 7월 15일까지 45일 일정으로 30여곳을 돌아본 뒤 이 가운데 17곳을 추려 책을 냈다. 저자들은 유럽의 유명 커뮤니티를 돌아보며 그들의 철학과 운영 원칙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예컨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의 ‘프로보쿨’은 꼭대기 층에 공유 공간을 만들고 서재, 응접실, 부엌, 수면실, 회의실, 영화관과 아틀리에, 게스트룸 등을 운영한다. 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은 버려진 영화촬영소를 히피들이 점거하면서 생겨난 곳으로, 예술가들이 함께 빵을 만들고 음료를 만들어 판다. 대안사회의 모델 같은 곳으로, 연간 30만명이 커뮤니티 운영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프로보쿨의 경우 주민들이 정부에 공유 공간을 요청하고, 정부도 그런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공간을 내준 일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배씨는 우파 파브릭에 관해 “공동체와 노동까지 일체화한 과정이 독특했다. 예술작품으로 유명해지고 임대료가 올라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상 깊은 17곳의 커뮤니티를 본 뒤, 두 사람은 올바른 공동체 문화에 관해 생각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 적절한 공간,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함께 협동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키워 주는 교육도 학교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올해의 ‘젊은 건축가 상’, ‘경계없는 작업실’ 등 3팀

    올해의 ‘젊은 건축가 상’, ‘경계없는 작업실’ 등 3팀

    젊고 참신한 건축가를 발굴하는 ‘젊은 건축가 상’ 올해 수상자로 ‘경계없는작업실’(문주호·임지환·조성현), 김이홍 홍익대 건축대학원 교수, 남정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3팀·5명을 선정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밝혔다.서울 논현동의 ‘코너 하우스’를 설계한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는 부동산 개발 논리를 따라가기보다 건물이 지어질 상황과 조건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건물의 본래 개념과 구현의 경계를 집요하게 추구한 점이 돋보였다. 서울 신문로2가 패션브랜드 사옥인 DAN을 설계했다. 서울 서초동의 아파트 ‘옐로우 풋’을 설계한 남 교수는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면과 그 사이 공간에 관한 해결책을 공업화한 단위 개체로 구축해 보여 준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문체부는 “준공된 건축물과 공간 환경의 완성도를 비롯해 건축가로서의 문제 의식·해결 능력·진정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건축가 상은 2008년 제정됐으며 문체부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10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열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일상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책속 이미지] 일상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

    사계절 자연 수업/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양원정 옮김/미래의창/136쪽/1만 6000원‘자연’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장엄한 일몰 또는 거대한 나무가 가득한 숲속과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단지 고개를 들어 해넘이를 바라보고, 동네에 있는 나무의 거친 표면을 만져 보는 일이 자연 관찰인데 말이다. 자연주의자 클레어 워커 레슬리가 우리 주변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책은 그가 40년 넘게 자연을 관찰하고 교감하면서 직접 쓴 글, 직접 찍고 그린 사진과 삽화를 담았다. 사시사철 변하는 주변 강가 모습이라든가, 주변에서 만나는 동물을 그린 삽화가 정겹다. 그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관찰에서 시작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숲속과 바다, 하늘 위 거대한 자연으로 확장해 나간다.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그만의 자연관찰법인 셈이다. 투박한 선, 아름다운 색이 어우러진 삽화를 보다 보면 자연 관찰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장엄한 장관을 꿈꾸는 일도 좋지만 우선 볼품없는 동네 공원, 심지어 바깥이 내다보이는 창문 앞 소파처럼 아주 일상적인 공간에서부터라도 자연 관찰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AG 남북단일팀 추진

    AG 남북단일팀 추진

    남북이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카누, 조정 등의 단일팀 구성을 추진한다.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체육·관광 남북 교류 추진 일정을 설명했다. 도 장관은 “지난번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되고 논의된 것부터 먼저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체육회담에서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한다. 도 장관은 “우리 쪽에선 우선 조정, 카누 두 종목을 얘기했는데, 북측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단일팀 구성 종목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밖에 다음달 부산 세계마술챔피언십과 8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를 초청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북한 관광 재개는 경제협력과 함께 정치·군사적 의제보다 후순위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체육회담 대표단을 확정했다. 통일부는 “우리 측은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김석규 통일부 과장과 이해돈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측은 원길우 체육성 부상을 단장으로 박천종 체육성 국장, 홍시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김정은/고미 요지 지음/배성인 옮김/지식의숲/296쪽/1만 5000원“현명한 조선인민 국군 육해공군 및 전략로켓군 장병 여러분….” 2012년 4월 15일 오전 10시 15분 평양 김일성광장.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검은 인민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그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연설 중 몸을 흔들어댔다. 100㎏에 이르는 체구에 옆으로 바짝 치켜 깎은 머리는 과거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지만, 몇 가닥 내려온 머리카락이 그의 앳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김정일의 뒤를 이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더니, 돌연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다.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가 ‘김정은’(지식의숲)으로 그를 분석했다. 고미 요지는 김정은에게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 김정남과 생전에 인터뷰하고 2012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를 낸 이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김정은을 잘 아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각종 보고서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더했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권력 장악, 그리고 갑작스러운 북한의 최근 변화에 이르기까지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주변과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다뤘다.저자가 보여 주는 권력 승계 과정의 일화는 김정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정일은 “더는 세습에 의한 권력 승계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08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김정일의 후계자 후보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과 김정남이 있었지만, 둘 다 부적합했다고 고미 요지는 설명했다. 김정철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김정남 역시 후계자감은 아니었다. 반면 셋째였던 김정은은 10대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야심이 넘쳤다. 김정일이 가족회의에서 “후계자는 정은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그의 고모인 김경희가 “분별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번은 여동생 김여정이 김정은을 “작은오빠”라고 부르자 화를 내기도 했다. 김여정은 그때부터 김정은을 “큰 대장 동지”라 부르게 됐다. 김정은이 제멋대로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여러 사례로 분석했다. 저자는 이와 관련, “20년 동안 천천히 지도자로서 착실히 바닥을 다져 온 김정일과 달리 몇 년 만에 승계한 점, 생모인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난 귀국자라는 사실을 비롯해 후계자로서 여러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집권 초반 고모부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상(국방장관) 숙청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던 일화로 설명한다. 예컨대 장성택이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일, 현영철이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도 모른 채 “젊은 지도자를 모시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렸다가 김정은의 미움을 샀던 일 등이다.핵무기와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분석도 흥미롭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등장하는 실록소설 ‘야전열차’를 비롯해 북한의 핵연료봉 추출 시기를 다룬 ‘영생’과 같은 소설, 그리고 한국에서 경호를 받는 주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함께 수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핵무기를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관해 저자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펼치는 ‘핵과 미사일 정책’, ‘경제 정책’, ‘대외 관계 정책’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면밀하게 파헤친다. 일본인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 다소 불편하지만, 현재까지 파편으로만 알려졌던 김정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구성한 책으로 꼽을 만하다. 김정은의 행보 덕분에 그에 관한 경계가 잠시 무뎌졌지만, 저자는 여전히 김정은이 불안한 독재자라고 강조한다. “한반도에서 살얼음판 위를 신중히 걷는 듯한 위험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도 새삼 다가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통일 다룬 책 상반기 판매량 작년의 8배…트럼프 ‘거래의 기술’ 베스트셀러 등극

    [6·12 북미 정상회담] 통일 다룬 책 상반기 판매량 작년의 8배…트럼프 ‘거래의 기술’ 베스트셀러 등극

    출간 종수 절반에도 판매 폭발 “올림픽·정상회담 이슈가 견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관련 도서들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북한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 3년간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관련 도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12일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팔린 북한·통일 관련 도서는 모두 2만 9950권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배나 증가한 수치다. 출간 종수는 46권으로 지난해(88권)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판매량은 지난 3년간 전체 판매량에 맞먹는다. 손민규 예스24 사회·정치 MD(담당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에 이어 두 차례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이 관련 도서 판매량을 대폭 견인했다”고 분석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 관련 도서의 약진이 눈에 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이 화제가 되면서다. ‘거래의 기술’(살림)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한국경제신문사), ‘트럼프 시대 트럼프를 말하다’(서교출판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책이 인기다. 예스24에 따르면 이 책들은 지난달 대비 무려 6.4배나 더 팔렸다. 특히 그의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은 예스24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영풍문고 집계 결과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5배나 급증했다. 미국 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던 바로 그 책이다. 트럼프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삶을 꾸려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북한 관련 책 가운데에는 지난달 발간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기파랑)가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책은 3주 연속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평화학자이자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의 방북을 중재했던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선을 넘어 생각한다’(부키)도 주목받는 책이다.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가 ‘김정은과 트럼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하고, 박 명예교수가 답을 제시했다. 영풍문고에 따르면 책은 지난달 대비 판매량을 2배 이상 넘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이 밖에 탈북자 주승현씨의 자전적 에세이 ‘조난자들’(생각의힘)과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의 ‘70년의 대화’(창비) 등의 신간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쓴 ‘통일을 보는 눈’, 개성공단에서 근무한 남측 주재원들의 이야기를 엮은 ‘개성공단 사람들’ 등의 옛 책들도 다시 판매 순위권에 올랐다. 도서관에서도 북한·통일 관련 책의 대출이 증가 추세다. 도서관 대출 정보 플랫폼인 ‘도서관 정보나루’가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3627만여건의 대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100년’, ‘노무현 김정일 246분’, ‘서해전쟁’, ‘개성공단 사람들’, ‘북한 현대사’가 상위권에 올랐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지금까지 북한 관련 도서가 워낙 적어 일부 눈에 띄는 책과 과거 출간된 책들까지 독자들이 찾아보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앞으로 관련 도서 판매량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관광 품질인증마크…여긴 안심하고 즐기세요

    한국관광 품질인증마크…여긴 안심하고 즐기세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기관이 남발하는 관광 인증제도를 일원화한다. 관광 시설과 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평가하고 우수 업체에는 정부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 차원의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를 오는 14일부터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새로 도입하는 인증제는 한국관광공사가 일정 기준에 따라 업장을 대상으로 서류평가, 현장평가 등을 거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식으로 시행된다. 관광객 편의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확보했는지, 응대를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했는지, 업장 안전관리 방안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등을 따진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다. 인증받은 업장에는 소방안전 진단·교육을 비롯해 위생관리, 홍보·판촉 채널 확대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우선 숙박업과 관광면세업(사후면세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이어 야영장업이나 관광식당업 등으로 인증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품질인증을 받으려는 사업자는 ‘한국관광 품질인증 홈페이지’(koreaquality.or.kr)에 신청하면 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관광 인증제는 지난해 2월 기준 84개로, 인증을 받은 전체 업장은 숙박시설 2400여개, 음식점은 2만 1000여개, 쇼핑점·기타 3800개 등에 이른다. 너도나도 인증을 남발하면서 관광객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고 체계적인 업장의 홍보, 육성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정착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난립하는 각종 인증제도를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로 일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헤라클레스가 오른손에 쥔 것은

    [그 책속 이미지] 헤라클레스가 오른손에 쥔 것은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고정희 지음/한숲/600쪽/2만 8000원왼쪽 어깨를 바위에 기댄 헤라클레스가 오래된 성을 바라보고 있다. 등 뒤로 감춘 오른손에는 황금 사과를 쥐고 있다. 여신 헤라의 광기 탓에 자신의 세 아들과 아내를 괴물로 착각해 모두 죽이고만 헤라클레스는 신탁을 받아 12개의 과제를 수행했는데, 황금사과는 11번째 과제로 얻어낸 것이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빚은 동상이 바로 1546년 로마 카라칼라 욕장 유적지에서 발견된 헤라클레스 조각이다. 기원전 320년쯤 리시포스라는 조각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이탈리아 파르네세 가문 수집품이라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로 불린다. 동상 속 황금사과는 신의 정원에 있던 금단의 열매를 인간이 취했다는 상징으로 통한다. 16~17세기 왕, 귀족, 추기경이 너도나도 파르네세 헤라클레스 상을 복사해 정원에 세운 이유다. 사진 속 동상도 복사본으로, 인간의 탐욕을 보여 주는 프랑스 보르비콩트 정원과 잘 어울린다. 책은 유구한 동서양 조경의 역사를 100장면에 압축했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는 물론 현대 조경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원을 찾아 역사 속을 지그재그로 탐험한 저자가 시대마다 새로운 정원을 일궈낸 배후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원과 공원, 건축과 도시, 미술과 문학, 생태와 미학, 자연과 신화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남자의 위험성,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자의 위험성,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늘한 신호/개빈 드 베커 지음/하현길 옮김/청림출판/456쪽/1만 8000원“브라이언은 친구 파티에서 처음 만났어요. 거기 있던 사람한테 내 전화번호를 물어봤나 봐요. 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메시지를 3개나 남겼더라고요. 싫다 했는데도 너무 끈질기게 졸라서 데이트했어요. 일단 만나고 나니까 정말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항상 아는 것 같았죠.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했어요. 그게 좀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쾌했어요.”캐서린은 파티에서 브라이언을 처음 만나 데이트까지 했다. 그가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친절했기에 차마 그를 떼어내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위험 신호는 꽤 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을 조사해 전화번호를 허락 없이 알아낸 일, 메시지를 3개나 남기는 일 등이다. 특히 캐서린은 자신이 스스로 보낸 중요한 신호인 ‘불쾌감’을 그냥 넘겼다. 캐서린은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브라이언의 친절은 점점 과해졌고, 캐서린이 이를 거부하자 그는 급기야 목숨까지 위협하는 스토커로 돌변했다. ‘서늘한 신호’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협박, 폭력, 강간, 살인과 같은 각종 범죄를 다룬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어떤 신호가 있으며, 누구나 이를 알아차릴 직관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명확한 이론이나 과학적인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맡았던 사건이나 상담 사례를 분석했다. 학대받는 여성이 ‘다시 돌아가면 남편이 잘 대해 주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해 다시 돌아갔다가 살해당한 사례, 우연히 사업 제안을 받고 나서 단호히 거절하지 못해 협박을 받게 된 사례, 우편물 폭탄으로 의심되지만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가 참혹한 결말을 맞은 사례 등 생생한 사례들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에게 범죄의 신호를 잘 살피고, 직관에 좀더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브라이언처럼 스토커가 될 수 있는 남자들은 “아니요”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여자를 먹잇감으로 고른다. 지나칠 정도로 자상함을 보이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베푸는 식으로 여성에게 ‘감정의 빚’을 만들어 거절하지 못하게 한 뒤, 고리대금업자처럼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의 뜻과 상관없이 동거나 결혼 등을 요구하고, 여성이 두려움을 느껴 이를 거절했을 때에는 정신없이 몰아치고 잔혹한 범죄까지 저지른다. 이들에게 대처하는 실제 방안은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캐서린은 브라이언이 33번째 걸었던 전화까지 참다 결국 받은 뒤 말싸움을 했는데, 이는 사건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전화를 피하려고 전화번호를 바꾸기보다 우선 새 전화번호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려주고, 브라이언이 지칠 때까지 이전 번호로 전화하게 하는 게 더 유용하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저자는 어머니가 자신의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동생이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등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자신의 경험을 남들이 겪지 않도록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폭력 예측 및 관리에 관한 미국 최고 전문가가 됐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팀의 초청인사를 경호하는 ‘특별서비스조직’ 책임자로 임명된 이후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며 한국 대통령, 영국 총리, 스페인 왕 등의 공식적인 방문 경호를 담당했다. 미 법무부 대통령자문위원, 유명 인사들의 스토커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수석자문관 등으로 일했다. 책은 2003년 출간한 ‘범죄신호’(황금가지)에서 삭제된 부분을 다시 보강하고 오역을 정리해 최근 새로이 출간했다. 출판사 측은 “책이 절판되고 나서도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아 책을 다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총기 사용이 합법인 데다 정서적으로 우리와 다른 점이 많아 우리 상황에 꼭 들어맞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15년이나 된 책을 좀더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골치 아프지만 즐거운 일… 전 오늘도 책을 고릅니다

    새 책이 매일 옵니다. 봉투를 뜯고 문화부장 뒷자리 창가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매주 다르긴 하나, 일주일에 대략 100권 안팎입니다. 서울신문 문화부는 토요일자로 2개 지면에 걸쳐 ‘주말엔 책’을 운영합니다. 기사로 쓸 책은 화요일 오후에 고릅니다. 한 주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책 2권을 골라 ‘머리기사’(톱)로 정합니다. 2~3권을 골라 다른 기자들에게 서평을 맡깁니다. 남은 책들 가운데 독자가 눈여겨봐야 할 책은 ‘책꽂이’라는 꼭지로 소개합니다. 빼어난 사진이 담긴 책은 ‘그 책 속 이미지’로 정합니다. 이 일을 맡은 저는 ‘책 골라 주는 남자’, 줄여서 ‘책골남’입니다. 100권의 책 가운데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책골남이란 말을 달리 풀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네요. ‘책 때문에 골치 아픈 남자.’ 주변에서 ‘책은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책골남이 세운 기준이 몇 개 있긴 합니다. 우선 소재입니다. 무엇을 쓴 책이냐를 우선 봅니다. 최근 책 가운데 지난달 26일자 책 지면 머리기사였던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문학동네)가 좋았습니다. 천재보다 천재가 활동한 도시에 주목한 점에 끌렸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작가입니다. 이번 달 2일자 책면 머리기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열린책들)였습니다. 너무 유명한 저자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출판사입니다. 책을 골라 놓고 출판사 상호를 보면 ‘아, 또 여기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일주일에 쏟아지는 책을 모두 읽어보고 고를 순 없습니다. 그래서 기준에 맞춰 우선 골라 놓은 뒤에야 읽습니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있습니다. 재밌겠다 생각하고 고른 책이 정말 재밌을 확률은 대략 70%쯤 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70점짜리 책골남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고릅니다.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고, 100점짜리 책골남이 되려고 오늘도 창가에서 책을 뽑아 듭니다. 골치 아프지만 즐겁습니다. gjkim@seoul.co.kr
  • 최정윤 “美 유학시절 대인기피증 악몽… 날 일으킨 건 스탠드업 코미디”

    최정윤 “美 유학시절 대인기피증 악몽… 날 일으킨 건 스탠드업 코미디”

    동양여성의 美코미디 도전과정 담아 내일 국내 첫 전용극장서 ‘실력’ 발휘 “아주 어려웠던 시기에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거릿 조의 공연 영상을 봤습니다. 동양 여자가 성적인 농담을 툭툭 던지고 사회문제를 비롯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멋있었죠. ‘나도 저렇게 청중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밑바닥에서 올라왔습니다.”신간 ‘스탠드업 나우 뉴욕’(왓어북)의 저자 최정윤씨는 6일 인터뷰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최씨는 대전외고 2학년 때인 2002년 워싱턴주 스포캔시의 ‘유니버시티 하이스쿨’에 교환학생으로 전학했다. 전교생 1600여명 가운데 최씨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성대모사, 기괴한 춤과 노래로 친구들을 웃기는 게 공부보다 더 좋았던 쾌활한 여고생은 ‘조용한 동양인 모범생’으로 변해 갔다. 워싱턴주립대에 입학한 뒤로는 대인 공포증까지 생겼다. 어린 시절 겪었던 성추행과 같은 악몽이 되살아났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에는 사람들에게 책을 건넬 때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 그렇게 암울한 시기에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빛’을 만난 것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 혼자 무대에 서서 마이크 하나만으로 청중을 웃기는 형태의 코미디를 가리킨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분야는 물론 자신의 이야기,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에 대한 공격 등 소재에 딱히 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다. 본토인 미국에서는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코미디언 에이미 슈만이 400억원, 데이비드 샤펠이 503억원, 제리 사인펠드는 무려 727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을 설정하고 코미디언이 일정한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콩트 형식 코미디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방송인 유병재씨를 시작으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조금씩 확산하는 추세다. 최씨는 책에 스탠드업 코미디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 담았다. 아울러 그가 올해 3월 뉴욕의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인 ‘코미디 셀러’에서 7주 동안 어떤 수업을 받고 어떻게 코미디를 짰는지를 비롯해 아마추어 코미디언 무대를 가리키는 ‘오픈 마이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도 생생히 그렸다. 최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번역작가, 외신 기자 등을 하고 동료들과 사업도 2년 동안 해 봤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며 뉴욕을 다녀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코미디를 개발하는 방법을 배웠다. 강사였던 스탠드업 코미디언 베로니카 모지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철저히 관객의 반응으로 평가받는 엔터테인먼트”라면서 그에게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 우선 자기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이 밖에 책에는 그가 미국에서 직접 만난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콜린 퀸, 주디 골드, 데이비드 아텔 등과의 인터뷰도 실렸다. 뉴욕과 LA 추천 코미디 클럽, 넷플릭스 추천 코미디쇼 등 ‘깨알 정보’도 부록으로 담았다. 최씨는 8일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여는 국내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 전용극장 ‘코미디 헤이븐’에 준프로 자격으로 설 예정이다. 뉴욕과 한국에서 무대에 몇 번 서긴 했지만, 사실상 이번이 ‘데뷔 무대’나 다름없다. “어차피 인생은 희극과 비극이 공존합니다. 우울하고 힘들었던 과거가 오히려 스탠디업 코미디에서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초반 몇 년은 호되게 깨지겠지만, 5년 뒤엔 제 이름을 딴 쇼를 공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민 직접 참여 없이 통일은 어렵다”

    “시민 직접 참여 없이 통일은 어렵다”

    “남북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당신의 분단체제론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분단체제가 다시 굳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답했다. 판문점 선언을 비롯해 최근 정황을 돌아보니, 내 의견이 맞았던 것 같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창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너스레로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그가 주장했던 통일 담론인 ‘분단체제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그는 반민주적인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남북 어느 쪽에서도 온전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에 따라 분단체제가 허물어질 것이라 진단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 보수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신간을 통해 분단체제론에 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재확인했다. 책은 창비 출판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고자 마련한 ‘창비담론아카데미’에서 7차례에 걸쳐 진행한 ‘분단체제론과 변혁적 중도주의’의 토론 내용을 담았다. 교사, 문인, 연구자, 시민운동가, 출판사 편집자 등 30명이 백 명예교수의 글과 저서를 읽은 뒤 첫째, 셋째, 다섯째 주에 모여 토론했다. 둘째, 넷째, 여섯째 주에는 백 명예교수가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토론했다. 이어 마지막 일곱째 주에 종합토론을 진행해 완성했다. 당시는 남북 관계가 상당히 악화됐을 무렵이었다. 이 탓에 책엔 남북 관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내용이 다수 실렸다. 백 교수는 그럼에도 촛불시민혁명을 내세워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통일 방안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시했다. 중도주의는 ‘중도가 아닌 것들을 하나씩 깨나가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는 “분단체제에 무관심하거나 전쟁에만 의존하는 통일 방식, 남한이나 북한만의 변혁을 요구하는 방식, 또 평화주의 생태주의가 결여된 방식 등을 깨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야합이 깨지면서 전쟁이 발발한 예멘이나 국민당 정부와 중국 정부가 통일을 주도하다 관계가 틀어져 버린 대만의 사례를 돌아보라. 시민들이 참여하지만 통일은 어렵다. 시민들이 촛불혁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이어질 남북 교류와 협력, 재통합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정부를 채찍질하거나 필요하면 직접 참여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동아시아나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도 꾀해야 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여가친화도시 30곳 만든다

    정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일과 여가가 균형 잡힌 환경을 조성하는 ‘여가친화도시’ 30곳을 선정해 지원한다. 노인과 장애인을 공연장까지 실어 주고 공연 이후 집으로 다시 데려다주는 ‘여가동행 서비스’도 시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5일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시행한다. ▲여가 참여기반 구축 ▲여가 접근성 개선 ▲여가 생태계 확대를 축으로 8개 추진 전략과 32개 중점과제로 구성했다. 기본계획에 따라 사원들이 일하면서 여가를 조화롭게 누릴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을 지정·지원하는 ‘여가친화인증기업’은 2022년까지 모두 500개로 늘어난다. 문체부는 이들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관련, 범정부적으로 기업에 초과근무 저축연가제·휴식성과제 도입, 대체공휴일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독려키로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영화 리뷰] ‘엔테베 작전’

    [영화 리뷰] ‘엔테베 작전’

    1976년 6월 27일 이스라엘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AF139 편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당한다. 테러범들은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500만 달러와 이스라엘에 투옥된 테러범 53명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둘 중 하나다. 타협하느냐, 아니면 제압하느냐. 7일 개봉하는 ‘엔테베 작전’은 1976년 6월 27일부터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구출을 완료한 7월 3일까지 실제로 벌어졌던 7일간의 구출작전을 다룬다. 이스라엘 정부는 격론 끝에 최정예 대테러부대 ‘사이렛 매트칼’ 출동을 지시한다. 작전 결과, 테러범 7명과 우간다군 45명이 죽었다. 승객은 단 4명만 사망했다. 위험도에 비해 굉장히 성공적인 내용이었다. 엔테베 작전을 가리켜 ‘가장 성공한 20세기 최대의 인질 구출작전’으로 부르는 이유다. 영화 줄거리만 놓고 보면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을 미화하는 오락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실제 구출 작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감독 호세 파딜라는 구출 작전보다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엔테베 작전을 소재로 했던 과거 영화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영화는 납치범과 이스라엘 총리·국방부 장관, 특수부대 요원, 승무원과 승객을 두루 조명한다. 독일의 여성 테러범 ‘브리짓 쿨만’은 혁명가라고 자칭하며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여객기 납치에 가담했다. 그러나 점차 테러리스트로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나를 찾아줘’와 ‘오만과 편견’ 등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로자먼드 파이크가 맡았다. 다른 독일인 테러범 ‘윌프리드 보제’를 맡은 다니엘 브륄 역시 무차별 살상을 거부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테러리스트로 영화에 무게를 더했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시몬 페레스 국방부 장관의 대립 역시 볼만하다. 작전 최종 승인까지 둘의 대립 관계가 영화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아울러 승객의 안전을 위해 테러리스트와 맞서는 자크 부기장, 테러리스트를 돕는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등 개성 있는 등장인물 덕분에 영화는 지루함을 벗었다. 특히 영화 하이라이트인 특수부대의 구출 장면은 감독의 연출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할리우드식 액션 장면 대신 과감한 연출을 택했다. 긴장감을 유지하던 영화가 단 몇 분만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터뜨리는 느낌이다. 영화의 핵심 장면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지만, 근래 보기 드문 ‘미장센’이라 할 수 있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N포세대’ 20대의 역설 삶 만족도는 가장 높았다

    ‘N포세대’ 20대의 역설 삶 만족도는 가장 높았다

    20대 취업난에 고통받지만 학력 높아 삶 희망적으로 봐 국민 삶 만족도 10점에 6.4점국민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평균 6.4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만족도가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실업난에 빠져 희망이 없고 취미와 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N포세대’의 만족도가 의외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 삶 만족도 가장 낮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를 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전국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가족관계 ▲건강·의료 ▲자녀양육·교육 ▲주거환경 ▲일자리·소득 ▲사회보장·복지 ▲자연환경·재난안전 ▲문화·여가 등 8개 항목에 대해 설문했다. 조사 결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적인 만족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19~29세가 6.8점으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6.6점, 40대가 6.4점, 50대가 6.3점, 60대 이상 5.9점 순이었다. 가구소득별로는 월 100만원 미만 소득층이 5.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300만~399만원 6.3점, 600만~699만원 7.2점으로 가구소득이 클수록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분야별로 만족도가 높은 부문은 가족관계, 건강·의료, 자녀양육·교육, 주거환경이었다. 반면 일자리·소득, 사회보장·복지, 자연환경·재난안전 부문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화·여가생활 부문이 최하위였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전문위원은 “2030세대가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지만, 그 부담을 가구에 의존하는 경향이 사실상 크다”면서 “이들 세대의 학력이나 교육 수준이 이전 세대에 비해 높아 앞으로의 삶을 희망적으로 보는 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가족관계와 건강·의료 등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은 60대 이상이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소득 높을수록 만족도 높아져 응답자들은 정부가 일자리·소득(36.3%), 사회보장·복지(30.4%), 건강·의료(10.4%)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자리·소득은 19~29세(42.4%), 사회보장·복지는 30대(34.6%), 건강·의료는 60대 이상(19.1%)에게서 특히 힘써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이번 설문은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에 관한 만족도를 조사한 첫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최우선 국정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전성오 문체부 국민소통실 여론과장은 “매년 같은 조사를 통해 정부가 부문별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참고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웅크렸던 고슴도치 해피 트윗

    [그 책속 이미지] 웅크렸던 고슴도치 해피 트윗

    고슴도치 한 마리가 계단 끝에 서 있다. 정상은 아득하다. 오를 수 있을까. 분홍색 가냘픈 다리로는 어림없을 것 같다. 그래도 안간힘을 내본다. 고슴도치 이름은 ‘노엘’. 개나 고양이가 아닌,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무작정 찾아간 동네 애완동물 가게에서 녀석을 만났다. 저자는 가시를 온몸에 두른 채 잔뜩 움츠린 노엘을 키우며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도 우울증에 걸려 꽤 긴 시간 방황했다. 단점을 부끄럽게 여겼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미워할 것이라는 못난 생각에 세상과 마주하길 주저했다. 저자는 그런 노엘을 데리고 바깥으로 향한다. 멋진 하늘, 시원한 바람이 노엘을 반긴다. 친절한 강아지도 만난다. 노엘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에도 활력이 생겼다.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 노엘의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고슴도치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글도 남겼다. 지금은 21만여명의 일본인이 트위터에서 노엘을 만난다. 책에는 74장의 사진을 담았다. 저자는 노엘의 입을 빌려 말한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고. 그러니 힘내라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문고전 2만3000여종 첫 집계… 번역·DB화로 숨은 작품 찾는다

    한문고전 2만3000여종 첫 집계… 번역·DB화로 숨은 작품 찾는다

    우리 조상들이 한문으로 남긴 문헌이 모두 2만 3000여종, 5만 9000여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문 고전의 전체 규모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중요 자료의 번역, 해제, 자료화(DB)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련 연구도 전기를 맞게 됐다.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고전번역원) 신승운 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00여곳에 이르는 정부 기관과 도서관, 외국 소장처 등이 보유한 한문 고전의 낱자료 정보 43만여건을 우선 정리한 결과 모두 2만 3000여종으로 집계됐다”면서 “중요 문헌을 올해 말까지 추린 뒤 번역하거나 자료화하는 ‘한국고전총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라 말부터 조선까지 현존하는 한문 고전은 전체 문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창제 이후에도 대부분 한문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한문 고전은 글의 주제에 따라 경부(經部), 사부(史部), 자부(子部), 집부(集部)로 나뉜다. ‘경부’는 유가의 경전을 뜻하는 경학과 관련한 글, ‘사부’는 역사, ‘집부’는 문학 작품을 일컫는다. ‘자부’는 유가 이외의 제자백가 사상 연구나 법학, 기술, 과학 등 나머지를 총칭한다. 번역은 주로 집부에 집중됐다. 앞서 고전번역원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는 1909년 이전 개인이 쓴 문집을 가리키는 ‘별집’ 5000여종을 조사하고, 이 가운데 중요 문집 1259종을 선별해 1986년부터 2012년까지 500권의 단행본으로 편찬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같은 국가 기록 문헌을 비롯해 ‘한국경학자료집성’, ‘법제자료총서’, ‘한국과학기술사자료대계’와 같은 자료 정리 사업도 있었다. 고전번역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에서도 소장 자료를 일부 정리했다. 그러나 일부 고전만 번역됐을 뿐 그동안 한문 고전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전체 규모는 알 수 없었다. 양이 워낙 많은 데다 각종 정부 기관과 도서관, 외국, 개인 등에게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황의 퇴계집은 18세기 판본과 19세기 판본이 있으며 내용이 다른 데도 소장 기관마다 개별 종으로 치는 등 주먹구구로 관리하기도 했다. 고전번역원은 ‘한국고전총간 편찬사업’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한문 고전 전체 목록을 만들고 2000~3000종을 확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번역, 해제 작업 등을 벌인다. 김재훈 고전번역원 원전정리실장은 “소장 기관별로 정리 사업을 하다 보니 작업이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사례가 다소 있었다”면서 “차후 상세한 조사를 거치면 2만 3000여종의 규모가 다소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한국문집총간 작업을 비춰 볼 때 정리 작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 원장은 “전체 번역 작업은 적어도 30년 이상이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고전이 새로이 주목받는 등 연구도 활력을 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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