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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봉준호라는 거대한 산 있어 편하게 연기해”…기생충 주연 송강호

    [인터뷰]“봉준호라는 거대한 산 있어 편하게 연기해”…기생충 주연 송강호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기택을 맡은 송강호 배우는 “영화제에서 기생충을 호명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벅찬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 관해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있어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칸 영화제에 얽힌 비화와 봉 감독과의 우정 등을 29일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다음은 송강호와의 일문일답. -개봉 앞두고 기쁘기도 하고 부담도 될텐데 → 어제 영화를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조마조마 하더라. 칸보다 중요한 자리여서 긴장을 많이 했다.(웃음) 저녁에 가족 시사를 했는데, 반응 너무 좋아 한 시름 놓았다. 내일 개봉하지만, 다소 안도하고 있다. -칸에서 무슨 상이건 받을 거라 알고 있었나 →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과 뒤풀이 자리 다녀왔는데, 이후 귓속말로 알려주시더라. 끝까지 감추려 했는데, 당시 칸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 한 게 기사 검색으로 다 나왔다. 그래서 ‘아, 이 분이 술이 덜 깼나’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봉 감독이 워낙 기뻐 그랬을 거다. -23일 배우들이 다 오기로 했는데 일정을 바꿨는데 → 원래 25일 시상식 당일 아침에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을 보니 수상 결과를 10시간 뒤 한국에 도착한 뒤에나 알게 될 판이었다. 그래도 주연배우인데, 가장 늦게 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제가 요새 일정이 좀 없다(웃음). 일부러 하루 일찍 올 필요 있나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 늦췄다. -그래서 이를 두고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왔다 → 밀양 때도 박쥐 때도 폐막식까지 모두 참가했다. 그 때도 박찬욱, 이창동 감독과 끝까지 있었다. 이번에 자칫 봉 감독만 혼자 있게 되겠더라. 봉 감독 혼자서 얼마나 외롭겠나.(웃음) 그런 순수한 마음이었지, 황금종려상 받는다는 언질을 받았다든가, 아니면 ‘촉을 느꼈다’ 이런 거 없었다. 알다시피 칸은 시상식 끝날 때까지 수상작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칸 수상요정’ 전통이 맞아들어간 거 같다 → 수상요정? 천만요정은 들어봤어도.(웃음) 제작 보고회 때 농반 진반으로 그런 전통 이어지면 좋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전통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제대도 터졌다.(웃음)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다. -시상식 때 봉 감독을 너무 세게 껴안던데 → 너무 벅찼다. 마지막 순서 오니까 우리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우리 영화 이름을 호명하더라.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거다. 인지하고 있더라도 음성을 듣는 순간의 감동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시상식 때 봉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세워 줬는데 → 너무 고맙더라. 저도 봉 감독에 관한 고마움과 이런 표현을 하고 싶은데 평소에는 어렵잖나. 그래서 그 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다. 이후 트로피 주는 퍼포먼스도 사실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놀랍고 고마웠다. -봉 감독과의 인연이 ‘모텔 선인장’ 이후 20년째다 → 봉 감독은 당시 연출부였다. 그 때 봉준호, 장준하 두 감독 모두 까까머리 시절이었다.(웃음) 내가 그 때 오디션을 보러 가서 처음 만나고 떨어진 뒤 다시 만났다고 알려졌는데, 잘못 알려진 거다. 나는 그 때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연출부에서 ‘초록물고기’를 보고, ‘저 분은 누구신가’ 싶어 전화 했다 하더라. 그래서 볼 일 보며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두 분이 ‘모텔 선인장’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우리가 준비 중인 영화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는 그 때 한참 ‘넘버 쓰리’ 촬영 중이었다. 며칠 후에 삐삐로 연락이 왔다. 공중전화에서 봉 감독이 녹음한 메시지를 들었다. 봉 감독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웃음) ‘지금은 연이 안 되지만, 당신과는 언제간 좋은 기회 만나 영화 찍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태도를 보고 ‘이 분은 뭐가 돼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내려놨던 기억이 난다. -봉 감독만의 연출법이랄까 그런 게 있는지 → ‘봉테일’은 현상이고, 그의 본질은 세상에 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은 기능적이고 단편적인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누구도 갖지 못한 통찰, 그리고 우리 살아가는 세상에 관한 비전이 그의 핵심 가치다. 거장 감독이 우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이번 영화에서는 봉 감독의 어떤 시선이 숨어 있나 → 계급의 문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인간에 대한 존엄이 핵심 아닐까 싶다. 영화에 나오는 ‘냄새’라든가, ‘선’ 이런 거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관념 속에 선이 있다 생각하고 냄새가 난다 생각한다. 이게 바로 선입견과 벽이 아닐까. 물질이란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진 자 못 가진 자의 개념은 사실 부질없다. 그런 현상 이면에 가장 중요한 것, 인간에 대한 존엄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계급이나 계층을 만드는 건 아닐까에 관한 이야기다. -봉 감독이 ‘동지’라 부르는데, 감독 중에 본인과 가장 잘 맞다고 보나 → 봉 감독이 저하고 가장 잘 맞는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힘들다. 다만 지난 역사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생각한다. 봉 감독과 저의 20년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봉감독의 기술적이고 테크닉적인 면 존중하지만, 예술가로서 가진 통찰력과 태도를 더 존경한다. 저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리지만, 우러러 보게 만들고 존중하게 만드는 감독이다. -봉 감독과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재밌던데(그는 봉 감독을 ‘뽕뽀로봉봉’이라 부른다) → 설국열차할 때 방송국 촬영인지도 모르고 했던 게 알려졌다. 사실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봉 감독이 평소에는 정말 유머스럽다. 처음 보는 배우는 ‘봉준호’ 하면 현장에서 배우들 혼내고 디테일 때문에 수십 번이나 테이크를 가고, 천재 감독 특유의 광기 이런 거 연상한다. 그런데 아예 정반대라서 처음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 촬영장에서 배우들 배꼽 잡게 하고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배려 많이 하는 감독이다. -무능한 가장의 모습이 영화에 나온다 → 영화의 심리적인 클라이맥스에 어떤 장면이 나온다.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칸에서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였냐면, ‘기생충’이 한국사회의 직설적인 묘사, 표현을 한 거냐 묻더라. 그래서 ‘너희 나라도 그렇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다들 그렇다 하더라.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이 빈부격차 속에서 살아가가는 모습을 포착한다. 단순히 사회 체제, 사회 시스템에 관한 고발이 아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이야기다. -이번에는 좀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 봉 감독에게 ‘이제 살 거 같다’고 했다.(웃음) 아무렇게 연기해도 봉 감독이 다 받아주고 조율해줄 거 같고 그랬다. 이번 영화에서는 10명의 배우들이 다 소외된 캐릭터 없이 자기 몫 다 있더라. 작업 하는 게 편하고, 앙상블도 재미 있었다. 시대적인 주제를 다루는 무게감, 진중함이 주연 배우로서 압박이었는데, 거대한 산이 그림자를 드리워주니 좋았다. -아내 역의 장혜진 배우는 어땠나 → 영화 ‘밀양’ 때 차 타고 면회갈 때 동네 아줌마로 나왔는데, 그 때 사실 잘 몰랐다. 이번에 봉 감독이 캐스팅 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추천해서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잘 하더라. 기본기가 아주 훌륭한 배우였다. 독립영화도 많이 찍었고. 좋은 배우 뒤늦게 발견한 생각마저 들었다. 관객들도 이번 영화로 장혜진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터다. -기택의 가족이 반지하에 살면서 벌이는 일들의 의미는 → 기택 가족이 벌이는 일들이 물리고 물리면서 사건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게 이 영화의 묘미다. 정확하게 선을 갈라 선과 악의 충돌을 표현하는 게 아니고,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니고 같이 살아가지만 왠지 다른 모습으로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그래서 ‘희비극’이라 하는 거 같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우리네 삶이랄까. -‘최근 영화사 20년을 압축하면 송강호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 과찬이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저 스스로 한국영화의 대표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려 애쓴다. 대신 제가 후배들이 많이 쳐다볼 수밖에 없는 포지션에 있긴 하다. 후배들, 주변 팬들이 송강호가 작품을 선택했을 때는 상업적으로 중요하지만, 예술가로서 고민하고 각성하는 배우구나, 하는 느낌을 앞으로도 주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점조합연합회장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

    서점조합연합회장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

    이종복 한길서적 대표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서련) 40대 회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3년이다. 한서련은 최근 서울 구로구 한서련 회의실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 대표를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신임 회장은 서점을 25년 동안 경영했으며, 한서련 유통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신임 회장은 “한서련을 재건하고, 후배들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서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서련은 전국 서점인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된 사단법인이다. 도깨비책방, 지역서점 포털사이트 서점ON,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단말기 지원 사업, 청소년 북토큰, 서점의 날 운영, 서점학교, 심야책방 등 독서문화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칸이 환호할 만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음과 풍자

    칸이 환호할 만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음과 풍자

    부잣집에 기생하는 가난한 가족 이야기 봉 감독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 단위 가구를 중심으로 한 일상과 밀접한 영화” 송강호 “다양한 장르 혼합 변주한 느낌”매끄러운 이야기는 예측 불허로 이어지고, 피식 터지는 웃음 속에서는 날카로운 풍자가 빛났다. 30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먼저 선보인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기생충’은 그야말로 ‘칸’이 환호할 만했다. 영화는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 가족은 먹고살 길이 막막하지만 화목한 집안이다. 장남 기우(최우식 분)의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해 준 박 사장네 딸 다혜의 고액 과외를 기회로 기택 가족이 온 가족 취업을 목표로 삼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봉 감독은 28일 언론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작품을 ‘가족 희비극’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강에 괴물이 있었고, 기차가 눈 속을 달렸듯 이 영화의 출발점은 기구하고 기묘한 인연으로 뒤섞인 가난한 4인 가족과 부자 4인 가족이었다”면서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구(家口)를 중심으로 일상과 현실에 밀접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영화는 가난한 가족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예컨대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막막한 가족의 삶, 과외 교사 면접을 보러 가려 신분을 위조하는 모습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되레 웃음을 유발한다. 그렇다고 마냥 웃고 있을 수는 없다. 기택의 가족을 ‘기생충´이라 이름 붙였지만, 사실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이웃, 친구, 동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계급 갈등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전작인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게 한다. 설국열차가 꼬리 칸에서 앞칸까지 싸우면서 나아가는 형식을 취했다면, 이번 영화는 지상의 박 사장 가족, 반지하의 기택 가족, 그리고 박 사장네 지하 비밀 방으로 나눈 수직적인 구조로 설정했다. 이번에는 투쟁 대신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 기생하는 식으로 설정해 어깨에 힘을 빼고 현실감을 더했다. 기택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은 장르 영화의 틀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변주한 느낌”이라며 “어떻게 하면 리얼리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박 사장의 딸이 기우를 좋아하면서 가족은 잠시 헛된 꿈을 꾸기도 하지만, 절정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고 수직으로 하강한다. 벌레처럼 아무리 발버둥쳐도 기생하는 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계층을 바꾸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봉 감독은 두 가족을 통해 현대 사회의 수직적인 질서를 조명한 것에 대해 “양극화라는 경제사회적인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가 늘 마주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이 영화가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나 인간의 존엄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까지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되느냐 혹은 공생·상생이 되느냐 갈라진다고 생각한다”고 영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리뷰]칸이 환호한 ‘기생충’…웃긴데 웃을 수 없다

    [리뷰]칸이 환호한 ‘기생충’…웃긴데 웃을 수 없다

    매끄럽던 이야기는 예측 불허로 이어지고, 피식 터지는 웃음 속에서 날카로운 풍자가 빛난다. 30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먼저 선보인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기생충’은 그야말로 ‘칸’이 환호할 만했다. 영화는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글로벌 IT 기업 CEO인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 가족은 먹고살 길이 막막하지만 화목한 집안이다. 장남 기우(최우식 분)의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해 준 박 사장네 딸 다혜의 고액 과외를 기회로 고정 수입의 희망이 싹튼다. 그러나 기택 가족이 이를 기회로 삼아 온 가족 취업을 목표로 삼으면서 박 사장네에서 일하는 이들을 쫓아낼 궁리를 세우고,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영화는 가난한 가족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예컨대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막막한 가족의 삶, 과외 교사 면접을 보러 가려 신분을 위조하는 모습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되려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마냥 웃고 있을 수는 없다. 기택의 가족을 ‘기생충’이라 이름 붙였지만, 사실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이웃, 친구, 동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반대로 박 사장 가족의 부유한 삶 속에서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허술함은 쓴웃음을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치 못한 사건들은 호러 영화처럼 순식간에 웃음을 거둬간다. 파국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따라갈수록 숨이 벅차다. 영국 BBC가 “기생충을 보며 웃고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손톱을 물어뜯게 될 것”이라 평한 이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계급 갈등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전작인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난한 가족의 현실적인 삶을 웃기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설국열차가 꼬리 칸과 중간 칸, 그리고 앞 칸을 구분했다면, 기생충은 지상의 박 사장 가족, 반지하의 기택 가족, 그리고 박 사장네 지하 비밀 방으로 나눈 수직적인 구조를 설정했다.설국열차가 꼬리 칸 사람들이 앞쪽으로 싸우며 나아가는 식으로 전개하지만, 이번에는 기택네 가정이 박 사장네 집에 기생하는 식으로 설정해 어깨에 힘을 빼는 대신 현실감을 더했다. 박 사장의 딸이 기우를 좋아하면서 가족은 잠시 헛된 꿈을 꾸기도 하지만, 절정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고 수직으로 하강한다. 벌레처럼 아무리 발버둥쳐도 기생하는 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계층을 바꾸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어느 장면 하나 버릴 것 없이 잘 짜여진 ‘미장센’으로 숨가쁘게 이 과정을 그려낸 봉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에 관한 예의와 존엄’을 묻는다.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기생할지, 공생할지, 상생할지 답하라는듯 하다. 코믹한 장면들에 박장대소하다가도 씁쓸한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야말로 ‘봉준호 장르’인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게임중독 질병’ 놓고 문체부·복지부 충돌

    ‘게임중독 질병’ 놓고 문체부·복지부 충돌

    문체부 “질병 아니다… 참여 않겠다” 정부 조율조차 안 돼 갈등 심화 우려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새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국내에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다. 하루빨리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할 정부가 되레 내부 조율을 못 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제사회에 발맞춰 게임중독 관련 통계를 생산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면 WHO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현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27일 “WHO의 결정은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이미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한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정책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복지부는 문체부 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문체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문제는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고 특정 부처 한 곳에 결정 권한이 있지도 않다”며 “문체부에 그런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게임중독 예방 업무를 맡고 있는 문체부가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면서 게임중독 관련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중독 예방 의무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법이 문체부 소관이어서 복지부는 정책 조언 등 제한적 역할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가족과 함께 ‘문화 수요일’ 즐겨볼까

    가족과 함께 ‘문화 수요일’ 즐겨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문화가 있는 날’인 29일과 해당 주간(5월 27일~6월 2일) 동안 전국에서 2211개 문화행사가 열린다고 27일 밝혔다. 문체부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달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각종 무료 문화행사가 마련됐다. 우선 홍세영, 홍기쁨 부녀가 아코디언 연주하는 ‘아코디언과 함께하는 엄마 아빠 어릴 적에’가 29일 대구 어울아트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다. 피아노 연주와 동화구연, 샌드아트 접목한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동화이야기?백조의 호수’를 30일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31일에는 가족소풍 ‘같이 놀자! 동동동 문화놀이터 가정의 달 특별공연’ 행사가 서울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광장에서 열린다. 모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전시 ‘2019 특별기획전 에코, 아이코’가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 어린이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의 혁명적인 패션 사진가 노만 파킨슨 작품 150여 점을 전시한 ‘스타일은 영원하다-노만 파킨슨’도 같은 날 강원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경기 양평 산음 자연휴양림, 강원 양양 미천골 자연휴양림, 충북 단양 황정산 자연휴양림 등 전국 42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이번 달부터 11월까지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 오후 5~9시 동안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문화행사 정보는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www.culture.go.kr/wday)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교보문고 광화문점, 38주년 맞아 ‘별빛책방’ 운영

    교보문고 광화문점, 38주년 맞아 ‘별빛책방’ 운영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개점 38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다양한 문화행사로 구성한 ‘별빛책방’을 진행한다. 별빛책방은 오후 6시부터 40분 동안 교보문고 광화문점 선큰광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한다. 20명으로 구성된 마론윈드 오케스트라 공연단이 세계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OST를 연주한다.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카우리나무 테이블에서는 신작 ‘사하맨션’(민음사)을 낸 조남주 작가 북토크를 진행한다. 오후 8시 30분부터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선큰광장에서 상영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6월 한 달 동안 ‘38光-내 인생 책’을 진행한다. ‘내 인생 책 이야기’를 공모로 받아 글과 함께 해당 도서를 진열하는 행사다. 다음 달 1일에는 그림책 작가의 1인 연극, 6일에는 번역가 김서정과 함께하는 ‘100인생 그림책’ 북토크, 9일에는 책 만들기 ‘핸드크래프트 북바인딩’ 수업을 진행한다. 오후 2~4시 광화문점 배움에서 진행하며, 행사 당일 현장 신청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루 5분’ SNS 하듯 쓰윽~ 4000억 시장 펼친 웹소설

    ‘하루 5분’ SNS 하듯 쓰윽~ 4000억 시장 펼친 웹소설

    판타지·무협·로맨스… 한정적인 장르 ‘19금’ 공모전 등 지나친 상업성 지적 “작품성 보장한 작품 나오는 구조 필요” 웹소설계에 ‘억’ 소리 나는 판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웹소설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사들이 늘어나는 독자를 잡으려 억대 공모전을 잇달아 열고 있다. 상금이 커지면서 응모 작품수도 늘어난다. 그러나 커지는 웹소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작품성을 보장한 작품이 나오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웹소설 플랫폼사인 문피아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상금 7억원의 공모전을 진행했다. 지난해보다 상금을 무려 2배로 늘린 것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억대 상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4개 분야 웹소설 1등 상금이 각각 1억원으로, 최우수상과 우수상 상금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가 무려 8억원에 이른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지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총상금 6억 2000만원을 넘는 그야말로 ‘역대급’ 규모다. 공모전 상금이 늘어나면서 응모 작품수도 늘었다. 26일 문피아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모두 4700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3000편에 비해 57%가 늘어난 것이며 2015년 1400편보다는 3배 이상 늘었다. 공모전 상금을 키운 이유는 독자가 그만큼 늘어서다. 문피아 회원수는 2014년 33만명에서 지난해 85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독자가 늘고 억대 규모 공모전이 잇따라 열리며 웹소설 시장 전체 규모도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2017년 27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웹소설의 인기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상업성’이다. 한 번에 구입하거나 다운로드받아 보는 이북(e-book)과 달리 웹소설은 한 편에 3~5분 정도 짧은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분절해 판매한다. 일반 종이책이나 이북보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형태의 콘텐츠인 셈이다. 무료 콘텐츠가 워낙 많은 데다가 한 편 보는 데에 100원 안팎으로 저렴해 독자로선 부담이 덜하다. 플랫폼사는 특히 영화, 드라마, 웹툰 등 2차 콘텐츠로 발전 가능한 작품이라는 데에도 주목한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조선마술사’, 국내 최대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인 로망띠끄에 연재했던 ‘해를 품은 달’, 네이버의 ‘구르미 그린 달빛’은 웹을 넘어 영화, 드라마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 엄선웅 문피아 미래전략실장은 “종이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모바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소설은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다”면서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 웹툰, 영화 등 2차 콘텐츠 제작이 쉬운 만큼 웹소설 시장의 경제적 가치는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웹소설은 판타지, 무협, 로맨스 장르 소설이 주를 이룬다. 장르가 워낙 좁아 독자들도 한정적이다. 상업성을 중시하느라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는 구조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 열리는 공모전 가운데에는 성애 묘사를 위주로 하는 이른바 ‘19금’ 분야를 따로 뽑기도 한다. 상업성을 강조하면서 작품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웹소설을 주류 문학의 하위문학 또는 시간 때우기용 ‘스낵컬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2월 낸 ‘웹소설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업체를 대상으로 애로 사항을 설문한 결과 ‘양질의 웹소설 창작자 발굴의 어려움’이 54.5%로 가장 많았다. 이 보고서는 “국내 웹소설 시장은 최근 큰 성장 폭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가 정해져 있는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이와 관련, “현재 웹소설은 작품을 쓰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작가들과 킬링타임용으로 이를 즐기는 독자들이 플랫폼사의 수익을 만드는 이른바 ‘낙전사업’과 같은 측면이 강하다”면서 “대중성과 함께 어느 정도의 작품성을 보장하는 작품들이 나와 줘야 이 구도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사 대신 인터넷 서점 등도 전향적으로 나서서 이 시장의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메울 중간 문학들이 많이 있어야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 가려면, 결국 ‘상업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영하 ‘여행의 이유’ 5주째 베스트셀러 1위

    김영하 ‘여행의 이유’ 5주째 베스트셀러 1위

    김영하 작가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가 5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열린책들)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4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5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차지했다. 책은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 여행까지 경험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야쿠마루 가쿠의 추리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5계단 상승해 교보문고 종합 5위에 올랐다.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에서 조현아의 웹툰을 엮은 ‘연의 편지’(손봄북스)가 예약 판매 중임에도 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네이버웹툰에서 10회 연재만으로 마니아를 양산했다. 초판 한정판으로 함께 끼운 굿즈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이밖에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로크미디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돌이킬 수 없는 약속’(북플라자) 등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5월15~21일) 1.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로크미디어) 3.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과 카레 사건 (트롤, 아이세움) 4.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다산초당) 5.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북플라자) 6.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7.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마음의숲) 8.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10 (설민석, 아이휴먼) 9.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원작, 알에이치코리아) 10.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혜민, 수오서재) ◆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5월16~22일) 1.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 연의 편지 (조현아, 손봄북스) 3.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로크미디어) 4.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10 (설민석, 아이휴먼) 5.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책구루) 6.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 (유목민, 리더스북) 7.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북플라자) 8.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과 카레 사건 (트롤, 아이세움) 9.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10. 죽음1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 인터파크도서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5월16~22일) 1.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 연의 편지 (조현아, 손봄북스) 3.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로크미디어) 4. 죽음1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5. 죽음2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6.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북플라자) 7.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책구루) 8. 머리가 좋아지는 똑똑 종이접기 (롭 아이브스, 포레스트북스) 9.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10 (설민석, 아이휴먼) 10. 마법천자문45 (김현수·홍거북, 아울북)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농구 좋아합니다. 잘 못하긴 하지만...

    [금요일의 서재]농구 좋아합니다. 잘 못하긴 하지만...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경기 도중 볼을 쫓다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이때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소연의 질문을 떠올린다. 소연에게 잘 보이려 좋아하지도 않는 농구를 시작했던 그였다. 벌떡 일어난 강백호는 소연의 어깨를 부여잡고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라고 말한다. 소연이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자, 농구를 정말로 좋아하게 됐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은 명장면이다. 농구 전문기자이자 해설가로 활동하는 손대범씨가 농구 관련 책 2권을 한꺼번에 내고 독자들에게 “농구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땀 흘리며 농구하기 좋은 날이라, 특별한 이유 없이 이번 주 금요일의 서재에 슬그머니 2권을 꼽아본다. ●슬램덩크에서 읽는 인생=‘농구 좋아하세요?’(쌤앤파커스)는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슬램덩크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예컨대 저자가 20대 초반 농구에 미쳐 있을 무렵, 집안이 어려워지며 갈등의 순간을 겪는다. 부모의 빚 때문에 자신이 거주하던 반지하 월세방에서도 쫓겨나게 된 그는 객원기자로 일하던 ‘점프볼’ 대표를 무작정 찾아가 큰돈을 빌리고 위기를 모면한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이때를 슬램덩크의 정대만과 안 선생님의 만남 장면으로 표현했다. 정대만은 농구 경기 도중 공을 쫓다 넘어지는데, 그런 그에게 안 선생님은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라고 조언한다. 힘을 얻은 정대만은 결국 경기에서 승리하고 중학 MVP가 된다. 슬램덩크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이 장면이 저자에게 단순히 만화의 한 장면은 아니었던 셈이다. 저자는 에세이를 통해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팀,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슬램덩크 속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농구, 얼마나 알고 계세요?=‘재밌어서 밤새 읽는 농구 이야기’(메이트북스)는 농구광인 저자의 지식 사전이다. 뭐든 알고 보면 더 재밌듯, 농구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선수 스카우트, 경기를 하지 않는 오프시즌 때 하는 트레이닝, 농구 선수들의 전지훈련 등을 비롯해 스텝백 점프슛, 유로 스텝, 플로터와 같은 개인 기술 소개,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팀플레이에 관해 지식을 쏟아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농구 트렌드는 물론, ‘스크린이 없으면 농구가 잘 안 된다’. ‘식스맨들의 마인드‘와 같은 선수들만 아는 이야기를 펼친다. 특히 국내 대학농구부터 NBA까지, 남녀 농구선수에서 세계적 명장 이야기까지 저자가 직접 만나고 연구한 90여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예컨대 한국 농구 규칙서를 작업한 이해병 선생의 일화라든가, 농구대잔치 단골 아나운서였던 염철호 씨 등 농구인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미국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마이크 슈셉스키가 듀란트에게 했던 ‘이 영상 속의 남자를 다시 보고 싶네’와 같은 감독들의 명언 모음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日 대지진 후 폐허 된 장미정원… 그곳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 책속 이미지] 日 대지진 후 폐허 된 장미정원… 그곳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친애하는 오카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재난으로 발생된 여러 문제들 속에서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입니다.…(중략)…저는 우리가 장미정원에서 재회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후타바 장미정원을 운영하던 오카다 가쓰히네에게 2011년 3월 18일 한 통의 편지가 온다.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50년 가까이 가꿔온 장미정원이 죽음의 땅으로 변한 뒤였다. 750여종의 장미가 자라는 후타바 장미정원은 연 5만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개장 전부터 사진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문제는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불과 8㎞ 거리에 있었다는 것. 신간 ‘잃어버린 장미정원’은 대지진에 이은 핵 발전소 사고로 폐허가 된 장미정원의 전후를 다룬 사진 에세이집이다. 장미정원을 사랑한 이들은 과거 아름다웠던 시절과 지금의 장미정원을 대비해 보여 주는 사진 전시회를 열고, 사라진 장미 품종을 되찾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들에게서 응원의 편지를 받은 오카다는 새로운 장미정원을 만들 예정이다. 세계장미회는 장미를 매개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을 ‘2018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우울앓는 우리에게 네 충고는 필요없다

    우울앓는 우리에게 네 충고는 필요없다

    ‘너만 힘든 줄 알지’ ‘노력을 안해서 그래’ 우울 겪는 사람들에게 비수 되는 조언 그리고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 사회 환자들이 겪었던 경험 담담하게 엮은 책Y야. 몇 년 전 일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어느 날 나는 네가 죽었다는 부고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 적힌 ‘본인 상’이라는 글자를 보고 혹시 잘못 봤나 싶어 휴대전화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봤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우린 대학 1학년 때 만났지. 함께 술도 자주 먹고, 미팅도 같이 나가며 어울렸다. 너는 탤런트처럼 잘생기고 춤도 잘 췄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에서 동기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동기가 네가 자살했다고 알려줬다. 대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후 많이 힘들어했다고, 그러면서 네가 우울증을 겪었다고도 했다. 이야길 듣고 나는 생각했지. ‘우울하다고 자살까지 해? 바보 같은 놈´이라고. 신간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읽으니 그때 생각이 났다. 책은 우울증에 관해 자세하게 분석하지도, 대단한 치료법을 내놓지도 않는다.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도 없다. 우울증을 겪는 저자가 자신과 같은 23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우울증을 겪을 때 어떤 증상이 있는지’, ‘우울하다고 느껴질 때 무엇을 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우울증을 겪는 동안 힘이 됐던 말과 상처가 됐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당신은 어떤지’ 7개의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답변을 쭉 늘어놓는다. Y야.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네 생각이 나더라. 어떤 이는 “처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성적이 떨어지자 시험에 대한 공포가 나에 관한 혐오로 바뀌었다”고 우울증의 시작을 설명한다. 어떤 이는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할 수 없다고 느껴져서인지, 혹은 진짜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건지”라고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우울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감당해내려 하지 마라”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자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떨치려 무작정 전화를 걸거나 게임과 컴퓨터에 집착하고,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고, 반대로 며칠 동안 잠만 자고,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도록 글을 쓰고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 등 여러 고백이 이어진다.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 “너만 아픈 것처럼 유난 떨지 마”,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져. 나도 그랬어”,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네가 우울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라는 말이 그들에겐 비수였다고 하더라.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많이 부끄러웠다. 반대로 그들을 위로하는 말이 “이대로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좀더 이기적이어도 괜찮아”라는 말, 그리고 “밥은 먹었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 좀 놀랐다.Y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가운데 10년 넘게 자살률 1위라 한다.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5.6명인데, 미국이 10.5명이니 두 배 이상이다. 이런 결과는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사회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어려서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경쟁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려 경쟁한다. 그리고 취업하고 나서도 좀더 부유하게 살려고 경쟁한다. 죽을 때까지 팍팍한 경쟁이 이어진다. 그러니 “나도 힘들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게 아닐까.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신간은 아니다. 2016년 독립출판으로 낸 뒤 많은 호응을 받고, 절판된 이후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져 이번에 번외편을 덧붙여 좀더 큰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애초 독립출판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주 분명하진 않다. 다만 우울증을 겪는 이들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밀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가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Y야. 너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널 만날 수 있다면, 만약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 여러 말을 떠올려 봤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내가 먼저 “언제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해야 했는데, 그리고 만나서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리고 보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1년에 100권…다독의 함정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1년에 100권…다독의 함정

    남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책골남입니다. 일주일에 1권 이상은 일 때문에 읽고, 1권 이상은 개인적으로 좋아해 읽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가운데 종이책을 1년에 1권도 읽지 않는 이들 비율이 6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8.3권입니다. 일주일에 2권이면 1년에 100권 정도니 나름 자부할 만하지요. 그러나 ‘잘’ 읽느냐고 물어보면 답하기 곤란합니다. 요새는 책을 펴놓고도 스마트폰에 자주 손을 뻗습니다. 카톡 왔나 들여다보고, 느닷없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갑자기 웹툰을 봅니다. 책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게 너무 힘듭니다. 책을 읽긴 읽지만, 내용을 잘 파악하며 읽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꼼꼼히 읽지 않고 휙휙 지나가며 읽는 느낌도 듭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지난 주말 읽은 ‘다시, 책으로’(어크로스)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 그리고 난독증에 관한 유명한 연구자인 메리언 울프는 하루 6~7시간씩 디지털 매체에 빠져 사는 청소년들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매체가 새로움과 편리함을 준 대신 주의력과 사고력을 거둬갔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이를 소화하고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읽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쉽게 말해 많이 읽지만 잘 읽지는 못한다는 이야깁니다. 저자는 전작에서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읽기 능력은 후천적으로 얻은 능력이라는 뜻인데, 디지털 매체에 파묻힌 우리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읽으면 읽기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빨리, 많이 읽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책이 한 무더기가 왔습니다. 읽을 책은 많고 조바심도 커집니다. 포스트잇에 두 단어를 써서 붙여놔야겠습니다. ‘천천히’, ‘깊이’. gjkim@seoul.co.kr
  • 불법만화 공유사이트 ‘마루마루2’ 운영자 검거

    불법만화 공유사이트 ‘마루마루2’ 운영자 검거

    정부가 폐쇄한 불법 만화 사이트를 복구했다며 유사 사이트를 개설하고 광고 수익을 올린 운영진이 검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국내 최대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마루마루’ 유사 사이트 ‘마루마루2’를 개설한 운영진 2명을 적발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단속으로 폐쇄한 마루마루의 인기를 이용해 최근 마루마루2를 개설하고 회원 14만명을 모집했다. 이후 불법복제 만화저작물 9만 8000여건을 게시하고, 배너광고 수익 1400만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는 폐쇄된 마루마루의 회원을 흡수하기 위해 마루마루를 복구했다고 홍보했지만, 조사 결과 폐쇄된 곳과 별 관련 없는 사이트였다. 게시한 불법복제 만화는 현재 정부가 수사하고 있는 다른 사이트에서 복사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서버를 외국으로 이전해 불법복제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합동으로 단속해 ‘밤토끼’, ‘토렌트킴’, ‘마루마루’ 등 운영자를 검거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후 기존 사이트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토끼’, ‘토렌트*’, ‘마루마루*’ 등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체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 측은 “경찰청과 함께 아직 검거하지 않은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운영자를 계속 추적하고, 주요 침해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토대로 사이트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강원 산불피해 지역 300억 특별융자…1%대 금리로 27일부터 신청서 접수

    지난달 초대형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 지역에 정부가 300억원의 특별융자를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불로 관광시설 소실, 관광객 감소 등 위기를 겪는 강릉, 속초, 동해, 고성, 인제 등 5개 특별재난지역 관광 사업체에 관광진흥개발기금 300억원을 특별 융자한다고 22일 밝혔다. 대출 금리는 올해 2분기 기준금리 2.25%에서 1.25% 포인트 우대한 1% 수준이다. 운영자금 지원한도도 2배로 올리고, 시설자금도 확대한다. 시설자금의 경우 공사의 진척도에 따른 공정을 계산해 현재까지 시공된 부분만큼 소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기성고’ 인정금액을 종전 60%에서 100%까지 확대한다. 기존에 융자를 받은 업체는 원금 상환기간을 1년 유예해 준다. 융자 신청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1차, 다음달 13~28일 2차에 걸쳐 받는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강원지역관광협회에서 신청서를 접수하며,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해당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특별 융자지원 지침은 문체부 홈페이지(mcst.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대 인기 대출 도서 문학·비문학 1위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미움받을 용기

    20대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 문학 도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비문학 도서는 ‘미움받을 용기’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일 성년의날을 맞아 2017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 동안 20대 인기대출도서를 발표했다. 전국 845개 도서관 대출데이터 1250만 7171건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문학 분야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순이었다. 비문학 분야 도서는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1위였고,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이 뒤를 이었다. 2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관심을 보인 분야는 여성학이었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이민경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등의 여성학 분야 도서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2017년 하반기 대비 2018년 상반기 여성학 관련 도서 대출량도 20% 증가했다. 비문학 상위 200권 가운데 ‘심리학’ 분야 도서가 40권으로 가장 많았다. 타인보다 자신의 감정에 주목한 도서가 많았으며, 심리적 안정, 행복과 인간관계를 다룬 도서가 다수였다. 이어 ‘자기계발’이 16권, ‘창의적 사고’가 14권 순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측은 “20대는 삶의 질을 높이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인간관계, 여성문제 등 공동체와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시크리시 월드/제이크 번스타인 지음/손성화 옮김/토네이도/416쪽/1만 8000원최근 상영한 박누리 감독의 영화 ‘돈’은 증권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금융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 분)의 지시로 작전을 수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번호표는 스프레드 거래,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등 작전을 실행하며 큰 이익을 남기고, 조일현 역시 그를 도운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다. 조일현은 어느 날 휴가를 내고 영국 연방 섬나라인 바하마로 가 번호표가 만들어 준 자신의 비밀계좌에서 돈을 찾는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원 한지철(조우진 분)이 그를 쫓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른바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서는 고객의 계좌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번 돈에 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당국의 계좌 추적도 피할 수 있어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세하기에 적격인 곳이다.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웬걸, 신간 ‘시크리시 월드’에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사례가 나온다. 저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선임기자로, 2011년 금융 위기 탐사보도와 2017년 ‘파나마 페이퍼스’ 탐사보도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신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밀문서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중심으로, 여기에 얽혀 있는 비리의 양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은 파나마에 있는 세계 최대 역외담당 로펌 회사인 ‘모색 폰세카’ 창업 과정부터 시작해 모색 폰세카가 조세회피처인 파나마,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니우에 등에 ‘페이퍼컴퍼니’ 혹은 ‘셸 컴퍼니’로 불리는 이름뿐인 회사를 단돈 몇백 달러에 차리는 방법, 그리고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해 재산을 빼돌렸는지 추적한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존 도’(John Doe·영미권에서 신원 미상의 남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 불리는 유포자가 넘긴 1150만 건의 문서에서 시작됐다. 자료 분량만 2000GB에 이르는 문서에 저자를 비롯한 전 세계 80개국 언론 400명의 탐사기자가 달라붙었다. 신분이 흐릿한 이들을 추적해 명확히 밝히고 광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결과는 익히 예상할 수 있을 터다. 전 세계 전현직 대통령, 유력 정치인, 마약상, 무기상, FIFA 관계자, 기업가, 범죄자 그리고 유명 스타들이 이름을 숨긴 채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었다. 예컨대 기자들이 합작해 밝혀낸 중국 사례(차이나 리크스)에는 중국 유력 공산당 지배층 자제를 가리키는 ‘태자당’과 주요 인터넷 회사 설립자, 중국 석유업계 관계자, 최고경영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중국 충칭시의 당서기로 부패 척결을 내세우면서 뒷구멍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보시라이와 지나친 중개료를 요구한 헤이우드를 청산가리로 살해한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를 들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부자’로 추정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푸틴이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친구와 친척, 선배 등이 남긴 흔적을 쫓아가면 그가 엄청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다. 조세 회피가 가능한 미국 델라웨어주에만 378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고 그의 전체 사업 규모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 뒤에는 이들을 돕는 은행과 은행가, 변호사, 회계사 등 돈세탁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방조한 무능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회사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겨둔 이들의 부의 크기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함에도 여전히 자신의 배를 두들기며 호화롭게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불평등이 만연하게 된 데는 조세회피처를 거친 비밀세계를 통한 부의 이전이 용이해진 탓이 제일 컸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들 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도, 지나간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자. 책 소개 글을 쓰면서 ‘국세청이 지능적 역외 탈세 혐의자 104명을 동시에 세무조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내 법인이 개발한 특허권을 사주일가 소유의 외국현지법인이 무상사용하게 하거나, 헐값에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리거나, 외국 모법인의 국내 자회사가 하던 수입·판매 기능을 판매대리인으로 바꿔 세금을 탈루한 사례 등을 적발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책에서 나온 일들이 한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어머나, 이걸 진짜로 핸드폰으로 찍었어?

    [그 책속 이미지] 어머나, 이걸 진짜로 핸드폰으로 찍었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권혁재 지음/동아시아/432쪽/2만 2000원근사한 해물탕이 나왔다. 싱싱한 새우며 홍합, 조개가 먹음직하다. 눈치 없이 젓가락부터 들이대는 친구에게 면박을 주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나온다. ‘핸드폰 카메라가 다 그렇지’ 하며 낙담하지 마시길. 친구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10~30도 정도에서 비추게 한 뒤 찍어 보자. 멋들어진 새우의 자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이다. 비싼 카메라, 비싼 렌즈를 쓰면 좋은 화질의 사진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 덕분에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아주 좋아졌다. 조금만 머리를 쓴다면 얼마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 기자의 사진집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모범 사례를 담았다. 카메라의 수동 기능을 활용해 초점을 정밀하게 맞추고, 셔터속도를 맞춰 보고, 노출과 감도에 신경 쓴다면, 그리고 여기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한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이걸 진짜 핸드폰으로 찍었어?´ 하고 놀랄 만한 사진 298장을 참고하고, 멋진 사진 찍기에 도전해 보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5·18,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다

    5·18,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다

    광수1호 지목된 시민군 정체 다큐 ‘김군’ 택시운전사·꽃잎 등 5·18 영화도 재상영 당시 고교생들 체험 ‘…우리들의 이야기’ 구속자 가족들의 외침 ‘녹두서점의 오월’ 기억 넘어 왜곡된 진실 바로잡기에 초점 “이거는 틀림없이 북한군이다(지만원씨).”, “딱 보는 순간, 김군인가 거기 아니요?”-영화 ‘김군’ “함께 갔던 30대 청년이 권총을 꺼내 내 옆구리를 찔렀다. 군 특수부대의 비밀 공작팀이었던 ‘편의대´ 대원이었다.”-‘5·18, 우리들의 이야기’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앞두고 문화계가 책, 영화 등 관련 작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5·18 항쟁의 상처를 그저 전달하는 데에서 한발 나아가 그동안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게 눈에 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5·18 항쟁 당시 시민군의 정체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당시 광주에 북한 특수군, 이른바 ‘광수’가 투입됐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 영화는 북한 특수군 ‘제1광수’로 지목된 시민군 사진 한 장을 단초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를 ‘김군’이라 기억하는 시민들 증언으로 당시 북한군 개입설의 진실을 파헤친다. 영화 ‘김군’과 함께 ‘택시운전사´처럼 5·18 항쟁을 다룬 영화들도 다시 소환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추모객들과 만난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광주독립영화관을 비롯해 서울 아리랑시네센터, 부산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 천안 인디플러스, 부천 판타스틱큐브의 5개 예술 영화관에서 모두 12편의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 ‘택시운전사’, ‘오월애’, ‘꽃잎’, ‘박하사탕’ 등 상업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영화로 상영 목록을 구성했다.‘5·18, 우리들의 이야기’(심미안)는 1980년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광주서석고 제5회 동창회 동기 61명의 체험을 엮은 책이다. 12명의 ‘5·18 체험단 기록위원회’가 2년 동안 동기를 찾아다니며 당시를 재구성했다.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공수부대 집단 발포로 총상을 입은 학생, 전남도청을 지키다 5월 27일 새벽 계엄군 진압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학생, 공수부대원에게 붙잡혀 전남대와 광주교도소에서 46일 동안 고초를 당한 학생 등 생생한 사례를 모았다. 그동안 문서로만 알려진 채 실체가 없었던 계엄군의 ‘편의대’ 활동을 처음 증명한 오일교씨 사례 등은 학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김준태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그때 광주시내 고등학생들의 마음과 행동과 고통, 분노와 몸부림과 희망을 보여 주는 ‘생체험’이 오롯이 담겨 있어 감동을 준다”고 밝혔다. ‘녹두서점의 오월’(한겨레출판)은 5·18 항쟁 당시 녹두서점을 운영한 서점 가족의 눈으로 본 이야기다. 박정희 정권 시절 광주 유일의 인문사회과학 서점이었던 녹두서점은 5·18 항쟁 당시 대자보와 전단을 만들던 곳이었으며, 시민군의 식당, 회의실 역할도 했다. 녹두서점 가족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씨가 각각 감옥, 서점, 거리에서 겪은 일을 담았다. 특히 혐의를 벗은 정현애씨가 녹두서점으로 돌아와 구속자 가족들과 함께 석방운동을 진행하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구속자 가족들의 노력을 상세히 그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립습니다… 출판계, 故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 물결

    그립습니다… 출판계, 故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 물결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출판계가 관련 서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저서와 연보로 엮은 전집을 비롯해 소설, 만화 등 다채로운 책이 추모 분위기를 이어 간다.노무현재단과 돌베개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쓴 저서 5권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모은 7권짜리 ‘노무현 전집’ 양장본을 출간했다. 기존 출간한 ‘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성공과 좌절’, ‘진보의 미래’, ‘운명이다’에 새로운 표지를 입혔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모은 ‘그리하여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그리고 연보인 ‘노무현 1946~2009’를 더했다. ‘안녕, 나의 노무현’(생각의길)은 노 전 대통령 귀향 뒤에 이어진 봉하마을 10년 동안을 푸근한 그림체로 그렸다. 윤서네 가족이 다큐멘터리 ‘봉하마을’을 보고 여행 가 노 전 대통령을 만나는 줄거리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혜윰)는 노 전 대통령이 대중 교양서 집필을 위해 20명으로 구성한 ‘진보주의연구모임’ 출신 권순욱 뉴비씨 대표이사가 쓴 언론 비판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사건을 겪고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쫓아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보수언론, 보수정당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이용했다고 지적한다. ‘봉하노송의 절명 1’(평사리)은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 오르기까지 하루를 다룬 소설이다. 전체 3권 가운데 1권을 우선 발행했고 내년에 3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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