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특파원 새해 전망
올해는 ‘전쟁의 해’가 될 것이라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선언은 새해도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남아시아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있다.유로화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의 행보도 무한경쟁체제속의 세계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워싱턴과 도쿄,베이징에 주재하는 본사 특파원들의 새해 전망을 모아본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새해에도 미국의 1차적 관심은 ‘대테러 전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미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언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생사(生死) 여부와 관계없이 확전 의지도여러 차례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들은 ‘새로운 유형’의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의 전시체제는 다목적용이다.대통령이 공언한테러세력 척결이 1차적 목표다.이라크,소말리아,수단,예멘,북한 등이 공격대상으로 거론된다.일각에서는 미국 중심의새로운 국제질서를 개편하려는 외교적 과정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최소한 국지전 형태의 군사행동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확전은 시기선택만 남았다는 관측이다.
미사일방어(MD)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9·11 테러공격 이전에는 국제사회의 반발로 주춤했으나 테러전을 치르면서 안팎으로 ‘힘’을 얻었다.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탈퇴를 러시아에 통보,국제협약상 걸림돌을 제거했다.
러시아와는 군축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마찰을 줄일 예정이지만 타이완 문제가 걸린 중국과는 힘겨운 협상이 예상된다.
11월 초에 치를 의회의 중간선거는 전시체제와 무관치 않다.공화당은 테러참사 이후 90%를 유지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선거까지 끌고갈 작정이다.이른바 ‘조장된 위기감’이 선거에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던 민주당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지난 연말 부시의 감세정책을 압축한 경기부양책을처리하지 않은 것도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의식해서다.
경제는 여름을 고비로 회복될 것으로 점쳐진다.경제지표가실물경기보다 늦게 움직이지만 장기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뚜렷이 오름세로 반전했다.이는 경기가 바닥을 쳤음을 의미한다. 전후 경기침체의 평균기간이 1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상반기 중 상승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관계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냉각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클린턴 행정부 때같은 ‘일방적 대화노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대화의 물꼬는 북한의 ‘핵사찰 수용’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ip@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올해 중국 정치의 최대 이슈는 오는 10월 장쩌민(江澤民·75) 국가주석 등 제3세대 최고 지도부가 제4세대 최고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제16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이다.이 대회에서 3월5일부터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7월말∼8월초 개최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등에서 최종 결정된 4세대 최고 지도부 인사안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제4세대 최고 지도자는 후진타오(胡錦濤·59) 국가부주석이 오래 전부터 권력승계 수업을 받아온만큼 안정적인 권력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따라서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는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에 누가 진입할 것이냐는 데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의 제1순위는 물론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서열 5위인 후 부주석이다.후 부주석은 제16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총리 물망에오르는 원자바오(溫家寶·59) 부총리,장 주석의 최측근인쩡칭훙(曾慶紅·61) 공산당 조직부장,상하이방(上海幇) 출신의 오방궈(吳邦國·60) 부총리,리붕(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뤄간(羅幹·65) 국무위원,부총리승진설이 나도는 리창춘(李長春·57) 광둥성 서기 등이 가장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들이다.그리고 아직 70살이 되지않은 리루이환(李瑞環·67)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현3세대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부문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경제가 침체상태에 놓여 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내수확대 정책과 밀려드는 외국자본 등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자신한다.
스광성(石廣生)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장은 “올 상반기부터 미국의 테러사건 발생 및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행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수출증가율이 8%대를 유지해 7%대 성장은무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khkim@
■도쿄 황성기특파원.
어느 해보다 일본은 격동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이 본격적으로시작된다. 1월 열리는 정기국회가 시험무대이다.
지난해 논란을 불러 온 ‘국채 발행 30조엔 이하’ 방침에따라 편성된 2002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정치 면에서여러가지 난관과 개혁이 기다리고 있다.
기업과 족(族)의원 등 이권세력의 이해가 달려 있는 정부산하기관인 특수법인의 감축을 둘러싼 이른바 개혁 저항세력과의 ‘진검승부’는 물론 야당과의 격돌을 피할 수 없다.저항세력의 반발이 크면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선거 정국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조 개혁에서 비롯되는 ‘개혁의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2002년 일본을 보는 관전 포인트다.지난해 연말 발표된 사상 최악의 완전실업률(2001년 11월) 5.5%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불길한 예측도 많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구조 개혁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기업의 대량 도산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의 대량 실업을일본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하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엔화 가치의 하락(엔저)이어디까지 진행될지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최대 관심사다. 경제 분석가들은 엔저를 용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1달러에 140엔까지 엔저가 진행될것으로 보고 있다.일본 정부의 경제 각료들은 달러당 135엔까지 용인한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엔저카드’를 일본 정부가 쉽게 놓을지는 미지수다.
외교면에서는 5월의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한·일 양국관계의 복원이 시급한 상태인 만큼 대회 전 고이즈미 총리의방한이 예상된다.그러나 대회가 끝나면 지난해 중학교용에이어 고교용 역사 교과서 검정절차가 있어 또 한차례 역사왜곡과 수정 요구라는 양국의 갈등과 대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패전기념일 전후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도 미해결 상태로 있어 한·일 관계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marry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