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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A J 제이콥스 지음

    직장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해 24시간도 모자라는 직장인들. 이들이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지적 냄새를 풍겨야 할 때도 있다. 바쁜 생활로 ‘퇴화’해버린 이들의 지적 기반을 단기간 내 복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적 추락’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다소나마 풀어줄 만한 책이 나왔다.‘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A J 제이콥스 지음, 표정훈·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가 그것이다. 책은 현대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190개 지식 항목을 골라 소개한다. 미국의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편집자인 저자는 32권에 이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운 경험을 살려 전문화 시대에 오히려 더욱 필요한 ‘잡종지식’을 한 권의 책에 요령있게 담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요한 푹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카프카, 뉴턴, 키에르케고르…. 책은 정신분석학부터 음악, 마르크스경제학, 문학, 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든다.“중력이론으로 들어가보자. 본래 뉴턴은 세계를 당구공들이 충돌하는 곳으로 보는, 전형적인 기계론적 과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연금술과 마법에 심취했다. 연금술이나 마법을 다룬 책들은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과 직접 닿지 않고서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비한 힘으로 공감하고 소통하거나 배척하고 밀어낸다는 것. 뉴턴은 이 신비한 힘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 사이에 작용하는 끌리는 힘과 밀어내는 힘을 생각해냈다. 이것이 만유인력으로 발전했다. 2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부고] 재미동포 고원 시인 별세

    미주 한인 문단의 원로 고원 시인이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82세. 부인 이영아씨는 22일 “고인이 2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노스리지에 위치한 프로비던스 홀리크로스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며 “장례는 미주한인문인장으로 치러지며,24일 할리우드 포레스트론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된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 출신인 고인은 동국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64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영문학 석사, 뉴욕대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물너울’‘시간표 없는 정거장’ 등 15권의 시집과 ‘고원 문학전집’(5권) 등을 출간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라번대 등에서 문예창작과 비교문학 등을 강의하며 후진 양성에 앞장선 고인은 지난해 한국문인협회 주관 ‘해외 한국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자녀 형진(32)·윤주(30·여)씨가 있다.(미국)818-831-5844.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박찬 시집 ‘외로운 식량’

    박찬 시집 ‘외로운 식량’

    “어디 없는가/ 모가지째 떨어지는 붉은 동백같이/ 일생에 단 한번 하얗게 꽃 피우고 죽어버리는 대나무같이/ 늘 푸른 마음을 가진….”(‘사람’중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어를 구사해온 박찬 시인의 유고 시집 ‘외로운 식량’(문학동네 펴냄)이 나왔다. 생전에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작품과 미발표작 86편을 묶어 무위(無爲)의 도(道)를 추구하는 시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담담하게 들려 준다. 지난해 간암으로 짧게 투병하다 갑작스레 이승을 등진 시인의 시집에는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 “혼자는 외로운 것일까…/ 나는 늘 혼자였는데…/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는데…/ 그런데 오늘 문득 한 생각 떠오른다…/ 이제는 가도 되겠다…/ 조용히 돌아가도 되겠다 싶다…/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고 슬그머니 가기 참 좋은 때인 것 같다…”(‘적막한 귀가’ 중에서) 그러나 그의 시편에서는 달관한 듯한 삶의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생성과 소멸이 대자연의 섭리임을 일찌감치 감지, 죽음을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로만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은 ‘인생아!’라는 시편에서는 “많이들 바쁜가본디 어서 싸게들 가보쇼 나는 그냥저냥 가는 둥 마는 둥 갈라요…이리가도 결국은 가는 길인디 머헐라고 그리 바쁘게 종종거린다요 그래도 먼저 가신 곳 북적거리거든 내 자리도 하나 봐줬으면 쓰겄소”라고 읊는다. ‘절대 고독’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묵묵히 받아들인 채 뚜벅뚜벅 세상 길을 걷다 간 그에겐 삶도 죽음도 따로 없었던 듯하다.7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끊임없이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끊임없이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200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박종선 서울신문 부사장을 비롯해 김연균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과,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각 부문 심사위원, 장윤우 서울문우회장과 문단 선후배들이 대거 참석해 문단에 첫발을 내디디는 새내기 작가들을 축하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는 이선애(시)·홍희정(소설)·이양구(희곡)·주지영(평론)·이성율(동화), 임채성(시조)씨 등 6명이다. 박종선 부사장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모든 당선자 분들은 선배 수상자들 못지않은 큰 활약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하며 부단하게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이뤄 달라.”고 당부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갱죽·진흙메기·예천 태평추·물외냉국·무밥·건진국수…. 우리의 희미한 기억속 전통 음식들이야말로 훌륭한 시적 재료가 될 수 있다. 시인 안도현(47)의 신작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펴냄)는 이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2004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이후 4년 만에 펴냈다. 시인은 아스라히 잊혀져 가는 기억속의 전통 먹을거리를 들고 나와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 낸다.“짚불을 피우고 배를 딴 메기를 몇마리 던져넣었다/ 메기들은 내장도 없이 불꽃속으로 맹렬히 헤엄쳐 갔다/ 가문 방둑 잿빛 진흙에 대가리를 들이밀듯 꼬리지느러미로 땅을 쳤다/ (중략)/ 진흙이 다 된 메기들은 그때서야 안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달려들어 쫄깃한 진흙의 살을 뜯어먹으며/ 어쩌면 코밑에 메기 수염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진흙메기’ 중에서) 경북 예천의 외갓집에서 겨울에만 먹던 태평추는 어린 시절의감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태평추는 채로 썬 묵에다 뜨끈한 멸치국물 육수를 붓고 볶은 돼지고기와 묵은지와 김가루와 깨소금을 얹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는 음식인데 눈 많이 오는 추운 날 점심때쯤 먹으면 더할 수 없이 맛이 좋았다”(‘예천 태평추’ 중에서) 요즘은 ‘돼지죽’으로만 치부되는 갱죽도 그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 걸린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볕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밥상모서리/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갱죽’ 전문) 안 시인은 “음식은 모든 감각의 총결집체”라며 음식 시편을 쓰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2005년 11월10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소설가 한강이 중편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부녀(父女)작가가 대를 이어 국내 최고의 문학상을 받은 자리였다. 딸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한승원은 “부녀가 함께 더좋은 소설로 보답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인가.1960년 전후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가의 한 주택. 아버지가 갓난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하거나 술을 만취해 버럭 소리를 질러 경기(驚氣)를 일으키게 한다. 어린 딸이 정성껏 만들어준 장난감 계란프라이에 담뱃불을 비벼 끈다. 얼마나 참혹한 광경인가.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상반되는 두가족의 부녀는 나란히 그 나라 최고의 작가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요절한 아버지와 사후 화해 과정 그려 로제 니미에.1950년대 프랑스 문단의 새로운 사조를 대표하는 ‘경기병파’의 수장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작가로 꼽힌 인물.‘경기병파’는 로제 미니에의 소설 ‘푸른 경기병’에서 출발한, 1950년대 샤르트르의 실존문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문학의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사고 당시 차 안에 태우고 있던 미모의 여성 소설가와 함께 목숨을 잃어 구설에 올랐다. 딸인 마리 니미에(51).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숙명처럼 작가의 길을 택해 ‘세이렌’‘기린’‘도미노’ 등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 프랑스 문단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마리에게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를 극복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리 니미에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송의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번역·출간됐다.2004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메디치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오랜 기간 무거운 짐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죽은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입은 수많은 크고작은 상처를 가슴속 깊이 안고 있는 마리는 가족사진 찍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하고, 면도날로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했으며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한 아버지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마음의 상처 극복 못해 자살 시도 그는 애써 이런 악몽의 기억들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지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마음의 병이 되고, 마음의 병은 ‘죽음의 사신’과 같은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면도칼에 대해 병적인 거부감도 생겼고 아버지 교통사고에 대한 환상으로 운전면허 시험에서 연거푸 탈락하는 등의 증상으로 드러난다. 이런 증상들이 중첩돼 25살 때 센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그는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글쓰기를 결심한다. “그때 글쓰기가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이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도록, 그리고 아버지의 이중 명령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대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소설가란 침묵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하는 자, 입을 다물고 말하는 자가 아니던가?” ●고통 지우려 배우서 작가의 길로 하지만 작품의 종반으로 갈수록 아버지 묘지에 처음 갔던 일, 아버지의 친구들과 오빠들의 증언, 희미하게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작가의 일상과 글을 쓰는 동안 겪는 감정 변화 등 맥락이 없는듯 보이는 여러 이야기들이 퍼즐을 짜맞추어 나가듯 ‘죽은 아버지’를 복원해 낸다. 마리는 데뷔 후 20년간 작품에서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한통의 편지를 발견한 뒤 더이상 아버지와의 대면을 미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결국, 어제 아내가 딸을 낳았네. 나는 즉시 그애를 센 강에 처넣어 버렸어. 더이상 그애 이야기를 듣고 싶지가 않거든.” 죽은 아버지의 망령이 자신을 센강에 투신하게 했고, 막연한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은 것. 마음속 깊이 덮어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내는 것이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었지만 마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진실과 대면하기 위해 책을 완성한다.1만 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미래에 관한 마지막 충고/송휘재 옮김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도 우리들의 삶은 왜 이리 팍팍해지기만 하는 걸까. 아마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 탓일 게다.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알라미즘(alarmism)’으로부터 벗어나기만 하면 보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알라미즘이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유행병처럼 주민들 사이에 만연하는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 호르크스가 내놓은 ‘미래에 관한 마지막 충고’(송휘재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확대재생산하는 갖가지 편견을 파헤치는 심리적·정신적 대수술을 단행한다. 저자는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세계인 21세기에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극단화의 경향을 지닌 알라미즘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더욱 어리석고, 일차원적이며, 유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는 음모론과 관련해서도 “악의없이 시작되지만 진짜 괴물로 자라날 수 있다.”며 사물의 본질을 묻는 뇌의 질문에 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악용한 음모론은 본질적으로 알라미즘과 유사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맥락에서 미래를 두렵게 느끼게 하는 빌미가 되는 많은 주장들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는 ‘동화’라고 규정한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언젠가 ‘인간이 다음 100년을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자 1주일만에 2만 5000여개의 답글이 올라왔다. 그 답글에는 “알려진 대로 우리는 최고 속력으로 콘크리트 벽을 향해 앞으로 달리고 있다.”고 적은 독일의 한 철학자도 있었다. 호르크스는 이 답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데 인색하다. 그가 꼽은 정답에 가까운 답글은 바로 이것이다.“잘될 것이다. 물론 문제와 재앙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비관주의가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rabbit’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반 네티즌이었다.1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자비를 팔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세계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는 과연 ‘성녀’로 추앙받을 만한가?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며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등불이 된 마더 테레사의 행동과 말을 통해 그 명성을 냉철하게 평가하겠다고 나선 책이 나왔다.‘자비를 팔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모멘토 펴냄)가 그것이다. 전 세계 126개국에서 600여개의 수도원을 운영하며 가난한 자와 버림받은 자를 위해 평생 동안 온몸을 내던진 ‘성녀’를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타고난 우상 파괴자인 히친스는 마더 테레사의 삶과 일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저자는 먼저 마더 테레사의 빈민구호 사업을 정조준해 ‘화살’을 날린다. 그가 이끄는 ‘사랑의 선교회’가 조직의 재정적 목적을 위해 빈자와 병자들의 고통을 도외시한다고 맹렬히 비판한다. 기부금을 관리했던 수전 실즈는 증언했다.“홍수처럼 밀어닥치는 기부금은 하나님이 마더 테레사의 모임을 어여삐 여기신다는 증표로 여겨졌다. 우리의 은행계좌는 이미 엄청난 규모에 달했고 우편배달이 올때마다 늘어났다. 브롱크스의 한 당좌계좌에만 약 5000만달러가 모였다. 기부금이 몰려오고 은행에 예치됐지만 그것들은 우리가 도우려 애쓰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마더 테레사는 빈자와 병자들에게 고난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운명을 견디라고 가르치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이같이 대답했다.“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공유하는 것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이 세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다큐멘터리 속의 ‘자애의 빛’ 후광은 코닥에서 개발한 새로운 필름 덕분이고, 그의 세계여행은 순례자의 방랑이 아니고 권력의 필요에 부응하는 캠페인이었다고 폄하한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유일하게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로맹 가리. 본명으로 발표한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뒤 필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두번째 공쿠르상을 거머쥔 영광의 주인공이다. 로맹 가리의 첫번째 공쿠르상 수상작인 ‘하늘의 뿌리’(백선희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하늘의 뿌리’는 코끼리에 대한 가없는 애정을 통해 진실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추구한 생태소설. 아프리카에서 잔인하게 학살당하고 있는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프랑스 남성 모렐과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품의 기둥 줄거리는 이렇다.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짓밟는 강제 수용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모렐은 출감 뒤 곧바로 아프리카로 가서 코끼리 보호 운동에 뛰어든다. 그에게는 코끼리가 수용소 생활 당시 절망속에 굴복하지 않도록 도와준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수용소 감방에 갇힌 모렐과 동료들은 자유롭게 초원을 누비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상상하며 지긋지긋한 수용소 생활을 꿋꿋이 견뎌내는 원동력이 된 것. 출감 후 곧바로 아프리카 차드로 달려간 그는 덫에 걸린 코끼리가 말뚝에 찔린 채 며칠씩이나 신음하며 죽어가고, 불사냥으로 한번에 여섯 마리의 새끼 코끼리가 타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때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코끼리 사냥을 막기 위해 분연히 총을 들고 코끼리 편에 선다. 코끼리를 보호함으로써 점점 퇴색되는 인간의 존엄성도 지키기 위해서다.1만 6000원. 공쿠르상 2번 수상 외에도 당대 유명 여배우 진 셰버그와의 스캔들, 결혼과 이혼, 권총 자살…. 작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심민화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도 함께 나왔다.1만 3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사과 첫 장편소설 ‘미나’

    김사과 첫 장편소설 ‘미나’

    “작품이 나오니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요. 아직 문단의 평은 못 들었지만 친구와 주위에 있는 지인들이 모두 잘 썼다고 칭찬을 해주니까요.” 재기발랄하고 당돌한 신예작가 김사과(24·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가 2005년 단편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한 지 2년여만에 첫 장편소설 ‘미나’(창비 펴냄)를 들고 나왔다. ‘미나’는 천민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살아가는 10대들의 음울한 초상을 그린 소설. 사교육 열풍에 휩싸인 P시를 배경으로 복권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부모를 둔 미나와 그녀의 오빠 민호, 미나의 단짝 친구 수정 등 10대 고교생 세 명이 주인공이다. 부모들과 같이 무난히 중산층의 삶에 편입돼 평균 이상의 편안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학교와 학원을 아무런 생각 없이 오가던 이들의 평범한 삶이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서울의 흐름´ 총체적 묘사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모습인지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등단 이후 주로 나와 닮은 20대 주인공인 단편을 써왔다는 작가는 이번에는 그동안 생각해오던 호흡이 길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한번 써보자고 쓴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지난해에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장편 소설을 쓸 기회를 잡은 덕분이죠. 그 기금으로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체코 프라하로 떠나 초고를 쓰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다듬고 서울에 돌아와 갈무리해 이번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미나’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가 자신의 삶의 내면도 슬쩍 끼워넣었다.“2000년 고교를 자퇴한 뒤 2005년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죠. 세상에 대해 불만은 있는데, 털어놓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에 매달려 미친 듯이 글을 올렸죠.” 이때 나에 대해, 사회에 대해, 나라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게 작가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고 고백한다.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기성세대 비판 그는 특히 소설 속에서 10대들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생생하게 담아냈다.“나는 잠이 안 와서 씨발 진짜 미쳐버릴 거 같아. 씨발 이렇게 잠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안 와가지고 씨발 그래가지고 씨발 계속 잠 못자다가 확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무심한 듯 가벼우면서도 맥락 없고 호흡이 빠른 대화를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10대들의 걸러지지 않은 말초적 사고 수준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미나의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돼 도시의 중산층 거주지역에 고급빌라를 구입했다는 소식이 미나 아버지의 친구, 학교 선후배, 동료들에게 알려졌을 때 아무도 그를 비난하거나 냉소하지 않았다. 집들이에 초대된 그들은 부러운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러운 P시의 공기에 성공적으로 물들 수 있을까를 고뇌하는 인간들이었다.”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40대 부모 세대에 대해 날선 비판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얘기다. ●“처방 없는 진단뿐” 지적도 물론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처방전은 없고 증상만 드러낸다고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처방까지 제시할 수 있으면 물론 더 좋겠지만 아직까지 내가 서 있는 땅이 어딘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한동안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배수아·황병승을 비롯해 영국의 올더스 헉슬리, 프랑스 미셸 우엘벡, 폴란드의 비톨트 곰브로비치,‘롤리타’의 블라디미르 나브코프를 좋아한다는 그는 글쓰기는 물론 음악·미술 등 여러 방면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 소설 형식을 빌려 종교에 대한 성찰이나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는가. 종교적인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런 것들을 천착해 보고 싶어서죠.”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최승호 ‘자코 메티와 늙은 마네킹’

    ‘한국 시와 이탈리아 조각 작품이 만났다.’ 중견시인 최승호의 초기 대표작과 현대 이탈리아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사진이 조화를 이룬 시선집 ‘자코메티와 늙은 마네킹’(문학에디션 뿔 펴냄)이 그것이다. 50여편의 시와 한편의 에세이로 엮은 시선집은 ‘대설주의보’·‘고슴도치의 마을’ 등 시인의 초기 작품에다 최근에 발표한 시 ‘늙은 마네킹’·‘방황하는 익사체’를 추가·보완하고 시인이 직접 선택한 자코메티의 작품 사진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한층 시 세계의 미적 외연을 넓혔다. “그는 밖으로 나갈 때 방안에서 노크한다/보다 넓게 폐쇄된 공간으로 열리는 문을 그는 보는 것이다/(중략)/그러나 과연 아귀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그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중략)/그는 그렇게 혼자, 자물통 속 정신병원에서 죽어간다.”라고 읊은 ‘어느 정신병자의 고독’은 자코메티의 황량한 콘크리트 받침대 위에 피폐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한 흉상을 얹은 ‘이중받침 위에 놓인 실비오의 작은 흉상’ 사진과 같이 배치함으로써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을 형상화했다. 시인은 1부에서 죽음 기다리는 북어와도 같은 삶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2부에서는 북어의 이미지를 도시라는 공간속으로 끌어들여 천민 자본의 욕망을 좇는 불나방 같은 현대 도시의 삶을 신랄하게 비판한다.3부에서는 이런 비판의식이 인간의 실상을 탐색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이 때문에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사실적 관찰, 현대 문명의 복잡한 구소들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냄으로써 탄탄한 시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선집 말미에 수록된 시인 정끝별의 에세이 ‘춘천, 물의 자서전을 읽다’는 최승호 시인의 시 세계 이면에 숨어 있는 독특한 정서를 이해하는 데 일조한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중국 남녀 엿보기/에버리치홀딩스 펴냄

    중국 남성들은 ‘슈퍼맨’에 가깝다. 직장생활 하랴, 자녀 하교시키랴, 시장보고 저녁 준비하랴….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좀 과장해 말하면 퇴근 후 남편이 해주는 저녁 먹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TV를 보면 끝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장’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대발이 아버지의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남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해박한 지식으로 중국 역사와 사회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중톈(易中天) 중국 샤먼(廈門)대 교수.‘삼국지강의’‘중국 도시 중국 사람’ 등을 펴낸 저자가 이번에는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상위의 중국 남녀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중국 남녀 엿보기’(홍광훈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가 그것이다. 남녀 유형과 성생활, 결혼, 부부생활, 창녀와 매음, 바람 피우기, 음담패설을 가감없이 쏟아낸 이 저작은 ‘춘추좌씨전’이나 ‘사기’‘수호전’‘삼국지’‘홍루몽’ 등 고전소설부터 진융(金庸)의 ‘신조협려’까지 역사서와 문학작품,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남녀의 사례를 종횡무진 끌어내 시종 경쾌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남녀유별과 현모양처 등의 개념, 결혼을 앞두고 중매를 서는 과정이나 첫날밤을 치르는 모습 등 중국의 풍습은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중국 남자 엿보기’ 편에서 우유부단하고 연약한 남성상을 다루며 중국 남녀관계의 실상을 밝힌다. 중국 문학작품들이 전통적으로 나약하고 여성화된 백면서생이나 여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강호호걸이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도덕군자 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강함’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여자 엿보기’편에서는 현모양처 되기가 지극히 힘든 만큼 그것이 못될 바에야 차라리 맹렬 여성이 될 수밖에 없는 ‘정황’을 살핀다.1만 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말·글 빛냄 펴냄

    “슬기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에 한 번의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해 한 번은 맞힐 수 있다. 그래서 미치광이의 말도 성인은 가려서 듣는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동쪽의 나라’ 인도로 가려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천동설을 뒤엎은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국민투표와 여성 권리 확대를 주장하다 기요틴에서 처형된 올랭프 드 구즈…. 당시 모든 사람들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평가절하한 ‘기괴한’ 발상들은 오히려 오늘날의 문명을 꽃피우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독일의 저명 법학자인 프리더 라욱스가 쓴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박원영 옮김, 말·글 빛냄 펴냄)은 당시에는 쓸데없고 미친 짓으로만 치부되던 생각들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여 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다른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생각과 연구, 기술 분야에서 진정 새로운 것은 다른 이들에게 소용없거나 이상하다고 여기는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한다. 아직 길이 나지 않은 곳, 소용도 없는 곳인 만큼 눈앞의 이득을 곧바로 가져다 주지도 않지만 세상을 뒤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G W 라이프니츠는 컴퓨터 계산기의 관점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1703년 오로지 숫자 1과 0만을 사용하는 이진법 계산체계를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누구도 현실적이고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실현될 수 없는 탓에 쓸모없는 기계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기본 토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눈부신 과학적 성과나 정치사회적인 변화의 계기는 다름 아닌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고하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파악 가능한 이념을 받아들여 그것의 씨를 뿌린다. 그러나 그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바로 이 세상 사람들이다.”라고 ‘대담한’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 3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이젠 문화적 창조성이 국가경쟁력”

    “이젠 문화적 창조성이 국가경쟁력”

    “지난 시대가 자유·민주화가 목표였다면, 이 시대에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창조적 비약이 절실합니다.” 생명 공해추방운동을 이끌어온 김지하(67·동국대 석좌교수) 시인은 9일 광화문문화포럼이 주최한 ‘아침공론’ 강연을 통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문화적 창조성을 창발시키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한해를 열며:신 르네상스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강연한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동력은 바로 문화인 만큼 문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이 시대에는 문화가 정치·경제의 양념과 같은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선기간 동안 문화 공약을 제대로 내놓은 후보가 없어 안타깝다는 시인은 “문화관광부 예산을 늘려야 할 때 오히려 깎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문화부 예산 400억원 삭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회문제화된 청년실업 문제를 문화적 측면으로 접근해줄 것을 주문했다. 시인은 “10∼30대 청년들의 키워드는 문화인 만큼 문화적 노동이나 창조적 노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물질적 노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인은 새 시대에는 한국적 가치가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2002년 월드컵 당시 온 나라를 뒤덮은 ‘붉은 악마’에서 한국적 가치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때 한반도에 넘실댔던 태극 물결은 역동과 균형, 디지털과 생태가 결합된 새로운 세상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집단적 예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서구에서는 동아시아적 가치에 눈을 돌리는 ‘이스트 터닝(East-turning)’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앞으로 10년내 지구 온난화 등 산업화가 초래한 재앙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는 한국적 가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자신이 그동안 주창해온 남성·가부장·제후 중심 문화인 ‘율(律)’과 여성·민중 중심 문화인 ‘려(呂)’가 조화를 이루는 ‘율려사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하나의 스타일에 갇히지 않는 작가 되고 싶어”

    “이제 겨우 소설집 두 권을 냈을 뿐인데….”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여선(44)씨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문학적 성과가 일천한 무명작가가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은 계간 한국문학 여름호에 발표된 단편 ‘사랑을 믿다’. 실연의 상처를 지닌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냄과 숨김이라는 두 겹의 서사 구조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무슨 거창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실연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이상문학상 심사평에서도 지적했듯 일정 부분 소설이 빠져들기 쉬운 상상력의 가벼움을 극복하고 있다.“요즘 소설들이 너무 ‘환상’이라는 손쉬운 탈출구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아요. 일상과 치열하게 맞대결하는, 현실에 튼실히 뿌리 박은 ‘현장소설’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학수업을 한다 여기고 단편을 꾸준히 써 왔다.”는 작가는 앞으로 현대적 감각의 진지한 장편 로맨스 소설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마흔넷, 헝가리 춤곡 같은 나이”라고 말하는 그가 늘 가슴에 새기는 화두는 변화.“하나의 스타일에 갇히지 않게 죽을 때까지 변화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이번 수상이 변화의 발걸음이 더 바빠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로 등단한 그는 소설집 ‘처녀치마’와 ‘분홍리본의 시절’을 냈고, 지난해에는 단편 ‘약콩이 끓는 동안’으로 오영수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독자의 즉각적 반응이 큰 자극제”

    “독자의 즉각적 반응이 큰 자극제”

    “막상 끝났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운하네요. 하지만 보람도 컸습니다.” 5개월만에 포털 최초의 소설 연재를 끝낸 소설가 박범신(61·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인터넷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젊은 독자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글을 써서 올리게 됐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7일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wacho)에 지난해 8월부터 연재한 산악소설 ‘촐라체’의 마지막회(102화)를 올린 작가는 “인터넷 연재는 클릭 수 등 독자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생생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극제가 됐다.”면서 “작가생활 34년간 가지기 힘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문화 보여주고 싶어 연재” 소설 ‘촐라체’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를 모델로 삼은 작품. 연재 기간 동안 총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신문이나 인터넷이 모두 작품 발표의 장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는 같죠. 연재하는 도중 독자들에게 작가의 고민을 털어놓고, 독자들은 그에 대해 댓글을 달면서 서로 소통한 것이 글을 쓰는 데 큰 활력소가 됐습니다.” 그는 “가벼운 글에 익숙한 네티즌들에게 다채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트렌디한 도시풍의 연애소설은 피했다.”면서 “히말라야 산악에서 극한의 위기에 처한 남성들이 느끼는 삶과 죽음, 우애, 가족문제 등을 정통 기법으로 진지하게 풀어가는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원고지 글’과는 또다른 매력 느껴 ‘원고지 글’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는 작가는 “인터넷포털 소설의 방문자수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포털에서 본격적인 문학을 선보이는 작업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이재무 시집 ‘저녁 6시’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곡진하게 그려온 시인 이재무가 아홉 번째 시집 ‘저녁 6시’(창비 펴냄)를 냈다. 고향을 등지고 도시의 삶을 선택했으나 어두운 정치현실과 가난에 부딪혀 희망을 찾기 힘들었던 80년대, 각박한 도시 현실과 반생태적인 환경에 맞선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진솔한 감정을 담백하게 전한다. “생활의 터전에서 시적 재료를 발견, 당대 구성원의 삶과 나 자신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성을 추구하기보다 ‘생활의 발견’에 주목한다는 시인은 ‘삶의 보폭’과 ‘시의 보폭’을 나란히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고백한다. 표제작 ‘저녁 6시’는 인간적 절제와 이성을 상실한 도시인의 야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타락한 도시 문명의 후미진 공간쯤으로 읽힌다. “저녁이 오면 도시는 냄새의 감옥이 된다/ 인사동이나 청진동, 충무로, 신림동, 청량리, 영등포 역전이나 신촌 뒷골목/ 저녁의 통로를 걸어가보라/ 떼지어 몰려오고 떼지어 몰려가는 냄새의 폭주족/ 그들의 성정이 몹시 사나워서 날선 입과 손톱으로 행인의 얼굴 할퀴고 공복을 차고 목덜미를 물었다 뱉는다” 주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동화된 삶을 그린 ‘팽이’, 정신적 가치가 사라진 현 세태에 아쉬움을 표현한 ‘가난에 대하여’, 원시적 생명감을 추구한 ‘푸른 늑대를 찾아서’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문학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박제화되면 끝입니다. 고정되고 낡은 것은 바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죠.” 민중문학, 긴급조치 위반, 구속, 고문…. 늘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소설가 김영현(53·실천문학사 대표)이 독특한 형식의 창작소설집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라일락 향기´(가제)가 그것이다. 작품집 ‘라일락 향기´에는 ‘개구리’‘여름에서 겨울까지’‘나는 몽유하리라’‘일영에서 나날들’‘낯선 사내와 술한잔’등 지난 5년 동안 발표된 단편 8편이 묶여진다.“21세기를 맞아 한 시대가 지나가고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지식인들의 고독한 내면의 독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성격, 우리가 처한 상황, 지식인의 불안한 미래 등에 대해 짚어 보는 실존적인 소설이 될 것입니다.” ●“내 후반기 문학의 새 출발점” 작가가 구상하는 소설은 철학적이고 시적인 내용이 적잖이 녹아 있는, 과거의 리얼리즘 성격과 실험적 소설이 뒤섞여 있는 사뭇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그런 만큼 내용이 철학적이고 일정 부분 난해할 수도 있다는 작가는 “내 후반기 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창작소설집 출간과 함께 작가는 또 다른 ‘외도’도 꿈꾼다. 지난해 펴낸 그의 소설 ‘낯선 사람들’이 영화화된다.‘낯선 사람들’은 수도원 신학생 성연이 부친인 마을금고 이사장 최문술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 작가는 “아직 기획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보다 계획이 진전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낭만주의적 책 득세 안타까워 “요즘은 너무 낭만주의적 색채가 짙은 책들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유·민주·통일·상호존중 등의 단어가 어느샌가 퇴색돼 버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미시적 관점을 넘어 통시적으로 꿰뚫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가치가 병렬체계를 이뤄야 합니다.” 지금은 ‘글 기술자’‘엔터테인먼트 작가’만 횡행하다 보니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얽히고설켜 혼란스러운 시대인 만큼 중심을 바로잡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진보의 내용이 큰 차가 없는데도 우리 속에는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나서서 이렇게 파인 골을 하루빨리 메워야 합니다.” 좌우를 대표하는 황석영씨와 이문열씨도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면 다 통하게 돼 있는데, 우리 사회에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한 것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어투도 한몫한다고 작가는 지적한다.“나이가 들면 자기 확신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진리가 불변인 것은 아니죠. 변하지 않는 도그마는 있을 수 없습니다.” ●플라톤의 ‘조화´ 절실한 시점 1990년대 낭만적 색채가 짙은 작가의 리얼리즘이 민중문학의 발전이냐 퇴보냐를 놓고 ‘김영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였던 만큼 작가는 현 정치적 판도 변화에 마냥 ‘아웃사이더’일 수만은 없다.“플라톤의 ‘조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현 정부의 좋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 일단 안심이 됩니다.” 연륜만큼이나 세상을 더 넓게 관조하고 있는 작가는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대립, 즉 ‘좌’에서 ‘우’로 확 돌아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다.386세대의 경우 패배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목소리도 담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김윤식 교수의 ‘현장에서 읽은… ’

    ‘21세기 문학 지도가 나왔다.’ 날카로운 현장 비평으로 우리 문학의 지도를 그려온 문학평론가 김윤식(71)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소설의 지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평론집을 내놓았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월간 ‘문학사상’에 게재했던 현장비평을 재구성해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도서출판 강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그달 그달 발표된 작품 읽기란, 제겐 참으로 난감한 모험의 연속입니다. 금방 나온 작품을 대하는 순간 그것이 뿜어내는 빛이 하도 눈부셔 눈멀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고백한 김 교수가 이 기간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을 꼼꼼히 읽고, 작품과 작가에 대해 써낸 예리하면서도 애정어린 비평을 주제별로 10개의 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김숨 김애란 이기호 한유주 등 신예작가부터 김인숙 은희경 윤대녕 구효서 등 중견작가,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등 원로작가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의 작가를 망라하고 있어 우리 소설이 지난 2년여 동안 그린 궤적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가족의 탄생 혹은 소멸’이라는 부제가 붙은 1장 김숨의 ‘트럭’에 대해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대하는 ‘아버지 소설’”이라면서 우리 시대 아버지와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성찰했다.5장 ‘관념을 벗고 육체를 입은 소설들’에 배치된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에 대해서는 “자의식이 범람하는 이 나라 소설판에 육체를 끌고 들어왔다.”고 평했다. 그의 비평은 작품을 씨줄로, 작가를 날줄로 삼아 최근 우리 소설이 어떠한 미학적 형식과 언어의 밀도 속에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려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1만 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라클로 연애 소설 ‘위험한 관계’

    “단 한번의 위험한 관계를 맺은 것이 이렇게 큰 불행을 초래하는 걸까요?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아무리 엄청난 불행이라도 모두 피할 수 있었을 텐데!”(본문 중에서) 18세기 프랑스 문단을 발칵 뒤집어놓은 연애소설 ‘위험한 관계’(쇼데를로 드 라클로 지음,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가 나왔다. 타락한 귀족사회를 묘사한 서간체 형식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편지 175편을 통해 18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남녀간에 사랑과 증오, 성적 욕망이 복잡다단하게 얽힌 모습을 낱낱이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악마적인 간계와 뭇 남성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후작 부인 메르테유와, 돈주앙의 화신인 것처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녀와 공모를 벌이는 옛 연인이자 바람둥이인 발몽 자작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다. 발몽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 투르벨을 유혹하면서 메르테유의 부추김을 받아 순수한 귀족 소녀 세실에게까지 마수의 손길을 뻗친다. 메르테유는 이런 틈을 타 세실이 사모하는 당스니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메르테유와 발몽, 세실, 당스니의 얽히고설킨 욕망은 인물들 모두를 결국 파멸로 이끌어간다.175번째 마지막 편지에서 단 한번의 위험한 관계를 맺은 것이 엄청난 불행을 초래한다고 끝맺어 현대인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준다. 프랑스 심리 소설의 ‘고전’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2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단숨에 뛰어넘어 짙은 여운을 남긴다.1만 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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