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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석영중 지음

    19세기 러시아 작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적인 대문호’‘위대한 천재’‘영혼의 선견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 속내를 알고 보면 그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알 수 있다. 위대한 대문호인 그도 죽을 때까지 샐닢의 돈에 웃고 운, 돈을 벌기 위해 밤새 노심초사한 보통 사람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석영중 지음, 예담 펴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돈’에 초점을 맞춰 살핀 책이다. 저자(고려대 노문과 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작품을 쓴 것은 러시아의 민중을 교화하고 신의 섭리를 전달하기 위한 거룩한 목적을 위해서였다기보다는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호구지책, 남의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고전이면서도 현대성을 가지는 것은 귀족가문 출신인 톨스토이·투르게네프 등 동시대 대문호들과는 달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돈을 정확하게 읽어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가장 속물적인 소재인 돈과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결합시켜 시공을 초월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를 파헤친다. 그렇다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돈밝힘증에만 사로잡힌 것은 아니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잘 이해했고 돈을 읽었으며 절실히 돈을 필요로 했지만 돈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결론짓는다.1만 3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다관에 담긴 한·중·일 차 문화사/정동주 지음

    한·중·일의 차(茶)문화는 사뭇 다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성인병 예방이나 다이어트 등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차를 마신다. 중국인들은 물이 좋지 않은 탓에 물을 대신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중화시키기 위해 차를 마신다. 일본인들은 차를 마시는 게 예(禮)이고 도(道)다. 다도를 수련하는 것이 참선과 같은 인격수양의 한 방편이라는 얘기다. ‘차력(茶歷)’ 43년의 작가 정동주씨가 펴낸 ‘다관에 담긴 한·중·일 차 문화사’(한길사 펴냄)는 찻그릇인 다관(茶罐)을 통해 이같은 한·중·일 차 문화의 속내를 살핀 책이다. 다관은 잎차를 넣고 더운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는 찻그릇. 중국에서는 차후(茶壺), 일본에서는 규스(急須)라고 불린다. 차를 우려낸다는 기능은 같으나, 모습과 발전과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다관은 조선초부터 1970년대까지 쇠퇴하다가 1980년대들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정교하고 다양한 무늬와 장식으로 꾸며지고 색채가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차후는 서역의 문물과 다양한 민족문화를 보듬고 있는 만큼 중원의 지배 왕조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취한다. 일본의 규스는 중국의 찻그릇과 페르시아의 문양과 장식을 본떠 새로 만든 까닭에 모양과 색채가 가장 화려하다. 이 책은 다관이라는 찻그릇의 특성을 살피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한·중·일 차문화의 특성을 폭넓게 다룬다. 다관의 기원이 된 고대 청동기부터 중국 왕조의 변천에 따른 도자 형식의 변화, 찻잎 종류에 따라 다른 중국 차후의 형식, 일본 규스의 출현과 차 문화 개혁 등 한·중·일 차문화의 중요 사항을 남김없이 짚어간다.2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시습은 천재적 우울증 환자?”

    “김시습은 천재적 우울증 환자?”

    “‘금오신화’를 쓴 김시습은 우울증 환자였다?” 윤채근(43)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한문소설과 욕망의 구조’(소명출판)에서 이 같은 도발적 주장을 내놓았다. 독특하게도 한문소설을 대상으로 정신분석 비평을 시도하는 저자는 프랑스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김시습의 내면 세계를 분석한다. 책에는 ‘김시습과 금오신화:존재 불안의 서사적 탐구-히스테리와 우울증을 중심으로’ 등 11편의 논문이 실렸다. 히스테리와 우울증의 경우 증상의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지만, 김시습이라는 독특한 인격 속에 서로 녹아들어 소설 창작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김시습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후실을 얻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 외가에서 자라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안은 채 보냈다. 이런 가정적 비극이 어린 김시습의 예민한 정서에 영향을 끼쳐, 결국 이를 다른 사람의 관심으로 보상받으려 하다 보니 히스테리화했다는 것. 저자는 또한 김시습이 당대 왕조에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점, 국가사업에 종사하고 세조의 도첩을 받고 감격했다는 점 등 여러 정황을 들어 생육신, 절의지사로 알려진 점은 과대포장됐다는 주장도 편다. 윤 교수는 “광기와 기행으로 점철된 김시습의 자기파괴 과정은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종종 자신의 행복이나 성공을 거부하는 행위로 나타나는데, 이런 심리적 현상이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천재병’으로 불린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에 따르면 김시습의 강력한 지적 욕구와 박학(博學)의 추구야말로 천재적 우울증의 공통적인 속성이다.1만 9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순수+대중’ 뉴웨이브문학 논란

    ‘뉴웨이브 문학’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뉴웨이브 문학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융합을 지향하는 ‘중간문학’. 다매체 시대를 맞아 문학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긍정론과 작품이 대중의 흥미 위주로 가다 보니 문학 본연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기존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티를 강조한다면, 뉴웨이브 문학은 인터넷시대의 가상현실에 어울리는 새로운 양식을 추구한다. 본격 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팩션과 판타지, 공상과학소설, 미스터리, 칙릿(젊은 도시여성들의 일과 연애, 취향 등을 다루는 소설), 스릴러 등이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뉴웨이브 문학은 문화산업으로서의 ‘스토리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J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3억 5000만부 이상 팔리고 나아가 영화와 캐릭터산업으로 이어져 2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뉴웨이브 문학은 한층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온라인게임과 같은 다양한 문화산업과 디지털 스토리 텔링을 결합해 이를 이야기 산업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본격화됐다.‘해리포터’ 시리즈,‘반지의 제왕’‘다빈치코드’‘나니아 연대기’‘황금나침반’ 같은 작품을 만들어 문화산업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중간문학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 이주호의 ‘왕의 밀실’, 유광수의 ‘진시황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궁중 암투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바람의 화원’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 대결과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 등을 생동감 있게 복원했다.‘왕의 밀실’은 광해군의 어명을 받은 허균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긴박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진시황 프로젝트’는 진시황의 불로초 설화를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극우파 민족주의자들이 벌이는 대결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문학평론가인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국내 문학은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형식과 주제 등의 부문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면서 “과거의 경우 활자 인쇄매체라는 단매체 시대였던 만큼 그것이 가능했으나,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서는 소설도 대중에게 가까이 가는 새로운 문학의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문학이 돈벌이만을 위한 문화산업으로만 치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는 본래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대중을 좇아 흥미 위주로 가다 보면 문학 본연의 정신이 실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순수문학이 큰 줄기를 이루는 가운데 중간 문학이 또 한편에서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뉴웨이브 문학’은 추리·SF·판타지 등 스토리만 강조하는 흥미 위주의 작품이 대부분인 만큼 원래 문학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애크로이드 소설 ‘혹스무어’

    세계적인 전기 작가로 이름 높은 영국 작가 피터 애크로이드의 장편소설 ‘혹스무어’(홍덕선 옮김, 솔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소설은 18세기 건축가 니컬러스 다이어가 교회를 재건축하는 이야기와 20세기의 니컬러스 혹스무어 경관이 260여년 전에 지어진 교회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 색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탐정소설처럼 작품 곳곳에 호기심을 부추기는 복선을 깔아 놓았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거부한다. 작품은 두 가지의 시간대를 축으로 한다.260여년의 시차를 둔 1711년과 1980년대. 영국 런던 대화재 이후인 1711년, 앤 여왕 즉위 9년에 런던시와 웨스트민스터시 교구에 교회 7개를 새로 건립하는 의회 법안이 통과된다. 건립 책임을 맡은 왕립건축사무소의 니컬러스 다이어가 이 교회들을 지어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로부터 260여년이 흐른 1980년대 런던 경찰청의 경관 혹스무어는 그 교회들에서 발생하는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그런데 1980년대의 연쇄 살인은 18세기에 다이어가 저지른 또 다른 살인사건들과 연결돼 있다.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홀수 장에서는 18세기의 사건을, 짝수 장에서는 현대의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교회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는 소설인 만큼, 독자들에게 소설 속에 작가가 숨겨 놓은 살인사건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도록 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독서를 지금보다 더욱 즐겁게 하고 싶다면 먼저 작가가 준비해둔 장치나 고안을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일본의 유명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을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9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미치너 지음

    ”소설을 구성해 나가는데 있어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 대한’ 소설은 늘 실패로 끝난다.…성공한 소설은 인물로부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지적·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첫소설 ‘남태평양 이야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제임스 미치너의 창작론의 한 대목이다. 이 타고난 이야기꾼이 평생 간직한 글쓰기 원칙 혹은 신념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는 왜 쓰는가’(제임스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예담 펴냄)는 작가가 50년 문학인생을 반추하며 쓴 일종의 ‘글쓰기 지침서’다. 특히 소설 창작에 대한 친절하고 명쾌한 원칙들이 잘 정리돼 있다.“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라. 그렇게 해 일부 독자들을 떨어져 나가게 하라(내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작가 혹은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책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해 마거릿 미첼, 트루먼 커포티 등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들과의 일화도 실려 있다. 미치너는 헤밍웨이 소설이 최악의 혹평을 받을 당시 씌어진 ‘노인과 바다’의 서문을 자진해서 써줬다. 책은 미치너가 ‘노인과 바다’의 교정쇄를 처음 읽어본 곳이 바로 전쟁이 한창인 한국의 어느 산골 참호 안이었다는 사실을 소상히 전해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작가는 훗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편소설 ‘도곡리 철교’를 쓰기도 했다. 마흔이 돼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음에도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선 미치너. 글쓰기에 대한 노(老)대가의 따뜻한 충언이 담긴 이 책은 흔히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와 비교된다. 두 작가는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모름지기 명쾌하고 진실성이 담긴 글을 쓰라.”는 것이다.1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선부론(先富論·능력껏 부자가 돼라)/던컨 휴잇 지음

    중국 남부 광둥성의 지난해 1인당소득은 8900달러, 서부 닝샤후이주 자치구의 소득은 176달러.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곳의 소득격차는 무려 50배에 이른다.1978년 덩샤오핑이 ‘선부론(先富論·능력껏 부자가 돼라)’을 앞세우며 개혁·개방을 실시한 지 30년을 맞은 지금, 도농간 빈부격차는 중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 배경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5년 균부론(均富論·다같이 부자가 되자)의 기치를 올린 것. 그렇다면 선부론은 어떤 현재적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선부론이 물론 빈부격차의 한 원인이 됐지만, 그래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절대 기아에서 해방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선부론’(던컨 휴잇 지음, 김민주 등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은 중국 시장경제의 키워드가 된 선부론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영국 BBC의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거시적인 틀에서 다루기보다는 경제발전에 따른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라오바이싱(老白姓·일반인)’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베이징에서 만난 여든 두 살의 자오 노인은 내전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용케 견뎌온 자신의 집이 재개발로 헐리는 것을 모습을 지켜 봐야 했다.1990년대 말까지만해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던 조용한 회색도시였던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2∼3년 전만 하더라도 막힘없이 달리던 베이징의 5개 순환도로는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허덕이고 있다. 서유럽이 1세기 만에 이뤄낸 것을 한국은 20년동안, 중국은 10년 만에 이룩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찬사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서구 언론인 특유의 중국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여전하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경제발전을 이끄는 도시의 모습을 소개하는 한편 실업·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1만 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노먼 메일러 소설 ‘파이트’

    노먼 메일러 소설 ‘파이트’

    1974년 10월30일 오전 4시, 콩코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 멤링 호텔은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프로복싱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와 무패 챔피언 조지 포먼 간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8라운드 종반 도전자 알리는 포먼의 얼굴에 날카로운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묵직한 훅 한 방을 날려 KO승을 거뒀다.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담아낸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의 소설 ‘파이트’(남명성 옮김, 뿔 펴냄)가 나왔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메일러는 실제 사건이나 인물 이야기에 작가 자신의 해석이나 상상력을 가미하는 ‘뉴저널리즘’문학의 선구자.‘파이트’는 61전56승5패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알리와 KO율 92.7%의 포먼이 가진 세기의 대결을 생생하게 되살린 르포르타주다. 작가는 알리를 1963년 라스베이거스 듄스 호텔 카지노에서 처음 만났다. 키가 크고 마른 데다 신경질적인 소니 리스턴과의 대결을 앞두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촌놈 복서’로 그를 기억한다. 알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한다. 베트남전 징집 거부로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는 수난도 겪는다. 메일러는 이 책에서 ‘노먼’ 또는 ‘작가’라는 이름의 객관화된 화자로 등장해 알리를 인터뷰하고 경기를 관전하며 그에 대한 인상이 변해 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박범신 포털 연재소설 ‘촐라체’

    박범신 포털 연재소설 ‘촐라체’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한마디로 야성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에게 야성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작가 박범신(62)씨가 최초의 인터넷 포털연재소설 ‘촐라체’(푸른숲 펴냄)를 단행본으로 내놓으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정체성을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 소설의 핵심 주제”라고 말했다. ‘촐라체’는 해발 6440m의 히말라야 봉우리 촐라체를 등반하던 중 조난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다. 아버지가 다른 형제 박상민, 하영교가 촐라체 북벽에서 겪은 6박7일간의 조난과 생환 과정을 생생하고 긴박감 넘치게 그려낸다. 작가는 “등반이라는 서사만 빌렸을 뿐 산악소설은 아니라며 촐라체는 꿈, 이상일 수도 있고 개인의 정체성일 수도 있다.”면서 “나 자신도 볼펜이라는 피켈에 의존해 소설이라는 촐라체에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촐라체가 단지 산이라는 공간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촐라체’는 연재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 방문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작가는 그러나 “댓글을 통한 건전한 문학적 토론을 바랐는데 일방적인 찬사나 인민재판만이 난무하며 상호 소통에는 미흡했다.”며 아쉬워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두 번째 장편 ‘쿨하게 한걸음’ 출간 서유미

    두 번째 장편 ‘쿨하게 한걸음’ 출간 서유미

    지난해 창비장편소설상과 문학수첩작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문단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서유미(33)씨. 그가 ‘판타스틱 개미지옥’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쿨하게 한걸음’(창비 펴냄)을 내놓았다.30대 초반 여성들의 휘청거리는 삶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성장이라고 하면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성장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해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내면을 성찰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구조조정 칼바람에 휩싸인 회사를 그만두는 주인공 연수의 이야기다.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새삼 사춘기를 맞은 연수 주위에는 문제적 인간들뿐. 그의 아버지는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갱년기를 맞은 연수의 어머니는 대학에 가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간다. 연수의 친구들도 제각기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30대는 어쩐지 무겁고 책임질 일도 많은데,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뭔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 굉장히 애매한 연령대입니다. 젊으니까, 젊기 때문에 실패도 할 수 있고 가난할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나 가족들이 이런 삼십대의 방황과 성장통을 이해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내게 절실한 얘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돼 주인공을 내 또래로 정하고 고민할 법한 문제를 짚어 봤다는 것이다. “등단하기 전 학원 강사, 홍보회사 직원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작가가 되기 위해 직장을 때려치우고 원주에 내려가 2년간 습작을 했죠.” 하지만 이번 소설이 꼭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명작을 많이 읽었습니다. 도리스 레싱과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특히 좋아하죠.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나 상황을 전개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들끓고 있는 인간의 심리와 부조리를 예리하게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자연 재해의 공포에 휩싸인 개인의 심리적 변화 양상을 다룬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 낸 김종길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 낸 김종길

    영문학자이자 시단의 원로인 김종길(83) 고려대 명예교수가 4년 만에 신작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현대문학)를 펴냈다.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그가 2004년 ‘해가 많이 짧아졌다’에 이어 4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제목에는 그동안 수록되지 않은 것, 밀쳐둔 것들을 늘그막에 한데 묶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모두 52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연치(年齒)에 걸맞게 관조적인 일상의 상념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나이가 들어도 늘 시적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내놓을 형편이 못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큰 맘먹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집을 내게 됐어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소소한 사물과 현상에서도 나름의 자연의 이치를 새롭게 깨닫는 시인의 시선이 웅숭깊은 삶의 철학을 오롯이 전해준다. 원융무애(圓融無)의 세계라고나 할까. 시인은 세상을 떠난 동료 시인들에 대한 추모의 정을 듬뿍 드러내며 인생의 황혼을 자각하기도 한다.“당신은 어릴 적부터/남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소./(중략)/당신은 이 세상을 철저히 차단한 채 자기 소외의 극점에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삶의 변두리를 서성거리고 있소.”(‘중환자실의 김춘수 시인’ 중에서) 그는 그러나 죽음을 비관이나 체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달관의 경지로 승화시킨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노성(老成)한 시인의 에스프리가 그대로 묻어난다. 적절한 시적 긴장을 유지하기 어려워 작품집을 내놓는 게 망설여진다고 시인은 겸사하지만, 이번 시집의 마지막 편 ‘오롯이 홀로 솟아’에 수록된 7편의 시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동해 수평선 위에 오롯이 홀로 솟아/한시도 쉴 새 없이 파도에 할키우고/바람에 깎이우면서도 아침이면/(중략)/오롯이 홀로 솟아 외쳐대고 있다./또 하루의 풍랑이 시작되었다고/또 하루 의연히 풍랑에 맞서 싸우라고!”(‘오롯이 홀로 솟아-독도를 부르며’ 중에서) 영문학으로 평생을 일관해온 학자답게 요즘 우리의 영어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영어교육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고 있지만, 성과가 잘 나오지 않고 있어요. 이는 영어교육이 여전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어교육은 무엇보다 ‘깐깐함’이 필요하고, 느리지만 꾸준한 ‘슬로 벗 스테디(slow but steady)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늙바탕에 다작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요즘도 시 청탁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1947년 등단,‘이순의 시력(詩歷)’을 구가하고 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젊은이 못지않다. 문단의 원로가 그리운 시대, 그래서 그가 시단의 사표로 존경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8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세계사의 비밀 220장면 /외르크 마이덴바우어 지음

    줄리어스 시저는 과연 죽을 때 “브루투스, 너마저도”라고 말했을까.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썼을까. 클레오파트라는 미녀였을까.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답변은 99%가 ‘아니다.’일 것이다. 지난 5000년간 면면히 이어져온 세계사에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문점들을 풀어주는 책이 나왔다. 독일의 역사가이자 문화사가인 외르크 마이덴바우어가 쓴 ‘세계사의 비밀 220장면’(안미현 옮김, 민음in 펴냄). 책은 고대 이집트에서 20세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역사적 사건과 위대한 인물, 발명과 발견, 풍속 등과 관련된 세계사의 오해를 파헤친다. 세계사의 가장 유명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기원전 44년 3월15일 로마 원로원 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줄리어스 시저에 관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 양자인 브루투스의 칼을 맞은 시저는 “내 아들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 역사가들은 시저가 말 한마디 못한 채 죽었다고 적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저자가 그리스의 호메로스라는 사실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다만 그가 기원전 750년에서 기원전 650년까지 이 궁전 저 궁전을 돌아다니며 이야기꾼으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러면 클레오파트라는 미녀였을까. 클레오파트라는 보는 사람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대 문헌들에는 “놀라울 정도로, 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다.”라고 기록돼 있다. 아마도 당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그녀에게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나왔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1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메디컬 스캔들/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메디컬 스캔들/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책임감 있고 능력까지 갖춘 수석의사는 병원장과 병원 행정팀장이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의 의제는 ‘환자의 서열’이었다. 그 서열은 돈이 되는 순으로 결정됐다.1순위는 현금으로 치료비를 후하게 지불하는 외국인,2순위는 현금 지불하는 독일인,3순위가 의료보험 환자들이었다.” 이런 사실이 독일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도 환자들의 서열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학병원과 특수 목적 의료기관의 경우 으레 관리감독 및 예산배당권을 가진 상부 기관의 눈치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알마 펴냄)은 이 같은 병원의 부조리한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병원의 ‘환자 길들이기’의 실상.“응급실에 새로운 환자가 실려 왔다는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느긋하게 대처한다. 그는 태연하게 물을 끓여 커피를 타고, 전화통화를 하고…. 이런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환자를 그렇게 기다리도록 해야 환자가 의사에 대해 보다 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의료 윤리 지침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단지 의사들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의사는 환자에게 일일이 안부 편지를 보내 용기를 주고, 또 어떤 의사는 도시에 있으면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의 어린이를 돌보기 위해 왕진을 떠나고….“의사가 달라져야 의학이 산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1만 3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제1회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출판

    제1회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출판

    “처녀작이다 보니 무엇보다 적절한 어휘를 선택해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속도감 있는 전개할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고민을 했습니다.” 최근 역사추리소설 ‘진시황 프로젝트’를 펴낸 유광수(39)씨가 3일 기자들과 만났다.‘진시황 프로젝트’는 도서출판 김영사가 주관하는 제1회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 고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보낸 신하 서불의 설화를 토대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시집 ‘찔레’ 다시 펴낸 문정희

    시집 ‘찔레’ 다시 펴낸 문정희

    “상상력과 창조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간단없이 노력해 문학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 문정희(60·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씨. 이순의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젊고 솔직하다.“새학기가 시작되면 강의하고, 학생들과 만나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도 가고….” 시인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자연스러운 몸의 욕망과 시를 합일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로 봐야 할 듯하다. ●대부분 1980년대 초 뉴욕서 고독 속에 빠져 쓴 작품 그가 시집 ‘찔레’(도서출판 북인)를 다시 펴냈다. 최근 미국에서 ‘윈드 플라워(Wind Flower)’라는 제목으로 영역 출간된 것은 기념하기 위해서다. 표제시 ‘찔레’를 비롯해 ‘아들에게’ ‘편지’ ‘보석의 노래’ 등 72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은 고독에 빠진 젊은 날의 감성을 웅숭깊게 그려내고 있다. “1980년대 초 2년간 뉴욕대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할 기회가 없는 절대 고독 속에 빠져 있었죠. 당시에 쓴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때 그 시절, 시인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다종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시로 옮겨 적었다. 이 시집은 출간 당시 KBS TV 9시 뉴스가 조사한 청소년들이 사랑하는 한국의 애송시집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시집 ‘찔레’는 시인이 뉴욕을 떠돌며 쓴 아웃사이더의 노래로 가득하다.“삶은 표류하는 것이죠. 그때 거짓과 폭압으로 시작된 한국의 정치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고, 나의 현실은 송곳 위에 선 듯 날카롭기만 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쓴 작품인 만큼 기법상으로 미숙한 점이 적지 않죠. 지금이라면 훨씬 노회하게 썼을 텐데…. 날 것, 그야말로 생 이미지 그대로여서 지금 보면 아찔한 기분마저 들어요.” 당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무척이나 거칠고 피폐한 시절인지라 시인에게는 유형, 무형의 부담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가을엔 스페인어, 내년엔 불어·일본어판 시집 출간 그래서인지 시집에는 울음의 정조(情調)거 넘쳐난다.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시집에 나오는 화자들은 마치 곡비(哭婢·상을 당한 양반집에서 돈을 받고 대신 울어주던 계집종)처럼 울어댄다.”며 “이 울음들은 ‘안’에서 ‘바깥’으로 내쳐진 자, 파편으로 떨어져 나와 떠도는 자, 디아스포라의 울음이다.”라고 말한다. “제가 문학의 중심에 서서 헤쳐나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한순간도 만만한 적이 없었습니다.” 문학의 승부는 투자한 시간과 비례하는데, 진득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시에 천착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는 얘기다. 이야기는 미당 서정주 선생에까지 미쳤다. 미당의 수제자였던 만큼 그에 대한 마음은 각별한 데가 있다.“고등학교 백일장에 나갔는데, 마침 심사위원을 맡으셨죠. 그때 장원으로 뽑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대학도 선생님을 따라 동국대로 갔죠. 결혼해 아들을 낳았을 때는 이름도 지어주셨어요.” 그러나 미당으로부터 시에 대한 구체적 작법은 배운 적이 없다는 그는 생전에 선생이 선물한 나무 지팡이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지팡이를 보면 든든해지기 때문이란다. “가을에는 스페인어 시집이 나오고, 내년에는 프랑스어와 일본어 시집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모두 9개 언어로 시집이 나오게 되네요. 시집도 12권이나 냈으니 글로벌 시인이라고 불려도 될까요.” 시인은 시집은 한번 나오면 그만인데, 이번 ‘찔레’가 다시 나오게 돼 자신의 시적 생명이 연장된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했다.6000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매큐언 소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매큐언 소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어린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이웃 소녀를 살해하고, 벽장 속에 숨어 살고…. 그의 소설은 너무나 비정상적이요 일탈적이다. 섬뜩함과 삭막함, 야릇함과 기이함이 한데 어우러진 기괴한 이야기를 빼어난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소설적 재능은 감탄마저 자아낸다. 영화 ‘어톤먼트’ 원작자로 주목을 받은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60)의 첫 소설집 ‘첫 사랑, 마지막 의식’(박경희 옮김, 미디어 2.0 펴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디. 표제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비롯해 8편의 단편이 실렸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소녀이거나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작가는 치우침 없는 시선으로 그들의 성을 분석하고, 이들의 ‘결함’이 사회 병리현상과 연결돼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호기심과 무료함,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주인공들의 비행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러지고 있어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집이 1975년에 출간됐으니 당시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평론가 마이클 뮤소는 이 소설에 대해 “어둡고 잔인해 보였던 것들이 책을 넘김에 따라 마음에 사무치고 호소력 강한 이야기로 변신한다.”면서 “음란한 요소는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이야기 구조와 정직한 묘사 속에 희석되고 만다.”고 평했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종인 평설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김종인 평설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님의 침묵’은 사랑의 노래이다. 그 사랑은 진리에 대한 종교적 사랑이기도 하고 민족과 역사에 대한 영웅적 사랑이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는 불교에서 금기시하는 이성에 대한 사랑, 즉 에로티시즘이다.”(‘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머리말 중에서)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은 절대자, 영원자, 조국 등을 뜻한다기보다 에로틱한 의미의 ‘통상적인’ 님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부산대 고전번역학 연구원인 김종인(44)씨는 최근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나남 펴냄)이라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평설서를 내놓았다. 저자는 “‘님의 침묵’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에로티시즘이며 만해가 오늘날의 우리들과 같은 사유와 감정을 가진 한 현대인이라는 전제 아래 만해의 시들을 새롭게 해석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님의 침묵’을 민족애의 표현과 불교적 진리에의 구도, 즉 종교적 사랑과 영웅적 사랑이 에로티시즘의 언어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제한 그는 “이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님의 침묵’의 전체 기조로 볼 때 에로티시즘이 영웅적 사랑과 종교적 사랑으로 승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로티시즘이 ‘님의 침묵’ 근저를 이루고 있음이 명백함에도 많은 학자들이 간과하거나 사소하게 취급한 가장 큰 이유는 만해에 대한 고정관념 탓이라는 것.“그동안의 고정관념에 따르면 만해는 민족의 지도자요 선승이며, 따라서 사랑타령을 하기 위해 ‘님의 침묵’을 지었다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 됩니다.” 하지만 저자의 만해 시에 대한 인식은 확고하다.‘님의 침묵’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를 시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1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네아이라 재판소동/데브라 하멜 지음

    역사책은 흔히 딱딱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웬만한 관심사가 아니면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데브라 하멜이 쓴 ‘네아이라 재판소동’(류가미 옮김, 북북서 펴냄)은 이런 역사책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고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고전학 권위자인 저자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늙은 창녀 네아이라의 재판 과정을 바탕으로 아테네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구성해냈다. 역사 속 법정 풍경에 ‘창녀’라는 자극적인 모티프를 끌어들여 시종 경쾌한 문체로 풀어냈다. 이야기의 주인공 네아이라는 2400여년 전 고대 아테네의 여성. 그녀의 직업은 창녀였다. 어린 시절 유곽에 노예로 팔린 네아이라는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몸을 팔아야 했다. 스무살이 넘어 창녀로서 한계에 이르자 유곽 주인은 그녀를 팔아버린다. 이곳저곳을 떠돌던 네아이라는 자기 몸값을 치른 아테네인 스테파노스에게 정착한다. 그리고 두 남녀의 관계는 30년간 이어진다. 쉰 살이 넘은 네아이라는 어느날 뜬금없이 고발을 당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네아이라의 신변잡사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어 당대 아테네 정치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당시 고급 창녀들은 문화생활의 중심이면서 유력 인사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던 만큼 네아이라의 재판 사건은 당대의 문화와 풍속을 파악하는 데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말한다. 저자는 재판사건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고대 아테네의 사법제도를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책은 판사도, 변호사도 없이 무작위로 뽑힌 수백, 수천명의 배심원단 투표로 결정하는 당시 법정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3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자기창조 조직/이홍 지음

    삼성전자와 LG전자, 핀란드의 노키아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을 조립하던 무명 기업이었지만,20∼30년만에 반도체와 TFT 모듈 같은 부품사업, 휴대전화 제조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LG전자도 마찬가지.‘골드스타’라는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으로 가까스로 생존하던 기업이 백색가전 부문 세계 3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노키아는 펄프와 고무, 전선을 만들던 중소기업에서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불과 20∼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성장비결은 무엇일까.‘자기창조 조직’(이홍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은 어떤 일이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신하는 ‘자기 창조’ 능력을 그 답으로 제시한다. 광운대 교수이자 한국지식경영학회장인 저자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창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언을 들려준다. 조직에서 자기 창조가 어떻게 이뤄지고 유지되는지, 자기 창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어떤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공공기관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일류기업 못지않은 자기 창조의 변화를 이뤄낸 관세청에 주목한다. 관세청은 국경 관리의 최일선 기관이다. 수출입의 통관이 이뤄지고 밀수나 짝퉁상품, 마약의 유입을 막는 국경 방어가 행해진다. 이곳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인 자기 창조로 변신을 거듭했다. 한 곳에서 모든 수출입품을 감시하던 ‘고정감시’에서 필요하면 어디나 찾아다니며 감시하는 ‘기동감시’로 바꾸는 등 끊임없는 변신 노력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덕분에 민간 기업으로 치면 37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저자는 미시적으로는 불안정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안정된 상태가 ‘자기 창조 조직’을 위한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미세한 환경의 변화에도 미시적인 수준에서 변화하는 능력이 발휘되면 이를 토대로 조직 전체가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거시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얘기다.1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최근 우리말 홀대받는 것 같아 걱정”

    “최근 우리말 홀대받는 것 같아 걱정”

    소설가 최일남(76) 씨가 23일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뜨뜻미지근한 삶을 살아 왔지만, 그래도 흉내는 못낼까 생각하고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열 사람 이상 모이는 자리를 피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주저했지만, 작가회의는 기반이 튼튼한 만큼 누가 이사장을 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면서 웃었다. “그동안 멀리서 바라만 봤지 구체적으로 관여는 안했어요. 젊어져야 하는데 왜 뒤로 가느냐고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했지요. 그런데 인생 말년에 2년 맡아 달라는데 그걸 못하랴 싶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이름에서 ‘민족문학’을 떼어낸 뒤 취임한 첫 이사장으로, 보수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어 가벼운 마음은 아닐 듯했다. 최 이사장은 “최근 영어 몰입교육이다 뭐다 해서 우리말이 너무 홀대받는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우리말이 ‘울밑에 선 봉선화’ 신세가 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자본의 논리가 너무 표면화되는 것도 문제”라면서 “먹고 사는 것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문학의 입장에서 무슨 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일부 표현을 문제삼아 반입 불허를 검토하는 ‘통일문학’과 관련해 “이미 예상한 일”이라며 “북쪽이 워낙 그렇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인데,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들고 나온 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자주 읽고, 심지어 젊은 감각을 얻기 위해 종이에 베껴 쓰기도 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젊은 감각이 상당 경우 옳아요. 나이 먹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조언을 하라고들 하는데 나는 반대입니다. 젊은 사람 따라가는 것도 사실 벅차지요.” 그는 “오늘도 몇자 끼적거리다 나왔다.”면서 “문인은 어떤 성취보다 작품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직기자 출신으로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논설고문을 역임한 최 이사장은 1953년 ‘문예’로 등단한 뒤 주로 시골사람들이 도시에 와서 겪는 이야기를 토속성과 해학성이 담긴 개성적 필치로 그려냈다.‘거룩한 응달’,‘틈입자’,‘고향에 갔더란다’ 등 20여편의 소설을 썼고, 이상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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