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디어가 ‘신성장’ 이끈다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대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그러나 로버트 솔로, 로버트 루카스, 폴 로머 등 이른바 ‘신성장 이론’의 탄생에 기여한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부정한다. 이들은 지식이 경제학의 뒷전에 밀려있는 것에 주목, 이를 무대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폴 로머(53)는 1990년 생산의 3대 요소를 사람, 아이디어, 재료로 규정한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를 발표함으로써 ‘지식경제학’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신세대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진을 대표하는 폴 로머는 수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론가가 해야 할 일은 세상에 대한 복잡한 정보를 취한 다음, 그것을 체계적인 구조로 해부해 이해하는 것”이라며 “수학은 모호한 점을 제거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강조, 인류가 경제발전을 더 쉽게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인간의 노하우와 기술, 천연자원과 주식, 채권에 이르는 재료를 중시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경제성장과 경제제도 발전에 기여하는지 주목한다.
‘지식경제학 미스터리’(데이비드 워시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김영사 펴냄)는 신성장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300년 경제학 이론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미국 보스턴글로브지 경제칼럼니스트 출신인 저자는 20세기 말에 본격 등장한 세계화의 논리, 경제성장의 원인을 모두 신성장 이론에서 찾는다.
책은 신성장 이론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토론과 논쟁을 전하는 데 적잖은 지면을 내준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경제학계의 불꽃 튀는 지식 경쟁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책은 ‘스미스의 딜레마’로 잘 알려진 18세기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핀 공장’ 이론과 ‘보이지 않는 손’을 대표적인 지식 경쟁의 한 예로 소개한다.3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