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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50주년 고은 시인 화가 변신

    등단 50주년 고은 시인 화가 변신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고은(75) 시인이 화가로 변신한다. 시인은 새달 4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등단 50주년 기념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를 통해 그림 솜씨를 선보인다. 고은문학50년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주관하는 이 그림전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회화 35점과 글씨 19점 등 모두 54점이 출품된다. 군산중 2학년 때부터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학교 미술반에서 활동하는 등 그림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온 시인은 이번 전시를 위해 조각가 구성호씨의 작업실에서 17일간 그림을 그렸다. 그는 앞으로 작업실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유화를 그리고 싶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8일에는 시인의 문학세계를 돌아보는 ‘고은 문학 심포지엄’이 중앙대에서 열리고, 각국 대사들이 주축이 된 주한 외교사절단의 고은 시 낭송회와 문학밴드 ‘북밴’의 고은 시 노래 공연 등 시인을 조명하는 부대 행사도 함께 열린다.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 등이 추천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연작시편 ‘만인보’, 서사시 ‘백두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서울시청사 리모델링 갈등 고조

    서울시청사 리모델링 갈등 고조

    서울시청사 원형 보존 문제를 둘러싸고 문화재위원회와 서울시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26일 근대문화유산분과와 사적분과 긴급 합동회의를 열고 서울시가 해체 복원을 위해 철거를 진행 중인 서울시청사에 대한 사적 가지정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한영우 사적분과위원장은 “서울시청사의 역사성, 상징적·건축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긴급 상황임을 감안,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즉각 공사중지 명령과 함께 파괴된 문화재에 대한 조속한 복원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어 “공공기관인 문화재위원회 권고사항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는 향후 등록문화재의 보존관리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화재위는 원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건물 앞면을 비롯해 중앙홀, 돔, 시장집무실, 태평홀 등 주요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서울시청사 본관을 ‘사적’으로 가지정한 데 대해 “일방적인 권고사항은 따를 수 없다.”면서 “이를 수용할 수 없고 법적 대응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난 2년여간 충분히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았고 각종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태평홀과 외관(파사드)은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어 해체·복원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같은 서울시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원형보존이라는 무리하고 일방적인 결정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조안전전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1926년 10월에 지어진 시청 본관은 철근의 부식이 심각하고, 콘크리트의 중성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어 구조적인 위험이 크고 내진 성능도 발휘할 수 없는 등 자체 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날 오전 이전복원하기로 한 3층 태평홀부터 철거 공사를 시작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사적 가지정 의결을 내림에 따라 일단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태평홀은 철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라 복구는 힘들어 보인다. 사적 가지정은 사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식 사적과 똑같은 법적 구속력을 발생시킨다. 문화재위원회는 가지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지정 해제 또는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11년 신청사 건립에 맞춰 본관을 리모델링하고 도서관, 전시관, 역사관 등을 갖춘 시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김규환 최여경기자 khkim@seoul.co.kr
  • ‘한국형 암각화’ 내몽고서 첫 발견

    ‘한국형 암각화’ 내몽고서 첫 발견

    연원을 둘러싸고 설왕설래했던 방패 모양의 ‘한국형 암각화’가 내몽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형 암각화는 1971년 울산 천전리를 시작으로 울산 대곡리, 고령 양전동, 경주 석장동 등 20여곳에서 확인됐으나 한반도 남부와 함경북도 무산 지초리를 제외한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기원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돌았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가 이끄는 ‘고려대 한국고대사 연구팀’은 7월28일∼8월3일 중국 내몽고 츠펑(赤峰)시 일대를 조사한 결과, 한국형 암각화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원전 15∼20세기 무렵 만들어진 청동기시대 석성(石城)인 츠펑시의 츠자잉쯔(遲家營子) 유적 가운데 석성 남쪽 사면에 있는 바위 수곳에서 한국형 암각화를 발견했다. 한국형 암각화가 내몽고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바위에서 동심원, 마름모, 방패 모양 등 기하학 무늬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무늬는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된 한국형 암각화와 비슷하다. 츠자잉쯔는 물론 이 유적 인근의 상지팡잉쯔(上機房營子), 커스커텅치(克什克騰旗) 유적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암각화가 발견됐다. 이중 커스커텅치 유적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동심원 무늬를 중심으로 방패 모양 등의 기하학 무늬가 바위의 수직 방향으로 새겨져 있는 점에서 고령 양전동 암각화와 판박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발견을 통해 그간 베일에 가려 있던 한국 암각화의 뿌리를 새롭게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반도最古 청동기시대 관개수로 발견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10세기 무렵 청동기시대 저수지가 발견된 경북 안동 저전리 유적에서 같은 시대 농경용 관개수로의 흔적이 확인됐다. 청동기시대 수로 유적으로는 처음이자 최고라는 점에서 한반도 선사시대 농경문화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동양대박물관은 25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국도 5호선 서호∼평은 구간에 포함된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광평리 일대 ‘저전리 유적’에 대해 제2차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청동기시대에 조성한 저수지 2곳이 계곡 상류와 하류에 서로 잇닿아 조성된 흔적을 확인했으며, 관개용 수로 유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05∼2006년에 실시한 제1차 조사에서는 계곡 하류에 위치한 ‘1호 저수지’(너비 15m 안팎, 길이 60m) 외에도 상류 인접 지점에 또 다른 ‘2호 저수지’의 일부 흔적을 확인했다. 당시에는 전체 규모가 밝혀지지 않았던 데다,1호 저수지가 폐기된 직후 그 대용으로 새로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토층 양상으로 볼 때 이 두 저수지는 같은 시기에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저수지 평면 구조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것은 “물을 더 많이 가두고 물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수온을 높여 벼의 냉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저전리 유적에서는 저수지 외에도 1차조사에서 나무로 만든 절굿공이와 목제 따비 유물이 출토됐으며,1호 저수지에서는 다량의 볍씨가 수습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관개수로가 만들어진 시기를 기원전 10세기 무렵으로 추정하는 것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권구 계명대 박물관장은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로 볼 때 기원전 10세기가 아닌, 기원전 6∼4세기 무렵 농사에 이용하기 위해 물을 가두는 보(洑) 형태의 시설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규환·대구 김상화기자 khkim@seoul.co.kr
  • 북청사자놀음 보유자 동성영씨

    북청사자놀음 보유자 동성영씨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 ‘북청사자놀음’예능보유자인 동성영씨가 24일 오전 1시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100세. 1923년부터 함남 북청에서 사자춤을 배우기 시작한 고인은 1950년 1·4후퇴 때 월남했다. 그는 서울에서 북청사자놀음을 재현했으며 1970년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유족으로는 맏아들 영신(중구청 중구구민회관 팀장)씨 등 3남1녀가 있다. 빈소는 국립의료원 장례식장 301호이며, 발인은 26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 문중 묘지.(02)2262-4819.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도덕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 필요”

    “도덕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 필요”

    “소수 민족과의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보여준 ‘애국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장면은 우려를 낳게 합니다.” ●“中 맹목적 민족주의 우려 낳아” 처음 한국을 방문중인 마서 누스바움(61) 미국 시카고대 석좌 교수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문제 등 인간의 기본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민족적 동질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나 뽑힌 미 정치철학계의 석학.‘나라를 사랑한다는 것’‘클론 그리고 클론’ 등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돼 있다. 누스바움 교수는 “애국주의에는 좋은 의미의 ‘순화된(purified) 애국주의’와 나쁜 의미의 ‘맹목적 애국주의’ 두 가지가 있다.”면서 “그런 만큼 애국주의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정한 도덕적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것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등이 주창한 포용·평등·자유라는 보편적 이념에 봉사하는 애국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누스바움 교수는 예술의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예술은 사회의 음지를 조명해 이를 양지로 드러내고 왜곡된 가치를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그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을 그 대표적 예로 들며 “사진 작가들을 지원한 루스벨트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교육 등 환경문제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도록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사진이 큰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인간성 회복에 예술 역할 긴요” 그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의 제정이나 제도의 확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시·영화 등을 통해 한 사회의 정치적 가치를 구현하는 예술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 초빙된 누스바움 교수는 이날 고려대에서 ‘순화된 애국주의는 가능한가’를 주제로,27일에는 계명대에서 ‘자유주의와 관용의 정신’을 화두로 강의한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서울대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능력으로서의 공감’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양양 낙산사 등 사적 지정예고

    문화재청은 22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와 전북 김제시 금산사 두곳을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해인사·불국사·법주사 등 고찰이 주변 일대 풍광과 함께 ‘명승’이라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적은 있으나 사찰구역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낙산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 의상대사가 창건한 뒤 여러차례 중창됐다. 백제시대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금산사는 통일신라때 진표율사가 중창해 미륵신앙의 본산으로 법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사구·봉천원구·광교원구 등 3구역의 삼원 체제 가람으로 건물 125동을 갖췄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 미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자유분방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과작(寡作)의 시인’ 정희성(63)씨가 신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펴냄)을 들고 돌아왔다.2001년 ‘시를 찾아서’ 이후 7년 만이다.‘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내 시는 나와 함께’‘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가을날’‘몽유백령도’ 등 모두 63편이 실렸다. “고등학교 교사, 작가회의 이사장 등 35년에 걸친 조직생활을 마치고 보니 이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추억 어린 얘기를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추억이 의미가 있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감이 익듯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시인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연결돼 계속 이어지는 무한의 고리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하며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한다.“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중에서) 과거를 얘기한다고 해서 단지 옛날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끌어내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현실의 삶을 진솔하게 형상화, 아무리 소소한 삶이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내장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어머니가 흐릿한 불빛 아래서 양말 뒤축에 알전구를 끼워 구멍난 양말을 깁고 있는 동안 나는 전과지도서를 펴놓고 어머니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공부하며 대청마루 멋쟁이 젊은 여자들과 춤추느라고 아버지가 틀어놓은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부르는데”(‘양말 깁는 어머니’중에서) 정겨운 일상 풍경이 가족의 의미를 한 폭의 정물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도 웃음과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다.“그날도 시장 근처 늘 가던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시고 취한 김에 주모를 불러 영화배우 허장강이 하던 식으로,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을렀던 것인데 여자가 그날 따라 선선하게 문단속하고 갈 테니 요 앞 여관에”(‘내가 아는 선배는´ 중에서)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저절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넘친다. “시는 바쁘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시작 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동안 호흡이 짧은 시를 주로 써왔다는 그는 앞으로는 등단 초기로 되돌아가 ‘몽유백령도’와 같은 긴 호흡의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시세계로 재조명한 DH로런스 삶의 궤적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영국 작가 D H 로런스.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시로서도 일가를 이룬 ‘대시인’이다. 그는 1000여편의 주옥 같은 시를 남겼다.‘제대로 된 혁명’(류점석 옮김, 아우라 펴냄)은 로런스의 시세계를 한눈에 조망하게 하는 시선집이다. 그의 대표시 152편이 실렸다. 부모의 불화에 따른 유년 시절의 상처가 담긴 초기 시부터 40세에 폐병 중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45세에 타계하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만년의 시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시인은 ‘난봉꾼’ 아버지와 엄격한 청교도 어머니와의 불화로 상처받은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낸다.“집안에선 목소리 두 가닥 섞여 나온다./섬망에 빠진 여인이 분노를 토하는 호리한 회초리 소리,/휘감아 생채기를 내는/가죽 허리띠의 험악한 소리. 드디어 그 소리, 선혈이 낭자한”(‘어린 시절의 상처’중에서) 늦은 밤 정적을 찢는 저주의 악다구니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간구하며 몸서리치는 어린 로런스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시인은 생명공존 사상을 에둘러 그려내는 재치도 보여준다.“한 마리 뱀이 낙수 대롱 밑으로 왔다/어느 무더운 날, 나 또한 더위에 속옷 바람으로/물을 마시러 거길 갔고./나는 물 주전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그리고 조용히 서서 기다려야 했던 까닭은, 거기에 그가/나보다 먼저 와 대롱의 물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뱀’ 중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생을 갈구하는 ‘생명에의 찬가’로 읽힌다. 혁명은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이어서는 안 되고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고 그는 충고한다.“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그저 재미로 하라/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제대로 된 혁명’ 중에서)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완수한 사람들이 시도하는 사회적 혁명이야말로 ‘제대로 된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랑과 저항의 시인’. 이 책은 지금 왜 로런스인가를 살뜰하게 깨우쳐 준다.1만 4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자국 중심 역사관 벗는 계기 될 것”

    “자국 중심 역사관 벗는 계기 될 것”

    동북아 대학생들이 구체적인 역사체험을 통해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장(場)이 펼쳐진다. 건국 60주년 기념 ‘아시아 평화를 위한 동북아 대학생 역사체험 발표대회’가 오는 27∼31일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열린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리는 이 대회에는 국내 대학생 93명을 비롯해 중국·일본·타이완·베트남·몽골·필리핀·태국·동티모르·우즈베키스탄 등 10개국 대학생 244명과 지도교수 등 모두 300여명이 참가, 역사체험 활동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회를 앞두고 주최 기관장인 김용덕(64)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20일 만나 역사체험 발표대회의 의미와 최근 다시 불거진 독도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이번 대회는 동북아 각국 대학생들이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를 위한 미래 지향적 역사의식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지난 7월14일 10개국 대학생 51개팀 244명을 선발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달간 동북아 역사갈등의 단초 등 50개 주제별 역사와 평화 현장체험 활동을 진행, 활동 내용을 평화지도·사용자손수제작물(UCC)·독립영화·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하는 현장연구를 실시했습니다. 대학생들은 대회 기간동안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역사체험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독도 문제 장기적 연구 필요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Board on Geographic Names)에 의해 독도의 영유권이 빼앗길 뻔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지난달 26일 ‘BGN 사태’가 터지자마자 즉각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미국측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하려던 것을 ‘한국령’으로 되돌려 놓아 1단계는 해결된 셈입니다. 물론 ‘리앙쿠르 바위섬’으로 표기된 것을 ‘독도’로 표기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현 상황에서 곧바로 ‘독도’로 표기를 바꾸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제3자적 관점을 유지하자는 것이지요.‘리앙쿠르 바위섬’을 독도로 표기되도록 대비책을 강구할 방침입니다. ▶최근 독도와 동해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독도 연구소’가 출범했는데,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독도 연구는 그렇게 부족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보다 훨씬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다만 독도 연구가 이곳저곳 분산돼 있어 체계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지요.‘독도 연구소’의 가장 큰 목표는 분산돼 있는 독도 연구를 체계화, 종합적인 독도 연구센터로서 독도 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 자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독도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해석의 논란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독도 역사 연구는 물론, 국제적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정치적·지리적 연구도 함께 해 나갈 계획입니다. 연구소는 현재 소장을 포함해 연구직 8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독도문제와 관련, 일본에 대한 대응 논리의 근간은 무엇입니까. -역사적·국제법적으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를 입증할 근거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1877년 일본 태정관(太政官·메이지시대 일본 국가최고기관) 지령입니다. 이 지령에는 ‘울릉도 외에 한 섬(독도 지칭)이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일본에서는 당시 ‘태정관’에서 지도를 잘못 봤다고 강변하지만, 궁색한 변명이죠. 자국 영토문제를 놓고 잘못 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백두산 훼손 방지위해 中과 협의할 것 ▶재단은 독도문제를 비롯해 7대 현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먼저 동북공정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한국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지요. 중국이 단독으로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이름)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고구려 고분이 북한과 중국의 공동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만큼 백두산도 공동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창바이산개발계획 등으로 백두산을 훼손하고 있는데, 이런 개발계획을 세울 때 적어도 우리와 협의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밖에 동해 표기 문제를 비롯해 일본 교과서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이 주요 현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해 표기의 경우 국제적으로 ‘동해’ 단독 표기되거나 ‘일본해’와 병기(2007년 기준 23.8%)되기보다 ‘일본해’로만 표기된 지도가 많습니다. 이를 ‘동해’로 바로잡는 근거자료를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엄마”

    최근 암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63) 수녀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엄마’(샘터)를 펴냈다. 지난해 어머니 김순옥씨가 별세한 뒤 써내려간 사모곡 60여편과 이에 앞서 어머니를 소재로 썼던 20여편의 동시, 유품 사진 등을 함께 묶었다.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올해로 수도생활 40년, 시인생활 30년을 맞은 그는 지금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항암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절제된 시어로 드러낸다.“몸이 아프고/마음이 아플 때/제일 먼저 불러 보는 엄마/엄마를 부르면/일단 살 것 같다/엄마는/병을 고치는 의사/어디서나/미움도 사랑으로/바꾸어 놓는 요술천사/자꾸자꾸 그리워해도/그리움이 남아 있는/나의/우리의 영원한 애인/엄마.”(‘엄마’ 중에서) 시인 자신의 간절한 사모곡이지만,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그만큼 그의 시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껏 멋을 낸 어머니에게 수수하게 차려 입으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둘째딸,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카레라이스를 너무 좋아한 딸…. 시인은 ‘귀염둥이 딸’로 생전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언니 같고 친구 같던’ 자애로운 어머니를 추억한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나이 든 어른도/모두 어린이가 됩니다/밝게 웃다가도/섧게 울고/좋다고 했다가도/싫다고 투정이고/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반갑고 고맙고/기쁘대요.”(‘엄마를 부르는 동안’ 중에서) 세상을 등진 수도자이지만 어머니 앞에서만큼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딸일 뿐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삶의 지혜를 새삼 되새기기도 한다.“엄마가 모아 두신/수백 개의 단추들을/제가 수도원으로 가져간다니/매우 기뻐하셨지요/“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단추는 얼마나 쓸모가 많은지 몰라”/하시던 엄마가/블라우스에 장식도 만들고/치마의 앞뒤를 분별하는/표지판도 된다며/단추 자랑을 하시던 엄마.”(‘단추 예술’ 중에서) 시인은 ‘엄마’의 주인공처럼 지혜로운 ‘원더우먼’이 되고 싶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도장집·꽃골무 등 사진 실어 시집에는 시인과 어머니가 주고 받은 편지와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도장집과 꽃골무, 괴불 주머니 등의 사진도 실려 있다. 시인은 출판사 관계자를 통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심경을 들려 줬다.“지금 아픈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 몰라요. 투병의 고통을 통해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내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은?

    일본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작품선’,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김수영 전집’…. 러시아 출신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꼽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든 세 권의 책이다. 인터넷서점 YES24는 18일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를 비롯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등 인문사회 분야의 인기 작가 10인에게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을 주제로 각각 세 권씩 책을 추천받아 소개했다. 박노자 교수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는 내게 인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심어준 작가”라며 “인생이라는 회색 지대에서 선과 악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는 인간의 노동·자본의 ‘소외’에 대한 개념과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관점에서,‘김수영 전집’은 사회의 아픔 속에서 자유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내 인생을 뒤흔든 책”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존 롤스의 ‘정의론’ 등 다소 ‘묵직한’ 책들을 추천했다. 조 교수는 ‘그람시의 옥중 수고’와 관련,“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였던 그람시가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옥사할 때까지 보여준 불굴의 정신력과 지적 모험을 접했을 때 심장이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2005년 200쇄 출간기록을 세운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최근 별세한 러시아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중국의 문호 루신(魯迅)의 ‘아Q정전’을 들었다. 조 교수는 “‘난쏘공’에 심취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다.”면서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정갈하고 완벽주의적이고 순도 100%에 가까운 문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비단벌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비단벌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금록색이 영롱한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비단벌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된다. 문화재청은 18일 전문가들의 실태조사 등을 거쳐 완도 등 전남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비단벌레를 국가지정 문화재 일종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비단벌레는 한반도에 분포하는 곤충 가운데 그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문화적·생태학적 가치가 높고 멸종위기 대상 종으로 보전 대책이 요구됨에 따라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비단벌레는 몸길이가 성충이 됐을 경우 30∼40㎜에 이르며 금록색의 반짝이는 화려한 빛깔을 띤다. 금빛 찬란한 몸과 날개 색깔이 아름다워 성충의 날개 딱지는 왕실 장신구 등 여러 공예품의 재료로 애용된다. 신라시대 적석목곽분에서 출토된 마구(馬具)는 수천마리에 이르는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돼 있다. 문화재청은 “비단벌레는 보통 팽나무와 벚나무, 후박나무 등 활엽수 계통 나무에서 산란하고 반쯤 죽은 나무나 생목 중 썩어가는 굵은 줄기에 주로 서식한다.”면서 “이 비단벌레는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일반인·관련학자·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공식 지정된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1회 블로거문학상

    블로거 독자들은 지난 1년간 출간된 우리 문학작품 중 김려령의 성장소설 ‘완득이’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 올블로그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출간된 국내 문학작품 가운데 각 출판사가 출품한 40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완득이’가 참여 블로거 13.8%의 지지를 얻어 1회 블로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3월 출간된 ‘완득이’는 난쟁이 아버지, 말더듬이 삼촌과 함께 사는 열일곱살 고교생 도완득이 이웃에 사는 담임 ‘똥주’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며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개성 넘치는 주인공 완득이는 이번에 함께 진행된 문학작품 속 캐릭터 인기투표에서도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오은수와 ‘어린 왕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문학 작품 중에서는 ‘완득이’에 이어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11.9%), 이외수의 ‘하악하악’(11.1%),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7.1%),‘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5.6%) 등이 블로거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와 함께 해외문학 작품 중에서는 코맥 매카시의 퓰리처상 수상 소설 ‘로드’가 블로거 9.6%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6.2%),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 길’(5.9%)이 2,3위를 기록했고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5.6%)과 ‘연을 쫓는 아이’(5.1%)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7월 한 달간 진행된 이 투표에는 2만 3000명가량의 블로거들이 참여했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옛 선비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좀체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자식을 잃어도, 아내를 잃어도, 지음(知音)을 잃어도 그 슬픔을 애써 삭이며 마음 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속에 똬리를 튼 애통함을 어찌할까. 마음의 고질이 돼 몸만 갉아먹을 텐데…. 해서 옛 선비들은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슬픔의 노래인 ‘만시(輓詩)’를 짓게 된 것 같다. 조선시대의 만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 ‘옛 사람들의 눈물’(전송열 지음, 글항아리 펴냄)이 나왔다. 한시를 전공한 저자가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만시 35편을 가려 뽑아 그 역사적 유래와 미학적 특징을 분석, 옛 사람들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보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 죽음 읊은 자만시 등 輓詩 35편 저자에 따르면 만시는 자신의 죽음을 기리는 자만시(自輓詩)를 비롯해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아픔을 노래한 곡자시(哭子詩),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지은 도망시(悼亡詩), 벗을 보낸 아픔을 삭이며 쓴 도붕시(悼朋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만시. 죽음을 예상하고 자신이 썼다는 점에서, 죽은 뒤 누군가가 써주어야 하는 일반적인 만시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압축해 표현한 만큼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조선 중기 대문장가 이식의 자만시 등 3편이 실렸다.“살아온 세월이 예순네 해나 되었어도/장부의 한평생 쉴 틈이 없이 고달팠네/문장의 헛된 명성 끝내 화만 초래했고/(중략)/이제 저 세상 돌아가면 모든 생각 끊어지겠지만/푸른 산은 변함없고 물은 동으로 흐르리라” 고위 관료인 대제학을 지낸 이식이 죽기 20일 전에 삶의 역정을 고백한 이 시는 인생이 그저 한번 왔다가 가버리는 나그네의 길이라는 점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자식을 앞세우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이 있으랴. 오죽하면 ‘상명지척’(傷明之戚·공자의 제자 자하가 자식을 잃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눈이 멀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이라고 했을까.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남매를 차례로 잃고 지은 참척의 만시 등 5편이 수록돼 있다.“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가/올해엔 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중략)/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랄까/부질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며/피눈물 흘리며 슬픈 울음소리를 삼키노라” 아이 하나만 잃는 것도 견디기 힘든 고통일 텐데, 그것도 남매를 한꺼번에 먼저 보낸 애통함은 도저히 말로써 표현할 길이 없는 아픔이 녹아들어 있다. ●추사 김정희 아내 잃은 슬픔 노래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아내를 잃은 슬픔 또한 어찌 깊지 않겠는가. 추사 김정희가 유배중 아내의 부음을 듣고 쓴 시 등 아내를 기리는 11편이 실렸다.“뉘라서 월모에게 하소연하여/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천 리에 나 죽고 그대 살아서/이 마음 이 설움 알게 했으면” 유배 간 남편을 대신해 병든 몸으로 집안 대소사를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죽음을 천리 밖 유배지에서 들을 수밖에 없던 추사의 절절한 슬픔을 오롯이 담아냈다. ●선비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고찰 둘도 없는 벗을 잃은 통절한 슬픔을 드러낸 만시도 있다. 조선 중기 문장가 이안눌이 40년 지기 권필의 죽음을 애도하며 썼다.“(중략)/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내게 눈이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네/다시는 이 사람 보지 못하리니/이 험한 길에 부질없는 눈물만 흐르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표현을 써 통절함을 강조한 이 시는 벗의 죽음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저자는 “만시는 자신의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깊이 농축된 한없는 슬픔을 느껴보라고 한다.”면서 “제문이나 묘지문 같은 산문이 아닌 만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말초적 감정에만 매달리고 있는 요즘, 옛 선비들이 슬픔을 시를 통해 승화시키는 절제의 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1만 4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덕수궁 동관 미술관 활용 무산

    덕수궁 석조전 본관인 동관을 미술관으로 활용하려는 미술계 일각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장 한영우)는 1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석조전 동관의 미술관 활용을 염두에 둔 문화재청의 연구용역 설계안을 부결하면서 “문화재청은 석조전 동관을 원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연구용역을 수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석조전 동관은 문화재청이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인근 덕수궁 중명전 및 주한미대사 관저를 지으려다가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보존을 결정한 옛 경기여고 부지 등과 한데 묶어 ‘대한제국역사관’과 같은 시설로 활용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동관의 미술관 활용을 염두에 두고 이 연구용역에 ‘미술 관계자’를 참여시키는 안을 문화재위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문화재위는 미술 관계자를 참여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를 부결했다. 이는 내부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는 석조전 동관을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활용 중인 서관과 함께 미술관으로 확대 활용해야 한다는 미술계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보셨나요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보셨나요

    한국 최고(最古)의 태극기, 고종황제가 하사한 태극기, 백범 김구 선생이 외국인 신부에게 준 태극기…. 국립중앙박물관은 14일부터 11월9일까지 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옛 태극기를 한자리에 모아 ‘대한의 상징, 태극기’ 특별전을 연다. 태극기 12점을 비롯, 태극과 팔괘 문양이 새겨진 도자기 등 태극 관련 자료 100여점이 선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에서 보관 중인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다. 고종황제가 미국인 외교고문 데니에게 하사한 이 태극기는 데니가 귀국할 때 가져 갔고, 그의 후손인 윌리엄 랜스턴이 한국에 기증했다. 백범 선생이 1941년 벨기에 출신의 미우스 오그 신부에게 준 태극기도 전시된다. 일제 강점기 전남 구례에서 활동한 의병장 고광순이 1907년 불원복(不遠復:국권 회복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라고 쓰고 일본군과 싸울 때 사용한 불원복 태극기,192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에 걸렸던 태극기 등도 전시된다. 옛 태극기와 함께 태극이나 팔괘문양이 새겨진 고려의 구리거울이나 조선의 도자기, 목기, 부채 등도 볼 수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日 피해의식이 독도 사태 불러”

    “日 피해의식이 독도 사태 불러”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들이 ‘한국인, 한국 이미지’에 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3일 ‘한국을 바라보는 타자(他者)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들은 독도 영유권 문제부터 꺼냈다. 후쿠하라 유지 일본 시마네 현립대 교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는 문제점이 많다.”며 “특히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막연히 이미지만으로 역사를 바라 보는 ‘인상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도 논란은 이승만라인 획정때 나와” 그는 “일본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은 1952년 1월 이승만라인이 그어졌을 때”라며 “독도 문제가 특히 이슈화된 것은 당시 독도 주변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들이 한국에 나포됐다는 유언비어가 일본에 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제주 해역이나 한국 서해안에서는 일본 어선이 나포된 적이 있지만 독도 주변에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는 데도, 그런 유언비어가 일본 전역에 확산되면서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다와라 요시후미 일본 어린이와 교과서네트워크21 사무국장도 “이같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론이 우익사상과 교묘히 결합되면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며 “이승만라인이 획정된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조선반도가 적대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독립은 위태로워진다.’는 등 피해의식이 확산되면서 한국 역사 왜곡 기술이 표면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이 1990년대 중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결성되면서 이런 움직임이 극한으로 치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학 자료 빈약해 학문성과 못 높여” 이 같은 한국에 대한 왜곡된 역사 인식은 일본의 자료를 참고한 미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한국학자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학 자료의 부족을 꼽았다.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 대학 교수는 “미국 교과서 82종 가운데 10권이 한국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며 “이들 교과서의 대부분은 고작 2000단어 정도로 한국을 다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교수도 “2000년대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대학 교재로 사용하는 한국 역사를 기술한 책이 거의 없었다.”며 “2000년대 들어 티코노프의 ‘한국사’, 모스크바 외교관 대학교의 ‘한국사’ 등 3종이 출간된 것이 러시아의 한국학 연구의 성과”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나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고무적인 견해도 내놓았다. 서중석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IT강국 등으로 호주인들이 갖는 한국 이미지는 점차 향상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호주의 교과서에 한국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거나 그 분량이 너무 적어 초·중·고교의 수업시간에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은 탓에, 호주 현지사정에 맞는 한국관련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난 한번도 反美를 한 일이 없다”

    “난 한번도 反美를 한 일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촛불 시위와 남북관계, 실용주의, 국제관계 등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계간 ‘역사비평’ 가을호(8월말 발간 예정)에 실린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학과간 협동과정 지역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김 전 대통령은 먼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폄하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다.“지금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생각에 있는 것 같아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그 전에 한 걸 잃어버렸으니 다시 옛날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현 정부의 경제정책뿐 아니라 남북관계나 국제관계, 민주주의 등 모든 것이 역전되면서 오히려 역사를 퇴보시키는, 잘못된 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 시위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는 일종의 직접 민주주의의 표현”이라며 “누가 따로 선동한 것도 아닌데, 평범한 국민들이 나와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비폭력적으로 주장해 평화가 유지됨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촛불시위가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서는 몰라도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말로 지금 정부를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남북관계가 현 정부 들어 교착상태에 빠진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는 말도 있지만,10년간 남북관계가 얼마나 평화로워지고 긴장이 완화됐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노심초사해 가면서 만들어 놨는데, 지금은 딱 정체돼 버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선 6·15남북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인정해 남북간에 신뢰를 회복하고 쌀과 비료를 포함한 인도적 지원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고 우리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한번도 반미를 한 일이 없다.”면서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1동맹-3우호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시인의 모습보단 인자한 할아버지였죠”

    ‘꽃’의 시인 김춘수(2004년 작고)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특별한 책이 나왔다. 시인의 손녀 유미(25)와 유빈(18)씨가 할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을 담아낸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바다’(예담 펴냄)가 그것이다. 두 손녀는 서울 명일동에 함께 살면서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며 지냈던 순간순간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시인이 생전 애지중지하던 손녀들이 기억하는 김춘수는 위대한 시인의 모습이라기보다 한없이 인자한 여느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유미씨는 “할아버지 직업이 시인인 만큼 시를 많이 쓰면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생각해 시를 많이 쓰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시는 억지로 쓰여지는 게 아니다.’며 허허 웃기만 하셨다.”고 소개했다. 유빈씨도 할아버지와 쌓은 추억이 많다.“할아버지와 장난감 가게에 자주 들러 인형을 선물받았어요. 하루는 머리가 없는 아기인형을 골랐더니 할아버지가 ‘원, 애도 특이하지. 대머리 인형이 뭐가 좋다고.’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할아버지는…할아버지도 대머리면서…”라고요. 웃음이 터져나왔죠.” 두 손녀는 “할아버지와 나눈 소중한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하면서 좋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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