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동대문구, 교육청과 연계 ‘수월성 교육’
학교에서도 하기 어려운 영재교육을 자치구가 도맡고 있다. 동대문구가 지역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작한 ‘수월성 교육’은 학습 심도가 깊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수월성 교육이란 우수한 사람으로 인정되거나 사회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소수의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영어만 쓰는 고단위 수업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중학교 도서관에 남녀 중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동대문구의 16개 중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은 지금부터 4시간 동안 수업을 받으며 진땀을 흘려야 한다.
“○○○ 학생, 지난 시간에 배운 세익스피어 4대 비극의 주요 내용을 발표해 보세요.”“○○○ 학생, 인체의 주요 기관과 기능을 말해 보세요.”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시간. 질문과 답변은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데, 대답내용도 보통의 수준을 넘는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하루 4시간씩 진행되는 영어교육은 회화, 작문, 문법, 어휘, 독해, 듣기 등 6개 과정이다. 선발된 학생들이지만 학력 수준에 따라 A,B반으로 나뉜다.90명의 2·3학년 중학생들이 영어교사 10명으로부터 수업을 받는다. 교사 1명이 학생 9명을 전담하는 셈이다.
같은 시간 전일중학교에서도 지역 중학생 120명이 4개반으로 나뉘어 논술 수업을 받는다.8명의 교사가 전략적 읽기, 토의·토론, 기본 논술, 논리 훈련 등 4개 과정을 가르친다.
●교육계의 요청에 파격 지원
수월성 교육의 아이디어는 홍사립 구청장이 동부교육청 교육장과 간부들, 지역의 학교장들과 가진 모임에서 제안됐다. 학교장들은 “우수한 학생들이 눈에 보이는데 학교에서 그들만 별도로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즉석에서 구 예산 1억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유층이 많이 살거나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강남·노원·양천구 등에 비하면 동대문구는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난 2월 지역 16개 중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추천받아 선발시험을 치렀다. 방학 중에는 희망자에 한해 캠프학습과 해외연수도 실시한다.
수월성교육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열기도 뜨겁다. 교육청이 인정하는 우수교사라는 자부심과 함께 45분 수업에 5만원씩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원어민 영어체험교실도
영재를 대상으로 하는 수월성교육 외에도 방학 중에 12일씩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진행하는 원어민 영어체험교실도 병행한다.
참가비가 1인당 70만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인터넷 접수 때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참가비 가운데 구청에서 30만원을 지원하고 자격을 갖춘 원어민 교사가 학생을 15명씩 나눠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부사이버 꿈나무 학교’도 있다. 정규 과목을 진행하면서 과학실험 등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지원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들은 흔히 학교 수업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학교에서 소홀하기 쉬운 부분을 찾아내 과감하게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구청이 나서면 확실하다는 인식을 구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