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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운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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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공기관 정원의 1% 시간선택제

    2018년까지 공무원과 공기관 직원의 시간선택제 사용 인원이 정원의 1%인 7100명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분위기 확산을 위해 민간 기업에도 시간선택제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상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공공 부문의 전환형 시간선택제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시간선택제는 자녀 보육, 퇴직 준비, 학업, 간병 등의 사유로 근로 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는 제도로, 취업할 때부터 적용되는 신규채용형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근로를 하다가 사정에 따라 바꾸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로 나뉜다. 정부는 2018년까지 국가직 공무원 1500명, 지방직 공무원 2900명, 공공기관 직원 2700명에 대해 본인의 원할 때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도 시범 운영 중인 시간선택제는 국가직 312명, 지방직 451명, 공공기관 1001명이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육아휴직제 등과 함께 시간선택제 사용 때의 불이익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출산한 여성이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무를 마치고 전일제 근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가족 등이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겪을 때 ‘가족돌봄휴직’과 시간선택제 사용을 권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사용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민간 대체인력뱅크’를 통해 공공기관 대체인력 풀(Pool)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체 인력의 수요가 발생하면 즉시 구직자를 선발할 방침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맛있는 스토리텔링]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중)

    [맛있는 스토리텔링]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중)

     맛있고 몸에 좋은 지역의 음식은 입소문을 타고 각지로 퍼진다. 콩나물 해장국과 재첩 해장국이 각각 전주와 섬진강 하구를 벗어나 호남권과 영남권 전역을 장악한 게 그 예다. 그러나 이들이 전국적 확산에 주춤했던 것은 북상하는 길목인 충북에 메이저급 해장국이 두 개나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방이 가로막혀 풍요로운 바다와 접하지도 않은 충북이지만, 그곳에선 자신들 만의 지혜와 맛으로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었다. 십수 년 전 전남이 지역구인 한 국회의원을 서울 광화문의 다슬기 해장국 집으로 안내한 적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음주나 해장에선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도록 다슬기 해장국을 전혀 먹어보지 못했고, 이제 와 보니 참 대단한 맛이라며 뚝배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동안 해장은 콩나물 국밥으로만 했다고 한다. 어찌 된 노릇인가. 호남권의 콩나물 해장국이 북상에 실패했지만, 마찬가지로 충북의 다슬기 해장국도 남하하지 못한 것이다. 서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다슬기는 물 흐름이 빠르지 않고 얕은 계곡 상류의 자갈 근처에 많이 서식한다. 모양이 소라처럼 생겼지만 별종이다. 맑은 물이라면 어디서든 자라기 때문에 예부터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표준어는 다슬기, 충청에선 올갱이, 경남에선 고둥, 경북에선 고디, 호남에선 대사리, 강원에선 꼴팽이 또는 꼴부리 등이다. 그러나 다슬기 국밥이 해장국으로서 지금의 원형을 갖춰 명성을 얻었던 것은 충북의 남한강 근처라고 볼 수 있다.  해장국은 다슬기를 삶아 국물을 낸 뒤, 그 국물에 된장과 고추장 약간, 아욱, 부추, 양념 등을 넣고 끓인다. 다슬기는 고불고불한 살을 빼내 밀가루와 달걀로 옷을 살짝 입혀서 국물에 다시 넣는다. 들깨나 찹쌀을 갈아 넣으면 걸쭉하고 고소한 맛도 난다. 무침은 다슬기 살을 초고추장에 버무린 것이다. 쌉쓰레하고 약간 비릿한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다슬기 음식은 고단백에다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간 회복과 위 보호, 피부 미용에 좋다.  충북은 놀랍게도 5대 해장국 가운데 또 하나인 선지 해장국의 출생지다. 선지 해장국은 우선 물에 소의 사골과 잡육을 넣어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우려내야 한다. 풋배추를 데친 것이나 시래기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더한다. 신선한 선지를 숭덩숭덩 썰고 콩나물, 무 등을 큼지막하게 잘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하면서 다시 끓인다. 먹을 때 파를 썰어 넣으면 더 좋다.  선지 해장국에는 비타민A가 풍부해 몸속의 독성 물질 배출과 함께 피로 회복에 좋다. 또 선지에는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다. 콩나물과 무, 사래기 등 몸을 맑게 해주는 채소가 효능을 보탠다. 전국의 중심 위치인 충주에는 조선 때부터 제법 큰 우시장이 섰다고 한다. 당연히 신선한 선지와 잡육, 사골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를 팔아 주머니 사정이나 마음도 넉넉하니, 귀한 살코기는 먹지 못해도 고기 국밥은 생각났을 것이다. 충주 우시장은 1960년대까지 성황이었다고 한다. 선지 음식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맛과 멋을 아는 나라에서도 즐긴다.  그런데 콩나물 해장국, 재첩 해장국, 다슬기 해장국과 달리 선지 해장국은 차츰 한양(서울)을 향해 북상하기 시작한다. 재첩이나 다슬기는 아무래도 맑은 하천에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을 벗어나는 데 한계가 있고 콩나물은 고기 맛을 아는 도성 사람들 입맛에서 한 수 밀린 게 아닐까.  선지 해장국은 충북에서 북상하다가 경기 양평에 이르렀을 때 ‘세포분열’을 한다. 양평해장국은 선지 외에도 소의 양과 내장 등을 푸짐하게 넣고, 우거지로 개운한 맛을 냈다. 특히 고추기름으로 약간 느끼한 맛을 더해 근세기 고추의 매력에 빠진 한양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선지 해장국과 양평해장국이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까닭이다. 이제 경성(서울)에 진입한 선지 해장국은 종로 등지에서 우리가 아는 맛집들을 탄생시켰다.  <우거지 해장국집> 시인 노태웅  ...어제를 털고 일어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피로를 풀던  어제의 덜 깬 취기가  우거지 해장국집  이른 새벽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연말이 다가오면 술자리가 많아진다. 거나하게 회식한 이튿날에는 속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독한 술 탓이라기보다 고열량의 안주를 너무 많이 먹은 게 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쓰린 속을 달래주고 입맛을 돌게 할 5대 해장국이 있다. 호남의 콩나물 해장국과 영남을 대표하는 재첩 해장국, 충북의 다슬기와 선지 해장국 그리고 강원의 황태 해장국이다. 그 외에도 전국에 많은 해장 음식이 있지만, 5대 해장국은 국가대표급이다. 해장국이라는 말을 해장(解腸) 국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조선 양반가의 해정갱(解?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숙취를 푸는 국이라는 한자어 해정갱이 민가에서 해장국으로 와전된 듯하다. 콩나물 해장국은 우선 멸치와 다시마로 감칠맛을 낸 육수에 콩 대가리를 딴 나물과 송송 썬 신김치를 넣어 아삭하게 씹힐 정도만 끓인다. 적당한 때에 대파와 풋고추 등을 넣고 새우젓으로 짭조름하게 간을 한 뒤 다시 한소끔 끓인다. 해장국 뚝배기에 노란색 계란과 녹색의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면 금상첨화다. ●콩나물국 멸치·다시마 육수… 알코올 잘 분해 해장국으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양질의 단백질과 알코올 분해 효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알코올은 몸속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술안주나 해장 음식에는 단백질의 보충이 중요하다. 그런데 콩은 식물성 단백질의 으뜸이다. 더불어 콩나물의 가는 뿌리에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탁월한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이 함유돼 있다. 콩나물은 물이 맑은 전주의 것이 유명하고, 덕분에 식객들은 이곳의 콩나물 해장국을 손가락으로 꼽는다. 몇 해 전 부산 자갈치 시장 근처에서 전날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지인들에게 콩나물 해장국 집을 묻자 펄쩍 뛰면서 “해장하려면 재첩국을 먹어야지, 무슨 콩나물을 찾느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들었다. 부산과 경남에선 무조건 재첩 해장국인 모양이다. ●재첩국은 단백질·무기질 많아 간 보호에 좋아 재첩은 바닷물이 교차하는 강 하구의 바닥에서 사는 민물조개다. 크기가 바지락보다도 작고 껍데기가 반질반질해 앙증맞은데, 조그마한 조개들이 내뿜는 국물은 거의 곰탕 육수 수준이다. 은은한 바다 향도 난다. 재첩은 예부터 전국의 강에 흔했지만 지금은 물 맑은 섬진강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에서도 맛있는 ‘갱조갯국’(재첩국)을 맛볼 수 있다. 재첩 해장국은 재첩을 소금물로 해감해 속에 머금고 있는 모래나 진흙을 빼내면서 조리가 시작된다. 재첩을 끓이며 냄비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낸 뒤 재첩 살과 국물을 분리했다가 나중에 다시 함께 넣고 살짝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하고 부추나 실파 등만 넣을 뿐이다. 양념이 적은 것은 재첩의 고유한 향을 살리기 위해서다. 재첩 해장국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철 등 각종 무기질, B1 등 비타민이 풍부하다. 숙취 제거와 간 보호, 빈혈 등에 좋을 수밖에 없다. 전통 의학에서는 황달, 위장, 배뇨에도 좋고 몸의 열을 내리며 기를 북돋운다고 전한다. 작은 재첩이 참 많은 재주를 지녔다. 콩나물 해장국과 재첩 해장국은 각자 호남과 영남을 대표했으나 근세기 이전까지는 한양(서울)을 향해 북상하지 못했다. 본래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은 전국으로 퍼지기 마련인데,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북상하는 길목에 또 다른 맛의 막강한 해장국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kkwoon@seoul.co.kr
  • ‘금융개혁 현장점검반’ 이례적 감사원장 표창

    민·관 합동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감사원장 표창에 상신됐다. 감사원이 정책 비판이나 비위 적발에서 벗어나 금융위원회 중심의 현장점검반을 행정 개혁의 모범 사례라며 포상을 건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감사원은 17일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활동 4개월 동안 건의받은 과제 1436건 중 46%인 662건에 대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수용함으로써 금융계의 애로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현장점검반은 금융위, 금융감독원과 함께 은행·지주, 보험, 금융투자, 비은행(저축은행 등) 등 4개 업권별 팀을 꾸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197개 금융사를 직접 방문했다. 금융위 8명, 금감원 13명, 민간 협회 7명 등 28명으로 구성됐다. 사실 민간 금융사 직원들이 여러 권한을 지닌 금융위 공무원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점검반은 건의 과제를 검토, 수용한 것은 물론 금융사들이 큰 애로로 여기던 ‘비조치 의견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금융당국이 먼저 다가가 44건의 신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29건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감사원 1사무차장 강경원·2사무차장 신민철

    감사원 1사무차장 강경원·2사무차장 신민철

    감사원은 17일 제1사무차장에 강경원(55) 기획조정실장을 추천하는 등 고위감사공무원 ‘가’급(1급) 3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용제청을 했다고 밝혔다. 제2사무차장에는 신민철(52) 사회복지감사국장을, 기획조정실장에는 이익형(51) 재정경제감사국장을 각각 내정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재가가 나오는 대로 이들을 임명하고 실·국장급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강 내정자는 경기 강화종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거쳐 영국 요크대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30회 출신이다. 이 내정자는 경북사대부고·경북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34회로 대변인 등을 거쳤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우수 교사 연수 골프·요가에 동유럽 관광까지

    일부 교육청이 우수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연수 프로그램에 골프나 요가 등 제 목적에 맞지 않는 관광·취미 활동을 포함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학교 신·증설 추진, 조직 및 교원 정원 운영, 세입 및 채무 관리, 물품 구매 등 예산 관련 82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15일 밝혔다. 인천·경남·전남교육청에서는 지난해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 가운데 61.2%(74명)가 연수 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가령 연구과제는 ‘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미래형 과학교술 모델개발 연구’이지만, 여기에는 드럼, 건강체조, 요가 등이 포함됐다. 골프나 요가 등도 일정에 있었다. 전남·경남 교육청도 동유럽과 스페인에서 해외 출장을 실시했으나 프로그램은 대부분 관광 일정이었다. 2012~2014년 전남청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사용하지 않고 남은 초등학교 교과서는 1195만여권인데, 이 교과서는 실제 수요보다 더 많이 주문하면서 남은 것들로 220억여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교과서 재고 관리 기준이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전국 9000여개 학교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는 급식 우유를 경쟁입찰로 변경하면 매년 103억원의 예산과 166억원의 학부모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컴퓨터 등 11개 물품을 통합해 구매할 경우 매년 최대 900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5대 해장국(상)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5대 해장국(상)

     연말이 다가오면 술자리가 많아진다. 거나하게 회식한 이튿날에는 속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독한 술 탓이라기보다 고열량의 안주를 너무 많이 먹은 게 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쓰린 속을 달래주고 입맛을 돌게 할 5대 해장국이 있다. 호남의 콩나물 해장국과 영남을 대표하는 재첩 해장국, 충북의 다슬기와 선지 해장국, 그리고 강원의 황태 해장국이다.  그 외도 전국에 많은 해장 음식이 있지만, 5대 해장국은 국가대표급이다. 해장국이라는 말을 해장(解腸) 국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조선 양반가의 해정갱(解?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숙취를 푸는 국이라는 한자어 해정갱이 민가에서 해장국으로 와전된 듯하다.  콩나물은 메주콩보다 작은 종자 콩의 싹을 틔운 것이다. 서양에선 녹두를 기른 숙주나물은 먹었어도 콩나물을 꺼렸다고 한다. 콩 속에 콩나물처럼 가는 꼬리의 유령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엔 콩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두부가 미국 대통령의 밥상에도 오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콩나물 해장국은 우선 멸치와 다시마로 감칠맛을 낸 육수에 콩 대가리를 딴 나물과 송송 썬 신김치를 넣어 아삭하게 씹힐 정도만 끓인다. 적당한 때에 대파와 풋고추 등을 넣고 새우젓으로 짭조름하게 간을 한 뒤 다시 한소끔 끓인다. 해장국 뚝배기에 노란색 계란과 녹색의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면 금상첨화다. 해장국에 모주를 곁들이는 식객들도 많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등 8가지 한약재를 넣고 푹 끓인 해장술이다.  해장국으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양질의 단백질과 알코올 분해 효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알코올은 몸속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술안주나 해장 음식에는 단백질의 보충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고기 안주를 먹으면 평소보다 술이 덜 취하는 느낌도 받는다. 그런데 콩은 식물성 단백질의 으뜸이니 좋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콩나물의 가는 뿌리에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탁월한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이 함유돼 있다. 콩나물은 물이 맑은 전주의 것이 유명하고, 이 때문에 이곳의 콩나물 해장국이 손가락에 꼽힌다. 몇 해 전 부산 자갈치 시장 근처에서 전날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지인들에게 콩나물 해장국 집을 묻자 펄쩍 뛰면서 “해장하려면 재첩국을 먹어야지, 무슨 콩나물을 찾느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들었다. 부산과 경남에선 무조건 재첩 해장국인 모양이다. 이른 새벽 자갈치 ‘아지매’(아주머니)가 “‘재치국’(재첩국) 사이소”라고 외치는 소리는 그들의 추억이다.  재첩은 바닷물이 교차하는 강 하구의 바닥에서 사는 민물조개다. 크기가 바지락보다도 작고 껍데기가 반질반질해 앙증맞은데, 조그마한 조개들이 내뿜는 국물은 거의 곰탕 육수 수준이다. 은은한 바다 향도 난다. 재첩은 예부터 전국의 강에 흔했지만 지금은 물 맑은 섬진강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에서도 맛있는 ‘갱조갯국’(재첩국)을 맛볼 수 있다. 산란 철을 앞둔 늦봄의 재첩은 살을 발라내서 양념에 버무린 초무침으로 별미다.  재첩 해장국은 재첩을 소금물로 해감해 속에 머금고 있는 모래나 진흙을 빼내면서 조리가 시작된다. 재첩을 끓이며 냄비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낸 뒤 재첩 살과 국물을 분리했다가 나중에 다시 함께 넣고 살짝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하고 부추나 실파 등만 넣을 뿐이다. 양념이 적은 것은 재첩의 고유한 향을 살리기 위해서다. 재첩 해장국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철 등 각종 무기질, B1 등 비타민이 풍부하다. 숙취 제거와 간 보호, 빈혈 등에 좋을 수밖에 없다. 전통 의학에서는 황달, 위장, 배뇨에도 좋고 몸의 열을 내리며 기를 북돋운다고 전한다. 작은 재첩이 참 많은 재주를 지녔다.  콩나물 해장국과 재첩 해장국은 각자 호남과 영남을 대표했으나, 근세기 이전까지는 한양(서울)을 향해 북상하지 못했다. 본래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은 전국으로 퍼지기 마련인데,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북상하는 길목에 또 다른 맛의 막강한 해장국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콩나물> 시인 이갑상    우리 집은  낡은 콩나물시루 같다  자식이 귀하던 시절  가족 한편 지키는  어머니에겐 귀한 물건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최재숙 현대로템 고문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최재숙 현대로템 고문

    한국 철도산업의 기술력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철도 인생 50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최재숙 현대로템 고문은 한국 철도 변천사의 산증인이다. 철도 관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8살 나이에 철도청 공채 1기로 공직에 입문해 국내 최연소 기관사가 됐다. 이어 25년을 지하철공사와 함께하다 첫 민간 도시철도인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만년엔 국내 선두 전동차 제작 및 유지·보수 기업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10일 그의 50년 역정에 대한 회고담을 들어 봤다. →하실 말씀이 많겠지만 걸어 온 길을 하나씩 풀어 보자. -경북의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 대전으로 가 철도고교를 다녔다. 2학년 재학 중에 철도청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아버지도 공직에 있었고 그땐 공무원의 인기가 높았다. 1967년 당시엔 경부고속도로도 없었고 철도가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게 철도인의 길을 걷게 한 것 같다. 칙칙폭폭 요란한 기적과 함께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어린 마음을 설레게 했다. →뜻한 바를 이뤄 기쁨이 컸을 텐데. -(입가에 미소) 기관사 보조로 대전에서 경북 김천을 오가는 통학열차에 올랐는데, 하는 일은 기차의 연료인 석탄을 끊임없이 화로에 넣는 일이었다. 온통 숯검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친 몸으로 숙소에 돌아와서는 흰 장갑을 깨끗이 빨아 말려 아침에 다시 꼈다. 흰 장갑은 기관사의 멋이자 상징이었다. →디젤기관차가 등장했을 때도 직접 운행을 했나. -지금의 KTX처럼 제일 빠른 디젤기관차의 노선이 ‘특급열차’였는데 이를 직접 운전하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운전은 철도청의 직급인 7급 이상만 가능했고 나는 8급이었다. 다만 기능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면 특급열차 운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밤낮으로 노력해 전국 1위로 입상했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특급열차의 핸들을 잡았다. 신형 기관차를 운전해 서서히 플랫폼에 들어서면 26살 총각의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로는 언제 옮겼나. -1979년 ‘서울시 지하철 운영사업소’의 기관사로 발령이 났다. 지하철이 등장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대단했다.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지하철과 총 37년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처음엔 청량리와 인천을 오가는 전동차를 운전했고 이후엔 열차 운행을 제어하는 관제사와 운행 계획을 짜는 업무, 기관사들을 지도하는 업무 등을 했다.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점을 꼽는다면. -서울 시민의 발로서 우리나라 지하철의 발전과 늘 함께한다는 자긍심이 컸다. 아울러 내 직업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단순히 전동차를 운전하는 데 만족하다가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이 무엇을 불편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또 그 귀중한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 등을 깊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기다. 이제는 민간 기업일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지 못하면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성과는 무엇인가. -승객들이 특정한 위치의 승강장이나 전동차 안을 만날 약속 장소로 정하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10량의 전동차에 1호차, 2호차 등 식별 표지를 붙였다. 표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서로의 약속이 어긋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계단에도 A, B 등으로 표지를 붙였다. 2003년 대구지하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후 1944개 전동차 전량을 불연성 내장재로 교체했다. 또 매월 방재훈련을 시행했고 신속 대응 매뉴얼도 만들었다. 그 매뉴얼은 국내는 물론 외국 지하철에서도 그대로 따라서 도입했다. →서울지하철에 대해 평가한다면. -외국에 나가 지하철을 타 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우리 지하철은 설비나 운영 측면에서 꽤 높은 수준에 있다. 가끔 전동차가 운행 중에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설비나 시스템이 노후화된 탓이지 운영, 관리에서 생기는 문제는 거의 없다. 이는 지하철 사고가 아니라 운행 장애라고 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문제다. →강성인 지하철노조가 파업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준 적도 있는데. -물론 인정한다. 기술적 설비와 시스템만으로 시민의 안전, 정확한 운행 서비스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보다 사람이 핵심이다. 7200여명의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운영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선택한 길은 상생이었다. 노조원들은 강경파이기 이전에 나와 함께 시민, 또 지하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직원들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격의 없이 대했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 숙직실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직원들을 만났다. 가벼운 격려와 함께 요구르트를 돌리곤 했는데, 나중엔 별명이 ‘요구르트 본부장’이 됐더라. →9호선 지하철의 대주주인 외국계 회사가 운영권을 맡겼는데. -특별한 인연은 없었고, 한국에서 운영·관리의 전문가를 찾다가 사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다시 한번 ‘익숙한 것과의 이별’을 시작했다.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여 혁신을 준비했다. 교통수단이라는 공공성과 민영 회사의 생산성을 접목시켜 조화를 이루는 경영에 대해 고심했다. 생산성 향상도 결국 시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경영 혁신을 위해 도입한 제도를 소개한다면. -무(無)숙직 제도를 도입했다. 자정을 넘겨 일을 마친 기관사 등을 퇴근하도록 했다. 이로써 경영 비용도 줄였지만 가족의 품으로 귀가하는 직원들이 먼저 반겼다. 불편한 환경에서 숙직을 하면 이튿날 하루를 쉬어도 몸이 상한다. 밤늦게라도 퇴근한 뒤 이튿날 오후 늦게 나오면 견딜 만하다. 또 각 역의 역장을 없애고 5개 역을 묶어 ‘그룹장’을 배치했다. 3명의 그룹장이 시간대별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관리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각 역의 사무소를 폐쇄한 뒤 그룹장들이 본사 종합통제소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인력 효율화 덕분에 여성 인력의 채용도 늘었다. →역무원이 적으면 안전 문제나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나. -출입문이 닫힌 역무실이나 매표소가 없는 대신에 승객들이 실내를 훤히 볼 수 있는 곳에 ‘고객안전원’을 배치했다. 고객안전원은 자동 시스템을 통해 매표, 신호 조작, 유지 보수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전기·통신·기관안전 등 관련 자격증 소지자다. 고객 안내만 하는 게 아니라 스크린도어의 장애, 선로전환기의 이상, 무연변전소의 문제 등 승객 안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점검하고 이상 발생 초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역사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그의 신속한 업무 처리를 돕는다. →‘지하철 보안관 제도’도 9호선이 처음 도입한 것인가. -9호선의 장점은 한국이 스스로 터득한 운영 노하우와 프랑스 등 외국 지하철의 장점을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이다. 승객의 안전과 전동차 내의 질서를 확인하며 순찰하는 보안관 제도는 외국 지하철로부터 도입된 것이다. 혁신은 단순한 창조가 아니라 변화를 향한 노력이라고 본다. 9호선에는 585명의 보안관이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9호선 재임 중에 외국에서 모두 106회에 걸쳐 1244명이 방문했다. 연간 20여 차례였다. 선진국에서 온 방문객들도 한국의 지하철 설비는 물론 운영 체계의 우수성에 감탄하며 돌아갔다. →9호선 경영 효율화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본다면. -운영 인력이 ㎞당 25명에 불과했다. 44명에서 68명인 다른 지하철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처음에 목표한 하루 승객은 24만 3196명이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많은 25만 6420명에 이른다. 이런 목표치를 넘기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부 경전철 등의 문제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급행을 함께 운영한다고 했을 때 적은 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재임 6년 동안 큰 탈이 없었다. →한국 철도의 미래 모습은 어떤가. -우선 유라시아 철도의 완성이 필요하다. 세계 철도 운송의 관건은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연결되는 철로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항공이나 선박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 추진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또 한국 철도의 수출이 중요하다. 전동차와 유지·보수 산업은 이미 수출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실 이보다 경쟁력이 강한 쪽은 운영 기술력이다. 이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구미 등 철도 선발국을 상대로 해도 경쟁력이 있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철도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성공이라는 말은 쑥스럽고, 다만 요즘 청년 세대가 ‘스펙’을 쌓는 것에만 몰두한다는 말을 들으면 씁쓸하다. CEO가 인정하는 것은 스펙이 아니다. 밑바닥 현장에서 하나씩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향해 지치지 않고 매진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면 기회는 반드시 오고, 이게 성공의 길로 이어진다. 전문성이 결국 나만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편한 길은 없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최재숙 현대로템 고문 ▲경북 김천(66) ▲방송통신대 법학과·서울시립대 경영대학원 수료 ▲철도청 기관사 공채 1기·관제원 ▲전 서울지하철공사 기관사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 사장·회장 ▲현대로템 고문
  • ‘한국 철도史’ 19C 열강과 견줄 만했다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는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에 비해 결코 늦었다고 볼 수 없다. 1889년 대한제국 시절 주미 외교관이 고종 황제에게 당시로선 놀라운 교통수단인 철도의 부설을 간청했고 고종은 이를 추진한다. 1865년 미국 연방군이 남북전쟁에서 승리할 때 철도의 덕을 톡톡히 봤고, 일본이 1872년 도쿄에 첫 철도를 개통한 것 등과 비교하면 우리가 조금 늦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철도 건설 사업권이 반강제적으로 일본에 넘어가면서 철도는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다. 또 운영권마저 일본에 매각된다. 해방 이후엔 주로 강원 지역의 탄광 개발을 위해 철로가 부설됐다. 1967년 디젤기관차, 1972년 전기기관차가 도입되고 1962년 무궁화호(재건호) 열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 10분대에 주파하면서 국토를 일일생활권으로 묶었다. 지역경제 개발에도 한몫한다. 지금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 새마을, 무궁화, 누리로, 통근 등 5종의 열차가 전국 340개 역(간이역 제외)을 통해 연간 1억 3000여만명의 승객을 운송하고 있다. 1974년 8월 15일 최초의 도시철도인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날이다. 1984년과 1985년에 잇따라 2호선과 3호선, 4호선이 건설되면서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를 연다. 1기 지하철에 이어 1990년대엔 5~8호선의 2기 지하철이 개통된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통해 1, 2기 양대 노선을 운영하다가 2009년 최초로 민간이 운영하는 지하철인 9호선을 개통했다. 외국계 교통 전문기업과 국내 대기업, 금융사 등이 참여해 제대로 된 민자(민간자본) 사업의 본보기를 보였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다. 짧은 기간에 거미줄 같은 교통망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전동차 제작 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운영 체계, 스크린도어 등의 승객 안전 시설 및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경제자유구역 총체적 부실…외국 기업 유치 고작 3.4%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이 총체적 부실을 보이고 있으나, 중앙·지방행정기관의 대책이나 개선 노력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감사원과 연구기관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은 저조하고 부실 계약 등으로 예산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인천·부산진해·광양만권 등 8개 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17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구시 공무원 3명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개발을 위해 2003년부터 전체 335㎢ 면적에 산업용지를 조성했으나 현재도 미개발률이 43.1%(145㎢)에 이른다.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도 목표인 300억 달러(약 35.3조원)의 26.0%(78억 달러)에 그쳤다. 또 민간 자본의 참여가 적어 사업비 126조원 가운데 집행액은 42조원(33.3%)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의 산업용지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요와 상관없이 과다하게 선정했고, 중앙정부 역시 정확한 검토 없이 승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공장 설립 때의 이중 규제도 여전하고 관계 부처와의 미협의 등 절차상 하자도 많았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의 전체 입주기업 6100개 가운데 외국 기업은 211개(3.4%)뿐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외국 기업에 대해 사업의 성패와 상관없이 연 10%의 고정수익을 보장해주는 투자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에는 국내 기업이 외국계 자회사를 설립해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저가에 분양받은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2009~2011년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에서 근무했던 대구시 공무원 3명은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이 270억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산업 관련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이 기업이 결국 90억원밖에 투자하지 않았는데도 소프트웨어 구입비로 92억원을 지급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공장 신설 신청했더니 517일 ‘발목’… 여전히 불편한 관공서

    공장 신설 신청했더니 517일 ‘발목’… 여전히 불편한 관공서

    관공서를 찾은 민원인들이 여전히 불합리한 행정 규제에 가로막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심코 방치된 민원서류의 처리가 517일 동안 지연된 사례도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9월부터 행정자치부와 합동으로 중앙행정·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107곳을 상대로 ‘규제개혁 저해 행태 및 부조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140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규제 남용이 21건, 부당한 진입규제·비용 전가 22건, 처리 지연 27건, 무사안일 29건, 개선이 필요한 기타 사항 41건 등이다. 중앙행정·공공기관에서보다 주민 생활과 더욱 밀접한 시·군 등 지자체에서 이런 사례가 2배가량 많았다. 한 지자체는 2013년 1월 민원인으로부터 토석채취허가 신청을 받은 뒤 담당자의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관련 서류를 방치해 놓다가 441일이 지나 업무를 처리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지난해 5월 공장 신설 승인신청 등 4건의 민원을 접수한 뒤 법령에도 없는 주민동의서 등 추가 서류를 요구해 민원 처리를 517일 지연시켰다. 한 지자체는 공장 설립 등의 승인신청 때 재산권 분쟁 등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구비서류가 아닌 인감증명서 등을 요구하며 민원 처리를 미뤘다. 한 지자체는 지난 5월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놀이시설인 캠프장 등록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고도 주민 반대를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문제에는 무작정 처리를 지연시키는 무사안일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담당자가 관련 법령을 잘 알지 못해 민원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한 지자체는 지난해 2월 폐기물관리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사업을 투자가능 사업으로 잘못 안내해 관련 업체가 공장을 잘못 신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행정·공공기관들의 부적절한 업무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규제개혁 저해 사례에 대한 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지자체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주민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황 총리 “총리실 직원 모두가 정책 세일즈맨”

    황교안 국무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총리실 전 직원과 함께 ‘국정 현안 공유의 시간’을 가졌다. 본래 이 자리는 국무조정실 소속 국정운영실에서 직원들에게 주요 국정 현안과 내년 업무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황 총리가 직접 참석을 제안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회’(朝會)가 됐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 공유의 시간은 약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부득이하게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은 온라인으로 중계된 황 총리의 발언을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라이브’로 들었다. 황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각 부처를 지휘·감독하는 총리실 직원들은 개개인이 ‘헌법의 수호자’란 마음가짐으로 직무 수행에 있어 헌법 가치에 충실하고, 복무 기강에 있어서도 각 부처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는 누구보다도 최상위 규범인 헌법이 정한 가치를 구현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공직을 수행하면서 올바른 인식과 자세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국정 현안이 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과 폭력·불법 집회 근절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총리는 또 “현장 중심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며 “공직자는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정책들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현장을 제대로 모르고는 부처를 통할할 수 없고, 현장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총리실 직원 각자가 정책 세일즈맨이라는 생각으로 ‘홍보 마인드’를 함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고위직 “가야 할 방향” 6급이하 “하후상박 기대” 일부 “공정한 평가 계량화 가능한지 의문” 우려

    7일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성과·직무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안에 대해 공직사회는 직급에 상관없이 대체로 ‘개혁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공정하고 계량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간부급인 4~5급, 경찰 관리직 등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6급 이하 하위직은 보수 인상률의 차등 적용 방안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6급직은 “공무원 보수 체계가 앞으로도 하후상박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월급이 지난 몇년 동안 꾸준히 오른 게 사실이어서 자긍심을 갖는 후배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수행의 강도가 높아진 국실장급 간부들이 오히려 환영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은 “성과연봉제 확대에 찬성한다”면서 “다만, 업무 역할과 승진 등에서 부처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성과연봉제 확대 때 이런 부분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은 “민간 기업에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공직에 확대되는 것에 대해 두렵지만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면서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맡은 업무나 보직에 따라 성과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보완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국장급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임금 체계가 성과급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 아니냐”면서 “공무원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수긍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위원회 한 과장급은 “월급보다는 기수나 인사 이동에 더 민감한 공직사회의 특성상 보수 체계에 성과급을 도입한다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인센티브보다는 기수 파괴로 인한 사기 저하 등 역효과가 더 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총리실의 한 사무관급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젊은층은 경력 10년 안팎의 서기관·과장급과 거의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대전청사의 한 사무관급은 “공직 성과가 자신만의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고, 환경부의 한 과장급은 “민간처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요소와 방법 등에서 시비를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무원노조총연맹 등 노조는 직급별 보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 보수 격차부터 해소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환영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다. 김경운 전문기자·부처종합 kkwoo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김치와 우리말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김치와 우리말

    우리는 절인 채소를 겨우내 발효시킨 김치를 먹어야 하는 한국인이다. 김치의 역사는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치를 가리키는 우리말은 딤치(지) 또는 짐치(지)였다. 김치는 배추 등 채소의 아삭한 풍미, 깔끔한 맛의 소금 간, 중독성 강한 향신료인 고추, 더불어 젓갈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익었을 땐 젖산의 시큼한 맛까지 난다. 발효 김치에서는 아미노산이 젖산균의 먹이가 되고, 이 젖산균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젖산균이 몸속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고 비타민 함량을 높여 주며 발암 물질까지 제거한다. 예전엔 중국의 호배추가 아닌 갖, 무 등 우리 주변에 흔한 채소로 김장을 담갔다. 김치라는 단어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선조들이 딤치(dhim-chi^), 짐치(jim-chi^)라고 일컫던 우리말이다. 치 또는 지(chi^)라는 접미어는 짠지, 묵은지 등처럼 절여서 숙성시킨 채소를 뜻한다. 이는 재야 언어학계에서 눈길을 끄는 한 원로 학자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말이 기원전 인도아리안 어족으로 분류되는 산스크리트어, 특히 그 원형인 ‘실담어’와 비슷하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우리말이 드넓은 유라시아 일대에서 원시 인류가 쓰던 고어(古語)라는 것이다. 반면 지금 세계 학계는 우리말을 ‘알타이 어족이긴 한데 뿌리를 알 수 없는 언어’로 분류하고 있다. 이 원로 학자는 불교를 연구하기 위해 옛 실담어를 공부하다 1786년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의 총독이자 언어학자였던 윌리엄 존스(1746~1794)가 편찬한 ‘옥스퍼드 산스크리트-영어 대사전’을 접한다. 그런데 300년 뒤 우리 원로 학자가 이 사전을 참조해 ‘실담어-영어-한국어’ 순서로 단어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옛 실담어가 발음은 물론 뜻까지 우리말과 비슷한 것이다. 그가 발견한 단어가 수백여 개에 이른다. 아무튼 존스는 대사전에서 딤치 또는 짐치에 대해 ‘무 등과 같은 채소’, ‘양념으로 버무린 양배추(cabbage)’ 등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 민요에도 등장하는 도라지는 도라디(doradi^) 또는 도라지(doraji^)라 표기하고 ‘채소의 한 종류’ 또는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옥스퍼드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밥을 니바라(niva^ra)라고 적은 뒤 ‘야생 쌀’이라고 했다. 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찹쌀과 상대적 개념의 한자어 이(異)밥’이라고 했던 게 아니다. 본래 우리말이 니(이)밥인 것이다. 우리말과 비슷한 세계 언어의 흔적은 더 있다. 카자흐스탄 등의 스탄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당시 경음화 표시인 ‘ㅅ’을 덧붙인 ‘ㅅ당’으로 지금의 땅을 뜻한다. 카자흐스탄은 카자흐 족의 땅이다. 옛 아즈텍 문명 언어에는 아시끼(asikki)가 ‘사내아이’(a boy)를 뜻했다. 또 지금이라도 인도 남부를 갔을 때 ‘아빠, 엄마, 누나’ 등 현지인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한두 가지의 추론만 내세워 그들 모두가 한국인과 한 핏줄이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선사시대 인류의 옛말을 지금도 거의 유일하게 한국어로 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김치와 우리말에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긴 역사가 담겼다. kkwoon@seoul.co.kr
  • 주차장 직거래 장터 금지 풀리고 ‘티본 스테이크’ 표시 판매 허용

    앞으로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부위에 안심, 등심처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티본 스테이크’로 표시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에서처럼 주차장에서 직거래장터를 열 수도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제3차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이를 포함한 98건의 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경제단체·산업계의 건의를 통한 73건의 규제를 풀어 7800억원의 투자 유발과 960억원의 비용 절감, 8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특히 73건의 개선안 가운데 35건이 환경 분야와 관련된 것이다. 식육판매업자는 법령에 고시된 소고기 10개 부위(대분할 기준)와 돼지고기 7개 부위 외에 혼합 부위 등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식육판매표지판에 부위 명칭 말고도 식육명 표시를 허용하는 ‘식육의 부위별·등급별 및 종류별 구분 방법 고시’를 개정한다. 티본·엘본 스테이크와 등삼겹, 목전지 등 다양한 부위나 새롭게 개발한 부위에 대해 독자적 명칭을 붙여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허용 등 요건을 갖추면 주차장 직거래장터가 합법적으로 열린다. 온천장과 농어촌 휴양시설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온천장으로 등록하려면 대중 목욕 시설과 온천수 이용 허가, 실내 수영장을 반드시 갖춰야 했다. 그러나 실내 수영장 조건이 폐지된다. 국내에서 이를 모두 갖추고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온천장은 6곳뿐이다. 실내 수영장 보유는 온천 사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규제였다. 농어촌 휴양시설의 경우 1만㎡ 이상의 특용작물 재배지나 희귀동물 양육장을 갖춰야 열 수 있었지만 이 면적이 2000㎡로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화학물질의 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해 물질 관련 공장 시설이 없어도 유해 물질을 판매하기만 하면 32시간의 교육을 받은 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판매점에 대해서는 8시간의 안전교육을 받은 직원이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또 한 달에 30만원인 웹보드 게임의 가상현금·게임아이템 구매 한도가 50만원으로 올라간다. 서울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3년째 헛바퀴’ 서울지하철 7호선 불량 전동차 감사 착수

    ‘3년째 헛바퀴’ 서울지하철 7호선 불량 전동차 감사 착수

    감사원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도시철도공사에 대한 행정감사에서 서울지하철 7호선(장암역~부평구청역)의 일부 전동차가 거의 3년째 정상 운행되지 못한 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작사와 전동차 계약 당시 유착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일 감사원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지방예산 낭비, 전동차 제작사인 A사와의 부정 계약, 운행의 안전성 문제 등을 캐기 위해 예비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내사 자료를 확보한 뒤 비위가 포착되면 본격적인 현장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7호선의 전동차 운행 실적을 파악한 결과 전동차 ‘63개 편성’의 운행일수가 849일, 운행거리는 30만 4645㎞인 것을 확인했다. 정상 운행된 셈이다. 그러나 2012년에 추가로 도입된 ‘7개 편성’은 운행일수가 589일로 기존 전동차의 71.9%, 거리도 16만 3597㎞로 59.8%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개 편성 전동차는 ‘SR전동차’로 좌석을 창 쪽이 아닌 가운데에 배치한 것이다. 반면 도시철도공사가 7호선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5호선 76개 편성의 운행일수는 810일, 6호선 41개 편성은 790일, 8호선 20개 편성은 815일 등으로 모두 안정적이었다. 도시철도공사는 운행에 공백이 발생하자 임시로 6호선 전동차를 7호선으로 바꿔 편법 운행했다. 차종이 다른 전동차의 부품을 떼서 불량 전동차에 장착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문제의 7개 편성 전동차는 A사가 제작한 것이다. A사에 대해 도시철도공사가 사후정비를 요구했으나, A사는 이를 묵살했고 도시철도공사 역시 이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A사는 2010년 인천시가 853억원을 들여 완공했다가 5년째 개통 중단 상태인 ‘월미은하레일’을 제작하기도 했다. 더구나 A사는 또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3월 서울메트로와 2호선의 전동차 200량 교체 사업을 너끈히 수주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가 전문가 의견 등을 인용하면서 “시민 안전을 무시한 채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에 거액의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시 청년수당’ 놓고 국무회의 설전

    ‘서울시 청년수당’ 놓고 국무회의 설전

    1일 국무회의에서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를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격한 설전을 벌였다. 정부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지자체가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변경할 때 정부와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도록 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무회의에 배석자 자격으로 참석한 박 시장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위헌성이 있다. 지방의 독창적인 사업을 가로막는 족쇄”라며 “교부금을 수단으로 해서 사회보장제도를 통제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지자체의 과한 복지 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지방교부세로 컨트롤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과한 말씀”이라며 “정책의 차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도 “여러 차례 언론에 나왔지만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 정책은 고용부가 추진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청년활동지원사업과 패키지 사업은 다르다”며 “성격과 정책 방향이 모두 다르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박 시장을 비판하면서 설전은 5분여 동안 계속됐다. 결국 국무회의를 주재한 황 총리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됐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청소년수련시설 안전 점검 안 받으면 위탁계약 해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 의결을 통해 청소년단체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위탁운영 계약을 맺으면 즉시 계약이 해지되도록 했다. 또 청소년단체 등 운영기관이 지원받은 공공 경비를 유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안전 점검과 종합평가를 받지 않으면 위탁 계약이 해지된다. 청소년 육성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간주해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153개 지자체가 위탁 운영을 맡긴 342개 청소년수련시설 가운데 89개(26.0%)가 청소년활동진흥법을 위반한 부적합한 단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부실 운영이나 위법 행위에 대한 관리·제재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서울YMCA 일산청소년수련원에서는 골프연습장 건축허가 직권 취소, 고양시와 서울YMCA 간 뒷거래 의혹 등이 제기된 적이 있다. 지난 6월 제주에선 명도암유스호스텔을 운영하는 단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등 청소년수련시설을 둘러싼 각종 비위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 교정시설에서 도주한 수용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황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행하는 불법·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서 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해외자원개발 10개 부실 사업 매각해야”

    해외자원개발 사업 가운데 10여개 사업은 우선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개 에너지 공기업의 사업 성과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등 3개 공사는 총 169개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했는데, 2014년 12월 기준으로 70개 사업은 탐사 실패, 개발계획 무산, 자산 매각 등의 이유로 종료했고 현재는 99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중 규모가 큰 59개 사업의 수익성 등을 분석한 결과 17%에 해당하는 10여개 사업이 우선 매각 검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 사업에 투입돼야 하는 비용은 약 1조원이다. 감사원은 또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매각 대상 사업이 21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21개 사업에 이미 10조 4000억원이 투입됐고 향후에도 14조 5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나머지 38개 사업은 가치와 수익성 면에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3개 공사가 향후 5년 동안 24조 5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7조 9000억원을 차입해야 할 것으로 감사원은 추산했다. 이 경우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이 2014년 221%에서 320%까지, 광물공사는 220%에서 59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사원은 또 3개 공사가 투자한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이 건설이나 자재 납품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 수익 창출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파출부 → 가사도우미, 사생아 → 혼외자녀… 차별적 용어 바꾼다

    특정 직업이나 성(性) 또는 출생을 비하하는 등의 의미를 지닌 법령 용어가 사라진다. 법제처는 29일 차별적·권위적·관행적 용어 12개를 담은 법령 68건을 정비한다고 밝혔다. 정비 법령은 법률 9건, 시행령 21건, 시행규칙 38건 등이고 이와 관련된 중앙행정기관은 21곳이다. 법제처는 올해 안에 1건, 내년에 42건 등 연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파출부’라는 표현은 직업과 성에 대한 편견을 주기 때문에 ‘가사도우미’로 바꾸기로 했다. 관련 법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지원법 시행규칙이다. 법무부의 보호관찰법 시행규칙과 관련된 ‘사생아’는 ‘혼외자녀’로 정비하고 교육부와 관련된 ‘혼혈아’는 ‘다문화가정 자녀’로 바꾼다. 행정기관 중심의 권위적 용어도 정비한다. ‘시달’이란 표현은 ‘지시’ 또는 ‘전달’, ‘통보’ 등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모두 17건의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동제세동기’는 ‘자동심장충격기’로 바꾼다. ‘안검’은 ‘눈꺼풀’로, ‘구중 청량제’는 ‘구강 청량제’로 정비한다. ‘치주질환’은 괄호를 사용해 ‘치주질환(잇몸병)’ 등으로 이해를 돕기로 했다. 불필요한 외국어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솔벤트’는 ‘용제’로, ‘보론’은 ‘붕소’로 바꾼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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