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체제’ 닻올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아들 정용진(41) 부회장이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전면에 등장했다. 이로써 범(汎) 삼성가인 신세계는 2세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3세대 대주주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세계는 30일 ㈜신세계 대표이사인 구학서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승진 48명, 업무위촉변경 17명 등 총 65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을 총괄대표이사에, 백화점부문 대표이사에 센텀시티점장 박건현(53) 부사장을, 이마트부문 대표이사에 ㈜신세계푸드 최병렬(60) 대표이사를 각각 내정했다. 또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백화점부문 정일채(56) 부사장이, ㈜조선호텔 베이커리 대표이사에는 신세계 경영지원실 배재봉(52) 상무가 각각 선임됐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을 정점으로 그룹의 양대 축인 백화점-이마트 부문에 전문경영인을 포진시킴으로써 오너 경영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조화를 꾀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37) 상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조선호텔 상무 등을 통해 익힌 경영수완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인 정 부회장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나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경영지원실 등에서 경영수업을 착실하게 쌓았다.
어머니 이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신세계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를 확고히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32%로 이 회장에 이어 2대주주다.
백화점부문 대표이사에 오른 박 대표는 1982년 신세계에 입사, 광주신세계백화점 점장과 신세계 백화점부문 본점장을 거쳤다. 새 이마트부문 대표이사인 최 대표는 1974년에 신세계에 입사해 이마트 분당점 점장과 이마트부문 판매담당 상무 등을 거쳤다.
신세계 측은 “지난 10년 동안은 유통업의 기초와 틀을 잡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유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고 판단해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비전에 맞는 혁신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한편 구학서 부회장은 신세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대신 회장으로 승진, 그룹을 총괄 경영하면서 정 부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다. 임기를 두번 연임한 석강 대표는 임기가 만료돼 입사 동기 이경상 대표와 함께 물러나 3년간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게 된다.
김경운 강아연기자 kkw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