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수석 ‘보물선’ 개입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25일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부탁을 받고 엄익준(嚴翼駿·작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보물매장 확인을 요청한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 경제수석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99년 12월이형택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를 알아볼 길이 없겠느냐고 해 국익 차원에서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엄익준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이 수석은 이어 “엄 차장은 정보확인 차원에서 한번 알아 보겠다고 했으며 엄 차장으로부터 2000년 1월 말쯤 사실이 아니어서 이형택씨에게연락해 줬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이 수석은 그러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금명간 이 경제수석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국정원에 보물 탐사작업을 요청한 경위 및 청와대·국정원 다른 고위인사들의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는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소환한 김형윤(金亨允·수감중) 전 국정원 경제단장을 상대로 99년 말∼2000년 초 국정원이 보물 탐사작업을 벌인 사실이 당시 천용택(千容宅)·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에게도 보고됐는지 등을 추궁했다.
특검팀은 엄 전 차장에 이어 김은성(金銀星·수감중) 전차장도 보물 사업에 개입,김 전 단장과 김모 경제과장 등이 이들의 지시를 받고 탐사작업에 관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양경찰청은 지난 99년 12월 국정원 목포 출장소장의 요청을 받아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특수기동대 5명이 진도 부근 해역에 출동,세 차례에 걸쳐 해저 구조물 확인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해경은 바다 속이 어두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당시 국정원측이 출동의 필요성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특검팀은 또 이전 전무가 2000년 1월 해군 수뇌부에 보물 탐사작업 지원을 요청했다는 해군의 발표와 관련,이 전 전무와 함께 오승렬(吳承烈) 당시 정보작전참모부장(현 해군 참모차장)을 방문했던 국정원 김모 과장,인양업자 최모씨와 기술자 조모씨 등을 소환,조사했다.
특검팀은 이용호씨가 2000년 8월 이 전 전무의 부동산을매입한 사실을 확인,정확한 매입 가격과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대양금고 실소유주 김영준(金榮俊)씨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전날 소환한 모 여대 회계학과 교수김모(44·여)씨 집을 압수수색한 뒤 이날 새벽 귀가시켰다.
한편 2000년 1월 엄 전 차장이 당시 한철용(韓哲鏞·국방부 정보부대장·육군 소장) 국정원 파견 국방보좌관을 통해 이수용(李秀勇) 해군참모총장에게 장비 및 병력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한 소장은 이날 “엄 차장으로부터 ‘해군총장을 만나 보물선 발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라.’는 지시를 받고 민원처리 차원에서 이 총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 총장은 요청 내용을 듣고 난 뒤 ‘해군규정상 민간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지원 요청을 거절했으며,이를 이튿날 엄 차장에게 전했을 뿐 더이상의 관련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한 소장이 이 총장을 만나는 자리에는 당시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오승렬 소장도 배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풍연 김경운 조태성기자 poongy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