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합참 조사 문제점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교전의 대응 방법을 놓고 제기된 몇몇 논란은 7일 합동참모본부의 진상 조사를 통해 분명한 해답을 얻었다.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고,문제점도 내포해 추가조사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전 도발의도 못 느꼈나
합참의 조사는 서해교전이 북한 해군의 기습적인 선제공격이었다는 사실만 적시했을 뿐,이같은 기습공격을 사전에 감지·예측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았다.정확한 정보분석은 기습공격일지라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기습공격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었다.6월들어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부쩍 늘었으며,교전 당일인 29일 이전에 침범한 5차례 모두 이전과 달리 북한어선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합참은 북한이 6월11일과 13일 NLL을 침범했을 때에는 우리측의 반응을 떠보았다고 밝혔다.기습 직전인 27일과 28일에는 교전일과 마찬가지로 연평도 서북방 12.6㎞쯤에서 경비정 1척이 먼저 내려오고 몇분 뒤 서북방 25.2㎞쯤에서 1척 등 2개 방향에서 내려왔다.
국방부 황의돈(黃義敦) 대변인은 “올들어 북 경비정들이 조준사격 태세로 내려왔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이번처럼 기습도발로 이어질지는 판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피해 왜 컸나
합참 조사단은 99년 서해교전 당시보다 우리측의 피해가 큰 것은 선제기습공격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전 당일 연평도 서북방 25.2㎞에서 남하한 등산곶 경비정 1척에 대해 경고방송 및 ‘-’형의 차단기동을 하기 위해 고속정 2척이 910m까지 접근했을 때 북측은 이미 조준사격 태세에 들어갔고,선두에 있던 참수리 358호가 앞서 나간 뒤 뒤따라오던 357호를 노렸다.첫 발이 지휘부와 통신시설이 있던 조타실을 명중시켰고, 두번째 포탄이 기관실에 맞아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세번째 탄은 선체 후미 동력장치를 맞혔다.결과적으로 기존 서해상의 작전교전 지침이 북측에 대한 경고를 위해 1㎞ 이내로 근접하도록 규정한 점이이같은 기습을 불렀다고 판단,합참은 지난 2일 새로운 작전지침을 하달했다.
■북 경비정 격침 실패 이유
해군 고속정이 지닌 40㎜ 기관포와 20㎜ 벌컨포로는 215t에 이르는 북한 경비정을 쉽게 침몰시킬 수 없다.침몰을 위해서는 수면 아래 선체 하부를 명중시켜 물이 새도록 해야 하는데 벌컨포는 조준선이 높고,기관포는 화력이 약하다.따라서 경비정 침몰은 10여㎞ 거리에서 사격하는 초계함의 76㎜ 중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NLL 침범과 함께 19.1∼23.2㎞ 떨어진 덕적도에서 출발한 초계함 2척은 현장도착 시간이 5분 정도 늦었고,사격범위에 들었을 때에는 교전 현장은 우리 고속정 6척과 북한 경비정 1척이 뒤섞여 ‘마음놓고’격파사격을 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특히 함참은 “사격 지점까지 도착하기까지 제천함이 17분,진해함이 21분 소요됐으나 곳곳에 주민들이버려둔 어망 때문에 지연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초기 보고가 아군의 피해보고는 경미한 반면,북 경비정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잘못 전달됐고,사격종료 직전인 당일 오전 10시48분
북유도탄정의 함대함 스틱스(STYX) 미사일의 레이더를 탐지,추격 공격을 중지시켜 격침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