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수산물 日서 ‘흔들’
우리나라 농수산물이 일본시장에서 중국산에 떠밀려 설 땅을 잃고 있다.
중국산 농수산물의 저가(低價) 공세로 최근 수출량이 크게 줄면서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농수산물 수출시장마저 중국에 내 줄 처지에 놓였다.중국은 허술한 수출 검역체계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일부 채소·과일류에 대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내세워 일본에 시장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KOTRA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한 농수산물 규모는 1016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략 수출품목인 김치와 인삼,표고버섯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신선야채류와 과일류,축산물의 수출량이 대부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산 밤이 올 여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수출 단가가 오르자,그 틈새를 값싼 중국산 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국내산 수출은 1550t에 그쳤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7%나 감소했다.
또 신선도와 품질이 중국산에 비해 나은 편인 국내산 딸기(-53.4%),가지(-46.7%),오이(-46.9%) 등도 수출량이 50% 안팎으로 줄었다.
특히 닭고기는 국내의 돼지콜레라 파동으로 돼지고기에 대해 수출 중단 조치가 내려진 뒤 상대적으로 수출이 늘었으나 중국산과 시장다툼 끝에 2.8% 증가에 그쳤다.그나마 일본 정부가 중국산 가금육에 대해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수입정지 조치를 취해 수출 감소폭이 적었다.
일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국내산 농수산물도 중국산에 밀리고 있다.올들어 9월말까지 일본은 국내산 인삼 408t을 수입했으나 같은 기간 중국산은 750t을 들여왔다.김치는 상당수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수출품이긴 하지만,국내산이 2만 3061여t에 그친 데 반해 중국산은 4만 2906t에 달했다.
김은 일본 정부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한해 2억 5000만매(1매는 4.3㎡)의 수출쿼터를 배정하고 있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이에 항의,수입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산 김은 연간 14억매가 일본을 제외한 미국,타이완,홍콩 등에 수출된다.일본 해태도매상연합회는 지난 5월 모임을 갖고 가격·물량면에서 안정적인 중국산 김에 대한 수입허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업 분야의 약소국인 우리나라는 일부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중국·일본 등에 소량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151억 4300만달러로 2000년 이후 수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유명근 대리는 “일본은 일부 농산물의 기준 등급을 13등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품질관리가 엄격하다.”면서 “수출시장에서 중국산을 제치고 살아남는 길은 규격화와 표준화,고급화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운기자 kkw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