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속대응형 인재뽑기…황당질문 세례
‘애인이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우면 누굴 택하겠는가(삼성전자).버스에 앉아 있는데 임산부, 다리를 다친 학생, 할아버지, 짐이 많은 아주머니가 탔다면 누구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할 것인지, 또 그 이유는(한화석유화학)….’ 대기업 입사 지원자들이 실제 면접에서 받은 ‘황당한(?) 질문’ 가운데 일부 사례들이다. 채용 전문가들은 이런 질문을 통해 지원자들의 순발력과 창의성,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등을 파악하는 만큼 당황하기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이라고 설명한다. 인크루트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까지 1년간 구직자들이 받은 면접 질문 5000여건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예전보다 이색 면접 질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30일 밝혔다.●“애인이 없으면 그 이유는?” 인크루트가 소개한 질문에는 ‘배우자와 자식이 물에 빠졌는데 한 명만 구할 수 있다. 누구를 구하겠는가.’(한국타이거풀스),‘자신이 홀로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가지고 갈 물건은 무엇인가.’(SK텔레콤),‘무인도에 동물을 데려간다면 어떤 동물을 데려갈 것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한국문화진흥회) 등이 있었다. ‘왜 지원자들은 검은색 정장만 입는가.’(삼성생명),‘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삼성SDI),‘서울 시내에 있는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정량을 계산하시오.’(효성),‘애인이 없다고 했는데 왜 당신은 애인이 없다고 생각하는가.’(한화석화) 등도 ‘황당형’ 질문으로 예시됐다. 이와 함께 ‘노래방에서 몇 시간이나 놀 수 있는가.’(아모레퍼시픽),‘즉석에서 부를 수 있는 곡이 얼마나 되는가.’(LG생활건강),‘자기 집 전기 요금은.’(한국전력),‘자신이 얼마짜리 사람이라고 생각하나.’(동양생명),‘자신이 옆의 두 명보다 어떤 점이 뛰어나 뽑혀야만 한다고 생각하나.’(에스콰이어) 등도 소개했다.●‘정답은 없지만 현답은 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이들 이색 질문 유형을 선택형, 무인도형, 황당형, 사교형, 애정형,PR형 등 6가지로 분류하면서 “이런 질문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로 볼 수 없는 구직자의 성향이나 인성, 가치관, 창의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에 식상한 답변보다 엉뚱하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답변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효성 관계자는 “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에)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답변에 대한 근거, 짧은 시간에 답을 찾아가는 방식 등을 보기 위해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면면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