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 남북차관급회담 성사배경·전망/ 남북경제협력 전망
이변이 없다면 이달 하순 남북 당국자가 공식 대좌한다.지난해 4월 베이징회담에서 등을 돌린 당국자들이 1년2개월만에 같은 곳에서 재회하는 셈이다.
다만 2일 계속된 비공개접촉의 막판 산고(産苦)가 마지막 변수다.
지금껏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사유는 여러가지다.본질적 요인은 북측의 고의적 기피자세였다.북측은 체제유지에 부담이 큰 남북대화보다는 미국과의거래를 ‘중심고리’로 삼아왔다.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일관된 포용정책을 펴왔다.상당한 달러를 반대급부로 지불한 금강산관광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포괄적 접근’방안도 햇볕론의 국제화에 다름 아니다.최근 방북한페리 조정관을 통해 한·미·일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전제로체제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다.때문에 북측이 대화에 응한다면 대북 포용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남쪽과 담을 쌓고서는 당면한 곤경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라는 뜻이다.물론 그러기까지 시차를전제로 해서다.
구체적 차원에선 비료가 끊어진 남북대화의 연결고리가 될 참이다.북측의최악의 식량난이 비료 수요를 촉발한 것이다.
북한의 올 식량부족분은 115만t정도로 추정된다.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총 90만t의 식량을 확보했다.
따라서 올해를 넘기는데는 문제가 없다.그러나 어차피 대폭적인 증산운동으로 내년을 대비해야 한다.
여기엔 남한으로부터의 비료획득이 관건이다.북측도 2일까지 진행된 베이징 막후 접촉에서 줄곧 SOS를 보내왔다는 후문이다.북한이 파종기는 넘겼지만생육기에도 비료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베이징 막후 접촉에서 우리측은 대국적 견지에서 큰 양보를 했다.이산가족 문제와 비료지원을 연계하는 상호주의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지난해 베이징 회담이 상호주의 문제로 결렬된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대신‘선(先) 비료지원,후(後) 이산가족문제 논의’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먼저 선의를 베풀고 북측의 화답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다.다른 정치적 의제와 함께 이산가족문제를 차관급 회담의 논의 과제로 넘긴 것이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과제로 보아왔다.반면 북측은 체제동요가능성 때문에 정치적 문제로 간주해 왔다.차관급회담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이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본영기자 kby7@- 남북경제협력 전망 남북한 차관급 회담이 임박하면서 남북경제협력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는 지난해 4월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없애는 내용의 남북 경협 활성화조치를 발표했다.정경분리원칙도 적용,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는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남북한간 교역,위탁가공과 대북 투자는 부진했다.지난해 교역액은 우리나라로 반입된 북한 물품 9,200만달러,북한으로 반출된액수 5,100만달러 등 1억4,300만달러로 전년보다 43.2%가 줄었다.
위탁가공 무역도 10.2%가 감소했다.대북 직접투자는 금강산과 대우 남포공단을 제외하고는 중단됐다.신규 사업 승인은 작년말 이후 끊어진 상태이다.
이같이 남북 경협이 침체한 주이유는 북한에 있다.북한이 남북간 교역을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부간 대화를 기피,교역이나 경제협력을 위한 채널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여기에다 남북경협창구역할을 해온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의 실질적인 기능정지,중공업우선주의로의 회귀,나진·선봉지역개발에 대한 의욕저하 등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도 경협부진의 이유로 지적된다.경제난 가중으로 북한의 반출능력이 떨어진 점도 남북교역 위축 요인이다.
또 국내 기업들도 북한에 대해 종전처럼 의욕을 내지 않고 있다.환란위기로 자금동원능력이 떨어진데다 국내 임금인하로 북한 투자 매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인천∼남포간 배로 물건을 실어나르는데 따른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다.컨테이너를 꽉 채우기에는 물량이 적어 운송비용 부담이 크다.대북 교역은 현재관세환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역지원 금융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기업으로서는 북한과 교역을 하는데 더 많은 자금이 드는 셈이다.따라서 모처럼북한과의 대화채널이 재개될 경우 교역활성화를 위해 남북한 정부간에 교역을 정식 인정하는 절차가 우선 필요하다.여기에 국내 기업들에 대한 무역금융지원과 남북한간 물품의 육로 운송 등이 뒤따라야 경제협력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