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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4차 산업혁명/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4차 산업혁명/구본영 논설고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최고수인 구글 알파고의 5번기가 다음달 9일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이세돌이 ‘센돌’이라는 별명답게 통쾌한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다. 특히 바둑팬들에게는 인간이 기계에 져 프로 바둑기사란 직업이 시들해지는 것은 악몽의 시나리오일 게다. 바야흐로 세계 문명사의 전환기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바이오텍의 눈부신 발전과 산업 간 융합이 전방위로 번지는 시대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가시권에 성큼 다가온 셈이다. 정보화가 3차 산업혁명의 요체라면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지능화 시대의 도래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촉발한 1∼3 차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다시 전대미문의 직종 부침을 예고한다. 생각해 보자. 구글의 무인차가 상용화되면 운전기사라는 직종은 사라지기 마련 아닌가. 일자리 대변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게다. 자동차 사고는 대개 차량 결함보다는 인재다. 사고 없는 무인차의 등장은 심장외과의를 실직하게 만들 수 있다. 이식할 심장의 90%를 자동차 사고 희생자들이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 대량 실업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5년간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요지의 미래고용보고서를 내놨다.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과학자들이 30년 내에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누가 매춘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했던가. AI와 로봇이 심지어 성 노동자까지, 인간의 모든 직업군을 넘볼 것이라는 게 FT 보도의 요지다. 이처럼 현재로선 4차 산업혁명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전문가도 많다. 기술의 지능화는 단순 직종을 없애는 대신 고도로 창의적인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의 상용화로 심장외과의가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인공심장을 연구하는 인력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 고도화돼 신규 직종이 대거 창출되기 전까지 마찰적 실업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해결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긴 일자리 문제가 두려워 지능화의 물결을 타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말처럼 ‘근로자는 보호하되 일자리는 보호하지 말라’는 경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 2차 산업혁명에 뒤졌던 우리가 3차에 이어 4차 산업혁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그런 맥락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발 뉴스는 퍽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선도적 투자를 하고 있음이 확인됐으니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길섶에서] 고통의 미학/구본영 논설고문

    신앙심이 엷은 탓에 나는 어쩌다가 동네 성당에 가는 편이다. 대학 진학 문제로 속썩이는 아들 일 등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심란하던 차에 엊그제 사순절을 맞아 시인을 초청한 특강을 한다기에 가 봤다. 정호승 시인이 연사였다. 시인답게 자신의 시구를 인용한 메타포도 가슴에 와 닿았지만, 인생은 사랑과 고통 두 가지로 채워진다는 특강의 결론에 공감했다. 하긴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나. 독일의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 “요람과 무덤 사이에 고통이 있다”고. 문제는 삶의 도정에서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리는 고통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다. 작고한 작가 박완서는 중년 시절 남편과 아들을 몇 달 사이로 연이어 떠나보낸 뒤 “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고 토로했단다.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하늘의 섭리라고 여기며 담담히 직시하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색채는 모든 빛의 고통이다’라며 고통의 의미를 긍정했듯이…. 문득 “인생은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 했던 철학자 칼 포퍼의 명언이 새삼스럽게 생각났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eoul.co.kr
  • [구본영 칼럼] ‘말뫼의 눈물’이 ‘통영의 눈물’ 안 되려면

    [구본영 칼럼] ‘말뫼의 눈물’이 ‘통영의 눈물’ 안 되려면

    설 연휴 중 몇 년째 얼굴을 못 본 친구의 근황을 들었다. 고향을 떠나 통영에서 하던 배 수리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는 소식이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늘 밥 잘 사는, 인심 좋은 그였는데…. 잘나가던 조선업이 불황의 늪에 빠졌음을 실감했다. 오죽했으면 선박 인테리어 전문 중소기업 운영에 반평생을 바친 친구가 공장 문을 닫았을까. 울산에서도, 통영에서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업계의 한숨 소리만 깊다. 대형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멈춰 서면서다. ‘말뫼의 눈물’은 현대중공업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크레인이다.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을 때 막대한 해체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단돈 1달러를 주고 사들인 것이다. 2002년 이 크레인이 배에 실려 사라질 때 스웨덴 국영방송은 “말뫼가 울었다”며 장송곡을 틀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조선·대우조선 등 세계 3대 조선소가 두 해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른 수주난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실이 겹치면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자칫 ‘말뫼의 눈물’처럼 통한의 눈물을 흘릴 판이다. 울산이나 거제, 혹은 통영에서…. 더 심각한 건 조선업뿐 아니라 우리의 주력 산업 전체가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이 태어날 때 물고 나온 숟가락을 원망하는 세태에서 그런 징후는 포착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창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제출된 지 210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조선업 등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국내 로펌의 경제법 분야 권위자로 통하는 한 인사는 원샷법이 하등 새로울 게 없는 법안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에 이미 관련 조항이 다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이를 통해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 우습지만, “삼성특혜법”이라는 등 야권의 엉뚱한 반대 논리도 가관이라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 풍경을 보라. 현 여권의 보육 공약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원 분담 문제로 충돌하면서 보육 대란을 빚고 있다. 이런 판국에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10만명에게 월 60만원씩 6개월간 취업활동비를 지원하는 총선 공약을 내놓았단다. 청년 실업자가 40만명에 이른다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솔깃해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금수저와 흙수저를 골라 지급 대상자를 선정해 내고, 일자리가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이들을 ‘어디에’ 취업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말뿐인 인기영합 공약(空約)이거나, 청년들에게 달콤한 당의정을 입힌 빚더미를 떠넘기는 꼴이다. 더군다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구촌엔 4차 산업혁명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융합을 통해 바야흐로 신천지가 도래할 참이다. 이런 4차 혁명의 물결 속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들은 상당수 떠내려가기 마련이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게 그 전조가 아닐까. 이런 ‘고용 없는 성장’이란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지식정보 부문 등 서비스 산업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별 알맹이도 없어 보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3년 반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실은 뭘 말하나. 이 법이 통과되면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설명이 미심쩍긴 하다. 하지만 의료산업 영리화로 이어진다는, 더민주 측의 주장은 더 황당하다. 대한병원협회 등도 문제가 없다는데 그나마 국제 경쟁력이 있는 보건 분야의 일자리를 포기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격이니…. 이는 어찌 보면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간으로 개헌해 이룬 ‘1987년 체제’가 한계를 드러낸 형국이다. 여야 모두 장기적 국가 역량을 키울 엄두도 못 내고 오로지 정권 획득을 위한 근시안적 정쟁에 골몰하면서다. 성장의 바퀴는 멈추려 하는데 운전대를 서로 잡으려다 온 국민이 탄 수레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게 해서야 될 말인가. 결국 초미의 과제는 후진적인 한국 정치의 일대 개혁이다. 논설고문
  • [길섶에서] 귀성 전쟁/구본영 논설고문

    김종길 시인은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설날만큼은 따스하게 맞이하라고 했다. 즉 “따듯한 한잔 술과/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그것만으로도 푸지고/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고. 그런데도 그다지 맘이 설레지 않은 까닭이 뭘까? 제수 장만과 같은 생활인으로서 걱정만 앞서고 있으니…. 처음엔 나이가 든 증좌이려니 했다. 하지만 귀성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역과 버스 터미널 풍경을 보면서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동생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역귀성하면서 서울의 난 고향 냄새를 맡을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수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설날 전날이면 늘 대문 밖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셨다.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열차 도착 시각을 가늠해 골목 어귀에서 서성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된 귀성 전쟁을 보면서 기억의 창고 속에서 다시 끄집어낸 삽화다. 그러나 귀성을 어찌 물리적 좌표로만 한정 지으랴. 부모, 형제가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는 그곳이 바로 고향일 거라는 객쩍은 위안을 해 봤다. 문득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가서 배불리 먹고사는 곳/그곳이 고향이란다”(서정춘 시인)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비대칭 문화 무기’/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비대칭 문화 무기’/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의 핵·미사일이 진짜 위험한 이유는? 답은 정밀하지 못해 어디로 날아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북서 계절풍을 타고 날아오는 북한의 삐라로 인한 각종 사고를 보면 웃어넘기기도 어렵다. 그제 북한이 날린 전단지 뭉치가 수원의 한 빌라 옥상의 유리창과 물탱크를 파손했다지 않나. 얼마 전엔 일산 주택가의 차량 지붕도 부서졌다.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사례다. 그제 군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포럼에서 나온 결론이다. 즉 북측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미련한 대남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삐라의 내용도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 비방하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비닐 속 전단지 뭉치가 통째로 떨어지니 무슨 효과가 있겠나. 그나마 봄이 오면 이런 허튼짓도 소용없다. 제갈량이 없어도 동남풍은 불어오게 마련이니….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엊그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릅쓰고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 수순을 착착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민이야 굶어 죽든 말든 핵을 움켜쥐고 3대 세습체제를 지키려는 도박이다. 문제는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킬 체인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고, 사드를 도입하려니 중국의 통상 압력이 걱정된다.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기보다 핵무장이 나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외교 지형상 비현실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이란 ‘비대칭 전력’으로 남북 간 총체적 국력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미망(迷妄)에서 끝내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그제 비공개 포럼에서 다수 전문가들이 북 정권이 더 합리적인 지도부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리적 타격으로 북한판 정권교체를 시도할 순 없으니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바깥세상의 사정을 북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아이디어가 그럴싸하다. 북의 비대칭 무기에 맞서 ‘비대칭 문화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우리의 경제력과 문화 콘텐츠로 북한 정권의 ‘비(非)김정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북 체제를 비판하지 않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한류 드라마를 접하게 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게다. 북한 당국이 남북 간 언론 교류에 응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외부 세계와 인터넷 연결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답게 방법을 찾으면 왜 없겠는가. 예를 들어 휴전선 근처의 고지에서 우리의 지상파 TV를 북한의 PAL 방식으로 송출한다면 그 효과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게다. 이왕 하려면 우리의 대북 심리전이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길섶에서] 선한 사마리아인/구본영 논설고문

    울리히 베크는 현대사회를 한마디로 ‘위험사회’로 압축했다. 최근 19년 만에 진범을 가리는 재판이 다시 열린 ‘이태원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고 이를 실감했다. 무고한 젊은이가 우연히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도 평소 원한이 있을 리 없는 생면부지인 인물의 공격을 받아서…. 이런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는 까닭이 뭘까. 전문가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경제·사회적 불평등·불공정성이 울분과 혈기를 분출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21세기 한국 사회가 이른바 ‘울혈(鬱血) 사회’로 바뀌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한 것인가. 어제 아침 출근길 지하철 서울역 환승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순간이었다. 옆 계단에서 한 청년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지나가던 남녀 여럿이 이 낯선 청년에게 응급조치를 해 주려 몰려들었다. 필자가 다시 내려갔을 때는 다행히 그 청년이 기운을 차린 뒤였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임을 새삼 확인했다.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한 이들보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더 많으니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길섶에서] ‘먼저 온 미래’/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읽다가 무릎을 쳤다. 탈북자 출신의 한 여성 공무원이 자신을 ‘먼저 온 미래’라고 표현한 대목을 접하면서다. 올해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토론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탈북민으로서 남북통일의 가교역을 하겠다는 등의 각오도 밝혔다. 하지만 그런 틀에 박힌 얘기보다 그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북한에선 배고픔과 부자유에, 탈북 후엔 낯선 환경과 외로움으로 그의 삶은 누구보다 힘겨웠을 법하다. 그런 그가 언젠가 통일될 나라에 먼저 온 시민을 자처하고 있다니…. 요즘 우리 사회에서 ‘헬조선’이니 ‘7포 세대’니 하는 자조적 신조어가 넘쳐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취업도 쉽지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안 보이니 나오는 한탄일 게다. 사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는다’는 뜻의 ‘처변불경’(處變不驚)의 경지에 이르는 게 쉬운 일인가. 성현이 아닌, 우리네 보통 사람으로서 말이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운명의 여신은 여성이라 늘 역경 속에서도 미래를 낙관하는 젊은이의 편이라고. 신산하기 짝이 없을 삶을 살아왔을 탈북 여성의 희망적 사고를 보며 떠올린 경구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악마의 배설물’의 경고/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악마의 배설물’의 경고/구본영 논설고문

    ‘나비효과’가 이런 건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며칠 전 60일간의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 중국의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떨어진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칠 기미를 보이면서 지구 반대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경제 파탄 위기에 내몰렸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유가 하락세가 길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연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신음 중이다. ‘개도 안 물어 간다’는 말이 있지만, 베네수엘라 화폐가 그 짝이란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한 시민을 납치한 무장 괴한들이 그의 은행 계좌의 막대한 볼리바르화(貨)엔 손도 안 대고 몇 푼 안 되는 달러만 노렸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인플레이션 강도를 말해 주는 삽화다. 이로 인해 요즘 베네수엘라 보통 시민들의 생활고가 말이 아닌 모양이다. 5인 가구 기준 식료품비가 최저임금의 6배를 넘어선 지 오래란다. 이쯤 되면 펑펑 쏟아지는 오일 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던 나라의 시민들이 이제 기본 생필품조차 제때에 구입하지 못하는 형편이 아닌가. 이는 전임 우고 차베스 정권이 극단적 국가사회주의 노선을 택했을 때부터 싹튼, 예고된 비극일 수도 있다. 1999년 권좌에 올라 2013년 사망할 때까지 그는 오일 달러를 공짜로 나눠 주는 인기 영합 정책으로 일관했다. 까닭에 재정에 의존하는 정부 부문은 비대해졌지만, 경쟁 원리가 작동하는 민간 부문은 시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국민을 여름 한철 흥청망청 살다가 추운 겨울을 맞는, 우화 속 베짱이로 만든 결과가 경제 비상사태라면 말이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 위기를 내다본 선각자는 있었다. 1960년대 석유장관을 지낸 페레스 알폰소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베네수엘라의 재정 수입이 급등했을 때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라는 인상적 어록을 남겼다. “앞으로 석유 때문에 우리 국민이 파멸에 이르게 되는 걸 볼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고유가 시절 넘치는 달러를 대중의 비위를 맞추느라 낭비했던 생전의 차베스가 이를 귀담아들었어야 했다. 그 반만이라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했더라면 작금의 ‘석유의 저주’는 없었을 게다. 성남시가 올해부터 만 24세 청년 거주자들에게 연간 50만원을 주는 청년배당과 무상 교복, 산후 조리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인기 영합적 지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큰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라 적잖이 걱정이 앞선다. ‘자원 부국’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조차도 오랜 ‘공짜 점심’을 즐긴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동안 시장경제가 복수를 준비한다는 경구를 이번 총선 출마자들이 꼭 유념했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예전엔 대도시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판이었지만, 현대에는 공중전과 핵무기로 인해 시민이 인질이 됐다”고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보고 그의 혜안에 새삼 경탄했다. 수소폭탄 실전 배치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 목표라면 이 좁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모두 그의 인질이니…. 김정은은 “수소탄 실험은 자위적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해 남북한 구성원 전체를 인질로 삼겠다는 얘기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를 막기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여하한 시도도 무위에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 지원을 쏟아부었지만, 북한이 몰래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면 그 종잣돈을 대준 형국이 아닌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5차례 유엔 결의안으로 압박했지만 역시 별무소용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의 핵무장을 막는 데 햇볕도, 채찍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햇볕론자들은 우리가 지원만 하면 북이 핵을 포기하고 주민들을 살리는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오지 않을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망한 일이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으로 유일 체제의 허구성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걸 두려워하는 딜레마에서 헤어났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남북 간 국력 차와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핵무장에 집착하고 있는 그다. 국제 제재도 안 먹힐 조짐이 벌써 나타났다.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은 “‘조선’이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강경한 자세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공들인 ‘톈안먼 성루 외교’의 효과도 거기까지인가. 윤병세 외교장관이 대북 제재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하자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발을 뺐다. 결정적 국면에서 북에 뒷문을 열어 주던 관성을 못 버리는 꼴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동북 3성을 넘어 ‘도미노 불안정’으로 번지는 걸 저어하는 중국도 반쯤 북핵의 인질이 됐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방책은 대체 뭘까. 김정은이 더 유연한 지도자로 탈바꿈하리란 희망은 거의 접어야 할 것 같다. 2인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무릎걸음으로 설설 기는 사진을 보라. 북한 내 누가 그의 면전에서 핵 포기를 진언하겠나. 그는 이번 ‘수소탄 실험’을 회심의 ‘게임 체인저’로 볼 게다. 단숨에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착각이다. 무릇 인질극을 수습하는 데는 대화가 기본이다. 필요하면 식음료를 반입하면서 달래야 한다는 말이다. 전기와 수도를 끊어 인질범을 압박해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도 필수다. 그래도 안 통할 때 최후 수단이 뭐겠나. 인질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인질범을 조용히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인질극’을 한 방에 끝낼 묘책이 있을 리는 없다. 세습 정권이 바뀌기 전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새해 벽두다. 압박과 대화를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 한민족의 공멸을 부를 북의 핵무장을 입체적으로 저지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을 보다 합리적 지도부로 교체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도 국제사회가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다. 물론 이 카드가 주효하려면 전제가 있다. 첫째, 중국의 태도 변화다. 이를 위해 ‘김정은 이후’에도 친중 정권이 상당 기간 존속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둘째, 어디까지나 테이블 밑 ‘히든카드’라야 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그랬다. “무슨 일이든 상대를 절망에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미리 패를 보여 주지 않아야 북핵 인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레짐 체인지 드라마의 궁극적 주역은 북한 주민들임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통독의 실제 주역도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서독으로의 편입안에 투표한 동독 주민들이었다. 북 주민들이 북핵의 진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협력을 마지막까지 중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인질범에게 흉기를 쥐여 줄 ‘벌크 캐시’, 즉 대규모 현금 지원은 극히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논설고문
  • [씨줄날줄] 핵우산론 & 핵무장론/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핵우산론 & 핵무장론/구본영 논설고문

    그제 오전 미국의 B52가 오산기지 상공을 선회했다. 한반도 위기 때마다 출격해 온 전략폭격기로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란 이름 그대로 ‘하늘의 요새’다. ‘버프’(못난이 뚱보 친구·Big Ugly Fat Fellow)란 별칭처럼 무장능력에서 여타 기종을 압도한다. 특히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지하 60m를 관통하는 벙커버스터 등을 탑재, 북한 수뇌부로선 가장 두려운 존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4일 만에 B52가 한반도에 출현한 것은 뭘 말하나. 일차적으론 북한이 또 도발할 경우 한·미 연합 차원의 강력 대응을 예고하는 무력시위다. 다른 한편으론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이른바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과시다. 핵무기가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이 받쳐주는, 핵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받은 형국이다. 강력한 핵을 보유한 동맹국으로부터 북핵에 대한 사전·사후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앞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인 B2 스텔스폭격기와 핵 잠수함이 차례로 한반도에 투입되면 ‘핵우산 3종 세트’가 가동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핵무장론에 비해 핵우산론이 비(非)자주적 담론인가. 정답은 꼭 그렇진 않다는 것이다. 우리 말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과 일본도 현재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다. 요컨대 핵우산론이든 핵무장론이든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사실 우리가 핵 주권론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벗어나게 되면 국제적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폐쇄 체제인 북한이 핵 개발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개방경제인 우리는 이보다 더한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 핵무장론과 핵우산론이 반드시 서로 핵 안보 효과를 상쇄하는, ‘길항(拮抗) 작용’을 하는 건 아니다. 때로 전자가 후자를 강화하기도 한다. 1970년대 북한이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적화 통일 야욕을 노골화하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핵 주권론을 천명했다. 미 카터 행정부의 외교적 압력으로 핵 프로젝트는 접었지만, 주한미군 전면 철수가 중단되고 핵우산을 공식화하는 반대급부를 얻었다. 1978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 막연했던 핵우산을 명문화하면서다. 얼마 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독자적 핵무장론을 펴 논란을 일으켰다. 당내에서 이인제·윤상현 의원 등 다수 국방 전문가들이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야 일각에서 누군가가 핵 주권론을 제기하는 건 실행 여부를 떠나 역설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이번 B52 출격도 미국이 핵우산 약속을 재확인함으로써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성의 표시일 수도 있다. 핵무장론이 대북 고강도 제재에서 발을 빼려는 중국·러시아 등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있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은 ‘치킨게임’의 심리학/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그제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우리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여하한 압력에도 맞서겠다는 예고였다. 북한의 이런 공식 성명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서명 문구다.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며 김정은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치킨게임’의 주역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핵 개발도 이미 김일성 시대 때 시동이 걸렸지 않은가. 구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진 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카드를 빼든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서까지 말이다. 지난달 그의 “수소탄의 폭음을 울리는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은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의 도화선이었다. 흔히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할 때 통용되는 경구다. 김정은은 고립무원인 처지에서 그나마 후원국인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 나가는 형국이다. 판로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 빚을 내 투자를 늘리는 벤처 기업식 통치를 하는 꼴이다. 창업자 김일성은 중·소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양쪽의 환심을 사려 했다.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권고를 체제 동요를 우려해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중국식 시장경제의 성과엔 찬사를 보내는 시늉은 했다. 김정은은 ‘주체외교’를 내세웠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선대와 달리 ‘돌직구’만 던지고 있다. 외교만 그런 게 아니다. 내치도 마찬가지다. 이미 고모부인 장성택을 “건성건성 박수를 친다”는 등의 불경죄를 씌워 총살했다. 회의 석상에서 졸던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도 처형됐다. 또 다른 실세 최룡해 당비서도 중용했다가 직위를 박탈하거나 복권시키는 등 혹독한 롤러코스터 인사로 길들이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때보다 훨씬 가혹하고 잦은 숙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국제사회의 전례 없이 강한 대북 제재를 부른, 무모한 ‘수폭 실험’도 그 부작용일 게다. 실세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마당에 누가 직언을 하겠나. 김정은의 과격한 외교와 공포정치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 해석만 내놓는다. 근대 정치학의 비조 격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고 무릎을 쳤다. “인간은 증오심뿐만 아니라 공포심 때문에 과격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측근들의 계급장을 수시로 뗐다 붙였다 하는, 불안정한 심리의 근저에 레짐 체인지에 대한 그의 짙은 불안감이 깔려 있을 법하다. 어쩌면 선대에 비해 약화된 체제를 물려받은 그가 이판사판으로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친북국가의 ‘유턴’/구본영 논설고문

    아프리카 하면 무더위와 전염병을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릇된 선입견일 뿐이다. 천연자원이 넘쳐나고 기후도 온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보라. 살기 좋은 여건이라면 짐바브웨도 마찬가지다. 석탄과 금 등 광물이 풍부한 데다 면화로 가득한 드넓은 초지도 있다. 유럽인들이 남아공과 과거 로데시아로 불렸던 짐바브웨로 몰려들었던 이유다. 두 나라는 백인들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공통점은 있지만, 이후 궤적은 딴판이다. 남아공은 안정 궤도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짐바브웨는 아직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든다. 남아공은 시장경제, 특히 넬슨 만델라 집권 이후 관용적인 다원주의를 추구한 반면 짐바브웨는 한때 생뚱맞게도 북한의 ‘주체경제’를 롤모델로 삼았다. 무가베 정권이 1980년 집권한 뒤 주체사상에 경도되면서다. 무가베는 평양을 방문한 뒤 주체사상 서적을 번역하면서 김일성식 일당독재를 벤치마킹하려 했다. 김일성도 1981년 내전 중인 짐바브웨에 군사 고문단과 무기를 지원했다. 하지만 ‘줄을 잘못 선’ 결과는 혹독했다. 최근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대한민국은 2만 7970달러로 세계 23위였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아직 북한과 함께 세계 최빈국 대열에 머물렀다. 오랜 친북(親北) 국가 짐바브웨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단다. 얼마 전 짐바브웨 최대 일간지 ‘더 헤럴드’가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 게 그 징표다. 정부 경제 자문역인 기프트 무가노 박사는 ‘한국에서 배워야 할 교훈들’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독립 당시 아프리카 가나보다 가난했던 한국이 조선과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강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정부와 국민의 의지 같은 비경제적 요소도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5년 한국과 수교한 뒤 짐바브웨가 롤모델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우리와 교역이 활발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도 과거 친북 국가였다. 동시통역사인 최정화 교수가 전하는 비화가 재밌다. 2003년 방한한 알제리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칭찬을 늘어놓았단다. 직설적 성정의 노 대통령이 듣다못해 의외의 반격에 나섰다. “북한 주민 상당수가 굶주리고 있다”면서 “우리 남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이라는 걸 해서 북한보다 더 잘살게 됐다”는 요지였다. 특히 주먹을 흔들며 박자를 맞춰 새마을노래까지 부르자 최 통역관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새해 벽두에 돌아보는 대한민국도 아직 반칙이 적잖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한 문제가 많은 나라다. 하지만 스스로 자학할 이유 또한 없을 듯싶다. 친북 국가들의 잇단 유턴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이 퇴행하는 동안 그래도 우린 세계 문명사의 큰 흐름에 발맞춰 진일보해 온 증거라면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길섶에서] 헝그리 정신/구본영 논설고문

    전형적 ‘헝그리 스포츠’였던 프로 복싱이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이 된 지 오래다. 매 값도 안 되는 파이트머니를 받고 뛰려는 선수가 없으니…. 이제 20대들에게 어쭙잖게 ‘헝그리 정신’을 주입하려다간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굶주려 본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 씨가 먹힐 턱이 없다. 며칠 전 대학생 아들이 두 달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3박4일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 외국행 비행기를 탔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요즘 청년 세대는 뭐니 뭐니 해도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이른바 니트(NEET)족 비율이 OECD 국가 중 3위라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더욱이 이들이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나중에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 현 기성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니 말이다. 그래서 여행 배낭을 챙기는 아들에게 시시콜콜한 당부를 하려다 말았다. 괜한 잔소리로 들릴까 봐서다. 그러나 이 말만은 꼭 들려주고 싶었다. “가장 추운 곳에서 나는 장미가 가장 진한 향을 내뿜는다”는 먼 나라의 속담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구본영 칼럼] 몸에 맞지 않는 옷, 국회선진화법

    [구본영 칼럼] 몸에 맞지 않는 옷, 국회선진화법

    ‘세밑 국회’가 꽉 막혀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4대 구조개혁 법안들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안건들이 위나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니 언제 체증이 풀릴지 기약도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요즘 소화제를 달고 산단다. 여당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라고 여당 출신 국회의장을 압박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법안 소화불량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막후 대화를 선호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대야 소통 방식, 내분에 휩싸인 야당의 당내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의결정족수를 과반에서 5분의3으로 올린 ‘국회선진화법’이다. 이는 예산안을 제외한 모든 의안에 대해 사실상 소수당에 무한대의 거부권을 쥐여 준 격이다. 19대 국회의 수명이 끝나가고 있지만, 차기 국회의 산실인 지역구 획정조차 못 하는 이유가 뭔가. 여야의 정략이 근본적 걸림돌이겠지만, 국회선진화법의 벽에 표결이란 출구조차 막혀 있다. 연말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전 선거구 무효’라는 헌정질서 위반 사태가 빚어질 판이다. 국회의장이 현행 국회선진화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직권 상정을 하지 않는 한 이를 피할 묘책이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의회민주주의가 기로에 선 느낌이다. 국민이 선거로 선택한 다수당이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고 만약에 잘못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소수 야당이 헌법 정신에 반하는 5분의3 의결정족수를 무기 삼아 입법 주도권을 나눠 갖는다고? 그러려면 뭐하러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려고 하는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그제 청와대·여당의 법안 처리 압박에 대해 “경제 불안 심리를 조작한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병신·바보인가”라며 막말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그가 ‘국정 발목 잡는 야당’이란 프레임에 걸려들까봐 제 발 저려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국민이 바보는 아닐 게다. 책임 정치가 실종된 마당에 야권의 정권 심판론인들 먹힐 리가 없다. 생각해 보자. 소수 야당의 결재 없이는 다수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정부·여당이 설령 국정에 실패한다고 해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까닭도 없지 않은가. ‘수권 야당’이 ‘소수의 거부권’에 취해 있는 한 국회선진화법이 궁극적으로는 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시쳇말로 “국회선진화법 실험은 이미 실패했다고 전해라”라고 해야 할 듯싶다. 한마디로 국회선진화법은 이름과는 딴판으로 한국 정치를 후진시키고 있는 셈이다.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실력 저지가 부딪치는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면서다. 폭력적 ‘동물국회’를 막으려다가 아예 국회를 뇌사 상태로 빠뜨린 꼴이다. 국회법을 국회선진화법으로 바꾼 취지 자체는 아름다웠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의 독주와 소수당의 물리력 행사를 막는 차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필리버스터 허용을 넘어 세계 의회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의안 처리 시 5분의3 찬성이라는 초다수결 원리를 도입했다. 원내 1, 2당 간 간발의 의석 차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표결은 포기하고 무조건 절충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임이 드러났다. 합리적으로 토론·절충하는 정치문화적 토양이 아닌데 ‘선진’이란 허울을 억지 이식하려 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입법권을 전적으로 의회가 갖는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의원내각제적 성격도 있다. 선진화법이 정부의 법률 제안권을 무력화하는 것도 문제다. 문제는 바로잡으려 해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국회법을 고치려 해도 5분의3이 찬성해야 하는 기막힌 역설 때문이다. 여당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법 개정을 주도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여당과 박 대통령이 입법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재개정을 위해 여야에 대승적 협조를 호소하는 게 유일한 출구일 것 같다.
  • [길섶에서] 세밑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한 해가 또 속절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달랑 한 장만 남아 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보면 누구든 괜히 마음만 바빠지게 된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면 잘못 보낸 것만 같은 1년이 무척 아쉽기만 한 요즘이다. 하긴 영국의 어느 작가가 그랬던가. “너무 행복한 여인도, 매우 행복한 국가도 역사를 가지지 못한다”고. 힘겨운 일을 겪지 않고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없는 건 개인이든 나라든 마찬가지일 터. 그렇다면 한 해 동안 받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온갖 시행착오도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한 해를 마감하는 세모(歲暮)에 떠올리는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안 좋은 기억이나 부질없는 기대는 해가 바뀌기 전에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게 좋겠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고야 말 새해에는 지천에 널려 있는 클로버를 두고 굳이 보이지도 않는,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는 일은 없어야겠다 싶다. 클로버의 꽃말 자체가 행복이라는데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길섶에서] 긍정적 발상/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낙선한 뒤 해외에서 공부하다가 온 전직 국회의원으로부터다. 그가 주관한 정책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인연은 있으나, 데면데면한 사이다. 그래서 선거철을 앞두고 이름 알리기 차원의 그렇고 그런 편지라 여겨 무시할 뻔했다. 하지만 심드렁하게 읽다가 자세를 고쳐 앉아야 했다. “비판에만 능했던 정치인에서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변신하고자 한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막말과 거친 매너로 의정 활동을 했던, 그에 대한 선입견이 무뎌질 만한 내용이었다. 안팎에서 들려오는 어둡고 칙칙한 소식으로, 나 자신부터 이따금 우울해지는 연말이다. 그래서인지 설령 일시적 제스처인지는 몰라도 가급적 긍정적 마인드로 살겠다는 그의 다짐이 반갑다. 하긴 노자가 ‘기자불립’(企者不立)이라고 했던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고자 발돋움을 해서는 오래 설 수 없다”는 뜻 그대로 과욕을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삶이 고달프더라도 쉬이 낙심할 이유 또한 없다. 차동엽 신부의 말처럼 사필귀정의 주관자인 신을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모란봉과 톈안먼의 간극/구본영 논설고문

    지난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중국의 2차대전 전승절 열병식이 열렸던 광장 성루에서 보기 드문 그림이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란히 섰다. 61년 전 북한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이 섰던 그 자리에.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단면도였다. 북·중 관계에 또다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이번에는 스냅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12~14일 베이징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던 북한 모란봉악단이 이를 전격 취소하면서다. 하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서우두 공항을 빠져나오던 현송월 단장이 굳은 표정으로 귀국길에 오르는 전 과정이 미스터리다. 애초 이번 공연은 서먹했던 북·중 관계의 정상화 신호로 비쳤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의 평양행에 이은 ‘공연 외교’ 이벤트였다. 일각에선 김정은의 방중 정지 작업이란 관측도 나왔다. 모란봉악단은 ‘최고 존엄’ 김정은의 친위 선전대다. 까닭에 이 악단의 공연 취소는 우리 걸그룹의 행사 펑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북·중 관계의 난기류를 말한다는 점에서. 악단의 전격 철수 배경은 현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북·중 양측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다. 다만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는 게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중국 외교부가 “관련 당사국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바란다”(화춘잉 대변인)고 비판적 논평을 내놓으면서 제기된 추론이다. 중국 측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관람 최고위 인사를 정치국 위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으로 낮추자 김정은이 결국 오기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와 다른 소수설도 있다. 김정은이 옛 애인이었던 현송월이 언론에 부각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거나, 단원 2명이 이탈하려 한다는 소문이 중화권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김정일 사망 4주기(17일)를 앞두고 북한이 전국에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해외 공연도 취소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어느 게 맞는지는 당장 확인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단순한 ‘공연 결례’를 넘어 북·중 관계의 앞날에 암초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까지 혈맹이었던 북·중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내부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변화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갈수록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 아닌, ‘전략적 부담’으로 여기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다. 탈냉전 기류와 함께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드는 데다 김정은 정권 들어 핵실험 등 외교적 돌출 행위가 빈번해지면서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중국 5세대 지도부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북·중 관계를 정상적 국가 관계로 치환하려 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철수가 남북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역사에 어떤 변곡점을 만들지 주목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씨줄날줄] ‘NIMT 현상’/구본영 논설고문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근대 국가의 조직은 관료제의 합리적 권위에 기반을 둔다고 했다. 하지만 관료제도의 장래에 기대와 불안이 엇갈렸던 모양이다. 제대로 된 관료제도가 “영혼이 없는 전문가나 마음이 비어 있는 육감주의자” 앞에서 무릎을 꿇을까 염려했다니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관료제의 순기능 못잖게 역기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국민보다는 조직 내부만 바라본다거나, 업무량과는 관계없이 기구만 늘려 놓고 보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앓고 있다지 않은가. 베버가 염려했던 대로다. 최근 회자되는 조어인 ‘님트’(NIMT·Not In My Term) 현상도 그런 차원인가. ‘내 임기 동안은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이보다 일부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더 잘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인 이른바 개발연대엔 관료들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였다.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맨땅에 헤딩하듯 ‘증산·수출·건설’을 부르짖던 그 시절, 관료들은 ‘하면 된다’ 정신(캔두이즘)의 전령 격이었다. 당시에도 공무원 조직에 문제야 없었겠느냐만, 그래도 우수 인력이 많이 모여 한번 해 보자는 사명감도 컸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인 요즘 관료 조직이 꼭 민간보다 우월한 집단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혹여 우리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에 젖어들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인사혁신처가 그제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공무원 조직에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고, 특히 업무 난이도나 중요도에 따라 우대한다고 한다. 공정한 잣대만 세운다면 일 잘하는 관료를 대우한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게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공직사회에서 님트 현상을 없애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즉 상벌 기준을 명확히 해 혹시 잘못됐을 경우 문책이 두려워 아무 일도 않으려는 공직자들의 영혼을 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 깰까 두려워 서로 설거지를 미루는 가정이 화목할 리도, 번창할 리도 없다. ‘실수하지 말고 중간만 가자’는 무사안일주의가 횡행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지역사회 이기주의, 즉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보다 더 무서운 풍조가 님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관료사회보다 우리 정치권이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리 유익한 정책일지라도 자신들에게 표를 줄 계층이나 지역민이 싫어하는 일은 않겠다는 선량들을 보면서다. 일찍이 베버는 신념윤리도 책임윤리도 없는 ‘생계형 정치인’의 출현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들을 ‘영혼 없는 관료’보다 더 해로운 존재로 본 셈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동·금융 개혁을 한사코 가로막으며 격돌하다 외환위기를 부른 김영삼 정부 시절의 여야 대치를 요즘 데자뷔인 양 다시 보면서….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온라인뉴스국△나우뉴스부장 박록삼◇편집국△편집2부 차장 강동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만성질환관리과장 김영택△감염병관리과장 조은희△감염병감시과장 이동한△검역지원과장 홍성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 정지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실장△전략기획 유숭종△준법지원 주영훈△영업기획 이광재△채권관리 김철중△홍보 김옥주◇처장△인사 조원희△정보화지원 심상련△조사연구 강홍민△심사관리 임윤순△보증이행 정병익◇센터장△PF금융1 정일조△서울북부관리 김상철△서울서부관리 김영철△영남관리 김선웅△중부관리 이진용△정비사업금융 곽석태◇지사장△서울서부 최종원△서울북부 김희곤△부산울산 박종진△대구경북 이무송△경남 공대운△전북 천일△경기 최병태△강원 최형순 ■KBS ◇본사△이사회사무국장 김덕기△감사실장 김대회△홍보실장 직무대리 권혁주△혁신추진단장 직무대리 정철웅<편성본부>△영상제작국장 진교승<보도본부>△해설위원실장 김석호△보도국장 정지환△디지털뉴스국장 직무대리 이강덕△보도국 편집주간 직무대리 장한식△보도국 취재주간 직무대리 박영환△보도국 국제주간 강석훈△스포츠국장 박승규<tv본부>△교양문화국장 김정수△기획제작국장 한창록△예능국장 김진홍<라디오센터>△라디오1국장 이경우△라디오2국장 이수행<제작기술센터>△TV기술국장 직무대리 김강호△보도기술국장 직무대리 곽천수△라디오기술국장 반재홍<기술본부>△기술관리국장 김석기△기술연구소장 김희정△방송시설국장 오영식△네트워크관리국장 김명환<시청자본부>△총무국장 김용국△재무국장 박범서△재원관리국장 조하룡<정책기획본부>△정책기획국장 이춘호△정보화기획국장 김장호△방송문화연구소장 정은창<원장>△인재개발 황우섭◇지역방송 <총국장>△창원 정인균△광주 강정기△전주 함형진△대전 김정훈△청주 임흥순<국장>△포항 주경애△목포 윤태호△충주 김회종△강릉 김만석△원주 최홍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부총장 이창수 ■KT ◇승진 <사장>△매스(Mass)총괄 임헌문<부사장>△커스터머부문장 김철수△기업사업부문장 이문환△융합기술원장 이동면△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윤경림△비서실장 김인회<전무>△수도권강남고객본부장 김재현△마케팅전략본부장 이필재△강북네트워크운용본부장 이철규△인프라연구소장 전홍범△플랫폼사업기획실장 김형욱△기가 IoT사업단장 송희경△글로벌사업추진실장 임태성△SCM전략실장 한원식△홍보실장 윤종진<상무>△비즈사업본부장 김봉균△전남고객본부장 권민용△충남고객본부장 유상규△고객분석실장 고윤전△기가사업본부장 김기택△미디어콘텐츠담당 강인식△공공고객본부장 한상현△네트워크운용본부장 최한규△글로벌기술컨설팅단장 고기영△무선액세스기술지원담당 박상훈△서비스연구소장 백규태△플랫폼서비스사업단장 김훈배△스마트 커넥티비티사업담당 김태균△미래사업개발TF장 이미향△비용혁신담당 김동식△SCM전략담당 박종열△IT전략기획담당 이강수△공정경쟁담당 김만식△그룹경영단장 송경민△교육파견 이창근 신현삼△그룹사파견 정정수 조한상 ■삼성전자 ◇부사장△강호규 경계현 권계현 권영노 김용회 박용기 성재현 소병세 신명훈 심원환 장시호 정재헌 천강욱 최철◇전무△고승환 김동욱(무선 베트남) 김범동 김사필 김성진 김진해 김학래 목장균 민장식 박영선 백홍주 변성호 성일경 신재호 심상필 심의경 윤정남 이강협 이민혁 이상규 이성수 이준현 이해범 전세원 조병학 최방섭 최승범 최원진 최정준 홍두희◇상무△고재윤 고재필 고형종 구본영 권오수 김강수 김강태 김경남 김경조 김군한 김기호 김도균(DMC硏) 김민정(기획팀) 김병우 김성은(생활가전) 김수련 김재훈(VD) 김태훈(생기硏) 김현숙 김현우 김홍식(메모리) 김후성 노태호 마이클레이포드 문종승 문희동 박정미 박정진 박종범 박준호(무선) 박철범 박형원 반효동 배광진 배상우 배용철 복정수 서보철 서행룡 손동현 손호성 송철섭 신동준 신영주 안종찬 여형민 용석우 원순재 유승호 윤석호(LED) 윤종덕 이계원(인재원) 이광헌 이규영 이무형 이상도 이상원(VD) 이상직 이영수(글로벌기술센터) 이재범 이재환(중동총괄) 이정길 이정삼 이종명 이종호(반도체硏) 이진엽 이창수(일본총괄) 이창욱 이효순 저스틴데니슨 정용준(파운드리) 정윤찬 정지호 정진성 정호근 정호진 제이디라우 조기호 조영준 지송하 지응준 최광보 케빈몰튼 피터리 한우섭 허태영 홍성범 황대환 황보용 황완구 황태환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곽진오 권영찬◇전무△정환경◇상무△김경한 김장수 김현환 안재용 이건형 이제현 조용우 최순호 최원준 최재범 ■삼성SDI ◇부사장△김유미◇전무△김경훈 김홍경 박종호 이승욱◇상무△김치진 김현수 박종선 백승기 양재호 이승원 전상범 정종훈 최수석 ■삼성전기 ◇부사장△허강헌◇전무△가철순 김두영◇상무△고영관 김상남 김응수 손성도 신영우 최재열 ■삼성SDS ◇부사장△계승교◇전무△구형준 이재철2◇상무△김다이앤 서호동 손영삼 오영석 윤형관 이재석(인사팀) 이형석 최만 ■삼성생명 ◇부사장△김남수◇전무△김대환 유호석 정상철 홍원학◇상무△곽창훈 박기돈 박현식 유성현 장성복 장영익 정연재 홍성윤 홍종범 ■삼성화재 ◇부사장△김성규◇전무△김석태 박인성 이상경 장덕희◇상무△김우석 박영교 박황제 백송호 손종율 임채훈 주해연 홍성우 홍창문 ■삼성카드 ◇전무△정상호◇상무△허재영 ■삼성증권 ◇부사장△전영묵◇상무△김홍배 유직열 이철우 조한용 ■삼성자산운용 ◇상무△하형석 ■삼성중공업 ◇부사장△김효섭 한민호◇전무△김경혁 이무녕◇상무△서봉기 송재석 이조우 장해기 최영재 한국근 ■삼성물산(건설) ◇부사장△오세철◇전무△강수돈 조성래 최영우◇상무△강성원 김교준 김상국 김용희 김정욱 노세흥 손용호 신혁 엄성용 이경수 이영경 정기현 최석웅 허양중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박만수 성연기 이현오 최재훈◇상무△김대원 박천홍 백승호 서문태 하승우 ■삼성정밀화학 ◇전무△서태호◇상무△권의헌 이창건 ■삼성비피화학 ◇상무△이근영 ■삼성물산 ◇상무△김봉진 우형욱 ■삼성물산(상사) ◇부사장△고정석◇전무△이용락◇상무△성시용 손상균 ■삼성물산(리조트/건설부문) ◇전무△정병석 ■삼성웰스토리 ◇상무△정위련 ■삼성물산(패션부문) ◇부사장△박철규◇상무△박남영 정창근 조용남 ■호텔신라 ◇부사장△김상필◇전무△하주호◇상무△고선건 이정호 ■제일기획 ◇상무△이문교 이형우 ■에스원 ◇전무△김종국 박준성◇상무△문남수 박춘섭 윤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권순우 ◇상무△이안재 임태윤 전상욱 ■중국본사 ◇전무△윤성희 ■삼성벤처투자 ◇전무△김민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김용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무△김재우◇상무△김용국 ■삼성인력개발원 ◇부사장△한승환◇전무△유환철◇상무△최기호 ■우리은행 ◇승진 <영업본부장>△광진성동 송한영△구로금천 김호정△종로 정종숙△인천 연헌모△경기중부 노민영△경기서부 권호동△경기남부 박화재△대전충청남부 윤석구△충청북부 양승재△부산서부 신명혁△대구경북1 이중호△트윈타워기업 노상주△강남기업 황부동△중앙기업 최동수△종로기업 황규목<영업본부장 대우>△자금부 서영호△퇴직연금부 고영배△스마트금융부 고정현△고객정보보호부 이인호△금융소비자보호센터 박성균△경영기획단 박경훈△싱가폴지점 박용만△국제부 이희운◇이동 <영업본부장>△강남1 김진우△강남2 정채봉△강동강원 도충호△강북 최홍식△강서양천 이상채△관악동작 박인좌△서대문 이창재△서초 이기회△성북동대문 정희경△송파 오형주△영등포 김동기△용산 이해만△중랑노원 김원배△중부 임영남△부천인천북부 마호웅△경기동부 정운기△경기북부 허연욱△부산중부 이낙준△부산경남동부 조철제△경남 이경복△대구경북2 이영섭△호남 경은배△서울시청 김용석△공항 최현구△본점 김종득△본점1기업 이종인△본점2기업 신현창△삼성기업 하태중△남대문기업 권덕재△여의도기업 배인환△미래기업 김봉기<영업본부장 대우>△개인고객본부 김정기△개인고객본부 김민성△개인고객본부 윤여동△개인고객본부 윤정한△개인고객본부 이재숙△개인고객본부 장재원△외환업무센터 김창연△스마트금융사업본부 홍현풍△여신업무센터 강병모△수신업무센터 이진희△기업금융부 김영재△검사실 이대진△경영지원총괄 조수형△전략사업부 이원덕<본부 부서장>△전략기획부장 이석태△홍보실장 조재찬<지점장>△신당역 노양환
  • [씨줄날줄] 비셰그라드식 체제 전환의 교훈/구본영 논설고문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의 앞 구절이다. 이국의 황량한 공간을 배경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잘 형상화했다는 명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인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란 역사적 비극이 일제의 폭정으로 고달팠을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을 법하다. 중유럽의 체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 4개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른바 비셰그라드 국가(V4) 정상들을 한꺼번에 만난 것이다. 비셰그라드 그룹은 중유럽 4개국 지역 협력체다. 옛소련이 해체되면서 그 위성국의 처지에서 벗어난, 뼈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헝가리의 비셰그라드에서 결성했다. V4는 역사적으로 주변 ‘공룡국’에 번갈아 유린당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광균 시인이 읊은 것처럼 폴란드 도룬시가 독일 나치정권의 포화로 이지러졌듯이…. 폴란드가 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 등 강국의 등쌀에 시달렸던 것처럼 체코와 헝가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서 냉전기에 체코인들은 둡체크 주도로 민주화 운동을 벌였으나 소련군이 탱크로 진압하면서 1988년 ‘프라하의 봄’ 때까지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냉전 시절 먼 나라였던 V4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한·V4 정상회담을 계기로 50조원대에 이르는 중유럽 신규 인프라 시장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니 반갑다. 슬로바키아 신규 원전이나 헝가리 지하철 보수 사업에 뛰어들 기업들엔 발판이 마련됐다면 말이다. 하지만 더 반겨야 할 사실은 따로 있다. 과거 북한과 사회주의 블록에 속했던 V4가 북핵 포기를 합창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이 비셰그라드 그룹 4개국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한·V4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과정, 통일 이후 통합 과정에도 의미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소 뜬금없이 들릴 것을 감안한 것일까.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비셰그라드 정상들이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넘어갈 때 겪은 어려움과 실책들이 (한국에) 참고가 될 것이고, 아낌없이 자신들의 경험을 우리와 나누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부연 설명했다. 당연히 일리가 있다. 옛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도미노 붕괴’를 거친 뒤 요즘 V4 국가들이 괄목할 만하게 도약 중인 배경이 뭔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수 정당제와 자유선거 등 민주화에도 연착륙하면서 진정한 체제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이 외려 교훈을 얻어야 할 듯싶다. 이제라도 시대착오적 유일체제와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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