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불안 고조] 신종플루 대책 부처마다 제각각
신종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A/H1N1)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정부 대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아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각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외교통상부, 노동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 저마다 담당 분야와 관련해 예방 및 방역 대책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사안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보건당국이 현실적 대안을 만들고, 이에 따르는 것이 적합하지만 각 부처에서는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만 쏟아 내는 실정이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예방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는 부처별 파워게임으로 번질 기세다. 정부가 내년 2월까지 전 인구의 27%인 1336만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히자 국방부는 ‘군인 먼저’, 교과부는 ‘초·중·고생 먼저’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가장 먼저 보건인력이, 다음으로 임신부·영유아·노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커지자 국방부와 교과부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교과부와 국방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일단 우리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우선 접종 대상자를 정하고 백신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인 10월 중순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현재 정부 비축량이 줄어들면서 연말까지 5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타미플루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허를 정지하는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국방부는 타미플루를 전 장병 대비 20%인 13만명분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을 독자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복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국방부의 계획에 불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예정을 발표한 것일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초·중·고 휴교와 관련된 정부의 대책도 엇갈린다. 교과부의 1일 집계에 따르면 전국 34개 학교가 휴교를 하거나 개학을 연기한 상태다.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학교장이 휴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27일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 해서 무조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
모든 학교에서 발열감시를 하겠다던 대책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 결과, 39%만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이나 장비의 문제를 두고 봤을 때 애초부터 불가능한 대책이었다는 것이 보건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보건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다른 부처에 제시할 뿐”이라며 “각 부처에서 내놓는 대책을 두고 가타부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