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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피아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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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행심위 “퇴직 공직자 직업선택 자유 지나친 제한 안 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진 정부 외청의 퇴직 공무원이 행정심판에서 승소해 재취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업무관련성의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에 따른 것으로, 퇴직공무원의 재취업 기준을 강화한 관피아법 시행 후 첫 사례다. 1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10월 A씨가 외청의 감사실 근무시 H조합 회원사의 계약이행 등에 대한 적정성을 감사한 사실을 들어 조합 취업 시 외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다.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중앙행심위는 지난 5월 A씨의 취업제한결정 취소 청구 내용을 검토한 결과 A씨가 퇴직 전 5년간 조합 및 조합원사와 계약체결 등 주요 업무를 전혀 취급하지 않아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특성상 별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어 취업제한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중앙행심위는 “장기 재직을 이유로 취업제한대상을 폭넓게 해석하게 되면 기관의 업무에 따라 모든 영리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과의 부정한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퇴직공직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에 따른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민사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A씨가 취업예정인 조합이 5000만원 미만 수의계약에 대해 5개 회사를 추천할 권한을 가진 점에 비춰 전 근무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크게 봤다”고 취업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기준인 업무관련성에 대해 공직자윤리위는 예측가능한 ‘개연성’까지 감안해 폭넓게 적용한 반면 행심위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업무관련성을 보다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앙행심위의 재결 이후 공직자윤리위는 A씨와 같은 외청에서 근무하던 퇴직자 B씨의 H조합 재취업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 정부부처 과장으로 퇴직한 C씨도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등 재취업 시 업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전관예우 척결’ 사회적 합의 비웃는 대형 로펌

    대형 로펌들이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영입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퇴직한 공직자들에 대한 명단과 활동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로 로펌이 징계를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징계를 받은 곳은 태평양, 세종, 화우, 김앤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 로펌들이다. 이들 로펌은 행정부 차관급 인사, 대사, 국가정보원 고위직, 군 장성 등을 영입했다. 로펌별로 보면 법무법인 태평양이 14명으로 가장 많이 위반했고, 김앤장 7명, 세종 6명, 화우 3명, 율촌 2명 등이다. 로펌들이 영입한 전직 관료들이 출신 부처의 업무 동향을 파악하고 현직 관리들을 대상으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등 불투명한 수임 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이들의 활동이 떳떳하고 투명했다면 로펌이 이들의 영입을 쉬쉬하며 신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변협은 2011년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로펌에 영입돼 정부 부처나 기관의 관련 사건을 수임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변호사법 제89조 6항에 신고 조항을 담았다. 그런데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대형 로펌들이 이를 무시하고 퇴직 공직자들을 암암리에 영입해 활용한 것이다. 로펌은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영입한 퇴직 공직자가 얼마의 보수를 받고, 또 무슨 일을 하는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관피아’ 척결과 어둠의 거래를 막는다는 취지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로펌의 영업비밀, 퇴직 공직자와 사건을 의뢰한 고객에 대한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 보니 변협과 대형 로펌은 이 조항의 적용을 둘러싸고 물밑 ‘기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변협이 대형 로펌에 징계를 내린 것은 관피아 척결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 과태료 부과라는 ‘칼’을 빼드는 시늉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협은 이들 로펌에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이 정도의 과태료는 퇴직한 고위 관료들이 활동하면서 얻는 수익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징계다. ‘관피아 척결’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대형 로펌들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통해 각성을 촉구하고, 차후 퇴직 공직자들의 로펌 영입과 활동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사설] 세계 꼴찌의 신뢰도, 사법부는 뭘 어떻게 할 건가

    사법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그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제도를 신뢰한다는 우리 국민은 27%에 그쳤다. 10명 중 7명은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 대상 42개국 중 꼴찌에 가까운 39위로 우리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등 3개국뿐이다. 무법천지로 인식되는 콜롬비아와 신뢰 수준이 거의 동급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야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까지 초라한 좌표를 드러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민 83%가 자국의 사법제도를 믿고 지지한다는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딴 세상 이야기로만 들린다. 국민 불신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자처한 결과다. 무엇보다 법조계의 뿌리 깊은 악습인 전관예우를 결정적인 불신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수소문해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그들의 입김이 판결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관행이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전관이란 이름으로 전화 한 통, 소송 서류에 도장 한 번 찍어 주는 것만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풍토로는 법치국가라고 말하기조차 낯뜨겁다. 이 지경이니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아야 할 대법관 자리마저 퇴임 후 돈방석이 보장되는 요직쯤으로 여겨지는 판이다. “돈을 덜 써서 재판에 졌다”는 말이 공공연히 통하고, 국민들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와 비난이 끊이지 않는 이상 사법부와 사법제도가 존경과 신뢰를 회복할 길은 없다.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시 34%로 민망한 성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한 민낯과 뿌리 깊은 관피아 유착,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공직 비리 등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메르스 사태가 이어진 올해 조사였다면 더 참담한 성적이 나왔을 수도 있다. 민생을 떠받쳐야 할 버팀목들이 국민 걱정거리가 돼 있다.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인식이 계속 이런 딱한 수준이라면 누가 무슨 수로 국가 발전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4대 개혁이 힘을 받기 위해서라도 국민 신뢰 회복은 발등의 불이다. 사법부의 부조리 악습 개혁, 정부의 대국민 소통 의지가 더 물러날 여지 없이 절박하다.
  • [지금 대전청사에선] “민간에 자리 뺏길라” 개방형 공모 노심초사

    [지금 대전청사에선] “민간에 자리 뺏길라” 개방형 공모 노심초사

    “요즘 분위기라면 (아무리 개방형 직위 공모이지만) 내부에서 임명될 가능성은 겨우 50% 정도예요.” 개방형 직위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A기관의 인사 담당자는 4일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자리를 도입한 만큼 개방형 직위에는 내부 전문성을 고려해 줘야 한다는 소신과 함께 이렇게 밝혔다. 최근 외청을 비롯한 중앙 부처들은 개방형 직위 공모 때마다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민간 전문가의 공직 ‘수혈론’이 강조되면서 경쟁이 뜨겁다. 개방형 직위에 민간 지원자가 많아진 것도 부담스럽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이 나오지만 집행기관인 외청엔 간부 자리가 적고 상급부서 밀어내기 인사에, 관피아법 시행 등으로 퇴직자마저 줄면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대전청사 기관에서 올해 실시한 개방형 직위 공모 결과 4자리 중 3자리는 내부, 1자리는 민간에서 임용됐다. 민간인이 맡았던 중기청 감사담당관은 4년 만에 내부 인사로 교체됐다. 산림청 산림항공과장과 도시숲경관과장은 만만치 않은 경쟁을 뚫고 내부에서 임명됐다. 관세청 정보관리과장엔 민간 출신이 발탁됐다. 이런 가운데 14명이 응모한 특허청 감사담당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내부에서 줄곧 임명됐지만 특허청 개방형 직위에 민간 채용 실적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키웠다. 이전과 달리 내부 경쟁도 치열해졌다. ‘임용=승진’이다 보니 소신(?)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임용절차를 중앙선발심사위원회가 진행하면서 조직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B과장은 “민간이나 타 부처 공무원이 아닌 내부 경쟁에 부담을 느꼈다”면서 “더욱이 전문성을 알리려 사전 준비에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간 수혈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방형 직위 중 민간 출신인 경우 기본 3년에 최장 5년까지 근무하는데 계약기간 중 징계사유 없인 ‘해지’가 어렵다. 모난 성격만 아니면 자연스레 연장하게 된다는 뼈아픈 말도 오간다. 더욱이 민간 임용자는 기회만 생기면 떠나기 일쑤인데 그로 인한 업무 혼란 및 재채용 불편은 고스란히 조직 몫이라고 꼬집는다. 개방형 직위에 민간인을 임용했던 C기관 관계자는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선발할 뿐 실행 가능성에 대해선 덜 고려하는 것 같다”면서 “특별히 평가받을 만한 실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열린세상] 고위공직자, 자긍심 어디 갔나/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고위공직자, 자긍심 어디 갔나/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전직 총리와 장관들이 재벌 회장과 식사한 후 그 회장이 일어서자 다들 일어서고 그 회장이 나선 뒤에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본 어느 공무원은 공직자로서 서글픔을 느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현직 때는 재벌 회장들을 모아 놓고 일갈 훈시도, 당부도 하다가 퇴직 후에 재벌 회장보다 낮은 지위에서 처신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고위직 인사들이 재벌 회사의 고문, 사외이사로 가서 ‘식객’ 노릇을 하는 모습이 그 공무원에게 비애감을 주었으리라. 공무원들이 퇴직 후 특정 기업이나 법무법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흔한 풍경이다. 말년에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기업과 법무법인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대장부 세상에 나서 나라에서 써 주면 죽음으로 충성할 것이며 써 주지 않으면 밭을 갈며 살리라’(이순신 장군 전서)는 옛날 일일 뿐 현대판 ‘밭을 갈며‘(耕野)는 기업과 법무법인에서 고소득 활동을 하는 것임을 이순신 장군은 몰랐으리라. 사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필자는 크게 반기지 않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몇 배나 높은 연금을 받고 퇴직 공무원의 4명 중 1명은 월 300만원 이상 받는다고 해도 공무원을 대우해 주는 명분과 타당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공무원들은 박봉-요즘은 대우 향상으로 그리 박봉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에 시달리고 평범한 국민이면 거리낌 없이 즐기는 골프도 음주도, 노래방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직종이다. 한국 공무원은 원칙대로 살면 절간에서 수도하는 스님 같다. 오죽하면 공무원 사위는 좋은데 아들딸이 한다면 말리고 싶은 게 공무원이란 농담까지 나왔겠는가. 사생활에서 더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들이 재직 때 기업들에 휘둘리지 말고 나라를 위해, 공익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고 공무원연금을 두둑이 챙겨 주는 것 아닌가. 또 공무원들이 퇴직 후 공적인 기관에 가서 일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은 그들이 퇴직 후를 염려해 재직 때 민관 유착을 하지 않게 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한국 공직자들은 관피아 논란을 넘어 공익보다 사익(私益)에 충실한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줘 실망스럽다. 고위공직자(행정, 입법, 사법, 지자체 4급 이상) 자손들의 현역 군 복무 비율은 84.7%로 일반인(90.9%)보다 낮다. 사회복무요원과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 비중은 고위공직자 자녀가 10.9%로 동일 연령대 성인 남성 비율 5.4%의 두 배가 넘는다. 또 경찰서장(총경)급 이상 경찰 고위 간부 아들 중 절반 정도가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고 그중 상당수가 국회경비대 등 ‘꽃보직’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한국에선 군 면제자 출신이 대통령을 지냈고 국회의원이나 장관 중 군 면제자가 적지 않았다. ‘정치가 4류이고 정부가 3류’라고 어느 기업인이 일갈했는데 3류나 4류나 거기서 거기,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나 공직 의식이 옅은 것은 대동소이 아닌가 하면서도 직업 공무원까지 병역 특혜를 추구한다면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인사혁신처는 요즘 고위공직자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려 하고 있다. ‘퇴직공직자취업심사제도’가 공무원들의 꼼수에 의해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사익을 위해 자녀들에게 병역상 특혜를 주려고 제도의 허점을 노린다거나 정부가 정한 재취업 제한의 틀을 변칙적으로 우회하려는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족하다. 올 초 가구 기업인 ‘한샘’의 조창걸 창업자는 “한국에서는 총리, 대법관과 장관 등을 지낸 고위공직자가 갈 곳이 특정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로펌밖에 없다. 그러면 국가 전략과 비전은 누가 세우느냐”고 한탄했다. 이 기업인은 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충전하며 다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비슷한 연구소를 수천억원의 사재를 털어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은 이런 기업인의 통찰에 응답할 차례다. 공직자들이 기업이나 법무법인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국가의 공익에 봉사할 길을 찾아야 한다. 병역 등에서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공직자들의 결의대회라도 보고 싶다. 후진국을 선진국 반석으로 올려놓았던 공직자들의 자긍심 회복이 절실하다.
  • 경북도 산하기관 구조조정 ‘미적’… “혁신 의지 없어” vs “성과 나은 편”

    경북도가 당초 계획했던 산하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 작업을 미적대고 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3곳(종사자 1700여명)에 이르는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26곳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가 세월호 참사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게 계기가 됐다. 공무원 낙하산 인사와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 비리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산하기관 숫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한몫했다. 조정안을 보면 바이오산업연구원과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을 통합해 생물산업연구원을 만들고 행복재단과 장학회를 합치기로 했다. 또 문화엑스포와 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재연구원을 하나로 묶어 경북문화재단을 설립할 방침이었다. 경북테크노파크와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연구원, 천연염색산업연구원을 통합법인화하기로 했다. 11곳을 통폐합해 7곳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테크노파크 등 4곳의 통합법인화만 추진되고 있다. 그것도 기능과 조직, 인력은 그대로 둔 채 합치기로 했다. 생물산업연구원을 만들기로 한 방안은 해당 지역민과 일부 도의원이 통폐합에 강력 반대하는 데다 생물과 해양 관련 연구기관으로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점도 한몫해 사실상 백지화됐다. 행복재단과 장학회를 합치는 것도 소관 단체가 행정자치부와 교육부로 달라 재산 문제 등 법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경북문화재단 설립 방안은 장기 과제로 미뤄 놨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을 포함한 34개 산하기관 대표 가운데 14곳 대표가 공무원 출신이어서 ‘관피아’ 문제가 여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도가 당초부터 혁신에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선 6기 도정 방향을 모색한다는 명분으로 출범한 경북새출발위원회의 입을 빌려서 산하기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통폐합이 추진 중인 4곳은 오는 8월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라며 “(산하기관 구조조정 작업이) 전반적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성과가 나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홍준표 지사 “공무원 골프대회 열겠다”… 논란 예상

    홍준표 지사 “공무원 골프대회 열겠다”… 논란 예상

    지방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골프대회가 열린다. 명분은 사기 진작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골프는 그동안 공무원에게만은 금기시됐던 스포츠라 논란이 예상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청과 18개 시·군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공무원 골프대회를 전국 처음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관피아 및 공무원연금 논란 등과 관련해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등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면서 “사기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 골프대회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는 오는 9월 6일 창녕군의 동훈 힐마루 컨트리클럽(36홀)에서 열리며 36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공무원 수가 많은 창원시청은 3개 팀, 다른 7개 시는 각각 2개 팀, 10개 군은 각각 1개 팀, 도청 4개 팀, 의회 2개 팀 등으로 36개 팀이 36홀에서 오전 11시 30분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다. 홍 지사도 경기에 참가할 예정이며 시장이나 군수도 희망하면 해당 시·군 팀에 참가하면 된다. 그린피(경기 비용)는 대회에 참가하는 공무원이 직접 부담한다. 시상은 단체상으로 전체 팀 가운데 우승, 준우승, 3위 팀을 가려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씩을 시상한다. 경남도는 시·군에 공무원 골프대회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곧 보내 참가자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홍 지사는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며 “공무원들이 자기 돈으로 골프 하면서 죄지은 것처럼 가명이나 아들 이름으로 속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또 “공무원이 골프를 즐기는 게 국민 정서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 지사는 지난 3월 미국 출장 중 금요일 오후 현지에서 부부 동반으로 경남도통상자문관인 현지 사업가 등과 골프를 즐겨 논란을 빚기도 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메르스 확산 원인을 가족 문병, 병원 내 조치 미흡과 다인병실 등 온갖 문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거론했다. 한국에 특유한 문화를 모두 거론하다 보면 모든 것이 원인이고 그래서 책임 규명이나 대책도 아리송해지는 문제가 있다. 메르스 사태의 이른바 티핑포인트(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는 첫 환자 확진 이후 18일간 감염 병원 정보의 공개를 미적인 점이다. 사태 초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호루라기’를 불 사람과 집단이 없었는가, 아니면 있었는데도 ‘감염 병원 명단 공개’를 주저하거나 방해한 역학관계가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일각에서 대통령 리더십까지 거론되지만 큰일만 터지면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본질 파악을 흐리는 일이다. 먼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위험 신호를 적극 위에 전달하고 고위직들을 설득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밝혀야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우리는 사전에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했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역학조사원 등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며 “초기 대응 판단이나 대응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말대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게 정부의 한계다. 앞으로도 정부 안에 민간 수준의 전문가들을 채용하기는 정부의 보수 수준 등으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말 가운데 주목할 것은 사태 초기에 “병원 상황에 따라 판단했고 전문가들이 당시 검토해 상황에 맞춰 대응했다”는 대목이다. 공무원들은 전문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사태의 파장을 고려할 공공 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민간 병원 전문가들의 지식에 의존하면서 민간 병원의 이해관계와 위세를 뛰어넘을 용기와 공공의식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는 유사 사태가 재발할 경우 정부와 공무원들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병원 폐쇄라는 조치가 나중에 여론에 밀려 취해졌지만 초기에는 분명 “그럴 필요까지야 없다”거나 “과잉”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일선 공무원들이 병원 폐쇄를 주장했을까, 또 이를 제기해 설득했는데도 복지부 고위직들이 망설였거나 거부했을까, 그런 강력한 조치를 일선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제기하지 않았다면 공무원들에게 어떤 고려가 작용한 것일까 궁금한 대목이다. 대형 병원을 갖고 있는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등으로부터의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생산 제품 할인 혜택이 아니라 ‘특정의사 진료, 수술, 병실, 장례식장 예약 부탁’ 등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른바 ‘병원 커넥션’은 적지 않다. 대형 병원은 금융계에서 유행한 말인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대마’에 해당된다. 감히 쉽게 삼성병원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할 수 있는가. 아직 위험도 확신하지 못하고 질병 최고 전문가가 삼성병원에 있고 공무원들이 그 삼성병원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초기 상황에서 말이다. 더욱이 공무원들은 요즘 크게 위축돼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삼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설업자 출신으로 공무원을 불신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척결을 내세워 공무원 사기는 내리막이다. 여기에 전직 고위관료 출신인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얼마 전 “정부는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공무원이 일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전문 정보 부족보다 심각한 것은 민간 분야 위세에 눌려 공무원들이 위축돼 공공의식까지 약화되는 문제다. 특히 복지부 장관은 이슈를 선점하거나 ‘의제설정’할 권한이 있는데도 미적거리다 사태를 악화시켰다. 문 장관은 연금 전문가로 질병에 관한 지식은 부족하겠지만 민간 병원을 누를 만한 기개도, 공공의식도 부족했다. 상대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밤중 기자회견이 ‘정치쇼’라는 비판은 있지만 정부의 병원 정보 공개를 촉발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과 배경을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그래야 유사 사태 재발 때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공공기관 감사 직무평가 ‘하나마나’

    공공기관 감사 직무평가 ‘하나마나’

    박근혜 정부가 ‘낙하산 감사’ 폐해를 막겠다며 공공기관 감사들의 성적표를 처음 공개했지만 변별력도 없고 불이익(페널티)도 없어 ‘맹탕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 대상의 80%가량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보통’ 점수를 받았다. 그나마 ‘미흡’ 평가를 받은 감사가 3명 있었지만 공공기관장과 달리 낙제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공공기관 상임감사 첫 직무평가’ 결과에서 ‘우수’(80점 이상) 등급은 2명(7.4%), ‘보통’(60~79점) 22명(81.5%), ‘미흡’(60점 미만) 3명(11.1%)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116곳 가운데 임명된 지 6개월 이상 된 상임감사 27명을 평가했다. 현 정부 들어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낙하산 감사 급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성적 평가 및 공개를 통해 낙하산 폐해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평가등급이 3개밖에 안 돼 변별력이 떨어진다. 중간 등급이 27명 중 22명이나 돼 ‘중심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어지간하면 누구나 평균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6등급(S~E등급)이다. 공공기관장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E등급을 받거나 D등급을 두 번 받으면 해임 건의와 같은 불이익이 따르지만 감사는 이런 인사 제재도 없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公기관 상임감사 85% 정·관피아… 낙하산 면죄부?

    公기관 상임감사 85% 정·관피아… 낙하산 면죄부?

    지난해 직무 성적을 처음 평가받은 공공기관 상임감사 10명 가운데 9명이 ‘정피아’(정치인+마피아)와 ‘관피아’(관료+마피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자 27명 가운데 12명(44.5%)이 업무 전문성이 없는 새누리당 출신의 정피아였고 11명(40.7%)이 관피아였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들이다. 사실상 변별력이 없는 평가 제도를 도입해 놓고는 ‘공개 평가를 했다’는 명분을 확보함으로써 낙하산 감사들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낙제점인 ‘미흡’(60점 미만)을 받은 감사는 홍표근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와 김종훈 한국농어촌공사 감사, 강형신 한국환경공단 감사 등 3명이다. 홍 감사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대위 공동여성본부장을 지냈고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한 경력도 있다. 김 감사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전북총괄본부장을 맡았고 강 감사는 환경부 감사관을 지냈다. ‘우수’(80점 이상)를 받은 감사는 김충환 한국주택금융공사 감사와 윤양배 산업안전보건공사 감사 등 2명이다. 이들은 감사원과 고용노동부 출신의 관피아다. ‘보통’(60~79점)을 받은 감사 22명 중 정피아는 10명, 관피아는 8명이었다. 민간·내부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낙하산 감사를 대거 내려보냈으면 평가라도 깐깐하게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가등급이 3개에 불과하고 평가 결과도 단순히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조직 2인자로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 책임과 평가에서는 ‘열외’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전문성과 독립성, 내부 통제, 방만경영 적발 및 예방시스템 구축 등 감사의 책임 평가를 60% 반영했고 감사원 평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기관 청렴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 외부 평가를 40%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부 평가 점수를 40% 반영한 것은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감사 평가를 처음 해보는 탓에 ‘자신이 없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변수가 많은 외부 평가의 비율을 낮추고 감사 직무에 대한 정교한 평가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사 직무평가에서 25%를 반영하는 감사원 평가는 현 감사의 직무 평가와 동떨어져 있을 때가 적지 않아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 차등 지급과 인사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변별력이 작고 외부 평가를 높게 반영한다는 것은 기재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상임감사에 대한 직무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면서 “자신감이 없으니 상·중·하 가운데 대부분을 ‘중’(보통)에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무평가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평가제도”라고 말했다.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평가 결과가 ‘보통’ 등급에 80% 이상 몰렸다는 것은 결국 평가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특히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연임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불이익)를 바로 적용해야 평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측도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시인했다. 앞으로 개선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슛 찬스 와도 감독 지시만 기다려…정부, 욕 먹는 게 당연하다”

    “슛 찬스 와도 감독 지시만 기다려…정부, 욕 먹는 게 당연하다”

    우리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무원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정부부처 사무관 A씨는 21일 “공무원이다 보니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대놓고 비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어지간히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이라면 정부를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 정부 잘못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메르스 제대로 알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안팎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 공무원 B씨는 “복지부를 통틀어 메르스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면서 “메르스 전파 과정에서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다 보니 대응에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복지부 공무원 C씨는 “나조차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브리핑하는 내용을 다 이해하진 못한다”면서 “우리도 이런데 일반 국민은 오죽하겠냐”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메르스 대응에 실패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제 구실을 못하는 컨트롤타워와 중앙·지방정부 간 의사소통 실패,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를 꼽는 목소리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부처 국장급 D씨는 “지시를 못 받으니까 일을 못 한다”는 의미심장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권한이 없으니까 청와대 눈치만 보는데 정작 청와대에선 지시가 내려오질 않는다. 지시를 못 받으니 현장이 굴러가질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축구 선수가 슛을 때릴 기회가 와도 감독 지시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 및 위축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괜히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책임을 떠안느니 조용히 넘어가면 다행이라는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간부급 공무원 E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처벌과 관피아법 등 후폭풍이 공직사회에 집중되면서 공직사회가 침체돼 있다”면서 “그냥 묻어가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 F씨는 “메르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데다 총리 공석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컨트롤타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 G씨는 “지역 상황을 보고할 때 정부 부처마다 따로 보고서를 요구한다. 보고서 작성과 전화 보고에 몇 시간씩 매달리느라 정작 급한 일은 뒤로 밀린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컨트롤타워라며 만든 국민안전처는 ‘투명인간’이 돼 버렸다. 안전처 과장 H씨는 “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지 않고 법에도 없는 ‘대책지원본부’를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중대본을 구성했더라도 메르스 사태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다른 정부 부처의 과장 I씨는 “안전처는 중앙·지방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마땅한 수단도 없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럴 만한 의지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언비어 단속보다 정부 신뢰부터 높여야” 현장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호소도 잇따른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J씨는 “밥은 모두 도시락으로 때우고 잠은 3시간 정도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고위공무원 K씨는 “담당자들이 ‘자가 격리돼 집에서 잠이라도 푹 자고 싶다’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복지부 공무원 L씨는 “병원 다음으로 위험한 게 사실 정부청사다. 격무로 면역력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병원을 오가며 방역활동을 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뢰 구축과 투명한 정보공개, 이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의 재구축이 중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유언비어 단속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야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면서 “정부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과장급 간부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고서 해외 신종 감염병에 대한 연구, 방역체계의 허점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부처 종합
  • ‘낙제점’ 공공기관 15곳… 광물자원公 등 3곳 기관장 해임

    ‘낙제점’ 공공기관 15곳… 광물자원公 등 3곳 기관장 해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중부발전,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3곳의 기관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아 해임된다. 낙제점(D·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모두 15곳이다. 이 가운데 8곳(53.3%)의 기관장이 ‘정피아’(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거나 ‘관피아’(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였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116곳에 대한 ‘2014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 의결했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한 곳도 없었다. A등급 15곳(12.9%), B등급 51곳(44.0%), C등급 35곳(30.2%), D등급 9곳(7.8%), E등급 6곳(5.1%)이었다. 전년에 비해 우등생(A·B등급, 41곳→66곳)이 늘고 낙제생(30곳→15곳)은 줄었다. 기재부는 낙제점을 받은 15곳 가운데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과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 장기창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등 3명을 해임 건의하기로 했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D·E등급을 받은 15곳 중 절반 이상의 기관장이 고위 관료 또는 정치인 출신이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의 전횡과 묻지마 식 해외 자원개발, ‘세월호 참사’ 뒤에도 여전한 안전 불감증, 각종 비리에 연루된 기관들이 이번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E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중부발전,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6곳이다. 고정식 사장은 특허청장, 최평락 사장은 특허청 차장을 지낸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마피아)다. 장기창 이사장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퇴직한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이고,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실장을 지낸 정보통신부 출신이다. D등급 기관에서는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식경제부 2차관이었고,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원장은 기상청 창조개혁기획단장이었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윤주경 독립기념관 관장은 새누리당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지난해 순 손실도 2595억원이나 났다. 해외 자원개발 실패로 매출액도 전년 대비 18.2% 급감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전력거래량 감소로 매출액이 1년 새 10.9% 줄었고, 한국시설안전공단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7% 떨어졌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학자금을 지원했고 의료비도 과다 지급했다. 퇴직을 앞둔 직원에게 3개월 이상의 퇴직준비 휴가를 주는 등 공무원보다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했다. 해임 건의 대상의 기관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정부의 이번 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평락 사장 임기는 다음달이며, 고정식 사장 임기는 오는 8월로 한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D등급 이하 15개 기관의 임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반면 나머지 기관 101곳의 직원들은 지난해 연봉을 기준으로 A등급은 200%(준정부기관은 80%), B등급은 150%(60%), C등급은 100%(40%)의 성과급을 받는다. 내년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보건과 방역 부문의 점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안전 분야를 강화한 것처럼 올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내년에는 보건과 방역 부분을 평가 지표에 많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공공기관 개혁 아직 갈 길 멀다

    정부가 어제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를 받아온 공공기관들이 자산매각, 사업계획 조정,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부채를 목표인 510조원보다 13조원 초과해 감축하고 과도한 복리후생도 정비해 실질적인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S등급은 없었지만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15곳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등급이 올라갔다. 반면에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세 곳은 낙제점을 받아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대로 공공기관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통계상으로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했고 민간기업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복지 혜택도 정리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정상화 1단계이긴 하지만 정부의 발표가 미덥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공기업의 부채는 도리어 증가했다는 다른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는 30대 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94.3%로 2012년보다 5% 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또한 엊그제에는 한국도로공사가 도공 퇴직자와 2000억원대의 불법 수의계약을 맺어 혈세를 낭비했다고 야당이 폭로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이 계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 계약으로 톨게이트 수납원 600여명이 해고당했고 영업소 운영자들이 공통경비, 복리후생비 등을 허위영수증으로 가로채는 등 연간 1000억원대의 부당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관피아’의 폐단이 공기업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도 도공은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제대로 평가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의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없는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가 줄기는 했지만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을 뜻하는 ‘정피아’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인 이유는 그들이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임기만 채우면 될 사람들이니 굳이 개혁에 자리를 걸고 소매를 걷어붙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올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어 교체되는 공공기관장은 한국전력 사장 등 모두 7명에 이른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공석이다. 지금부터라도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으로 삼아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연금개혁과 더불어 공공기관 개혁은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이번 정부에서 밀어붙이다 흐지부지되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은 이제 시작이며 갈 길이 멀다. 2단계 정상화 과정에서도 민간기업 평균보다 높은 과도한 임금구조를 개편하고 부채도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 공공기관에도 경쟁의 원리가 철저히 적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한 결정이다. 공공기관의 부실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공공요금을 올려서 부채를 줄이려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구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 [단독] 일제징용 피해자 지원 재단 석달째 ‘표류’

    일제강점기 야하타 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된 희생자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 등을 돕기 위한 재단이 설립됐지만 정부와 유족 대표 간에 소송전이 벌어져 올 예산 집행이 중단되는 등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특히 재단 설립 과정에서 행정자치부가 재단 임원 임명과 관련된 정관을 유족 동의 없이 변경해 유족 측이 퇴직 관리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며 ‘관피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및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복지사업과 추모, 학술, 조사 연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유족 대표인 정모씨 등 5명이 재단 설립 무효를 주장하며 행자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승소했다. 이로 인해 재단 운영을 위해 필요한 20억원의 예산지원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예정된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 당장 오는 8월 국내외 전문가 및 유족 등 1000여명이 참여하는 학술심포지엄이 물 건너갈 위기에 처했다. 또 9월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하늘공원에 설치하려던 추도비 건립 역시 불투명하다.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유족 등 500여명이 참석해 전국 규모로는 처음으로 개최하려던 피해자 합동위령제도 개최가 불분명해졌다. 유족 등 30여명이 5박6일의 일정으로 11월 마셜 제도에 있는 강제동원 희생지역을 방문해 추도제를 실시하려던 계획도 위기에 처했다. 정씨 측은 재단이 표류하게 된 원인을 행자부의 갑작스런 정관 변경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관계자는 “당초 재단설립위원회에서 재단 임원을 행자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정관을 만들었음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장관이 ‘임명’하도록 변경한 것은 퇴직 관리를 앉히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익법인법은 재단 임원의 경우 주무 관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행자부는 유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가 일정 부분 재단 설립을 위해 돈을 출연하는 상황에서 유족들이 정부 통제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법원 판결을 고려해 볼 때 항소심에서도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유족을 지치게 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차기 총리는 ‘Mr.청렴’

    차기 총리는 ‘Mr.청렴’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지명했던 총리 후보자들은 그 시점에서 여권이 맞닥뜨린 난제를 풀어낼 상징성을 띤 인물이었다. 시기마다 ‘사회적 화두’를 보면 다음 총리 후보자로 누가 지목될 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총리 지명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한다는 뜻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려 퇴진하는 만큼 차기 총리의 키워드는 ‘청렴’ 혹은 ‘도덕성’의 덕목이 주요 인선 기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지역 안배와 총리 후보자의 리더십 등도 전략적 고려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정부 출범에 맞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이 땅투기 의혹으로 낙마하자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통과에 초점을 두고 검사 출신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낙점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후 ‘국가개혁’, ‘관피아 척결’이 화두로 떠오르자 ‘강골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전관예우 의혹에 발목잡힌 안 전 대법관이 언론의 혹독한 검증 속에서 중도하차하자 박 대통령은 언론인 출신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하며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연말 비선실세 의혹으로 정국이 들썩이면서 박 대통령의 소통력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의 이 총리를 기용해 당·청 및 대야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로 볼 때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가진 명망가를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현 내각 경험자부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관료,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정치인도 거론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종면 칼럼] 세월호 脫喪 아직 멀었다

    [김종면 칼럼] 세월호 脫喪 아직 멀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오늘로 꼭 1년, 지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비극의 진실을 찾아 지독히도 힘겨운 나날을 보냈건만 우리는 여전히 혼돈의 한복판에 서 있으니 부끄럽고 참담하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메아리 없는 외침을 그칠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세월호 사건 해결의 첫 단추인 진상 규명조차 안 돼 애를 태우는데 한쪽에선 세월호 피로감을 얘기하며 그만했으면 됐으니 이제 잊자고 한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결코 풍화되지 않을 통한의 낙인이다. 비극에 대한 감각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 슬픔을 잊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혹과 모순으로 얼룩진 세월호 사건은 자칫하면 영원한 미궁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곳곳에서 늦기 전에 진실을 인양하라고, 대한민국을 건져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망각의 강가에서 서성거릴 때가 아닌 것이다. 진실의 반대편에 거짓만큼이나 나쁜 침묵과 망각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망각에 저항하기’라는 이름의 세월호 추모전이 열리는 것도, 단순한 비극 담론의 범주를 뛰어넘는 ‘세월호 인문학’이 꿈틀거리는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지금 304명이 목숨을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자리는 여지없이 전문성 부족한 정피아들 차지가 됐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고질로 남아 있다. 진정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체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세월호 비극의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즉각적인 실천만이 세월호 국론 분열을 막고 비극을 수습하는 길이다. 지난주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세월호 인양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세월호는 인양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국민안전처 장관은 인양 실패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새삼 공론화 절차를 들먹이고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선체 인양이 불가피하다면 하루빨리 공식 발표하는 게 옳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하기도 전에 손발을 잘라 ‘관제기구’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도 서둘러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 시행령안이 모법인 세월호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해석은 괜히 내놓았겠는가. 최근 세월호 1년 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배·보상보다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세월호특위의 진상 규명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정부라면 여론을 따라야 마땅하다. 세월호 민심은 1년이 지났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제는 1만 7000여명의 교사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물어 정권과의 투쟁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삭발단식에서 오체투지 행진까지 그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는 투쟁은 차고 넘쳤지만 정부가 돌부처처럼 돌아앉아 있는 한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불모의 다산성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가. 그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는 더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국민의 진을 빼선 안 된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애매모호한 태도로 사건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쳐 온 정부다. 이제는 더 놓칠 기회도 없어 보인다. 국민이 뭐라고 하기 전에 정부가 자발적으로 나서 대한민국 공동체를 휘감고 있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 낼 수는 없을까. 지극한 슬픔도 잘 발효되면 오히려 힘이 되고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 훌륭한 목수는 나뭇결을 거스르지 않는다. 결에 따라 모양을 만들어 간다. 이 정부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현명한 목수의 솜씨다. 지금은 유족을 포함한 상처받은 국민 모두의 마음의 결을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세월호 ‘키워드’로 본 민심의 변화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세월호 ‘키워드’로 본 민심의 변화

    ’리멤버 0416’ 빅데이터로 돌아보는 세월호 1년 ☞ <바로가기>꼭 1년 전, 제주로 가던 6835t급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역에서 뒤집혔다. 유속이 빠르기로 악명 높은 맹골수도 지점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476명이 타고 있었지만, 304명은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5일 서울신문과 빅데이터 시각화전문업체 뉴스젤리가 세월호 침몰 시점부터 이달 초까지 인터넷 카페·블로그·페이스북에서 세월호와 함께 언급된 연관단어 언급 횟수(버즈양)를 분석한 결과, 불가항력이었음을 전제로 한 ‘사고’와 인재(人災)를 염두에 둔 ‘참사’ 사이에서 국민들의 마음은 시기별로 오락가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직후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사고(2만 4174건)가 참사(1만 1125건)보다 1만건 이상 많이 언급됐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 초기만 하더라도 구조의 희망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사고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시일이 지나 희망이 사라지며 말 그대로 ‘참혹한 사건’으로 돌변하면서 참사가 많이 쓰이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5~9월에는 참사(7만 482회)가 사고(5만 956회)를 2만건 정도 웃돌았다가 10월 이후에는 사고(1만 6980회)가 언급된 횟수가 참사(1만 2603회)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사의 탐욕과 선원들의 무책임, 정부의 규제완화, ‘관피아’로 구성된 해운 당국과 해경 등의 관리감독 부실 등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 드러나면서 참사란 표현이 더욱 빈번하게 노출됐지만, 10월 이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이른바 ‘세월호 피로감’이 제기되면서 국민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긍정·부정 여론이 엇갈릴 때 참사와 사고의 빈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유가족 단식 투쟁에 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야만적인 폭식투쟁을 벌인 지난해 9월 6일 참사가 사고보다 4배 많이 언급된 반면, 실종자 가족이 선체 인양 여부를 투표에 부쳐 부결된 10월 27일에는 사고가 참사보다 3배 많이 조사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세월호 침몰 직후 국민은 갑작스럽게 닥친 희생이 우리가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슬픔, 아픔을 공감했다”며 “하지만 보상 등 이슈가 불거지자 그들(희생, 실종자 유가족)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많아졌고, 사고 언급 횟수가 참사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희생자 가족과 심정적으로 일체화했지만, 김영오씨의 단식투쟁 등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표출되자 당사자들과 거리를 두는 경계화 과정을 거쳐 타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근혜 대통령 ▲해경 ▲청해진해운(혹은 유병언) ▲언론 ▲국회 ▲기타(한국, 국가, 대한민국, 사회) 등 7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월별 추이를 살펴본 결과 버즈양 등락이 비슷하게 집계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기타’를 언급하는 횟수만 꾸준히 유지된 점도 흥미롭다. 임 교수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시기에는 대통령, 정부를 언급하며 비난하다가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자 다른 사회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대한민국, 국가, 한국 등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 언급이 잦다는 것은 특정 주체에 대한 책임론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합의해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라는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이 경제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집약적으로 표출됐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사회를 세월호에 빗대 함께 침몰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유도 종종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분석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이 가장 컸던 날도 알 수 있었다. 지난 1년 중 가장 ‘안타깝다’고 느낀 날은 참사 당일이었다. ‘안타깝다’라는 형용사가 총 128회 등장했다. 국민들이 가장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느낀 날은 희생자가 100명을 넘어섰던 4월 22일(아프다 223회, 고통 159회), 가장 분노했던 날은 세월호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 간 교신 내용이 공개됐던 4월 20일이었다. 당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릴 경우 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가”만 VTS 측에 거듭 물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교신 내용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무능·부패 드러낸 공직의 민낯… 조직 대수술 아직도 진행형

    무능·부패 드러낸 공직의 민낯… 조직 대수술 아직도 진행형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구조와 사고 수습, 원인 규명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무능과 부정이 드러나자 공직사회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공직개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선 방안을 종합해 보면 각종 후속 법안 시행 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는 선박 인·허가권을 지닌 공무원들이 퇴직 후 관련 기관·단체에 취업을 보장받는 먹이사슬 구조에 있었다. 봐주기를 위한 금품이 오가는 비리 구조가 드러나 일부 공무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취업 규정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 방지법)을 서둘러 개정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 경험이 민간에 선순환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회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하위 규정을 바꿔 현직뿐만 아니라 재취업자에 대해서도 중간 평가를 강화하는 식으로 취업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재개정 얘기가 나온다. 공직자 가족의 직업선택권 침해 등이 문제로 부각되지만, 전문가들은 시행령과 규칙 등으로 보완할 일이지, 공직 풍토를 혁신하려는 취지를 담은 핵심 내용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정부는 비리와 부패가 공직의 낡은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제 식구만 감싸는 철밥통’을 부수기 위한 대안으로 ‘민간 수혈’이 정책적 화두로 떠올랐다. 2017년까지 민간 채용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은 공직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세월호 참사에서 직접 출발한 문제는 아니다. 고질적인 4대 연금의 수익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그런데도 공직에 주는 충격은 컸고, 이는 현재도 정치권의 논쟁과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낳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공하면 사학·군인 연금에 대한 개혁이 뒤따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혁의 당위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조금 더 합리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구난 과정에서 드러난 해양경찰과 소방, 해군 등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결국 정부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해경이 개편됐지만 만족스런 개편이라고 여기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다만 정부조직 개편이 공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관피아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재난 안전 강화 움직임이 실제 재난 현장에서 소기의 효과를 거둘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철밥통 욕하더니 이젠 못 믿을 집단 매도” 공직생활 회한만

    “공직자로서 국가를 위해 애쓴다고 스스로 다독여 왔죠. 그런데 30여년 일하며 요즘처럼 회한에 잠긴 적이 없습니다.” 김성렬(57)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은 8일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한층 싸늘해진 데 따른 소회다. 이전엔 철밥통이니 뭐니 눈총을 주더라도 몇몇 개인에 해당한다는 눈치였지만, 세월호 사건 뒤 ‘총체적으로 못 믿을 집단’이란 얘기마저 듣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가개조론까지 나왔지만 뜯어보면 공무원 사회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 실장의 한탄은 총체적 개혁의 ‘제1호 타깃’으로 주저앉는 바람에 무너져 내린 자부심 때문이다. 김석진(49) 공공서비스정책관도 “세월호 사고 첫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해 4월 16일 자정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저녁 식사를 거른 차에 먼저 퇴근하던 딴 부처 직원들이 야식을 시킨 게 탈이었다”고 되뇌었다. “실종자 숫자도 몰라 하루에 몇 차례씩 오락가락한 판에 치킨이 넘어갈까”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괴감도 자칫 면피하겠다는 뜻으로 비칠까 봐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게 공무원 사회 분위기다. 인사처 직원 R씨는 “반성할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가라앉은 공무원 사기 진작책을 찾지 않으면 더욱 큰 문제를 낳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정부 외청의 고위간부 L씨는 “강화된 공직윤리법 시행으로 ‘관피아’ 논란을 줄였는지 몰라도 대신 ‘정피아’를 키운 측면을 되새겨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학자 S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작은 정부’를 외치더니 도리어 덩치를 키운 아이러니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피아’를 없앤다면서 견제엔 실패, 또는 방조했다는 반증이다. 그는 “비대해진 만큼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조직의 본능처럼 발동한다”며 “결국 ‘관피아’나 ‘정피아’나 제 잇속을 챙기는 덴 똑같은 행태였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중앙행정기관은 정부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51개로 바뀌지 않았다. 옛 안전행정부에서 인원을 넘겨 받은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새로 생겼지만,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이 안전처로 통합됐다. 반면 인원은 1070명이나 늘었다. 안전처는 정원 1만명을 웃도는 ‘빅5’ 공룡부처이자 본부 직원만 1045명으로 경찰청(1657명) 다음인 기관에 올랐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경제 블로그] 박병원 경총회장의 ‘미니’와 관피아

    [경제 블로그] 박병원 경총회장의 ‘미니’와 관피아

    BMW의 ‘미니’는 57년 역사를 가진 소형 차종입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팝가수 마돈나가 즐겨 탔던 미니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형차 중 하나죠. 그런데 최근 관피아(관료+마피아)들 사이에서도 미니가 화제입니다. 다름 아닌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때문이죠. 사연은 이렇습니다. 박 회장은 올해 2월 경총 회장 직을 수락하면서 역대 회장들과 달리 ‘비상근’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틈틈이 노후도 즐겨야 하는데 자리에 얽매일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지요. 박 회장이 거부한 것은 상근직만이 아닙니다. 경총에서 지원해 주는 운전기사와 에쿠스 차량도 마다하고 빨간색 미니를 손수 몰고 다닙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 우리금융지주 회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은행연합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박 회장이지만 격식을 내려놓는 자유로움이 엿보입니다. 히말라야 트레킹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관피아들은 그런 박 회장에게 부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퇴직 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관료들이 적지 않아서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들의 입지는 현격히 좁아졌습니다. 한 퇴직 관료는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는데도 막상 실업자 신세가 되니 부인이 ‘밖에 나가 리어카라도 끌라’고 바가지를 긁더라”고 하소연합니다. 이 대목에서 관피아들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 후 ‘낙하산 취업’을 당연하게 여기며 특혜에 둔감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낙하산 줄이 끊겼다고 인생 2막이 멈춘 것은 아닐 겁니다. 강화된 관피아법 앞에서 언제까지고 신세 한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각자의 ‘미니’를 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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