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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궁이 앞 전신 화상 50대 숨진 채 발견… “연탄 갈다 변 당한 듯”

    아궁이 앞 전신 화상 50대 숨진 채 발견… “연탄 갈다 변 당한 듯”

    한 주택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 2일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충북 제천시 신월동의 한 단독주택 밖 연탄난로 아궁이 앞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신에 4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인근에 사는 친척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연탄 교체 작업 중 자신이 빼내던 연탄 위로 넘어지면서 몸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美 신흥 명문고 애서튼… 제주영어교육도시에 5번째 국제학교 설립 초읽기

    美 신흥 명문고 애서튼… 제주영어교육도시에 5번째 국제학교 설립 초읽기

    제주영어교육도시에 5번째 국제학교가 설립이 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도교육감 소속 국제학교설립·운영심의위원회가 신규 국제학교 설립계획 승인 심의를 위한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신청법인은 ㈜애서튼국제학교글로벌이며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민간 투자 국제학교인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ulton Science Academy Atherton, FSAA·이하 애서튼국제학교)’에 대한 설립계획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국제학교설립운영심의위원회는 10명으로 구성됐다. 애서튼국제학교는 201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설립된 신흥명문사립학교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학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과학, 테크놀로지, 공학, 수학 등 특화교육에 예술·안성교육에도 방점을 찍는 STEM교육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EM교육이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학문과 지식을 통합해 제공하는 교육체계를 말한다. 영어교육도시내 H-13, 14지구 영어교육센터 옆에 들어설 예정인 애서튼국제학교는 오는 2026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원은 13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의위원회는 앞으로 여러차례의 회의를 통해 관계법령과 주요 심의기준에 근거해 학사운영 계획, 학생 모집 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법인이 제출한 서류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심의 후 도교육감은 신청일로부터 2개월 이내 승인여부를 통보하게 되며 설립계획 협의 또는 승인을 받은 자는 개교 예정일 6개월 이전에 협의 또는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 115만평에 조성된 영어교육도시에는 한국국제학교(KIS Jeju),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Jeju) 등 국제학교 4곳이 운영 중이며 주거 및 상업시설 들이 들어서 있다. 학생수 약 4900여명을 포함해 정주인구는 2만 4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7년 4번째로 개교한 미국형 국제학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제주) 이후 7년째 국제학교 추가 설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AI 활용 능력, 모국어 수준 기본 소양 될 것” [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AI 활용 능력, 모국어 수준 기본 소양 될 것” [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이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역량이 모국어와 같아지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종호(5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리터러시(문해력)를 익히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봤다.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이제 개인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2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AI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플랫폼을 활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에게 AI를 공평하게 알리는 것이 AI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국민들이 AI 혜택을 누리고 안전하게 AI를 활용하려면 ‘AI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반인도 당장 AI 리터러시를 배워야 하나. “AI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AI 사진 보정, AI 비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개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까지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고 생성형 AI 등장 이후 기업도 일반 사무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모두를 위한 AI’에 주목하고 있고 일반인의 AI 리터러시 함양이 매우 중요해졌다. 앞으로 AI 활용 역량이 모국어 수준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AI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뭘 배워야 할지 막막하다. 일반인과 전문가에게 필요한 AI 리터러시가 다를 것 같은데. “일반인이라고 배움의 한계를 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단순·반복 업무에 AI를 도입하면 노동시간을 단축해 AI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도 챗GPT(소설, 시), 달리(DALL-E·그림, 디자인), 뮤직LM(음악)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통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AI는 우리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도구이지만 온라인 친구로서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도 AI 윤리를 지켜야 하는 책임의 주체다. AI법 통과가 AI 리터러시 확장에 도움이 될까. “정부는 우리가 가진 AI 경쟁력을 바탕으로 혁신의 기회를 살리면서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활용의 토대를 만드는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에 법안이 계류돼) 국내법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채 규제 논의가 지속되는 것은 결국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AI 이용자의 안전·편익도 저해시킬 것으로 본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소소하고 흔하지만 알고 보면 매력 덩어리, 감자 요리/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소소하고 흔하지만 알고 보면 매력 덩어리, 감자 요리/셰프 겸 칼럼니스트

    감자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하려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어릴 적 감자로 허기를 달랬었다고 하기엔 먹을 게 많은 시대에 태어난 세대다. 감자에 대한 좋은 인상이라고 하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맛본 프렌치프라이 정도다. 반찬으로 가끔 등장하는 감자볶음은 젓가락질을 피하게 만드는 존재였고 감자탕 속 감자는 등뼈에 붙은 고기의 존재감에 밀려 나온 모양 그대로 그릇 밖으로 모셔지기 일쑤였다. 밥이 있는데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인 감자를 굳이 먹어야 하는가 하는 영양학적 실존에 대한 의문도 종종 들었다. 처음 메뉴를 짤 때 감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쓸 만한 식재료로서 매력을 못 느낀 게 이유였지만 사실은 많이 먹어보지 않으니 감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게 진짜 이유였다. 너무 흔하고 뻔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렇게 쓰고 나니 감자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지금은 감자를 열심히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름대로 참회 중이다. 감자의 매력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감자는 15세기 스페인 정복자들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왔다. 같이 유럽으로 건너온 고구마는 달콤한 맛 때문에 상류층에게 이국적인 식재료로 사랑을 받았지만 감자는 대우가 달랐다. 흉측하게 생긴 외관과 땅속에서 무섭게 자라나는 감자를 두고 불길한 ‘악마의 열매’라 부르며 꺼렸다. 그러나 감자의 잠재력을 알아본 각 나라의 선지자들 덕에 식재료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는데 가장 유명한 일화는 독일 프로이센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와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투안 오귀스탱 파르망티에의 분투다. 지금이야 감자가 주식에 가까운 독일이지만 18세기 초만 해도 감자는 돼지 먹이로 쓰는 사료로 여겼다. 연이은 흉작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프리드리히 2세는 기근 대책으로 씨감자를 나눠 주었는데 돼지 사료를 주냐며 반발이 일자 “감자를 심지 않으면 코와 귀를 자르겠다”고 호통을 쳤다고 하며, 직접 감자를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됐건 18세기 중반부터 독일에서 감자는 재배가 장려되기 시작하고 주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파르망티에는 프러시아 전쟁 때 프로이센에서 포로 생활을 하다 감자를 맛보았는데 이후 감자의 유용함을 알리는 데 일생을 바쳤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감자가 한센병의 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아 재배하는 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파르망티에는 각종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감자의 영양학적 유용함을 알리는 한편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를 효과적인 감자 홍보 수단으로 이용했다. 왕실에서 감자요리를 이용한 연회를 하도록 기획하고 감자꽃을 왕과 왕비의 장식으로 사용하게 하자 감자는 하루아침에 프랑스 상류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빠르게 프랑스 전역에 감자가 보급돼 18세기 말 찾아온 기근을 큰 피해 없이 견뎌 낼 수 있었다. 유럽에서 감자가 식재료로 인정받게 되자 각지에서 다양한 감자 요리들이 생겨났다. 삶아서 소금과 물로만 먹기엔 심심했는지 각종 요리책에서 감자를 이용한 다채로운 요리법들이 소개됐다. 18세기 말에 나온 ‘공화국 요리사’란 프랑스 요리책은 대혁명 직후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호사스럽고 귀족적인 요리법부터 서민들의 식탁에 올릴 수 있을 만한 간단하면서 경제적인 감자 요리법을 소개한다. 소스나 육수, 버터 등으로 버무려 먹는 방법, 각종 향신채와 함께 삶아 맛을 더하는 방법 등 감자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조리법을 보면 입맛을 다시게 하는 요리법들이 기재돼 있다.감자의 매력은 다른 재료와 만나 맛을 포용해 주면서 하나의 완성된 끼니로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맛있는 요리가 감자를 만나 더욱 완벽해지는 식이다. 버터를 듬뿍 넣어 부드러운 벨벳 같은 질감의 매시포테이토도 단독으로 먹으면 금세 물린다. 진한 그레이비소스나 라고소스와 함께했을 때 두 요리는 서로를 빛내 주며 상승작용을 한다. 포르투갈에서는 염장한 대구를 이용한 요리들이 많은데 늘 감자가 함께한다. 365일 동안 매일 다른 대구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대구요리에 진심인데 요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곁들이는 감자도 굽거나 삶거나 튀기거나 대구와 함께 섞는 등 다양하게 변주된다. 대구요리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구와 감자요리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너무 흔해서 하찮게 생각하던 식재료지만 이런저런 방식으로 감자를 다뤄 보며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새해를 맞아 주변의 작고 흔한 식재료들의 숨겨진 매력을 좀더 찾아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 본다.
  • 누구에겐 쏜살같이, 누구에겐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아, 넌 대체 뭐니

    누구에겐 쏜살같이, 누구에겐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아, 넌 대체 뭐니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 어른이 됐으면 하지만, 어른들은 세월의 속도를 한없이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무엇일까. 중세 교부철학을 정립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을 때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설명하려면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시간에 관한 과학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시간의 과학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2018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이 1988년 내놓은 ‘시간의 역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부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로 과학 교양서의 이정표를 세운 책이다. ‘시간의 역사’에서 시작된 호킹의 이론은 호킹의 제자인 토마스 헤르토흐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교수가 쓴 ‘시간의 기원’(알에이치코리아)으로 일단락된다. 호킹은 양자물리학을 바탕으로 법칙이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법칙을 위해 존재한다는 ‘하향식 우주론’을 펼치며 ‘다중우주’ 문제를 풀어냈다. 우주와 시간에 대한 호킹의 독특한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현대물리학 이론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어진다.‘시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미래의창)은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일까,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뭘까 등 시간에 대해 우리가 궁금했던 점을 깊이 파고든다. 과학적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고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는 것은 있는가”와 같은 생각할수록 골치 아프지만 흥미진진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시간은 어쩌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살아 보니, 시간’(생각의힘)은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정모 펭귄 각종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시간에 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사람들은 과학에서는 시간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시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세 사람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과거·현재·미래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며,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기억’ 때문이며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라고 강조하며 시간을 이리저리 해부한다. 시간의 과학책들은 일관되게 “과거·미래에 연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모순된 행동”이며 “아픔, 상처, 아쉬움, 머뭇거림 등을 떨쳐내고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美 지한파 존슨 전 하원의원 별세… 日 위안부 사죄 결의안 공동 발의

    美 지한파 존슨 전 하원의원 별세… 日 위안부 사죄 결의안 공동 발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으로 30년간 활동하며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던 지한파 정치인 에디 버니스 존슨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8세. 존슨 전 의원은 간호사로 일하다 텍사스주 하원·상원의원을 거쳐 199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30년간 연방 하원 민주당 소속으로 15선을 지냈다. 간호사 출신 중 첫 연방 하원의원, 유색 인종으론 첫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미국 정계의 ‘벽’들을 허문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이크 혼다 당시 하원의원이 주도해 2007년 하원을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공동 발의했다. 결의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역사적 책임 수용 등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며 흑인과 소수 민족 학생들에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기회를 열어 주기 위한 옹호자였다고 AP 등은 전했다.
  • 올해 정책 키워드는 “역동경제, AI 주도권, 탄소 중립”

    올해 정책 키워드는 “역동경제, AI 주도권, 탄소 중립”

    최상목 “물가 안정·수출 회복 과제”이상민 “재난안전관리 시설 확충”조규홍 “의료개혁의 원년 삼겠다”강도형 “어촌 특구 민간 투자유치” 정부 부처를 이끄는 수장들은 새해가 밝으면 그해의 ‘정책 나침반’ 역할을 하는 신년사를 발표한다. 부처의 정책 철학과 방향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한다. 공무원들은 리더의 새해 일성을 업무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인다. 부처 수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올해 어떤 정책이 국민 삶에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봤다.●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장관은 ‘역동 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최 부총리는 “경제를 넘어 사회·과학기술·경제안보가 얽힌 복합 과제가 늘고 있다”면서 “혁신과 이동성이 선순환하는 역동 경제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올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는 ‘물가 안정’, ‘수출 회복’, ‘민생경제 회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계 부채 등 잠재 위험 관리’를 꼽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주도권을 따내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장관은 “초거대 AI 시장 선점을 위해 AI 고급 인재 양성과 규제 혁신에 나서고, AI가 가져오는 혁신의 과실을 국민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핵심 과제로 ‘지방소멸 대응’과 ‘현장 중심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을 꼽았다. 이 장관은 “저출산과 지방소멸 흐름이 가속화하고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신종·복합 재난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붕괴·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은 신속하게 안전시설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농식품 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 장관은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을 통해 농업을 혁신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청년이 찾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면서 “농촌을 국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 필수·지역 의료체계 확립을 통해 올해를 의료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약자 복지 2.0을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의 간병 걱정을 해소하며, 취약계층 소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구 위기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환경부 한화진 장관은 “기후 위기 시대에 글로벌 탄소 중립 질서를 선도하겠다”며 역할론을 부각했다. 한 장관은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사구시형 환경 정책,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환경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환경 서비스, 따뜻한 환경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노동 개혁’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임금체계 등 노동시장에 산적한 문제를 국민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약 근로자의 생계를 어렵게 하는 임금 체불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도 신년사에 담았다.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저출산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위해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낮추고, 일과 가정 양립에 힘쓴 ‘가족 친화 인증 기업’을 위한 혜택을 새롭게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강도형 장관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바다, 경제에 기여하는 해양수산’을 해수부의 새로운 비전으로 정했다.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강 장관은 “어촌 특구를 조성해 민간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고, 생활·경제·안전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은 ‘소상공인 지원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오 장관은 “소상공인 정례협의체를 신설해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겠다”면서 “노란우산공제를 확대하고 자영업자 고용보험 지원을 늘려 소상공인의 생업 안전망을 튼튼히 하겠다”고 밝혔다.
  • 물을 뿜으며 날아가는 소방 호스로 화재 진압한다 [와우! 과학]

    물을 뿜으며 날아가는 소방 호스로 화재 진압한다 [와우! 과학]

    매캐한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화재 현장은 보호 장비를 지닌 소방관에게도 매우 위험한 장소다. 따라서 소방관 진입 전에 내부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화재 진압도 도울 수 있는 소방 로봇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다만 1초가 급한 화재 현장에서 신속하게 건물 내부로 진입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제다. 바퀴나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로봇의 경우 각종 장애물이 있는 화재 건물 내부를 수색하는데 한계가 있고 드론의 경우 열에 취약할 뿐 아니라 크기가 작아 소화기나 물을 탑재해 화재를 진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 아키타 현립 대학 연구팀은 좀 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들은 소방 호스를 지닌 로봇이 아니라 아예 소방 호스 자체를 드론처럼 날 수 있게 만들었다. 초당 6.6리터의 물을 뿜을 수 있는 워터 펌프를 이용해 네 방향으로 물을 분사하면 공중에 호스와 펌프 유닛을 날릴 수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사실 강력한 워터젯 펌프를 이용한 워터젯 플라이보드처럼 충분한 수압만 있으면 사람도 워터 펌프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 따라서 소방용 펌프의 힘으로 이보다 가벼운 소방 호스를 날리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정확히 목표한 장소로 들어가 목표를 향해 물을 분사하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연구팀은 우선 두 개의 펌프 유닛을 지닌 4m 길이의 프로토타입 로봇을 만들어 플라잉 드래곤이라고 명명했다. 플라잉 드래곤 머리 부분에는 일반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연기가 자욱한 내부 환경에서도 건물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대 비행 높이는 2m 정도다. 모의 화재 진압 훈련에서 플라잉 드래곤 프로토타입은 카메라로 화재 현장을 확인하고 그 위에서 물을 분사해 불길을 잡는 훈련을 시행했다. 많은 양의 물 때문에 카메라의 화질은 좋지 않지만, 소방관 대신 건물 내부로 들어가 내부를 수색하고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실제 화재 현장에서 쓰기에는 길이가 너무 짧은 편이어서 길이를 더 늘리고 물 분사량도 높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화재 현장에서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당장에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해도 사람을 대신할 소방 로봇과 드론의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김정은 후대 챙기기 행보… ‘자애로운 지도자’ 강조 행보

    김정은 후대 챙기기 행보… ‘자애로운 지도자’ 강조 행보

    김정은, 새해 첫날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공연 관람학생 볼 다독이는 등 미래 세대 챙기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당·정 지도간부들과 학생들의 ‘2024년 설맞이 공연’을 관람했다고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학생 소년들의 2024년 설 맞이 공연이 1일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한 김 위원장이 과학, 예술 등 분야의 학생들 성과를 챙기고 축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북한의 미래세대를 챙기는 ‘자애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학생의 볼을 다독이는 행동을 두고 “사랑을 부어주시였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정책을 세우시여도 언제나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제일 먼저 세우시고 후대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기꺼이 따다 안겨주시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뜨거운 정과 사랑 속에 끝없는 행복을 노래하는 학생 소년들의 자랑이 뜻깊은 설맞이 꽃 무대에 펼쳐졌다”라고 썼다.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학생들의 창작한 과학 모형을 살펴본 뒤 “학생들의 두뇌 계발과 사유 능력을 높여주는 데에 원리교육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사회주의 건설에 써먹을 수 있는 산지식을 습득하도록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해나갈 데 대하여 말씀하셨다”고 했다. 앞서 연말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는 ‘학생소년들을 위한 사회주의적 시책 집행에서 책임성을 높일 데 대하여’를 의제로,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복과 가방·신발을 공급하는 것과 관련한 당 정책 집행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장과 노동당이 미래 세대를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새해 첫날에도 제9차 조선소년단 대회 대표들과 사진을 찍으며 후대를 챙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한편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이 향후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과 관련, “대남 대외 위기 조성을 통한 체제 결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방침과 적대적 입장 표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 [인사] 한양대학교

    [교무위원] ◇서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겸 산업융합학부장 이희정 △공공정책대학원장 겸 정책과학대학장 이호용 ◇ERICA △ERICA산학협력단장 겸 학술연구처장 이방욱 △총무관리처장 윤영학 [직원] ◇서울 △산학협력단 경영지원팀장 유연택 △공과대학 RC 행정팀장 권혁준 △사회봉사팀장 김은정 △한양인터칼리지 RC 행정팀장 김정수 △교육혁신팀장 문병선 △백남학술정보관 학술기획운영팀장 신남호 △노동조합위원장 신이식 △미래인재교육원 행정팀장 양주성 △커리어개발팀장 원장희 △캠퍼스안전팀장 이종원 △ 백남학술정보관 연구정보팀장 이충훈 △생활과학대학 RC 행정팀장 장유정 △산학협력단 연구전략기획팀장 지갑숙 △관재팀장 추복진 △국제교류팀장 정재훈 ◇ERICA △ERICA산학협력단 연구지원팀장 김현수 △소프트웨어융합대학 RC 행정팀장 문난향 △사회교육원 행정팀장 서동호 △ 사회봉사팀장 윤석만 △융합산업대학원 RC 행정팀장 이인덕 △예체능대학 RC 행정팀장 한상년 △경상대학 RC 행정팀장 이상근
  • 고위험 감수하는 국방 연구개발에 힘 실어준다

    도전정신으로 추진하는 국방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수행과정의 성실성과 도전성을 인정받으면 비록 연구결과가 실패하더 제재처분을 완화해 주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수행 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국방연구개발사업이 실패로 결론나면 향후 최장 2년간 연구개발 참여를 제한하거나 출연한 사업비를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결과 중심의 엄격한 평가체계는 연구자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 위주로만 연구를 추진하게 만들어 도전적 연구개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국방연구개발사업에는 무기체계·핵심기술·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무기체계·핵심기술 연구개발사업은 군 소요에 기반하기 때문에 개발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비교적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반면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은 군의 소요가 결정되거나 예정되지 않은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므로 보다 완화된 평가방법을 도입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국방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래도전국방기술 사례로는 리튬 전극 기술 개발, 생물학 무기 대응을 위한 백신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현재 나와 있지 않은 것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지난 12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며,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공포 3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 [최보기의 책보기] 진정한 자기계발법은 자연과학원리에 다 들어있다

    [최보기의 책보기] 진정한 자기계발법은 자연과학원리에 다 들어있다

    우리는 자연을 모른다. 자연이 책상이라면 우리가 아는 자연은 거기 어딘가에 찍힌 볼펜 점 하나에도 못 미친다. 꿀벌과 개미의 존재나 아는 정도지 그들이 짓는 집이 얼마나 치밀하게 자연과학적인지, 그들의 집단생활이 얼마나 정교하게 사회과학적인지는 거의 모른다. 그 사실을 파고들다 보면 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방대한 독서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학벌사회를 압도하는 변방의 지식인 노민호 선생의 독서후기에 따르면 지구 유지에 필요한 생물 중 가장 중요한 1위부터 5위는 ‘꿀벌, 플랑크톤, 박쥐, 곰팡이, 유인원’이다. 꿀벌은 세계 식량 70%의 수분을 담당하고, 플랑크톤은 산소의 절반을 생산한다. 박쥐가 없으면 인류는 바이러스로 인해, 열대지역 과일은 수분을 못 해 멸종당할 것이다. 곰팡이는 모든 동식물의 사체를 분해하고, 유인원이 사라지면 숲도 사라진다. 이 또한 자연이 가진 수천억 사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독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고로 사람의 삶과 죽음 역시 자연의 일부다. 이를 각성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면 그것이 해탈의 경지다. 자연은 주먹구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원리에 입각해 존재하고 지속한다. 그 원리를 깨닫고 따른다면 그것이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순리에 순응했던 사람이 대부분이다. 가장 뛰어난 자기계발은 『자연과학 10대 원리』를 깨닫는 것이다. 운동의 법칙은 관성법칙, 가속법칙, 작용반작용법칙이 있는데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 삼위일체 법칙이다. 나쁜 습관은 관성이 있어 스스로 강한 물리적 충격을 주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라고 우선 행동(Action)을 해야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이 따라붙으며 일의 속도가 빨라진다. 햄릿의 진검승부는 맞는 사람만큼 때리는 사람도 아픈 반작용이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공격의 시작은 수비임을 알아야 백전불태(白戰不殆)할 수 있다. 바둑에서는 이를 ‘아생후살타(我生後殺他)’라고 하는데 나의 바둑돌이 살아야 상대의 바둑돌을 잡을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23전 23승’에 빛나는 『난중일기』의 이순신 장군 역시 이 법칙을 철저히 따랐다. 자, 이제 에너지보존법칙(열역학 제1법칙)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순리적으로 적용되는지 알아보자. 『(교양인을 위한) 자연과학 10대 원리』를 구매, 소장하면서 틈틈이 정독함으로써 알아보자. 나의 승리는 적의 실수 때문이고, 적의 승리는 나의 실수 때문이다. 고로 적이 나를 살피듯이 내가 나를 살펴야 패(敗)함이 없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韓위안부 문제에 관심 가진 ‘지한파’ 에디 버니스 존슨 전 의원 별세

    韓위안부 문제에 관심 가진 ‘지한파’ 에디 버니스 존슨 전 의원 별세

    미국 연방 하원의원으로 30년간 활동하며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던 지한파 정치인 에디 버니스 존슨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8세. 흑인 여성인 존슨 전 의원은 간호사로 일하다 텍사스주 하원·상원의원을 거쳐 199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30년간 연방 하원 민주당 소속으로 15선을 지냈다. 간호사 출신 중 처음으로 연방 하원에 진출했고 유색 인종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미국 정계의 ‘벽’들을 허문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이크 혼다 당시 하원의원이 주도해 2007년 하원을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공동 발의했다. 결의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 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역사적 책임 수용 등을 촉구했다. 또 고인은 한일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도출 전인 2015년 7월 미주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 참석해 “처음에는 위안부에 대해 잘 몰랐으나 혼다 의원의 설명을 듣고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2013년엔 한미일 3국 의원회의 회원으로 정례 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2021년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한인회 주도로 열린 3·1절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한 조치를 반대하는 공화당에 맞서 자신의 위원장 직책을 활용했고, 흑인과 소수 민족 학생들에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옹호자였다고 AP 등은 전했다. 상원의원 재임 시절 같은 당 소속으로 의회에서 활동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고인이 보여준 우정과 파트너십에 감사한다”고 애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성명에서 “존슨과 함께 ‘블랙코커스’(흑인의원연맹)에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돌아봤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존슨은 선구자이자 혁신적 공직자였고, 전설적인 하원 블랙코커스 구성원이었다”고 회고했다.
  • [새해 인터뷰]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다양한 실력 미래꿈 펼치자”

    [새해 인터뷰]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다양한 실력 미래꿈 펼치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올해 교육정책의 지향점을 ‘다시, 교육의 본질’로 정하고 미래인재 양성에 나선다. 이 교육감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아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과정을 거쳤다”며 “새해에는 ‘다시, 교육의 본질’로는 기치를 걸고 다양한 실력의 싹을 틔우고 미래의 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은 오로지 아이들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하고 학생들이 꿈꾸는 삶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실력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다양한 교육환경 변화 속에서 광주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이교육감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다양한 실력을 길러주는 정책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창의성을 기르는데 교육역량을 집중한다. 다양한 실력을 키우고 배움의 깊이를 더하는 수업활성화 정책을 통해 기본 실력을 탄탄히 다지는데 주력하면서도 상상력,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독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창의적 독서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책으로’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책 읽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학교급에 맞는 독서·토론·논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청소년 특화 복합도서관을 설치하는 등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독서교육을 활성화한다. 인문교육 활성화도 병행 추진한다. 이 교육감은 “학생 만족도가 높은 고교의 365스터디룸을 학생자치의 장으로 확대하고 학생 발달과 학교급에 맞춰 중학교는 365캐리어룸, 초등학교는 365플레이룸을 새롭게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미래 산업사회에 대비한 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뜻도 전했다. 우선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한 특성화고 역량 강화, 학과 재구조화 사업, 지역산업 맞춤형 기술인재 양성 등을 통해 매력적인 특성화고를 만들겠다”며 “광주AI교육원 설립 추진, 미래교실인 AI팩토리 구축, 코딩교육을 위한 피지컬컴퓨팅 교구 구입, 전자칠판 설치, AI 기반의 교수학습 플랫폼 구축 등 미래교육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이 교육감은 세계화 교육 강화에도 의지를 드러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5·18의 가치를 함양한 세계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글로벌 리더 세계 한바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초등학생은 동네 한바퀴, 중학생은 팔도 한바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다문화 교육분야는 “교육국제화특구 사업과 연계해 다가치센터 운영을 활성화하고,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및 한국어학급을 확대하겠다”며 “광주글로벌교육센터를 운영해 단위학교의 국제교류, 다양한 국제도시와 교육교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며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이 본격 출범해 다양한 시민협치 사업을 추진하고, 자치단체 및 지역 대학과 연계한 교육협력 사업 등을 통해 광주교육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 자택 3층서 떨어져 사망?…친푸틴 정치인 의문의 죽음

    자택 3층서 떨어져 사망?…친푸틴 정치인 의문의 죽음

    지난 2022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호적이었던 한 젊은 정치인이 이상한 죽음을 맞았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러시아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블라디미르 이고로프(46) 의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고로프 의원은 이날 러시아 중부 토볼스크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 앞 안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3층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러시아 현지 보도 내용 때문이다. 다만 관할 경찰은 "시신에서 타살 등의 징후는 보이지 않으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숨진 이고로프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석유가 풍부한 토볼스크에서 부유한 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016년 부패 스캔들로 인해 물러났던 그는 2020년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친푸틴 정치인으로도 꼽혀와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다가 의문사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상한 죽음을 맞은 러시아의 유력인사들은 한 둘이 아니다.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이사회 의장 블라디미르 네크라소프(66)가 갑자기 사망했다. 그의 죽음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임자들 역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2년 5월에는 루크오일의 최고경영자였던 억만장자 알렉산더 수보틴이 모스크바 미티시치에 위치한 한 무속인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이어 같은해 9월에도 루크오일 이사회 의장 라빌 마가노프(67)가 모스크바의 한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CNN등 서구언론은 루크오일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촉구한 몇 안 되는 러시아 기업 중 하나라도 짚었다. 이밖에도 여객기 안에서 알 수 없는 병세를 보인 끝에 숨진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 표트르 쿠체렌코(46), 일명 ‘소시지 재벌’로 불리던 파벨 안토프(65), 러시아 부동산 재벌 드미트리 젤레노프(50), 러시아 모스크바항공대학 총장을 지낸 아나톨리 게라셴코(73) 등등 많은 러시아 인사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 함평군,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 시동

    함평군,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 시동

    함평군이 ‘인공지능(AI) 첨단 축산업 융복합 밸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전라남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공공승마시설 지원사업에 함평군이 선정돼 국비 8억과 지방비 12억 등 사업비 20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함평 공공승마장은 2025년까지 대동면 운교리 9200㎡의 자연생태공원 부지 일대에 4700㎡의 실내외·원형 승마장 3개소와 클럽하우스 1개소, 마사 1개소, 말 25마리, 말 보행기 1대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공공승마시설 지원사업은 함평군의 ‘인공지능(AI) 첨단 축산업 융복합 밸리 조성’ 계획 일환인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함평군이 농식품부에 신청, 마사회의 현장심사 및 발표평가 등을 거쳐 선정됐다. 함평군은 공공승마시설 지원사업 추진에 따라 경기용 승마장과 승마길, 말 복합문화관, 힐링 치유공원, 말 전문 병원 등을 갖춘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 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남도와 함평군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첨단 축산업 융복합 밸리’ 조성사업은 국립축산과학원과 연계해 가축사육과 연구, 가공, 산단 조성,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5천억 규모의 사업으로 ‘말 문화 힐링 복합공원 조성’이 포함돼 있다. 박도환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함평에 공공승마장 사업비를 확보함에 따라 ‘말 문화 힐링 복합 공원 조성’에 한 걸음 더 내디뎠다”며 “앞으로 정부 공모사업에 적극 대응해 함평을 명실상부한 축산 힐링·치유 테마파크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뛰놀 시간 부족한 아이들… 친구 맺고 싶은 마음 재치 있게 담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뛰놀 시간 부족한 아이들… 친구 맺고 싶은 마음 재치 있게 담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동화를 쓴다는 것은 단지 어린이 인물을 화자 삼아 어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아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와 새롭게 마주치는 경험을 얻을 때 작품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먼저 작가의 마음이 작품에 담겨야 한다. 올해 본심에서 논의된 응모작은 총 5편이었다. ‘어쩌다 보니’는 획일화된 반복 학습으로 마치 인공지능 로봇처럼 자라는 오늘날 어린이의 모습을 서늘하게 비춘다. 다만 어린이 독자보다는 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더 도드라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나의 할머니, AI할매’는 어린이와 사물 사이의 유대감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으나, 할머니의 형상이 다소간 전형성 안에 머물렀다. ‘나는 너의 미지수X’는 수학·과학에 빠진 어린이가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재밌게 풀어냈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을 사랑하는 이유가 서사적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앵, 탁!’은 모기 잡는 어린이의 일상을 유쾌하게 형상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야기와 세계의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쓰리라 기대한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윤호 구하기 대작전’은 친구를 맺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재치 있게 그려 냈다. 특히 두 인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천천히 우정이 샘솟는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점이 돋보였다. 마음껏 뛰놀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 어린이들을 동화의 형식을 통해 구해 내고 싶은 작가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전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 미래는 죽은 사물의 시간- 안태운·황유원의 시(①)/박민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평론]

    1. 멸종위기종 낭송하기 랩스 프린지 림드 청개구리(Ecnomiohyla rabborum)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 포오울리(Melamprosops phaeosoma) 크리스마스섬집박쥐(Pipistrellus murrayi) 콰가(Equus quagga quagga) 세실부전나비(Glaucopsyche xerces)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 타이완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brachyura)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중에서 멸종위기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이 호명이 꽤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선언과 낭송의 효과이자 맹점일 것이다. 위 시에서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명칭이다. 우리가 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는 때 “크리스마스섬집박쥐”나 “세실부전나비”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러브버그’(Lovebug)나 ‘빈대’(Bedbug) 따위는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러브버그의 충격이 두 계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빈대가 기승이고, 이 벌레들은 인간의 생활권 내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가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인간종이 이들의 박멸을 궁리하면서 동시에 멸종을 걱정하는 일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낭독의 대열에 ‘각다귀’나 ‘깔따구’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다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것이, 각다귀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크기도 커서 ‘왕모기’로 종종 오해받는데, 기존 인간의 편의대로 손쉽게 구분해 보자면 각다귀는 일단 익충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 각다귀를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고전문학에서 각다귀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 탐관오리와 같은 부정적 대상으로 비유돼 왔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고, 어느 생물종의 유해함과 무해함을 나누는 기준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불과하다면 이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지목됐으나 실제로 깔따구 유충은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에 해당한다. 또 인간의 편의대로 분류해 보자면 깔따구 역시 익충인 셈인데 여기서 다시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질문은, 깔따구는 왜 매번 인간종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일 것이다.(②) 벌레는 그 개체수만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지구를 점유하고 있는 종에 가깝다. 이 실질적 지배자들에 대한 익충 혹은 해충으로의 분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다. 위 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해야 할 종들을 열거하는 ‘낭독’의 방식은 분명 선언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열에 끼지 못한, 호명되지 못한 나머지 존재를 누락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1000조에서 1경 마리의 곤충이 존재하지만, 수십 년 안에 사라질 멸종위기종 중 절반은 곤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③) 이 글은 위 시에서의 선언의 정치성이나 효과,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시인들 사이에서 릴레이처럼 수행되는) 호명과 열거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환기하자는 의도에 가깝다. 기실 최근 안태운의 시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종을 ‘당신’으로 호명하며 그 존재의 희미해지는 몸짓을 기억하고, 복구하고, 기록하고자 시도하면서 사유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기억 몸짓’) 그러나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벌레 같은’ 류의 비유(“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벌레 같은’이라는 관용구를 그 뜻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당신”, 황유원, ‘밤의 벌레들’)가 작동하는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인간이 벌레에게 빚진 바를 우리는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입 카프카의 벌레로의 변신 모티프는 꽤나 강렬해서 인간과 벌레를 둘러싼 상상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이 모티프는 이후 세대의 문학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인간종과 벌레종의 교점에 관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카프카 문학과의 상호텍스트적 접목을 자주 시도했던 김행숙의 경우 변신 모티프를 아래와 같이 전유한 바 있다. 벌레의 굴욕인가, 밟아도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휴머니즘의 진부한 레퍼토리인가. 벌레로서의 벌레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55킬로그램의 인간* 그레고르 잠자는 왜소했으나, 55킬로그램의 뼈와 살과 피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 이 거대한 벌레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경악의 외마디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외계의 생명체를 본 것이다. 당신은 온 우주에 뉴스를 전파하고 싶지만, 공포와 흥분으로 전신이 떨리고 특히 턱이 빠질 듯이 달달달달 떨리게 된다. 나는 완벽한 벌레의 꿈이다. *55kg은 1920년 7월 29일 자 카프카의 몸무게다. (…) ―김행숙, ‘변신’(‘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부분 위 시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가 결국 벌레로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을 전복시켜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55킬로그램의” “거대한” 벌레가 오히려 가족을 내쫓고 공간을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카프카적 사건 혹은 계기라 할 수 있는 인간종의 벌레종으로의 변신은 이 시에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 작용으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벌레의 행위는 들뢰즈-가타리적인 ‘동물-되기’, 즉 ‘탈영토화’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 방식으로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화된 벌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멀리 가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진짜 ‘벌레’는 실종했다. 그리고 벌레 덕분에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졌지만 비인간으로서의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간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해충을 박멸하자는 입장이나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고려해 적절히 잘 이용하자는 입장 모두 곤충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가 예고돼 있다. 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④) 곤충종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혐오라는 상이한 정동은 모두 곤충의 입장에서는 그 개체의 죽음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는다. 어떤 개체에 대한 이 도구적 쓰임은 한편으로 근대적 인간에 대한 회고, 자기 생산물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했던 어떤 소외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 곤충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외된 벌레종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할까. 낭송은 아름답고 낭독은 선언적이지만 이는 다시 존재들의 경계를 부각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2. 개미와 여치의 음악성에 대해서라면, 황유원은 뭘 좀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황유원은 꽤나 전문적으로 이를 향유할 줄 안다. 유해와 무해라는 인간의 기준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어떤 의지는 때로 어떤 생물종에 유해하다. 인간의 아무 의지도 개입시키지 않고 소리의 배치에 주목해 보면, 슬플 때 슬퍼할 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미에게는 개미의 블루스를 여치에게는 여치의 블루스를 ―황유원, ‘블루스를 부를 권리’ 부분 쇤베르크 이래로 ‘소음’으로 여겨졌던 불협화음이 자유를 얻으면서 이후 소음 자체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 존 케이지는 ‘4분 33초’의 침묵 역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소음으로 치부돼 오던 것들이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후 피에르 셰페르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기도 한다. 기존 음악에서 노이즈는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셰페르는 소음 자체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인간-청자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의 언어 및 인간의 음악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들에게도 그들의 언어와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여름 매미의 노이즈가 인간의 귀에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각적 신호를 통해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황유원은 그것이 개미의 블루스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거주 공간은 무균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몸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봉쇄된 육체가 아니라 세계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봉쇄가 해제된 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⑥) 이러한 존재들의 열림과 마주침, 얽힘에 대한 사유는 이 수많은 존재들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물종의 고정된 경계가 없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애나 칭의 주장은 이 때문에 퍽 설득력 있다.(⑦) 황유원은 ‘밤의 벌레들’에서 인간이 불을 켜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을 배치를 상상한다. 가령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지,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을지,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벌레들의 평화로운 배치가 깨지는 건, 단지 인간이 그 공간에 불을 켜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일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세계와 회통하고 있으므로 서로의 배치에 얼마간의 방해와 간섭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의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한 벌레의 생경한 낯섦이라는 감각에 우리가 그간 얼마나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에 대한 각성이다. 하지만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 역시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 체계 내에서만 비롯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일 것이고,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감정이나 감각을 익숙한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비인간에 인간화된 관점을 투영할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때 환원된 것이 개념 자체인지, 아니면 비인간의 행위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재현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인간화된 생경함과 놀라움이 벌레 입장으로 치환된 것은 평화로운 배치 상태를 깨는 인간의 침입이라는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즐기는 개미와 여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아영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비화되지 않은 조우로서 유계영의 시 ‘두고 왔다는 생각’을 사례로 든다. 이 시에서 개는 세계의 표면과 이면의 차이에 몰입해 있는, 사색하는 철학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이때 종 차별주의의 핵심적인 기준인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계영 시의 ‘사색하는 개’가 갖추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에 도취되어 있”(‘두고 왔다는 생각’)는 사람과 개는 “애정의 경제로 묶여 있지 않으며, 섣부른 접촉으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고요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이 의미 없어지며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역시 긴장을 잃는다고 인아영은 주장한다.(⑧) 그런데 이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는 물어볼 것도 없이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카페여야 할 것이며 이 카페에 입장하는 순간 개는 카페의 규율에 내재(종속)된다. 개와 인간이 ‘사색’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 차이가 쉽게 무화될 수 있는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때 인간의 지위 혹은 동일한 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개의 ‘사색’이 과연 개의 고유한 특성이자 개의 일, 그러니까 개가 해야 할 일인 것일까. 애나 칭은 인간과 유기체의 배치와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 “그들(비인간-인용자)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어 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⑨) 개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개가 인간적인 사색을 거듭하는 것, 개와 인간의 공생을 개를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핵심에서도 멀어지는 방식이다. 3. 소진하는 인간, 공터의 흰 개 안태운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는 착각을 초래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출된 상태를 문제시한다. 동물과의 공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낯익은 ‘장면’이 어쩌면 인간의 의식화된 ‘풍경’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획 의도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인간과 비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수행되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퍼포먼스의 중지는 인간화된 의도가 노출되는 지점이자 그 공허함이 발설되는 문제적 대목이 된다. 안태운은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길 뿐이라는 인간-동물 간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인간적인 모종의 어떤 열망이 개입된 것임을 감지하고, 이 연출된 장면을 메타적 관점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개의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공터’로 개를 데리고 간 안태운의 경우를 보자. 흰 개가 있어.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한다. 흰 개는 나의 개이자 공터의 개 그러므로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하지. 산책하며 서로 사라지기도 하지. 나는 흥얼거리며 흰 개를 두고 달렸다. 흰 개는 나를 따라 달렸다. (…) 나는 공터를 산책하고 있지. 공터를 돌면서 흥얼거린다. 공터의 흰 개, 사람들의 흰 개 그러니 나는 흰 개와 멀어져서 공터를 돌고 있다. 흰 개가 없으니 빨리 달려도 괜찮아 (…) 문득 내 뒤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게 슬퍼졌지. 아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게 낯설었다. 흰 개는 어디에 있나. 나는 흰 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잊었으려나. (…) 흰 개는 공터를 돌았어. 공터를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공터를 벗어나자 흰 개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태운, ‘흰 개를 통해’ 부분 위 시에서 공터의 개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에서 나와 흰 개는 명백히 인간과 비인간이 행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행하거나 지위를 바꿔서 패러디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개별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공터’라는 사회적 장으로 나왔을 때 이들은 사람과 개로서 행할 수 있는, 혹은 기대되는 코드화된 행위들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된다. 공터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기대에 노출된다. 인간과 개가 행위하는 특성으로 규정지어진 이 공터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특정 행위만을 요청한다. 이제 ‘공터’는 특정 목표의 전시장이 되고 때문에 공터에서 할 일은 말 그대로 공터에서 ‘할 수 있는’ 일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인간-비인간이 공터에서 행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은 공터가, 혹은 공터를, ‘가능하게 하는 일’뿐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간-비인간의 공생일까. 이에 대해 안태운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하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흰 개가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가는 장면에 주목해 보자. 송현지는 이 시에 대해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우화”로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10) “흰 개가 더이상 자신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이미 세계 밖으로 사라진 비인간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태운은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비인간의 거주지를 “세계 밖”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인간 존재의 육체나 물질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념적 차원의 해방에 불과하다. 비인간은 왜 그들의 구체적 삶의 공간, 즉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때 그들이 사라질 수 있는 세계 밖은 과연 어디인가.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 옆 사람을 텅 비우는 공터, 계속 걷자 공터를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안태운, ‘공터를 통해’ 전문 앞서 살펴본 시 ‘흰 개를 통해’와 위의 시 ‘공터를 통해’는 서로를 반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공터”와 “옆 사람”, “흰 개”, 그리고 “나”는 한때 “있었”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은 “공터”와 “흰 개”이고, 남겨진 것들은 “나”와 “옆 사람”이다. 그런데 공터와 흰 개를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옆 사람”과 “나”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옆 사람은”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낸다. 앞서 옆 사람이 나를 위로하며 “쓰다듬었”기 때문에 이때 “엎드린 흰 개”를 “나”에 대입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공터와 흰 개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명 “나”와 “옆 사람”이지만 이들은 공터를 공터이게 했던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무의미한 행위만이 부각되고 오히려 행위의 의미는 지워진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주목해 보면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벗어난 “흰 개는”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간다. 공터가 사라지자 흰 개도 사라지고, 공터에서 벗어나자 흰 개도 흰 개의 행위를 벗어난다. 이 장면은 베케트 부조리극의 소진된 인간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의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로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지 않고 가능한 것과 유희”하는 인물들을 가리킨다.(11) 안태운의 시는 베케트 극의 인물들처럼 의미 없는 행위를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공터와 인간과 비인간에게 요구됐던 행위를 점검하고 재사유하게 한다. 이 무의미한 반복은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텅 빈 행위가 지속되는 공간이 돼 버린 기이한 공터의 작위성을 가시화한다. 존재는 지워지고 행위만 남아 있는 공간, 이것이 공터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소진하는 인간은 공터를 말 그대로 ‘빈’ 공터의 장으로 재진입시키고 공터의 잠재적 역량을 추동한다. ‘가능한’ 공터의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림으로써 공터는 “인간 너머의 드라마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인간의 자만심을 해체하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애나 칭에 의하면 풍경은 역사적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활동적이다. “풍경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보면 세계 형성에서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12) 안태운의 시에서 소진의 의미는 결국 잠재적 공터, 무엇이 실현되기 이전의 공터, 인간과 비인간이 무엇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결정하기 이전의 공터를 복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를 위한 재귀적 움직임이다. 4. ‘공통 세계’의 주민들-듣는 법 연습하기 황유원은 ‘침대벌레’에서, “파리 배낭여행” 중 ‘나’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가 “나 없는 침대에서 배를 빵빵히 불린 채/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을 모습”을 “자꾸 마음속에 그려” 본다. 피부에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흡족한 이미지”로 침대벌레를 연상하는 ‘나’는 이를 루브르박물관의 온갖 명화들보다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내 피를 먹고 배가 빵빵한 벌레의 모습을 “내 머릿속 한구석에 걸려 있”게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침대벌레”이면서 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벌레는 벌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 것일까, 후에도 ‘나’는 가끔 이 기억에 숙면을 취한다. 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나 그 가능성으로 점치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이 흡족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가령 이 흡족함이 ‘공통 세계’(13)의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가정은 어떨까. 배부른 벌레의 휴식과 그에 대한 나의 이상하리만치 계속되는 연상을 인간과 비인간종의 필연적인 마주침의 흔적 정도로 볼 수 있다면, 공통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무균실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교차하고, 서로를 침범하면서 같은 공통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인 것이다. 앞서 보았던 ‘밤의 벌레들’의 후반부를 ‘밤의 풍경들’로 치환해 다시 읽어 보자. 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을 뒤에서/옆에서 앞에서/ 감싸고 있던 그/ 그윽한 고독과 어둠을/ 그 어둠의 우월함에 대해 한번 말입니다/ (…) / 당신은 거실에서 혼자 눈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 / 사라지는 음악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보지만/ 그 음악은 이미 찬바람의 손에 잡혀 갈가리/ 찢겨진 후……/ (…) /그러니 한번 두 눈을 감고/ 이미 다 사라져버린 벌레들을 마음속으로 뒤쫓아가/ 그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벌레가 되어/ 벌레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져봅시다/ 벌레의 내장 깊은 곳에 조금은 남아 있을 어둠을 찾아/ 그 속에 들어앉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 아까 듣던 그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들어봅시다 ―황유원, ‘밤의 벌레들’ 부분 황유원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벌레의 황망함을 인간의 입장에 대입해 보기를 권한다. “어둠 속 고독”의 상태에서 밥 대신 깨끗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순간 찾아온 느닷없는 침입이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도 없이 “갈가리” 찢겨지고, “사라지는 음악”에 대해 벌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황유원은 그러니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깊이 공감해” 보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가 되어”, 벌레가 처한 사태를, “벌레의 절망감”을 “나눠 가”지고, 아직 소멸하지 않았을 벌레의 어둠과 고독과, “떨림 속에서” “듣던 그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것이다. 인간과 벌레는 결국 일정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공통 세계의 주민들이다. 공통 세계의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방식을 방해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내 왔고, 또 어떤 존재들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지하게 됐을 수도 있다. ‘배치’가 “존재하는 방식이 모인 것”(14)이라면 이 시에서의 ‘밤의 배치들’에는 벌레뿐만 아니라 불을 켠 “당신”은 물론 이 사태를 전달하는 화자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주거지를 조금씩 침범하면서, 또 조금씩 오염시키면서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존재들은 복수의 리듬과 존재 방식을 형성한다. 존재들이 일으키는 각자의 리듬과 각자의 음악은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이 “다운율의 배치를 연구”함으로써 배치를 “거주 적합성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15) 쇤베르크는 흔히 다성음악을 지칭하는 ‘폴리포니’(polyphony)의 원리에서 화성법의 해방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는 관습적 화음의 폐기가 동반돼야 가능한데, 이때 불협화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화음은 더욱더 ‘폴리포니적’이 된다.(16) 방금 떠난 벌레의 “떨림”을 잊지 않고, 벌레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음악과, 복수의 음악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조율해 가면서 밤의 배치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듣는 법을 연습”(17)해야 한다. 5.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 “안데스산맥에서 케추아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앞에,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미래는 뒤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긴다.(18) 이는 인간의 오래된 관습적 시간관을 뒤집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작동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인식 체계나 방법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놀라워,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느 가을, 당신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 / 어느 여름,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학생을 보며 그는 내 과거가 아니라 조카의 미래라고 문득 여겨졌고/ (…) / 어느 봄, 옛 기억 속 장면에서는 나를 삼인칭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여름, 끝말잇기를 하는 인간/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알았다/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았다/ (…) /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몸짓들/ 다르고 같다는 걸 알았다/ 같고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 속에서 어느 날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고 생각하니/ 드넓어지는 마음을 알아챘다/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 하염없었다/ 그것/ 흐르는 강물/ 둘레/ 산란과 예감/ 탄성/ 감각들/ 우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온다/ 기척이 스민다 ―안태운, ‘기억 몸짓’ 부분 ‘나’는 나의 과거와 유사한 기억 혹은 장면과 대면하지만 아이를 알고부터는 그것이 나의 과거가 아닌 아이의 미래로 대체된다. 세계의 중심에 아이가 자리하면서부터 “기억 속 장면”에서 ‘나’는 “삼인칭으로 인식”되고 미래의 모든 계절은 아이의 시간, 아이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미래의 아이는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아 간다. 이에 더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공통 세계의 “존재”들을 알아 갈 것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존재들의 “다르고” 또 같은 “몸짓들”, “같고”도 다른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할 수 있고,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하는 그 마음은 “하염없”다. 분명 안태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안태운은 시간의 운동성, 즉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이처럼 안태운이 그리는 미래는 어딘가 재귀적이다. 돌은 걸어갔다, 물론 어느 식당에서건 떠나서. 풍경을 보면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옆에 있다고 깊이 지각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말 걸고 싶기도 했다. 그중 척삭동물문이며 조강인 까치가 마음에 남아 말 걸고 싶었다. 으흠, 흐음. 까치의 부리와 발가락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윽고 돌은 생각했다. 그 부리와 발가락을 쥘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놔줘야지, 하고 혼잣말했는데…… 기억하는 게 미래 같았다. ―안태운, ‘돌과 구름’ 부분 미래는 ‘추측’을 통해 현재에 들어온다. 시간의 이러한 사유 방식은 추측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의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미래는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안태운은 이 “살아 있는 미래”(19)를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세계와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돌”로서 사유하고, ‘풍경’을 인식하고, 공통 세계의 주민들을 “귀여워”하면서, “말 걸고 싶”어 하면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촉은 ‘생각’만으로 접어 두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미래”로서 “기억”한다. 이것이 안태운이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로서의 “미래”를 기꺼이 증식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콘에 의하면 ‘미래’는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것(to survive)이면서 생명을 넘어서는 것 혹은 삶을 넘어서는 어떤 것(super+vivre)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재와 관계하는 것, 즉 다른 죽음, 다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20) 시인은 미래의 ‘죽은 사물’이 될 시를 현재의 지평에서 생성한다. 이 ‘죽은 사물’은 시가 끝나도 계속 날아간다. 어쩌면 시가 내재한 뜻밖의 물질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나는 그만 이 시를 끝내지만/ 이 시는 끝나고도 계속 날아가고 있다/ 밤의 행글라이더는 밤의 행글라이더”, 황유원, ‘밤의 행글라이더’) ①안태운의 시는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 외에 ‘시보다 2022’(문학과지성사, 2022), ‘시보다 2023’(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발표한 작품 역시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황유원의 시는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3)에 수록된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하 본문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시의 제목만 밝힌다. ②박현주, ‘천하무적이던 곤충이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다’, 우리교육(2023년 가을), 76쪽. ③우리가 그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멸종을 일컫는 용어는 ‘센티넬라 멸종’(Centinelan Extinction)이다. 위의 글, 77~81쪽 참조. ④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 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곤충,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닭고기보다 높아…’, 나침반 36.5도(2023년 9월호), ㈜삼십육점오커뮤니케이션즈, 104쪽. ⑤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 작업실유령, 2019, 179~185쪽 참조. ⑥김홍중,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54집 제3호, 한국사회학회, 2020, 177~180쪽 참조. ⑦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⑧인아영,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 문학동네(2022년 봄호), 129쪽. ⑨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10)송현지,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안태운론’, 2023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정은출판, 2023.(11)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6쪽. (12)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71쪽. (13)스티븐 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1, 118쪽. (14)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58쪽 각주. (15)위의 책, 279쪽. (16)테오도르 W 아도르노, ‘신음악의 철학’,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012, 96~97쪽 참조. (17)애나 칭은 “통일된 화음”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다운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운율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선율을 따로 듣고 그 선율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화음이나 불협화음으로 합쳐지는 것 또한 모두 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처럼 우리는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 배치가 존재하는 개별 방식을 주시함과 동시에 산발적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조율을 통해 그 선율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 (18)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 250~251쪽. (19)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331쪽. 콘은 생명과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퍼스의 “살아 있는 미래” 개념에서 끌어와 사유한다. ‘미래’에 관한 논의 중 일부는 이 책의 6장 ‘살아 있는 미래(그리고 죽은 자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참조했다. (20)위의 책, 370~373쪽.
  • 누구에겐 빠르고, 다른 이에겐 느리게 가는 시간의 비밀

    누구에겐 빠르고, 다른 이에겐 느리게 가는 시간의 비밀

    2024년 한 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 어른이 됐으면’하는 마음을 갖지만, 어른들은 반대로 ‘한 일도 없이 한 해가 지났네’라면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아쉬워한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중세 교부철학을 정립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을 때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설명하려면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시간에 관한 과학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시간의 과학자’라고 하면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2018년 타계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이 1988년 내놓은 ‘시간의 역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로 과학 교양서의 이정표를 세운 책이다. ‘시간의 역사’에서 시작된 호킹의 이론은 호킹의 제자인 토마스 헤르토흐 벨기에 루벵 가톨릭대 교수가 쓴 ‘시간의 기원’(알에이치코리아)으로 일단락된다. 호킹은 빅뱅과 시간에 관해 연구하던 중 ‘다중우주’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에 그는 양자물리학을 바탕으로 법칙이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법칙을 위해 존재한다는 ‘하향식 우주론’을 펼쳤다. 우주와 시간에 대한 호킹의 독특한 상상력과 함께 어려운 현대 물리학 이론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시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미래의창)은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일까,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뭘까 등 시간에 대해 우리가 궁금했던 점을 깊이 파고 든다. 과학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은 환상에 불과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도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고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는 것은 있는 것이겠느냐는 같은 생각할수록 골치 아프지만 흥미진진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시간은 어쩌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살아 보니, 시간’(생각의힘)은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박사, 이정모 펭귄 각종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시간에 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사람들은 과학에서는 시간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시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세 사람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과거-현재-미래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며,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기억’ 때문이며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라고 강조하며 시간을 과학적으로 이리저리 해부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이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미래에 연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모순된 행동”이며 “아픔, 상처, 아쉬움, 머뭇거림 등을 떨쳐내고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점이다.
  • “두 볼을 다독여주시며 사랑을 부어주셨다” 北, 김정은 새해 첫 행보 소개

    “두 볼을 다독여주시며 사랑을 부어주셨다” 北, 김정은 새해 첫 행보 소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진행된 ‘2024년 설맞이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학생들이 창작한 과학 모형을 살펴보며 “학생들의 두뇌 계발과 사유 능력을 높여주는 데서 원리교육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시면서 사회주의 건설에 실지 써먹을 수 있는 산 지식을 습득하도록 교육내용과 방법을 혁신해나갈 데 대하여 말씀”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후대를 직접 챙기는 모습은 ‘자애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앞서 2023년 마지막 날 김 위원장은 신년 경축 대공연을 관람 중 딸 김주애의 왼쪽 볼에 뽀뽀하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당시 모습을 지켜본 북한 인사들은 이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통신은 김 위원장이 학생의 “두 볼을 다독여주시며 사랑을 부어주셨다”, “그들의 창창한 앞날을 축복해주셨다”,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셨다”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또한 “후대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기꺼이 따다 안겨주시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뜨거운 정과 사랑속에 끝없는 행복을 노래하는 학생소년들의 자랑이 뜻깊은 설맞이꽃무대에 펼쳐졌다”라고도 소개했다. 통신은 “공연을 통하여 관람자들은 주체의 붉은 당기 아래서 후대들이 지덕체의 나래를 활짝 펴고 앞날의 조선을 떠메고나갈 계승자들로 꿋꿋이 자라나고 있는 현실은 강국의 가장 긍지스럽고 힘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 어린 세대를 통한 전통의 계승을 강조했다. 이날 공연 관람에는 당·정 고위간부와 노동당 중앙위 직원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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