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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부산 1시간43분… 통근생활권

    서울~부산 1시간43분… 통근생활권

    2020년 열릴 전국 ‘KTX 90분 시대’는 전 국토의 단일 도시형 경제권 통합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속철도 비수혜 지역으로 꼽히던 인천·포항·강릉 등의 지역에도 시속 250㎞ 안팎의 KTX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43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1일 생활권에서 반일 생활권, 다시 통근권으로 지역 간 거리가 좁혀지는 셈이다. 1일 국가경쟁력위원회와 국토해양부 등이 내놓은 전략안에 따르면 이번 고속철도망 확충계획은 ‘X자형’과 ‘ㅁ자형’의 결합 형태를 띤다. 주요 거점 지역을 KTX로 잇고, KTX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에선 철도 노선 개량화 등을 통해 시속 230㎞ 수준의 고속열차를 운행한다는 복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전략을 통해 철도 중심 교통·물류체계로 전환돼 지역의 접근성을 높여 지역 균형발전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폭의 운행시간 단축으로 정부가 꾀하는 것은 지역발전과 철도중심 교통체계 전환이다. 올 10월 시행 예정인 역세권개발 촉진법이 전제 조건이다. 자치단체장 등이 지자체의 조례에서 규정된 역세권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50%까지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역세권을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대량·고속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는 2020년이면 교통·물류의 패러다임은 철도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KTX로 접근성이 개선되면 공장·기업의 입지 선택 폭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기업 주도로 지방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등이 권역별로 이뤄지는 이른바 ‘백화점식’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따른 부작용도 차단될 전망이다. 나아가 정부가 내세우는 저탄소 녹색 성장의 기반이 구축되는 효과도 가져온다. 2007년 31만명에 불과했던 하루 철도 이용객도 2025년에는 77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촘촘한 KTX망 구축에 따라 접근성이 개선되면 연간 91조원의 지역 총생산이 추가로 발생하고, 2020년까지 23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7조 5000억원대 사회적 편익과 1164만t의 이산화탄소 저감도 기대되고 있다. 장밋빛 고속철도망 구축 계획 이면에는 134조원대 예산 확보라는 난제가 숨어 있다. 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연간 4조원의 철도 투자 예산을 2012년부터 6조원으로 늘린다. 또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독점한 고속철도 건설·운영주체를 다각화해 수익형(BTO) 민자방식을 철도망 구축에 접목할 방침이다. 일반철도나 고속철도에 수익형 민자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궤도시설과 차량시설, 운영 등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자방식으로 건설된 도로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건설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이 불거진 만큼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KTX 정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지역 의료계와 상권은 서울의 대형 시설로 고객이 몰린다며 벌써부터 철도망 확충을 경계하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新 차이나 리포트] ③ 2·3선 도시사람들

    [新 차이나 리포트] ③ 2·3선 도시사람들

    중국시장(市長)협회는 최근 ‘2009년 중국 도시발전보고서’를 통해 2020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선진국의 도시화율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의 도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1선 도시’로 꼽히는 베이징, 상하이 등과 함께 중국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2, 3선 도시’의 도시민들을 통해 달라지는 중국인들의 삶을 살펴봤다. ■고속철도와 중국인 광저우에 사는 왕티란(王體蘭·57)은 한달에 2~3번은 우한(武漢)의 아들 집에서 주말을 보낸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자니 가격이 비싸고, 일반 열차를 타면 12시간 정도 걸리는 탓에 자주 찾지 못했지만 지난해 말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달라졌다. 3시간이면 광저우에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왕티란은 “일반 열차에 비해 가격이 300~400위안 정도 비싸지만 빠르고 편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광저우~우한 간 고속철도는 시험 운행 당시 최대 속도 394.2㎞/h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중국의 도시화 전략은 개별형 개발에서 네트워크형으로 바뀌었다. 특정 도시를 중점적으로 키우는 것에서 벗어나 구역 내 도시가 함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규모 교통·물류 시설 정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고속 열차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2012년까지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미 중국인들의 생활은 목표에 근접해 있는 듯 보였다. 한국에서 서울~대전을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있듯, 톈진에 살면서 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류 관련 일을 하는 차오허(曹鶴·25)는 “29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베이징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 보다 낫다.”고 말했다. 중국 과학원의 최근조사에 따르면 베이징의 평균 출근 소요시간은 52분이었다. 고향에 가기 위해 24시간, 36시간 기차를 탔던 경험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이 됐다. 편명 ‘D’로 시작하는 고속 열차가 가져온 작은 혁명이다. 시속 200㎞대로 운행돼 ‘고속’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구간도 있지만 기존 열차에 비하면 역시 빠르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고속열차 도입과 함께 새로 지어진 역사들은 공항 뺨치는 시설과 규모를 자랑한다. 출발과 도착시간도 정확한 편이어서 취재 중 5차례 고속 열차를 이용했지만 운행이 지연된 것은 단 한 번뿐이었고, 그 역시 미리 공지 받을 수 있었다. 우한·톈진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용어클릭 ●2·3선 도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처럼 이미 국제 수준의 반열에 오른 대도시는 1선 도시로 분류된다. 선전, 난징, 우한 등 대부분의 성도(省都)와 주요 연해 도시는 2선 도시, 그 밖의 중대형 도시를 3선 도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2·3선 도시를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춘천 복선전철 개통 앞두고 개발 붐

    고속도로·복선전철이 속속 뚫리면서 강원 춘천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10일 춘천시에 따르면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지난해 7월 개통된 데 이어 올 연말 경춘선 복선전철 운행을 앞두고 첨단기업단지와 관광지개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서울~춘천 거리가 고속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30~40분대에 놓이고 복선전철을 따라 열차가 17~25분 간격으로 수시 운행되면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는 경춘선복선전철 춘천역∼신상봉역 간 일반 전동차 열차 운행을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와 주말은 17분 간격, 평소 시간대는 25분 간격으로 잡고 있다. 열차 운행 횟수도 현재 하루 30회에서 최대 150회까지 늘어나게 된다. 춘천∼신상봉 간 운행시간은 평균 시속 56㎞를 기준으로 현재 1시간 50분에서 1시간 29분으로 단축된다. 2011년 말 도입 예정인 고속열차(좌석급행)는 용산역까지 출퇴근 시간대 30분, 기타 시간 60분 간격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고속열차를 타면 춘천∼신상봉이 45분, 용산역까지는 70분 소요된다.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와지면서 굵직한 기업 유치와 관광단지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춘천 고속도로 강촌IC 인근에는 55만 5000㎡의 춘천전력IT복합산업단지가 착공됐다. 22개 첨단전력IT관련 업체가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입주한다. 산업단지 옆에는 전국 최고인 2500석의 객석을 갖춘 콘서트홀을 갖춘 다암예술원이 들어서 인구 2만명의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신도시가 된다. 근화동에는 한국고용정보 도시첨단산업단지가 2만 7000㎡ 규모로 올 연말 준공된다. 이곳에서만 고용효과가 1500명을 웃돌 전망이다. 후평공단에는 자동차부품공장 2곳이 들어서 600명 가까운 직원을 채용했다. 의약품관련 첨단업체 중심인 거두농공단지에는 27개 기업이 입주했고 재무회계프로그램과 관련된 업체 10곳이 들어설 수동농공단지도 기업 입주 채비를 마쳤다. 두 공단에만 고용될 인원도 4000명을 넘는다. 소규모 공단도 조성된다. 동산면 봉명리 일대 65만㎡에는 첨단부품산업단지, 동면 장학리·남면 후동리 일대 33만㎡에는 농공공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열 춘천시 투자유치담당은 “깨끗한 환경과 인천국제공항 등 수도권과 가까운 질 좋은 교통망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광인프라도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호수와 강, 숲이 어울어진 천혜의 자연여건을 살려 의암호내 고슴도치섬에는 순수민간자원 8000여억원 규모의 위락단지가 2012년까지 들어선다. 호텔과 콘도, 컨벤션센터, 워터파크 등이 행정절차를 마치고 교통영향 분석 중이다. 춘천 동산면과 홍천 경계에 조성되는 498만㎡ 의 무릉도원관광단지에는 순수 민간자본 6000여억원으로 콘도, 생태공원 등이 들어선다. 강촌일대에도 경춘천 폐철도를 활용해 꼬마열차(강촌~김유정역)와 레일바이크(경기 가평~백양리역)가 운행되고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등이 수도권 관광객을 겨냥해 새롭게 단장된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첨단기업 유치가 늘어나고 관광 위락단지 조성이 활기를 띠는 등 춘천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며 “도심권도 관광도시답게 깔끔하게 단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광장] 일본 변화 냉정히 지켜보자/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본 변화 냉정히 지켜보자/이춘규 논설위원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침몰론까지 나온다. 이럴 때 일수록 일본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좋아지고 있지만 일본기업에는 더 배워야 할 게 있다.”고 말해 화제다. 겸양이냐, 진심이냐를 놓고 말이 많았다. 일본의 현주소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 한 고위관료는 “일본은 거대한 군함 같다. 이에 비해 한국은 돛단배 같다. 군함이 전례 없는 세계경제 위기를 맞아 우왕좌왕할 뿐”이라고 냉혹하게 비유했다. 현재 일본은 54년만의 정권교체 뒤 리더십이 위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다 도요타자동차 대량리콜 사태까지 겹치며 위기가 더욱 커보인다. 디플레이션 압박도 심하다. 과연 일본의 현주소는 어딘지 살펴보자. 우선 일본은 기술력에서 세계 최강이다. 연간 특허출원건수에서 미국과 1, 2위를 다툰다. 세계 최고수준의 원천기술이 많다. 삼성전자가 외형 세계 1위 전자업체임은 분명하지만 많은 핵심부품, 원천기술을 일본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300억달러 안팎인 것은 쓰디쓴 현실이다. 미국 우주선이나 항공기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강한 중소기업들이 도쿄, 오사카의 중소기업단지나 동네골목에서 가동 중이다. 후계자·경제위기 문제로 다수가 고전 중이지만 첨단중소기업들은 정부의 면밀한 지원과 관리 속에 세계를 선도한다. 특히 우주기술력이 세다. 1970년 러시아, 미국 등에 이어 세계 네번째로 자체위성을 쏘아올렸다. 현재 로켓발사 성공률은 94%로 세계 1, 2위를 다툰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일본인 남녀 우주인 2명이 동시 체류하는 우주대국이다. 1964년 세계최초로 시속 300㎞ 신칸센 고속열차 운행을 시작, 타이완에도 수출한 고속철 강국이다. 모노쓰쿠리(물건만들기)는 지독한 장인정신을 자랑한다.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을 추구한다. 일본은 19세기 말 이후 근대화를 단행, 막차로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100년 이상 장수기업만 2만여개다. 1000년 이상 기업도 8개다. 세계수준의 지진학, 기상학은 ‘쓰나미’ 등 일본어를 세계 통용어로 만들었다. 일본의 원천기술을 한국이 상용화, 중국에서 조립하는 경제 연쇄의 사슬은 여전하다. 일본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한일합병 100년이 흘렀지만 일본은 한국이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다. 한두 분야에서 추월했다고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여전히 전자, 자동차 등에서 세계최강 기술을 가졌다. 고급화 전략에 집중, 중급 시장에서 한국 등에 잠시 추월을 허용했을 뿐이다. 하이브리드카, 태양광, 환경 등 미래기술에서 선두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최근 A1으로 겨우 상향됐지만 여전히 일본보다 두 계단 아래다. 문화력에서도 일본은 세계를 주도한다. 원천은 기록문화다. 기록들이 축적돼 일본 문화력의 기초가 됐다. 여전한 출판대국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등은 세계 문화시장을 선도한다. 일본의 음식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물리, 화학, 의학, 문학 등 노벨상 수상자가 16명이나 된다. 집요함과 극진함은 인문·자연과학 발전의 원천이다. 900조엔에 육박하는 국가채무가 문제이지만 정부 발행 국채(2008년 말 699조엔·일본 재무성 홈페이지) 중 외국인은 6.8%만을 보유, 외부충격에 강한 편이다. 한일합병 100년인 올해 일본이 정치·경제 등 여러 면에서 총체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100년 전 일본을 가볍게 보다가 국권을 빼앗기는 치욕을 당한 기억이 아프다. 우리 국민들이 일제강점기의 응어리에 눌려 일본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은 냉혹하다. 국내총생산(GDP), 기술력 등 일본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분발해야 극일이 가능하다. 일본은 위기 때마다 스스로 돌파하는 변화의 에너지를 보여줬다.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변화를 냉정히 지켜보자. taein@seoul.co.kr
  • “철도 새노선 개발 집중… 2020년 5000㎞ 구축”

    “철도 새노선 개발 집중… 2020년 5000㎞ 구축”

    “2020년까지 철도망 5000㎞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조현용(65)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7일 경부고속철도 개통 6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철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철도 르네상스의 전제조건으로 철도영업거리 5000㎞를 제시했다. 2002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으로 철도와 연을 맺은 후 경영진으로 활동하며 느끼는 아쉬움이자 막중한 책임감이다. 2010년 3월 현재 철도영업거리는 3385.5㎞. 2004년 4월1일 경부고속철도가 일부 개통했지만 1980년(3135㎞)과 비교해 250㎞ 증가에 그쳤다. 철도 역사는 110년에 달하지만 철도에 대한 투자는 정체됐었음을 반영한다. 10년 만에 철도 1700㎞ 확충은 ‘뜬구름 잡기’가 아닐까? 조 이사장은 첫 단추로 철도 투자 평가 기준의 개정을 들었다. 정시성과 신뢰성 등 철도 고유 편익은 제외된 채 비용과 위험성 등이 반영된 이전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철도 투자의 경제성(비용편익분석)이 낮게 평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는 “철도의 역할과 비중이 높아졌지만 철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론과 근거가 부족했다.”면서 “예비타당성지침은 철도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근간으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선 개량에 집중됐던 사업을 신선 건설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의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조 이사장은 “신선을 통한 철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동서·내륙철도 등 다양한 철도 노선 개발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시험선의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속철도 운영, 더욱이 고속열차를 개발한 국가 중 시험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는 “국산 자재를 개발해도 시험할 곳이 없다 보니 외국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면서 “시험선은 기술력 확보와 국산화 촉진, 나아가 해외 철도사업 진출에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울면 떡 하나 더 주는’ 방식이 아니다.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통해 공단의 역량 및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신제가에 나섰다. 다른 공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직급상한제’는 자기계발의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성과 창출 및 조직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본사와 지역본부를 다니며 변화를 설파했다. 조 이사장은 “철도 투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변화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부산 출장 다녀와서 서울서 저녁 먹어요”

    고속철도 개통은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주말부부’가 줄고 기업체 등에서는 ‘1박2일’ 출장이 ‘당일출장’으로 전환됐다. ‘서울시 천안구’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장거리는 고속철도, 단거리는 자동차’라는 패러다임이 생겨났다. 대전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서울로 발령이 난 회사원 박정준(40)씨는 대전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서울에 숙소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경제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출퇴근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속철도가 없었다면 주말부부가 불가피했다. 오전 7시10분 집을 나서 서울 사무실에 들어서는 시간은 8시40분. 박씨는 “몸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술 마시는 날이 줄어들어 가족들은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에 근무하는 A과장은 “고속열차가 생기면서 서울 회의 참석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멀다’는 배려가 있었지만 고속철 개통 이후 대전은 고려 대상에서 빠졌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사장은 “부산 출장을 가더라도 서울에서 제시간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면서 “예전에 승용차나 버스로 움직일 때 부산은 무조건 1박2일 코스였다.”고 말했다. 고속철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외교사절이나 해외 바이어 등이 방문하면 반드시 거치는 필수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새마을·무궁화호는 “답답하다 못 타겠다.”며 고속열차만 고집하는 마니아가 나오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시테크’의 개념이 정립되는 계기도 만들었다. ‘역풍’도 생겨났다. 천안·아산·대전 지역까지 수도권의 경제권에 들면서 유통가와 병원, 대학가 등에 영향을 미쳤다. 원정 쇼핑 및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고객이 이탈하고 대학교 주변 원룸가는 예전 같은 활기가 사라졌다. 항공기와 장거리를 운행하는 버스 승객이 감소했지만 리무진 도입과 직행 운항 등 서비스 개선을 촉발시켰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고속철도 개통 6주년] 현황과 호남선 건설계획

    [고속철도 개통 6주년] 현황과 호남선 건설계획

    우리나라에 고속철도가 선보인 지 만 6년이 됐다.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은 경제·생활 등 전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속도의 혁명을 통해 도로에 밀렸던 철도의 반격이 가능케 하는 계기도 됐다.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경제적·사회적 변화도 이어졌다. 특히 철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총아로 부상하며 역할과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등 ‘철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서울신문은 고속·고속화철도 시대를 맞아 총 3회에 걸쳐 고속철도가 불러온 변화와 한국형 고속철도의 세계화 전략을 점검한다. ‘속도의 향연’이 시작된다. 2004년 4월1일 개통한 경부고속철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오는 11월이면 전 구간을 고속선으로 달리는 ‘꿈의 열차’를 맛볼 수 있게 된다. 2014년에는 한반도의 양대 축인 호남선에도 고속철이 구축되고,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전국에 ‘X자형 고속철도망’이 완성된다. 1일 생활권에서 이제는 반나절 생활권이 실현되는 셈이다. 서울~부산(417.5㎞)을 잇는 경부고속철도는 총사업기간 22년, 사업비 20조 6831억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국책사업이다. 2004년 개통한 1단계(409.8㎞)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서울~동대구는 고속선, 대구~부산은 기존선으로 연결한 반쪽짜리다. 그러나 당시 4시간10분이던 새마을호의 서울~부산 간 운행시간을 2시간40분으로 90분 단축하며 속도의 혁명을 실감케 했다. 서울~부산 전 구간을 고속선으로 연결하는 2단계(423.9㎞)는 개통시기가 2010년 말에서 약 2개월 앞당겨진다. 11월11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의 고속철도를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경부고속철도는 ▲서울~광명~천안아산~오송~대전~김천구미~동대구~경주~울산~부산을 연결하는 신(新)노선과 ▲서울~광명~천안아산~오송~대전~김천구미~동대구~밀양~구포~부산을 연결하는 1단계 노선으로 나눠 운행한다. 신노선은 운행거리가 늘어났지만 운행시간은 2시간18분으로 22분 단축된다. 최종 3단계(417.5㎞)는 2014년 완성된다. 대전·대구 도심구간이 고속선으로 건설되면서 기존 노선(51.7㎞)보다 6.4㎞가 짧아지고 운행시간도 8분 단축돼 2시간10분이면 서울~부산 운행이 가능해진다. 이동춘 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건설처장은 “경부고속철도 개통은 철도의 여객·화물 수송 능력이 확대되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은 철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해가 된다. 오송~광주(송정)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182.2㎞)이 2014년 말 개통한다. 호남고속철이 개통하면 용산~광주 간 운행시간이 2시간39분에서 1시간33분으로 66분 단축된다. 2단계 광주~목포 구간(48.5㎞)까지 2017년 완전 개통되면 용산~목포간 운행시간이 3시간5분에서 1시간46분으로 79분 줄어들게 된다. 용산~목포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는 총연장 352.4㎞로 기존 경부고속선인 오송에서 분기해 목포로 이어진다. 11조 20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지난해 5월부터 19개 공구로 나눠 전면 착공됐다. 호남고속철도는 ▲용산~광명~천안아산~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목포를 운행한다. 특히 호남고속철은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추진된다. 때를 같이해 수서~동탄~평택을 잇는 수도권고속철도(61.08㎞)도 개통한다. 강남에서 출발해 평택에서 경부고속철도, 오송에서 호남고속철도와 연결된다. 서울~시흥 간 병목구간을 거치지 않는 첫 열차다. 2015년에는 서울에서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꼬리에 위치한 포항까지 고속열차가 투입된다. 현행 서울~포항을 열차로 가려면 5시간이 걸리지만 고속철도가 운행되면 1시간5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KTX 포항 직결노선은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역에 앞선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서울기점 319㎞)에서 동해남부선과 연결된다. 경부고속철도와 동해남부선 간 7.5㎞ 연결 공사 사업비는 약 1734억여원이 투입되며 2014년 말 운행 예정이다. 고속철도에 대한 적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월26일 하루 18만 3000명이 KTX를 이용했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일일 이용객으로는 최고치다. KTX 일평균 이용객은 개통 첫해 7만 2300명에서 2009년 말 기준 10만 2700명으로 42% 증가했다. 특히 개통 5년8개월째인 2009년 12월19일에는 누적 이용객 2억명을 돌파했다. 국민 1명이 평균 4회 이상 이용한 셈이다. KTX 정차역은 지역 교통·상권 중심인 ‘경제특구’로 부상했다. 천안·아산역 주변 신도시(886만평)가 조성되고 오송역 일대는 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삼성전자의 아산 탕정 테크노폴리스(기업도시)를 비롯해 익산·대구·대전 등도 산업단지 및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속철 정차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가능성이다.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축의 역할이다. 대중교통망이 확충되고 경전철 등과 연계 철도망도 구축된다. 천안시 공무원 김응일씨는 “들판에 건설된 천안아산역에 역세권이 형성되고 아산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는 등 지역의 거점축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신형 KTX-Ⅱ 요금 인상 않기로

    다음달 투입되는 ‘신형 고속열차’ KTX-Ⅱ의 요금이 기존 KTX 요금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1일 “KT X-Ⅱ의 요금을 당분간 (KTX보다) 더 받지 않기로 코레일(철도공사)측과 최종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측은 공공요금이 안정돼 있고, 서민 경제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 등을 감안해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KTX-Ⅱ 요금은 현재 주말 기준 서울~부산 구간 5만 1200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올해 말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이 개통되면, 운임이 전체적으로 인상되고 KTX와 KTX-Ⅱ의 요금이 차별화될 전망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국내기술 설계 KTX-II 시승기

    국내기술 설계 KTX-II 시승기

    11일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국산화율 87%) KTX-II가 일반에 공개됐다. KTX-II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열차를 제작한 나라가 됐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KTX-II는 KTX에 비해 시스템과 성능을 한층 개선하고, 승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으로 들어선 KTX-II는 우선 날렵하고 길쭉한 외형으로 눈길을 끌었다. 토종 어종인 산천어의 모습을 본떴다고 하는 KTX-II는 공기 저항과 하중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다. “KTX-II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흐르자 KTX-II가 눈밭 사이로 미끄러지듯 서울역을 빠져나갔다. KTX에 비해 덜컹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확실히 줄어든 점을 느낄 수 있다. 38㎜ 4겹의 복층 유리가 외부 소음을 차단해 승차감을 높였다. 양인철 고속차량팀장은 “모든 객실에 화재감지장치를 설치하는 등 안전설비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편해진 것은 좌석 간의 간격이 넓어져 발을 쭉 뻗을 수 있다는 점. 좌석 간격을 930㎜에서 980㎜로 넓히고, 열차 1량의 좌석수를 56개에서 48개로 줄였다. 하지만 좌석이 뒤로 젖혀지는 각도는 KTX와 비슷했다. 또 승객들의 불만이 컸던 역방향 좌석이 사라졌다. 새마을호 열차처럼 페달을 밟으면 좌석이 180도 회전해 원하는 방향으로 앉을 수 있다. 총 10량 가운데 1량이 비즈니스실인데, 4명이 접이식 테이블을 사이로 마주 볼 수 있게 했다. 칸막이와 조명용 스탠드가 있어 주변을 방해하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다. 특실과 우등실에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전원 콘센트가 있다. 또 전 객실에서 무선인터넷(특실만 무료)을 사용할 수 있다. DMB 수신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속 300㎞에 근접하자 귀가 멍멍해지는 ‘이명 현상’은 여전했다. 음료와 간식을 파는 카트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대신에 4호차 스낵바를 이용해야 한다. KTX-II의 속도는 KTX보다 빠르지 않다. 설계속도는 시속 350㎞이지만 운행 시에는 300㎞대로 달린다. 코레일은 KTX-II의 운임 책정을 놓고 고민 중이다. KTX 서울~부산의 운임은 5만 1200원으로 KTX-II가 서비스와 시설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운임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KTX-II는 3월2일부터 경부선 부산 구간과 호남선 용산~광주·목포 구간에 각각 1일 4회 운행한 뒤 점차 확대운행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길섶에서] 휴대전화2/이춘규 논설위원

    평일 오전 일찍 지방으로 가는 KTX 고속열차 일반실. 주변 10여명이 2시간여동안 쉼 없이 휴대전화 통화를 한다. 진동으로 해 놓은 사람들도 상당히 있었다. 밖에 나가서 통화하는 사람도 있다. 통화내용은 지방출장을 가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 주류다. 계속되는 소란에 짜증내는 승객도 있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가능한 풍경이다. 열차 안에서도 이처럼 바쁘게 일을 처리하다니.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신호를 진동으로 해놓고 통화할 경우에는 작은 소리로 해 주변사람을 배려하라는 안내방송 영향인 듯 통화예절을 지키려 노력했다. 휴대전화 예절이 엉망인 서울공공장소 풍경과 조금 달랐다. 문명의 이기 휴대전화의 진화가 눈부시다. 터널 안, 산중 등 통화불능 지역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 전국의 웬만한 곳에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편리하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휴대전화 끊김 현상이 개선된다고 한다.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휴대전화의 상시습격에서 잠시 벗어날 공간이 남아있길 바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너무 한가한 바람인가.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씀씀이 탐구생활] 2030세대 용돈 어떻게 썼나

    [씀씀이 탐구생활] 2030세대 용돈 어떻게 썼나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아니 벌써!” 달력을 보고 놀란 당신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바로 올해도 그리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 연말 바쁜 업무로 통장 잔고 한 번 챙길 겨를이 없던 당신도 각종 연말 모임에서 오가는 경제, 재테크 노하우, 씀씀이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그대 용돈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분위기 따라 카드를 썼다면 십중팔구는 후회할 걸! 2030세대의 ‘씀씀이 탐구생활’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술 한번 더 먹을까 무선 인터넷 연결할까 9급 공무원 윤모(26)씨는 회식 때면 습관적으로 시계를 봐요. 시내버스 막차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막차시간이 다가오는데 눈치 없이 소주 한 병 더 시키는 과장은 정말 질색이에요. 짜증 나는 상사는 또 있어요. 노래방에서 추가시간 30분 더 넣는 부장 때문에 윤씨는 씁쓸한 마음으로 손에 들었던 외투를 내려놔요. 노래방 ‘진상’은 가까운 곳에 있어요. 마지막 30초 남겨 놓고 최후의 한 곡을 위해 취소와 시작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회사 동기가 바로 그 ‘진상’이죠. 그 친구가 마지막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사이 막차는 떠나갔어요. 윤씨가 시내버스를 타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에요. 바로 택시 타기에는 돈이 아깝기 때문이에요. 상사부터 한 분 한 분 택시에 태워 보내다 보면 자기 차례까지는 30분도 더 걸려요. 집이 멀어서 한 달 택시비로 50만원을 쓴 적도 있어요. 그렇다고 택시비 챙겨 주는 상사도 없어요. 이 돈이면 회사 가까운 동네에서 월세를 살아도 돼요. 막차 버스에서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도 내년을 생각하며 꾹꾹 참아요. 내년 4월 결혼도 해야 하는데 택시비로 흥청망청 쓸 수는 없잖아요. 이 마음 여자친구는 아는지 모르겠어요. 회사원 안모(32)씨는 아예 집에 인터넷과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았어요. 안씨가 원했던 것은 아니에요. 자취방에 전에 살던 남자가 나가면서 인터넷, 케이블을 모두 끊고 나갔어요. 그 남자가 쓰다가 팔고 간 텔레비전도 일주일 뒤에 고장이 났어요. “이런 젠장, 밤마다 즐겨 보던 영화채널도 볼 수 없는데 무슨 낙으로 사나.” 한 달 전에 본 영화 또 보면서, 이미 본 영화 다시 보다가 중간에 채널 돌리기 일쑤이면서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해요. 인터넷, 케이블 다 연결해야지 하다가 시간이 안 나서 설치를 아직 못 했다고는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귀찮아서예요. 퇴근도 늦고 주말에는 약속도 많아요. TV도 다시 사려면 그것도 일이에요. 안씨가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노트북에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혔기 때문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도 인터넷으로 다 해결이 됐어요. 그런 안씨의 한 달 용돈은 60만원 정도예요. 술 한번 안 마시고 그 돈으로 케이블TV 연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안씨는 그저 자신이 돈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가·대학원… 월급절반 인생 재설계에 단순히 씀씀이를 줄인다고 돈이 모이는 건 아니에요. 지혜롭게 돈을 쓴다면 수십만원도 아깝지 않아요. 여기 월급의 절반을 인생 재설계에 쓰는 이가 있어요. 지난해 잡지사에 취직한 이모(24·여)씨는 지난달 1년 만에 정규직이 됐어요. 기쁜 마음도 잠시.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키우기가 절실해요. 지난달부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요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요가를 스트레칭으로 알고 있는 남자들은 이씨를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또 이씨는 대학원도 알아보고 있어요. 매달 한 권 이상의 책을 들고 한 곳 이상의 여행을 가기로 결심도 했어요. 이씨는 이렇게 딱 3년만 하기로 했대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저축은 조금 뒤로 미뤄도 된대요. 역시 젊음이 최고예요. ●백수때나 결혼해서도 용돈은 그대로예요 남자들은 결혼하면 더 궁핍해진대요. 공연 분야에서 근무하는 장모(31)씨가 바로 그래요. 시원하게 돈 잘 쓰던 장씨가 바뀐 이유는 바로 아내와 아기 때문이에요. 장씨는 하루하루 부인에게 용돈을 1만원씩 받아요. 분유값, 기저귀값 마련하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아내가 그랬어요. 아기 옷, 장난감, 기저귀 사는 데 한 달에 50만원은 족히 나가요. 대학에 결혼까지 보내려면 앞날이 캄캄하지만, 장씨는 그래도 좋대요. 아직은 말도 못하는 아기의 트림이 귀엽기만 해요. 버스를 타다가도 아기 생각에 웃음이 나요. 초보 아빠는 어쩔 수 없나 봐요. 결혼 2년차 김모(29)씨도 장씨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의 용돈은 30만원이에요. 대학 때도 30만원, 백수 때도 30만원인데 달라진 게 없대요. 모든 돈 관리는 아내가 해요. 김씨는 돈을 모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해요. 결혼해야 돈이 모인다는 말도 자기 하기 나름이래요. 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갑에 카드 한 장도 없다며 “결혼 2, 3년차가 되어 신혼 생활이 끝나면 남편들은 밖에서 노는 경우가 많아 씀씀이가 커진다.”고 경고해요. 지갑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믿을 수밖에 없어요. ●별·콩다방 지출에 헉헉… 새해엔 커피도 끊어? 고속열차(KTX) 승무원 박모(26·여)씨는 입사 초만 해도 소문난 ‘짠순이’였어요. 지방 출신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박씨도 서울에 처음 올라와 비싼 월세에 놀랐어요. “월세로 이렇게 나가면 돈은 언제 모으나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꼭 이런 말을 해요. 박씨의 한 달 용돈도 처음에는 20만원을 넘지 못했어요. 밥값 줄이자고 요리도 직접 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쳐다볼 생각도 안 했대요.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박씨도 달라졌어요. 2년차에 접어들며 일이 바빠지고 냉장고에 마른반찬은 손을 안 대서 말라 갔대요. 박씨는 처음에는 쳐다도 안 보던 인터넷 쇼핑몰을 이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소비자의 친구’라고 말해요. ‘지름신’이 부활하신 거예요. 무엇보다 박씨의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커피예요. 이른바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에 쓰는 돈이 한 달에 10만~20만원이래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커피를 줄일까 생각 중이에요. 주변에서는 그런다고 돈이 모이는 건 아니라는데 그래도 시작은 해봐야겠대요. ●실연 아픔 잊으려 늦바람 당구… 나좀 말려줘요 직장인 김모(27)씨는 한때 친구 중에서는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편에 속했어요. 그런 그가 변한 것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부터예요. 여자친구의 간섭에서 해방된 김씨가 여친의 손 대신 잡은 것은 바로 당구 큐대였어요. 남자들은 당구에 미치면 칠판과 천장이 당구대로 보여요. 친구들도 김씨의 철없는 ‘늦바람 당구’를 막을 수는 없었어요. 여자친구를 잊겠다고 치는 당구를 아무도 막지는 못했어요. 김씨는 스포츠토토에도 돈을 썼어요. 3만~4만원씩 쓰던 김씨는 이번 달에만 20만원을 썼어요. 몇 번 당첨이 되면서 용돈 벌이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후회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당연히 귀에 꽂혔을 잔소리가 오히려 그리워졌어요. 김씨의 새해 다짐은 일단 당구와 복권을 끊는 것이에요. 바꿔 말하면 연애를 다시 하기로 마음잡았다는 얘기죠. 연애를 하면 씀씀이도 커져요. 비싼 선물 주고받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파게티, 파스타를 먹어야 해요. 기념일은 꼬박꼬박 챙겨요. 얼마 전 애인이 생긴 이모(28·여)씨도 데이트 비용이 고민이에요. 이씨가 용돈도 아끼고 남자친구와 사랑도 돈독히 할 방법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데이트 통장 만들기예요. 두 사람이 만든 체크카드는 50만원이 넘으면 카드가 정지돼요. 이씨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요. 한때는 비싼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적령기에 환상만으로 데이트를 즐기기는 어렵다.”고 이씨는 말해요.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변한 사람이 또 있어요. 간호사 한모(27)씨는 얼마 전 10년 사귄 남자친구가 직장을 잡자 결혼 얘기를 하기 시작했대요. ‘나나 너나 돈 없는 거 서로 아는데 무슨 배짱으로 결혼 얘기를 하냐.’ 남자친구 몰래 이런 생각도 했지만, 여하튼 결혼은 현실이에요. 한씨는 어제 지갑 속 수많은 카드를 가위로 잘라 버렸어요. 웬만한 보고서보다 긴 카드 명세서도 이제는 안녕이에요. 인터넷에서 펀드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인덱스, 브릭스, 채권형…. 무슨 말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새해에는 왠지 돈이 모일 것 같답니다. 안석 이민영 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유로스타 해저터널에 갇혀 2000명 밤새 ‘악몽’

    영국~프랑스를 해저로 오가는 초고속열차 유로스타 4편이 잇따라 고장나 승객 2000여명이 밤새 추위와 공포에 떨었다. BBC와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오후 파리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던 유로스타 4편이 잇따라 전기장치 고장으로 해저터널에서 멈췄다. 이 사고로 승객 2000여명이 16시간 동안 터널에 갇혀 밤을 새워야 했다. 고장난 기차 중 일부는 난방과 조명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이 공포에 떨며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거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열차에는 물과 먹을 게 없어 승객들의 불편이 매우 심했다. 열차에 갇혔던 프랑스 여대생 아타샤 실존스는 “혹심한 추위와 먹을 것과 마실 게 없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유로스타 측은 임시 열차를 보내 사고 열차를 영국으로 견인했다. 해저터널에서 기차가 고장 나 견인되기는 1994년 터널이 개통된 이후 처음이다. 유로스타는 승객들에게 열차 요금을 전액 환불해 주고 추가로 1인당 150~170유로의 왕복 유로스타 승차권과 숙박·택시비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로스타는 “갑자기 내린 폭설로 전동기 모터의 전기시스템이 끊겨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리처드 브라운 유로스타 사장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하의 온도에서 운행이 가능한지 시험하기 위해 2~3대의 열차를 터널에 보냈는데 이중 1~2대에서 사고 열차와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서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때까지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사장은 영국 측 종점인 세인트 팬크라스를 방문한 뒤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고 여파로 이미 크리스마스 전 여행을 하려던 2만 4000명 이상의 여행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스타는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 열차로 런던과 파리는 2시간15분, 런던과 브뤼셀은 1시간51분에 달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고속철에 치이는 사슴 ‘안타까운 순간’

    야생 사슴이 고속열차에 치여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독일 일간 빌트는 지난 9일 오전 11시(현지시간)께 철도에서 노닐던 야생 수사슴이 고속열차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사슴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프릿저를 관통하는 철길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베를린 행 고속열차 ICE 793에 받혔다. 이 사고로 수사슴은 즉사했으며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220명은 다음 열차를 타야 했다. 프릿저 경찰 에리카 크로즈스콘은 “사슴과 부딪힌 충격으로 브레이크의 중요한 요소인 열차의 압축된 공기 호스가 완전히 파손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수습으로 열차 23대가 연기됐으며 3대는 취소돼 열차 운행에 큰 혼란을 빚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러 푸틴총리 訪中 35억弗 경협 선물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13일 베이징에서 14차 중·러 정례회담을 갖고 양국 간 35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전날 밤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총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원 총리가 주최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양국 총리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과 국제 및 지역 문제 등을 논의했다. 원 총리는 푸틴 총리에게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총리는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면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총리를 수행해 방중한 러시아 기업인들은 이날 중국 측과 총 35억달러 규모의 협정 및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중국 개발은행과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VEB)간 5억달러 규모의 차관 계약을 비롯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중국에 매년 7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 및 교통과 사회간접자본 건설, 자원개발 등의 공동 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다. 외신들은 당초 양국이 푸틴 총리의 방중 기간 총 34개 분야, 55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협정을 체결한다고 보도했으나 협정의 규모는 당초보다 줄어든 35억달러로 결정됐다. 양국은 또 탄도 미사일 발사 통고에 관한 정부간 협정을 포함해 이민에 관한 협정, 비즈니스 거래와 ‘고속열차를 이용한 러시아 여행’ 등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원 총리와 푸틴 총리는 회담이 끝난 뒤 협정 조인식에 참석해 기업인들이 체결한 계약을 승인하고 정부간의 협정에도 서명했다. 양국 총리는 이날 저녁 회담이 끝난 뒤 중국과 러시아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기념행사와 중국에서 진행된 ‘러시아어의 해’ 행사 폐막식에도 함께 참석했다. 두 총리는 1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총리회담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담은 서방측 주도의 기구들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안보 협의체 성격으로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 회원국과 이란, 인도, 파키스탄, 몽골 등 4개 옵서버 국가, 초청국인 아프가니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참가한다. 이번 회의는 회원국 간의 경제와 사회, 문화 협력 방안과 함께 대테러 공조 방안, 국제범죄 조직 척결 등 안보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stinger@seoul.co.kr
  • “한국철도 기술 배우러 왔어요”

    한국철도의 기술을 배우기 위한 해외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고속열차를 직접 탑승해 보고 건설 현장도 방문하는 등 한국의 기술력을 자국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9월에만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브라질 정부 관계자, 의원 등이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5월 철도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우즈베키스탄은 지난달 15일 슈쿠로브 아크버 부사장 일행이 방한, 타슈켄트~사마르칸트(350㎞) 간 고속화사업 추진에 대해 협의했다. 현지 조사 중인 이 사업이 결정되면 양국은 전문가로 프로젝트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타당성 조사 등을 벌일 계획이다. 이어 16일에는 몽골의 라쉬 라드나바자르 의원과 교통부 차관 일행이 공단을 찾았다. 교통부장관 출신인 라쉬 의원은 지난 8월에도 방한해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과 한·몽골 의회 간 철도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양국은 한·몽 철도 및 에너지 협력 회의에서 타반톨고이 광산연계 철도건설방안과 몽골철도 현대화사업 재원 확보를 위한 공동 자원개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제이미 마틴 브라질 연방하원 교통위원장 일행도 지난달 22일 공단을 방문했다.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520㎞) 간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어서 선진국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시설공단과 코레일, 로템 등 민간기업들로 브라질 고속철도사업 한국추진단을 구성했다. 브라질 방문단은 보수기지와 경부고속철 2단계 건설현장을 찾아 한국 철도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광장] 허락 받아야 오를 우주/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허락 받아야 오를 우주/진경호 논설위원

    미국이 처음 쏘아 올린 로켓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날아갔을까. 1.5m라고 한다. 발사대를 채 벗어나지도 못하고 2초 만에 쾅 터져버렸다. 반세기 전 1957년 일이다. 그 해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고도 900㎞의 지구 궤도로 쏴 올렸다는 소리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든 결과다. 물론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도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무수한 실패를 겪은 다음의 일이다. 히말라야는 허락 받은 자만이 오른다던가. 하물며 우주라니. 170만년의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지구 밖으로 몸을 빼내 본 것은 5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지구 밖에서 바라보면 얇디얇은 막(幕)에 불과한 대기권 100㎞를 한번 벗어나 보기 위해 인류는 그동안 숱한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스푸트니크 1호 발사의 토대가 된 독일의 V2로켓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만 유럽 각지의 포로수용자 2만명이 희생됐다. 순전히 기술적 사고에 따른 희생자만 해도 미국에서만 수십명이다. 가장 성공작이라는 아폴로 시리즈에서도 8명의 우주비행사가 희생됐다. 1986년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5초 뒤 폭발해 탑승자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와 후발경쟁을 벌이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2003년 VLS 3호가 발사 사흘 전 발사대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과학자 21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오죽하면 연구개발을 뜻하는 R&D조차 우주항공 분야 종사자들은 모험(Risk)과 위험(Danger)이라고 하겠는가. 챌린저호 사고만 해도 연료 누출을 막는 장치인 O링이 영하의 날씨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일어났다. 대기권을 벗어나면 시속 4만㎞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체라 0.0001초, 0.0001도의 작동 오차도 대형 사고와 실패로 연결되는 게 우주 개발인 것이다. 미국이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시리즈(1~17호)에 쏟아부은 돈은 1966년부터 6년간 무려 1400조원. 나로호 발사에 투입된 예산 5025억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겠으나 아폴로 프로젝트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숱한 희생과 좌절을 겪어야 비로소 슬그머니 문을 열어주는 게 우주라는 교훈을 우리는 나로호의 꺾인 날개에서 절감한 셈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수년을 보내고도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만 우리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정말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 있다. 우리 과학자들의 헌신적 노력과 거액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추진체 발사 관련 기술은 이전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로호 발사를 주관한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의 책임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고속열차 도입 과정만 살펴봐도 관계당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찰팀을 꾸려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 세계 고속철도 업체들간 경쟁을 유도, 기술이전을 끌어냈다.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의 기본 공식이다. 그러나 이번 나로호 프로젝트에서는 공식이 뒤바뀌었다. 항공우주연구원 측은 국제입찰 경험이 없는 공학박사들을 직접 우주개발 선진국들로 보내 프로젝트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고는 잇따라 거절 당하는 수모 끝에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도 받지 못하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열정과 돈은 있었을지 몰라도 이를 슬기롭게 엮어낼 외교력과 비즈니스 능력은 찾기 어려웠다. 달 탐사선을 띄우는 훗날 돌아보며 피식 웃을, 서툰 첫발 떼기의 추억으로 끝나길 바란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시론] 녹색성장 성패 탄소거래제에 달렸다/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시론] 녹색성장 성패 탄소거래제에 달렸다/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탄소를 거래한다? 흔히 사고 파는 물건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주식이나 채권같이 개수를 셀 수도 없는 탄소를 어떻게 거래하지? 과거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고 하더니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또한 이런 해학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은 ‘녹색나라’에 고속으로 데려다 줄 정책수단이다. “저탄소 녹생성장”, “JP 모건 10억달러 한국 녹색산업에 투자”, “정유업계 저탄소녹색에너지기금 150억 규모 조성” 등 요즘 어디를 가나 온통 녹색 이야기이다. 일부에선 녹색 버블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시작된 녹색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탄소 거래제도는 녹색성장이 언급될 때마다 나오는 메뉴로, 탄소에 대한 가격이 매겨지면 녹색성장의 핵심 정책들이 자동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에 녹색정책 중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가격제도 중 탄소세 정책은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여하는 제도로 정책 도입이 간단하고 쉬운 반면에 전체적 감축량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탄소거래제를 선호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미 탄소거래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도 탄소거래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탄소거래제를 왜 도입해야 하는가? 첫째는 개인이나 기업들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효율이 높은 기계들로 교체를 해 대응할 것이고 개인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으려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 향상 기기를 사용하게 된다. 둘째, 녹색경제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의 도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가장 치명적 장애 요인이 화석연료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리드 패리티(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와 화석연료의 단가가 같아지는 단계)를 달성해야 하는데, 탄소에 대한 가격이 매겨지면 기존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상승하게 되고 그리드 패리티 문제 해결에 힘을 실어줄 것이며 정부의 지원 없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가능해진다. 올 12월 개최될 ‘포스트 2012 유엔기후변화협약’ 회담에선 국가별 탄소배출권 할당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우리도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배출권 할당 비율을 많이 받아야 산업경쟁력이 향상되므로 탄소거래제도 정책을 도입해 포스트 2012에 대비해야 한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이 농산물을 고사시키는 산성비가 되어 내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거대한 빙하가 녹아 “후손의 미래를 담보로 얻어지는 현재의 풍요로움”이라는 명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탄소거래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및 자동차 효율 기준 강화, 전력회사에 대한 의무할당제도 도입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정책을 모두 싣고 달릴 고속열차인 탄소거래제도를 도입해 전 국민이 자율적 티켓 매매를 통해 고속으로 녹색나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늬만 녹색성장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처럼 녹색안경을 억지로 쓰게끔 강요한다.”는 우려의 소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녹색나라에 도착할 수 있다. 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 부산 철도·물류 산업전 개막

    부산 철도·물류 산업전 개막

    ‘시속 400㎞로 달리는 차세대 KTX, 고무바퀴레일경전철….’ 국내외 첨단 철도차량 등을 한눈에 보는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이 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4회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14개국 철도·물류 관련 기업 123개사가 597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다. 현대로템은 국책사업으로 개발한 차세대 고속열차(KTX)를 국내 처음 공개한다. 2015년부터 투입될 이 KTX는 시속 400㎞(기존 300㎞) 주행이 가능하다. 우진산전은 내년 하반기 개통 예정인 부산지하철 3호선 2단계 반송선 구간에 투입될 국내 최초의 무인 고무바퀴 경전철 차량을 내놓는다. 로윈은 인천시 월미도 관광특구에서 운영될 모노레일 차량을 전시한다. 이 차량은 비상시 승객들이 높은 곳에서도 신속하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일본 히타치사는 2014년 운행되는 대구 지하철 3호선 모노레일과 각종 한국형 철도에 맞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독일 베케사 등이 속도감지 및 열차제어 부품 등 최첨단 철도부품들을 전시하는 등 국내외 10개 철도 및 물류 관련 기관도 참여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2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상담 목표는 30억달러(약 3조 6000억원)로 잡았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부산 국제철도·산업물류전 새달 3일 개막

    ‘철도차량의 모터쇼’로 불리는 2009 부산 국제철도·산업물류전이 6월3~6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다. 육중한 철도 차량들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14개국 철도·물류 관련 기업 123개사가 참가한다. 현대로템은 3종의 실제 철도차량을 전시하며, 차세대고속열차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 파리, 뉴욕 맞먹는 거대도시로

    파리, 뉴욕 맞먹는 거대도시로

    │파리 이종수특파원│‘파리를 21세기형 친환경 거대도시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수도 파리를 영국의 런던, 미국의 뉴욕 등 국제적 도시에 맞먹는 대도시로 거듭 탄생시킨다는 ‘그랑 파리 비전’을 발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파리 시의 건축·문화유산관에서 “대도시는 누가 봐도 일단 커야 대도시” “살기 불편함과의 싸움” “지속가능한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를 동원해 40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2012년 착공해서 10년 동안 이어질 대역사의 핵심 내용은 교통·주택·건축 등 3대 분야를 크게 정비하는 것이다. 먼저 대도시 파리권은 프랑스 북부 항구 도시 아브르까지 확장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도시 파리의 항구는 아브르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런던·파리·밀라노를 축으로 하는 유럽 경제개발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센강 유역을 개발하고 파리와 북서부 해안을 1시간 만에 달리는 초고속열차 노선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 350억유로(약 61조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파리 주변 교통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수용 규모를 크게 늘린 자동화 전철이 다니는 130㎞ 길이의 고속 순환철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파리 중심과 단절된 10여개의 주요 교외 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그랑 파리’ 프로젝트에는 해마다 7만여가구의 거주 공간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샤를 드골 공항 인근에 녹색 삼림지구 조성 ▲파리 주변에 초고층 빌딩 건립 ▲파리 남부 사클레 지역에 거대 테크노파크 건설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제안한 것이다. 여기엔 인구 200만여명이 모여사는 ‘과밀도시 파리’, 인근 교외 지역에서의 ‘지옥 출근길’ 등 불편함을 없애고 대신 국제적인 메트로폴리탄을 구축한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에는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드 포르장파르크, 장 누벨 등 유명 건축가 10여명이 참여했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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