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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 탄흔의 상처 이겨낸 ‘빛’…핫플, 원더풀 청춘들의 ‘힘’

    헬기 탄흔의 상처 이겨낸 ‘빛’…핫플, 원더풀 청춘들의 ‘힘’

    [이우석의 미시(微視) 여행] <5> 빛고을 광주 동구 비추는 ‘5+1 光’빛고을 광주(光州)의 진정한 빛은 원도심에서 나온다. 광주의 도심 동구가 그렇다. 동구에는 충장로와 금남로가 있다. 그 사이엔 대한민국 근대사의 아픈 상처가 아로새겨진 구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이 있고 그 아래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있다. 예술시장인 대인시장과 동명동 카페거리, 아시아음식문화 거리도 그 기억의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1187m 무등산이 굽어보는 지산유원지도 여기 있다. 아름다운 예술과 맛있는 음식, 흥겨운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 그곳이 광주광역시 동구다. 동구 밖엔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과수원길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동구를 밝힌 다섯가지 빛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여기에 새빛 하나 더. 광주라서 특별한 음식들이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김사복(송강호 분)이 눈물 반, 땀 반 뒤섞어 먹었던 주먹밥 같은 음식들 말이다. 광주 동구에서 이런 음식들은 ‘디폴트값’이나 다름없다.광주는 후삼국 시대까지 무진, 무주 등으로 불렸다. 애초 빛고을이 아니었고 물(水)고을이었다. 영산강이 지나고 광주천, 제법 커다란 저수지 경양방죽(일제강점기에 매립)도 있었다. 물이 많은 분지(벌), 무들(물들)이었다. 무들을 이두로 써 무주(武州)라 적었다. 전북 무주(茂朱)가 아니다. 무등산(無等山)도 무들에서 나왔다 한다. 물과 숲의 고을이 빛고을로 바뀐 것은 940년(고려 태조 23년). 드디어 광주(光州)가 등장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무진주에 광주도독부를 설치했다. 고려말 목은 이색은 광주를 ‘빛의 고을’(光之州)로 적었다. 조선을 거쳐 대한제국이 1896년 전국을 13도로 나눌 당시엔 전남도청을 광주에 뒀다. 이때부터 광주는 남도의 중심지로 빛을 발하게 됐다. 1910년 일제는 광주읍성의 3방을 합해 광주면을 설치했는데 그 대부분이 현재의 광주 동구 일대다. 광복 후엔 동구를 중심으로 ‘광주의 빛’이 발현된다. 참고로 광주에는 여타 대도시에 있는 중구가 없다. 이는 동구가 중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광주는 물론 전남의 중심지였다. 문화와 상권이 금남로와 충장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서울로 따지면 명동과 을지로, 다동, 종로, 남대문시장을 함께 묶은 동구는 광주의 간판이었다. 호남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거듭하던 광주에 어둠이 찾아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전대 유례없는 유혈 상황이 발생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광주 일대에서 계엄군이 자행한 만행은 아직까지도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있지 않다. 이 안타까운 희생은 처절했지만 훗날 대한민국이 군사독재를 끝내고 민주화를 이루게 된 씨앗이자 자양분이 됐다.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유혈 상황은 종료됐지만 그 아픔은 41년이 지난 지금껏 가시지 않았고 상흔 또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모든 일이 동구 금남로 일대를 중심으로 일어났다.40여년이 흐른 후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재조명되면서 다시 빛을 내고 있다. 금남로 민주광장 주변에는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245, 상무관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니, 이 역시 광주 시민들이 지켜냈다. 몇 번이고 철거될 뻔한 아픈 기억의 유산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똑같은 공간을 지키고 있다. 가슴 아리도록 선명한 탄흔이 상흔으로 그대로 남은 채. 전일빌딩245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상징적 건물이다. 당시 광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10층짜리 건물이다. 전일은 ‘전남일보’에서 나온 이름이다. 몇 번 소유주가 바뀐 전일빌딩도 사라질 뻔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 10층과 외벽에 총탄 자국이 다량 발견됨에 따라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를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군 당국에서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하던 ‘헬기 사격설’의 증거가 바로 이 빌딩에서 나왔다. 헬기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흔 245개가 전일빌딩 10층과 외벽에 집중돼 있었다. 발사 각도 등에서 고공 사격이 분명한 총탄 자국이 드러나면서 신군부와 비호 세력이 숨겨 온 거짓이 비로소 환한 빛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광주시도시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전일빌딩은 2017년 28번째 5·18 사적지로 지정됐다. 2020년 리모델링을 완료한 전일빌딩은 헬기사격 탄흔 245개의 의미를 살려 ‘전일빌딩245’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내부는 방문객 누구나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공감할 수 있도록 기념공간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9, 10층에 마련된 5·18기념공간에는 헬기 기총사격 당시를 재현한 디오라마와 영상물, 그에 관한 전시물이 있으며 탄흔을 직접 살펴볼 수도 있다.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하다. 어두운 암실 전시관에서 어두운 기억을 통해 오히려 밝은 내일을 다짐할 수 있다. 옥상에 올라서면 전일마루가 나온다. 옥상정원에 360도 펼쳐지는 조망은 ACC, 옛 전남도청사, 무등산과 조선대 본관 등 지금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광주의 풍경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5대 도시의 원 도심 동구는 광주 전남 지역과 전국 곳곳에서 놀러 온 젊은이들의 명소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됐단 얘기다. 동구청 뒤편 동명동 카페거리는 근사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식으로 입소문 나 젊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현지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오후 6시쯤이면 금남로에서 슬슬 길을 건너 동명동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멋진 차량도 많이 모여든다. 운동장만 한 ACC가 있어 편리한 덕에 인근에서 발생한 모든 ‘약속’을 빨아들이는 ‘만남의 블랙홀’과도 같다.서울의 명소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오히려 서울 쪽이 옹색하게 느껴진다. 주점보다는 식당, 커피숍, 빵집, 브런치 카페, 에스프레소 바, 호프집 등이 많이 몰려 있어 흥청대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암울한 세상 속에 그나마 하교나 퇴근 후 여유를 찾기 위해 동명동 거리로 나온 젊은층이 낡은 도심에 에너지를 주입하고 있다. 과거 큰 평수의 단독주택이 밀집한 광주의 부촌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도심 스카이라인이 나지막하고 골목과 거리 풍경이 멋스럽다. 상권이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걸어서 다닐 만한 거리다. 서석초등학교 부근을 돌아 이어지는 길은 좀더 한적하고 여유롭다.특히 서석초교에 심어 놓은 히말라야시더 나무 몇 그루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하늘을 가릴 만큼 30~40m 이상 우뚝 솟은 나무는 모양새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설송(雪松), 개잎갈나무라고 부르는 히말라야시더는 동명동의 하늘을 또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요소다. 광주가 자랑하는 가로 예술품 폴리와도 제법 어우러진다. 가만 둘러보면 한국의 대표 예향(藝鄕)답게 가로를 비추는 조명색, 담장에 입힌 도장 등 어느 하나도 촌스럽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오래된 서점과 노포, 청년 셰프의 작은 비스트로 등이 퍽 조화롭게 동명동 한울타리 속에서 자기 몫을 지키며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있다. 예스러운 광주 원 도심은 이렇게 활력을 얻고 있다.타 지역 관광객이 광주 동구를 갈 때 교통편이 너무도 편리하다. 광주공항, 송정역(KTX), 호남고속도로 등 다양한 루트로 접근할 수 있으며 공항이나 역에 도착하면 바로 지하철로 동구 주요 거점까지 이어진다. 동구는 얼핏 구도심 속 즐길 거리만 즐비한 도시형 여행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등산을 품고 있는 친환경 자연 관광지이기도 하다. 무등산의 해발 고도는 1187m. 세계적으로도 인구 100만명 이상 거주하는 도시가 해발 1000m 이상 산을 품은 경우는 드물다. 국내에도 대구 팔공산 정도가 유일하다. 서울의 북한산은 836m다. 도심과 무척 가까워 동구 어디를 가나 무등산을 등에 지고 있다 생각하면 쉽다. 어디서든 보인다. 덕분에 동구 도심에 있다가 갑자기 무등산을 오르기에 좋다. 원효사까지 올라가는 광주 시내버스 1187번(해발 높이와 같다)을 타면 되니 굳이 차를 운전할 이유도 없다. 산정에는 주상절리가 있으며 너덜강이 흐르는 명산이자 국립공원이다. 도시와 가까운 산이지만 멋들어진 근육질의 산이다. 산을 휘감는 고불고불한 드라이브 코스도 이리저리 근사한 풍경을 쏟아낸다. 특히 지산유원지는 과거부터 리프트를 타고 산을 오를 수 있는 시민들의 놀이공원 역할을 대신했다. 아찔한 경사를 치닫는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 중턱에서 내린다. 무등파크호텔 주차장과 연결된 승강장에서 거의 직선으로 산중턱까지 연결한다. 과거 옹색하기 짝이 없는 지산유원지 리프트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요즘은 훨씬 안정적이며 근사해졌다. 단 20여분 올랐을 뿐인데 이미 도심이 아니라 국립공원 산속에 데려다준다. 오솔길엔 울창한 숲 그림자가 드리우고 매미 울음소리 벗 삼아 10여분 걷다 보면 능선을 돌아가는 모노레일이 기다리고 있다. 모노레일 종점에서 계단을 오르면 전망 좋은 팔각정이 우뚝 서 있다. 2021년 광주 동구를 비춘 또 하나의 강렬한 빛은 바로 관광이었다.광주는 음식이 맛있는 미향(味鄕)으로 소문났다. 오리탕과 육전, 무등산 보리밥, 주먹밥, 떡갈비, 상추튀김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동구에서 시작했거나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유명 맛집이 이곳에 있다. 시민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다. 다만 떡갈비 골목은 송정역에, 오리탕 골목은 북구에 있다. 지산 유원지 오르는 길 옆에 무등산 보리밥 거리가 조성돼 있다. 제철 채소와 고기 등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데 요즘은 열무쌈을 싸 먹는다. 팔도강산은 젓갈과 김치, 쌈채소 등 하나하나 맛좋은 보리밥 정식(8000원)을 낸다. 밥알이 고슬하니 비벼 먹기 제격이다.젊은층에게 특히 인기 좋은 상추튀김도 충장로에서 유래했다. 고기를 계란물에 적셔 일일이 구워 주는 육전집도 여러 곳 있지만 동명동 미미원(1인분 2만 7000원)이 명성을 지키고 있다. 요즘은 육전에다 민어전(3만원)까지 곁들여 맛보면 더욱 좋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후식 뚝배기정식이다. 웬만한 한정식처럼 차려 낸다.간밤에 술집이 몰려 있는 아시아음식문화거리에서 한잔 제대로 걸쳤대도 시원한 조개해장국을 끓여내는 중앙로 해남식당(8000원)이 있으니 걱정 없고, 날이 더워 입맛이 없을 때는 충장로 1960청원모밀에서 메밀향 그윽한 모밀국수(6000원) 한 그릇을 즐기면 되니 이 또한 아무 탈이 없다.동명동 카페거리에서 뱃속이 허하면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유래한 금상주먹밥세트(맘스쿡·9500원)를, 커피에 질렸다면 말차밀크티(METCHA·6500원)를 마시면 ‘미향 광주, 맛의 동구’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동구는 원도심답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 노포들과 새로 개업한 베이커리, 브런치, 디저트 카페 등 ‘빵맛집’이 많다. 드라마 유행어처럼 ‘빵구 동구’라 불러도 손색없다.1973년 개업해 50년을 바라보는 궁전제과는 공룡알빵과 나비파이가 유명하다. 바게트 속에 으깬 삶은 계란과 마요네즈, 게맛살, 오이 피클, 채소 등을 섞은 샐러드로 채운 빵이 공룡알빵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푸짐하고 영양가도 만점이라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탄 메뉴다. 옛날식 팥앙금빵과 나비파이 등 전통적 메뉴와 세련된 케이크, 디저트도 함께 팔아 관광객들로부터 필수 방문코스가 되고 있다. 초콜릿 종류 과자나 디저트, 그리고 팥빙수 등도 인기메뉴다.ACC 인근 베비에르(문화전당점)는 현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 좋은 제과 중심 베이커리다. 견과류와 팥소가 든 마왕파이가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사장 부부의 성이 마씨와 왕씨라 마왕파이가 됐다고 한다. 동명동에는 동명식빵과 아티장홍, 코너베이크샵, 윤슬베이커리 등이 유명하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발가벗음이라 쓰고, 인간 아름다움의 본질이라 읽는다

    발가벗음이라 쓰고, 인간 아름다움의 본질이라 읽는다

    “자신의 몸을 마주하는 것이얼마나 큰 위안 주는지 모른다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나이, 성격과 습관은 물론 욕망까지 배어 있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가 아닐까요. 발가벗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민망함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죠.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직접 이끌어 낸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고 활동한 누드모델인 하영은(53) 한국 누드모델협회장이 33년 모델 인생을 집약한 첫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출판사)를 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하 회장은 “왜곡된 시선에 맞서는 것은 물론 내 육체를 마주 보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누드모델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인 1988년이다. 낮에는 무역회사 경리로 일하고 밤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월급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통째로 도난당하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마침 레스토랑 단골인 사진작가가 누드모델 일을 제의해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보수적 분위기에서, 특히 부모님께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딱 한 번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한 달치 월급(15만원) 3분의2에 달하는 모델료도 받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델 일도 하다가 1995년부터 전업으로 활동하게 됐다. “작품이 된 내 모습을 볼 때 희열이 컸다”는 그는 “작가들이 제 덕분에 작품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누드모델은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르고, 일부 작가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1996년 협회를 설립한 것도 모델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하 회장은 “최근에도 한 여성 모델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원로 화가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엔 미대 실습실에서 남학생이 누워 있는 제 몸 위를 넘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작업 외 시간에는 절대 나체를 노출하지 말고, 작업자와는 대화를 금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 모델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 회장은 “모델 지망생들은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은퇴한 남성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입시 학원 원장이 도전과 성취로 자신감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 목사님은 누드모델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남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죽을 때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그러면서 “모두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첫 에세이 낸 누드모델 하영은 “몸은 완성된 ‘나’...본질적 美에 대한 자부심 크죠”

    첫 에세이 낸 누드모델 하영은 “몸은 완성된 ‘나’...본질적 美에 대한 자부심 크죠”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나이, 성격과 습관은 물론 욕망까지 배어 있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가 아닐까요. 발가벗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민망함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죠.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직접 이끌어낸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고 활동한 누드모델인 하영은(53) 한국 누드모델협회장이 33년 모델 인생을 집약한 첫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출판사)를 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하 회장은 “왜곡된 시선에 맞서는 것은 물론 내 육체를 마주 보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누드모델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인 1988년이다. 낮에는 무역회사 경리로 일하고 밤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월급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통째로 도난 당하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마침 레스토랑 단골인 사진작가가 누드모델 일을 제의해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보수적 분위기에서, 특히 부모님께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딱 한 번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한 달치 월급(15만원) 3분의2에 달하는 모델료도 받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델 일도 하다가 1995년부터 전업으로 활동하게 됐다. “작품이 된 내 모습을 볼 때 희열이 컸다”는 그는 “작가들이 제 덕분에 작품에 몰입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누드모델은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르고, 일부 작가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1996년 28세의 나이에 협회를 설립한 것도 모델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협회는 대부분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하 회장은 “최근에도 한 여성 모델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원로 화가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엔 미대 실습실에서 남학생이 누워있는 제 몸 위를 넘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작업 외 시간에는 절대 나체를 노출하지 말고, 작업자와는 대화를 금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 모델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작업 의뢰인들에게는 작업 공간은 24도 이상으로 따뜻하게 하고, 별도의 난방기구를 갖춰줄 것과 모델을 만지거나 사적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하 회장은 “체온이 떨어지면 모델의 몸이 경직돼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모델에는 매우 무리가 된다”면서 “수강생들의 요구로 수업 도중 에어컨을 트는 경우가 있는데 모델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과 예의도 갖추지 않고서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누드모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30여 년 전에 비해 요즘에는 모델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는 추세”라면서도 “그럼에도, 모델료는 많이 오르지 않아 모델에 대한 경제적 대우는 옛날보다 못하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모델 지망생들은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은퇴한 남성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입시 학원 원장이 도전과 성취로 자신감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 목사님은 누드모델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남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죽을 때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그러면서 “모두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포스코건설, ‘송도센텀하이브 스트리트몰’ 송도 중심과 중심을 연결

    포스코건설, ‘송도센텀하이브 스트리트몰’ 송도 중심과 중심을 연결

    초저금리 기조 속 규제 장벽이 낮은 수익형부동산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두가지 이상의 상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브릿지 상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브릿지 상권은 특정 시기나 수요층만을 가지고 있는 단일 상권과는 달리 다양한 상권을 연결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 연중무휴 운영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임차인 수급을 바탕으로 공실 우려를 덜 수 있고,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다. 실제 서울 녹사평사거리 고개마루에 위치한 상업시설들은 이태원 1동에서 경리단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상권을 브릿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의 가로수길 역시 신사동과 압구정∙청담을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해 있어 양 상권을 잇는 브릿지 상권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성업 중으로, 현재 외국인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패션∙문화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릿지 상권은 상권과 상권을 이어주는 동선의 중심에 있는 만큼 양쪽 상권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다양한 수요층 확보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곳들을 잇는 상업시설은 랜드마크로 인식돼 상업시설 기능을 넘어서 지역 명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송도 국제업무단지(IBD) 중심 복합단지 ‘송도센텀하이브’가 분양을 알려 눈길을 끈다. 송도센텀하이브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 국제업무단지 B5블록에 들어서며, 단지 규모 연면적 약 23만3,953㎡로 송도국제도시 역대 최대 스케일로 구성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9층 2개 동 규모이며, 단지 구성은 더샵 송도센텀하이브 오피스텔 387실, 송도센텀하이브 오피스 1620실, 송도센텀하이브 스트리트몰 198실로 조성될 예정이다. 송도센텀하이브 스트리트몰은 송도 국제업무단지에서도 가장 중심에 들어서 송도국제도시 각 주요 상권을 연결하는 브릿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크게 보면 가장 상권이 활성화된 국제업무단지를 비롯해 주거시설이 몰려있는 6·8공구와 업무시설이 활성화된 2·3·4공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제업무단지 내에서는 송도 센트럴파크와 워터프론트호수를 연결하고 있고, G타워와 아트센터, 인천 지하철 1호선 국제업무지구역과 센트럴파크역을 잇고 있어서 365일 풍부한 유동인구를 유효수요로 전환할 전망이다. 매머드 급 고정수요도 품고 있다. 송도센텀하이브 스트리트몰은 단지 내 오피스텔 387실과 오피스 1,620실 총 2,007실의 고정수요를 확보했다. 단순하게 1실에 2~3명만 업무·생활한다고 계산해봐도 4,000~6,000여 명이 넘는 고정수요이다. 때문에 필수업종 위주로 입점이 가능하고, 24시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송도센텀하이브는 송도 국제업무단지에서 가장 집객력이 우수한 사거리의 코너변에 들어선다. 이 일대는 포스코건설 사옥, 연수세무서, IBS타워, G타워 등의 업무시설은 물론 학교, 생활편의시설과 워터프론트호수,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이 위치해 있다. 때문에 평일에는 오피스, 오피스텔의 고정수요로, 주말에는 인근 송도 센트럴파크, 워터프론트호수 등 집객시설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도센텀하이브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에비슨영 코리아’와 임대컨설팅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송도센텀하이브의 입지적, 상품적 가치와 에비슨영 코리아의 임대업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에비슨영 코리아는 ‘아브뉴프랑’, ‘일산 위브더제니스’, ‘합정 딜라이트스퀘어’, ‘동탄 카림애비뉴’, ‘동탄 우미 레이크꼬모’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상업시설의 MD와 임대업무를 성공시킨 바 있고, 지역 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차별화된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송도센텀하이브와 최고의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에비슨영 코리아가 손을 잡으면서 상권 활성화와 안정적인 임대관리 등이 더욱 빠르고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호재를 갖춰서 추가 상권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제업무지구역과 센트럴파크역이 인근에 위치해 있고, 계획된 GTX-B노선 예정역과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안산~인천구간 등도 근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개발에 따른 인구유입, 상권 성장이 전망된다.
  • 해군, 주인 찾지 못한 무공훈장 70년 만에 가족에 전달

    해군, 주인 찾지 못한 무공훈장 70년 만에 가족에 전달

    6·25전쟁 당시 주인을 찾지 못한 무공훈장이 70여 년 만에 참전용사의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해군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4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무공훈장 서훈식을 열고 6·25전쟁 참전용사 10명의 유족에게 각각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을 전달했다. 이날 무공훈장을 받게 된 참전용사들은 박윤삼 상사, 송일인 중사, 김일남 중사, 윤종수 중사, 조종열 중사, 김봉조 중사, 정재원 하사, 안영근 하사, 서순태 하사, 박문범 상병 등 10명이다. 박윤삼 상사는 군수물자 공급 임무를 수행했고, 송일인 중사는 대동강정(JMS309) 승조원으로 피난민 구출, 해병대 상륙 지원, 도주 적 격멸 등의 공적을 남겼다. 김일남 중사는 압록강함(PF62) 승조원으로 신미도대공전투에 참가했고, 윤종수 중사는 지리산함(PC704) 승조원으로 원산상륙작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했다. 조종열 중사는 전시 의무지원 체계를 마련했으며, 김봉조 중사는 진해병원에서 근무하며 부상자 치료 지원에 전념했다. 정재원 하사는 강경정(YMS510) 근무 시 적이 장악한 인천항에서 피난민 500여 명을 구출하고 적선 10척을 격침했다. 안영근 하사는 덕천정(JMS310)에서 근무하며 군산 위도 근해에서 적선 7척을 격침하는데 기여했다. 서순태 하사는 경리학교에서 경리 간부 양성에 매진했으며, 박문범 상병은 광주정(JMS503) 근무 시 진남포 소해작전에 참가해 진남포항 개항 및 군수물자 양륙에 기여했다. 이날 서훈식에서 할아버지 송일인 중사를 대신해 훈장을 수여받은 육군 3사단의 송연욱 병장은 “할아버지는 저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영웅”이라며 “할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아준 해군에 감사드리고, 참전용사의 후손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남은 군 생활도 임무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해군은 ‘6ㆍ25전쟁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63명의 대상자를 찾아 훈장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KT “핀테크 선도” 국내 1위 웹케시에 236억원 지분투자

    KT는 국내 1위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 그룹에 236억원의 지분투자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양사는 이날 KT 광화문 사옥에서 웹케시 그룹에 속한 웹케시, 비즈플레이, 로움아이티 등 3개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와 기업간거래(B2B) 금융사업 부문의 협력에 대해 계약했다. 웹케시 그룹은 기업 자금관리 솔루션 ‘경리나라’를 개발하는 등 B2B 핀테크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이다. KT는 올해 4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금융기업 뱅크샐러드에 대해 지분투자를 한데 이어 금융기업에 또다시 투자하며 B2CB2B 금융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핀테크 시장은 지난 6년간 연평균 22.4% 성장한 데 이어 최근 기업의 디지털전환에 따라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양사는 웹케시 그룹의 ‘경리나라’와 ‘비즈플레이’에 KT의 기술을 결합해 ‘KT경리나라’와 ‘KT비즈플레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10년간 90억 횡령해 주식투자…70억 손해 ‘실형’

    10년간 90억 횡령해 주식투자…70억 손해 ‘실형’

    10년간 9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몰래 빼돌려 주식 투자 등에 탕진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남아있는 손해액만 약 71억8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 오권철)는 지난 7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울 도봉구 소재 피해자 B씨 사무소에서 경리·회계를 총괄했던 A씨는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회삿돈을 자신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2011년 2월 10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까지 10년간 187회에 걸쳐 91억2564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횡령이 적발돼 일부를 갚았지만 남아있는 손해액만 약 71억8300만원으로 막대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방법,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 측의 신뢰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횡령한 돈을 주식 투자, 개인 생활비 등으로 소비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부산국제 연극제 11일 개막 ...비대면 병행

    부산국제 연극제 11일 개막 ...비대면 병행

    제18회 부산국제연극제가 11일부터 20일까지 영화의 전당과 온라인 플랫폼(유튜브, 네이버 TV 등)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된다. 부산국제연극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연극제의 정체성을 살리는 축제로 진행된다. 공연프로그램과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다. 폐막작인 경남도립예술단의 ‘토지Ⅰ’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과 서사를 한정된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개막작인 점프는 11일~12일까지, 폐막작 토지Ⅰ는 19일~20일까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그 외 공연프로그램은 부산국제연극제 행사기간 동안 유튜브, 네이버 TV를 통해 온라인 송출될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소개와 구체적인 일정은 부산국제연극제 공식 홈페이지(www.bipaf.org)를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부산국제연극제는 코로나 19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안전한 행사를 최우선으로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폐막작 공연은 거리두기 객석제로 운영한다.발열 체크, 행사장 내 손소독제 등의 충분한 방역물품 비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진표 작성, 의료지원소 운영 등 관련 지침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도쿄올림픽 또 악재…일본올림픽위원회 간부 열차 뛰어들어 숨져

    도쿄올림픽 또 악재…일본올림픽위원회 간부 열차 뛰어들어 숨져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달여 앞둔 가운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간부 1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올림픽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7일 오전 9시 30분쯤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지하철 아사쿠사선 나카노부역에서 JOC 간부가 열차를 향해 뛰어들어 숨졌다고 민영방송뉴스네트워크 N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0대 남성이 이날 플랫폼에서 달리는 열차를 향해 뛰어들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2시간 후 사망이 확인됐다. 당국은 신분증을 토대로 그가 모리야 야스시(52) JOC 경리부장인 것을 확인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장 상황에 비춰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NNN은 전했다. 현지 교통당국은 고인이 본인 의지로 뛰어들었는지, 혹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 선로에 떨어진 것인지 파악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의 선로와 플랫폼 사이엔 안전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일본 주요 언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내달 23일, 패럴림픽 개막식은 8월 24일에 각각 예정돼 있다. 앞서 일본 언론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을 관리하는 데 투입될 인력의 보수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되는 등 공적 감시가 허술한 가운데 대회 비용이 불투명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런던 시장은 지난 3월 모든 사회 필수인력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주택을 구입·임대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 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 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미혼인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부모와 함께 사는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런던 시장은 지난 3월 모든 사회 필수인력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주택을 구입·임대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 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 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미혼인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시골마을에 왜 도서관 열었냐고? 여기서 머스크 나올 수도 있잖아”

    “시골마을에 왜 도서관 열었냐고? 여기서 머스크 나올 수도 있잖아”

    도서관은 시골 마을 산 중턱에 있었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 이 조그만 도서관을 문 연 사람은 ‘한국 원자력의 대부’로 불리는 장인순(81)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다. 사람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오지 마을에 장 전 원장은 왜 도서관을 만들었을까. 문 연 지 20일이 지난 25일 1호선 국도를 타다 좁은 시골길과 산길을 거쳐 세종시 전의면 유천리 ‘전의 마을 도서관’에 도착해 장 전 원장을 서울신문이 만났다. “시골에 도서관을 왜 만들었느냐”고 묻자 그는 대뜸 “여기서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느냐”며 “신도시에만 도서관이 많고 여기에는 없어 ‘아이들하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마침 10년 전부터 대전 자택 이웃으로 인연을 맺어 수양딸이 된 라연희 ㈜고려전통기술 사장이 회사 2층 150㎡ 정도의 공간을 내줬다. 도검을 만드는 회사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칼도 이곳 것이라고 장 전 원장은 홍보했다. 장 전 원장은 지난해 팔순을 맞아 쓴 책 ‘여든의 서재’에 적은 ‘책은 세상이며 삶이며 우주이다’, ‘이 하루는 왜 이렇게 소중한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와 소크라테스 등이 말한 세 문장을 들면서 “젊었을 때는 못 느꼈던 것들인데 나이 80이 되니까 소중하게 다가온 말들”이라며 “도서관을 만든 것도 아이들에게 이런 생각을 일찍 깨닫도록 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여든의 서재’ 인세 5000만원으로 도서관 책을 구입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릴 적엔 학교에도 도서관이 없었고, 몽당연필에 침 묻혀 가며 글씨를 쓸 정도로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이곳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면서 “내 고향 마을이 아니어도 노년에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날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갓김치’로 유명한 전남 여수 돌산 섬마을이 고향이다. ●“책·필기도구 든 가방이 진짜 명품이지” 아치형 도서관 출입구 두 기둥에 ‘2021 왜?’, ‘2121 WHY?’라고 적혀 있다. 장 전 원장은 “‘왜’라는 질문이 인류 역사를 끌어왔다”며 “이 근원적 질문이 바탕인 교육이 백년(2021~2121년)대계여서 그리 썼다”고 설명했다. 벽에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야’라는 글도 있다. 그는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 20권을 쓰는 데도 얼마나 책상에 앉아 있었겠나”라고 웃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5~6칸 나란히 세워진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고, 그 앞에 모양이 제각각인 책상이 놓여 있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태극 모형, 초승달 모형 등 모양이 다 다르다. 모두 30여명이 앉을 수 있다. 장 전 원장은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보여 주고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다양성이 부족하고 존중하지도 않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의자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언제든 와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연중 내내 24시간 개방한다. 장 전 원장은 “맘대로 책을 가져가고 낙서해도 된다. 그래서 대여기록도 하지 않는다”며 “정직성과 자율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책 분리도 하지 않았다. 그는 “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점처럼 책장 넘기며 책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시골 마을에 도서관이 생기자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270여명이 다니는 인근 전의초·중학생이 주요 고객(?)이다. 다만 버스정류장이 1㎞도 넘게 있어 찾아오는 길이 편하지는 않다. 장 전 원장은 “버스정류장에서 택시 타고 오면 돌아가는 택시비까지 내가 다 대준다”며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고 소문이 덜 나서인지 지불한 택시비는 아직 10만원이 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조만간 도서관에서 수학과 물리도 가르치겠다는 장 전원장은 “사람들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네 다리 달린 책상보다 세 개짜리 책상이 비탈이든 어디든 세울 수 있는지 등 과학 및 수학의 원리를 알려주면 무척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시대에도 학생이 부모 손잡고 오면 그렇게 예쁘고 반가울 수가 없다”고 했다. 한번은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아온 어머니에게 “명품 가방이 뭔지 아느냐. 안에 책과 필기도구가 들어 있으면 그게 진짜 명품 가방이다”고 얘기하자 어머니는 “어머, 그런 말은 원장님한테서 처음 들었다”며 웃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전 원장은 “우리 어머니는 내가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불소학을 배우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가방에 태극기를 넣어줘 외국 생활 내내 힘이 됐다”면서 “그 어머니를 평생 한번 안아 드린 기억이 없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도서관에는 책 9000권이 있다. 인세 5000만원을 초등 필독서 2000권과 중고생 1000권 등 3000권을 구입하는 데 털어넣었다. 국립도서관에서 추천받은 것으로 소설, 수필, 위인전, 만화 등 다양하다. 2005년 원자력연구원장으로 퇴임한 뒤 구입해 읽은 책 4500권을 보탰다. 장 전 원장은 “그 기간이 가장 독서량이 많았을 때로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 프로스트 등 시집 1000여권도 있지만 인문학, 원자력 등 주로 어른 책”이라고 했다. 동네 한 아주머니가 200권을 기증했고, 교수들 여럿도 보내 줬다. 장 전 원장은 2004년 1월 자신이 원자력연구원장(당시는 연구소)으로 있을 때 만든 1호 연구소기업 한국콜마 공장이 전의면에도 있다고 인연을 강조하며 이곳에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원자력 개척 연구진답게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문맹은 공부하지 않는 권력자와 공무원”이라며 “산유국도 원전을 만드는데 우리 정치인은 공부를 안 하니까 세상을 못 읽는다”고 꼬집었다. 장 전 원장은 “태양광은 하루의 절반은 빛이 없는 밤이고, 사막 모래바람 불으면 망가지기 때문에 중동 국왕이 ‘할아버지는 낙타 타고, 아버지는 자동차 타고, 나는 비행기 탔으니 아들은 우주선을 타야 하는데 다시 낙타 타게 생겼다’며 원전을 수입한다”고 했다. 장 전 원장은 “도대체 자기 나라는 탈원전하면서 수출이라니, 그 나라 원전을 사려는 국가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원전은 수명이 60년이어서 그동안 핵연료를 팔고, 거액 받고 수리해 주고, 기술자 1000명이 일자리를 얻는 등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하다”면서 “그런데 탈원전하면 우수 학생이 원자력공학과를 가지 않아 원전 기술이 퇴보한다”고 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처음 20조원짜리 대용량 원자력을 수출한 뒤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원자로 등 세 가지 원자로를 수출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고 장 전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과학은 퇴보하는 법이 없고 더 안전해진다. 탈원전은 미스터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서관 옆에 화랑·劍박물관 열어 명소로” 장 전 원장은 매일 대전 집에서 직접 차를 몰아 오전 7시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왕복 100㎞ 거리다. 장 전 원장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오면 동네 등 하루 6㎞를 천천히 달리고 집에서 아령도 하며 건강을 관리해 먼 거리 차를 모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다”고 했다. 도서관에 머물면서 회사 기술연구에 기술 조언도 한다. 도서관보다 더 넓은 옆 공간 벽에는 자신이 소장하던 것과 기증받은 미술품 30여점이 걸려 있다. 장 전 원장은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 주인처럼 어린 학생들을 기다리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다만 식당 손님과 반대로 여기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갔으면 좋겠다”며 “도서관 옆에 구상화·추상화가 섞였다고 이름 붙일 ‘비빔밥 화랑’과 전통 검 제작 회사의 특성을 살린 ‘검박물관’도 추가로 열어 명소로 만들자고 사장과 의기투합했다”고 웃었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아트테리어 생기 불어넣어 상권 활력…용산 경리단길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아트테리어 생기 불어넣어 상권 활력…용산 경리단길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예술가 15명 벽화·꽃·조명 등으로 꾸며골목 상권 분위기 쇄신 프로젝트 나서손님들 매장 내부 둘러보고 발길 늘어성 구청장 “지역 매력 살려 부활 돕겠다”“가게 벽에 아무것도 없어서 밋밋했는데 한 작가분이 저희 가게 분위기에 맞는 산뜻한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그림이 없을 때보다 활력이 느껴져서 지나가던 손님들이 매장 내부를 보고 들어오는 발길이 늘었어요.” ‘~리단길’의 원조인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있는 상점들이 최근 새 단장을 했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호프집은 내부 벽에 큼직한 산과 태양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 넣어 말끔하게 단장했다. 한 식당은 주인의 모습을 본뜬 캐릭터를 네온사인 간판으로 만들어 내걸고, 한 와인바는 꽃과 식물로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호프집 ‘만석’을 운영하는 지상건씨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가게 내외부를 예쁘게 꾸민 이후 매상도 조금씩 늘고 주변 골목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경리단길 일대가 최근 활력을 되찾고 있다. 용산구가 진행한 ‘우리 동네 가게 아트 테리어(아트+인테리어)’ 프로젝트가 한몫했다. 구는 소상공인과 지역 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해 상점을 단장하고 골목 상권 분위기를 쇄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5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이 맡은 가게 주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가게 인테리어부터 메뉴판·쇼윈도 디자인, 쇼핑백·명함 등 인쇄물 디자인, 마케팅 등을 도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난 21일 경리단길에서 아트 테리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점에 들러 내부를 살피고 점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성 구청장은 “가게 중에서도 영세하고 낙후됐거나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처한 가게 등을 위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면서 “앞으로는 가게당 최대 250만원까지 간판을 교체하는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이 밖에도 경리단길을 ‘다시 찾고 싶은 길’로 만들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9억 6000만원을 투입해 경리단길 진입로 보도를 확장하고 안전 펜스를 설치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등 거리환경 개선 공사를 마쳤다. 올해는 ‘경리단길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성 구청장은 “경리단길을 포함해 이태원 일대는 외국 공관이 많은 지역 특성 덕분에 세계 각국 문화가 공존하는데다 소규모 갤러리도 집중돼 있다”면서 “지역의 매력과 특색을 살린 예술·디자인 축제를 열어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동시에 지역 상권이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중 ETF 교차 상장 추진

    한국거래소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협력해 올해 안에 상장지수펀드(ETF)의 교차상장을 추진한다. 한국거래소는 11일 SSE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교환했다. 이번 협약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각 거래소에서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했다. 이번 MOU 교환은 두 거래소에서 공동 추진 중인 ‘한중 자본시장 협력사업’의 일환이다. 두 거래소는 상장지수펀드(ETF)시장과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 간 연계사업을 전방위적으로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또 한중 금융감독 당국 협력 아래 ETF 교차상장, 공동지수개발 등 우선추진 과제를 선정해 연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ETF 교차상장 등 협력사업을 통해 양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MOU를 통해 한중 협력 관계가 실질적인 결실을 맺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이젠춘 SSE 총경리도 “내년 수교 30년을 맞이하는 한중 관계처럼 두 거래소의 협력 관계도 한층 강화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주식 시장 시가총액이 약 12조 달러(약 1경 3500조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가운데 SSE에서 7조 달러 정도가 거래된다. 한국은 2조 2000억 달러로 세계 13위다. 현재 SSE는 런던증권거래소(LSE), 도쿄증권거래소(TSE) 등과도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정진운 경리 결별, 4년 열애 마침표... “좋은 동료로” [EN스타]

    정진운 경리 결별, 4년 열애 마침표... “좋은 동료로” [EN스타]

    그룹 2AM 정진운과 그룹 나인뮤지스 출신 경리의 결별 소식이 전해졌다. 4일 경리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 측은 “경리와 정진운이 최근 결별했다”라며 “두 사람은 결별 후 좋은 동료 사이로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진운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측 또한 “두 사람이 최근 결별한 게 맞다”며 결별을 인정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2월 공개 열애를 시작했다. 당시 정진운 측은 “정진운과 경리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같이 하며 자연스레 친한 관계를 이어오다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나고 있다”고 알린 바 있다. 경리는 2019년 3월 정진운의 입대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제대 후에도 변함 없는 애정 전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결별 소식이 전해지면서 4년 간의 연애를 마치게 됐다. 한편, 지난 2008년 그룹 2AM으로 데뷔한 정진운은 솔로 가수이자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그룹 나인뮤지스로 데뷔한 경리는 최근 JTBC 드라마 ‘언더커버’에 출연 중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험난한 중국 벤처의 산, 이 남자가 먼저 올랐다

    험난한 중국 벤처의 산, 이 남자가 먼저 올랐다

    흔히 ‘스타트업 창업’이라고 하면 부유한 재벌 2~3세나 이들의 후원을 받는 외골수 천재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들이 주고받는 수십억~수백억원의 투자금 논의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아닌 중국에서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라는 스타트업을 일군 김준범(28) 총경리(대표)는 27일 기자를 만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이 만든 첫 번째 벤처기업이다. “창업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어렵사리 회사를 차렸어요. 돈이 넉넉지 않아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부딪치니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고요.” ‘초짜 사업가’인 김 대표가 정글 같은 중국의 벤처 생태계에서 살아남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베이징의 마윈’이 돼 금의환향할 수도,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외롭게 귀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음을 걸고 세상을 바꾸고자 출사표를 던진 결단만큼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무원이 되고자 1평 남짓 고시원 방에서 수험서를 외우고 또 외우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신선한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199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새로운 세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원래 꿈은 의사였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촌형 등이 모두 의사여서 자연스레 ‘장래희망’이 됐다. 하지만 하늘의 뜻이었을까. 고3 때인 2010년 11월에 치른 대입 수학능력 시험 결과가 참담했다. 재수를 고민하던 그에게 가족의 조언이 자극제가 됐다. “의사가 넘쳐나는 집안에서 굳이 너까지 의대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릴 적 네가 좋아했듯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때.” ●새로운 세상 찾아 베이징으로 중국이 눈에 들어왔다. ‘니하오’(안녕하세요)밖에 몰랐지만 미국과 함께 양대강국(G2)이 된 이 나라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났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한 달 뒤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코피를 쏟아가며 2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려 2013년 9월 중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중국 공유자전거 개척자로 불리는 ‘오포’의 창업자 따이웨이(30)가 4년 선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로 해군 청해부대에서 근무한 최민정(30)씨가 3년 선배다.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그러나 대학 생활이 순탄하진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언어였다. 2년 넘게 중국어를 익혔지만, 첫 수업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례 위주로 소개하는 경영학 강의 특성상 뜻을 모르는 신조어가 쏟아져 공부가 갑절로 힘들었다. 몇 주 만에 수업을 포기하고 학교 밖으로 맴돌았다. 밤마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했다. 베이징에 첫발을 디딜 때 가졌던 ‘초심’도 이렇게 사라지는 듯했다.●학사경고 받자 ‘무너질 수 없다’ 마음 바꿔 그의 방황은 2학년 1학기 말 학사경고장을 받아 든 뒤에야 끝이 났다. ‘힘들게 베이징까지 왔는데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수업에 100% 출석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던가. 신기하게도 교수들의 강의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친구들과 밤새 놀며 인생을 논한(?)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귀가 트인 것이다. 수업이 들리니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서툰 중국어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도 좋아졌다.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특이한 케이스’라고 입소문이 났다. 애초 그는 베이징에 올 때부터 취업에 관심이 없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니 어떻게든 창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었다. 졸업이 다가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때 ‘한국과 중국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을 만들면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외국인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창업비자를 받을지’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무일푼인 그에게 막대한 창업 비용도 걸림돌이었다.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대학 내 취업지원센터인 ‘직업발전중심’을 찾았다. 직원들이 그를 보고 신기해했다. 유학생이 창업을 문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다. ‘1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30번 넘게 찾아가 묻고 또 물었다. 학교가 그의 노력에 백기를 들었다. 직업발전중심에서 연락이 왔다. “너 같은 학생은 처음이다. 너를 위해 정부 인사들을 모아 특별 강연회를 열기로 했으니 꼭 참석하라”고. 앞서 중국 국무원은 2017년 7월 외국인 유학생 창업비자 발급 제도를 개시했다. 중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려면 ‘두뇌의 국적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의 대표적 지원기관인 ‘하이디앤 창업원’이 사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성과가 미미했다. 강연회를 통해 새 제도를 접한 그는 곧바로 창업원을 찾아가 매달렸다. 마침내 대학 졸업 한 달 전인 2019년 7월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를 만들 수 있었다. 중국 국가급 창업원에 입주해 외국인 무자본 창업 제도로 태동한 최초의 외자기업이 태어났다.●한중 연계 플랫폼 키워 유니콘 목표로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는 김 대표를 포함해서 전 직원이 4명뿐인 초미니 벤처다. 그럼에도 회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고신기술기업(첨단기술벤처기업), 1호 집군주책기업(혁신기업 클러스터), 베이징 신4판(과학기술기업 전용 거래소) 상장기업에 선정될 만큼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엔젤 투자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실현하려는 아이디어는 한중 두 나라의 기술·자본 협업을 이끌 모든 종류의 지원 사업이다. 이미 양국 정부에서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관련 프로젝트 16개를 수주받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중국 정부로부터 ‘국제인재창업기업 대표’로 선정돼 현지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유명인사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 유튜브 채널 ‘김준범 총경리’에서 중국 경제 현황을 소개하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한중 창업·청년 교류방’에서 유학생 창업 정보도 제공한다. 자신을 ‘퍼스트 펭귄’(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선발자)으로 여기는 후배들의 ‘대륙 도전’을 돕기 위해서다. ●창업 원하면 가슴 뛰는 삶 추구하라 요즘 그는 왕훙(인플루언서) 발굴이라는 신사업을 개척 중이다. 중국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한국인 왕훙을 대거 육성해 ‘21세기 수출 역군’으로 키우려는 취지다.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를 베이징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시켜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국부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단다. 끝으로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삶’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아직도 중국의 잠재력을 모르고 중관촌 창업거리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한국인들이 많아 아쉬움이 커요.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를 앞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기술 인재들이 이곳의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신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합니다.” 글 사진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찰구는 어디 있지? 표 파는 데는?” 서울의 경리단 지하보도처럼 짧은 계단을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승강장이다. 이렇게 금방 승강장이 나올 리가 없다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딘가에 더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베를린 지하철역 안을 두리번거렸다. 역에는 표를 끊고 들어가는 개찰구도, 표를 끊는 커다란 기계도 없었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지하철이 먼저 들어와 무턱대고 탄 적도 있었다(다행히 검표원에게 걸리진 않았다). 베를린에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 중엔 이 느닷없는 지하철 타기가 있었다.●120년 역사를 담고 달려온 베를린 지하철 표를 사서 출입구에 넣고 안으로 들어간다. 승강장을 향해 지하로, 지하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환승역이 있다면 한참 걷고, 타는 데까지 시간도 꽤 걸린다. 이런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한 여행자에게 베를린 지하철은 ‘황당’(어라? 벌써?), ‘부정’(아냐, 이게 승강장일 리 없어), ‘허무’(이렇게 금방 나오다니)의 ‘스리 콤보’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나중엔 ‘이보다 편할 순 없다’의 자세로 잘 이용하게 되지만, 베를린 지하철을 첫 대면한 순간에는 누구나 세상 ‘어리바리’가 되고 만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베를린의 많은 역들이 이처럼 계단을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으로 이어진다. 시내 중심가에 있고 환승 노선이 많은 ‘알렉산더 플라츠’ 역 정도를 빼면 다른 역들은 단순하고 찾기도 쉽다. 지하로 다니다가 가끔 지상으로 빠져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구간이 많지는 않다. 베를린의 지하철, 우반(U-Bahn) 얘기다. 우반은 ‘운터그룬트 반’(Untergrund Bahn)의 약자로 노선의 대부분이 지하로 다닌다. 역 간 거리가 짧고 속도가 빨라서 많은 베를리너들이 이용한다. 지하로 다니는 우반과 함께 국철 전철이라 할 수 있는 에스반(S-Bahn)도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하는 링반과 여러 라인이 있는데, 두 열차를 적절히 이용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베를린의 지하철이 재미있는 건 역마다 생김새도, 역 이름에 쓰인 서체도, 디자인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천장이 머리 위에 닿을 것처럼 낮은 곳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홀처럼 웅장한 기둥이 있는 승강장도 있다. 벽마다 사진을 전시한 역도 있고, 195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의 역사도 있다. 내리는 곳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역들은 지금도 생경할 때가 있다. 베를린을 처음 여행할 땐 지하철에서도 마음이 바빴다. 눈길을 끄는 역마다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차고 빠지는 역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우반 특유의 노란색 지하철이 들어오고 떠날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날은 쓸쓸한 마음으로, 어느 날은 신기한 마음으로. 베를린은 보고 경험할 게 넘치는 도시였지만, 지하철역은 이 도시를 탐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베를린의 우반은 총 9개 노선에 174개 역이 있다. 우반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1902년. 생긴 지 거의 120년이나 됐다. 당시 지하철은 부유 계층이 많이 살던 베를린 서쪽의 샤를로텐부르크, 쇠네베르크, 빌머스도르프 동네를 중심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이후 북쪽의 베딩에서 남쪽의 노이쾰른을 잇는 남북 노선,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을 잇는 노선 등으로 계속 늘어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갈라지면서 30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가 통일 후에 다시 재개됐다. 오래된 지하철역을 다니다 보면 120년간의 도시 역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눈에 띄는 건축물과 특이한 디자인의 역들은 영감을 준다. 역마다 가진 이야기 또한 가볍지 않다.●매일 타는 지하철로 베를린 시간 여행 내가 자주 타는 노선은 ‘우 츠바이’라 불리는 U2 노선이다. 베를린 북쪽의 판코 역에서부터 중심부인 알렉산더 플라츠를 지나고 서쪽 포츠다머 플라츠, 동물원, 카데베 백화점 등을 지나 서쪽 끝인 룰레벤 역에 닿는다. U2 노선은 U1, U3, U4와 함께 1914년 이전에 건설된 초기 노선 중 하나다. 그래서 어떤 역들은 유독 고풍스럽고, 샛노랗거나 짙은 오렌지색으로 꾸며진 역도 있으며, 과거로 돌아간 듯 시간이 멈춘 역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는 에바스발더 역은 그중에서도 자주 타고 내리는 역으로, 진초록색의 철 구조물 역사가 예스러우면서도 멋지다. 에바스발더 역은 지하에 위치한 역들과 달리 단단한 석조 기둥 위에 지상철로 만들어져 있다.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는 더욱 운치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밤늦은 시간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술 취한 아저씨도 있다. 루이 암스트롱만큼 좋은 목소리로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부르는데, 적막한 역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쓸쓸하면서도 애달프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밤늦게까지 돌아다닌 적이 없어 그 아저씨를 본 지도 오래됐다.U2 라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은 메르키셰 박물관 역이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서면 아치형의 천장과 캡슐처럼 생긴 조명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역은 베를린 전체 지하철역에서 유일하게 중앙 기둥이 없는 단 두 개의 역 중 하나다. 천장이 높고 창백한 조명이 늘어선 역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걸음을 멈춘다. 타원형의 알약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는, 단순하지만 특이한 조명을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된다. 휴대폰에는 여기서 찍은 비슷한 사진이 계속 쌓이고 있다. 메르키셰 박물관 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클로스터 슈트라세 역도 특이하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복도에 짙은 파란색 타일과 야자수 같은 기둥 문양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고대 바빌론의 여덟 번째 성문인 이슈타르 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페르가몬 뮤지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푸른색의 벽을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1910년대부터 쓰이던 트램과 기차 등의 빈티지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인 카데베를 가기 위해 내리는 U2 노선의 비텐베르크플라츠 역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역은 1900년대 초 우반 네트워크의 많은 역을 설계한 스웨덴 건축가 알프레드 그레난더의 작품으로, 현재는 건축기념물로도 등재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폭격으로 심하게 부서진 것을 1950년대에 재건했는데, 아르누보 스타일로 디자인된 역의 현관 홀과 아기자기한 역사 안, 빈티지한 타일과 색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을 준다. 누구나 이 역사 안을 드나들 땐 사방을 구경하느라 고개가 바빠진다.●아르누보 건축물에서 대성당 분위기까지 U2 노선뿐만 아니라 다른 노선에도 사연 많고 독특한 역들이 많다.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 지낼 때 매일 이용하던 코트부서 토어 역(U8)은 온갖 낙서에 그다지 내세울 분위기도 없지만, 오래된 유리창에 정직하게 쓰여 있는 역 이름만으로도 베를린의 상징으로 통한다. 또 바르샤우어 슈트라세 역과 슐레시스토어 역 사이를 오가는 U1을 타면 오버바움 다리를 건너는데, 이때 펼쳐지는 슈프레강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각인된다.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포츠다머플라츠 역은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모던하고 번화한 역 중 하나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았던 시기에는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고스트 스테이션’ 중의 하나였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30년 넘게 지하철이 오가지 못했고, 이렇게 멈춰 있던 많은 ‘유령 역’ 중엔 미테의 로젠탈러플라츠 역(U8)도 끼어 있었다. 역사의 건축 자체가 빼어난 곳도 많다. 서베를린 지역의 라타하우스 쇠네베르크 역(U4)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쇠네베르크 지역의 구청역이지만, 1991년까지는 서베를린 전체의 시청역으로 쓰였다. 역 안에서는 커다란 격자창을 통해 루돌프 빌데 공원이 내다보이고, 공원에서는 우아한 역의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빠져나오면 역 위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세워진 다리로 올라갈 수도 있고 작은 호수로 둘러싸인 공원으로 갈 수도 있다. 지하철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귀족적인 자태의 건축물로 먼저 다가올 역의 외관과 뒤로 보이는 구청사 탑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다른 지대보다 낮게 만들어진 공원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만들어진 역을 감상하기에 좋은 전망 포인트다.●천장 높이 7m·육중한 중앙 기둥 ‘U7 승강장’ U8과 U7이 지나는 헤르만플라츠 역의 내부도 감탄을 자아낸다. U7의 승강장을 꼭 가봐야 하는데, 천장 높이가 무려 7m에 이르고 중앙의 육중한 기둥과 함께 웅장한 대성당의 분위기를 풍긴다. 우반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세라믹 타일과 회색의 조합도 빈티지할뿐더러 커다란 조명 아래 빛나는 승강장은 언제 내려도 놀라움을 전해준다. 9개의 우반 노선 중 가장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라인으로는 U3가 꼽힌다. 많은 역들이 아치형의 오래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은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다. 두 개의 둥근 아치형 입구를 따라 승강장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장엄한 철제 램프, 유겐트슈틸(19세기 말~20세기 초 독일에서 유행한 미술 양식으로 꽃 등 식물적 요소들을 장식화한 것이 특징) 무늬와 모자이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지하에 몰래 만들어진 대성당의 내부 같다고나 할까. 또 승강장 가운데에 늘어선 두꺼운 기둥에는 박쥐, 여우, 다람쥐, 게 등 다양한 동물 조각상이 다양한 모양새로 새겨져 있다. 차분하면서도 숙연하기까지 한, 그러면서도 화려한 디테일을 보여 주는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을 베를린 지하철 여행의 종착역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살아 숨 쉬는 언더그라운드 문화 이처럼 베를린 우반을 타면 지난 120년의 시간을 순서 없이 여행할 수 있다. 동시에 상상을 뛰어넘는 뉴스가 만들어지는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U9 노선의 슐로스슈트라세와 라타하우스 스테글리츠 역 사이에는 뜬금없는 사무실이 생겨나 화제가 됐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철제 계단 통로 사이에 만들어진 이곳에는 파란 카펫 위에 구식 컴퓨터와 스탠드 조명이 놓인 책상과 의자, 화분까지 있었다. 누군가 매일 출근해 일을 해도 손색없을 분위기였는데, 불법 설치물이었으므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베를린교통공사(BVG)에 의해 바로 철거됐다.사실 이곳은 ‘코워킹 스페이스의 메카’라 불리는 베를린의 높은 사무실 임대료 현실을 비꼰 예술 현장이었다. 그라피티와 비판적인 예술 작업들을 주로 해 온 ‘로코 앤드 히즈 브라더스’ 팀이 몰래 만든 작품이었다. 이들은 4년 전에도 똑같은 공간에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빈 공간에 하얀 벽지를 붙이고 침대와 1인용 소파를 가져다 놓았으며, 이케아의 라이스페이퍼 조명을 달고 1970년대 TV도 틀어 놓았다. 바닥에는 스타워즈 책까지 펼쳐져 있었는데, 당시 처음 이곳을 발견한 지하철 작업자들은 이곳이 버려진 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당시 베를린의 폭등하는 집값(지금도 문제지만)이 더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말하고자 한 게릴라 작업이었다. 지하철 터널 사이에 있어 발견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던 이곳은 작가가 사진까지 찍어 잠깐 동안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렸다 지우는 등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가디언지는 “가장 기발한 에어비앤비이거나 예술적 사회 비평 중 하나”라며 이들의 작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베를린 지하철은 언더그라운드라는 태생에 맞게, 많은 거리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작업장이자 놀이터로도 애용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넘나드는 우반 지하철은 베를린이 여전히 베를린이라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장소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지리산 남쪽 최고봉 성제봉에 구름다리 다음달 완공

    지리산 남쪽 최고봉 성제봉에 구름다리 다음달 완공

    경남 하동군은 지리산 자락 성제봉(聖帝峰)에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공사가 다음달 준공된다고 31일 밝혔다.하동군은 성제봉 신선대 일원에 설치돼 있던 출렁다리를 철거하고 21억 8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새로운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공사를 지난해 3월 시작했다. 새로 설치하는 구름다리는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현수교 형식으로 길이 137m, 너비 1.6m 이다. 구름다리가 설치되는 성제봉은 지리산 자락 화개면과 악양면 경계에 있는 해발 1115m 높은 봉우리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애깊은 형제 모습을 닮아 형제봉으로도 불린다. 정상 부근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뤄 해마다 봄에 철쭉제가 열린다. 하동군은 성제봉 구름다리가 완공되면 박경리(1926~2008)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면 평사리 들판을 비롯해 섬진강의 아름다운 경치와 강 건너 전남 광양시 백운산(1222m) 산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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