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번 환자 “난 너무 억울해”…5번째로 퇴원
3번·8번·17번 환자 격리해제…퇴원 7명으로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3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12일 퇴원했다. 8번·17번 환자도 2회 연속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가 해제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3번째, 8번째, 17번째 환자 3명은 증상이 호전된 뒤 실시한 검사 결과에서 2회 연속 ‘음성’이 확인됐다”면서 “오늘부로 격리 해제된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이 퇴원하게 되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왼치돼 격리 해제, 퇴원한 환자는 총 7명이 된다.
이날 명지병원은 지난달 26일부터 격리병상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3번 환자(54세 남성, 한국인)가 오후 1시 30분 퇴원했다고 밝혔다. 5번째 퇴원 환자다.
그는 퇴원을 하면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너무 좋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 준비한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퇴원하는 이 남성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환자가 승용차에 올라 탈 때까지 배웅했다.
하지만 퇴원하기 전 병원 측이 3번 환자에게서 들은 소감은 사뭇 결이 달랐다.
3번 환자 “보건소에 자진 신고…처음엔 여행서 무리해 미열로 판단”병원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3번 환자가 매우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3번 환자는 설 연휴(1월 24~27일)를 앞두고 증상을 느끼면서 본인도 우한에서 왔으니 검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3번 환자는 처음 입국했을 때 바이러스 감염 의심을 안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면서 “당초 여행과정에서 무리를 하다보니 미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 감염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가 중국은 물론 국내와 전 세계에서 창궐한 상황에서도 3번 환자 스스로 피로에 의한 단순 미열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결국 스스로 검사를 해달라고 보건소에 신고를 한 것인데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판 여론에 대해) 너무 억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보건당국은 3번 환자의 전체 접촉자가 98명, 격리 대상은 16명, 능동감시 대상자는 82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한 3번 환자는 중국 우한국제패션센터 한국관(THE PLACE) 방문자로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어 공항 게이트 검역을 통과했다.
그는 22일 열감과 오한 등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지인 6번 환자(55세 남성)와 강남 일대 ‘한일관’에서 식사를 했고 28번 환자(30세 여성)와 강남 ‘글로비 성형외과’에 두 차례 동행했다. 28번 확진자는 현재 양호한 상태다.
그러나 25일 모친 자택에서 기침과 가래가 발생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신고했고, 보건소 구급차를 통해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
3번 환자에 감염된 6번 환자로 인해 6번 환자의 부인(10번 환자·54)과 아들(11번 환자·25)이 잇따라 2차 감염됐다. 또 6번 환자를 만난 서울 종로 명륜교회 지인인 21번 환자(59세 여성)는 3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3번 환자, 2·3차 감염 행보 비난 여론에 정신과 상담·안정제 투여3번 환자가 5일간 서울 강남과 일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2차·3차 감염을 일으킨 행적에 대해 일각에서는 3번 환자가 질병이 창궐한 우한에서 입국했음에도 자가 격리하지 않고 잦은 외출을 하면서 추가 확진자들을 무더기로 양성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3번 환자분이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불안과 스트레스 증상이 심해, 입원 뒤 정신과 협진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했고 정신·심리 안정제도 투여했다”고 밝혔다.
3번 환자는 지난해 폐렴을 앓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3번 환자는 그가 지난해 앓았던 폐렴 때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4분의 1수준일 정도로 굉장히 미미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병원 의료진은 3번 환자가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입원한 지 8일째부터 투약 받았고 다음 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출량이 감소해 폐렴 증상이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행사 다녀온 17번 환자도 오늘 퇴원명지병원은 17번 환자(38세 남성)도 이날 퇴원한다고 전했다. 17번 환자는 마지막 바이러스 검사 확인만 남았으나 이날 퇴원할 예정이란 게 병원측 설명이다.
17번 환자는 지난달 20~22일 싱가포르 스코츠 로드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호텔’ 내 산업용 가스 연구·분석 기업 세르보멕스가 주최한 행사를 다녀온 뒤 2월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사라진 후 24시간 간격으로 진행된 2번의 실시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 상태에서 해제된다.
퇴원 결정은 의료진이 환자의 기저 질환, 후유증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진된 코로나19 환자는 총 28명이다.
환자들의 퇴원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이달 5일 2번 환자(55세 남성, 한국인)가 처음으로 퇴원한 데 이어 1번 환자(35세 여성, 중국인), 4번 환자(55세 남성, 한국인), 11번 환자(25세 남자, 한국인)가 퇴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